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미술작품
21202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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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사순 가문 사람들

작년에 열린 사전트의 대형 회고전은 패션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 영국과 미국의 명문가 패셔니스타들이 화려한 사전트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대거 등장했다. 그중 인도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킨 페르시아계 유대인이자 인도인으로 태어난 사순 가문의 자녀들은 영국 귀족으로 자리 잡아 사전트와 같은 시대를 살며 얼굴을 많이 남겼다. '사순'이란 성은 지금도 뭄바이(옛 봄베이)부터 중국 상해까지 근대 무역 중심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했다. 같은 가문이 영국에도 단단히 뿌리내린 셈. Lady Sassoon (Aline de Rothschild), 1907 사순과 함께 또 다른 세계 금융의 거물급,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태어나 사순 가문의 며느리가 된 레이디 사순의 초상화 - 이번 사전트 전시회에서 한 전시실을 온전히 다 차지한 첫 작품으로 걸렸었었다. 존 싱어 사전트 : Tate Britain 한 화가의 특징에는 한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여러 면모가 있는데, 올해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기획전에서... blog.naver.com The Countess of Rocksavage (Sybil Sassoon), 1922 레이디 사순은 사순 집안의 맏며느리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두었는데, 사전트는 이들과도 친분이 깊었고 초상화를 그렸다. 이 전시의 처음과 마지막을 엄마와 딸, 사순 가문이 열었던 셈이다. 중세 오스트리아 여왕의 초...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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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릭 레이턴 in V&A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 줄여서 V&A라고 부른다. 곧 이스트 런던에도 문을 열 예정이고 전국에 몇 군데 있지만 켄싱턴이 본관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데다 소장품 종류도 전 세계 고대 유물과 전통 공예를 비롯해 의상, 보석, 회화와 사진까지 아우르니 V&A에서 도대체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자주 접한다. 단 한 번만 방문했다면 전혀 이상한 관람 소감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매달 한 번씩은 꼭 V&A를 다닌 나도 갈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니 말이다. 그만큼 넓고 깊은 박물관이자 미술관! V&A 넓고 깊은 뮤지엄 ft. 빅토리아 여왕의 다비드 예쁘고 기발한 소품들이 많은 뮤지엄 숍이 멋지고 티타임 즐기기 좋은 정도라고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방... blog.naver.com 빅토리아 여왕 치하에 세워진 V&A에 빅토리아 시대의 최고 명예로운 화가였던 레이튼의 작품이 남아있단 사실은 당연하고도 신비롭다. 세월에 따라 건물이 증축되고 실내 디자인 변화도 컸기 때문에 이전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던 레이튼의 프레스코 장식화는 이제 복도 한쪽 벽화로 남아있다. 그 때문인지 레이튼의 행적을 뒤따르다 보면 그 유명했던 화가의 명성이 어떻게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는지 파고들게 된다. 런던을 방문한 Flaming June 작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무료 전시 중인 레이튼 경의 플레이밍 준이 이번 주 주말...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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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방문한 Flaming June

작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무료 전시 중인 레이튼 경의 플레이밍 준이 이번 주 주말을 끝으로 내려간다. 1895년 영국 왕립 미술원에 전시했던 이 작품은 세월에 따라 주인이 바뀌면서 지금은 푸에르토리코의 폰세 미술관이 소장한다. 거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하니 다시 영국에서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다. 그 외에는 이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기 힘든데,,, 작품이 그려졌던 빅토리아 시대의 성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사라졌고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만큼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드문 기회니까 한 번쯤 보는 건 어때? 하고 데려간 친구는 이 작품이 유난히 기분 나쁘다고 했다 ㅎㅎㅎ 너 정말 내 친구 맞구나 ㅋ 레이튼 자화상, Portrait of Frederic, Lord Leighton, P.R.A, 1888, George Frederic Watts RA (1817 - 1904) 플레이밍 준을 그린 레이튼 경은 1878년부터 1896년까지 영국 왕립 미술원장 자리에 있었다. 당시 화가로서 성취할 수 있는 최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했던 레이튼은 재능을 갈고닦으며 평판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사생활에 매우 신중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RA Summer Exhibition을 런던 여름 시즌의 주요 사교 축제로 굳힌 인물도 레이튼, 하지만 공식 활동 외에는 개인적 기록이 전무해서인지 그의 이름...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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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작품이 남은 곳 : Chichester Cathedral

2025년, 새해 첫 나들이는 치체스터. 성당 내부로 쏟아지는 햇볕 덕분에 어느 때보다 성스럽게 느껴졌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치체스터 대성당, 이름은 "성당"으로 해석되지만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영국 성공회 교회가 되었다. 위와 같은 성당의 주요 스테인드글라스도 구약과 신약을 같이 담고 있어 특이했는데 역시... 그 옆에는 정치적 종교개혁의 주인공 헨리 8세가 성당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이 묘사된 그림이 남아있다. 1530년대 지역 화가, Lambert Barnard (1485-1567)가 그린 전형적인 튜더 왕조 스타일로 현존하는 이 양식의 기록화로는 영국에서 가장 큰 크기라고 한다. 게다가 당대에 바로 기록된 작품이라 헨리 8세의 얼굴이 가장 사실적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우리가 미술관에서 만나는 비율 좋고 잘 생긴 헨리는 보정의 결과물이었음을... 로마시대 타일 바닥도 발굴된 그대로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 교회 자리에 그 당시 로마인의 대저택이 있었을 거라 추측한다. 이쯤 되면 치체스터 동네 성당은 박물관이자 미술관의 면모가 더 분명한 듯. 노르만과 고딕 양식이 섞인 전형적인 영국 중세 성당 디자인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탑의 높이나 지역 주민 전체가 입장할 수 있다는 규모로나, 치체스터 대성당은 종교적인 위치보다 공동체 중심으로서의 입지가 더 단단해 보였다. Tapestry design for Chicheste...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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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을 그린 화가, Léon Spilliaert : Mu.zee

한겨울의 벨기에 바닷가 도시, 오스텐데 벌써 5년 전이라니!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해라서 더 오래된 이야기 같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변 도시를 한겨울에 방문한 이유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미술관 정문에는 앙소르 이름만 보이지만 실제는 오스텐데 출신의 두 화가, 제임스 앙소르와 레옹 스필리에르트의 작품을 같이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회장 입구에 나란히 걸어둔 앙소르와 스필리에르트 과거 전시회 포스터들의 수를 보다시피 두 작가는 다작하며 벨기에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둘 다 생전에 왕실에서 훈장을 받는 등 충분히 인정을 받았으니 만족스러운 삶이었을까. 제임스 앙소르 : Mu.zee 1860년, 벨기에 해안 도시 오스텐데에서 태어나 한 도시에서 아흔 평생을 살다간 제임스 앙소르. 제임스,라... blog.naver.com 독특한 작품 분위기로 "벨기에의 뭉크"라고도 불리는 스필리에르트는 고향 선배인 앙소르보다 이십 년 후 1881년, 오스텐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향수 제조자로서 안정된 삶을 제공했지만, 어린 스필리에르트는 지병으로 은둔적 생활 속에서 낙서 같은 스케치에 몰입하며 성장했다. Black Seascape, 1900 스필리에르트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18세에 브뤼헤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그만둔다. Seascape with Wa...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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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아를과 생레미 : National Gallery

The Lover (Portrait of Lieutenant Milliet), 1888,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The Netherlands 올 하반기 런던에서 제일 표구하기 어려운 전시회는 역시나 반 고흐 전, 2025년 1월 19일까지 열린다. Van Gogh: Poets and Lovers The Poet's Garden, (Public Garden in Arles), 1888, Private collection 시인들과 연인들, The Poet (Portrait of Eugène Boch), 1888, Musée d'Orsay. Paris 소제목처럼 그사이 숨겨졌던 고흐의 또 다른 행적이라도 찾았나 싶었지만 그의 생애와는 크게 상관없는 아름다운 제목이었다. Starry Night over the Rhône, 1888, Musée d'Orsay, Paris 내셔널 갤러리 오픈 200주년 기념전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에 퍼져있던 고흐의 대표작들이 런던으로 다 모였다. 평소에 다른 미술관에 대여되지 않는 주요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언제 가도 인파가 넘실대기 때문에 미리 각오하고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 좋은 전시회다. View of Arles from Montmajour, 29 May 1888. Reed pen and ink drawing, Oslo National Gallery Hil...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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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키리코, 델보 : 런던 크리스티 & 소더비

L'ami intime, 1958, RENÉ MAGRITTE (1898-1967) Le duo, 1928, RENÉ MAGRITTE (1898-1967) 르네 마그리트 : Musée Magritte Museum 벨기에 왕립 미술관 곁에 선 마그리트 미술관은 눈속임으로 유명한 마그리트의 작품과 닮아있다. 클래식한 ... blog.naver.com Les eaux profondes, 1941, RENE MAGRITTE (1898-1967) L’invitation au voyage, 1961, RENÉ MAGRITTE (1898-1967) Le passage de Baucis, 1966, RENE MAGRITTE (1898-1967) The eternal evidence: knees, 1954, RENÉ MAGRITTE (1898-1967) 경매에 나온 개인 소장품으로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들, La race blanche, 1967, RENÉ MAGRITTE (1898-1967) 마그리트 조각 뒤로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스페인 출신 초현실주의, REMEDIOS VARO (1908-1963) - 요즘 재발견되고 있는 여성 화가다. 그 곁에 구스타브 반 데 우스테인도 마그리트와 같은 시기 활동한 벨기에 화가로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그림을 그리지만 표현이 지극히 사실적이다. 벨기에 표현주의, Gustave Van de Woestijne...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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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 : Peggy Guggenheim Collection

Single Form, 1961, Barbara Hepworth, 1903, Wakefield, UK — 1975, Saint Ives, UK 밤 9시까지 훤한 한여름의 베니스, 우연히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야간 개장에 무료입장의 행운을 누린 밤이다. Two Is One, 1964, Isamu Noguchi(1904, Los Angeles, US — 1988, New York, US) 한눈에 노구치, 한 작가의 작품만 모은 회고전이나 미술관으로 남은 작가의 자택이나 작업실을 방문하고 나면 남다른 애정이 생긴다. 노구치는 페기의 작은 아버지, 윌리엄 구겐하임이 창설한 장학금을 받아 파리에 건너가 조각 공부를 했다. 이사무 노구치 : Noguchi Museum 조각가, 가구 디자이너, 조경가, 작가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했던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 그가 생전 거주하... blog.naver.com 페기의 소장품은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한 미술 작품이 되었는데, 그중에서 <빛의 제국>은 수집 후반기에 구입한 그림이다. 마그리트가 이십 년 동안 같은 주제로 열일곱 점의 오일과 열 점의 구아슈 페인팅으로 남긴 <빛의 제국> 시리즈 중 한 점이 최근 뉴욕 경매장에서 천억 원대에 낙찰되어 다시 한번 크게 주목받았다. 새파란 하늘 아래 어두운 저녁 풍경, 이 역설적인 표현에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벨기에 거주 중에 계절 변화에 따라 똑같은 풍경을...

2024.11.23
13
개념 예술가, 코넬리아 파커 회고전 : Tate Britain

1956년생 코넬리아 파커의 대형 회고전이 열렸던 2022년 봄, 오프닝 전부터 2003년에 발표했던 작품을 부활시켜 테이트 브리튼 로비에 미리 전시함으로써 흥미진진한 귀환을 예고했다. THE DISTANCE (A KISS WITH STRING ATTACHED), 2003, Auguste Rodin The Kiss 1901-4 and a mile of string 누구나 알만한 로댕의 <키스 >조각품에 관계(& 구속)를 연상시킬만한 밧줄을 둘렀다. 테이트에서 사랑받는 대작과 이만한 컬래버레이션 허락을 받아낼 수 있는 작가에 대한 흥미가 폭발할만했다. Thirty pieces of silver, 1988-89 Cold Dark Matter: An Exploded View, 1991 Perpetual Canon, 2004 거대 설치미술로 유명한 코넬리아, 많은 개념미술 작품이 관람객들의 지적 수준을 시험하듯 난해함으로 무장하고 있어 불편할 수 있지만 최소한 그녀의 작품은 볼거리가 있다. 인스타그램용으로 훌륭한 배경이 되는 작품이라서 어느 정도 대중성을 유지하는 거라 짐작하지만, 꽤나 직접적으로 속시원히 설명하는 작가의 성격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작품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작품 자체만큼 중요한 개념미술에서 작가가 세계적으로 파급력 있는 주요 언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쓴다는 사실은 엉뚱하지만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

2024.11.12
8
21세기의 로코코, 플로라 유크노비치 : Wallace Collection

18세기 로코코 전성기를 이끈 프랑수아 부셰의 작품과 이아지는 연작처럼 걸어둔, 21세기의 로코코를 이끄는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 두 점이라 아쉽고 두 점으로도 충분한 전시였다. 조용히 작품을 마주하고 앉아 다른 관람객들의 대화를 저절로 엿듣다보니 다 나와 같은 생각 ㅎㅎ 이제 플로라 유크노비치는 어떤 새 작품을 할 수 있을까. 1층에서는 요즘 갤러리처럼 하얀 벽에 액자에서 커낸 캔버스 자체로 걸린 18세기의 부셰 작품을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금테 액자를 입은 21세기 플로라 유크노비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부셰의 작품은 직접 보는 편이 감동이지만 사진으로 보면 오래된 달력 그림처럼 시시해 보인다. 반대로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그림은 직접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면 훨씬 자극이 세다. '동시대적'이란 의미는 이렇게 다가온다. 과거에 갇혀 이 시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과연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에 웃을 수 있을까. 로코코에서 영감을 가져와 전통 기술 노하우와 노동 집약적 회화를 하면서 작품 제목으로는 개념미술을 하는 화가, 플로라 유크노비치. 이제 겨우 서른넷, 순식간에 로코코를 현대미술계로 재배치한 그녀의 앞날을 걱정하는 동시에 기대한다. 작지만 특별한 이 전시는 무료로 월리스 컬렉션에서, 2024년 11월 3일까지. 미술시장의 신데렐라, Flora Yukhnovich의 2년 후 2년 전 소더비 경...

2024.10.28
26
영국의 여성화가들 : Tate Britain

Artemisia Gentileschi (1593-1652), Self-portrait as the Allegory of Painting (La Pittura), C.1638-1639 유럽 미술사에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첫 여성 화가라면 이탈리아 출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회자된다. 그녀가 영국 여성 화가들을 모은 전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영국 왕실에서 궁정화가로 4년여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태어나 실력 있는 화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그림을 배운 아르테미시아는 빠르게 성장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고 나폴리와 베네치아를 거쳐 마흔다섯에 영국에 왔을 때는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는 화가였다. Artemisia Gentileschl (1593-1652), Susanna and the Elders, C1638-1640 다른 화가의 이름으로 영국 왕실 소장품에 기록되어 있던 위 작품은 작년 이맘때쯤에서야 아르테미시아 작품으로 확정되었다. 그녀만의 시그니처 물감 사용을 확인했고 캔버스에 뒷면에서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왕실 문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르테미시아 정도로 영향력 있던 여성 화가의 작품마저도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프로비넌스가 확실하지 않다면 출처가 불분명한 대부분의 미술 작품을 남성 화가의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랫동안 존재마저 불투명하게 남은 여성 화가들, 이들의 역사를 파헤친...

2024.09.18
15
주디 시카고 : Serpentine North Gallery

작은 공간을 알차게 채운 주디 시카고의 회고전. 런던에서 열리는 주디 시카고 개인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데... 아쉽게도... 내일, 9월 1일에 막을 내린다. 큐레이터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올해로 여든다섯, 페미니스트 아트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주디는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23대째 랍비를 배출한 유대인 집안의 아들이었던 아버지는 전통을 깨고 나와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마르크스주의자로 FBI의 조사를 받는 등 험한 길을 걷다가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댄서 출신 비서로 주디의 미술 교육을 지지했다. 스스로 태어난 고향, 시카고를 성으로 삼은 주디지만 정작 시카고 미대 진학은 실패했다. 대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스무 살 때 만나 스물두 살에 결혼한 첫 번째 남편이 차 사고로 사망 후, 엄청난 충격에 시달리며 정체성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때이른 죽음을 맞은 아버지와 남편의 성은 특정 민족을 나타내는 데다 자신과의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여겼기에 갤러리스트가 별명처럼 불렀던 이름, 주디 시카고, '시카고'를 법적 성으로 바꿨다. 후에 두 번 더 결혼하지만 남편 성을 따르지 않았다.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영구 소장하고 있는 주디 시카고 대표작, Dinner Party를 이번 전시를 통해 제대로 보았다. 작년 여름, 브루클린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작품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사진을 단 한 장도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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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Alÿs : 아이들 놀이문화로 보는 세상

전시 제목부터 언어적 유희로 시작하는 벨기에 출신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1959, Antwerpen - ) 개인전. 천장이 높은 바비칸 아트 갤러리와 잘 어울리는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놓은 이번 프로젝트는 전 세계 아이들 놀이에 대한 서베이 전시, 지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관 선정 작가로 올렸던 전시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었다. 1층 전시관에서는 80년대부터 기록해온 영상부터 최근 이 기획전을 위해 완성한 바비칸 근처 학교 아이들의 놀이 영상이 플레이되고, 2층 전시관에서는 인류사속 여러 가지 놀이의 기원을 살핀다. 기원전 이집트 소년의 요요와 18세기 인도 여인의 요요, 이렇게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류 공통의 놀이문화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가 익숙한 듯 아랑곳 않고 연날리기에 열중한 아프가니스탄 소년,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소년들이 나무를 깎아 만든 총을 들고 군인 흉내를 내며 동네 지키는 놀이, 동네를 지나는 사람들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 러시아 스파이 잡기에 몰두한 아이들의 (전쟁) 놀이에 어른들이 적극 동참하는 영상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전쟁을 치르는 국가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전쟁놀이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한다;; 이제 60대에 들어선 알리스는 벨기에서 학업을 마치고 멕시코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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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 National Gallery of Ireland

호주 속 아일랜드 ft. The tea cosy 올해 시드니에 머무는 중 가장 감동적인 맛을 선사했던 빵집은 매주 동네 파머스 마켓에 아이리시 빵을 구... blog.naver.com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할 줄 알았던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은 중세 유럽, 르네상스 이탈리아, 플랑드르, 낭만주의 독일, 영국 유명인들의 초상화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미술관답게 유럽 미술사를 망라하는 작품을 짜임새 있게 갖추고 있었다. A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c.1670, Johannes Vermeer(1632-75, Deflt) 귀한 베르메르까지. 미술관 설명문에는 영어와 아일랜드어를 병행 표기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일랜드는 아일랜드어와 영어를 함께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일랜드로 영어 어학연수를 가는 지인들도 있었기에 아일랜드 국어는 당연히 영어인 줄 알았고, 아일랜드어라는 건 아이리시 특유의 영어 억양을 말하는 거라 어렴풋이 짐작 가는 대로 믿고 살았다. 역시 긴 식민지 역사의 부산물인 영어, 켈트어파에 속하는 아일랜드어는 영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지는 전혀 다른 언어였다.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나 시인 윌리엄 예이츠가 영어로 글을 썼기 때문에 아일랜드어 존재 자체를 몰랐다. 게다가 700여 년의 식민지 기간 동안 아일랜드 귀족 및 엘리트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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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술 : Brooklyn Museum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기획전을 보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소장품전을 마주하고 깜짝 놀랐다. 유명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꼭 좋은 미술관이라 할 수 없고 인기 큐레이터를 모신다고 무조건 좋은 전시회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소장품의 정확한 의미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자꾸 가고 싶은 미술관이 탄생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브루클린 미술관은 항상 궁금한 곳, 주디 시카고의 <디너파티>를 소장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이집트 문물부터 현대 디자인까지, 의외로 방대한 소장품을 선보이는 브루클린 미술관은 전시 설명도 예상 밖이었다. 물론 나는 미국의 역사를 깊이 있게 모르는 외국인이라 원주민 역사는 더더욱 생각지 못해서 더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19세기, 이 땅의 원주민이 만들어 쓴 그릇과 막 도착한 유럽인이 그린 미술 작품 등 계속해서 원주민과 유럽 작가의 미술을 병치 전시하는 식으로 무엇이 미국인지 자문하게 만들었다. 미술관 정문은 물론 웹사이트에도 정확히 명시하고 있는 사실, 현 브루클린 미술관 자리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Lenape 부족의 땅이다. 서구 식민지로 "discover, 발견"되었다는 서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서 캐나다, 미국, 호주 같은 이민국가들은 공공기관, 특히 미술관들이 먼저 나서서 식민지 이전 미술관 부지의 원래 주인을 명시한다.(뉴질랜드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렇다고 ...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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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무 노구치 : Noguchi Museum

조각가, 가구 디자이너, 조경가, 작가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했던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 그가 생전 거주하면서 작업했던 공간 자체가 미술관으로 남아있다. Aug, 2023 1904년 LA에서 태어난 이사무 노구치는 꽤나 복잡한 비화를 안고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인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글을 쓰는 시인으로, 영어를 보강해 주는 에디터인 미국인 어머니를 만나 비밀 결혼을 했다. 그 와중에 다른 미국인 저널리스트와는 비밀 약혼 상태였고, 또 다른 남성 시인과 로맨스를 나눈 노구치 생부, 노구치의 탄생으로 만나게 된 비밀 속 두 여자들 중 한 명은 파혼했고 노구치 어머니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일본에 갔다. 도쿄에 도착해서야 아버지로부터 '이사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노구치, 하지만 부모는 곧 결별했다. 아버지는 이미 일본 여자와 결혼생활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이름만 물려받은 노구치는 선생님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어머니와 함께 일본의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14살이 되자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보내진 노구치는 어머니의 성을 따라 'Sam Gilmour'로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아티스트를 꿈꿨지만 콜롬비아 의대에 진학했다. 대신 교육열이 넘치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야간 미술학교 수업도 들었다. 거기서 찾은 선생님의 격려 아래 3개월 만에 전시회를 열며 의대는 자퇴했다. 스무 살의 길모...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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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거스턴 회고전 : Tate Modern

요즘 유행하는 여성, 유색인종, 퀴어 등 어느 키워드에도 속하지 못하는 필립 거스턴의 대형 회고전이라니, 의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화가에 대해 잘 몰라서였다. 작년 가을, 멤버 프리뷰에서는 거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후 바로 전시를 이어보는 코스였기에 테이트 모던에서 왜 지금 거스턴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Mother and Child, c. 1930 19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Philip Guston은 어릴 적 미국 LA로 이주했다. 생활고로 인해 아버지가 세상을 등질만큼 매우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일찍 미술에 소질을 보였던 거스턴을 미술학교에 보냈다. 거스턴은 학교에서 잭슨 폴록을 만났고 같은 선생님 밑에서 사사하며 평생 친구로 지냈다. Gladiators, 1940 십 대 때 그린 거스턴의 그림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주제에 키리코와 피카소의 터치가 진하게 보인다. 이런 대형 회고전의 묘미는 화가의 귀한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Martial Memory, 1941 거스턴이 미국으로 이주할 무렵 이미 LA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K.K.K 군단의 활동이 활발했고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흑인뿐만 아니라 유대인도 속해있었다. 꽤나 생소하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인 거스톤을 피부색이나 외모만으로 폭력의 대상으로 삼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사회적 압박은...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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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지오의 마지막 작품 : National Gallery

5월의 눈부신 어느 날, 트래펄가 광장을 가로질러 내셔널 갤러리로 - 아래층에서부터 입장 대기줄이 있는 인기 전시회는 카라바지오가 그린 마지막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4년 7월 21일까지, 무료입장. Salome receives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about 1609-10 @The National Gallery, London. Bought, 1970 정확한 기록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고 간 화가, 카라바지오. 167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이십 대 때 로마로 가서 빠른 성공을 이루지만 폭력적이고 괴팍한 성격이 결국 화를 불러 서른넷에 살인을 저지른 도망자가 되었다. 이전 밀라노에서도 싸우다가 베네치아를 통해 로마로 도망왔는데, 살인자가 되어 나폴리에 숨어들게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도시국가 연합으로 카라바지오는 다른 나라로 망명한 셈이다. 위 작품은 나폴리에서 그린 작품. 깜깜하고 좁은 전시실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 품질은 겨우 이 정도. 런던에 있다면 꼭 보러 가기를. 전시가 끝나면 원래 소장처인 나폴리로 돌아간다. 중세부터 여성의 지위 향상을 논할 때 등장하는 성녀 우르술라, 4세기 경 기독교를 신봉하는 잉글랜드의 공주로서 이교도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성지순례를 허락받았다. 수백 명의 시녀를 대동하고 로마로 떠났던 신앙심 깊은 우르술라는 돌아오는 길에 칭기...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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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어 사전트 in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존 싱어 사전트는 미국의 아트 컬렉터 이사벨라 가드너와 런던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다. 파리 살롱에서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던 마담 X를 보고 이사벨라는 단박에 사전트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완성된 작품은 보스턴에 자리한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에 걸려있다. 미국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여러 취향이 맞아떨어졌던지 사전트와 이사벨라는 평생에 걸쳐 서신을 주고받았다. El Jaleo, 1882, John Singer Sargent 그런 이유로 사전트 작업이 많이 남아있는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 그중에서도 주요 작품이라 꼽을 수 있는 스패니시 댄서를 담은 그림은 걸린 위치도 특별하다. 사전트와 이사벨라의 만남 이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원래는 이사벨라 시댁 친척이 소유하고 있었다. 1914년, 이사벨라가 저택 일부를 변경해 스페인풍의 회랑과 예배당으로 장식하면서 이 작품이 어울릴만한 완벽한 공간이 탄생했다. 컬렉터로서 매우 적극적이었던 이사벨라의 다른 에피소드들처럼 이 공간을 본 친척은 순순히 사전트의 스패니시 댄서를 내놓았다고 한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정취가 느껴지는 회랑은 중국식 홀과도 연결되는데,,, 어쩐지 자연스럽다. 게다가 그 끝에는 스페인풍 예배당이 자리한다. 부처상에 관심을 보였던 이사벨라의 종교를 뛰어넘는 미적 감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정 풍경이 워낙 아이코닉 하다 보니 들어서자마자 정원을 중심으로 눈길...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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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꼭 봐야 할 영국 미술 : Sotheby's

내셔널 갤러리 오픈 200주년에 맞춰 열린 특별전 <London: An Artistic Crossroads>는 영국 내 미술 소장품 온라인 카탈로그인 ART UK와 미술품 경매 회사 Sotheby's가 함께 했다. 영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근현대 주요 작품 열두 점을 모은 이 전시는 수백 년간 문화의 용광로로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런던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런던에 싫증 난 자는 인생에 싫증 난 사람이다 - 사뮤엘 존슨의 명언을 빌려 시작하는 이 전시회는 소더비 런던에서 2024년 7월 5일까지 열린다. Barges on the Thames, 1906, André Derain(1880–1954) @LEEDS ART GALLERY 이전의 휘슬러나 모네와는 전혀 다른 색으로 런던을 그린 프랑스 화가, 앙드레 드랭은 런던을 배경으로 무려 서른 점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 The Architects, 1981, R.B. Kitaj(1932–2007) @Pallant House Gallery 미국인이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영국에서 살았던 화가, 키타이는 종종 영국 화가로 인식된다. Big Bird, 1964, Frank Bowling(b.1934), THE VICTORIA GALLERY AND MUSEUM, UNIVERSITY OF LIVERPOOL Tall Bottle, 2010, Magdalene Odundo(b.1950) @S...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