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한 일본 3대 성(城), 나고야 성 | 名古屋城.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 家康)의 지시로 1615년에 건축된 나고야 성은 일본에 지어진 성들 중 최대 규모의 실내 면적을 자랑하며 도시의 중심으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황금으로 된 '샤치호코(鯱)'란 상상의 물고기가 지붕에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성의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나고야의 마스코트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2차대전 때 완전히 소실됐기에 오늘날의 나고야 성은 전부 복원된 '카피작'이긴 합니다. 나고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지하철을 타기에 앞서 24시간 탑승권부터 구매합니다. 720엔만 내면 24시간 내내 무제한으로 지하철을 탑승할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아요. 다만 JR 운영 노선에선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나고야는 지하철 역에 포르투갈어를 병기하고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 브라질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가 바로 아이치 현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브라질 Banco do Brasil 은행의 지점이 나고야에도 있다고 해요. 나고야 성을 가기 전에 산책을 즐기고자, 성과 가까운 나고야조(名古屋城) 역 대신 메이조코엔(名城公園) 역에서 내렸습니다. 주변을 보니 지하철 공사도 한창이고, 경기장 건설도 한창입니다. 2026년 아시안게임을 바로 나고야에서 개최하며 나고야 성 인근에서 새로 짓는 이 경기장에서는 레슬링 등이...
자그마한 킷사텐에서 즐기는 나고야식 아침 식사, 킷사 나나반 | 喫茶七番. 나고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아침으론 달달한 오구라앙(小倉餡) 팥소를 올린 '오구라 토스트 (小倉トースト)'가 대표적입니다. 과거 학생들이 단팥죽에 빵을 적셔 먹는 모습을 본 마츠바(満つ葉) 찻집 사장님이 오구라 토스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늘날 나고야의 어지간한 카페에서 모두 선보일 만큼 지역색 가득한 아침 식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쵸 커피, 리용, 카코 커피하우스 등 오구라 토스트로 유명한 킷사텐(喫茶店)이 많긴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밖에서 줄 서서 토스트를 먹고 싶진 않아서 대신 2023년 6월에 개업한 킷사 나나반으로 갔습니다. 누구나 우연히 일부러라도 오는 컨셉으로 편안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오구라 토스트 또한 맛이 괜찮단 평이 제법 있더라구요. 기대기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운동 갔다가 오전 8시 쯤에 호텔을 나섰습니다. 나고야에서 지냈던 TIAD 호텔은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전망이 좋았어요. 지하철을 타고 후시미(伏見) 역에서 하차. 작년 9월에 놀러갔던 교토에서도 동일한 이름의 지명이 있었는데, 이게 제법 보편적인 지명이구나. 교토의 후시미는 거대한 신사로 유명한 동네여서 조용조용했지만, 나고야의 후시미는 주요 업무 지구 중 하나여서 그런지 직장인들로 가득했습니다. 서울로 치면 충무로의 느낌? S...
논란의 여지 없는 나고야 최고의 히츠마부시, 아츠타 호라이켄 본점 | あつた蓬莱軒 本店. 나고야식 장어덮밥인 히츠마부시(櫃塗し)를 가장 맛깔나게 굽기로 유명한 곳을 논할 때 현지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곳이 바로 아츠타 호라이켄입니다. 1873년에 문을 연 노포(老舗)이며, 엄선한 장어를 최고급 비장탄에 구워서 극강의 부드러움을 살리고 있습니다. 또한 히츠마부시의 근간이 되는 타레 양념의 경우, 창업자 가계에만 비법을 계승하고 있으며 2차대전 땐 소스를 방공호에 보관까지 해서 맛을 지켰다는 무용담이 전해집니다. 그런 만큼 오늘날 나고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츠마부시 전문점이기도 해요. 이왕 히츠마부시의 본고장인 나고야까지 온 김에 모두가 최고라고 추어올리는 아츠타 호라이켄이 궁금해서 본점을 방문했습니다. 가나야마(金山) 역에서 지하철로 환승하여 아츠타 호라이켄의 본점이 있는 아츠타 신궁 앞 동네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어라? 어디서 많이 본 광고가. 도대체 이 '강운'이란 책이 뭔진 모르겠는데 도쿄, 교토에 이어서 나고야 지하철에서도 이 책의 광고를 봤습니다. 약간 뭔가 옛날에 한국에서도 화제였던 '시크릿'이랑 비슷한 내용의 책(?)인 것 같은데. 여튼 아츠타진구니시(熱田神宮西) 역에서 하차 후 식당까지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육교를 건너야 갈 수 있었는데, 아니 이 육교는 왜 이렇게 녹이 슬었다냐. 걷다가 갑자기 부식되서 무너진다...
나고야 1등 케이크로 자타가 인정하는 파티스리, 포르티시모 H | Fortissimo H. 1998년 도쿄에서 몽상클레르(Mont St Clair)를 성공시킨 '스타 파티시에' 츠지구치 히로노부 (辻口 博啓)가 2007년 나고야에서 FORTISSIMO H 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열면서 그간 갈고닦은 역량을 아뀜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집의 케이크에서 츠지구치 상의 진가를 유연하게 펼치고 있으며 나고야 최고의 케이크를 논할 때 매번 손꼽힐 만큼 지역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마침 매장에서 케이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살롱도 함께 운영 중이길래 방문해 봤습니다.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나고야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아서 지하철로 어지간해선 10분 안에 이동 가능해요. 돌이켜 보니 막상 나고야에서 버스를 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케시타(池下) 역에서 하차했습니다. 나고야 도심으로부터 동쪽에 있는 이케시타는 인근에 관광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민가촌입니다. 덕분에 나고야 시민들의 일상을 시민들 사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케시타 일대엔 '나고야 센트럴 가든(Nagoya Central Garden)' 이라는 고가의 맨션이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연식이 좀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고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부촌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가에 입점한 매장들도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네요....
나고야의 향토 요리인 미소카츠동의 원조, 아지도코로 카노우 | 味処 叶. 사실 일본어 발음엔 '카노'가 더 정확하긴 합니다. 나고야 일대에서 특히나 즐겨 먹는 붉은 된장인 핫초미소(八丁味噲)를 잘 튀긴 돈카츠에 버무려서 밥 위에 올려 먹는 미소카츠동(味噌カツ丼)을 나고야는 물론 일본에서 가장 처음으로 선보인 식당이 바로 아지도코로 카노우입니다. 창업주 스기모토 도시코(杉本利資)가 개발한 요리로서 1948년에 나고야의 대표적인 번화가 사카에(栄)의 골목에서 개업했습니다. 핫초미소를 사랑하는 나고야 사람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아 오늘날 꾸준히 방문하는 단골들이 많은 편입니다. 나고야에 온 만큼 나고야의 향토 음식을 최대한 다양하게 즐겨 보고자 카노우를 방문했습니다. 나고야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가인 사카에. 나고야의 어지간한 백화점과 브랜드 매장들은 다들 이곳에 있습니다. 미츠코시(三越) 백화점도 물론 있구요. 나고야엔 4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향토 백화점 '마츠자카야(松坂屋)'도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서 브랜드가 다양하진 않습니다. 대신 미츠코시에는 이렇게 에르메스도 있구요. 우선은 배가 고프니 쇼핑은 나중에 하는 걸로. 미츠코시 백화점으로부터 길 건너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접어 듭니다. 그런데 골목에 허먼 밀러가 있네? 소위 '문재인 의자'로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미국의 초고가 의자 브랜드 '허먼 밀러'가 나고야에 매장을 따...
일본의 3대 명천으로 손꼽히는 온천, 게로 온천 | 下呂温泉. 나고야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게로(下呂) 온천은 일본에서 3대 명천으로 손꼽힐 만큼 수질이 뛰어나며, 알칼리성 단순온천이다 보니 피부에 닿으면 비단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미인탕'이라는 별칭도 붙였다고 해요. 나고야가 위치한 아이치(愛知) 현의 옆 동네인 기후(岐阜) 현에 있으며, 강이 도도히 흐르면서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휘감는 자연 경관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만큼 당일치기 여행지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최근 일본을 그렇게 자주 왔어도 막상 온천을 즐긴 적이 없길래 이참에 미인탕을 통해 아름다워지고자 방문했습니다. 미인이 미인탕에 가는 건 당연지사. 암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운동 갔다 온 다음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고 나고야 역으로 이동! 나고야는 시내가 크지 않다 보니 어딜 가더라도 지하철로 10분 내외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나고야에 빌딩들이 많아서 내심 놀랐습니다. 나름 그래도 일본에서 3대 도시에 손꼽히는 만큼 역 주변으로 고층 빌딩들이 여럿 있는 편입니다. 나고야 역에 왔으면 JR 개찰구로 가셔야 합니다. 저처럼 게로 온천으로 가시는 분들은 메이테츠 개찰구로 가시면 안 돼요! 발매기에서 표부터 발권합니다. 이번 나고야 여행에서는 게로 온천만 가볍게 다녀 올 예정이었어서 굳이 JR 패스를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인생 첫 일본 여행으로 초등학생 때 2005 아이치 엑스포를 왔으니 벌써 19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 당시엔 주 목적이 엑스포 관람이었던 만큼 나고야 성 정도만 잠깐 구경만 하고 도심을 떠났기에 언제 한 번 제대로 나고야를 샅샅이 둘러 보고 싶었어요. 나고야를 검색하면 '노잼 도시'라는 딱지가 연관검색어에 등장할 만큼 사실 나고야엔 특출난 관광지나 랜드마크가 드문 편입니다. 마치 대전에 비견된다고 해야 하려나? 그렇긴 해도 나고야는 향토 요리에 '나고야메시(名古屋めし)'라는 표현이 따로 붙을 만큼 음식이 개성 넘치기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히츠마부시 장어 덮밥은 물론이며 '핫초미소(八丁味噲)'라고 부르는 붉은 된장을 폭넓게 활용한 음식들로 남다른 지역색을 확립한 나고야. 그런 만큼 이번에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나고야메시에 집중하며 누볐습니다. 2024년 12월 나고야 여행에서는 3박4일간 - 2곳의 히츠마부시 전문점 - 3곳의 훌륭한 로컬 식당 (미소카츠동 / 미소카츠 / 타이완 라멘) - 4곳의 킷사텐 및 제과점 (킷사텐 / 케이크 / 쇼콜라테리 / 파티스리) - 3곳의 관광지 및 온천 을 다녀왔습니다. 히츠마부시의 발양지인 나고야에서도 손꼽히는 식당 두 곳을 추리느라 힘들었고 각각 1시간 가량의 웨이팅이 있긴 했으나 둘 다 기다릴 가치가 충분했었습니다. 핫초미소를 활용한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