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 파리에 눌러 앉아 성공시킨 커피 명소, La Caféothèque de Paris | 라 카페오테크 드 파리. 파리 주재 과테말라 대사로 부임했던 커피 애호가 글로리아 몬테네그로(Gloria Montenegro)氏가 당시에만 해도 천편일률적으로 맛이 없었던 파리의 커피 수준에 개탄하여 2005년 직접 연 카페입니다. 싱글 오리진에 대한 고집으로 유명하고 처음에만 해도 커피를 하나하나 드립으로 내렸지만, 어느날 이탈리아의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제작사인 '라 마르조코(La Marzocco)'의 CEO가 와서 이 집의 커피를 마셔 보고는 "우리 기계를 써도 좋습니다" 라며 큼직한 머신을 보내 왔다고 합니다. 커피 맛도 맛이지만 어딘가 자유분방한 듯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로 한국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렸습니다. 퐁 마리(Pont Marie) 역 인근의 어느 인적 드문 거리. 센 강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여기는 희한하게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인적 드문 동네에서 유난히 사람들이 몰린 곳이 바로 목적지인 '라 카페오테크' 카페입니다. 공식적인 이름은 "La Caféothèque de Paris"이지만 다들 편의상 "La Caféothèque"라고 부릅니다. 간판에 통일성이 없어서 오히려 정감이 갑니다. 거리를 지나던 어느 한 시민의 환한 미소는 덤. 카페 안으로 들어 와서 주문하러 가는 길에 무심한 듯 진열한 케이크가 눈에 ...
일본을 넘어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돈코츠 라멘, Ippudo | 잇푸도 | 一風堂. 걸쭉한 돼지 육수로 국물을 내는 돈코츠 라멘의 발양지인 후쿠오카에서 1985년에 문을 열었으며, 당시에만 해도 손님이 주로 남자 뿐이던 라멘집에 여자들도 부담없이 올 수 있도록 매장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하여 큰 성장을 이뤘습니다. 오늘날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매장을 두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세계인들에게 돈코츠의 맛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파리지앵들이 특히 일식을 사랑하다 보니 여기에서도 잇푸도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오늘날 도심에 3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즐기는 프랑스 음식도 물론 너무 맛있고 훌륭하지만, 며칠 연속으로 먹다 보니 이제는 뭔가 국물 있는 걸 먹고 싶어서 잇푸도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후쿠오카와 도쿄는 물론이고 뉴욕, 런던, 그리고 상하이에서도 잇푸도 라멘을 즐겼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브랜드 명예 홍보대사네요. 주변에 대학교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젊고 활기찬 생제르맹(Saint-Germain) 그러다 보니 이런 감각적인 식당들도 많고 2030대가 좋아하는 옷 브랜드들도 이 동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람들로 북적이던 Rue de Buci를 지나 인적 드문 골목으로 접어들면 중식당들 사이에 잇푸도가 있습니다. 간판에 알파벳 ...
두 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콩피즈리(confiserie), Boissier | 부아지에. 1827년 파리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감각적인 틴 캔 속에 담긴 크하컹(craquantes) 과자와 초콜릿을 감싼 봉봉(bonbons) 사탕, 꽃잎처럼 얇은 초콜릿 등 남다른 디저트로 주목 받았습니다. 빅토르 위고가 이곳에 헌정하는 글을 썼을 만큼 시대를 풍미했던 콩피즈리이며, 과거를 향한 노스탈지아와 현대적인 기술의 균형을 이루어서 감각적인 디저트를 세상에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는 어딘가 색다른 곳을 방문해 보고 싶어서 들렀습니다. 지하철 12호선 Rue du Bac 역에서 내려서 햇빛을 좀 쐬고 부아시에로 걸어 갑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뭔가 어감이 이상한 '박 가(Rue du Bac)' 거리를 걷다 보면 금세 부와지에 매장이 나옵니다. 파리에서 영업 중인 두 매장 중 하나이며 본점은 여기가 아닌 파씨(Passy)에 있습니다. 매장을 들어가기 전에 쇼윈도가 시선을 강탈합니다. 캬 이런 선물 받으면 기분 너무 좋겠다. 저 안에 든 것이 전부 초콜릿입니다. 사탕도 그냥 담은 게 아니라 모양과 색감을 맞춰서 신경을 썼습니다. 뭔가 옛날 흑백 영화에서 보던 백여 년 전의 프랑스 감성이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은 게 포인트. 쇼윈도는 충분히 봤으니 매장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우선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클래식 프렌치계의 전설, L'Ambroisie | 랑브루아지. Vivarois 등 당대를 풍미하던 레스토랑들을 거친 베르나르 파코(Bernard Pacaud) 셰프가 1981년에 개업했고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88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연속 미쉐린 3스타로 인정 받을 만큼 맛과 실력에 대해선 까다로운 파리지앵조차 이견이 없을 정도입니다. 2015년엔 이곳에서 오바마가 프랑스 대통령과 저녁 만찬을 가지기도. 특히 랑브루아지의 랑구스틴과 농어 요리는 반드시 맛을 봐야한다고 할 만큼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자랑하는데, 그만큼 예약하기 정말 어렵긴 하지만 운 좋게 테이블을 잡게 되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랑브루아지로 향했습니다. 이게 간판인지 꽃밭인지 분간이 안 가는 어느 화려한 카페를 지나서 좁은 통로를 통해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 일대로 들어갑니다. 17세기 무렵에 지어진 건물들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 파리는 동네마다 이런 매력적인 공간들이 있으니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광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예약 시간이 임박했기에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바깥에 딱히 간판을 걸어 두지 않아서 랑브루아지를 찾기 쉽지는 않습니다. 아치 뒤에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있습니다. "L'AMBROISIE" 다이닝 홀 전경. 클래식 프렌치를 선보이는...
파리 쇼핑 기행에서 빠지지 않는 브랜드, Hermès | 에르메스. 본래 마구(馬具) 등 승마용품을 제작하던 공방으로 가죽 제품을 만들던 에르메스는 두 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버킨백 등 히트작을 선보이며 파리는 물론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승마용품과 가방도 물론 널리 알려졌지만 요즘엔 스니커즈부터 스카프에 주방용품까지 삶의 많은 부분에서도 에르메스와 함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날 파리에는 총 세 곳의 매장을 두고 있는데, 저는 세브르街(rue de Sèvres)의 매장과 샹젤리제 거리 근처 조르주 상크 대로(avenue George V)의 매장을 들러서 4년만의 유럽 여행을 자축했습니다. 온갖 고가 브랜드를 전부 집결시킨 백화점인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e)가 있는 세브르街. 어머니께서 부탁하신 화장품을 이것저것 사고선 (샘플 받아 온 것을 보시더니 "역시 남자 혼자서 가니까 하나도 안 챙겨 주네"라고 궁시렁) 에르메스에 왔습니다. 사실 바로 옆 매장이 초콜릿으로 유명한 '라 메종 뒤 쇼콜라(La Maison du Chocolat)'여서 일단 초콜릿부터 먹고 쇼핑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그냥 에르메스부터 갔습니다. 밖에서 봤을 땐 그렇게 큰 것 같지 않지만 안에 들어 오면 제법 규모가 큽니다. 예전에 수영장이던 건물을 개조했다고 해요. [2018년도 방문기...
최근 홍콩에서 인기를 끄는 버블티 프랜차이즈, Aboutea | 花斑茶社. 침사추이 본점을 필두로 오늘날 홍콩 전역에서 16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어바웃티(Aboutea)는 명차로 유명한 대만 중부의 난터우(南投)에서 자란 차를 고집하여 향미를 고수한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청량한 느낌을 지향하고 있으며 K팝과 칸토팝과 연계한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이왕 홍콩에 온 김에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버블티를 맛보고 싶던 찰나, 어바웃티의 본점이 호텔 근처에 있길래 빗길을 뚫고 방문했습니다. 홍콩 섬에서 저녁을 먹고선 호텔이 있는 침사추이로 돌아가는 길. 바다를 건너야 하지만 지하철로 시원하게 뚫려 있으니 1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침사추이(尖沙咀) 역에서 내려서 미로같은 지하 통로를 지나 E번 출구로 나옵니다. 홍콩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이 지천에 널려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 가게 장사 잘 되네요. iSQUARE라는 이름의 쇼핑몰 옆에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어바웃티 매장이 나옵니다. 본점이라기엔 규모가 너무 작아서 살짝 당황. 영어로 된 상호 'Aboutea'보다 중국어 상호인 '花斑茶社'를 더 강조하고 있다 보니 처음 오시는 분들은 헷갈릴 수 있습니다. 珍珠奶茶 버블 밀크티 - 28 HKD (약 4,900원) 사실 음. 이 집 밀크티에서 다른 가게 밀크티 대비 어...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에서 즐기는 광동요리 정찬, Man Wah | 文華廳. 홍콩을 기반 삼아 전세계로 뻗어 나간 특급호텔인 만다린 오리엔탈이 호텔 개관으로부터 5년 후 1968년에 문을 연 광동요리 전문점입니다. 남다른 광동요리 솜씨로 홍콩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코로나 때 6개월간의 보수 공사를 거쳐 2021년에 보다 쾌적한 25층의 공간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곳을 다녀간 분들의 평이 제법 좋길래 맛이 궁금해서 방문해 봤습니다. 바다 건너 커우룽에 있는 ICC에서 볼일을 마치고선 홍콩 섬으로 출발했습니다. 바다를 건넌다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커우룽과 홍콩 섬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됐습니다. 맥심 케이크(Maxim's Cakes)라는 이 빵집은 홍콩 어디를 가도 보이더라구요. 홍콩판 파리 바게트? 여튼 센트럴(Central) 역에서 내린 후 미로같은 통로를 지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과 가장 가까운 St George's Building 방향 출구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센트럴 역은 언제 와도 너무 헷갈립니다. 밖으로 나오니 고요하구만. 황후상 광장 앞에 높이 솟은 HSBC 빌딩에선 홍보 영상을 끊임없이 송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금융 도시로서 홍콩의 위상이 여전히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깥은 너무 덥고 습하니까 서둘러 호텔 안으로 들어갑니다. "MANDARI...
홍콩식 에그 타르트의 대표명사. Tai Cheong Bakery | 泰昌餅家. '에그 타르트'를 떠올릴 때 대부분 포르투갈이나 마카오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홍콩 역시 꾸준히 실력을 쌓은 에그 타르트 명가들이 많은 편입니다. 타이청 베이커리는 홍콩에서 1954년 개업 이래 70년간 꾸준하게 에그 타르트 외길을 걸으면서 홍콩 주민들의 마음을 샀습니다. 영국령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도 타이청의 에그 타르트를 즐겨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저 역시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타이청을 잊지 않고 방문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잊지 않고 타이청의 에그 타르트를 맛보러 들렀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슝완(上環) 역에 도착. 사실 여기보다는 센트럴 역과 더 가깝습니다. 그래도 홍콩의 밤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어서 일부러 슝완 역에서 내렸습니다. 좁은 도로 양 옆에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이 가득하고 도로엔 알록달록한 택시와 차량들로 가득찬 모습이 '홍콩스러움'을 더합니다. 길 건너에 보이는 펜싱 체육관이 멋스럽네요. 다들 펜싱도 참 매력 있는 스포츠라고 하던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해가 떨어졌어도 여전히 덥고 습한 홍콩의 거리를 뚫고 타이청에 도착했습니다. 유명세에 비해 매장은 작은 편입니다. 가게 안에 따로 취식 공간이 없기에 포장만 가능합니다. 늦은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진열장엔 갓 구운 에그 타르트로 가득했으며 한국에...
흔히들 '홍콩'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모습인 높은 고층빌딩들은 대부분 홍콩에서도 '홍콩 섬'에 몰려 있습니다. 1841년 빅토리아(Victoria)라는 정착지로 세를 키운 홍콩 섬은 세월이 흐를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오늘날의 복잡한 도시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러한 홍콩 섬의 풍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은 크게 홍콩 섬에 위치한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와 바다(?) 건너 커우룽 반도의 해안 산책로인데, 마침 제가 투숙한 랭햄 호텔이 커우룽 반도 해안 산책로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여서 겸사겸사 홍콩 섬의 전망과 야경을 구경하러 나왔습니다. 하필 비가 주륵주륵 흐르지만 일단 개의치 않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어째 갈수록 빗줄기가 거세지는 느낌이지만 일단은 출발했습니다. 침사추이 일대가 좋은 점 중 하나는 거의 모든 건물들이 지하로 이어져있다는 점! 덕분에 비를 맞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지하 상가에 입점한 이런저런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빵집들이 제법 많았는데 다들 장사가 잘 되더라구요. 여튼 그렇게 지하 통행로를 한 10분 정도 걸어서 밖으로 나왔더니, 아니 무슨 비가 이렇게 쏟아진대? 밖으로 나온지 3분도 안 되어 사방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에 옷이 다 젖었고 빗물에 카메라 렌즈로 흐릿했지만 일단 여기까지 온 만큼 해안가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비에 쫄딱 젖은 채로 해안 산책로까지 오긴 했는데 이건 뭐 쏟...
완성도 높은 완탕면으로 유명세를 얻은 가게, Tsim Chai Kee | 沾仔記. 홍콩섬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인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일대에서 2010년에 개업했으니 역사가 긴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 좋은 완탕면으로 단숨에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입맛도 사로잡았습니다. 고명으로 쇠고기와 생선 완자, 완탕을 올린 계란 국수가 이 집의 하이라이트! 국수 하나로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으로 수년 연속 인정 받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볼일을 마친 후 저녁으로 제대로 된 완탕면을 한 그릇 먹고 싶어서 방문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Central) 역으로 나오니 낮이나 밤이나 정신 없는 거리가 펼쳐집니다. 특히나 센트럴 일대는 안 그래도 길도 좁은데 사람들은 워낙에 많이 다니다 보니 더더욱 정신이 없습니다. 사실 원래는 카레 국수로 유명한 '카우키(九記牛腩)'를 가려고 했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제가 간 날에 주방 공사로 휴무래요. 이 정도 우연이 겹친 만큼 복권이라도 사야할 듯. 카우키가 문을 닫은 만큼 대안으로 생각해 둔 침차이키로 얼른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가는 길에 시장 구경도 하고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일대 가게들도 구경해 봅니다. 지나가던 길에 '서웡펀(蛇王芬)'이라는 뱀탕 가게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홍콩 방문 땐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미처 방문하지 못했으나, 홍콩 현지인들 사이에선...
유독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하와이 향토 카페, Island Vintage Coffee |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1996년에 첫선을 보인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는 100% 코나 커피만을 고집하여 하와이 커피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막상 대부분의 매장은 오아후 섬에만 있고 빅 아일랜드에는 하나 뿐이지만, 오히려 도쿄, 요코하마 및 카마쿠라에 매장이 있을 만큼 일본에 적극적으로 진출했어요. 그래서인지 하와이에 있는 매장들도 유달리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합니다. 와이키키 해변에 인접한 쇼핑몰인 로얄 하와이안 센터에 방문한 김에 2층에 있는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를 들러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일전에 쉐이브 아이스를 즐겼던 아일랜드 빈티지 쉐이브 아이스도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와 같은 계열입니다. '로열 하와이안 센터' 와이키키 해변에 왔으면 여기를 한 번 쯤은 지나갈 수 밖에 없을 만큼 이 일대에서 독보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매장이 나옵니다. 오후 3시 40분 쯤에 오니 빈 자리가 많았어요. "ISLAND VINTAGE COFFEE" 출입문에 JCB 카드의 스티커가 유독 큼직하게 붙어 있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하와이처럼 JCB가 환영받는 동네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우선은 주문부터. 사진에 보이는 바리스타 카운터에선 음료 픽업만 가능하고 주문은 따로...
명실상부 하와이를 대표하는 해수욕장, 와이키키 해변 | Waikiki Beach. 사시사철 항상 따스한 기후를 자랑하는 하와이엔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해변들이 섬마다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해변은 아무래도 와이키키 해변입니다. 하와이의 다른 해변과 달리 여긴 호놀룰루 한복판에 있으며, 해수욕장 바로 앞에 특급 호텔들이 즐비한 만큼 부산 해운대에 온 기분도 살짝 들 정도입니다. 와이키키 해변이 넓진 않아도 이곳만의 분위기가 가득하고 접근성이 워낙 좋은 만큼 하와이에 온 관광객이라면 와이키키 해변을 꼭 가는 편. 마침 제가 지낸 하얏트 리젠시 호텔 바로 앞이 와이키키 해변이여서 종종 바닷가로 나가서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와이키키 해변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텔 시설이 전반적으로 낡긴 했어도 이런 전망이 있으니 용서가 됐어요. 이른 아침부터 배도 띄우는 등 레저를 즐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의 해수욕장 자체는 보시다시피 모래사장이 그닥 넓지 않습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절반 크기도 안될 듯. 저 배는 돛이 무지개네. 미국에 와서 보니까 LGBT가 이젠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된 느낌입니다. 이것도 근데 하와이처럼 '블루 스테이트' 한정이겠죠? 해수욕장 내려가기 전에 어디로 가면 사람들이 없...
KFC의 야성을 넘은 미국 최고의 치킨 프랜차이즈, Chick-fil-A | 칙필레.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프랜차이즈를 전부 통틀어 고객 만족도 1위를 자랑할 만큼 명성을 쌓은 칙필레는 오직 치킨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번 사이에 치킨 패티 한 장을 담은 게 전부지만 기본기에 워낙 충실하고 '칙필레 소스'라 부르는 특제 양념이 워낙에 찰떡궁합을 자랑하다 보니 먹어본 사람들은 금세 칙필레에 빠져들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유학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쯤은 칙필레를 먹었을 만큼 각별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매장이 없지만 호놀룰루에서는 매장을 두 곳 영업 중이길래 알라 모아나 센터 지점을 헐레벌떡 찾아갔습니다. 아아 그리운 님이여. 일전에 알라 모아나 센터를 소개할 때 간략하게 다룬 푸드 코트에 다시 왔습니다. 프라이드 치킨 핑거를 내세우는 레이징 케인스(Raising Cane's)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이 푸드 코트에 입점하고 있었습니다. 판다 익스프레스는 워낙 유명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죠. 미국식 중화요리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으며 오렌지 치킨이 대표작입니다. 어라? 스바로(SBARRO)는 파산 신청했었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상황이 좀 괜찮나 보네요. 하와이의 향토 치킨 브랜드인 라하이나 치킨 컴퍼니(Lahaina Chicken Company) 또한 알라 모아나 센터에 입점했습니다. 여기는 어떻게 보면 칙필레의 가장 큰 적수 중 하...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야외 쇼핑몰, Ala Moana Center | 알라 모아나 센터. 땅이 좁은 하와이에서도 더더욱 좁은 호놀룰루에 어떻게 세계 최대 야외 쇼핑센터가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지만, 알라 모아나 센터 측에서는 자신들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주장이 그럴싸한 점이, 쇼핑센터 부지에 백화점과 슈퍼마켓까지 따로 있을 만큼 '원스탑 쇼핑'이 가능한 곳입니다. 하와이의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브랜드들도 이곳에 오면 거진 다 있으며, 주차가 편리하다 보니 하와이에서 쇼핑을 즐기는 분들은 알라 모아나 센터를 한 번 쯤은 꼭 방문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저두요. 낮에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실컷 놀고선 씻고 알라 모아나 센터로 출발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참 국기를 좋아해. 다른 나라를 가면 이렇게까지 국기를 보기 쉽지 않은데, 미국은 어딜 가도 성조기로 도배되어 있다는 점을 느낍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쇼핑몰로 향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핑크핑크한 닛산이 있길래 잠시 멈춰서 구경했습니다. 그렇게 알라 모아나 센터에 입성했습니다. '야외 쇼핑몰'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보시다시피 지붕으로 덮여있지 않고 이렇게 부분적으로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솔솔 부는 바람을 맞을 수 있어서 더위를 식힐 수 있었어요. ...
하와이의 명물 간식 '말라사다' 도넛의 원조, Leonard's Bakery | 레오나즈 베이커리. 포르투갈의 전통 도넛인 말라사다(malasada)를 19세기에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보급하면서 하와이에 널리 퍼졌습니다. 이중 설탕 농장에서 일하던 포르투갈 출신 Leonard 부부가 1952년에 호놀룰루에서 문을 연 레오나즈 베이커리는 지역 주민들의 입맛에 맞춰 개량한 말라사다 도넛을 선보여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제가 이번 하와이 여행을 시작했던 빅 아일랜드엔 매장이 없고 오로지 오아후 섬에서만 성업 중이라, 호놀룰루까지 온 김에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말라사다를 맛보고자 방문했습니다. 사실 뭐,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도넛은 언제나 좋죠. 레오나즈 베이커리는 오아후 섬 곳곳에 있습니다. 본점은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주차하기도 여간 까다롭다고 해서 와이켈레 아울렛을 들르는 김에 아울렛 건너편에 있는 레오나즈 베이커리의 카트형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아울렛 맞은편에 가면 대형 마트인 Safeway, 주택자재 매장인 Lowe's, 맥도날드, KFC, 칠리스 등 패스트 푸드 매장들이 즐비한 거대한 쇼핑몰이 나옵니다. 미국의 외곽에 가면 흔히 보이는 그런 류의 쇼핑몰이에요. 주차장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렇게 다들 차를 몰고 다니니까 대중교통이 더더욱 발전하지 않죠. 쇼핑몰에서 펫코(Petco)라는 애...
싱가포르 여행 사진의 배경에 항상 등장하는 곳, Merlion Park | 멀라이언 파크. 사자 머리에 물고기의 몸통을 가진 상상의 동물인 머라이언(Merlion)의 동상이 빌딩 숲을 배경으로 물을 내뿜고 있는 공원입니다. '사자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은 싱가포르를 익살스럽게 상징하기 좋은 마스코트를 몰색하다가 싱가포르관광청(STB)가 사용하던 로고가 낙점되어, 1972년에 머라이언의 동상을 세운 공원을 풀러턴(Fullerton) 호텔 앞에 새롭게 조성했습니다. 싱가포르 다운타운에서 도보권에 있는 만큼, 퇴근하고 방문했습니다. 호텔을 나와서 Somerset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두리안 금지! 두리안 냄새가 심해봤자 얼마나 심할까 했는데, 호텔에서 두리안 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는데도 그 두리안 특유의 냄새가 은근히 느껴질 만큼 강력하더라구요. 아이스크림도 그 정도면 실제 두리안은 냄새가 얼마나 밸지.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Raffles Place 역에서 하차! 싱가포르의 공용어인 타밀어도 병기되어 있었어요. 문자 표기에 동그라미 3개만 있는 것도 있으니 뭔가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귀엽네요. 역에서 내리니 거대한 싱가포르 국기를 배경으로 싱가포르의 어린이들과 군인들이 기쁨에 찬(?) 모습을 담은 거대한 벽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하여간 독특한 나라야. 지하철 역 안에 여러 가게들이 있...
중국을 넘어 동남아까지 장악 중인 밀크티 브랜드, CHAGEE | 패왕차희. 중국어로 '霸王茶姬(빠왕챠지)'라고 부르는 이 밀크티 브랜드는 2017년 11월 중국 운남성에서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언뜻 보기엔 디올(DIOR)의 디자인을 베낀 듯한 패턴 등 세련된 분위기를 무기 삼아 단숨에 '프리미엄 밀크티' 반열에 올랐으며, 그런 만큼 중국의 왕홍(网红), 그러니까 SNS 인플루언서들의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여기에다 부드러운 맛의 밀크티와 다양한 맛도 CHAGEE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 2024년 8월 싱가포르에도 매장을 열었으며, 오늘날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있는 밀크티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습니다. 마침 호텔 근처에 있길래 방문해 봤습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인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의 여러 쇼핑몰 중 하나인 orchardgateway. 지하철 Somerset 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유동 인구가 특히 많은 편입니다. 하이디라오(海底捞)의 거대한 광고부터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중국에서 온 훠궈 전문점이여서 그런지 중국어로만 광고 문구를 내거는 대범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요즘 중국은 경제가 워낙 안 좋다 보니 하이디라오조차 비싸서 외면 받고 있어서, 50%나 저렴한 '하이라오(嗨捞)' 라는 가성비 서브 브랜드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최근 5년간 주가를 봐도 어우.. 특유의 정갈한 인테리어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에서 맛보는 정통 인도 요리, Delhi Lahori | 델리 라호리. 싱가포르 어디에나 '호커 센터'라 불리는 저렴한 푸드 코트가 있지만, 인도계 주민들이 몰려 사는 리틀 인디아에 위치한 테카 센터(Tekka Centre) 라는 호커 센터는 싱가포르에서도 보기 드물게 수많은 종류의 인도 요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북인도부터 남인도까지,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요리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을 하나만 고르라 하면 다들 Delhi Lahori를 첫 손가락에 꼽습니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온 Naseer Ahmed Khan氏가 2018년에 문을 연 이곳은 화덕에 구운 난이 특히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마침 제가 커리도 좋아하고 난도 좋아하는 만큼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정통 커리와 난이 궁금해서 리틀 인디아로 향했습니다. 다운타운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지하철을 타면 환승해야 하길래 이번엔 처음으로 버스를 타 봤습니다. 생각보다 버스가 자주 오고 좌석도 넓어서 제법 쾌적하더라구요. 요금도 저렴한 편. 20~25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리니 이야. 인도가 여기 있네. 이곳에 오니 남인도에서 주로 쓰는 타밀어가 간판에 가득했습니다. 타밀어가 싱가포르의 4대 국어 중 하나이지만 사실 리틀 인디아를 벗어나면 거의 안 보입니다. 나름 그래도 타밀어로 방송하는 국영 방송국인 Vasantham도 있을 ...
싱가포르의 유명 중화요릿집이 선보이는 북경오리, Imperial Treasure Super Peking Duck. 상호만 들으면 뭔가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 싱가포르에서 2004년부터 꾸준하게 성장하며 오늘날 20곳 넘는 식당을 세계 각지에서 운영하는 임페리얼 트레져(Imperial Treasure) 그룹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북경오리 전문점입니다. 계열 산하 식당 중엔 미쉐린 1스타도 있으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차드 로드 쇼핑가의 태국계 백화점인 파라곤(Paragon)에서 북경오리 전문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 달에 3,000마리가 넘는 오리를 굽는데도 완판 행진을 이어갈 만큼 완성도 높은 북경오리로 입맛 까탈스런 싱가포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제가 북경오리를 워낙 좋아하는 만큼 이곳도 꼭 들르고 싶었어요. 오차드 로드의 쟁쟁한 쇼핑몰들 사이에서 파라곤 쇼핑 센터(Paragon Shopping Center)도 존재감이 강렬한 편입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구찌 등 여러 고가 브랜드들을 유치하여 경쟁 중입니다. 제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 마지막으로 방콕을 갔을 때도 파라곤 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시암 파라곤(Siam Paragon)'을 갔던 기억이. 'Paragon REIT' 역시 리츠의 성지인 싱가포르답게 파라곤 몰도 리츠로 상장되어 있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에 올라오니 바로 앞에 임페리...
싱가포르에서 맛보는 정통 인도네시아 요리, Cumi Bali | 쿠미 발리. 싱가포르에서 가장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섬인 바탐(Batam)까지 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만큼 두 나라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오늘날 싱가포르 주민의 4~5%를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차지할 만큼 왕래가 빈번한 편이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의 식문화도 싱가포르에 융합되곤 했습니다. 제가 오랜만에 동남아에 온 만큼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현지식 요리들을 맛보고 싶다고 하니, 현지 직원 분들께서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에 등재된 인도네시아 요릿집인 Cumi Bali를 제안하셨습니다. 1986년부터 성업 중인 Cumi Bali는 인도네시아 음식에서 특히 핵심이 되는 향신료를 기가 막히게 다루기로 입소문을 탔으며 싱가포르 최고의 인도네시아 식당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마침 현지 직원 분들께서도 인도네시아의 음식이 그립던 찰나였다고 해서 날 잡고 함께 방문해 봤습니다. 싱가포르의 유명한 식당들이 죄다 몰린 탄종 파가르(Tanjong Pagar) 일대. 다운타운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직장인들이 점심 먹으러 종종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CUMI BALI' 싱가포르의 전통적인 상가 건물 안에 쿠미 발리가 있었습니다. 매장 전경.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식당이 가득 찼습니다. 손님들은 거의 다 싱가포르 현지인들. 20...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펑리수 노포(老鋪), 지우전난 | 舊振南. 사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 남부의 항구 도시 가오슝(高雄)의 제과점이다 보니 타이베이를 놀러 오는 관광객들에겐 다소 생소한 편입니다. 무려 1890년에 개업하여 노익장을 과시 중이며 한빙(漢餅)이라는 대만 전통 과자에 서양식 제과 기술을 접목시켜서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후 속에 파인애플을 가득 채워 넣은 대만의 명물 과자인 펑리수(鳳梨酥)도 선보였으며, 당도가 적당한 편이라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대만에 온 만큼 제대로 된 펑리수를 맛보고자 미츠코시 백화점 內 지우전난 매장을 들렀어요. 각종 백화점, 맛집 및 카페들이 즐비한 타이베이의 주요 번화가 중 하나인 중산(中山). 유난히 일본스러운 느낌이 드는 이곳이 바로 신광 미츠코시 백화점입니다. 대만의 금융 재벌 신광(新光) 그룹이 일본의 미츠코시 이세탄(三越伊勢丹)과 합작하여 출범한 신광 미츠코시 백화점이 타이베이는 물론 대만의 주요 도시들마다 지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일본 브랜드들 위주로 입점되어 있습니다. 지하 1층 식당가/식품관에 내려오니 대만을 대표하는 소룡포 등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鼎泰豐)의 매장이 반기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건 여기도 마찬가지구나. 딘타이펑 맞은편에는 일본 고베의 유명 베이커리 체인 DONQ(ドンク)도 있었고, 세계 각지에 진출한 화과자 전문점 미나모토 킷쵸안(源 吉兆庵)도...
타이베이 시민들의 마음의 안식처, 용산사 | 龍山寺. 중국어로는 '롱샨쓰'라고 부르는 이 사원은 불교와 도교, 유교의 신 100여 존을 모시고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신앙의 공간이며 1738년 경 고향을 그리워하던 복건성 출신 이주민들이 창건한 타이베이 최초의 사찰입니다. 여러 신들이 혼재한 모습이 한국의 절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만큼 때에 따라 가장 알맞는(?) 신에게 소원을 빌 수 있어서 나름의 이점도 있다고 합니다. 대만식 사찰의 독특한 개성을 느끼고자 용산사를 찾았습니다. 근처에 있는 '샤오왕주과(小王煮瓜)'라는 식당에서 아침으로 루러우판(滷肉飯)을 먹고선 용산사로 천천히 걸어 왔습니다. 전각 지붕에 용 머리 장식들이 화려합니다. 한국의 절처럼 차분하고 얌전한 느낌과는 180도 거리가 멉니다. 본전에서는 관세음보살을, 후전에서는 도교의 신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대만 어르신들께서 정열적으로 몸을 던지면서 예불을 드리고 계셨습니다. 확실히 관광객은 거의 없는 편. 절대다수가 현지인들이었습니다. 용산사엔 저런 대형 향로가 7개 있으며 각자 영험하기로 소문난 신들에게 할당된 향로라고 해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할머니들은 불경 공부를 하러 나온 모양인데, 결국 자기들끼리 수다 삼매경에 빠지더라구요.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대만 국기를 여기선 자주 보니 뭔가 기분이 묘하기도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낡은 근대 건축물을 업사이클링한 성공 사례, 화산1914 | 華山1914. 공식 명칭은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이며 1916년 타이베이 한복판에 지은 과일주 양조장을 개조하여 전시장, 공연장과 상업 시설이 한데 모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공장은 1987년에 문을 닫고선 흉물로 방치 됐지만, 타이베이 당국과 예술가들의 오랜 협의 끝에 1999년 타이베이의 고적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의 모습으로는 2007년 들어서야 탈바꿈했습니다. 타이베이 여행에서 빠뜨리면 아쉬운 곳인 만큼 저도 들렀습니다. 첩운 샨다오쓰(善導寺) 역에서 내린 후 천천히 걸으면서 화산1914로 향합니다. 구도심이여서 그런지 건물에서 세월의 흔적이 제법 느껴집니다. 아무리 대만이 친일 국가라고 하지만 간판에 대놓고 히라가나만 적어 두는 건 여러모로 신기합니다. 저렇게 해도 손님들이 찾아 온다는 건 그만큼 히라가나/가타카나를 읽을 줄 아는 대만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지나가다가 유난히 이 카페 앞에서 사람들이 한가득 기다리고 있길래 도대체 뭐 하는 곳일지 궁금했습니다. 심플 카파(Simple Kaffa)라는 카페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월드 바리스타 챔퍼인십에서 우승한 대만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의 본점이라고 합니다. 아 이런 배경이 있다면 충분히 밖에서 기다릴 만 하죠. 카페를 지나니 넓은 들판과 함께 광장이 펼쳐집니다. 강아지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참 많...
대만 여행 선물로 손꼽히는 누가 크래커의 명가, 세인트 피터 | 聖比德. 사실 도대체 대만에 와서 왜 굳이 누가 크래커를 사는지 선뜻 납득이 되진 않고, 막상 현지인들은 평소에 누가 크래커를 먹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쩌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귀국할 때 누가 크래커를 한아름 사오는 게 당연시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바삭한 크래커 사이에 달고 쫀득한 누가를 넣으니 이건 뭐 맛이 없을 수 없죠. 라틀리에 로터스, 미미(蜜密) 등 여러 매장이 있지만 세인트 피터가 가장 괜찮아 보여서 방문했습니다. 타이페이 101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용캉제로 이동합니다. 타이베이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었고 요금도 저렴했습니다. 원래 대만은 한동안 중국 본토 수복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타이베이의 인프라 개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서 지하철 공사를 무려 1988년이 되어서야 시작했다고 해요. 비교적 최근에 모든 노선을 지었다 보니 대부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승강장으로 가는 길에 티웨이항공 광고를 보니 한국 사람으로서 괜히 반갑네요. 근데 막상 여태 티웨이를 타본 적은 한 번도 없넹. 여튼 타이베이 101/세계무역센터 역에서 네 정거장만 이동하면 바로 동먼(東門) 역입니다. 지하철 역 이름이 '용캉제'가 아니여서 살짝 헷갈릴 수 있지만, 동먼 역에서 내려서 4번 혹은 5번 출구로 나가면 용캉제가 나옵니다. 밖으로 나오니 이제 막 ...
생전에 이루지 못한 대륙 수복의 한이 깃든 기념관, 중정기념당 | 中正紀念堂. 대만 초대 총통인 장개석이 1975년에 사망하면서 27년의 장기 집권에 막을 내리자 정부 차원에서 애도의 뜻을 담아 타이베이 도심 한복판에 건립한 기념관입니다. 참고로 '중정(中正)'은 장개석의 본명인 '장중정(蔣中正)'에서 땄으며, 대만 곳곳에서 '중정'이란 지명과 명칭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한때 타이베이 공항도 중정국제공항이였어요. 장개석이 살아 생전 그토록 바랬던 대륙 수복은 끝까지 이루지 못했지만 중국 대륙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링컨 기념관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기념관을 세워서 고인의 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타이베이 여행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곳이라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먹고선 방문해 봤습니다. 중정기념당 역에서 내려서 북경오리 전문점을 지나면 중정기념당 부지로 들어가는 문이 나오는데, 사실 이건 옆문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자유광장으로 우선 갑니다. 자유광장을 중심으로 저 끝에 뉴스나 대만 소개 영상에서 종종 보이는 아치가 있습니다. 광장 양 옆으로 큰 건물이 두 동 있으며 사진 속에 지붕이 화려한 저 건물은 우리의 세종문화회관과 비슷한 국가음악청입니다. 중국 특유의 건축 양식을 과하지 않게 녹였어요. 그리고 광장의 다른 한쪽 끝에 중정기념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모두 압도할 만큼 엄청난 규모. 기념당으로 올라가는 89개의 계단은 어느...
상하이의 금융 중심지에서 즐기는 상해 요리 정찬, Splendid Tower | 锦楼. 상호를 중국어로는 '진러우'라고 읽습니다. 동방명주와 상하이 타워, SWFC 등 상하이를 대표하는 마천루가 한데 모인 루자쭈이(陆家嘴)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상해 요릿집입니다. 국내에선 상해 요리가 다소 생소한 편인데, 기본적으로는 풍부한 해산물을 기반으로 간장과 설탕을 듬뿍 사용하여 선명한 맛을 자아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가장 돈이 몰리는 상하이에서도 가장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이 모인 루자쭈이에서, 그것도 불경기를 이겨내면서 꾸준하게 성업 중인 Splendid Tower가 궁금해서 방문해 봤습니다. 상하이에서는 중국에서 10년 가까이 초고층 빌딩의 명예를 누렸던 '진마오 타워'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박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미래에셋과 시티가 반겨 주네요. 중국 스타벅스에서는 한국에 없는 특이한 커피가 있길래 테이크 아웃해서 마셔 보고. 루자쭈이의 빌딩숲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날이 흐려서 빌딩 고층부가 구름에 가려졌습니다. 저 멀리 동방명주도 보입니다. 여튼 점심 먹으러 가는 길. Splendid Tower는 정대광장(正大廣場)이라는 쇼핑몰의 6층에 있습니다. 정대광장 가는 길에 미래에셋타워가 있습니다.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여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도보 5분이면 도착합니다. 영어로는 'Super Brand Ma...
상하이 불가리 호텔이 야심차게 선보인 광동 요리, Bao Li Xuan | 宝丽轩. 표준 중국어로는 '바오리쒸엔'이라고 읽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부가 넘치는 상하이에서 세련미를 선도하는 불가리 호텔이 홍콩 출신 25년 경력의 셰프 Bill Fu를 초빙하여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현대적인 광동 요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숭어 알과 유자 등 전통적인 광동 요리에서는 접하기 드문 재료에 섬세한 기법을 더해서 맛을 풀어내고 있으며, 오늘날 미쉐린 2스타로 인정 받는 등 대내외적으로 명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상하이를 방문한 만큼 상하이에 사는 친구와 함께 제대로 된 요리를 즐기고자 Bao Li Xuan을 예약해서 방문했습니다. 상하이의 경제 중심지인 루자쭈이(陆家嘴)에서 업무를 마치고 바오리쒸엔이 있는 불가리 호텔로 이동합니다. 원래는 택시를 탈까 싶었는데 강을 건너야 하는 만큼 차가 막힐 것 같아서 그냥 마음 편하게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 동네는 지하철 한 번 타려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해서 그 점이 조금 귀찮긴 했어요. 여튼 지하철을 타고 오니 불가리 호텔이 있는 티엔통루(天潼路) 역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도착 전 안내 방송에서 "중국 공산당의 무슨무슨 회의가 열렸던 어쩌구저쩌구 기념관이 있는 티엔통루에 도착했습니다"라고 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알리바바가 선보이는 무인 편의점인 삐엔리펑(便利蜂)이 역 안에 있길래 신기...
베이징 도심의 전망을 한눈에 담는 특급 호텔, 파크 하얏트 베이징 | Park Hyatt Beijing. 베이징에서 7번째로 높은 빌딩인 인타이 센터의 가장 꼭대기층부터 37층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하얏트 계열 호텔 중 최상위 등급인 파크 하얏트가 베이징에서 첫 선을 보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시설과 서비스 또한 으뜸으로 알려졌고, 베이징에서 살던 어린 시절엔 종종 파크 하얏트의 가장 꼭대기층에 있는 China Grill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즐겼기에 나름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마침 피트니스 센터도 잘 되어 있고 59층 높이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기에 더 고민할 것도 없이 파크 하얏트 베이징을 예약했습니다. 북경오리 전문점 따동(大董)이 있는 폴리 센터 부근에서 출발하여 소위 'CBD'라고 불리는 베이징의 경제 중심지로 향합니다. 마침 제가 도착한 날 새벽에 비가 잔뜩 내린 덕분에 하늘에 미세먼지 하나 없이 너무도 청명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가장 높은 건물이 베이징 인타이 센터(北京银泰中心)입니다. 63층 높이이며 여기에 파크 하얏트 호텔과 인타이 금융그룹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베이징을 처음 왔을 땐 사진에 보이는 궈마오(国贸)만 있었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여튼 차에서 내려서 호텔로 올라갑니다. "PARK HYATT BEIJING"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63층 로비에 도착. 거대...
이제는 예술과 자본주의의 선봉장이 된 무기 공장, 798 예술구 | 798艺术区. 과거 소련과 동독의 지원으로 지어진 군수공장 '718연합공장(718联合厂)'에서 '798단지'였던 넓은 폐공장 부지에 화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예술혼을 불태운 게 798 예술구의 시초입니다. 그 규모가 점차 커져 중국 최초의 예술특화지구로 지정되었으며 오늘날에는 대형 화랑과 감각 있는 가게들이 798 예술구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살던 어린 시절 종종 방문했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베이징에 다시 온 만큼 798 예술구도 겸사겸사 방문하여 둘러 봤습니다. 차를 타고 편하게 798 예술구에 도착. 확실히 베이징에서는 전기차가 많이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정말 많았고 전기차 택시와 트럭도 자주 보였어요. 차에서 내려서 798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라 왜 슬픈 페페 개구리가 있지? 798에 어서 오세요. 천천히 걸어 봅니다. 옛 군수 공장 시절의 파이프 등 시설들이 대부분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주말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붐비지는 않는 수준입니다. 동양화 위주로 선보이는 갤러리는 간판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 맞은 편에선 토끼 모양의 조형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막상 '갤러리'의 역할보다는 지나가는 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살 법한 자잘한 물건 판매에 더 집중하는 듯 했...
산동(山东) 요리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루샹루 | 鲁上鲁. 콧대 높고 입맛 까탈스런 베이징 사람들 사이에선 보통 산동 요리가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드물기에, 도대체 산동 요리를 어떻게 풀어 냈기에 입맛을 사로 잡았을지 궁금했습니다. 옌타이(烟台) 출신 젊은 셰프인 왕하오취엔(王浩全)氏가 고향 산동의 요리 기법을 발전하고 계승하여 새로운 영역의 산동 요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교동 반도에서 공수하는 해산물들을 맛깔나게 승화시켜 1스타와 함께 2023년도 미쉐린 베이징 영 셰프 어워드도 수상 받았습니다. 마침 베이징 여행 때 투숙한 파크 하얏트 호텔과 가까워서 방문해 봤습니다. 소위 CBD라고 불리는 궈마오(国贸) 일대. 여러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이 이곳에 둥지를 트고 있으며 호텔과 쇼핑몰도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맛있는 식당들도 궈마오 일대에 여럿 있습니다. 원래 저 일대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대학교 캠퍼스가 있던 곳이기에 아직도 개발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기는 언제 완공되려나. 좌측의 CCTV 본사와 삼성 빌딩 사이, 그러니까 중앙에 있는 저 건물이 루샹루가 있는 양광금융센터(阳光金融中心) 빌딩입니다.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차로 이동하면 3분도 안 되어 도착합니다. 중국 10대 보험사 중 하나인 양광보험(阳光保险)의 본사가 이 빌딩에 있고 다른 계열사들도 사무실을 두고 있습니다. 앞에 공사 중인 ...
유행을 주도하는 링링허우(00後) 세대가 즐겨 찾는 베이징의 핸드드립 전문 카페, VOYAGE COFFEE. 798 예술구와 베이뤄 구샹(北鑼鼓巷) 등 베이징 각지에 매장을 둔 향토 카페이며 2015년에 첫 선을 보였으니 나름 오랜 세월을 성업하고 있습니다. 티라미수와 아포가토 등 달다구리의 맛이 좋아서 유명세를 탔으며, '궈차오(國潮)'라고 불리는 애국 소비 물결로 인해 스타벅스와 코스타 커피가 잠시 주춤한 기회를 타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졌습니다. 베이징에서 꼭 가 봐야할 카페 명단을 보면 항상 여기가 있길래 궁금해져서 방문해 봤습니다. 버려진 무기 공장 부지에 예술가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으로 바꾼 798예술구에 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월세가 올라도 너무 올라서 과거의 예술가들은 대부분 베이징 외곽의 다른 동네로 떠났다고 하지만, 그들이 떠난 자리에 각종 카페와 식당들이 대신 입점했습니다. 이런 벽화들이 798예술구의 정체성을 보여주지만 정작 그 많던 갤러리들은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긴. 제가 고등학생 때도 여기 월세가 너무 올라서 예술인들이 떠난다고 했어요. "VOYAGE COFFEE" 입간판을 따라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녹음에 숨겨진 2층 건물이 나옵니다. 수시로 손님들이 오가는 편. 그냥 테이크 아웃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구요.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시절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게 방역하던 중국답게 아직까지도 그...
타이저우(台州) 요리의 정수에 도달한 요릿집, 신롱지 | 新荣记. 한국에서는 아직 타이저우 요리가 생소하지만 저장(浙江)성의 풍부한 해산물을 기반으로 맛을 내는 별미 중 하나입니다. 특수하게 설계한 운송 차량으로 해산물을 매일 공수 받아서 신선하면서 베이징에서 보기 드문 큼직큼직한 생선들을 다양한 요리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첫 발간된 베이징 미슐랭 가이드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3스타를 유지하고 있으며, 베이징 최고의 식당을 꼽을 때 항상 언급되기에 호텔 컨시어지를 통해 1순위로 예약했습니다. 게다가 방문한 날이 생일이여서 더더욱 기대. 옆에는 유서 깊은 쿤룬 호텔이 있고 중국 최대 보험회사인 핑안(平安)의 베이징 사옥을 마주보는 이곳. 제네시스 베이징(院启皓北京)이라는 사무실 빌딩에 왔습니다. 혹시나 싶었지만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는 아무 관계 없었습니다. 사무실 건물인데 로비가 마치 호텔처럼 세련되어서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찾아 보니 세계적인 설계 사무소 KPF의 작품이라고 해요. 신롱지는 어딜 따로 갈 필요 없이 1층에 있어서 찾기 쉽습니다. 여기 말고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여러 도시에 매장이 있지만 베이징에서는 여기 신유엔난루점(新源南路店)이 미쉐린 3스타를 받은 곳입니다. 다른 한 매장은 미쉐린 1스타를 받았더라구요. "XINRONGJI 新榮記" 간판의 한자는 본토에서 쓰는 간체자가 아닌 홍콩/대만식 번체...
바레인과 덴마크 식문화의 교집합 빵집, Librae Bakery | 리브레 베이커리. 바레인 출신 Dona Murad와 덴마크인 남편이 뉴욕에서 가장 젊은 동네 중 하나인 노호(Noho) 에서 2022년에 문을 연 리브레 베이커리는 두 완전히 다른 문화가 만나 '제3문화'의 베이커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뉴욕 시내 여타 제과·제빵점에서는 보기 드물게 중동과 북유럽의 빵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새로운 빵을 여럿 맛볼 수 있습니다. 개중 Loomi Babka라는 빵이 단언 인기인데, 루미라고 부르는 블랙 라임과 레몬 커드를 사용한 독특한 페이스트리입니다. '뉴욕이니까' 즐길 수 있는 이런 재밌는 빵을 맛보기 위해 리브레 베이커리로 향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운동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Astor Place 역에서 내렸습니다. 이 역 근처에 NYU와 쿠퍼 유니온(Cooper Union) 캠퍼스가 있는 만큼 뉴욕에서 가장 젊은 동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쿠퍼 유니온 재단 건물은 링컨이 연설했던 건물로도 유명합니다. 이렇게 보면 링컨이 아주 옛날 사람도 아니네요. 1859년에 완공된 건물입니다. NYU의 발레 센터도 이곳에 있으며, 곳곳에 무인양품 등 가게들도 여럿 성업 중입니다. 참고로 이 일대가 뉴욕에서 일식이 가장 맛있는 동네로도 손꼽히고 있습니다. 저도 유학 시절 라멘이나 야키토리 먹으러 종종 왔었어요. 리브레 베이커리는 대...
흑인들의 음식인 소울푸드로 가장 유명한 식당, Red Rooster Harlem | 레드 루스터 할렘. '소울푸드'란 본래 미국 남부 흑인들이 치킨 등을 기반으로 삶의 애환을 담아 만든 요리를 뜻합니다. 그런 만큼 뉴욕에서도 오랫동안 흑인들이 터전을 이루며 살던 할렘(Harlem)에 특히 소울푸드로 유명한 식당들이 많은 편인데요, 이중 2010년에 문을 연 Red Rooster는 비록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뉴욕타임스로부터 3스타를 받은 최연소 셰프인 Marcus Samuelsson가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태 살면서 할렘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니 뉴욕에서 자란 친구가 그렇다면 이참에 함께 가서 소울푸드를 즐겨 보자고 해서 방문했습니다. 할렘으로 가는 지하철. 뉴욕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만큼 마리화나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하철 객차에선 이렇게 마리화나 중독 치료 홍보도 종종 보였어요. 할렘 한복판인 125 St 역에서 내리니 주변에 죄다 흑인들 뿐. 사람들이 '할렘'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위험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뉴욕 역시 재개발의 광풍이 만연한 만큼 오늘날 할렘의 중심가는 제법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져 치안도 나름 안정됐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은 중심가 일대 정도만 그런 편이라고 해요. 뭐, 일단 제가 할렘 한복판에서 큼직한 DSLR로 이렇게 대놓고 사진을 찍어도 총을 ...
글로벌 아사이 볼 업계의 스타벅스 격 프랜차이즈, Oakberry Açaí | 오크베리 아사이. 2016년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로에서 문을 연 오크베리 아사이는 아마존에서 풍부하게 재배되는 아사이(Açaí) 열매를 기반으로 '건강한 패스트푸드' 라는 기조 아래 다양한 토핑을 조합한 아사이 볼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질 전역에 백여 곳의 매장까지 확장한 오크베리 아사이는 2018년 경 미국 첫 매장을 마이애미에 열면서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섰습니다. 최근 들어선 한국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이 여럿 생기고 있죠.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근처에 오크베리 아사이가 있길래 방문했습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유대교 회당인 중앙 회당(Central Synagogue)의 장엄한 외관이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렉싱턴(Lexington) 대로. 바로 옆에선 2달러에 조각 피자를 파는 모습이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뭐든지 큼직큼직한 뉴욕에서는 시내 버스도 큼직큼직합니다. 이 차만 봐도 바퀴가 6개나 달렸네. 이런 혼잡한 대도시의 풍경 속에 오크베리 아사이 매장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사이와 패션후르츠의 조합이라니 캬. 한국 오크베리 아사이에서도 '트로피컬 볼'을 주문하면 패션후르츠가 들어가더라구요. 매장 전경. 주로 포장 위주인 만큼 매장 안에 취식 공간이 많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런 만큼 매장에서 아사이 볼을 즐기는 손님들이 ...
'크로넛'으로 2010년대 뉴욕을 풍미했던 제과점, Dominique Ansel Bakery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 파리의 포숑(Fauchon)에서 8년을, 뉴욕의 Daniel's에서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로 6년을 지낸 프랑스인 페이스트리 셰프 도미니크 안셀(Dominique Ansel)이 뉴욕 소호(SoHo)에서 2011년에 문을 연 제과·제빵점입니다. 한때 가히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미니크 안셀이 장안의 화제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크로와상과 도넛의 장점을 섞어 개발한 '크로넛(cronut)'이 바로 대박의 비결. 한때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광풍이 연상될 만큼 한겨울에도 밖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서 구입하곤 했으나, 13년이 지난 오늘날엔 유행이 한참전에 지났다 보니 아무 때나 가더라도 크로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소호에 온 김에 크로넛을 여유롭게 즐기러 방문했습니다. 골목마다 감각적인 매장들로 가득해서 하루종일 쇼핑해도 시간이 부족한 소호. 소호 쇼핑 후기는 지난 글을 참고해 주세요: [뉴욕 여행] SoHo | 소호 쇼핑 및 산책 뉴욕에서 유행에 가장 민감한 쇼핑 지구, SoHo | 소호. 'South of Houston'의 약자인 소호는... blog.naver.com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는 지하철 Spring St 역에서 가깝습니다. 근처에 스투시(Stüssy)의 매장이 있어서 이 근처를 오가는 한...
오늘날 공원과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부두, Pier 57 | 피어 57.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인 첼시 마켓으로부터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피어 57(Pier 57)은 본래 1952년 부두로 지어졌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곳을 통해 배를 타곤 했구요. 허나 이후 선박의 왕래가 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두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으나, 산업 유산으로 보존이 결정되어 도시 재생을 통해 전면적인 개조에 돌입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4월 완전히 새로운 복합 공간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제는 공연장과 각종 식당, 카페, 와인바, 전망대에 구글의 뉴욕 사무실까지 입주한 복합 공간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특히 옥상엔 공원을 조성했고 이는 시립 공원은 아니지만 새벽 6시부터 익일 새벽 1시까지 넉넉하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동안 뉴욕을 가지 않은 사이에 새롭게 문을 연 명소 중 하나이기에 꼭 가 보고 싶었어요. 첼시 마켓에서 브라우니를 사고선 길 건너에 있는 Pier 57에 왔습니다. 과거 부두로 기능했던 시절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남겼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우선 'Market 57'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푸드코트가 등장합니다. 'AMMI'라는 인도 식당에, 차이나타운에서 인기를 끈 Nom Wah라는 딤섬집 등등 뉴욕에서 최근 화제가 된 식당들을 이곳에서 여럿 만나 볼 수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거대한 엘리베이...
일본 정치 권력의 중심지를 조망하는 특급호텔, 더 프린스 갤러리 도쿄 기오이초 The Prince Gallery Tokyo Kioicho. 총리 관저와 국회의사당, 자민당 당사 등이 모인 나카타초(永田町)의 36층 높이 빌딩에 들어선 메리어트 계열 5성급 호텔입니다. 정확하게는 메리어트에서도 럭셔리 부티크 호텔 라인업인 '럭셔리 컬렉션'의 일부입니다. 그만큼 멋진 전망과 함께 세심하게 관리되는 객실과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등을 즐길 수 있는 곳.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보다 새로운 호텔을 경험해 보고자 더 프린스 갤러리로 예약했습니다. 나가타초(永田町)~아카사카미쓰케(赤坂見附) 역의 D 출입구로 나오면 웬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과거 해자가 있던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쓰레기 버리고 가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동소이하구나. 역시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야. 나카타초 일대에서 유난히 높고 거대한 이 빌딩이 '도쿄 가든 테라스 기오이초(東京ガーデンテラス 紀尾井町)'입니다. 이 안에 더 프린스 갤러리 도쿄 기오이초 호텔이 있어요. 자주 언급되는 기오이초 (紀尾井町)는 건물이 있는 법정동의 이름입니다. 오피스/호텔 겸용 빌딩과 함께 사진에서 보이는 레지던스와 자그마한 쇼핑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철도 회사 세이부(西武) 산하 부동산 개발 회사가 선보이는 공간입니다. 참고로 라인의 ...
라멘 격전지 세타가야(世田谷)에서 성공한 라멘야, 세타가야 | せたが屋. 지명 '세타가야'와 표기법은 달라도 읽는 법은 같은 게 포인트입니다. 2000년 10월에 문을 연 세타가야는 소유 라멘을 중심으로 라멘을 선보이고 있으며 오늘날 도쿄 각 지역은 물론이며 뉴욕까지 진출하여 라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 4층의 상점가에도 세타가야의 매장이 있는데,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한 모습을 보고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시간을 안배하여 일본 출국 전에 세타가야의 라멘을 맛 봤습니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올 때마다 시원섭섭한 감정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하네다 국제공항의 국제선 터미널. 다만 이날은 세타가야 라멘을 맛볼 생각에 약간의 들뜸도 공존했습니다. 출국 심사 전 공항 4층에 가면 '에도 코지(江戸小路)'라는 이름으로 일본풍 상점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옛 에도시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살렸으며 라멘집 세타가야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일본은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 음식 모형을 전시하고 있더라구요. 어렸을 땐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보기 힘든 편. 공항에 있다 보니 영업 시간이 아주 긴 편입니다. 브레이크 타임도 없어서 방문하기 편해요. 운 좋게도 제가 간 시점엔 빈 자리가 있었어서 바로 앉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득 찼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어요...
시부야에서 인기를 끄는 이탈리안 이자카야, DRA에이트맨 | DRAエイトマン. 시부야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시부드라 (渋DRA)'와 신주쿠의 'DRA7'이 새롭게 선보이는 공간이며 일본의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4면이 오픈된 주방에서 나폴리 피자와 파스타 등 다양한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경 시부야에 새롭게 문을 연 쇼핑몰 겸 옥상 공원인 미야시타 파크(MIYASHITA PARK)에 있습니다. 일본인 친구가 요즘 시부야에서 뜨는 식당이라며 예약을 잡았기에 저도 들뜬 마음으로 갔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시부야. 이번 도쿄 여행 땐 유난히 비가 많이 왔습니다. 대신 비 내리는 도쿄엔 나름의 감성이 있어서 멋지더라구요. 뭔가 사이버펑크 영화 배경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도착한 이곳은 시부야의 새로운 명물인 미야시타 파크입니다. 철로를 따라서 길쭉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름에서 얼추 유추할 수 있듯이 원래 미야시타라는 이름의 공원 부지였던 이곳에 쇼핑몰과 호텔 등이 모인 복합 상업 단지를 짓고선 쇼핑몰 옥상에 공원을 새롭게 조성했습니다. 미야시타 파크 구경은 일단 저녁부터 먹고 나서 하는 걸로. 여기가 철로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예전에만 해도 크게 활용되지 않던 부지라는데, 이젠 시부야에 워낙 땅이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목적지인 DRA에이트맨은 미야시타 ...
두 세기 넘도록 우나쥬 외길을 걸은 노포(老舗), 노다이와 | 野田岩. 1800년을 시작으로 5대째 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관동식 장어구이를 바탕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나쥬(鰻重 | 장어덮밥)와 다양한 우나기 요리를 선보이는 장어 전문점입니다. 도쿄타워 옆 동네인 히가시아자부(東麻布)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수 년 연속 꾸준하게 미쉐린 1스타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집의 촉촉한 우나쥬에 반해서 파리에 있는 노다이와 직영점까지 들러서 맛을 봤을 정도! 돌이켜 보니 슬슬 '노다이와 쿨타임'이 찬 것 같아 오랜만에 노다이와의 우나쥬를 맛보러 들렀습니다. 아카바네바시(赤羽橋) 역에서 내려서 걸어 갑니다. 도쿄는 지하철이 워낙 잘 뚫려 있어서 어딜 가도 참 편리합니다. 다만 군데군데 확실히 이 동네 지하철도 좀 낡았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어요. 지하철 역을 나오니 도쿄 타워가 반깁니다. 여태 도쿄를 10번 넘게 온 것 같은데 정작 도쿄 타워 전망대는 구경할 생각도 안 했어요. 사실 도쿄 스카이라인에서는 도쿄 타워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 정작 도쿄 타워에 올라 가면 도쿄 타워가 보이지 않게 되어서 더더욱 전망대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날은 흐릿하지만 맛있는 우나쥬 먹을 생각에 행복감 MAX. 지나가던 길에 복싱 체육관 간판이 시선을 절로 사로잡았습니다. 뭔가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 그렇게 대로를 따라 올라가다...
다이칸야마 한복판에서 즐기는 고요한 저택, 구 아사쿠라 저택 | 旧朝倉家住宅. 과거 도쿄부회의원을 역임했던 거상 아사쿠라 토라지로(朝倉 虎治郞)가 다이쇼(大正) 시대에 지은 저택이며, 당대 일본과 서양의 건축 양식을 2층 구조의 주택에 담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늘날에는 관리 주체가 시부야로 넘어가서 소정의 입장료를 받고 민간에 개방하고 있습니다. 유행을 이끄는 다이칸야마의 쇼핑가 한복판에서 넓은 일본식 정원과 저택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 마침 일본인 친구도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해서, 다이칸야마 쇼핑 중간에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입장에 앞서 관내 안내도부터 보고 갑니다. 생각보다 꽤 넓었어요. 다이칸야마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원이 넓고 나무가 울창해요. 아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기분.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엔(약 900원)입니다. 나무 사이로 저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눈에 봐도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부는 더더욱 미로 같았어요. 입구 근처엔 서양식으로 꾸민 방이 있었습니다. 위로 올라오면 이렇게 다다미 방이 나오구요. 이런 다다미 방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이렇게 죄다 개방된 공간에서 살면 '나만의 공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이 시절을 살던 사람들은 그런 점에 전혀 개의치 않았겠죠? 2층은 이 복도가 특히 멋스러웠습니다. 삐꺽거리는 나무 복도가 특히 예스러웠어요. 일본 ...
엄선된 우지(宇治) 녹차를 선보이는 백년가게, 기온 츠지리 | 祇園辻利. 교토 외곽의 우지(宇治)라는 동네는 일본에서 최초로 녹차를 재배한 동네 중 하나로서 '차의 고향' 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비옥한 토양과 강 청류의 적절한 습기로 향미가 짙은 차가 자라고 있으며, 그런 만큼 이 일대의 녹차를 '우지차(宇治茶)'로 총칭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우지차를 전문으로 다루는 여러 다포(茶鋪) 중 1860년에 문을 연 기온 츠지리(祇園辻利)의 품질이 일정하기로 유명한 편입니다. 수백 종의 찻잎을 고른 후 '고우구미(合組)'라는 과정을 통해 차의 풍미를 결정한다고 해요. 기온 상점가를 산책하다가 마침 매장이 보이길래 반가워서 들어갔습니다. 야사카 신사(八坂神社)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 '미인의 샘물'에서 나오는 물로 세수까지 했으니 물 오른 미모로 교토 제패에 나섭니다. 야사카 신사에서 강 건너 가와라마치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기온(祇園)의 상점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무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거리에요. 그런 만큼 교토 토종 화장품 브랜드인 요지야(よーじや) 등 여러 브랜드들이 기온 대로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캬 화과자도 맛있겠다. 인도 위에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서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중간 쯤에 기온 츠지리 본점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宇治茶の祇園辻利(우지차의 기온 츠지리)'...
일본에서 으뜸가는 가레산스이(枯山水) 석정(石庭), 료안지 | 龍安寺. 명실상부 교토를 상징하는 사찰 중 하나인 료안지는 1450년에 창건됐으며 특유의 정갈한 바위 정원이 워낙 유명해서 일본식 바위 정원의 대명사로 굳어졌을 정도입니다. 크고 작은 돌 15개를 약 250 평방미터 크기의 새하얀 자갈 위에 배치했으며, 자갈과 돌로 대우주를 구현했다고 전해지나 사실 정확한 의미는 불가사의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15개의 돌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그 어느 위치에서도 항상 1개의 돌은 보이지 않게끔 설계됐습니다. 그동안 교토 여행을 갔을 때마다 이곳은 매번 놓쳤기에 이번에는 잊지 않고 방문했습니다. 료안지는 교토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경험상 교토에서 우버로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으나, 일본의 택시 앱인 GO를 이용하면 금방 잡혔습니다. 어플에 나오는 호출 번호를 택시 기사님에게 알려드려야지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 지니가는 길에 오키나와식 소바 가게를 보니 올해 여름에는 오키나와를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게 아니라 미야코지마의 바다가 너무나도 투명했고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고 최근 다녀온 친구가 온갖 자랑을 늘어 놓더라구요. 쳇 부러워라. 패밀리마트 지주 간판을 보니 순간 생각난 건데, 막상 한국에서는 편의점에서 이런 지주 간판을 설치한 곳을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도 문화 차이인...
일본 커피 문화의 기틀을 닦은 노포 킷사텐(喫茶店), 이노다 커피 | イノダコーヒ. 1940년에 니시키 시장 인근에서 커피 도매업으로 처음 문을 연 이노다 커피는 같은 자리에서 카페를 1947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융드립 방식을 고수하여 부드러운 촉감과 바디감을 살리고 있고, 고풍스러운 외관과 정장을 갖춘 웨이터들이 정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교토의 명물 킷사텐 반열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모카 베이스의 오리지널 블렌드 커피 '아라비아의 진주'가 특히 향긋하기로도 유명해요. 반세기 넘도록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교토의 대표 킷사텐을 저도 경험해 봤습니다. 예로부터 교토의 번화가였던 산조(三条) 거리에 왔습니다. 저 멀리 옛 일본은행 교토 지점의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띕니다. 'SLOW MADE IN JAPAN' 군데군데 옷 가게들도 눈에 띄었구요. 교토에서의 쇼핑 후기도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교토의 전형적인 마치야(町家) 형식으로 목조 구조와 기와 지붕이 올라간 이노다 커피 본점이 등장했습니다. 이 일대 건물들도 오래된 만큼 풍경에 조화를 이루었어요. 간판 위에 그려진 빨간색 드립 주전자가 이노다 커피의 상징입니다. 'INODA COFFEE' 마치야 옆에는 간판에 'COFFEE COFFEE COFFEE'라고 적은 이노다 커피의 매장이 있긴 했는데, 이 안으로는 ...
정갈한 교토식 가이세키로 사랑 받는 요릿집, 켄닌지 기온 마루야마 | 建仁寺 祇園 丸山. 1988년에 기온 일대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가이세키 요릿집 기온 마루야마(祇園 丸山)의 자매점으로 켄닌지(建仁寺) 사찰 바로 앞에서 199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자매점이긴 하지만 본점과 10분 거리이며 두 곳 모두 미쉐린 2스타를 받았을 만큼 비등비등한 완성도를 선사합니다. 이곳의 오너 셰프인 마루야마 요시오(丸山 嘉桜)는 코다이지(高台寺) 일대를 풍미했던 요정(料亭)인 도이(土井)에서 요리를 배웠고, '로안 키쿠노이'로 이름을 바꾼 키쿠노이 기야마치점(木屋町店)에서도 오랫동안 가이세키를 다루면서 기법을 익혔습니다. 그런 만큼 키쿠노이 특유의 정갈함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더더욱 궁금해서 방문했습니다. 호텔 컨시어지를 통해서 예약을 잡았습니다. 확실히 교토는 건물들이 낮다 보니 도쿄와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하긴. 교토 인구가 150만 정도이던데, 이 정도면 광주랑 비슷한 수준이네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경향이 강한 동네인 만큼 간판들도 레트로 그 자체. 켄닌지 사찰과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옛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덴푸라 가게 건물만 해도 왠지 과거에는 고관대작의 저택이었을 것 같아요. 사찰 앞 거리에 켄닌지 기온 마루야마가 있는 듯 없는 듯 단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교토는 다들 이렇게 간판을 화려하게 드...
교토식 장어덮밥을 내세우는 백년 식당, 쿄고쿠 카네요 | 京極かねよ. 일본 사람들의 장어 사랑이 워낙 각별한 만큼 지역마다 장어로 유명한 식당이 하나쯤은 반드시 있는 편입니다. 그중 '교토식 장어덮밥'으로 입지를 다진 곳이 바로 쿄고쿠 카네요입니다. 다이쇼(大正) 시대, 그러니까 1920년대에 문을 연 이곳은 개업 당시의 목조 건물 외관을 고스란히 유지 중이며, 밥 위에 에도야키(江戸焼き)로 구운 장어를 올린 후 큼직한 교토식 타마고야키(京風玉子焼)로 덮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킨시동(きんし丼)을 내세우며 유명세를 다졌습니다. 2024년도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 명단에도 등재될 만큼 명점이에요. 소문난 킨시동이 궁금해서 방문해 봤습니다. 니시키 시장으로부터 북쪽으로 쭉 뻗은 신쿄고쿠(新京極) 상점가 일대의 늦은 밤. 서울의 강남역, 부산의 서면에 비견되는 대표적인 번화가입니다. 엥? 새마을식당? 여기가 교토야 서울이야. 생각보다 일본에서 종종 보이는 새마을식당의 맞은편에 쿄고쿠 카네요가 터잡고 있었습니다. '日本一の鰻' 그러니까 일본에서 제일가는 장어라는 휘호를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었습니다. 크 이런 글귀를 보면 더더욱 기대가 커지죠. 입구에선 킨시동의 모형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유독 일본 식당들은 이렇게 플라스틱 음식 모형을 가게 앞에 전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하기야 한때 한국도 특히 백화점 식당가 가면 이렇게 모형들을 내세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한 일본 3대 성(城), 나고야 성 | 名古屋城.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 家康)의 지시로 1615년에 건축된 나고야 성은 일본에 지어진 성들 중 최대 규모의 실내 면적을 자랑하며 도시의 중심으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황금으로 된 '샤치호코(鯱)'란 상상의 물고기가 지붕에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성의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나고야의 마스코트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2차대전 때 완전히 소실됐기에 오늘날의 나고야 성은 전부 복원된 '카피작'이긴 합니다. 나고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지하철을 타기에 앞서 24시간 탑승권부터 구매합니다. 720엔만 내면 24시간 내내 무제한으로 지하철을 탑승할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아요. 다만 JR 운영 노선에선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나고야는 지하철 역에 포르투갈어를 병기하고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 브라질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가 바로 아이치 현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브라질 Banco do Brasil 은행의 지점이 나고야에도 있다고 해요. 나고야 성을 가기 전에 산책을 즐기고자, 성과 가까운 나고야조(名古屋城) 역 대신 메이조코엔(名城公園) 역에서 내렸습니다. 주변을 보니 지하철 공사도 한창이고, 경기장 건설도 한창입니다. 2026년 아시안게임을 바로 나고야에서 개최하며 나고야 성 인근에서 새로 짓는 이 경기장에서는 레슬링 등이...
자그마한 킷사텐에서 즐기는 나고야식 아침 식사, 킷사 나나반 | 喫茶七番. 나고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아침으론 달달한 오구라앙(小倉餡) 팥소를 올린 '오구라 토스트 (小倉トースト)'가 대표적입니다. 과거 학생들이 단팥죽에 빵을 적셔 먹는 모습을 본 마츠바(満つ葉) 찻집 사장님이 오구라 토스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늘날 나고야의 어지간한 카페에서 모두 선보일 만큼 지역색 가득한 아침 식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쵸 커피, 리용, 카코 커피하우스 등 오구라 토스트로 유명한 킷사텐(喫茶店)이 많긴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밖에서 줄 서서 토스트를 먹고 싶진 않아서 대신 2023년 6월에 개업한 킷사 나나반으로 갔습니다. 누구나 우연히 일부러라도 오는 컨셉으로 편안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오구라 토스트 또한 맛이 괜찮단 평이 제법 있더라구요. 기대기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운동 갔다가 오전 8시 쯤에 호텔을 나섰습니다. 나고야에서 지냈던 TIAD 호텔은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전망이 좋았어요. 지하철을 타고 후시미(伏見) 역에서 하차. 작년 9월에 놀러갔던 교토에서도 동일한 이름의 지명이 있었는데, 이게 제법 보편적인 지명이구나. 교토의 후시미는 거대한 신사로 유명한 동네여서 조용조용했지만, 나고야의 후시미는 주요 업무 지구 중 하나여서 그런지 직장인들로 가득했습니다. 서울로 치면 충무로의 느낌? S...
논란의 여지 없는 나고야 최고의 히츠마부시, 아츠타 호라이켄 본점 | あつた蓬莱軒 本店. 나고야식 장어덮밥인 히츠마부시(櫃塗し)를 가장 맛깔나게 굽기로 유명한 곳을 논할 때 현지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곳이 바로 아츠타 호라이켄입니다. 1873년에 문을 연 노포(老舗)이며, 엄선한 장어를 최고급 비장탄에 구워서 극강의 부드러움을 살리고 있습니다. 또한 히츠마부시의 근간이 되는 타레 양념의 경우, 창업자 가계에만 비법을 계승하고 있으며 2차대전 땐 소스를 방공호에 보관까지 해서 맛을 지켰다는 무용담이 전해집니다. 그런 만큼 오늘날 나고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츠마부시 전문점이기도 해요. 이왕 히츠마부시의 본고장인 나고야까지 온 김에 모두가 최고라고 추어올리는 아츠타 호라이켄이 궁금해서 본점을 방문했습니다. 가나야마(金山) 역에서 지하철로 환승하여 아츠타 호라이켄의 본점이 있는 아츠타 신궁 앞 동네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어라? 어디서 많이 본 광고가. 도대체 이 '강운'이란 책이 뭔진 모르겠는데 도쿄, 교토에 이어서 나고야 지하철에서도 이 책의 광고를 봤습니다. 약간 뭔가 옛날에 한국에서도 화제였던 '시크릿'이랑 비슷한 내용의 책(?)인 것 같은데. 여튼 아츠타진구니시(熱田神宮西) 역에서 하차 후 식당까지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육교를 건너야 갈 수 있었는데, 아니 이 육교는 왜 이렇게 녹이 슬었다냐. 걷다가 갑자기 부식되서 무너진다...
나고야 1등 케이크로 자타가 인정하는 파티스리, 포르티시모 H | Fortissimo H. 1998년 도쿄에서 몽상클레르(Mont St Clair)를 성공시킨 '스타 파티시에' 츠지구치 히로노부 (辻口 博啓)가 2007년 나고야에서 FORTISSIMO H 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열면서 그간 갈고닦은 역량을 아뀜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집의 케이크에서 츠지구치 상의 진가를 유연하게 펼치고 있으며 나고야 최고의 케이크를 논할 때 매번 손꼽힐 만큼 지역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마침 매장에서 케이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살롱도 함께 운영 중이길래 방문해 봤습니다.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나고야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아서 지하철로 어지간해선 10분 안에 이동 가능해요. 돌이켜 보니 막상 나고야에서 버스를 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케시타(池下) 역에서 하차했습니다. 나고야 도심으로부터 동쪽에 있는 이케시타는 인근에 관광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민가촌입니다. 덕분에 나고야 시민들의 일상을 시민들 사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케시타 일대엔 '나고야 센트럴 가든(Nagoya Central Garden)' 이라는 고가의 맨션이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연식이 좀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고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부촌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가에 입점한 매장들도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네요....
나고야의 향토 요리인 미소카츠동의 원조, 아지도코로 카노우 | 味処 叶. 사실 일본어 발음엔 '카노'가 더 정확하긴 합니다. 나고야 일대에서 특히나 즐겨 먹는 붉은 된장인 핫초미소(八丁味噲)를 잘 튀긴 돈카츠에 버무려서 밥 위에 올려 먹는 미소카츠동(味噌カツ丼)을 나고야는 물론 일본에서 가장 처음으로 선보인 식당이 바로 아지도코로 카노우입니다. 창업주 스기모토 도시코(杉本利資)가 개발한 요리로서 1948년에 나고야의 대표적인 번화가 사카에(栄)의 골목에서 개업했습니다. 핫초미소를 사랑하는 나고야 사람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아 오늘날 꾸준히 방문하는 단골들이 많은 편입니다. 나고야에 온 만큼 나고야의 향토 음식을 최대한 다양하게 즐겨 보고자 카노우를 방문했습니다. 나고야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가인 사카에. 나고야의 어지간한 백화점과 브랜드 매장들은 다들 이곳에 있습니다. 미츠코시(三越) 백화점도 물론 있구요. 나고야엔 4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향토 백화점 '마츠자카야(松坂屋)'도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서 브랜드가 다양하진 않습니다. 대신 미츠코시에는 이렇게 에르메스도 있구요. 우선은 배가 고프니 쇼핑은 나중에 하는 걸로. 미츠코시 백화점으로부터 길 건너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접어 듭니다. 그런데 골목에 허먼 밀러가 있네? 소위 '문재인 의자'로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미국의 초고가 의자 브랜드 '허먼 밀러'가 나고야에 매장을 따...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품이 한데 모인 공간, MCA | 시드니 현대 미술관. 과거 호주의 해사처(Maritime Services Board)가 사용한 조지안(Georgian) 형식의 건물을 개조하여 1991년 현대 미술관으로 개관했습니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더 록스(The Rocks)에 있기에 오페라 하우스 구경과 맞물려 MCA까지 겸사겸사 방문하는 관광객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저 역시 오페라 하우스 구경을 마치고선 잠시 짬을 내어 MCA도 방문해 봤습니다. 시드니에서 가장 많은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도심지 중 하나인 서큘러 키/더 록스. 많은 분들이 페리를 타고 여기까지 온 다음 기차를 타고 도심 안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시드니에서 투숙했던 포시즌스 호텔도 시원시원하게 보였습니다. 하늘이 참 맑구만. 이건 무슨 꽃일까요? 시드니에 오니 꽃들이 확실히 알록달록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둣가를 거닐다 보면 유난히 뭔가 정부 기관처럼 보이는 옛 건물이 나옵니다. 이곳이 바로 시드니 현대 미술관입니다. 사실 '호주 현대 미술관'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번역이긴 한데 어쩌다 보니 국내에선 '시드니 현대 미술관'으로 통일됐더라구요. 정문에서부터 호주의 사막을 담은 거대한 벽화가 펼쳐졌습니다. 우선 4층부터 올라갔습니다. 4층엔 식당과 함께 조각상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서큘러 키와 더 록스 일대의 전망을 한눈에 담을...
NSW와 빅토리아 주에서 성업 중인 젤라또 매장, C9 Chocolate and Gelato C9 초콜릿 앤 젤라또. 시드니 뉴타운(Newtown)에서 2023년에 첫 매장을 연 C9은 프리미엄 젤라또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1년도 채 안 되어 오늘날 뉴사우스웨일스(NSW)와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1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30개 이상의 맛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특별하게 여길 방문하고 싶어서 온 건 아니고 포시즌스 호텔에서 길 건너에 마침 C9이 있었는데 일요일에도 문을 열길래 잠시 쉬러 방문했습니다. 시드니에서는 일요일에 문을 여는 카페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거든요. 서큘러키 중심가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을 나와서 트램이 지나가는 길을 건너기만 하면 시드니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고층 빌딩 중 하나인 세일즈포스 타워(Salesforce Tower)가 나옵니다. 55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시드니 기준으로 아주 높은 빌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알고 있었는데 본사가 아닌 그저 호주 지사의 사옥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세일즈포스 타워 아래엔 여느 사무용 빌딩처럼 상가가 조성되어 있었으며 C9 초콜릿 앤 젤라또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사무용 빌딩 안에 있긴 하지만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몇 없는 가게이기도 합니다. 시드니에선 일요일에 영업하는 매장을 찾기가 정말 어렵더라구요. 도...
장장 1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Paddy's Market | 패디스 마켓. 1834년 곡식과 건초를 거래하기 위해 생긴 시장이 시초이며, 이때 '건초(Hay) 시장(Market)'의 의미를 담은 'Haymarket'은 오늘날에도 지명으로 남았습니다. 시드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이며 유통업계의 변화로 인해 이곳 또한 위기를 맞이했으나, 관광객들 대상으로 한 각종 기념품 가게들이 대거 들어서며 새로운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사실 품질이 대부분 조악하다고 듣긴 했어도 이런 시장 구경도 흥미로운 편이니 시드니 여행 중간에 짬을 내어 방문해 봤습니다. 시드니 중앙역 인근 헤이마켓(Haymarket) 일대. 이곳은 차이나타운의 초입이기도 해서 그런지 거리에 동양인들로 가득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절반 이상은 동양인일 정도. 여튼 밖에서 봤을 땐 딱히 재래시장의 느낌이 들지 않는 입구를 통해서 들어갑니다. 아시아계 이민자가 하도 많다 보니 시장 입구라는 '황금입지'에 카페가 아닌 버블티 매장이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오니 마치 동남아 어딘가에 있는 전통 시장에 온 마냥 후덥하기도 했고 복도가 좁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매장들 사이에 복도가 좁은 편이여서 왔다갔다하기 불편하더라구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이 많았으며 대부분 이런 인형을 팔고 있었습니다. 큼직한 캥거루 인형도 있었고, 귀욤귀욤한 코알라 인형도...
호주를 대표하는 차(茶) 브랜드, T2 Tea | 티 투. 호주가 아무리 땅이 넓다 하더라도 막상 여기서 기르는 차는 맛과 향 측면에서 크게 두각을 내고 있진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영국의 영향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만큼 영국식 차 문화 또한 호주인들의 일상에 단단히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 만큼 영국에 '포트넘 앤 메이슨'이 있다면 호주엔 'T2'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1996년 멜버른에서 첫 매장을 연 이래 오늘날 립톤(Lipton)에 인수되어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각 도시를 테마로 블렌딩한 차가 스테디 셀러! 호주 여행 기념품으로도 제격인데다 개인적으로 차를 즐겨 마시기에 더더욱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호텔이 있는 서큘러키(Circular Quay)에서 트램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교통 카드가 필요했기에 가까운 슈퍼부터 들렀습니다. 오팔(Opal) 카드를 구하긴 했는데, 막상 트램 탈 때 보니까 다들 신용카드를 찍더라구요? 알고보니 컨택레스 결제를 지원하는 카드면 국내 발행 카드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제가 가진 카드들도 대부분 다 됐더라구요. 아니 나 오팔 카드 뭐하러 샀지? 여튼 트램을 타고 세 정거장을 이동하여 QVB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서큘러키도 충분히 번화가지만 여기야 말로 시드니 상업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파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과연 오세아니아 제1의 도시. 드높은 빌딩들 사...
시드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경, Blue Mountains National Park | 블루 마운틴스. 시드니 도심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 가량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산이 창밖으로 펼쳐집니다. 약 27만 헥타르나 되는 이 거대한 야생 지대에 험준한 계곡과 푸른 산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호주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빼곡히 자란 유칼립투스 나무가 발산하는 미세한 오일이 안개를 이루어서 푸른 빛을 자아내다 보니 '블루 마운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시드니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기도 한 만큼 원시 상태의 자연을 즐기러 방문했습니다. 로라 마을을 지나서 블루 마운틴스로 향합니다. 블루 마운틴스 국립공원을 찾는 많은 관광객 분들께서 이 동네에서 점심을 해결하시던데, 여기엔 사실 마땅한 '맛집'이 없는 만큼 차라리 근방 '하이드로 마제스틱 호텔'에서 제대로 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방향으로 추천드립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하이드로 마제스틱 호텔 애프터눈 티 후기: [시드니 여행] The Wintergarden at Hydro Majestic Hotel 블루 마운틴을 바라보며 즐기는 애프터눈 티, The Wintergarden at Hydro Majestic Hotel. 과거 영국... blog.naver.com 블루 마운틴스 국립공원이 워낙 넓은 만큼...
한식 파인다이닝을 진두지휘하는 레스토랑, 라연 | 羅宴. 40여 년 전부터 한식을 선보였던 신라호텔에서 기존의 한식당을 대대적으로 손본 후 2013년 경 '라연'으로 한식 파인다이닝에 나섰습니다. 신라호텔이 노하우를 집약하여 야심차게 선보인 만큼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국내 최초 3스타로 인정 받았으며, 작년도 가이드에서는 2스타로 하향됐으나 佛 라 리스트(LA LISTE), 포브스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꾸준한 성적을 유지 중입니다. 최근 들어 라연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길래 날 잡고 오랜만에 다시 방문해 봤습니다. 밤에 오면 더욱 멋있는 신라호텔. 영빈관이 없었으면 지금 신라호텔이 가진 특유의 느낌도 많이 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 보니 안에도 빼놓지 않고 다 칠을 했네. "THE SHILLA" 간판이 걸린 23층 저 위치 쯤에 신라호텔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두 곳과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있습니다. 우선 호텔 로비로 입장. 아크릴 비즈를 투명한 줄로 매달아서 빛과 음영의 대비를 자아낸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신라호텔의 로비를 수놓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 작품이 없는 신라호텔 로비를 생각하기 힘들 만큼 상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이배 작가의 '붓질'이라는 작품도 로비에 걸려 있었는데 힘이 느껴지지 않나요? 여튼 예약 시간에 맞춰서 2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라연은 복도 끝자락에 있긴 한데 중간 쯤에서 직원 분이 대기하고 계셔서 처음 ...
윤태균 셰프와 함께 2막을 맞이한 파인 다이닝, 임프레션 | L'impression. 과거 서현민 셰프 시절과 동일하게 도산공원 옆 건물의 5층을 사용하는 임프레션은 2022년 2월 부 윤태균 셰프가 주방을 이어받으며 정제되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음식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식재료의 수급과 계절성에 따라 메뉴를 자주 변경할 만큼 그 순간 최적의 맛을 고집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최근 몇 달간 여기를 방문한 지인들의 평이 워낙 좋았어서 재방문을 고민하던 찰나, 마침 2024년도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으면서 '윤태균 체제' 또한 인정 받았길래 더더욱 윤 셰프가 이끄는 임프레션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임프레션으로 가는 길에 있는 스투시(Stussy) 매장에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 모습을 보면 신기합니다. 제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살짝 유행 지났다는 평이 대다수였는데 아직까지도 건재하구나. 도산공원 일대에서 훌륭한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는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을 기점으로 우측으로 접어 들면 독특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 나옵니다. 이곳 5층에 임프레션이 있습니다. 제가 4년 전에 방문했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약 확인 후 입장하니 시원하게 개방된 주방이 가장 먼저 보입니다. 요즘엔 다들 이런 오픈 키친을 선보이다 보니 셰프들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이닝 홀 전경. 도산공원의 푸릇푸릇한 ...
'서울 음식'이란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한 레스토랑, 스와니예 | SOIGNÉ. 미국 CIA 요리학교에서 수학하면서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Per Se에서 경력을 쌓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Lincoln의 오픈 멤버로 활약한 이준 셰프가 귀국 후 2015년에 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자신의 요리를 컨템포러리라던가 이노베이티브(창작 요리) 등등 정형화된 틀 대신 '서울 음식'으로 정의하여, 요리를 통해 서울의 생활상을 접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예술성과 맛의 조화를 인정 받아 2017년엔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2023년도 가이드부턴 2스타로 올랐습니다. 저 역시 한국인인 만큼 '서울 음식'을 표방하는 스와니예가 궁금해서 기대를 안고 방문했습니다. 퇴근 후 신사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예약은 오후 6시부터 가능합니다. 신사역을 나와서 한남대교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2022년에 완공된 신사스퀘어가 나옵니다. 예전에만 해도 무슨 웨딩홀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 공사가 시작되더니 금방 이렇게 문을 열어서 자리 잡더라구요. 신사스퀘어의 1층엔 테슬라 매장이 있으며 2층엔 스와니예와 함께 덴푸라로 유명한 키이로, 스시야 '레이호,' 비건 파인 다이닝 '레귬' 등이 모여 있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웬 동족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꿀꿀. 스와니예는 거대한 통창을 통해 주방이 시원하게 개방되...
하늘이 무너져도 자연산만을 고집할 스시야, 스시하네 | 鮨羽. 도산공원을 풍미하며 한국에 스시 오마카세를 본격적으로 알렸던 '스시초희'를 오랫동안 이끌던 최주용 셰프가 2020년 12월 부 압구정로데오에서 자연산에 대한 철학을 설파하는 스시야입니다. '자연산 수집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아무리 품이 많이 든다 하더라도 제철 자연산 생선만을 고집하여 타 스시야와 차별점을 두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에 좋은 솜씨가 더해지니 금세 팬덤이 형성됐고 2022년도 미쉐린 가이드부터 꾸준하게 1스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시 좋아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자연산의 매력에 빠지러 방문했습니다. 저녁 6시에도 어둑어둑한 압구정로데오. 어서 봄이 와야 날이 좀 길어질 텐데 말이죠. 한편으로는 반년 가까운 극야의 어둠을 견뎌야 하는 북유럽 지역에선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건지. 이 동네에 스노우피크 매장이 새로 생겼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팝업 매장이었습니다. 저녁 예약 시간이 임박했기에 동네를 구경할 틈 없이 바로 식당으로 후다닥. 예약 시간에 딱 맞춰서 하네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은 오후 6시 30분에 일괄적으로 시작합니다. 최주용 셰프께선 열심히 재료 준비 중. 저 위에 놓인 네타는 전부 자연산이겠죠? 셀러엔 온갖 좋은 와인과 사케가 한가득. 와인의 경우 샴페인 아니면 화이트만 구비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스시야에서 레드는 구경하기 어려운 것 같...
중식의 대가 후덕죽 사부가 총괄하는 중화요리, 호빈 | 豪賓. 전날 소개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작년에 개관 50주년을 맞이했는데, 후덕죽 셰프는 무려 56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중식계의 대부입니다. 1968년에 입문하여 1977년에는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2년 1월 부 장충동 앰배서더 서울 풀만(舊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의 중식당 '호빈'을 이끌고 있습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총애를 받았고 장쩌민 전 중국 주석도 중국 본토 요리보다 더 맛있다고 극찬할 만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광동요리로 특히나 호평을 받고 있으며, 최근 선공개된 2024년도 서울 미쉐린 가이드에 호빈이 등재되어 화제가 됐습니다. 오랜만에 후배들이랑 맛있는 중식을 즐기고자 호빈을 방문했습니다. 눈이 내린 장충동 일대.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것 같아요. "파라다이스 J-PROJECT"가 뭐지? 설마 여기에 파라다이스 호텔 새로 짓나? 예전부터 파라다이스 그룹이 서울에 호텔 하나 짓는 게 숙원 사업이라고 들었는데. 아, 전청조로부터 들은 건 아닙니다. 장충동에서 신라호텔과 함께 특급호텔의 궤를 같이 하는 앰배서더 풀만 호텔. "THE AMBASSADOR SEOUL"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호텔은 이름이 너무 길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한 번에 와닿지 않기도 하고, 하도 전국 곳곳에 앰배서더 호텔이 많다 보니 이미지...
40년 넘게 성업 중인 익산의 화상(華商) 중식당, 신동양 | 新東陽. 익산역을 이리역으로 부르던 시절인 1979년에 역 앞 구 도심 일대의 중앙초등학교 길 건너에서 개업한 중화요리 전문점이며 요리가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하지만 특히 고추짬뽕이 유명한 편입니다. 귀한 시간 내서 익산에 온 만큼 새로운 중식당을 가 보고 싶어서 수서행 SRT 타기 전에 짬을 내어 신동양을 들러서 가볍게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익산 친구 말로는 옛날엔 저 건물이 경찰서였다고 합니다. 지방 도시들이 으레 그렇듯 여기도 구 도심에 있던 기관들이 대거 새로 개발한 동네로 옮겼다고 해요. 여튼 친구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쯤에서 헤어졌고 저 혼자 신동양으로 걸어 갔는데, 구 도심 일대에는 확실히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인도에 저 혼자만 있어서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옛 도심을 거닐다 보니 익산이 이리라고 불리던 시절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리'라는 이름이 훨씬 더 특색있긴 한데. '○산' 조합으로 된 지명은 너무 많잖아요. 뭐 부산이니, 군산이니, 마산이니, 오산이니. 대신 '이리'는 뭔가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그런 느낌도 들고 어우 멋있구만.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신동양에 왔습니다. 한자로만 적힌 간판을 보니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에 왔다는 게 새삼 실감납니다. "since 1979" 홀 전경. 기차 시간 때문에 ...
64년째 성업 중인 익산의 중화요리 노포(老鋪), 길명반점 | 吉明飯店. 2대째 대를 이어 계승 중인 화상(華商), 그러니까 화교 출신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이며 오래된 중국집들이 특히 많이 보존된 편인 익산에서도 제법 독보적인 전통과 맛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익산에서 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 '국빈반점(國賓飯店)'이 2014년에 문을 닫으면서 더더욱 길명반점이 그 빈 자리를 제법 채우고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익산 사는 친구도 만나고 그동안 점 찍어 둔 길명반점도 방문할 겸 익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수서역에 왔습니다. 올해는 1월에 싱가포르도 다녀 왔고 지방 사는 친구들이 서울에 온 적이 종종 있었어서 정작 제가 남쪽 동네에 갈 일이 작년처럼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더더욱 두근두근. 한 2시간 걸렸나?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군산은 정말 질리도록 자주 방문했지만 이상하게 익산은 거의 7년 만에 다시 왔습니다. 역에서 친구 만나 길명반점까지 걸어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전북대 근처까지 왔습니다. 전북대 본캠이 전주에 있긴 해도 수의학과 등 일부 학과는 익산 캠퍼스로 옮겼다고 해요. 전북대 실습포장 근처에 목적지인 길명반점이 있었습니다. "화상 중화요리"라고 적힌 창문을 보니 신뢰도 상승. 홀 전경. 살짝 늦은 점심에 왔는데도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습니다. 수십 년 넘게 장사 중인 곳이지...
충북 옥천의 40여 년 역사 짬뽕 명가, 경진각. 오래된 중국집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충청도에서 43년 가까이 성업 중인 중화요리 전문점이며 2대째 내려왔다고 합니다. 지금의 사장님인 천주희氏는 20년 넘게 웍을 잡았다고 하며 방송 '생활의 달인'에서 짬뽕 달인으로 소개된 덕에 오늘날 일부러 이 집의 짬뽕을 위해 옥천까지 발걸음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방송 출연 이전에도 대전 토박이 친구가 추천했던 곳이여서 항상 물망에 올리긴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자꾸 다음으로 미뤘는데, 더 늦기 전에 빨리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아예 하루를 짬 내서 옥천으로 향했습니다. 무더위를 뚫고 충북 옥천에 왔습니다. 짬뽕 먹으러 옥천에 간다고 하니 부모님께선 "육영수 여사님 고향인 그 옥천 말이지?"라며 물어 보시더라구요. 저한테 옥천은 그저 택배 '옥천HUB'의 동네인데, 이게 세대 차이인가. "새마을" 한강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소담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옥천의 세종로' 격인 중앙로에서 조금만 골목으로 접어 들면 경진각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30년을 지켜온 정통중화요리 경진각" 이라고 간판에 적혀 있지만 이 간판 자체가 오래 됐고 올해로선 43년째 영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년가게로 인정 받았다고 해요. 홀 전경. 12시 쯤에 왔더니 대기 없이 바로 들어와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외지인보단 지역 주민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