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미술작품
18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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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예술가, 코넬리아 파커 회고전 : Tate Britain

1956년생 코넬리아 파커의 대형 회고전이 열렸던 2022년 봄, 오프닝 전부터 2003년에 발표했던 작품을 부활시켜 테이트 브리튼 로비에 미리 전시함으로써 흥미진진한 귀환을 예고했다. THE DISTANCE (A KISS WITH STRING ATTACHED), 2003, Auguste Rodin The Kiss 1901-4 and a mile of string 누구나 알만한 로댕의 <키스 >조각품에 관계(& 구속)를 연상시킬만한 밧줄을 둘렀다. 테이트에서 사랑받는 대작과 이만한 컬래버레이션 허락을 받아낼 수 있는 작가에 대한 흥미가 폭발할만했다. Thirty pieces of silver, 1988-89 Cold Dark Matter: An Exploded View, 1991 Perpetual Canon, 2004 거대 설치미술로 유명한 코넬리아, 많은 개념미술 작품이 관람객들의 지적 수준을 시험하듯 난해함으로 무장하고 있어 불편할 수 있지만 최소한 그녀의 작품은 볼거리가 있다. 인스타그램용으로 훌륭한 배경이 되는 작품이라서 어느 정도 대중성을 유지하는 거라 짐작하지만, 꽤나 직접적으로 속시원히 설명하는 작가의 성격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작품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작품 자체만큼 중요한 개념미술에서 작가가 세계적으로 파급력 있는 주요 언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쓴다는 사실은 엉뚱하지만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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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로코코, 플로라 유크노비치 : Wallace Collection

18세기 로코코 전성기를 이끈 프랑수아 부셰의 작품과 이아지는 연작처럼 걸어둔, 21세기의 로코코를 이끄는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 두 점이라 아쉽고 두 점으로도 충분한 전시였다. 조용히 작품을 마주하고 앉아 다른 관람객들의 대화를 저절로 엿듣다보니 다 나와 같은 생각 ㅎㅎ 이제 플로라 유크노비치는 어떤 새 작품을 할 수 있을까. 1층에서는 요즘 갤러리처럼 하얀 벽에 액자에서 커낸 캔버스 자체로 걸린 18세기의 부셰 작품을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금테 액자를 입은 21세기 플로라 유크노비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부셰의 작품은 직접 보는 편이 감동이지만 사진으로 보면 오래된 달력 그림처럼 시시해 보인다. 반대로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그림은 직접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면 훨씬 자극이 세다. '동시대적'이란 의미는 이렇게 다가온다. 과거에 갇혀 이 시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과연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에 웃을 수 있을까. 로코코에서 영감을 가져와 전통 기술 노하우와 노동 집약적 회화를 하면서 작품 제목으로는 개념미술을 하는 화가, 플로라 유크노비치. 이제 겨우 서른넷, 순식간에 로코코를 현대미술계로 재배치한 그녀의 앞날을 걱정하는 동시에 기대한다. 작지만 특별한 이 전시는 무료로 월리스 컬렉션에서, 2024년 11월 3일까지. 미술시장의 신데렐라, Flora Yukhnovich의 2년 후 2년 전 소더비 경...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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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성화가들 : Tate Britain

Artemisia Gentileschi (1593-1652), Self-portrait as the Allegory of Painting (La Pittura), C.1638-1639 유럽 미술사에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첫 여성 화가라면 이탈리아 출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회자된다. 그녀가 영국 여성 화가들을 모은 전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영국 왕실에서 궁정화가로 4년여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태어나 실력 있는 화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그림을 배운 아르테미시아는 빠르게 성장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고 나폴리와 베네치아를 거쳐 마흔다섯에 영국에 왔을 때는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는 화가였다. Artemisia Gentileschl (1593-1652), Susanna and the Elders, C1638-1640 다른 화가의 이름으로 영국 왕실 소장품에 기록되어 있던 위 작품은 작년 이맘때쯤에서야 아르테미시아 작품으로 확정되었다. 그녀만의 시그니처 물감 사용을 확인했고 캔버스에 뒷면에서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왕실 문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르테미시아 정도로 영향력 있던 여성 화가의 작품마저도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프로비넌스가 확실하지 않다면 출처가 불분명한 대부분의 미술 작품을 남성 화가의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랫동안 존재마저 불투명하게 남은 여성 화가들, 이들의 역사를 파헤친...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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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시카고 : Serpentine North Gallery

작은 공간을 알차게 채운 주디 시카고의 회고전. 런던에서 열리는 주디 시카고 개인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데... 아쉽게도... 내일, 9월 1일에 막을 내린다. 큐레이터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올해로 여든다섯, 페미니스트 아트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주디는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23대째 랍비를 배출한 유대인 집안의 아들이었던 아버지는 전통을 깨고 나와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마르크스주의자로 FBI의 조사를 받는 등 험한 길을 걷다가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댄서 출신 비서로 주디의 미술 교육을 지지했다. 스스로 태어난 고향, 시카고를 성으로 삼은 주디지만 정작 시카고 미대 진학은 실패했다. 대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스무 살 때 만나 스물두 살에 결혼한 첫 번째 남편이 차 사고로 사망 후, 엄청난 충격에 시달리며 정체성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때이른 죽음을 맞은 아버지와 남편의 성은 특정 민족을 나타내는 데다 자신과의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여겼기에 갤러리스트가 별명처럼 불렀던 이름, 주디 시카고, '시카고'를 법적 성으로 바꿨다. 후에 두 번 더 결혼하지만 남편 성을 따르지 않았다.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영구 소장하고 있는 주디 시카고 대표작, Dinner Party를 이번 전시를 통해 제대로 보았다. 작년 여름, 브루클린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작품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사진을 단 한 장도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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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Alÿs : 아이들 놀이문화로 보는 세상

전시 제목부터 언어적 유희로 시작하는 벨기에 출신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1959, Antwerpen - ) 개인전. 천장이 높은 바비칸 아트 갤러리와 잘 어울리는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놓은 이번 프로젝트는 전 세계 아이들 놀이에 대한 서베이 전시, 지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관 선정 작가로 올렸던 전시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었다. 1층 전시관에서는 80년대부터 기록해온 영상부터 최근 이 기획전을 위해 완성한 바비칸 근처 학교 아이들의 놀이 영상이 플레이되고, 2층 전시관에서는 인류사속 여러 가지 놀이의 기원을 살핀다. 기원전 이집트 소년의 요요와 18세기 인도 여인의 요요, 이렇게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류 공통의 놀이문화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가 익숙한 듯 아랑곳 않고 연날리기에 열중한 아프가니스탄 소년,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소년들이 나무를 깎아 만든 총을 들고 군인 흉내를 내며 동네 지키는 놀이, 동네를 지나는 사람들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 러시아 스파이 잡기에 몰두한 아이들의 (전쟁) 놀이에 어른들이 적극 동참하는 영상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전쟁을 치르는 국가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전쟁놀이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한다;; 이제 60대에 들어선 알리스는 벨기에서 학업을 마치고 멕시코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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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 National Gallery of Ireland

호주 속 아일랜드 ft. The tea cosy 올해 시드니에 머무는 중 가장 감동적인 맛을 선사했던 빵집은 매주 동네 파머스 마켓에 아이리시 빵을 구... blog.naver.com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할 줄 알았던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은 중세 유럽, 르네상스 이탈리아, 플랑드르, 낭만주의 독일, 영국 유명인들의 초상화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미술관답게 유럽 미술사를 망라하는 작품을 짜임새 있게 갖추고 있었다. A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c.1670, Johannes Vermeer(1632-75, Deflt) 귀한 베르메르까지. 미술관 설명문에는 영어와 아일랜드어를 병행 표기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일랜드는 아일랜드어와 영어를 함께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일랜드로 영어 어학연수를 가는 지인들도 있었기에 아일랜드 국어는 당연히 영어인 줄 알았고, 아일랜드어라는 건 아이리시 특유의 영어 억양을 말하는 거라 어렴풋이 짐작 가는 대로 믿고 살았다. 역시 긴 식민지 역사의 부산물인 영어, 켈트어파에 속하는 아일랜드어는 영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지는 전혀 다른 언어였다.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나 시인 윌리엄 예이츠가 영어로 글을 썼기 때문에 아일랜드어 존재 자체를 몰랐다. 게다가 700여 년의 식민지 기간 동안 아일랜드 귀족 및 엘리트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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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술 : Brooklyn Museum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기획전을 보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소장품전을 마주하고 깜짝 놀랐다. 유명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꼭 좋은 미술관이라 할 수 없고 인기 큐레이터를 모신다고 무조건 좋은 전시회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소장품의 정확한 의미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자꾸 가고 싶은 미술관이 탄생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브루클린 미술관은 항상 궁금한 곳, 주디 시카고의 <디너파티>를 소장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이집트 문물부터 현대 디자인까지, 의외로 방대한 소장품을 선보이는 브루클린 미술관은 전시 설명도 예상 밖이었다. 물론 나는 미국의 역사를 깊이 있게 모르는 외국인이라 원주민 역사는 더더욱 생각지 못해서 더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19세기, 이 땅의 원주민이 만들어 쓴 그릇과 막 도착한 유럽인이 그린 미술 작품 등 계속해서 원주민과 유럽 작가의 미술을 병치 전시하는 식으로 무엇이 미국인지 자문하게 만들었다. 미술관 정문은 물론 웹사이트에도 정확히 명시하고 있는 사실, 현 브루클린 미술관 자리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Lenape 부족의 땅이다. 서구 식민지로 "discover, 발견"되었다는 서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서 캐나다, 미국, 호주 같은 이민국가들은 공공기관, 특히 미술관들이 먼저 나서서 식민지 이전 미술관 부지의 원래 주인을 명시한다.(뉴질랜드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렇다고 ...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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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무 노구치 : Noguchi Museum

조각가, 가구 디자이너, 조경가, 작가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했던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 그가 생전 거주하면서 작업했던 공간 자체가 미술관으로 남아있다. Aug, 2023 1904년 LA에서 태어난 이사무 노구치는 꽤나 복잡한 비화를 안고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인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글을 쓰는 시인으로, 영어를 보강해 주는 에디터인 미국인 어머니를 만나 비밀 결혼을 했다. 그 와중에 다른 미국인 저널리스트와는 비밀 약혼 상태였고, 또 다른 남성 시인과 로맨스를 나눈 노구치 생부, 노구치의 탄생으로 만나게 된 비밀 속 두 여자들 중 한 명은 파혼했고 노구치 어머니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일본에 갔다. 도쿄에 도착해서야 아버지로부터 '이사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노구치, 하지만 부모는 곧 결별했다. 아버지는 이미 일본 여자와 결혼생활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이름만 물려받은 노구치는 선생님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어머니와 함께 일본의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14살이 되자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보내진 노구치는 어머니의 성을 따라 'Sam Gilmour'로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아티스트를 꿈꿨지만 콜롬비아 의대에 진학했다. 대신 교육열이 넘치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야간 미술학교 수업도 들었다. 거기서 찾은 선생님의 격려 아래 3개월 만에 전시회를 열며 의대는 자퇴했다. 스무 살의 길모...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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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거스턴 회고전 : Tate Modern

요즘 유행하는 여성, 유색인종, 퀴어 등 어느 키워드에도 속하지 못하는 필립 거스턴의 대형 회고전이라니, 의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화가에 대해 잘 몰라서였다. 작년 가을, 멤버 프리뷰에서는 거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후 바로 전시를 이어보는 코스였기에 테이트 모던에서 왜 지금 거스턴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Mother and Child, c. 1930 19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Philip Guston은 어릴 적 미국 LA로 이주했다. 생활고로 인해 아버지가 세상을 등질만큼 매우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일찍 미술에 소질을 보였던 거스턴을 미술학교에 보냈다. 거스턴은 학교에서 잭슨 폴록을 만났고 같은 선생님 밑에서 사사하며 평생 친구로 지냈다. Gladiators, 1940 십 대 때 그린 거스턴의 그림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주제에 키리코와 피카소의 터치가 진하게 보인다. 이런 대형 회고전의 묘미는 화가의 귀한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Martial Memory, 1941 거스턴이 미국으로 이주할 무렵 이미 LA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K.K.K 군단의 활동이 활발했고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흑인뿐만 아니라 유대인도 속해있었다. 꽤나 생소하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인 거스톤을 피부색이나 외모만으로 폭력의 대상으로 삼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사회적 압박은...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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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지오의 마지막 작품 : National Gallery

5월의 눈부신 어느 날, 트래펄가 광장을 가로질러 내셔널 갤러리로 - 아래층에서부터 입장 대기줄이 있는 인기 전시회는 카라바지오가 그린 마지막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4년 7월 21일까지, 무료입장. Salome receives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about 1609-10 @The National Gallery, London. Bought, 1970 정확한 기록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고 간 화가, 카라바지오. 167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이십 대 때 로마로 가서 빠른 성공을 이루지만 폭력적이고 괴팍한 성격이 결국 화를 불러 서른넷에 살인을 저지른 도망자가 되었다. 이전 밀라노에서도 싸우다가 베네치아를 통해 로마로 도망왔는데, 살인자가 되어 나폴리에 숨어들게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도시국가 연합으로 카라바지오는 다른 나라로 망명한 셈이다. 위 작품은 나폴리에서 그린 작품. 깜깜하고 좁은 전시실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 품질은 겨우 이 정도. 런던에 있다면 꼭 보러 가기를. 전시가 끝나면 원래 소장처인 나폴리로 돌아간다. 중세부터 여성의 지위 향상을 논할 때 등장하는 성녀 우르술라, 4세기 경 기독교를 신봉하는 잉글랜드의 공주로서 이교도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성지순례를 허락받았다. 수백 명의 시녀를 대동하고 로마로 떠났던 신앙심 깊은 우르술라는 돌아오는 길에 칭기...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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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어 사전트 in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존 싱어 사전트는 미국의 아트 컬렉터 이사벨라 가드너와 런던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다. 파리 살롱에서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던 마담 X를 보고 이사벨라는 단박에 사전트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완성된 작품은 보스턴에 자리한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에 걸려있다. 미국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여러 취향이 맞아떨어졌던지 사전트와 이사벨라는 평생에 걸쳐 서신을 주고받았다. El Jaleo, 1882, John Singer Sargent 그런 이유로 사전트 작업이 많이 남아있는 이사벨라 가드너 뮤지엄, 그중에서도 주요 작품이라 꼽을 수 있는 스패니시 댄서를 담은 그림은 걸린 위치도 특별하다. 사전트와 이사벨라의 만남 이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원래는 이사벨라 시댁 친척이 소유하고 있었다. 1914년, 이사벨라가 저택 일부를 변경해 스페인풍의 회랑과 예배당으로 장식하면서 이 작품이 어울릴만한 완벽한 공간이 탄생했다. 컬렉터로서 매우 적극적이었던 이사벨라의 다른 에피소드들처럼 이 공간을 본 친척은 순순히 사전트의 스패니시 댄서를 내놓았다고 한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정취가 느껴지는 회랑은 중국식 홀과도 연결되는데,,, 어쩐지 자연스럽다. 게다가 그 끝에는 스페인풍 예배당이 자리한다. 부처상에 관심을 보였던 이사벨라의 종교를 뛰어넘는 미적 감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정 풍경이 워낙 아이코닉 하다 보니 들어서자마자 정원을 중심으로 눈길...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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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꼭 봐야 할 영국 소장 미술 : 소더비

내셔널 갤러리 오픈 200주년에 맞춰 열린 특별전 <London: An Artistic Crossroads>는 영국 내 미술 소장품 온라인 카탈로그인 ART UK와 미술품 경매 회사 Sotheby's가 함께 했다. 영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근현대 주요 작품 열두 점을 모은 이 전시는 수백 년간 문화의 용광로로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런던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런던에 싫증 난 자는 인생에 싫증 난 사람이다 - 사뮤엘 존슨의 명언을 빌려 시작하는 이 전시회는 소더비 런던에서 2024년 7월 5일까지 열린다. Barges on the Thames, 1906, André Derain(1880–1954) @LEEDS ART GALLERY 이전의 휘슬러나 모네와는 전혀 다른 색으로 런던을 그린 프랑스 화가, 앙드레 드랭은 런던을 배경으로 무려 서른 점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 The Architects, 1981, R.B. Kitaj(1932–2007) @Pallant House Gallery 미국인이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영국에서 살았던 화가, 키타이는 종종 영국 화가로 인식된다. Big Bird, 1964, Frank Bowling(b.1934), THE VICTORIA GALLERY AND MUSEUM, UNIVERSITY OF LIVERPOOL Tall Bottle, 2010, Magdalene Odundo(b.1950) @S...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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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어 사전트 : Tate Britain

Lady Sassoon, 1907 한 화가의 특징에는 한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여러 면모가 있는데, 올해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기획전에서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적인 존 싱어 사전트의 능력을 부각시켰다. 전시 제목이 '사전트와 패션'으로 초상화가로 유명한 사전트의 작품을 그림 속 의상과 함께 보여주는 전시다. Opera cloak c.1895, Possibly by House of Worth, France, 1858-1956 Sargent and Fashion, 22 February – 7 July 2024, Tate Britain 유럽에 머물던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전트의 고향은 이탈리아 피렌체다. 내향적인 부모는 소극적 사교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항상 다방면의 아티스트들이 드나들었다. 홈스쿨링 통해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께 미술 교육을 받고 4개국어를 깨친 후 파리로 간 사전트는 순탄하게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했다. 드가와 모네 등 인상파 대가들의 영향으로 사전트도 처음에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지만 생계를 위해 자연스럽게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파리 살롱 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884년, 스물여덟의 사전트가 Madame X를 내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일찍이 파리에서 교육받고 부유한 은행가와 결혼한 가트로 부인은 독특한 성격과 요란한 패션으로 파리 사교계에서 유명했다. 아슬아슬하게 흘러내...

2024.07.04
8
바젤리츠 최신 회화전 : White Cube Gallery

60년 작업 기간 중 절반 이상 사람을 거꾸로 그려온 독일 화가, 바젤리츠 개인전. 2024년 6월 16일까지 @White Cube Bermonsey 다 그려진 캔버스를 거꾸로 걸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거꾸로 된 형상으로 작업했는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이전에는 없던 방식으로 인물화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20세기 전후 인기 폭락한 장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니. 처음에 장난처럼? 시작한 일도 부지런히 반평생 넘게 하다 보면 작가 자신보다 그림을 마주한 관람객들에게 더 진지한 의미를 남긴다. 현대미술을 온라인이나 도록으로 볼 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남발한 적이 있는데, 런던에서 이런 대형 회화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재료의 성질을 잘 알고 재료를 선택하는 노하우 등 세세히 계산된 결과로 단 한 번의 붓질이 나온다. 한 번이라도 텅 빈 캔버스를 노려본 적 있는 사람은 화가의 붓질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거꾸로 걸린 그림은 사람들을 다가가게 만들어 전체 모양을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붓질의 획과 물감의 높낮이를 따라 느끼게 한다. 관람자의 의도치 않은 성과는 화가의 의도된 결과다. 미래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늘 과거에서 건져올린 영감들로 작품 하는 바젤리츠의 이번 화이트 큐브 전시 작품들은 모두 2023년부터 완성된 최신작들이다. 어린 시절 스케치북을 탐구한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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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미술관에 남은 키스 해링 벽화

2021년 1월, 코로나 발발로 인해 계속해서 록다운 제재가 심했던 시절, 도시 이동과 미술관 입장은 가능했지만 식당에서 음료나 음식 섭취는 금지되었던 시기다. 불편을 감수하고 안트베르펜에 간 단 하나의 목적은 뉴욕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키스 헤링이 단 4시간 만에 작업을 끝낸 벽화를 보기 위해서. 미술관 관람도 이렇게 화살표 표시에 맞춘 동선만 가능했을 때, 그런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거짓말 같지만,,, 여전히 벨기에에 남아있는 키스 해링의 흔적들이 더 뜬금없다. Untitled, 1987, Keith Haring 일회성 낙서를 정식 예술작품으로 미술관에 걸었던 키스 해링은 1987년 안트베르펜의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에 벌써 안트베르펜 현대 미술관은 그를 초청해 미술관 카페를 그라피티로 꾸밀 만큼 시대를 읽어냈으니... 주변 국가에 비해 강력하게 개인을 지배하는 신앙 때문에 보수적 사회로 읽히는 반면 시대를 앞선 급진적 아트 컬렉터들도 존재하는 벨기에, 여러모로 독특한 면모를 가진 나라가 분명하다. 서른하나에 세상을 등진 키스 해링은 마지막 생애 7년 동안 100회 이상의 전시회를 열었다. 그 바쁘고 짧은 삶을 사는 동안 벨기에까지 다녀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벨기에는 스트리트 아트에 관대하고 관련 축제도 많다. 이제 미술관 카페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키스 해링의 자유로운 선을 느끼면서 커피...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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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에서 모리조까지 : Brooklyn Museum

미국 미술관에서 만나는 유럽 미술 기획전 Flood at Moret, 1879, Alfred Sisley(British, active France, 1839-1899) The Village of Gardanne (Le Village de Gardanne), 1885–1886, Paul Cézanne (French, 1839–1906) The Vineyards at Cagnes, 1908, Pierre-Auguste Renoir(French, 1841-1919) 화가의 정원 : 르누아르 미술관 Summer, 2005 화가들이 생전에 살던 곳을 방문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다. 그림 한 점 보는 것만큼 ... blog.naver.com 부댕과 라울 뒤피의 노르망디 해변, The Beach at Trouville. circa 1887-96 / The Regatta, circa 1908-10 The Doge’s Palace, 1908, Claude Monet (French, 1840–1926) 인상파는 언제 어디서나 인기가 높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유럽 미술에 초점을 맞춘 이 기획전은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한 점 한 점 누구의 기부로 어떤 방식으로 구매했는지 작품 출처가 설명서에 세세히 기입되어 있었다. 미술관이 직접 지적했듯이 브루클린 미술관 유럽 미술 소장품은 백인 부유층 남성의 기부로 이루어...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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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위치 미술관의 대표작들

덜위치 미술관 주변은 천년도 넘은 귀족 영지로 여전히 "덜위치 빌리지"라는 이름에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인기 배우로 출세한 에드워드 앨린은 부인, 조안과 이곳에 정착하면서 덜위치 미술관의 토대가 될 초상화 컬렉션을 만들었다. 여전히 앨린 부부의 유지를 받들어 운영되는 동네라서 곳곳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Mrs Joan Alleyn, c. 1596, British School 조안은 어릴 때 귀족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공연 사업가와 재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당대 인기 배우 에드워드 앨린과 짝지어졌다. 당시로서는 매우 성공적인 결혼으로 에드워드 앨린이 해나간 모든 사업에 조안이 깊이 관여했다. 한마디로 당대 파워 커플이었던 앨린과 조안, 종교적이었던 그녀 덕분에 교회를 짓고 양로원을 운영했던 데다 학교를 세워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교육에 열성을 쏟았다. 그렇게 시대를 앞서 사회사업을 많이 했던 여성의 초상화 치고는 크기도 작고 이름 모를 화가의 어설픈 재주로 조안의 얼굴이 남아있다. Girl at a Window, 1645, Rembrandt van Rijn(Leiden 1609-1699 Amsterdam) Portrait of a Lady, c.1625, Peter Paul Rubens 조안의 초상화 주변으로 렘브란트와 루벤스가 그린 초상화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조안의 초...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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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셔, 무한의 가능성 : Escher in Het Paleis

Self-portrait, 1923(woodcut) & 1929(lithograph) 에셔는 (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네덜란드에서 교육열 높은 토목기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는 특수반에서 보냈고 중고등학교 성적도 좋지 못했던 데다 건축 공부도 잠시 했다. Parrot, 1919, linoleum cut 졸업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하를렘 건축 공예 학교에서 드로잉과 판화기법을 배우면서 적성을 찾은 듯. 처음에는 성경과 동식물을 판화에 옮기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곧 에셔만의 패턴이 생겼다. Eight Heads, 1922, woodcut 에셔의 판화 작품은 당대의 저명한 수학자, 과학자, 정신분석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의 우리는 에셔의 작품을 그래픽디자인으로 인식하고 영화 등 대중매체에 이식해 비현실을 즐긴다. 로마에서의 에셔, 놀라운 점은 에셔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장소들은 모두 실재한다는 사실. San Gimignano, 1922, woodcut 스물넷 에셔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곳곳을 여행하는데, 다양한 이탈리아 시골 풍경과 남스페인에 남아있는 무어인들의 건축과 장식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San Gimignano, 1923, woodcut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해, 에셔는 이탈리아로 이주해 스웨덴 출신 여성과 결혼하고 로마에 정착했다. Bonifacio, Corsica, Italy,...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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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 대 크리스티, 경매장 전시회

Matince war la Seine, temps net, 1897, CLAUDE MONET(1840-1926) @Christie's UNTITLED, c. 2000-04, AGNES MARTIN (1912 - 2004) / Arbres au bord de l'eau, printemps à Giverny, 1885, CLAUDE MONET(1840-1926) @Sotheby's 오랜만에 경매장 그림 산책,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모네, 두 경매장 모두 모네 곁에 아그네스 마틴을 두었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붓을 든 화가, 아그네스 마틴 : Tate Modern 일찍이 무無에 도달해 진실로 가는 길에 그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로스코Mark Rothko를 존... blog.naver.com @Christie's 인상파 첫 전시 150주년 기념과 초현실주의 선언 100주년 기념으로 올해 두 경매장의 포커스는 인상주의와 초현실주의 작품들이었다. @Christie's @Christie's @Christie's @Christie's @Christie's @Christie's 경매장 전시회에는 미술관에서 보기 힘든 개인 소장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널리 알려진 예술가의 낯선 작품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Can Can, 1998, CECILY BROWN (1969-) @Christie's 크리스티의 20/21세기 아트 경매를 위한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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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스 할스 : National Gallery

볼 때마다 빙긋 미소가 짓게 만드는 사람들을 그리는 프란스 할스 대형 기획전이 열렸다. 언젠가 할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를 보고 싶다고 십 년째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역시 런던, 런던에서 보다니! 전 세계 미술관에 흩어진 주요 작품뿐만 아니라 개인 소장 중인 작품도 많이 모셔온 내셔널 갤러리 덕분에 호강했다. 런던에서 지난 1월 말에 는 끝난 전시지만,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같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16 Feb 2024 - 9 June 2024 The Lute Plaver, About 1623, Musée du Louvre, Paris, Paintings Department 화가의 생애를 기록한 회고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완성된 스타일을 타고난 건지 할스의 작품은 연도별로 큰 차이 없이 일정해서 작품 완성 시기를 파악할 필요가 없는 전시회였다. Pekelharing (The Merrv Drinker) About 1625, (Museum of Fine Arts Leipzig) The Laughing Cavalier, 1624, The Wallace Collection, London 초상화 인물들 사이를 설렁설렁 걸어 다니면서 눈길이 마주치는 인물 앞에 섰다. 알 수 없는 미소의 의미가 궁금할 때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한참 바라보며 미소만 주고받았다. Portrait of Pieter van den Br...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