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을 때 보면서 '제목이 왜 이런 거지?' 했다.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책을 바로 읽고 싶었는데 자꾸 미루다가 이번에 독서모임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요시노 겐자부로는 20세기 일본을 대표작하는 지식인이자 편집인인데 이 책은 중일 전쟁이 발발한 1937년에 출간된 책이다. 군국주의가 활개를 치던 당시, 청소년들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쓴 책이다. 지금까지도 청소년 인생론의 고전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이 애니메이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원작이라고 알고 읽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내용이 같지 않은데? 하면서 말이다. 모임에서 알게 되었는데 스토리적인 면으로 보면 훨씬 유사한 다른 책이 있다고 한다. 존 코널리의 <잃어버린 것들의 책>이다. 나중에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 저자 존 코널리 출판 폴라북스 발매 2010.09.10. 이 책은 중학교 1학년이 된 코페르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따서 외삼촌이 붙여준 별명이다)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외삼촌과 나눈 편지와 대화가 실려있다. 코페르가 깨달은 내용이나 고민 등에 대해 삼촌에게 편지를 보내면 삼촌이 답장을 (상당히 긴) 보내주고 자신의 조언을 들려준다.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
청소년기에 진입한 아이의 변화는 부모를 당황하게 만든다. 감정이 널을 뛰고, 무슨 말만 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 시기를 몇 번 경험하다보니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나만 힘든게 아니라 이 시기에 아이도 힘들다는 것이다. 도대체 사춘기의 아이는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전에 유퀴즈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의 김붕년 교수가 나온 회차의 에피소드를 잠시 본 적이 있다. 그 중 교수님이 남자 중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는데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중학생이 한 명도 없더라는 내용이었다. 사춘기의 아이들의 뇌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던 차에 김붕년 교수의 신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라는 신간이었는데 저자가 진료실에서 만난 사춘기 아이들의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정서, 학습, 인간관계, 진로 등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문제와 고민들을 정리한 책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서문도 부모님을 위한 글과 청소년을 위한 글 두 가지가 실려있다. 인상깊은 부분은 우리가 흔히 쓰는 '중2병'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시선이 담겨있으니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을 거쳐 어른이 되는 동안 뇌도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친다. 더 많은 것을 이...
뮤지엄 엘이 위치한 인천 상상 플랫폼은 1978년 인천항에 건립되어 전국에 곡물과 사료를 공급해 온 곡물창고를 인천시가 최근 리모델링하여 재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다. 상상플랫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이와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곡물 창고의 기존 철골 구조를 그대로 보존해 높은 층고를 자랑한다. 미술관 옆 4층에 올라가면 바다 뷰의 카페가 있다. 전시관람 티켓 있으면 할인도 해준다고 한다. 2관에서 알렉스 카츠전을 하는데 17일 내일이 마지막이다. 1927년 뉴욕에서 태어난 알렉스 카츠는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알렉스 카츠는 팝아트의 선구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팝아트가 대두되기 전에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알렉스 카츠의 그림은 취향 저격이었다. 패션계 친구와 주변 인물, 아내 등을 그렸는데 이미지가 강렬하다. 그는 65년간 에이다와 함께 살았는데, 에이다는 그림의 모델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인 뮤즈이기도 하다. 아내인 에이다의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메인주에 있는 노란색 여름 별장 앞에 에이다가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다. 부부는 여름이 되면 뉴욕 친구들을 별장에 초대해 함께 지내었다고 한다. <주황색 모자2>는 여름 강렬한 햇빛 아래 모자를 쓰고 있는 에이다의 모습을 팝아트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검은 모자 2>(2010) 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모델인 울라의 모습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망원동 브라더스>를 재미있게 읽은 후 연이어 읽은 작품이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와 유튜브 방송을 연결시켜 재미있었는데 그냥 소설과 인물만 연결시킨 것보다 더 입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비디오 가게에 대한 추억이 있는 세대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2003년, 돈키호테를 좋아하는 돈 아저씨가 운영하는 대전의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 동네 중학생들이 아지트 삼아 모여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돈 아저씨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책도 읽고 떡볶이를 먹으며 정을 쌓아간다. 아이들이 원대한 꿈을 꾸고 세상에 나가기를 응원해준다. 15년이 지난 2018년, 외주 프로덕션 피디였던 솔은 일을 그만두고 대전으로 내려와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돈아저씨의 아들인 한빈을 만나는데 그는 3년 전에 종적을 감춘 아빠의 행방을 찾는 중이었다. 솔과 한빈은 의기투합하여 옛 비디오 가게를 스튜디오로 만들고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 그 시절 책과 영화를 소개하며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하게 된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해서 구독자 수를 늘려나가는 과정이나 준비해서 업데이트 하는 과정 등은 관심있는 주제라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유튜브를 시작하면 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진솔이 중간중간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을 준비하면서 언급하는 영화들인 <굿 윌 헌팅>이나 <고양이를 부탁해> 등이 나와서...
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는 책표지를 익숙하게 봐와서이기도 하고, 제목에서 서정적인 느낌도 나서 우아한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복지의 사각 지대에서 개인이 힘들게 감당해야하는 노인 돌봄 문제를 파고드는 소설이었다. 명주가 어머니의 죽음을 숨기는 장면부터 시작을 해서 읽는 내내 계속 조마조마하였다. 워낙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라 단숨에 읽었다. 만약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쉽게 답을 내놓지는 못하겠다. 명주의 선택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누가 감히 이들을 욕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해져오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내고 살아낸다. 이 소설에서 인상깊은 것은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간병을 맡아야 했던 두 사람은 족쇄처럼 여기에 얽매어있었지만 같은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연대는 새로운 가족의 형성을 보여준다. 눈이 내리는 날, 서로를 잃지 않도록 두 사람은 손을 맞잡는다. 얼마 전 글쓰기 모임 분의 글에서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는데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의견이 분분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결말을 읽으면서는 희망적으로 읽었다. 하지만 어떤 포인트에서 새드 엔딩이라고 생각했...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면 작가의 정신과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양주에 있는 양주 시립장욱진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인 <고요한 울림> 전시회를 보고 왔다. 이 전시는 '빛'이라는 주제로 장욱진, 방혜자, 김인중 세 작가의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방혜자, 김인중은 장욱진 화가의 제자이기도 하다. '빛'은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며, 사제관계인 이들을 연결해주는 고리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내부에도 작품이 있지만 정원에도 조각 작품이 있어서 하나하나 보면서 걸어가는 느낌이 좋다. <고요한 울림> 전시는 제목 처럼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전시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 ⠀⠀⠀⠀⠀ 장욱진의 그림은 가족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 많다. 가족이란 보편적인 테마이다. <집과 아이>는 ‘집’과 ‘가족’을 바탕으로 간결한 선과 구도, 독특한 색감 등으로 화면을 표현한 그림이다. 장욱진의 대표 작품이기도 하다. <집과 아이>는 집을 주제로 한 연작 중 미술관의 조형적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어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건립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장욱진은 나무와 집, 아이들, 새 등 주변의 소박한 소재를 동화적이고 간결한 선과 구도, 독특한 색감으로 표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적 정서를 서양 유화로 담아냄으로써 전통의 현대화를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게 집은 가족...
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력이 한 장밖에 남아있지 않은 11월이 되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도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가버린걸까 아쉬움이 든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항상 준비하는 게 있다. 바로 내년도 달력이다. 요즘은 일력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예전에는 일력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2025 루나파크 일력>은 하루에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음의 힘을 키워줄 수 있는 메세지가 담겨져 있다. 그림과 글을 쓴 루나(홍인혜)는 루나파크 홈페이지를 만들어 만화를 그려왔고, 시인으로도 등단했다고 한다. 루나 시리즈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25년 루나파크 일력 세트에는 일력과 주7일 무사 기원 부적 포토카드와 엽서가 들어있다. 일력의 앞쪽은 전반기라서 1월부터 6월까지, 뒷장으로 넘기면 하반기인 7월 부터 12월까지로 되어 있다. 2025 루나파크 세트, 박스안에 일력과 카드가 들어있다 루나파크 일력은 일상을 지켜내는데 가장 필요한 힘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체력, 능력 등 여러 가지 힘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마음의 힘, 심력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힘이 탄탄해질수록 일상은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잘 넘기며 2025년을 잘 넘길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인생은 힘들다. 좌절하고 절망할 일이 이어진다.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
한강 작가의 『내 여자의 열매』 는 첫번째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 이후 5년만인 2000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 「내 여자의 열매」를 읽다보니 『채식주의자』의 모티프가 이 소설에서부터라는 걸 알게 된다. 식물이 되어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채식주의자』를 읽기 전이라면 이 소설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하지만 남편의 관점으로 아내를 내 여자로 표현해주고 있어, 채식주의자의 영혜 남편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채식주의자』의 이야기는 강렬하고 대립항이 분명한데 반해 이 단편은 서사적 갈등이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자유를 꿈꾸던 아내의 계획은 모아둔 돈을 전세대금으로 넣으며 멈춘다. 남편은 처음부터 아내의 꿈을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몽상이라 취급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말수를 잃어가고 햇빛만을 갈망하며 살갗 전체에 푸른 피멍이 번진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온 날, 아내는 식물이 되어 있다. 그런데 식물로 변한 아내는 오히려 생생해지고, 강인한 활력이 넘쳐흐른다. 더 이상 어떤 상처도 입힐 수 없고, 무엇에도 파괴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남편이 플라스틱 대야에 물을 받아 베란다의 식물에 끼얹는 결말 부분이 강렬했다. 물이 닿자 식물이 살아나는 부분이 생생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된다. 나는 홀린 듯이 싱크대로 달려갔다. 플라스틱 대야에 넘치도록 물을 받았다. 내 잰걸음에 맞추어 흔들리는 물을 왈칵왈칵 거실바...
해들리 블라호스의 <삶이 흐르는 대로>는 저자가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면서 만난 잊지 못할 열 두 명의 환자와 보낸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이다. 22살의 나이에 시작해 현재 9년째 호스피스 간호사 일을 해오고 있는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어떻게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호스피스 간호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궁금했는데 외조모가 장의사이셔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환경에서 자라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며 죽음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에도 호스피스 간호사가 쓴 책들이 여러 권 있기 하지만 이 책은 에세이면서도 소설처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게 특징이다. 감동을 주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과하게 쓴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과 거부감을 조금을 내려놓게 만들어준다. 감동과 깨달음 두 가지를 다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과연 나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은 어떠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을 예측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의 삶이 가장 소중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임종직전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보여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비슷한 사례를 읽으며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다리는 것이 죽음만이 아니고 다른 걸 기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으로 독서모임을 했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고, 동명의 소설을 만든 연극도 보러 갔고, K-문학의 시대에서 힐링소설의 예시로 강의도 했건만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로 나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셀링 포인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와 이 책에서 인물들이 보여준 선의와 호의, 친절에 대해서이다. 소설은 염여사가 기차를 타고 가다가 지갑을 서울역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걸려온 한 통의 전화와 어눌한 말투.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독고가 염여사의 지갑을 찾아주게 된다. 염여사의 표현에 의하면 독고는 '경우가 있는' 노숙자였다. 염여사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그에게 날마다 편의점으로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호의를 베푼다. 그는 매일 저녁 8시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이 폐기처분되는 시간에 찾아와 산해진미 도시락을 먹는다. 새 걸 먹으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는 알코올성 치매로 말투가 어눌하고 기억력도 현저하게 떨어져있다. 야간 알바가 그만둔 뒤 염여사가 밤에 편의점에 나와있었는데 위기에 처한 그녀를 돕는다. 이 일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된 독고로 인해 주변 인물들에게 새로운 변화가 하나둘씩 이어진다. 편의...
크리스티나 크로스비의 <와해된, 몸: 크나큰 고통 이후를 살아가다>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된 저자가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겪으며 깨달은 자신에 대한 탐구와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기록한 회고록이다. 영문학자이자 여성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크리스티나는 쉰 살이 되던 해인 2003년 10월 1일, 자전가 앞바퀴 살에 나뭇가지가 걸리면서 노면에 부딪히게 된다. 이 사고로 턱이 부서지고 척수 손상을 입어 다리 근육뿐 아니라 몸통, 팔, 손 근육도 쓸 수 없게 된다. 방광과 장을 조절하는 능력 또한 상실하게 된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의식을 찾게 되지만 그녀의 몸은 '와해된' 몸이 되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는 나’는 이제 ‘휠체어를 타는 나’가 되었다. 그녀의 동성 연인 자넷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손상된 몸으로 살아가는 삶은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삶과 관련한 여러 인물과 함께 했던 개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산발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는 그녀의 와해된 몸처럼 흩어지듯 이어진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사지 마비가 된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만 하며, 이동의 자유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삶은 생각만으로도 절망스러워진다. 그 삶의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으며 고통 ...
국립중앙도서관이 올해 10월 15일에 79번째 생일을 맞이하였다고 하는데요.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개관한 대한민국 대표 도서관입니다. 방대한 장서와 디지털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79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도서관에서는 사연 공모 이벤트를 했는데 국립중앙도서관과의 특별한 인연, 재미있는 일화, 감동 스토리 등 도서관과 친구(79)가 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되는 거였는데요. 올해 봄, 정말 오랜만에 국립중앙 도서관에 갔습니다. 정말 많이 변한 모습에 깜짝 놀랐는데요. 논문을 쓸 때 자주 들렀던 도서관의 모습을 회상해보며 사연을 적어보았는데, 3명의 사연을 뽑아 웹툰을 만드는데 선정이 되어 지난 달에 [다시 만난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제목의 웹툰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79명의 사연 중 3명을 뽑아 웹툰으로 만들었어요. 선정 상품은 네이버페이 5만원받았습니다. 선정 사연 79명에 해당되어 스벅 기프티콘은 먼저 받았고요. 다시 만난 국립중앙도서관 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어요 90년대 열심히 들렀던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구내식당 밥이 유명하지요 웹툰은 도서관 블로그와 인스타에 전문이 실려있어요.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79주년 사연툰 X 요즘 강아지 덕구> 3화 - 다시 만난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79주년 기념, 요즘 강아지 덕구 작가와 함께한 인스타툰 "다시 만난 국립중앙도... blog.naver.com [...
세련되고 우아한 소설을 쓰는 영국문학의 거장 줄리언 반스의 신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엘리자베스 핀치>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느낌을 살리려 했음을 짐작케 하는 제목이다. 닐이라는 한 남자가 깊은 영향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가 죽고 난 후 그녀가 강의했던 배교자 율리아누스에 대한 에세이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줄거리 설명만 들으면 이런 이야기가 매력적일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한 인간에 대한 탐구는 늘 흥미롭다. 다만 나처럼 로마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은 무척 쉽지 않은 독서를 해야한다.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로마의 황제 율리아누스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잘 전달이 된다. 알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책을 읽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닐은 엘리자베스 핀치(EF)라는 교수의 ‘문화와 문명’이라는 수업을 듣게 된다.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간다. 아무런 강요를 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의 최고 형태는 협력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서 닐은 깊은 영향을 받는다. 엘리자베스 핀치는 닐이 평생 만난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본인의 생각이 명확하며,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완성 프로젝트의 왕’이라는 ...
한강 작가 전작 읽기 첫번째 책은 1995년에 발표된 <여수의 사랑>이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고독하고 고립되어 있다. 모두 슬프고 그늘진 이야기들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였거나 버림을 당하였고 이로 인해 인해 정처없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마냥 풋풋할 것 같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깊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소설을 쓰는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상처의 시절은 단단히 기억하지, 밀려온 진눈깨비조차 참 따뜻한 나라라고 ㅡ김명인의 시 「여수」 p.9 <여수의 사랑>은 자흔과 정선이라는 두 여성 인물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벽증으로 인해 룸메이트를 숨막히게 해 떠나보내는 정선은 광고를 보고 찾아온 자흔과 함께 살아간다. 결벽증과 구토에 시달리는 정선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자흔은 각자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을 것이다. 돈을 다루는 습관도, 물건을 두는 방식도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여수라는 공간은 서로를 연결해준다. 자흔은 떠나기 전날 밤, 위경련에 시달리며 자신의 팔에 매달리며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나'를 품에 안아준다. 다음 날 자흔이 떠난 것을 알고 여수로 가는 기차를 타고 떠나는 나는 죽음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고 삶으로 다가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랑'이지 않을까. 사랑은 삶의 ...
작년에 덕성여대 앞에 있는 선영씨 책방에 K-문학읽기에 대해 강의를 하러 갔다가 각자 읽은 소설 중 추천할 만한 작품을 나누었는데 선영씨가 이 작품을 추천해줘서 사들고 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소름이 돋는 부분이 있었는데 독일에서 사춘기를 보낸 주인공 해미의 절절한 외로움이 표현된 부분에서였습니다. 몇 달 전에 이 소설로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소설의 전개나 주인공 해미가 답답하다는 의견이 있긴 했습니다만 저에게는 자신의 상처를 돌보는 과정이 그야말로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언니의 죽음 이후,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큰 이모가 사는 독일로 이주해 와 살아가는 해미가 엄마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과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아이들이 노력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물의 깊은 내면을 다루는 솜씨, 디아스포라적인 그리움의 정서, 어디에도 마음둘 곳 없는 고독함이 짙게 배어나와 깊게 매료되었던 작품입니다. 도시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급작스럽게 언니를 잃게 된 해미는 괜찮은 척 혼자 슬픔을 견뎌내며 살아갑니다. 부부 갈등이 심해지자 엄마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독일에는 파독 간호사로 갔다가 의사가 되어 살아가는 언니가 있는 G시로 가기로 합니다. 해미는 말이 통하지 않은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는 게 힘들고 외롭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잘 적응하고 있다는 ...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웅'이라고 불렀던 레이먼드 챈들러. 그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비전 사회학 모임에서 읽게 된 <빅 슬립>. <기나긴 이별>과 <안녕 내사랑>을 흥미롭게 읽은 글방님의 추천으로 <빅슬립>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사립 탐정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필립 말로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느와르와 하드 보일드 탐정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그동안 '하드 보일드'라는 용어를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계속 써왔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보았다. 하드 보일드란 1930년대 미국소설에서 나타나는 한 경향으로 주로 탐정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다. 원래의 뜻은 '계란을 익히다'라는 뜻이었지만 비정하고 냉혹한 문체를 뜻하는 문학용어가 되었다. 논평이나 설명을 하는 서사방식이 아닌 사건을 감정이 없는 냉혹한 시선으로 도덕적 판단없이 서술하는 문학을 의미한다. 하드 보일드 문체는 헤밍웨이의 <살인자들> 부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소설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지라 33살의 젊은 필립 말로가 등장한다. 키는 183이 넘고 체격도 좋고 잘생겼다고 등장인물들이 자꾸 말한다. 그런데 이 소설, 사건이 상당히 복잡하다. 등장인물이 많은 것이 그 이유이다. 매 장마다 새로운 사람이 등장한다! 그야 말로 당신은 누구신가요?를 외쳐야 할 지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하는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2024.9.3~2025.3.3)을 보고 왔다. 이 전시는 1960년대 이후 11개국 아시아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망함으로써 신체가 가지는 소통, 접속, 연대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몸을 주제로 하는 전시이다보니 실험적인 느낌이 나는 작품도 많고, 파격적인 작품도 눈에 띈다. 뒤로 갈수록 강렬한 작품들이 많았다. 1부의 테마는 '삶을 안무하라'이다. 정강자 화가의 1973년작 <명동>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명동 거리를 바쁘게 뛰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화구 가방을 들고 가는 작가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정강자 화가의 삶이 궁금해 찾아보니 대표적인 한국 아방가르드 작가이자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로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1960-70년대 한국 실험 미술 집단에서 활동하면서 퍼포먼스나 해프닝 등 다양한 실험적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 간 모습이다. 다른 작품들도 살펴보니 한국 현대사의 격동 시기를 겪은 여성 예술가의 삶과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색상도 강렬하고, 도전의식도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1973년 명동 거리의 모습이다. 에스콰이어 구두도 보이고, 멀리 명동성당 모습도 보이는 저 길이 생각이 났다. 작품 중앙에 상반신을 탈의한 채 걸어가고 있는 여성의 당당한 표...
가볼만한 도서관을 함께 방문해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근처의 맛집과 카페를 가보는 도서관 탐방 모임 10월의 도서관은 바로 삼각지역에 있는 전쟁 기념관 안에 있는 6.25 아카이브입니다. 전쟁 기념관 안에도 도서관이 있냐고요? 네. 멋진 통창에 넓고 쾌적하며 세련된 도서관이 있습니다. 박물관(미술관) 안 도서관 계속 해서 방문해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방문한 곳 중 가장 멋진 공간이었어요. 전쟁기념관은 아이들 키우는 분이라면 한번쯤 다 가보셨을 곳이죠.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박물관이 잘 되어 있습니다. 야외 옥외 전시장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탱크, 전함, 전투기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남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삼각지역에서 내려 전쟁 기념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2층이고 6.25 아카이브는 2층에 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조용히 혼자 책 읽고 오기 좋은 힐링 공간입니다. 일단 넓고, 통창이 있어 바깥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도 세련되어 있습니다. 6.25 아카이브라서 전쟁에 관련한 책만 있나 했는데 문학책들과 일반 책들도 은근히 많습니다. 일요일에 독서모임을 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을 읽었습니다. 말로가 나오는 탐정 소설인데, 하루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문체를 특히 극찬하면서 자신의 소설에 이를 따라하기도 했다고 알려져있지요. 묘사가 뛰어나긴 했습니다. 도서관 입구 앞에서...
이번달 심리모임에서 읽은 책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책인데 어쩌다보니 완독을 못했던 책이다. 다시 책을 읽으면서 데일 카네기가 1888년생이고, 책의 초판이 1936년에 출간되었다는 소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교사, 세일즈맨, 배우였다는 카네기의 사진을 보며 막연히 최근 (?) 사람인줄 알았던 것이다. 카네기는 YMCA에서 하룻밤 2달러 강연을 하다가 점점 강의를 듣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하룻밤 강의료가 30달러에 이르게 된다. 강의를 하면서 직접 교재로 사용할 책을 펴내게 되었는데 “친구를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는 법” 이라는 제목으로 1936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많은 자기계발서에 영향을 미친 책이다. 우리 삶의 모든 성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화두를 던진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자가 말하는 방법들은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며 분명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관계를 통해서만 무언가를 얻거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서 모두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모두 맞는 말이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유명인들이 했던 말들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옳고 그른 것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을 지적하고 비판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
[EVENT] 한강 작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해법독서논술 도서 추천 이벤트 안녕하세요, 해법독서논술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엄청난 소식이 있었죠? 바로 한강 작가의... 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