바레인과 덴마크 식문화의 교집합 빵집, Librae Bakery | 리브레 베이커리. 바레인 출신 Dona Murad와 덴마크인 남편이 뉴욕에서 가장 젊은 동네 중 하나인 노호(Noho) 에서 2022년에 문을 연 리브레 베이커리는 두 완전히 다른 문화가 만나 '제3문화'의 베이커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뉴욕 시내 여타 제과·제빵점에서는 보기 드물게 중동과 북유럽의 빵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새로운 빵을 여럿 맛볼 수 있습니다. 개중 Loomi Babka라는 빵이 단언 인기인데, 루미라고 부르는 블랙 라임과 레몬 커드를 사용한 독특한 페이스트리입니다. '뉴욕이니까' 즐길 수 있는 이런 재밌는 빵을 맛보기 위해 리브레 베이커리로 향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운동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Astor Place 역에서 내렸습니다. 이 역 근처에 NYU와 쿠퍼 유니온(Cooper Union) 캠퍼스가 있는 만큼 뉴욕에서 가장 젊은 동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쿠퍼 유니온 재단 건물은 링컨이 연설했던 건물로도 유명합니다. 이렇게 보면 링컨이 아주 옛날 사람도 아니네요. 1859년에 완공된 건물입니다. NYU의 발레 센터도 이곳에 있으며, 곳곳에 무인양품 등 가게들도 여럿 성업 중입니다. 참고로 이 일대가 뉴욕에서 일식이 가장 맛있는 동네로도 손꼽히고 있습니다. 저도 유학 시절 라멘이나 야키토리 먹으러 종종 왔었어요. 리브레 베이커리는 대...
흑인들의 음식인 소울푸드로 가장 유명한 식당, Red Rooster Harlem | 레드 루스터 할렘. '소울푸드'란 본래 미국 남부 흑인들이 치킨 등을 기반으로 삶의 애환을 담아 만든 요리를 뜻합니다. 그런 만큼 뉴욕에서도 오랫동안 흑인들이 터전을 이루며 살던 할렘(Harlem)에 특히 소울푸드로 유명한 식당들이 많은 편인데요, 이중 2010년에 문을 연 Red Rooster는 비록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뉴욕타임스로부터 3스타를 받은 최연소 셰프인 Marcus Samuelsson가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태 살면서 할렘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니 뉴욕에서 자란 친구가 그렇다면 이참에 함께 가서 소울푸드를 즐겨 보자고 해서 방문했습니다. 할렘으로 가는 지하철. 뉴욕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만큼 마리화나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하철 객차에선 이렇게 마리화나 중독 치료 홍보도 종종 보였어요. 할렘 한복판인 125 St 역에서 내리니 주변에 죄다 흑인들 뿐. 사람들이 '할렘'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위험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뉴욕 역시 재개발의 광풍이 만연한 만큼 오늘날 할렘의 중심가는 제법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져 치안도 나름 안정됐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은 중심가 일대 정도만 그런 편이라고 해요. 뭐, 일단 제가 할렘 한복판에서 큼직한 DSLR로 이렇게 대놓고 사진을 찍어도 총을 ...
글로벌 아사이 볼 업계의 스타벅스 격 프랜차이즈, Oakberry Açaí | 오크베리 아사이. 2016년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로에서 문을 연 오크베리 아사이는 아마존에서 풍부하게 재배되는 아사이(Açaí) 열매를 기반으로 '건강한 패스트푸드' 라는 기조 아래 다양한 토핑을 조합한 아사이 볼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질 전역에 백여 곳의 매장까지 확장한 오크베리 아사이는 2018년 경 미국 첫 매장을 마이애미에 열면서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섰습니다. 최근 들어선 한국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이 여럿 생기고 있죠.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근처에 오크베리 아사이가 있길래 방문했습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유대교 회당인 중앙 회당(Central Synagogue)의 장엄한 외관이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렉싱턴(Lexington) 대로. 바로 옆에선 2달러에 조각 피자를 파는 모습이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뭐든지 큼직큼직한 뉴욕에서는 시내 버스도 큼직큼직합니다. 이 차만 봐도 바퀴가 6개나 달렸네. 이런 혼잡한 대도시의 풍경 속에 오크베리 아사이 매장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사이와 패션후르츠의 조합이라니 캬. 한국 오크베리 아사이에서도 '트로피컬 볼'을 주문하면 패션후르츠가 들어가더라구요. 매장 전경. 주로 포장 위주인 만큼 매장 안에 취식 공간이 많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런 만큼 매장에서 아사이 볼을 즐기는 손님들이 ...
'크로넛'으로 2010년대 뉴욕을 풍미했던 제과점, Dominique Ansel Bakery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 파리의 포숑(Fauchon)에서 8년을, 뉴욕의 Daniel's에서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로 6년을 지낸 프랑스인 페이스트리 셰프 도미니크 안셀(Dominique Ansel)이 뉴욕 소호(SoHo)에서 2011년에 문을 연 제과·제빵점입니다. 한때 가히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미니크 안셀이 장안의 화제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크로와상과 도넛의 장점을 섞어 개발한 '크로넛(cronut)'이 바로 대박의 비결. 한때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광풍이 연상될 만큼 한겨울에도 밖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서 구입하곤 했으나, 13년이 지난 오늘날엔 유행이 한참전에 지났다 보니 아무 때나 가더라도 크로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소호에 온 김에 크로넛을 여유롭게 즐기러 방문했습니다. 골목마다 감각적인 매장들로 가득해서 하루종일 쇼핑해도 시간이 부족한 소호. 소호 쇼핑 후기는 지난 글을 참고해 주세요: [뉴욕 여행] SoHo | 소호 쇼핑 및 산책 뉴욕에서 유행에 가장 민감한 쇼핑 지구, SoHo | 소호. 'South of Houston'의 약자인 소호는... blog.naver.com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는 지하철 Spring St 역에서 가깝습니다. 근처에 스투시(Stüssy)의 매장이 있어서 이 근처를 오가는 한...
오늘날 공원과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부두, Pier 57 | 피어 57.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인 첼시 마켓으로부터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피어 57(Pier 57)은 본래 1952년 부두로 지어졌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곳을 통해 배를 타곤 했구요. 허나 이후 선박의 왕래가 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두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으나, 산업 유산으로 보존이 결정되어 도시 재생을 통해 전면적인 개조에 돌입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4월 완전히 새로운 복합 공간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제는 공연장과 각종 식당, 카페, 와인바, 전망대에 구글의 뉴욕 사무실까지 입주한 복합 공간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특히 옥상엔 공원을 조성했고 이는 시립 공원은 아니지만 새벽 6시부터 익일 새벽 1시까지 넉넉하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동안 뉴욕을 가지 않은 사이에 새롭게 문을 연 명소 중 하나이기에 꼭 가 보고 싶었어요. 첼시 마켓에서 브라우니를 사고선 길 건너에 있는 Pier 57에 왔습니다. 과거 부두로 기능했던 시절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남겼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우선 'Market 57'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푸드코트가 등장합니다. 'AMMI'라는 인도 식당에, 차이나타운에서 인기를 끈 Nom Wah라는 딤섬집 등등 뉴욕에서 최근 화제가 된 식당들을 이곳에서 여럿 만나 볼 수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거대한 엘리베이...
19세기 남부 이탈리아의 맛을 계승하는 제과점, Pasticceria Rocco | 파스티체리아 로코. '파스티체리아'란 이태리어로 디저트 전문점을 의미하며, 1956년 뉴욕에 이민 온 로코 제네로스 시니어(Rocco Generoso Sr.)가 18년간 일한 빵집을 인수한 후 1974년 '파스티체리아 로코'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19세기 말 남부 이탈리아의 전통 조리법을 기반으로 카놀리 등 이탈리아식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고,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 지역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됐습니다. 뉴욕에서 자란 친구가 틈만나면 즐겨 찾은 가게라며 꼭 소개하고 싶다길래 들뜬 마음으로 함께 방문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West 4 Street 역에서 내렸습니다.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의 주요 관문 역할을 하는 지하철 역 중 하나에요. 뉴욕의 다른 동네와 달리 여기는 거리 이름들이 단순하게 숫자가 아니라 각각의 지명이 붙어 있어서 특색이 있습니다. 뉴욕 곳곳에 매장을 둔 조스 피자(Joe's Pizza)가 이 동네에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유럽에 온 기분이 들기도. 주스와 샐러드를 파는 가게 옆에 'Rocco's'라고 간판에 크게 강조한 파스티체리아 로코가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오니 가장 먼저 수많은 종류의 이탈리아식 디저트를 가득 담은 진열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티라미수 홀케이크라니. 이것만 봐도 ...
빌딩 하나로 축약한 뉴욕 패션의 최신 트렌드, Dover Street Market New York.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도버 스트리트 마켓을 종종 소개했던 만큼 익숙하신 분들이 제법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트로 유명한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çons)을 출범시킨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川久保 玲)가 2004년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편집샵입니다. 단순하게 옷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갤러리와 쇼핑의 경험을 결합한 감각적인 공간이 돋보이며, 유명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를 함께 배치하면서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독점 컬렉션을 여럿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날 런던, 뉴욕, 도쿄, 싱가포르 등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에 매장을 두고 있고, 뉴욕 매장 역시 실험성과 창의성이 돋보이기로 유명합니다. 오랜만에 뉴욕을 온 만큼 여기도 방문해야죠! 지하철 33 St 역에서 내려서 천천히 걸어 갑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뉴욕의 보편적인 쇼핑가인 5번가나 소호(SoHo) 등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라 위치가 다소 의아스럽긴 합니다. 걷다 보니 렌위치(Lenwich)가 보이길래 반가워서 찰칵. 일전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매장을 가서 맛을 봤는데, 제법 만족스러워서 다음에 또 방문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킵스 베이(Kips Bay) 일대를 걷다 보니 오래된 건물이 나옵니다. 언뜻 보기엔 20세기 초에 지어진 미술관의 느낌이 드는 이 건물에...
세계 현대 미술계의 유일무이한 보고(寶庫), MoMA | 뉴욕 현대 미술관. 석유 및 금융으로 거부(巨富)를 이룬 록펠러 가문이 주축이 되어 1929년에 개관한 모마(MoMA)는 미국에서 현대미술만을 위해 개관한 첫 번째 미술관입니다. 그런 만큼 회화, 조각, 사진, 건축, 상업 디자인, 공업, 영화 등 현대미술의 모든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피카소, 샤갈, 고흐, 몬드리안, 앤디 워홀, 고갱 등 거장의 작품들이 전시실마다 빼곡히 걸려 있으며, 평소에 예술을 즐기지 않는 분이여도 '알 법한' 작품들을 대거 소장하고 있어서 '엇? 이게 여기 있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뉴욕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만큼 다시 방문했습니다. 지하철 5 Av/53 St 역에서 내려서 서쪽으로 걷다 보면 MoMA의 로고가 담긴 깃발들이 거리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전 10시 30분에 개관하는 만큼 10시 20분 쯤에 갔더니 문 앞에 이렇게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다들 MoMA를 방문하는 만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꼭 일찍 가시길 바랍니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 사람들일 줄을 선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 보니 이렇게 티셔츠를 팔거나 각종 그림을 파는 행상들도 많았습니다. 다들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구나. 10시 30분이 되니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보안 검색을...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야외 스카이데크 전망대, Edge | 엣지 전망대. 과거 뉴욕의 철도 차량 기지로 활용됐던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의 위를 인공 대지로 덮고 대대적으로 개발하면서 새롭게 올린 마천루인 30 Hudson Yards 빌딩에 'Edge'라는 전망대를 2020년 3월에 개장했습니다. 현재 뉴욕은 물론 서반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야외 스카이데크 전망대를 자랑하는데, 그 높이가 무려 100층 높이! 남산보다 높은 약 344m 높이에서 유리로 가려진 전망대가 아니라 밖에서 바람을 맞고 탁 트인 전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Edge 전망대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뉴욕에 온 만큼 새로 생긴 전망대를 구경하러 방문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34 St-Hudson Yards 역에서 하차. 이 역도 원래는 없었는데 허드슨 야드 일대를 완전히 재개발하면서 새로 지은 역입니다. 근데 그런데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게 함정. 뉴욕 지하철에서 오줌 지린내와 대마초 냄새는 이제 너무 당연한 거라 놀랍지도 않습니다. 역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더니 환골탈태한 허드슨 야드 일대가 펼쳐졌습니다.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한 수준. 허드슨 야드의 상징인 베슬(Vessel)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2,400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조성된 수직 공중 공간이며, 인도 라자스탄의 계단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알려졌...
뉴요커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브라우니 전문점, Fat Witch Bakery | 팻 위치 베이커리. 초콜릿 풍미 가득한 브라우니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집에서 직접 브라우니를 굽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창업자 Patricia Helding 또한 월 스트리트의 금융권에서 재직하던 시절 브라우니를 구워서 동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은 레시피인 만큼 맛에 자신이 있었고, 동료들도 맛에 반해서 극찬을 연거푸 퍼붓자 자신감을 얻고선 내친김에 브라우니 매장을 본격적으로 열었습니다. 1998년 첼시 마켓(Chelsea Market) 입점 이래 꾸준하게 뉴요커들 사이에서 최고의 브라우니로 회자되며 명성을 쌓았으며, 첼시 마켓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 집의 유명세가 널리 알려졌을 정도입니다. 저 또한 뉴욕에 올 때마다 들르는 곳이지만 돌이켜 보니 여태 블로그에 방문기를 남긴 적이 없었길래 이번 만큼은 카메라를 들고 다시 방문했습니다. 어라 이 건물은 예전에만 해도 없었던 건물인데. 'Yext'라고 적혀 있길래 뭔가 했더니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제공 업체라고 합니다. 그 옆에 구글의 뉴욕 사옥이 있었구요. 1930년에 지은 옛 기차역 건물을 구글이 전부 매입해서 사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첼시(Chelsea) 일대에서 첼시 마켓은 18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 ...
뉴욕에서 유행에 가장 민감한 쇼핑 지구, SoHo | 소호. 'South of Houston'의 약자인 소호는 이름 그대로 휴스턴(Houston) 街의 남쪽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약 26개의 블럭마다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이며 신진 디자이너의 부티크라던가 소호 한정으로 선보이는 독특한 제품들로 넘치다 보니, 소호의 거리를 천천히 배회하기만 해도 뉴욕의 따끈따끈한 유행을 어림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걷기에도 좋고 쇼핑 중간에 커피를 즐기거나 맛 좋은 디저트를 즐긴 공간도 널려있으니 뉴욕에 오면 소호를 항상 들러서 거닐곤 했습니다. 이번 뉴욕 여행 때도 어김없이 소호를 방문해서 밀린 쇼핑을 해치우고 최신 트렌드를 익혔습니다. Spring Street 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소호의 동쪽 끝에서 여정을 시작했어요. 여기는 차이나타운과 인접했다 보니 곳곳에 중국어로 적힌 간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중국계 미국인이 꼬집은 점인데, 유독 차이나타운에 가면 성조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계 미국인들이 이렇게 애국심이 없으니까 더더욱 미국의 정치인들이 중국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것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근데 정말 미국 어딜 가도 보이는 성조기가 유독 차이나타운에서만 안 보이긴 해요. 여튼 이곳 끝자락에 가면 외벽이 온통 그래피티로 뒤덮인 건물이 나옵니다. 이곳이 정체는 바로 슈프림(Supreme). 뉴욕 본점이 바로 소호에 ...
뉴욕 최고의 쿠키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강자, Ceremonia Bakeshop | 세레모니아 베이크샵. 맨해튼에서 강 건너 브루클린의 Williamsburg에서 2019년에 문을 연 이곳은 베트남계 미국인 아내와 도미니카인 남편이 서로의 문화를 빵과 쿠키에 녹이면서 다른 제과점들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색다른 문화적 배경도 흥미롭지만 초코칩 쿠키를 기가 막히게 굽기로도 세간에 명성이 자자합니다. 미국인들에게 있어 '국민 간식'인 쿠키를 잘 굽기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강을 건넜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스트 강을 건너 Bedford Avenue 역에서 내렸습니다.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동네의 관문 역할을 하는 지하철 역입니다. 역 밖으로 나오니 확실히 맨해튼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피자 가게도 분위기가 남다르구만. SoHo에서 맛있는 채식 요리를 즐겼던 The Butcher's Daughter도 윌리엄스버그에 지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동네도 젊고 활기찬 동네라는 의미? 세탁소 간판도 남다르구만. 지나가는 길에 본 빵집은 간판에 자전거를 담은 점이 익살스러웠습니다. 이 동네는 다들 개성이 넘쳐서 이렇게 무언가 차별되는 포인트가 없으면 오래 버티기 힘들 듯.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은 하도 자주 보니 이젠 신기하지도 않을 지경. 여긴 또 ...
뉴요커들이 최고의 치즈 버거로 손꼽는 식당, One White Street | 원 화이트 스트리트. 상호가 워낙 길다 보니 다들 '1WS'로 축약해서 부르며 심지어 자기네들도 1WS라고 부릅니다. 미슐랭 3스타 Eleven Madison Park 등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은 Austin Johnson 셰프가 2021년 8월에 문을 연 식당입니다. 뉴욕 근교의 Rigor Hill Farm 으로부터 재료의 90%를 공급 받고, 두툼한 쇠고기 패티를 두 장이나 담은 치즈 버거가 훌륭하기로 뉴요커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 버거를 논할 때 거의 항상 언급이 될 만큼 단단하게 입지를 다졌어요. 버거 없이는 못 사는 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송하는 치즈 버거가 궁금해서 방문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떠나는 길. 미국 헬스장엔 운동에 미친 괴물들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파워 랙은 항상 누군가가 쓰고 있어서 사용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인지 기구를 서로 나눠 쓰는 문화가 있던데 이건 정말 익숙해지지 않더라구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 냄새나는 지하철도 자꾸 타다 보니 정이 드네. Canal St 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지극히 ‘뉴욕스러운‘ 풍경. 빌딩들이 높게 솟은 미드타운도 좋지만 로어 맨하탄엔 여기 나름의 매력이 감돕니다. 산업혁명 시절 때 지어진 것 같은 빌딩들. 저런 곳에 살면...
자본주의의 절정을 실감할 수 있는 광장, Times Square | 타임 스퀘어. 국립국어원이 권장하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타임스 스퀘어'가 맞긴 한데 이미 세상 사람 모두 '타임 스퀘어'라고 부르는 만큼 저도 따르겠습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대형 전광판들이 번쩍거리며 송출하는 광고들이 장관을 이루는 명소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상업주의를 자아내고 있고, 특유의 시끌벅적하고 엄청난 인파 때문에 미국에서 살았을 땐 이곳을 피했으나 이젠 오랜만에 뉴욕을 간 만큼 저도 '관광객 모드'로 다니고자 타임 스퀘어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뉴욕의 발'인 지하철을 타고 이동.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깔끔해지고 쾌적해지긴 했어요. 이제는 핸드폰도 잘 터지더라구요. 그렇긴 해도 '빌런' 승객들도 잊을만 하면 등장하긴 합니다. 서로 시비가 붙어서 주먹질하는 모습은 뉴욕 지하철에서 감상할 수 있는 행위예술 중 하나. 여튼 이번에도 호쾌한 한바탕을 뒤로한 채 지하철을 나와서 타임 스퀘어로 향합니다. 이 동네 상가들도 공실이 은근히 있구나.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때도 오프라인 매출은 1%도 늘지 않은 반면 온라인 매출은 14.6%나 늘었다고 마스터카드에서 분석했더라구요. 타임 스퀘어 곳곳에서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 셀카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임 스...
한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뉴욕의 베이글 명소, Ess-a-Bagel | 에사 베이글. 국내에선 소위 '뉴욕 3대 베이글'이라는 정체불명의 명단에 등재되면서 인지도를 확실하게 가져간 에사 베이글은 사실 뉴요커들도 사랑하는 베이글 가게이긴 합니다. 1976년에 3rd Ave에서 문을 열어 속이 꽉 찬 베이글을 선보이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특히 샌드위치를 만들기에 적합한 'Jumbo Fluffy' 베이글을 뉴욕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루종일 베이글을 굽는 만큼 언제 방문하더라도 갓 구운 따끈따끈한 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에사 베이글이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에요. 일전에 뉴욕 베이글 신성인 Apollo Bagels에서 젊은 세대에게 사랑 받는 베이글을 맛본 만큼 이번에는 유구한 전통을 지닌 베이글을 맛보러 Ess-a-Bagel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포토그라피스카(Fotografiska) 구경 후 지하철을 타고 윗동네로 향했습니다. 뉴욕 지하철은 Uptown 혹은 Downtown으로 방향이 구분되다 보니 참 직관적이고 편해요. 기업들이 즐비한 3rd Ave & 51 St. 어라 판다 익스프레스네? 도심 외곽의 쇼핑몰에서는 종종 봤어도 이렇게 도심 한복판에 매장이 있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봐서 신기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금방 Ess-a-Bagel에 도착했습니다. 대로에 있다 보니 찾기 쉬웠어요. "Ess-a-B...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인 파티세리, Lysée | 리제. 최근 들어 뉴욕에서는 여러 형식의 한식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페이스트리 분야에서도 한국인 쉐프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 핵심축에 있는 곳이 바로 Lysée 입니다. 뉴욕의 미슐랭 2스타 한식당 '정식당(Jungsik)'의 페이스트리 셰프로서 '디저트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였던 이은지 셰프가 2023년 6월 자신만의 정체성을 녹인 파티세리를 그레머시 공원 인근에 열었습니다. 한국적인 미를 모양새에 담아내고 볶은 현미 등 한국의 식재료를 적극 사용하여 뉴요커들에게 새로운 맛을 선사했습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호평일색이길래 더더욱 이곳이 궁금해서 날 잡고 방문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이날 바깥 온도가 30도가 넘을 만큼 푹푹 찌는 더위를 기록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객차 안에 에어컨이 고장난 바람에 찜통이 따로 없었습니다. 너무 덥고 습해서 중간에 내려서 다음 열차를 타고 가야했을 정도. 근데 뭐, 이런 게 뉴욕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요? 이 동네 지하철은 A에서 B까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무탈하게 가기만 해도 감사할 지경. 지하철 23 St 역 밖으로 나오니 거대한 화장품 광고가 반깁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딘가 기괴한 느낌. 이 길이 어딘가 낯이 익다 싶더니, 예전에 Cosme라는 멕시코 식당을 갈 때 지나갔던 길이더라구요. ...
쿠바식 중화요리로 입지를 다진 재밌는 중식당, La Dinastia | 라 디나스티아. 이민자의 도시인 뉴욕에서는 전세계 모든 음식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심지어 라틴계 중화요리를 내세우는 중식당도 여럿 성업 중입니다. 어퍼 웨스트 사이드(UWS)에 많이들 정착한 덕분에 이곳에 오면 동네 주민들이 조용히 찾는 라틴계 중식당들이 제법 있는 편이며, 개중 La Dinastia가 틱톡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외지인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계 쿠바인인 Richard Lam이 1986년에 뉴욕으로 이민 오면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한 쿠바식 중화요리 전문점이며,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의 요리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치킨 크래클링(Chicken Crackling)이라 부르는 순살 치킨이 이 집의 하이라이트. 곳곳에서 이 집의 쿠바-중국식 치킨을 극찬하길래 도대체 어떤 맛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해서 저도 방문해 봤습니다.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내립니다. 뉴욕의 지하철이 참 더럽고 냄새가 나긴 해도 어디를 갈 때 지하철처럼 빠른 수단이 없습니다. 괜히 택시 탔다가 교통 체증에 걸리면 어휴. 72 St 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일전에 르뱅 베이커리(Levain Bakery)의 본점에 오기 위해 내렸던 바로 그 역입니다. 그래도 지하철 역 출입문이 제법 고풍스럽네요. 핫도그로 유명한 노포(老舗)인 '그레이...
자타가 공인하는 뉴욕 쇼핑의 중심가, Fifth Avenue | 5번가. 맨해튼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대로인 5번가의 양 옆으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과 호화로운 백화점들이 끝없이 도열해 있습니다. 전세계의 부가 몰리는 뉴욕에서도 가장 화려한 거리로 손꼽히며 과거 인기를 끌었던 미드 '가십 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에서도 5번가의 화려함이 제법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랜만에 뉴욕을 온 만큼 5번가를 거닐면서 쇼핑을 즐겼습니다. 우선 5번가의 상징인 애플 스토어부터 시작! 스티브 잡스 등 애플 경영진들이 잊을만 하면 방문하던 핵심 매장입니다. 2006년 개업 당시에만 해도 이렇게 유리로만 된 설계가 큰 화제였으며, 전세계 애플 스토어 중 유일하게 24시간 운영하면서 언제나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 스토어 맞은편에는 5번가를 대표하는 호화로운 백화점 중 하나인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이 있습니다. 특히 쇼윈도 장식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소위 '올드 머니'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큼직한 건물은 여성관이고 남성관은 조금 더 작은 건물에 따로 있었습니다. 이왕 온 김에 이것저것 둘러 보고 쇼핑도 겸사겸사 해야죠. 로로 피아나(Lolo Piana) 매장은 물론이며 제냐(Zegna) 등 여러 브랜드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여긴 쇼핑객이 별로 없어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옷도 사고 귀국 선물...
최근 뉴욕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매쉬드 버거, Gotham Burger Social Club | 고담 버거 소셜 클럽. 국내에서는 '스매쉬드 버거(Smashed Burger)'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다 보니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패티를 그릴에서 짓눌러 익히는 방식이 특징이며 쉐이크쉑 버거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요 근래 뉴욕의 요식업계 트렌드를 보면 스매쉬드 버거가 각광 받는 흐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뉴욕엔 숱한 스매쉬드 버거 전문점들이 성업 중인데요, 7th Street Burger, Harlem Shake, Hamburger America 등 기라성 같은 버거 매장들 사이에서 두각을 내는 곳이 바로 Gotham Burger Social Club입니다. 오클라호마식 스매쉬드 버거를 표방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팝업 매장 운영 끝에 2024년 1월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개업했습니다. 전세계에서 버거를 가장 사랑하는 미국인들이 인정한 가게인 만큼 궁금해서 방문했습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 아래에 있는 동네인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에 왔습니다. 100년 넘은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현대적인 건물들이 공존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거리에 쓰레기와 그래피티도 함께 공존. 뉴욕을 처음 오신 분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지저분한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별 ...
'희대의 사기꾼' 애나가 사랑했던 프렌치 레스토랑, Le Coucou | 르 쿠쿠. 시카고 태생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요리로 대성한 Daniel Rose 셰프가 2016년 귀국 후 뉴욕에 진출하여 본격적으로 클래식 프렌치를 선보인 공간입니다. 한동안 뉴욕에서 프렌치를 즐기고 싶을 땐 다들 Le Coucou를 떠올렸을 정도이며,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의 주인공인 사기꾼 애나 델비(Anna Delvey)가 실제로 지인들을 이곳에 자주 데리고 와서 사기를 쳤다고 합니다. 식당의 이미지에 긍정적인진 모르겠지만 화려한 삶을 표방한 사기꾼에게도 흡족스러웠던 식당입니다. 지금은 정통 프렌치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서 요리에 변주를 주고 있다고 해요. 매번 가 보고 싶었던 식당이여서 친구들과 방문했습니다. 뉴욕 쇼핑의 중심지 중 하나인 소호(SoHo). 거의 모든 브랜드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어지간한 갤러리들도 죄다 소호에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만 해도 소호 땅값이 저렴했어서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결국 땅값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꼈다고 해요. 아이스크램 브랜드 '밴 앤 제리스'가 붙인 포스터들을 지나 르 쿠쿠에 도착했습니다. 간판이 없다 보니 언뜻 보기엔 제대로 왔나 헷갈리지만 "Le Coucou" 전등 위에 네온사인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미국 식당들이 으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