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성격을 알수록 그곳에 세워진 미술관도 더 깊이 있게 보인다. 함부르크는 유럽의 주요 항구도시로 한자동맹부터 상공업이 발달해 지금도 백만장자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다. 베를린 다음으로 독일에서 큰 도시라서 미술관 건립이나 소장품 수집에 열성적인데 그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한 국가의 수도로서 국가적 위상을 보여주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베를린에 모여있다면, 함부르크에는 기원전부터 내려오는 오랜 도시의 역사와 시민들의 후원으로 발전한 크고 작은 미술기관이 있다. 그중 6개의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 패스는 3일권과 1년권이 있다. Hamburger Kunsthalle - 함부르크 시립 미술관이라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미술관으로 전통 회화와 조각부터 현대 작품까지 미술사 교과서처럼 시대순으로 알차게 전시한다.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 - 런던의 V&A를 모델 삼아 연 미술 공예 박물관으로 독일뿐만 아니라 항구도시로서 포용 가능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과 공예를 선보인다. 소장품이 방대해서 전시관을 걷기만 해도 한나절이 모자랄 만큼 넓다. Bucerius Kunst Forum - Bucerius 家 이름으로 운영하는 미술재단인데 기획전만으로 미술관을 운영한다. 부체리우스씨는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판사였지만 이후 변호사이자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여전히 주요 정당 중 하나인 기독교민주연합...
2023년 연말. 런던의 작은 미술관, 에스토릭 컬렉션. 성공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길을 버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기록한 이탈리아 여성 사진가, 리제타 카르미(1924-2022)의 영국 최초 회고전이 열렸다. 이탈리아 북쪽 도시, 제노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리제타는 파시즘 정권이 무르익자 학교에서 쫓겨나 가족 전체가 스위스로 이주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재정착했고, 리제타는 22살에 밀라노 음악 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36세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음악 인생을 완전히 접었다. 작은 이미지를 통해 전해지는 노동의 고단함... 이 사진 앞에 제일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마흔 살 리제타는 부두 노동자의 친척으로 위장해 하역장을 출입하며 제노아 항구를 기록했다. 이 작업으로 전시회를 열어 인정받은 리제타는 배우나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의 인물 사진도 많이 찍게 되었다. 에스토릭 컬렉션은 이탈리아 근현대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창구로서 작가의 면모를 다각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전시회마다 작품 수도 만족스럽고 관련 자료를 엮어낸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이 전시를 위해 준비해둔 리제타의 인터뷰에 홀딱 빠져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아흔 해 넘게 산 인생 경험자?로 할 말이 많았을 거라 기대했는데, 이 작은 노인은 긴 이야기를 갓 태어난 아기처럼 호기심 어린 초롱초롱한 눈빛으...
2022년 여름, 함부르크에서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 사진 대전( Triennale der Photographie Hamburg)이 한창이었다. 메인 전시장 외에도 도시 곳곳에서 사진전이 열렸는데, 그중 세계적인 보도 사진가들의 그룹인 매그넘 포토스에서 활동했던 Herbert List(1903-1975) 전시를 보았다. 리스트는 함부르크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지만 커피 무역 사업을 물려받기 위한 경영 수업을 함께 받았고, 사업상 남미 커피 농장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치당이 정권을 잡기 시작해 2차 세계 대전을 치를 때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던 리스트는 조부모 중 한 사람이 유대인인데다 동성애자이기도 해서 일찍이 파리로 피신했다. 이어 런던에서도 활동하는데 이 시기 다른 사진가들과 교류했다. 하지만 그의 초기 사진 중에는 유독 튼튼한 육체적 미를 뽐내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당시 나치가 앞세웠던 독일 청년 운동의 영향이 아닌지 의심받았다. 리스트 스스로는 사실적 낭만주의를 차용했다고 전했다. Landing Stages, Hamburg, 1933 결국 독일군에 징집되어 지도 만드는 임무를 맡은 리스트, 나치당에 가입하지 않았고 정치적 의견을 피력한 적 없는 예술가로서 전쟁 기간 동안 이탈리아, 그리스 등을 여행할 수 있었다. 일찍이 초상, 정물, 풍경 등 ...
최근 여러 이웃 블로거들을 통해 한국에서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전시가 열렸다는 포스팅을 많이 봤다. 작품을 보면 볼수록 낯익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가 너무나 생생히 재생되길래 작가의 이름은 생소하기만 한데 도대체 어디서 만났던 작품들인지 답답하던 차였다. 이전 같으면 절대 찾아내지 못했을 순간들을 아이폰 사진첩에서 검색을 거듭한 끝에! 2016년 가을의 불가리아 @National Gallery, The Palace 수원시립미술관 목록 공유하기 전시기간 2021-12-14~2022-03-20 전시부문 기획전 전시장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작가 어윈 올라프(Erwin Olaf) 주최 수원시 수원시립미술관 후원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관람료 4,000 전시문의 031-228-3800 어윈 올라프 : 완전한 순간 - 불완전한 세계 수원시립미술관은 2021 국제전 《 어윈 올라프 : 완전한 순간 - 불완전한 세계 》 (2021.12.14-2022.3.20, 아이파크미술관 ) 를 개최한다 . 한국과 네덜란드 수교 60 주년을 기념하여 수원시립미술관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 suma.suwon.go.kr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지금" 열리는 어윈 올라프 사진전. 소피아의 미술관들 관리 상태는 암울했지만 작품과 전시는 신선했는데, 불가리아 사진 페스티벌과 연계한 전시에서 어윈 올라프의 사진을 처음 마주했다. 깔끔한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