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화가
262025.01.28
인플루언서 
런던 예술 산책
1,628공연전시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95
8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사순 가문 사람들

작년에 열린 사전트의 대형 회고전은 패션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 영국과 미국의 명문가 패셔니스타들이 화려한 사전트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대거 등장했다. 그중 인도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킨 페르시아계 유대인이자 인도인으로 태어난 사순 가문의 자녀들은 영국 귀족으로 자리 잡아 사전트와 같은 시대를 살며 얼굴을 많이 남겼다. '사순'이란 성은 지금도 뭄바이(옛 봄베이)부터 중국 상해까지 근대 무역 중심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했다. 같은 가문이 영국에도 단단히 뿌리내린 셈. Lady Sassoon (Aline de Rothschild), 1907 사순과 함께 또 다른 세계 금융의 거물급,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태어나 사순 가문의 며느리가 된 레이디 사순의 초상화 - 이번 사전트 전시회에서 한 전시실을 온전히 다 차지한 첫 작품으로 걸렸었었다. 존 싱어 사전트 : Tate Britain 한 화가의 특징에는 한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여러 면모가 있는데, 올해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기획전에서... blog.naver.com The Countess of Rocksavage (Sybil Sassoon), 1922 레이디 사순은 사순 집안의 맏며느리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두었는데, 사전트는 이들과도 친분이 깊었고 초상화를 그렸다. 이 전시의 처음과 마지막을 엄마와 딸, 사순 가문이 열었던 셈이다. 중세 오스트리아 여왕의 초...

2025.01.23
11
프레더릭 레이턴 in V&A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 줄여서 V&A라고 부른다. 곧 이스트 런던에도 문을 열 예정이고 전국에 몇 군데 있지만 켄싱턴이 본관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데다 소장품 종류도 전 세계 고대 유물과 전통 공예를 비롯해 의상, 보석, 회화와 사진까지 아우르니 V&A에서 도대체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자주 접한다. 단 한 번만 방문했다면 전혀 이상한 관람 소감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매달 한 번씩은 꼭 V&A를 다닌 나도 갈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니 말이다. 그만큼 넓고 깊은 박물관이자 미술관! V&A 넓고 깊은 뮤지엄 ft. 빅토리아 여왕의 다비드 예쁘고 기발한 소품들이 많은 뮤지엄 숍이 멋지고 티타임 즐기기 좋은 정도라고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방... blog.naver.com 빅토리아 여왕 치하에 세워진 V&A에 빅토리아 시대의 최고 명예로운 화가였던 레이튼의 작품이 남아있단 사실은 당연하고도 신비롭다. 세월에 따라 건물이 증축되고 실내 디자인 변화도 컸기 때문에 이전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던 레이튼의 프레스코 장식화는 이제 복도 한쪽 벽화로 남아있다. 그 때문인지 레이튼의 행적을 뒤따르다 보면 그 유명했던 화가의 명성이 어떻게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는지 파고들게 된다. 런던을 방문한 Flaming June 작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무료 전시 중인 레이튼 경의 플레이밍 준이 이번 주 주말...

2025.01.15
24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회고전 : Royal Academy of Arts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RA 앞마당 조각은 회고전과 연계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작품으로 새파란 가을 하늘과도 잘 어울렸지만 한겨울 회색빛과는 더 잘 어울렸다. Self-portrait (aqua), 2007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은 아일랜드 태생이지만 어릴 적 아버지 직업을 따라 미국과 콜롬비아에서 교육받았다. 역사와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예일대 페인팅 코스에 다녔다. 당시 예일대는 색채 교육으로 유명한 화가 요제프 알베르스의 영향으로 일찍이 추상미술이 일반적이었고 알렉스 카츠 등 미국의 추상 미술을 선도하는 작가들이 강사였기에 크레이그-마틴의 작품 세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Untitled (art/blue), 2024 말장난 같은 언어와 낙서 같은 그림이 같이 있어 그라피티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색상 때문에 팝아트로 보이기도 하는 크레이그-마틴의 후기 회화 작품이 가장 아이코닉하다고 할 수 있지만, 테이트 모던이 소장한 설치작품이야말로 개념예술가로서의 크레이그-마틴의 작품 세계를 관통한다. Oak Tree, 1973 & On the Table, 1970 Oak Tree, 1973 선반에 물 한 잔 달랑 놓인 이 작품은 그 옆에 붙은 텍스트와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이게 무슨 아트야? 저게 작품이라고?? 이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직도 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 생생하다. 당시 미술관 소속 전문...

6일 전
25
불면증을 그린 화가, Léon Spilliaert : Mu.zee

한겨울의 벨기에 바닷가 도시, 오스텐데 벌써 5년 전이라니!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해라서 더 오래된 이야기 같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변 도시를 한겨울에 방문한 이유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미술관 정문에는 앙소르 이름만 보이지만 실제는 오스텐데 출신의 두 화가, 제임스 앙소르와 레옹 스필리에르트의 작품을 같이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회장 입구에 나란히 걸어둔 앙소르와 스필리에르트 과거 전시회 포스터들의 수를 보다시피 두 작가는 다작하며 벨기에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둘 다 생전에 왕실에서 훈장을 받는 등 충분히 인정을 받았으니 만족스러운 삶이었을까. 제임스 앙소르 : Mu.zee 1860년, 벨기에 해안 도시 오스텐데에서 태어나 한 도시에서 아흔 평생을 살다간 제임스 앙소르. 제임스,라... blog.naver.com 독특한 작품 분위기로 "벨기에의 뭉크"라고도 불리는 스필리에르트는 고향 선배인 앙소르보다 이십 년 후 1881년, 오스텐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향수 제조자로서 안정된 삶을 제공했지만, 어린 스필리에르트는 지병으로 은둔적 생활 속에서 낙서 같은 스케치에 몰입하며 성장했다. Black Seascape, 1900 스필리에르트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18세에 브뤼헤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그만둔다. Seascape with Wa...

2024.12.08
8
21세기의 로코코, 플로라 유크노비치 : Wallace Collection

18세기 로코코 전성기를 이끈 프랑수아 부셰의 작품과 이아지는 연작처럼 걸어둔, 21세기의 로코코를 이끄는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 두 점이라 아쉽고 두 점으로도 충분한 전시였다. 조용히 작품을 마주하고 앉아 다른 관람객들의 대화를 저절로 엿듣다보니 다 나와 같은 생각 ㅎㅎ 이제 플로라 유크노비치는 어떤 새 작품을 할 수 있을까. 1층에서는 요즘 갤러리처럼 하얀 벽에 액자에서 커낸 캔버스 자체로 걸린 18세기의 부셰 작품을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금테 액자를 입은 21세기 플로라 유크노비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부셰의 작품은 직접 보는 편이 감동이지만 사진으로 보면 오래된 달력 그림처럼 시시해 보인다. 반대로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그림은 직접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면 훨씬 자극이 세다. '동시대적'이란 의미는 이렇게 다가온다. 과거에 갇혀 이 시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과연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에 웃을 수 있을까. 로코코에서 영감을 가져와 전통 기술 노하우와 노동 집약적 회화를 하면서 작품 제목으로는 개념미술을 하는 화가, 플로라 유크노비치. 이제 겨우 서른넷, 순식간에 로코코를 현대미술계로 재배치한 그녀의 앞날을 걱정하는 동시에 기대한다. 작지만 특별한 이 전시는 무료로 월리스 컬렉션에서, 2024년 11월 3일까지. 미술시장의 신데렐라, Flora Yukhnovich의 2년 후 2년 전 소더비 경...

2024.10.28
17
반 고흐의 아를과 생레미 : National Gallery

The Lover (Portrait of Lieutenant Milliet), 1888,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The Netherlands 올 하반기 런던에서 제일 표구하기 어려운 전시회는 역시나 반 고흐 전, 2025년 1월 19일까지 열린다. Van Gogh: Poets and Lovers The Poet's Garden, (Public Garden in Arles), 1888, Private collection 시인들과 연인들, The Poet (Portrait of Eugène Boch), 1888, Musée d'Orsay. Paris 소제목처럼 그사이 숨겨졌던 고흐의 또 다른 행적이라도 찾았나 싶었지만 그의 생애와는 크게 상관없는 아름다운 제목이었다. Starry Night over the Rhône, 1888, Musée d'Orsay, Paris 내셔널 갤러리 오픈 200주년 기념전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에 퍼져있던 고흐의 대표작들이 런던으로 다 모였다. 평소에 다른 미술관에 대여되지 않는 주요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언제 가도 인파가 넘실대기 때문에 미리 각오하고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 좋은 전시회다. View of Arles from Montmajour, 29 May 1888. Reed pen and ink drawing, Oslo National Gallery Hil...

2024.12.03
17
마그리트, 키리코, 델보 : 런던 크리스티 & 소더비

L'ami intime, 1958, RENÉ MAGRITTE (1898-1967) Le duo, 1928, RENÉ MAGRITTE (1898-1967) 르네 마그리트 : Musée Magritte Museum 벨기에 왕립 미술관 곁에 선 마그리트 미술관은 눈속임으로 유명한 마그리트의 작품과 닮아있다. 클래식한 ... blog.naver.com Les eaux profondes, 1941, RENE MAGRITTE (1898-1967) L’invitation au voyage, 1961, RENÉ MAGRITTE (1898-1967) Le passage de Baucis, 1966, RENE MAGRITTE (1898-1967) The eternal evidence: knees, 1954, RENÉ MAGRITTE (1898-1967) 경매에 나온 개인 소장품으로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들, La race blanche, 1967, RENÉ MAGRITTE (1898-1967) 마그리트 조각 뒤로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스페인 출신 초현실주의, REMEDIOS VARO (1908-1963) - 요즘 재발견되고 있는 여성 화가다. 그 곁에 구스타브 반 데 우스테인도 마그리트와 같은 시기 활동한 벨기에 화가로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그림을 그리지만 표현이 지극히 사실적이다. 벨기에 표현주의, Gustave Van de Woestijne...

2024.11.24
20
가브리엘레 뮌터 : Tate Modern

독일 청기사파 창립 멤버인 가브리엘레 뮌터는 1877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중상류층 집안에서 가브리엘레는 어릴 적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당시 여학생이 입학할 수 있는 미술학교는 드물어서 개인 교습을 받았고, 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뒤셀도르프에 있는 화가의 스튜디오에서 수련하거나 화가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여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스무 한 살에 부모님을 다 잃은 후에도 가브리엘레는 넉넉한 유산을 물려받아 평생 예술가의 길을 쉼 없이 갈 수 있었다. 1898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먼 친척들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 코닥에서 첫 휴대용 카메라를 출시했을 무렵으로, 가브리엘레는 이 카메라로 여행 중 4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위 사진들이 바로 가브리엘레가 찍은 미국 풍경으로 그녀 회화 속 장면과 같은 자연부터 젠더와 인종 갈등 같은 사회 문제도 함께 담았다. Kallmünz - Gabriele Münter, Painting || 1903, Wassily Kandinsky 1886-1944 여성이라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가브리엘레는 뒤셀도르프에 이어 뮌헨에서 화가가 운영하는 개인 미술학교를 다닌다. 칸딘스키가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가까워진 둘은 이후 12년간 제자이자 동료이며, 연인으로 지낸다. 열 살 연상이었던 칸딘스키가 여러 가지 테크닉을 전수하며 가브리엘레 작...

2024.09.26
26
영국의 여성화가들 : Tate Britain

Artemisia Gentileschi (1593-1652), Self-portrait as the Allegory of Painting (La Pittura), C.1638-1639 유럽 미술사에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첫 여성 화가라면 이탈리아 출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회자된다. 그녀가 영국 여성 화가들을 모은 전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영국 왕실에서 궁정화가로 4년여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태어나 실력 있는 화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그림을 배운 아르테미시아는 빠르게 성장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고 나폴리와 베네치아를 거쳐 마흔다섯에 영국에 왔을 때는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는 화가였다. Artemisia Gentileschl (1593-1652), Susanna and the Elders, C1638-1640 다른 화가의 이름으로 영국 왕실 소장품에 기록되어 있던 위 작품은 작년 이맘때쯤에서야 아르테미시아 작품으로 확정되었다. 그녀만의 시그니처 물감 사용을 확인했고 캔버스에 뒷면에서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왕실 문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르테미시아 정도로 영향력 있던 여성 화가의 작품마저도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프로비넌스가 확실하지 않다면 출처가 불분명한 대부분의 미술 작품을 남성 화가의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랫동안 존재마저 불투명하게 남은 여성 화가들, 이들의 역사를 파헤친...

2024.09.18
13
화가이자 정치인, Osvaldo Licini : Estorick Collection

Amalassunta with Cigarette, 1951 작년 여름, 가장 더운 날에 마주한 여름 그림들. 1894년 이탈리아 중부도시 Monte Vidon Corrado에서 태어난 오스발도 리치니는 모란디와 동급생으로 볼로냐 미술대학을 다녔다. 부모님이 일찍이 파리로 가 자리를 잡는 동안 어린 리치니는 조부모님과 이탈리아에 남겨졌지만, 후에 파리에서 같은 나라 출신 모딜리아니를 만나는 등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계도 경험하고 스웨덴 출신 여성 화가와 결혼한다. Portrait of Nanny, 1926 영국 유일의 이탈리아 근대 미술 컬렉션 : 에스토릭 미술관 조지 양식 주택이 모여있는 런던의 주거지역에 미술관인 듯 아닌 듯 자리 잡은 Estorick Collection of ... blog.naver.com 작은 미술관의 한산함 덕분에 최고 기온을 찍었던 날마저도 에어컨 바람이 쌩쌩 - 그림도 시원시원했다. 오늘날에는 추상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리치니의 초기작은 모딜리아니의 인물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초상화와 모란디의 색감을 담은 풍경화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당시 이탈리아에서 떠오르던 파시즘과 결탁한 예술 움직임에 동조할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1931년, 첫 추상화를 그리면서 화풍에 큰 변화를 주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가 독일의 나치에 협력하고 2차 세계 대전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탈리아 예술계에도...

2024.08.03
8
카라바지오의 마지막 작품 : National Gallery

5월의 눈부신 어느 날, 트래펄가 광장을 가로질러 내셔널 갤러리로 - 아래층에서부터 입장 대기줄이 있는 인기 전시회는 카라바지오가 그린 마지막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4년 7월 21일까지, 무료입장. Salome receives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about 1609-10 @The National Gallery, London. Bought, 1970 정확한 기록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고 간 화가, 카라바지오. 167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이십 대 때 로마로 가서 빠른 성공을 이루지만 폭력적이고 괴팍한 성격이 결국 화를 불러 서른넷에 살인을 저지른 도망자가 되었다. 이전 밀라노에서도 싸우다가 베네치아를 통해 로마로 도망왔는데, 살인자가 되어 나폴리에 숨어들게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도시국가 연합으로 카라바지오는 다른 나라로 망명한 셈이다. 위 작품은 나폴리에서 그린 작품. 깜깜하고 좁은 전시실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 품질은 겨우 이 정도. 런던에 있다면 꼭 보러 가기를. 전시가 끝나면 원래 소장처인 나폴리로 돌아간다. 중세부터 여성의 지위 향상을 논할 때 등장하는 성녀 우르술라, 4세기 경 기독교를 신봉하는 잉글랜드의 공주로서 이교도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성지순례를 허락받았다. 수백 명의 시녀를 대동하고 로마로 떠났던 신앙심 깊은 우르술라는 돌아오는 길에 칭기...

2024.07.13
22
필립 거스턴 회고전 : Tate Modern

요즘 유행하는 여성, 유색인종, 퀴어 등 어느 키워드에도 속하지 못하는 필립 거스턴의 대형 회고전이라니, 의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화가에 대해 잘 몰라서였다. 작년 가을, 멤버 프리뷰에서는 거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후 바로 전시를 이어보는 코스였기에 테이트 모던에서 왜 지금 거스턴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Mother and Child, c. 1930 19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Philip Guston은 어릴 적 미국 LA로 이주했다. 생활고로 인해 아버지가 세상을 등질만큼 매우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일찍 미술에 소질을 보였던 거스턴을 미술학교에 보냈다. 거스턴은 학교에서 잭슨 폴록을 만났고 같은 선생님 밑에서 사사하며 평생 친구로 지냈다. Gladiators, 1940 십 대 때 그린 거스턴의 그림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주제에 키리코와 피카소의 터치가 진하게 보인다. 이런 대형 회고전의 묘미는 화가의 귀한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Martial Memory, 1941 거스턴이 미국으로 이주할 무렵 이미 LA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K.K.K 군단의 활동이 활발했고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흑인뿐만 아니라 유대인도 속해있었다. 꽤나 생소하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인 거스톤을 피부색이나 외모만으로 폭력의 대상으로 삼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사회적 압박은...

2024.07.22
18
존 싱어 사전트 in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존 싱어 사전트는 미국의 아트 컬렉터 이사벨라 가드너와 런던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다. 파리 살롱에서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던 마담 X를 보고 이사벨라는 단박에 사전트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완성된 작품은 보스턴에 자리한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에 걸려있다. 미국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여러 취향이 맞아떨어졌던지 사전트와 이사벨라는 평생에 걸쳐 서신을 주고받았다. El Jaleo, 1882, John Singer Sargent 그런 이유로 사전트 작업이 많이 남아있는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 그중에서도 주요 작품이라 꼽을 수 있는 스패니시 댄서를 담은 그림은 걸린 위치도 특별하다. 사전트와 이사벨라의 만남 이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원래는 이사벨라 시댁 친척이 소유하고 있었다. 1914년, 이사벨라가 저택 일부를 변경해 스페인풍의 회랑과 예배당으로 장식하면서 이 작품이 어울릴만한 완벽한 공간이 탄생했다. 컬렉터로서 매우 적극적이었던 이사벨라의 다른 에피소드들처럼 이 공간을 본 친척은 순순히 사전트의 스패니시 댄서를 내놓았다고 한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정취가 느껴지는 회랑은 중국식 홀과도 연결되는데,,, 어쩐지 자연스럽다. 게다가 그 끝에는 스페인풍 예배당이 자리한다. 부처상에 관심을 보였던 이사벨라의 종교를 뛰어넘는 미적 감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정 풍경이 워낙 아이코닉 하다 보니 들어서자마자 정원을 중심으로 눈길...

2024.07.07
29
존 싱어 사전트 : Tate Britain

Lady Sassoon, 1907 한 화가의 특징에는 한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여러 면모가 있는데, 올해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기획전에서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적인 존 싱어 사전트의 능력을 부각시켰다. 전시 제목이 '사전트와 패션'으로 초상화가로 유명한 사전트의 작품을 그림 속 의상과 함께 보여주는 전시다. Opera cloak c.1895, Possibly by House of Worth, France, 1858-1956 Sargent and Fashion, 22 February – 7 July 2024, Tate Britain 유럽에 머물던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전트의 고향은 이탈리아 피렌체다. 내향적인 부모는 소극적 사교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항상 다방면의 아티스트들이 드나들었다. 홈스쿨링 통해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께 미술 교육을 받고 4개국어를 깨친 후 파리로 간 사전트는 순탄하게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했다. 드가와 모네 등 인상파 대가들의 영향으로 사전트도 처음에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지만 생계를 위해 자연스럽게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파리 살롱 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884년, 스물여덟의 사전트가 Madame X를 내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일찍이 파리에서 교육받고 부유한 은행가와 결혼한 가트로 부인은 독특한 성격과 요란한 패션으로 파리 사교계에서 유명했다. 아슬아슬하게 흘러내...

2024.07.04
13
17세기 초상화가로 자립한 메리 비일

Self-portrait, 1666, Mary Beale(1633-99) @National Portrait Gallery in London 17세기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국 초상 화가 Mary Beale, 1633년에 태어난 그녀에게는 세 명의 남성 조력자가 있었다. Self-portrait, c.1675, Mary Beale(1633-99) @Moyse's Hall Museum 메리의 아버지는 학식 있는 목사이자 아마추어 화가였기에 메리의 첫 스승은 아버지였을 거라 추정한다. 덜이치 미술관에 메리 비일의 작품이 몇 점 남아있어서 2023년에 작지만 풍성한 기획전이 있었다. 거기서 메리의 화가 인생 전체를 관장해 준 남편, 찰스 비일의 이야기를 만났다. 찰스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출신이자 공무원이었고,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해서 메리의 작업을 이해했다. Portrait of a Physician, Late seventeenth century, Mary Beale(1633-99) @Dulwich Picture Gallery 런던에서 신혼을 시작한 부부는 흑사병 확산 때문에 시골로 이사해 두 아이를 키웠다. 원래 아들이 셋이었지만, 첫째를 일찍 잃고 첫째와 동일한 이름을 붙인 둘째 아들은 후에 의사가 되었다. George Digby, 2nd Earl of Bristol c.1638, Sir Anthony van...

2024.06.18
25
모네에서 모리조까지 : Brooklyn Museum

미국 미술관에서 만나는 유럽 미술 기획전 Flood at Moret, 1879, Alfred Sisley(British, active France, 1839-1899) The Village of Gardanne (Le Village de Gardanne), 1885–1886, Paul Cézanne (French, 1839–1906) The Vineyards at Cagnes, 1908, Pierre-Auguste Renoir(French, 1841-1919) 화가의 정원 : 르누아르 미술관 Summer, 2005 화가들이 생전에 살던 곳을 방문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다. 그림 한 점 보는 것만큼 ... blog.naver.com 부댕과 라울 뒤피의 노르망디 해변, The Beach at Trouville. circa 1887-96 / The Regatta, circa 1908-10 The Doge’s Palace, 1908, Claude Monet (French, 1840–1926) 인상파는 언제 어디서나 인기가 높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유럽 미술에 초점을 맞춘 이 기획전은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한 점 한 점 누구의 기부로 어떤 방식으로 구매했는지 작품 출처가 설명서에 세세히 기입되어 있었다. 미술관이 직접 지적했듯이 브루클린 미술관 유럽 미술 소장품은 백인 부유층 남성의 기부로 이루어...

2024.06.09
27
영국 왕립 미술원 최초의 여성 회원, Angelica Kauffman

아버지의 고향 오스트리아 Bregenz Forest 지역의 전통의상을 입은 마흔 살의 여성 화가, 안젤리카 카우프만. 같은 전통의상을 입고 열여섯에 그린 자화상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걸려있다. Self-portrait with Stylus and Portfolio, 1784 안젤리카는 어머니의 나라,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난한 화가로 일감을 따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 여러 지역을 넘나들었다. 안젤리카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아버지는 어린 딸을 조수로 두고 직접 미술 교육을 시켰고, 어머니는 외동딸에게 무려 4개국어를 가르쳤다. Self-portrait at the Crossroads between the Arts of Music and Painting, 1794 가수로 활동했던 어머니를 닮아 노래도 잘했던 안젤리카는 일찍이 오페라와 미술 중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 시절을 대변한 작품으로 음악 여신에게 손이 잡힌 채 미술 여신을 따라가려는 여인이 바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안젤리카다. Penelope at Her Loom, 1764 미술을 선택한 안젤리카는 열두 살부터 지역 유지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위 작품은 스물셋에 그린 작품으로 이후 작품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완성된 테크닉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손, 안젤리카가 그린 손에 반했다. 유명 초상 화가들이 얼굴을 잘 그리는 ...

2024.06.16
8
바젤리츠 최신 회화전 : White Cube Gallery

60년 작업 기간 중 절반 이상 사람을 거꾸로 그려온 독일 화가, 바젤리츠 개인전. 2024년 6월 16일까지 @White Cube Bermonsey 다 그려진 캔버스를 거꾸로 걸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거꾸로 된 형상으로 작업했는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이전에는 없던 방식으로 인물화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20세기 전후 인기 폭락한 장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니. 처음에 장난처럼? 시작한 일도 부지런히 반평생 넘게 하다 보면 작가 자신보다 그림을 마주한 관람객들에게 더 진지한 의미를 남긴다. 현대미술을 온라인이나 도록으로 볼 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남발한 적이 있는데, 런던에서 이런 대형 회화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재료의 성질을 잘 알고 재료를 선택하는 노하우 등 세세히 계산된 결과로 단 한 번의 붓질이 나온다. 한 번이라도 텅 빈 캔버스를 노려본 적 있는 사람은 화가의 붓질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거꾸로 걸린 그림은 사람들을 다가가게 만들어 전체 모양을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붓질의 획과 물감의 높낮이를 따라 느끼게 한다. 관람자의 의도치 않은 성과는 화가의 의도된 결과다. 미래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늘 과거에서 건져올린 영감들로 작품 하는 바젤리츠의 이번 화이트 큐브 전시 작품들은 모두 2023년부터 완성된 최신작들이다. 어린 시절 스케치북을 탐구한 ...

2024.06.15
9
Claudette Johnson : 코톨드 갤러리

2023년 마지막으로 본 전시, 2024년 터너 상 후보에 오른 Claudette Johnson 개인전. STANDING FIGURE WITH AFRICAN MASKS, 2018, Pastel and gouache on paper I CAME TO DANCE, 1982, Pastel and gouache on paper FIGURE WITH RAISED ARMS, 2017, Pastel and gouache on paper 1959년,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클로데트 존슨은 루바이나 히미드와 함께 80년대 영국 BLK 미술 운동에 참여했다. KIND OF BLUE, 2020, Pastel and gouache on paper BLUES DANCE, 2023, Pastel, watercolour and gouache on paper 클로데트 존슨의 회고전 - ART 읽을거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 패션 매거진, 패션 잡지, 화보맛집 클로데트 존슨의 회고전 - 런던 코톨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가 예술적인 소명을 다시 발견하게 된 과정이다. www.harpersbazaar.co.kr RECLINING FIGURE, 2017, Pastel and gouache on paper FIGURE IN BLUE, 2018 / UNTITLED (YELLOW BLOCKS), 2019, Pastel and ...

2024.05.04
20
모델에서 화가로, Pasquarosa : 에스토릭 미술관

아! 탄성이 나오던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색상들. 단 한 번도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이탈리아 여성 화가 파스쿠아로사 전시회가 꽃샘추위 사이로 봄을 불러왔다. 남편 Nino Bertoletti가 그린 Pasquarosa, c.1914 로마에서 40킬로 떨어진 파스쿠아로사(1896-1973)의 고향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작은 마을로 화가들을 불러 모았고, 마을 사람들은 순순히 그림 속 모델이 되어주었다. 특히 마을 젊은이들은 미술학교와 드로잉 스튜디오 등에서 모델 일을 찾아 로마로 떠났다. 파스쿠아로사도 마을을 찾은 화가, 니노 베르톨레티의 모델이었다가 열일곱에 결혼해 로마로 이주했다. 어느 날 친구가 조각가의 모델을 섰다가 스스로 당당히 조각활동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은 후,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학교에 가지 못해서 스스로 글을 깨칠 만큼 총명했던 파스쿠아로사를 알아본 남편은 그녀의 첫 선생님이 되었다. 결혼 후 1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남편은 전장에서 꾸준히 독서 목록을 담은 편지를 보냈는데, 이 시기 파스쿠아로사는 남편의 가이드대로 역사와 문학을 섭렵했다. 배움에 목마르지 않았다면 스스로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시기 파스쿠아로사는 더 본격적으로 유화를 시작했다. 어린아이처럼 평면적으로 그리다가 점점 더 디테일한 구도를 연마해나갔다. Still Life with Cat, 1918 정물화 속 반복되는 물건들은...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