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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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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레 뮌터 : Tate Modern

독일 청기사파 창립 멤버인 가브리엘레 뮌터는 1877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중상류층 집안에서 가브리엘레는 어릴 적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당시 여학생이 입학할 수 있는 미술학교는 드물어서 개인 교습을 받았고, 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뒤셀도르프에 있는 화가의 스튜디오에서 수련하거나 화가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여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스무 한 살에 부모님을 다 잃은 후에도 가브리엘레는 넉넉한 유산을 물려받아 평생 예술가의 길을 쉼 없이 갈 수 있었다. 1898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먼 친척들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 코닥에서 첫 휴대용 카메라를 출시했을 무렵으로, 가브리엘레는 이 카메라로 여행 중 4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위 사진들이 바로 가브리엘레가 찍은 미국 풍경으로 그녀 회화 속 장면과 같은 자연부터 젠더와 인종 갈등 같은 사회 문제도 함께 담았다. Kallmünz - Gabriele Münter, Painting || 1903, Wassily Kandinsky 1886-1944 여성이라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가브리엘레는 뒤셀도르프에 이어 뮌헨에서 화가가 운영하는 개인 미술학교를 다닌다. 칸딘스키가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가까워진 둘은 이후 12년간 제자이자 동료이며, 연인으로 지낸다. 열 살 연상이었던 칸딘스키가 여러 가지 테크닉을 전수하며 가브리엘레 작...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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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성화가들 : Tate Britain

Artemisia Gentileschi (1593-1652), Self-portrait as the Allegory of Painting (La Pittura), C.1638-1639 유럽 미술사에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첫 여성 화가라면 이탈리아 출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회자된다. 그녀가 영국 여성 화가들을 모은 전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영국 왕실에서 궁정화가로 4년여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태어나 실력 있는 화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그림을 배운 아르테미시아는 빠르게 성장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고 나폴리와 베네치아를 거쳐 마흔다섯에 영국에 왔을 때는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는 화가였다. Artemisia Gentileschl (1593-1652), Susanna and the Elders, C1638-1640 다른 화가의 이름으로 영국 왕실 소장품에 기록되어 있던 위 작품은 작년 이맘때쯤에서야 아르테미시아 작품으로 확정되었다. 그녀만의 시그니처 물감 사용을 확인했고 캔버스에 뒷면에서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왕실 문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르테미시아 정도로 영향력 있던 여성 화가의 작품마저도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프로비넌스가 확실하지 않다면 출처가 불분명한 대부분의 미술 작품을 남성 화가의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랫동안 존재마저 불투명하게 남은 여성 화가들, 이들의 역사를 파헤친...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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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정치인, Osvaldo Licini : Estorick Collection

Amalassunta with Cigarette, 1951 작년 여름, 가장 더운 날에 마주한 여름 그림들. 1894년 이탈리아 중부도시 Monte Vidon Corrado에서 태어난 오스발도 리치니는 모란디와 동급생으로 볼로냐 미술대학을 다녔다. 부모님이 일찍이 파리로 가 자리를 잡는 동안 어린 리치니는 조부모님과 이탈리아에 남겨졌지만, 후에 파리에서 같은 나라 출신 모딜리아니를 만나는 등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계도 경험하고 스웨덴 출신 여성 화가와 결혼한다. Portrait of Nanny, 1926 영국 유일의 이탈리아 근대 미술 컬렉션 : 에스토릭 미술관 조지 양식 주택이 모여있는 런던의 주거지역에 미술관인 듯 아닌 듯 자리 잡은 Estorick Collection of ... blog.naver.com 작은 미술관의 한산함 덕분에 최고 기온을 찍었던 날마저도 에어컨 바람이 쌩쌩 - 그림도 시원시원했다. 오늘날에는 추상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리치니의 초기작은 모딜리아니의 인물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초상화와 모란디의 색감을 담은 풍경화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당시 이탈리아에서 떠오르던 파시즘과 결탁한 예술 움직임에 동조할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1931년, 첫 추상화를 그리면서 화풍에 큰 변화를 주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가 독일의 나치에 협력하고 2차 세계 대전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탈리아 예술계에도...

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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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지오의 마지막 작품 : National Gallery

5월의 눈부신 어느 날, 트래펄가 광장을 가로질러 내셔널 갤러리로 - 아래층에서부터 입장 대기줄이 있는 인기 전시회는 카라바지오가 그린 마지막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4년 7월 21일까지, 무료입장. Salome receives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about 1609-10 @The National Gallery, London. Bought, 1970 정확한 기록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고 간 화가, 카라바지오. 167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이십 대 때 로마로 가서 빠른 성공을 이루지만 폭력적이고 괴팍한 성격이 결국 화를 불러 서른넷에 살인을 저지른 도망자가 되었다. 이전 밀라노에서도 싸우다가 베네치아를 통해 로마로 도망왔는데, 살인자가 되어 나폴리에 숨어들게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도시국가 연합으로 카라바지오는 다른 나라로 망명한 셈이다. 위 작품은 나폴리에서 그린 작품. 깜깜하고 좁은 전시실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 품질은 겨우 이 정도. 런던에 있다면 꼭 보러 가기를. 전시가 끝나면 원래 소장처인 나폴리로 돌아간다. 중세부터 여성의 지위 향상을 논할 때 등장하는 성녀 우르술라, 4세기 경 기독교를 신봉하는 잉글랜드의 공주로서 이교도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성지순례를 허락받았다. 수백 명의 시녀를 대동하고 로마로 떠났던 신앙심 깊은 우르술라는 돌아오는 길에 칭기...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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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거스턴 회고전 : Tate Modern

요즘 유행하는 여성, 유색인종, 퀴어 등 어느 키워드에도 속하지 못하는 필립 거스턴의 대형 회고전이라니, 의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화가에 대해 잘 몰라서였다. 작년 가을, 멤버 프리뷰에서는 거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후 바로 전시를 이어보는 코스였기에 테이트 모던에서 왜 지금 거스턴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Mother and Child, c. 1930 19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Philip Guston은 어릴 적 미국 LA로 이주했다. 생활고로 인해 아버지가 세상을 등질만큼 매우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일찍 미술에 소질을 보였던 거스턴을 미술학교에 보냈다. 거스턴은 학교에서 잭슨 폴록을 만났고 같은 선생님 밑에서 사사하며 평생 친구로 지냈다. Gladiators, 1940 십 대 때 그린 거스턴의 그림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주제에 키리코와 피카소의 터치가 진하게 보인다. 이런 대형 회고전의 묘미는 화가의 귀한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Martial Memory, 1941 거스턴이 미국으로 이주할 무렵 이미 LA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K.K.K 군단의 활동이 활발했고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흑인뿐만 아니라 유대인도 속해있었다. 꽤나 생소하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인 거스톤을 피부색이나 외모만으로 폭력의 대상으로 삼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사회적 압박은...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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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어 사전트 in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존 싱어 사전트는 미국의 아트 컬렉터 이사벨라 가드너와 런던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다. 파리 살롱에서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던 마담 X를 보고 이사벨라는 단박에 사전트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완성된 작품은 보스턴에 자리한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에 걸려있다. 미국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여러 취향이 맞아떨어졌던지 사전트와 이사벨라는 평생에 걸쳐 서신을 주고받았다. El Jaleo, 1882, John Singer Sargent 그런 이유로 사전트 작업이 많이 남아있는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 그중에서도 주요 작품이라 꼽을 수 있는 스패니시 댄서를 담은 그림은 걸린 위치도 특별하다. 사전트와 이사벨라의 만남 이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원래는 이사벨라 시댁 친척이 소유하고 있었다. 1914년, 이사벨라가 저택 일부를 변경해 스페인풍의 회랑과 예배당으로 장식하면서 이 작품이 어울릴만한 완벽한 공간이 탄생했다. 컬렉터로서 매우 적극적이었던 이사벨라의 다른 에피소드들처럼 이 공간을 본 친척은 순순히 사전트의 스패니시 댄서를 내놓았다고 한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정취가 느껴지는 회랑은 중국식 홀과도 연결되는데,,, 어쩐지 자연스럽다. 게다가 그 끝에는 스페인풍 예배당이 자리한다. 부처상에 관심을 보였던 이사벨라의 종교를 뛰어넘는 미적 감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정 풍경이 워낙 아이코닉 하다 보니 들어서자마자 정원을 중심으로 눈길...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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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어 사전트 : Tate Britain

Lady Sassoon, 1907 한 화가의 특징에는 한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여러 면모가 있는데, 올해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기획전에서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적인 존 싱어 사전트의 능력을 부각시켰다. 전시 제목이 '사전트와 패션'으로 초상화가로 유명한 사전트의 작품을 그림 속 의상과 함께 보여주는 전시다. Opera cloak c.1895, Possibly by House of Worth, France, 1858-1956 Sargent and Fashion, 22 February – 7 July 2024, Tate Britain 유럽에 머물던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전트의 고향은 이탈리아 피렌체다. 내향적인 부모는 소극적 사교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항상 다방면의 아티스트들이 드나들었다. 홈스쿨링 통해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께 미술 교육을 받고 4개국어를 깨친 후 파리로 간 사전트는 순탄하게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했다. 드가와 모네 등 인상파 대가들의 영향으로 사전트도 처음에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지만 생계를 위해 자연스럽게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파리 살롱 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884년, 스물여덟의 사전트가 Madame X를 내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일찍이 파리에서 교육받고 부유한 은행가와 결혼한 가트로 부인은 독특한 성격과 요란한 패션으로 파리 사교계에서 유명했다. 아슬아슬하게 흘러내...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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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상화가로 자립한 메리 비일

Self-portrait, 1666, Mary Beale(1633-99) @National Portrait Gallery in London 17세기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국 초상 화가 Mary Beale, 1633년에 태어난 그녀에게는 세 명의 남성 조력자가 있었다. Self-portrait, c.1675, Mary Beale(1633-99) @Moyse's Hall Museum 메리의 아버지는 학식 있는 목사이자 아마추어 화가였기에 메리의 첫 스승은 아버지였을 거라 추정한다. 덜이치 미술관에 메리 비일의 작품이 몇 점 남아있어서 2023년에 작지만 풍성한 기획전이 있었다. 거기서 메리의 화가 인생 전체를 관장해 준 남편, 찰스 비일의 이야기를 만났다. 찰스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출신이자 공무원이었고,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해서 메리의 작업을 이해했다. Portrait of a Physician, Late seventeenth century, Mary Beale(1633-99) @Dulwich Picture Gallery 런던에서 신혼을 시작한 부부는 흑사병 확산 때문에 시골로 이사해 두 아이를 키웠다. 원래 아들이 셋이었지만, 첫째를 일찍 잃고 첫째와 동일한 이름을 붙인 둘째 아들은 후에 의사가 되었다. George Digby, 2nd Earl of Bristol c.1638, Sir Anthony van...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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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에서 모리조까지 : Brooklyn Museum

미국 미술관에서 만나는 유럽 미술 기획전 Flood at Moret, 1879, Alfred Sisley(British, active France, 1839-1899) The Village of Gardanne (Le Village de Gardanne), 1885–1886, Paul Cézanne (French, 1839–1906) The Vineyards at Cagnes, 1908, Pierre-Auguste Renoir(French, 1841-1919) 화가의 정원 : 르누아르 미술관 Summer, 2005 화가들이 생전에 살던 곳을 방문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다. 그림 한 점 보는 것만큼 ... blog.naver.com 부댕과 라울 뒤피의 노르망디 해변, The Beach at Trouville. circa 1887-96 / The Regatta, circa 1908-10 The Doge’s Palace, 1908, Claude Monet (French, 1840–1926) 인상파는 언제 어디서나 인기가 높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유럽 미술에 초점을 맞춘 이 기획전은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한 점 한 점 누구의 기부로 어떤 방식으로 구매했는지 작품 출처가 설명서에 세세히 기입되어 있었다. 미술관이 직접 지적했듯이 브루클린 미술관 유럽 미술 소장품은 백인 부유층 남성의 기부로 이루어...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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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 미술원 최초의 여성 회원, Angelica Kauffman

아버지의 고향 오스트리아 Bregenz Forest 지역의 전통의상을 입은 마흔 살의 여성 화가, 안젤리카 카우프만. 같은 전통의상을 입고 열여섯에 그린 자화상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걸려있다. Self-portrait with Stylus and Portfolio, 1784 안젤리카는 어머니의 나라,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난한 화가로 일감을 따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 여러 지역을 넘나들었다. 안젤리카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아버지는 어린 딸을 조수로 두고 직접 미술 교육을 시켰고, 어머니는 외동딸에게 무려 4개국어를 가르쳤다. Self-portrait at the Crossroads between the Arts of Music and Painting, 1794 가수로 활동했던 어머니를 닮아 노래도 잘했던 안젤리카는 일찍이 오페라와 미술 중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 시절을 대변한 작품으로 음악 여신에게 손이 잡힌 채 미술 여신을 따라가려는 여인이 바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안젤리카다. Penelope at Her Loom, 1764 미술을 선택한 안젤리카는 열두 살부터 지역 유지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위 작품은 스물셋에 그린 작품으로 이후 작품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완성된 테크닉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손, 안젤리카가 그린 손에 반했다. 유명 초상 화가들이 얼굴을 잘 그리는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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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리츠 최신 회화전 : White Cube Gallery

60년 작업 기간 중 절반 이상 사람을 거꾸로 그려온 독일 화가, 바젤리츠 개인전. 2024년 6월 16일까지 @White Cube Bermonsey 다 그려진 캔버스를 거꾸로 걸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거꾸로 된 형상으로 작업했는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이전에는 없던 방식으로 인물화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20세기 전후 인기 폭락한 장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니. 처음에 장난처럼? 시작한 일도 부지런히 반평생 넘게 하다 보면 작가 자신보다 그림을 마주한 관람객들에게 더 진지한 의미를 남긴다. 현대미술을 온라인이나 도록으로 볼 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남발한 적이 있는데, 런던에서 이런 대형 회화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재료의 성질을 잘 알고 재료를 선택하는 노하우 등 세세히 계산된 결과로 단 한 번의 붓질이 나온다. 한 번이라도 텅 빈 캔버스를 노려본 적 있는 사람은 화가의 붓질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거꾸로 걸린 그림은 사람들을 다가가게 만들어 전체 모양을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붓질의 획과 물감의 높낮이를 따라 느끼게 한다. 관람자의 의도치 않은 성과는 화가의 의도된 결과다. 미래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늘 과거에서 건져올린 영감들로 작품 하는 바젤리츠의 이번 화이트 큐브 전시 작품들은 모두 2023년부터 완성된 최신작들이다. 어린 시절 스케치북을 탐구한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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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tte Johnson : 코톨드 갤러리

2023년 마지막으로 본 전시, 2024년 터너 상 후보에 오른 Claudette Johnson 개인전. STANDING FIGURE WITH AFRICAN MASKS, 2018, Pastel and gouache on paper I CAME TO DANCE, 1982, Pastel and gouache on paper FIGURE WITH RAISED ARMS, 2017, Pastel and gouache on paper 1959년,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클로데트 존슨은 루바이나 히미드와 함께 80년대 영국 BLK 미술 운동에 참여했다. KIND OF BLUE, 2020, Pastel and gouache on paper BLUES DANCE, 2023, Pastel, watercolour and gouache on paper 클로데트 존슨의 회고전 - ART 읽을거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 패션 매거진, 패션 잡지, 화보맛집 클로데트 존슨의 회고전 - 런던 코톨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가 예술적인 소명을 다시 발견하게 된 과정이다. www.harpersbazaar.co.kr RECLINING FIGURE, 2017, Pastel and gouache on paper FIGURE IN BLUE, 2018 / UNTITLED (YELLOW BLOCKS), 2019, Pastel and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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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에서 화가로, Pasquarosa : 에스토릭 미술관

아! 탄성이 나오던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색상들. 단 한 번도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이탈리아 여성 화가 파스쿠아로사 전시회가 꽃샘추위 사이로 봄을 불러왔다. 남편 Nino Bertoletti가 그린 Pasquarosa, c.1914 로마에서 40킬로 떨어진 파스쿠아로사(1896-1973)의 고향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작은 마을로 화가들을 불러 모았고, 마을 사람들은 순순히 그림 속 모델이 되어주었다. 특히 마을 젊은이들은 미술학교와 드로잉 스튜디오 등에서 모델 일을 찾아 로마로 떠났다. 파스쿠아로사도 마을을 찾은 화가, 니노 베르톨레티의 모델이었다가 열일곱에 결혼해 로마로 이주했다. 어느 날 친구가 조각가의 모델을 섰다가 스스로 당당히 조각활동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은 후,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학교에 가지 못해서 스스로 글을 깨칠 만큼 총명했던 파스쿠아로사를 알아본 남편은 그녀의 첫 선생님이 되었다. 결혼 후 1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남편은 전장에서 꾸준히 독서 목록을 담은 편지를 보냈는데, 이 시기 파스쿠아로사는 남편의 가이드대로 역사와 문학을 섭렵했다. 배움에 목마르지 않았다면 스스로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시기 파스쿠아로사는 더 본격적으로 유화를 시작했다. 어린아이처럼 평면적으로 그리다가 점점 더 디테일한 구도를 연마해나갔다. Still Life with Cat, 1918 정물화 속 반복되는 물건들은...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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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스 할스 : National Gallery

볼 때마다 빙긋 미소가 짓게 만드는 사람들을 그리는 프란스 할스 대형 기획전이 열렸다. 언젠가 할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를 보고 싶다고 십 년째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역시 런던, 런던에서 보다니! 전 세계 미술관에 흩어진 주요 작품뿐만 아니라 개인 소장 중인 작품도 많이 모셔온 내셔널 갤러리 덕분에 호강했다. 런던에서 지난 1월 말에 는 끝난 전시지만,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같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16 Feb 2024 - 9 June 2024 The Lute Plaver, About 1623, Musée du Louvre, Paris, Paintings Department 화가의 생애를 기록한 회고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완성된 스타일을 타고난 건지 할스의 작품은 연도별로 큰 차이 없이 일정해서 작품 완성 시기를 파악할 필요가 없는 전시회였다. Pekelharing (The Merrv Drinker) About 1625, (Museum of Fine Arts Leipzig) The Laughing Cavalier, 1624, The Wallace Collection, London 초상화 인물들 사이를 설렁설렁 걸어 다니면서 눈길이 마주치는 인물 앞에 섰다. 알 수 없는 미소의 의미가 궁금할 때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한참 바라보며 미소만 주고받았다. Portrait of Pieter van den Br...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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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베이컨 : Royal Academy of Arts

어느새 재작년 2월,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의 대형 회고전이 열렸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그래서인지 종종 아일랜드계 화가로 잘못 알려지는데 그의 부모님은 아일랜드와 전혀 상관없는 영국인들이었다. 아버지는 오랜 군인 집안에서 군인으로 살다가 결혼 후에는 말 사육 사업을 하기 위해 영국보다 비용이 낮은 아일랜드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베이컨이 태어난 1909년의 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 지배하에 있는 영국령이었는데, 1차 세계 대전이 터지고 이후 독립운동이 전개되면서 위협을 느낀 베이컨 가족은 여러 지역을 오가며 불안정하게 살았다. 때문에 어린 베이컨은 미술 수업은커녕 정규 교육도 거의 받지 못했다. Bacon's first truly original work, Crucifixion, 1933 아버지는 천식이 있어 허약한 베이컨에게 지속적으로 남자다움을 강요할 만큼 마초 성향이 강했다. 어머니는 성공한 철강업 집안의 상속녀로 넉넉한 경제적 여건을 제공했지만 육아는 유모에게 떠넘겼다.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베이컨은 일찍이 동성에 끌렸고 여성 의상에 관심이 더 컸다. HEAD I, 1948 지금 세대에도 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베이컨의 삶은 복잡했다. 홀로 런던에 온 열여섯 베이컨은 도시의 음침한 뒷골목에서 정체성을...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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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르네상스 화가, 페셀리노: National Gallery

그동안 내셔널 갤러리에서 유료 전시를 찾지 못했던 이유는 (아직도 다 보지 못한) 상설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데다 크고 작은 무료 기획전이 상시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상설전은 국가별, 연대별, 미술사조별로 이어지고 기획전은 그중의 한 부분을 잘라내어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기획전은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 위주로 구성하지만 "무료"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작품들을 다른 미술관에서 상당히 많이 대여해오는 덕분에 내용은 무척 알차다. 내셔널 갤러리를 찾는다면 상설전뿐만 아니라 무료 기획전도 눈여겨 보기를. 현재 열리고 있는 무료 기획전 중 하나, 초기 르네상스 화가, 페셀리노 회고전. 1942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프란체스코 페셀리노의 본명은 따로 있지만 유명 화가로 이름난 외할아버지 별명이었던 Pesello(완두콩이란 뜻)이 姓으로 굳어졌다. 아버지도 화가였지만 일찍 돌아가셨고, 피셀리노는 외할아버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기본기를 탄탄히 쌓았다. 스무 살 무렵 이미 대형 성당 등에서 큰 수주를 받으며 일찍이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던 페셀리노는 교황 니콜라스 5세에게 바쳐진 화려한 채색사본을 완성함으로써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KING MELCHIOR SAILING TO THE HOLY LAND about 1445-50, Egg tempera and oil (?) on panel, Clark Art Insti...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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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와 라파엘 전파 : Tate Britain

벌써 10월 말인데! 올해 테이트 브리튼에 한 번밖에 안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일상 동선과 동떨어진 위치 탓도 있지만 테이트 브리튼 전시는 항상 과해서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명 화가의 이름을 앞세운 전시 타이틀과는 달리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메시지는 불분명해서 혼란스럽다. 게다가 지나치게 시대성에 따르려다 보니 전시 포커스가 어긋나고 구성이 복잡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올해 상반기 전시의 꽃으로 기대했던 'Rossettis'도 그랬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그림을 메인 포스터로 세우고 전시 제목만 “복수형”으로 바꾸면 관람객들이 알아서 짐작해야 했을까. 로세티와 형제자매들, 그 주변인들까지 총출동시킨 전시회는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라파엘 전파를 좀 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보러 왔다가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를 곱씹고, 전혀 예상치 못한 엘리자베스 시달의 그림까지 실컷 봤으니 말이다. 역사 속에서 잊혀진 여성 예술가들을 드러내기 위한 좋은 의도였겠지만, 제대로 편집하지 않은 책을 결말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읽어나가는 기분으로 본 전시였다. 그래서 실제 전시와 이 글은 다르다. Ecce Ancilla Domini!, a depiction of the Annunciation, 1850, Dante Gabriel Rossetti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는 존 에버렛 밀레이 동상이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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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rita Sher-Gil, 인도 근대 미술을 열었던 여성화가

2017년 인도 국립 근현대미술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Amrita Sher-Gil 대기질이 워낙 나쁜 날이라 실내 활동을 위해 미술관에 갔다가 말로만 들었던 암리타 셔-길의 그림을 만났다. 열일곱의 암리타, Self-Portrait(7), 1930 in Paris 1913년 헝가리 제국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암리타 셔 길의 인생은 부모의 만남부터 영화 같은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부유한 시크족 귀족으로 학자이자 아마추어 사진가였고, '마리 앙투아네트' 누구나 단번에 기억할 만한 이름을 가졌던 어머니는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부르주아 출신의 유명 오페라 가수였다. 당시는 인도였지만 지금은 파키스탄에 편입된 펀자브 지역의 시크족 왕가는 모두 영국에 거주했는데, 마지막 왕녀가 펀자브를 순방할 때 암리타의 어머니가 동행하면서 멀고 먼 세계의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았다. 열일곱의 암리타, Self-Portrait(9), 1930 in Paris 암리타를 두고 '인도의 프리다 칼로'라고 하는 비유는 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는데, 암리타 자화상을 다시 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뚜렷한 유럽형 이목구비와 짙은 남아시아 피부색은 어디에도 완벽히 속하지 않는 제3의 생김새다. 이렇듯 암리타와 프리다는 각각 다른 민족으로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부모들이 만나 혼혈아로 태어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프리다가 평생 정체성 혼란으로...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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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화가로 산다는 건, 베르트 모리조 : Dulwich Picture Gallery

마흔넷의 자화상, 1885 1874년 첫 인상파 전시회 참가자 서른 명의 화가 중 드가, 모네, 피사로, 르누아르, 세잔, 시슬리... 그리고 베르트 모리조. 이제는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어린이 미술책에까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베르트는 빠지지 않는다. Woman at Her Toilette, 1875-1880, Berthe Morisot Landscape, 1860's, 베르트의 언니 Edma Morisot의 작품 베르트는 1841년 프랑스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의 지원을 충분히 받으며 안정적으로 그림을 배웠다. 당시에는 여성이 다닐 수 있는 미술 학교가 없었기에 십 대 때부터 베르트는 두 언니와 함께 수준 높은 개인교습을 받았는데, 신고전주의를 계승해 인상주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알려진 카미유 코로에게 사사하고 르누아르와 친구가 되고 마네와 깊은 친분을 나눴다. Young Woman Watering a Shrub, 1876, Berthe Morisot 최신 유행 헤어스타일과 하늘하늘한 실내복을 입은 그림 속 여인은 베르트의 언니 에드마. The Mirror(La Psyché), 1876, Berthe Morisot 지금처럼 SNS가 없었던 시대, 베르트가 그린 상류층 여인들의 일상은 일반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을 뿐만 아니라, 같이 어울릴만한 상류층 남자들에게조차 비밀스러운 그녀들의 사생활은 신선한 충격으로 전해졌다...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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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 몬드리안 : Tate Modern

서른셋의 힐마는 스톡홀름 작업실에서, 서른넷의 몬드리안은 암스테르담 작업실에서 Spring Landscape From Lomma Bay, 1892, Hilma af Klint Evening Landscape with Cows, 1906, Piet Mondrian 힐마 아프 클린트와 피에트 몬드리안을 합동전으로 올린 테이트 모던 기획전이 이번 주말에 끝난다. 런던에 있다면 꼭 가보기를 강력 추천하고 싶은 전시회. 이렇게 섞어두면 누구의 그림인지 쉽게 구별할 수 없을 테지만,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국적과 출신 배경에 따라 주제를 대하는 미세한 차이가 난다. 힐마는 1862년 스웨덴에서, 몬드리안은 187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아카데미 안에서 차근차근 정식 교육을 받으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힐마와 반대로 교수들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몬드리안. 초반에는 둘 다 주변 풍경을 그렸지만 직접 그림을 마주하고 보니 힐마의 섬세함을 몬드리안이 쉽게 따라가지는 못할 것 같았다. 대신 몬드리안은 역시 색감! 힐마가 태어나고 10년 후 태어난 몬드리안, 그리고 둘은 1944년 같은 해에 사망한 신기한 인연이다. 오늘날 우리가 "추상주의"라 부르는 작업을 한 힐마와 몬드리안. 생전 서로를 잘 알지 못했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서로의 작품이 어우러질 수 있는 이유는 19세기 후반부터 급속도로 변화하던 사회 속에서 ...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