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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 정명훈 &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콘서트 오페라 예술의전당 공연후기

    라 페니체의 라 트라비아타를 놓칠 수는 없지 오페라는 오페라하우스에서, 콘서트 오페라는 콘서트홀에서.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안 가려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초연했던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가 와서 공연을 해준다는데, 아니 갈 수가 없다.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C석은 다 나갔다. C석은 3만원, B석은 9만원. 아니, 가려니 표가 없어서 못 가는 건가. C석은 취소표도 안 나오다가, 사흘 전에 겨우 하나 건졌다. 그래도 이런 건 가서 봐줘야지. 다행. 오페라는 더 좋은 정명훈 지휘자 클래식 애호가는 다들 정명훈 지휘자를 좋아한다. 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야 없지만, 아마 대개 그렇지 않을까. 지휘자로서 한국 사람 가운데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던 시절에 정말 좋은 공연들을 선물했다. 오페라에 강점이 있기도 해서,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오페라는 다 좋았다. 피트에 내려가 있건 콘서트 오페라로 무대에 올라와 있건, 그때 서울시향이 반주하는 오페라는 못 들으면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였다. 오페라가 처음이라면, 라 트라비아타가 최고지 정명훈과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와 라 트라비아타의 조합은, 놓치면 역시 두고두고 아쉬울 거였다. 나는, 라 트라비아타를 정말 좋아한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가, 오페라는 처음이 중요하다면서, 줄리아 로버츠의 첫 오페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라 트라비아타였다. 낯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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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로랑 에마르 피아노 리사이틀 - 베토벤과 드뷔시와 쇼팽을 사이에 두고, 리게티와 만나다

    뭘 듣고 온 거지? 했던 옛 만남을 떠올리며 피에르-로랑 에마르 공연은 2016년에 한 번 다녀왔다. 역삼동에 있던 LG아트센터. 그때도 1부는 쿠르탁과 슈만이 교차하고, 2부는 메시앙 새의 카탈로그 몇 곡을 들려주면서 다캥과 쇼팽을 교차시킨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도 난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 뭘 듣고 온 건지 모르겠다고. 쿠르탁도 메시앙도 어려웠다고. 내 취향이 아닐 때, 간다? 만다? 이번에는, 리게티 무지카 리체르카타와 베토벤 바가텔을 번갈아 연주했다가, 리게티 연습곡 사이에 드뷔시와 쇼팽의 연습곡을 연주하는 공연이다.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건 가야 한다. 이럴 때 아니면 들을 수 없고, 친해질 수 없다. 이런 연주회일수록 한번 다녀오면 음악 감상이 넓어지고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연주를 들려줄 사람이 누굴까? 피에르-로랑 에마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번 가보지 아니할 수 없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고, 간다. 미리 듣고 갈 만한 좋은 음반들이 있긴 했지만 예습은 제대로 하지 않고 갔다. 이런 건 미리 들어도 쓸모없고, 오히려 잘 모르고 가서 들으면 더 좋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에마르 음반은 한번 듣고 갔다. 드뷔시까진 못 듣고, 리게티 연습곡과 무지카 리체르카타가 담겨 이날 연주될 곡이 많이 포함된 음반은, 들어나 보고 가자 싶었다.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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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심포니 정기연주회: 영혼의 노래 - 주연선, 브루흐 콜 니드라이, 말러 교향곡 5번

    아니, 예술의전당 가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고 첼리스트 주연선 협연 듣겠다고 예매한 공연이었다. 집에서 두 시간 남기고 출발을 했는데. 버스 기다리고, 지하철역에서 십 분쯤 기다리고, 중간에 몇몇 역에서 조금씩 서 있다 가고. 남부터미널역에 지하철 문 열린 게 4시 50분. 계산을 해본다. 역사 빠져 나가는데 2~3분, 예술의전당 앞에서 길 건너고 음악당 가서 표 받고 2층 올라가서 자리 잡는 것도 3분 정도는 걸릴 것 같고. 5분 동안 거기까지 뛰어가야 들어갈 수 있을 듯. 이게 거의 오르막길인데. 음. 십 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데 5시 1분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연주자들 들어오기 시작. 앉아서 숨을 고르니 이제 땀이 난다. 말러 5번도 좋지만, 주연선 협연의 콜 니드라이를 듣겠다는 생각이 컸기에, 늦어서 못 들었으면 무척 속이 상할 뻔했다. 또 더 아찔하게도, 연주가 좋다. 곡도 좋다. 이 곡은 히브리 전통 성가를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곡으로 만든 거라서, 경건한 분위기에서 그윽하게 울려 퍼지는 첼로 음색이 큰 매혹을 지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연주였다고 기도 같은 곡이고, 기도 같은 연주였다. 직접 대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페이스북 친구로 되어 있는 주연선 첼리스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좋은 연주, 고맙습니다. 바흐 무반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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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심포니, 슈만 교향곡 4번,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예술의전당 공연후기

    국립심포니는 1만 8천원, 빈필은 53만원 국립심포니가 요새 잘하길래, 좋아하는 슈만 교향곡 4번을 해준다니, 가봐야겠다, 했다. 올해만 벌써 여덟 번째 만남인데 예술감독인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공연은 처음이다. 40% 할인 해주길래 A석을 끊었더니, 무려 1층이다. A블록도 아니고, B블록. C블록에 가장 가깝게 맨 오른쪽 자리다. 이 정도면 내 마음엔 S석도 아니고, R석이다. 견줄 건 아니지만, 빈필 공연은 R석이 53만원이고, 이날 내가 앉은 자리는 당연히 R석이다.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국내 악단이 더 힘을 내줄 일이다. 슈만, 만프레드 서곡 첫 곡은 편한 마음으로 들었다. 만프레드 서곡은 좋긴 한데, 어쩔 땐 귀에 잘 들어오고, 어쩔 땐 그냥 흘러 나간다. 말하자면. 어떤 곡들은 대충 들어도 좋은데, 어떤 곡들은 꼭 좋은 연주로 들어야 좋다. 음반으로 들을 땐 음질도 좋아야 한다. 푸르트뱅글러 정도 해주면, 음질은 크게 상관 없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슈만 교향곡을 들으러 간 공연이었고, 1부 순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긴 했는데.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협연자도 누군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는데,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드미트로 우도비첸코였다. 오, 좋은데. 좋겠는데. 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 이름을 기억해둬야 한다. 이날 연주회는, 슈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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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르크 & 캐롤린 비트만,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의전당 공연후기)

    시향 공연은 갈 수 있으면 간다. C석 있으면 간다.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 요샌 국립심포니까지. C석은 없어서 못 간다. '가성비'가 너무 좋다는 게 이제 많이 알려졌나 보다. 국내 악단 수준이 대체로 높아져서,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도 다 들을 만하다. 연주곡이나 협연자가 마음에 들 때 가면, 대개 '만 원의 행복'을 맘껏 누릴 수 있다. 서울시향 공연은 연주곡이나 협연자도 가리지 않고, 표만 있으면 간다. 이 공연은, 가리지 않고 선택한 공연은 아니다. 외르크 비트만은 잘 몰랐고, 캐롤린 비트만은 좋아하는 음반이 몇 개 있다. 베토벤 곡들을 해주고. 참 좋아하는 교향곡 7번에, 듣기 어려운 C장조 바이올린 협주곡을 해준다. 외르크 비트만의 곡들 몇 개 있고. 이런 구성 좋다. 잘 알고 좋아하는 곡에, 유명한 작곡가의 곡이지만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에, 새로운 곡까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C장조 베토벤 C장조 바이올린 협주곡은 들어보지 못했다. 협주곡이 여러 개 있으면 번호가 붙는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이렇게.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알려진 게 하나밖에 없어서 번호를 붙이지 않는다. 그냥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하면 누구든 바로 이 D장조 협주곡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날은 특이하게도, C장조 협주곡을 해줬다. 어떤 곡일까? 어떨까? 베토벤 냄새가 날까? 베토벤 색깔이 보일까? 캐롤린 비트만 협연. 좋다.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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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 로버트 존슨이 분석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맨틱 러브, 로버트 존슨 얼마 전 읽은, 내 안의 여성성 마주하기가 재밌어서, 로버트 A. 존슨의 책을 또 집어들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무척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로맨틱 러브'가 부담스러워서? 쉽게 집어들지 못하고 시간을 한참 보냈다. 로맨틱 러브에 빠질까봐 두려운 것도 있고, 로맨틱 러브에 못 빠질까봐 두려운 것도 있고. 반대 방향의 두 가지 이유가 다 있던 것 같다. 로맨틱 러브는 일상을 망치고, 사랑도 죽인다? 그게 왜 두렵냐고? 두렵지 않나? 로맨틱 러브에 빠지면, 일상은 망가진다. 뭔가에 사로잡히면, '안정'은 날라가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그런 효과(부작용?)가 있지만, 로맨틱 러브는 그냥 사랑과도 또 다르다. 로맨틱 러브는 '일상'을 죽이는 것만 아니라, '사랑'도 죽인다. 로맨틱 러브가 꿈꾸는 건, 현실에는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꿈을 꾸는 것이다. 로맨틱 러브, 그런 건 이제 영화에서나 보는 거? 그러지 못할까봐 두려운 것도 있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다 지난 것 아닌가.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사랑은 없을 거다. 애들도 아니고, 무슨 사랑을 꿈꾸고 사나. 아직도? 그런 생각, 하지 않나. 그게 사실로 다가오고, 그게 사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에 또 좌절하고. 그냥 사랑도 아니고. 로맨틱 러브? 그런 건 이제 남 얘기다. 그런 생각을 하면, 그래도 여전히 슬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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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조앙 피레스 피아노 리사이틀 - 모차르트와 드뷔시, 아트센터인천 공연후기

    오랫동안 음반으로만 듣다가 마리아 조앙 피레스를 직접 본 건 처음이다. 음반은 좋아하는 것이 많다. 쇼팽, 모차르트, 슈베르트를 들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고, 슈만과 베토벤도 좋은 음반들이 많이 있다. 딱 내가 좋아하고 즐겨 듣는 작곡가의 곡들로 음반도 많이 냈다. 이젠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마 처음 만난 건 쇼팽 야상곡(Nocturnes) 아니었을까. 장송으로 쇼팽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며 피레스 여사의 음반을 다시 집중해서 들은 건 올해 초였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송을 읽으며, 쇼팽이 마지막 날들에 쓴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피레스 여러 음반을 들었는데, 가장 많이 들은 건 아무 다른 내용 없이 '쇼팽'이라고 쓴 음반이었다. (2008년. 쇼팽 야상곡은 1996년에 나온 음반이다.) 쇼팽 마지말 날들의 음악으로 나온 음반 심장병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다가, 4년 만엔가 나온 음반이었다고 했다. 쇼팽이 죽기 전 5년 정도 기간 동안 쓴 곡들로 음반을 냈다. 더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쇼팽. 이런 음악은, 마음으로 듣는다. 아파서 힘들었던 피아니스트가, 아팠던 시절 쇼팽이 쓴 음악들을 담은 음반이었다. 이제, 바로 그 피아니스트를 만날 시간 무대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가슴이 콩닥거린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늘 설레지만, 피레스가 나온다니 더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다. 여든 살의 피아니스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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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자 - 가장 작고 허름한 것들을 사랑한 로베르트 발저 중단편 소설 작품집

    산책을 좋아했던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산책을 사랑했고, 정신병원에 들어간 어느 시점 이후에는 글도 쓰지 않고 오로지 산책만 하다가, 크리스마스 날 산책하다 쓰러져 죽어 있는 것을 아이들이 발견했다는 로베르트 발저. 산책자는 그가 산책에 관해 쓴 수필을 모은 책으로 알았다. 소설이다. 중단편을 모은 것. 소설이, 수필 같다. 나오는 사람들도 주인공은 모두 비슷하다. 별나고 뜬금없다. 글도 사람도,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책 기대와는 다른 느낌으로 읽은 책이지만, 좋았다. 음, 사실, 발저의 글이 좋았다고 말하는 건, 하나의 '표식'이 된다. 이런 글을 좋아한다는 건,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뜻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지 않고, 읽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있고 이런 책이 있다는 것조차 아마도 모르겠지. 좋은 건 좋은 거, 너무 좋다는 건?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산책이 좋다는 건, 달리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다른 여러가지 것들에서 쉽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든지, 어울려 신나게 놀 게 많은 사람은 혼자서 산책이나 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시간도 필요로 할 뿐이다. 산책자의 외로움은, 산책길에 만나는 자연이 달래준다. 하늘이라든가, 바람이라든가, 새라든가, 꽃이라든가, 나무라든가, 물이라든가. 그냥, 길이라든가. 사람이 싫다는 사람도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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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 딕 - 소설만도 아니고, 고래 이야기만도 아닌, 허먼 멜빌의 세상 속으로

    모비 딕은 과연 소설이 맞는가? 참 멋진 영어로 썼다 해서 원서로 읽을 욕심을 가졌지만, 포기. 일단 너무 두껍다. 번역된 걸로 읽었는데. 읽고 보니, 모비 딕은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다. 한글로 읽기에도 버거운. 산 너머 산, 아니, 바다 건너 바다? 고래 얘기가 아주 지겹도록 나온다. 어딘가 도서관에 모비 딕이 소설이 아니라 생물학 책인지 뭔지 하는 쪽에 꽂혀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는데, 막상 읽고 보니 그게 농담이 아니게 들린다. 고래, 그 거대한 이야기, 하나씩 하나씩 고래와의 처절한 사투, 거대한 자연과의 싸움, 이길 수 없는 거대한 벽에 끊임없이 부딪치는 인간의 투혼. 그런 걸 기대하고 읽었다. 물론, 그런 것도 충분히 담겼다. 하지만, 다른 것도 많이 담겼다. 고래학 논문이라 해도 좋을 내용이 소설 같은 내용보다 더 많을까 적을까.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느낌으로는 더 많은 것 같다. 고래, 고래잡이, 항해, 배, 선원, 배에서 일어나는 일들, 해야할 일들, 고래의 해체, 고래로부터 기름을 뽑아 보관하는 일 따위가 무척이나 자세하게 써 있다. 레 미제라블에서 파리에 대한 하수구 공부가 끝나야, 거기서 빠져나오는 장발장을 만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레 미제라블보다 어째 조금 더한 느낌이다. 모비 딕은 그냥 고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다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서,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이야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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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 - 김사인 시인의 시집 세 권을 읽고

    김사인 시인은 시집을 딱 세 권 냈다. 밤에 쓰는 편지(1987년), 가만히 좋아하는(2006년), 어린 당나귀 곁에서(2015년). 첫 시집 나오고, 두 번째 시집은 19년 만에 나왔다. 대단하다. 19년이라니. 그리고 다음 시집은 9년 만에 나왔다. 그리고 또 9년이 지났고, 네 번째 시집 소식은 아직 전혀 없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이라 들었다. 그래서 난 그 시집을 차례로 하나씩 들었다. 밤에 쓰는 편지는 시대의 아픔을 썼다. 아픈 시들이다. 아픈 시기였다. 어쩌면 그때는 '저항'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때 같다. 목에 가시가 박혀 있으면, 가시를 빼는 것말고 다른 것부터 할 수가 없다. 그랬다. 그랬던 것 같다. 19년 만에 나온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시집 제목 같은 시가 담겼다. 시인이 세상의 작은 것들에 눈길을 돌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시를 뺐을까? 잘 모르겠다. 가시는 뺐지만 상처는 남지 않았을까 싶다. 큰 가시 몇 개만 빠졌고. 작은 가시들은 여전히 온몸 구석구석 박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얘기만 아니라, 우리 얘기다. 아프고 한심하게도. 나는 이 두 번째 시집의 시들이 좋았다. 좋았던 시마다 옮겨오자니 길어질 것 같아, 우선 하나만 골랐다. 예뻐서. 이런 예쁜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마음껏 예쁜 시를 쓸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 예쁨 속에마저 아픔이 담겨 있긴 하지만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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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이보다 재밌게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

    읽었으면 뭐라도 쓰자, 그런 생각 이 책을 안 읽었을 리는 없고. 생각은 안 나고, 어디 써둔 것도 없다. 1997년에서 2001년 사이에 읽은 것 같다. 뭘 읽었는지조차 기록해두지 않던 시절. 책 읽는 삶이 끝난 줄 알았던 때였다. 그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뭐라도 쓰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앞날의 내게 그거라도 남겨주자. 지금의 나는 그래서 뭐라도 쓰려고 애쓴다. 읽기, 보기, 듣기, 쓰기. 얘들은 몰려 다닌다. 덜 읽을 땐, 덜 쓴다. 문제는, 아예 안 쓰게 되기도 한다는 것. 읽기, 보기, 듣기, 쓰기는 서로 크게 영향을 준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하나가 늘어나면 다 같이 늘어나고, 하나가 줄면 다 같이 줄어든다. 시간은 그대로인데, 신기하게도 그렇다. 둘 다 너무 궁금해서 둘 다 같이 읽고만 싶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번갈아 나오는 두 개의 소설 같다. 평행선처럼 나란히 이어지는 두 세계. 이 '나'는 저 '나'와 다를까? 같겠지? 어느 게 먼저일까? 어느 '나'가 어느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 서로? 아마 그렇겠지? 과학에서의 평행 우주는 잘 모르겠고, 하루키는 마음의 평행 우주를 그린 것 같다. 저마다 다른 걸 보고, 다르게 보고 책이나 영화를 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보면 되는 것 같아도, 다들 다르게 본다. 내가 보기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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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벨 콰르텟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1, 2 (예술의전당 공연후기)

    올해 여름,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가 있었지 참말로 무더웠던 올여름, 8월 그 한복판에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가, 더위를 식혀주진 못했다 하더라도, 잊고 즐겁게 음악에 빠지게 해주었다. 닷새 동안 다섯 번 갔나. 그때 아벨 콰르텟 연주회도 같은 국제음악제 이름으로 하는 게 있었다. 누구지? 뭘 해주지? 관심 있게 보긴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가고 있었고, 이모젠 쿠퍼와 겹쳐서 가볼 수는 없었다. 일단 입력. 그런데, 가을의 문턱에서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를 해준다. 이번에도 작은 공간으로 꼭 가고 싶었다. 정경화 임동혁 공연 하는 날이지만, 콘서트홀이 아닌 IBK챔버홀로 가기로 한다. 나는 늘 챔버홀이 좋고, 현악사중주가 좋고, 멘델스존도 좋다. 아벨 콰르텟은? 한번 들어보자. 세종솔로이스츠 폴 황 공연 때 앙상블에 반했는데, 그때 비올라가 아벨 콰르텟의 박하문이었던 것도 좋은 인상을 더했다. 역시 참 좋은 에머슨 사중주단 멘델스존 음반 덕분에 오랜만에 멘델스존 현악사중주를 계속 들었다. 에머슨 사중주단 음반을 전에도 좋아했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들을수록 더 좋다. 노부스 콰르텟 멘델스존 전곡 해줄 때도 이 음반 들으면서, 가을은 브람스만이 아니라 멘델스존도 참 좋구나 했다. 봄 같은 가을의 멘델스존. 에머슨 음반은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여섯 곡만 아니라, 열네 살에 썼다는 내림마장조와 세상을 떠난 다음에 나온 작품번호 8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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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레퀴엠 -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 임선혜 소프라노 예술의전당 공연후기

    작곡가는 베토벤이지만, 곡은 모차르트 레퀴엠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베토벤. 생각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 그럼, 가장 좋아하는 곡은? 모차르트 레퀴엠이다.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를 다 무척 좋아하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역시 좋아하고 많이 듣지만. 무인도에 가져갈 음반으로 베현사(베토벤 현악사중주)를 꼽기도 하지만. 딱 한 곡, 가장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모차르트 레퀴엠이다. 생각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 레퀴엠 받아적는 장면 모차르트 레퀴엠이 너무 좋아서. 라틴어를 다시 공부하기도 했다. 이 곡을 모차르트가 다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람이 쓴 최고의 곡인데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끝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아마데우스 보다가 반했던 게 아닐까 싶다. 하긴 그땐, 가장 좋아하는 영화? 아마데우스. 가장 좋아하는 곡? 모차르트 레퀴엠. 그랬다. 들을 때마다 점점 더 좋아지기만 하는데 그렇지만. 레퀴엠 들으러 공연장에 온 건 오랜만이다. 임선혜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밝고 곱고 예뻐서 레퀴엠에는 잘 안 어울린다는 얘기도 있던데, 난 임선혜 소프라노가 나온 레퀴엠만 세 번째고 늘 좋았다. 내 귀에는 잘만 어울린다. 소리의 힘도 충분하다. 자리가 좋아서 그런지, 잘 들렸다. (2층 가운데 앞쪽 자리가 어떻게 A석으로 풀렸는지 모르겠다. 고마울 따름.) 합창단과 임선혜, 1부에도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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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지와 사랑, 내 안의 나를 찾아 떠나는 헤르만 헤세 영혼의 자서전 (소설)

    지와 사랑으로 읽은 것도 까마득한 옛 이야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이제 세 번째 읽은 것 같다. 어떤 책으로 언제 읽었는지 기억할 수 없는데, 학창시절 언젠가 읽고 이 책 참 좋다 했던 기억이 있다. 1994년에 다시 읽었다. 좋은 책들을 참 많이 읽었던 바로 그 해, 이 소설도 읽었다. 제목은 지와 사랑이었고, '아미'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번역이 그렇게 매끈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읽은 책이라고 건너뛰려다 다시 읽기로. 잘한 것 같다. 기억도 잘 안 나니 새롭고, 올해 헤르만 헤세 책 여러 권 읽고 난 뒤라 좀 더 깊이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번 읽은 소설이 가장 많은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책은 여러 번 읽은 게 많다.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데미안,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여러 번 읽은 책이 다섯 권이나 있다니. 한 번도 못 읽은 책도 많은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데. 잘 읽히고, 재미도 있고 좀 생각할 만한 것들도 있고, 또 워낙 어릴 때부터 읽기도 했다. 청춘의 방황을 잘 그려낸 소설, 그리고 삶의 진리와 의미를 찾기 위한 몸부림을 담은 소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 내겐 그렇게 다가온 것 같다. 한 뿌리에서 다르게 자란 멋진 나무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도 재밌다. 데미안, 싯다르타와 같이 헤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재밌는 편에 속한다. 이 두 책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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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향 우리동네 음악회, 리처드 이가, 모차르트, 하이든, 용산아트홀 공연후기

    마침내, 서울시향 우리동네 음악회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하는 '우리동네 음악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퇴근길 콘서트'도 지난해나 겨우 가봤다. 용산이면 회사에서 멀지도 않고, 집에 가기도 나쁘지 않고, 마침 잘 됐다 사전예약 신청하니 확정되었다고 며칠 뒤에 문자가 온다. 오, 좋네. 한 시간 반쯤 지난 뒤에, 문자가 또 온다. 문자 받으신 분들은 예약 확정되였습니다. ...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전화주셔서 업무가 마비되고 있으니 정말 죄송하지만 전화를 자제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행사 진행하는 처지에선 이것도 무척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 하나씩만 해도. 음, 힘들겠다. 그런데. 문자에 이런 것도 있었다. 좌석은 선착순으로 앞에서부터 지정됩니다. (원하는 좌석 지정불가) 어쩌면 그렇게, 딱 가장자리로 너무 앞은 별론데, 이걸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너무 빨리 가도 안 되고, 너무 늦게 가도 안 되고. 너무 늦는 것보단 조금 빠른 게 낫겠지. 그런데. 아, 조절 실패. 어떻게 받아도 제일 가장자리를 받는 건지. 가운데인 나열부터 좀 나눠줬음 좋을 텐데, 그냥 앞에서부터 쭉쭉 오는 대로 줬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하필. 아, 슬프다. 빨리 좋은 것들을 생각하자. 공짜로 가는 거잖아. 그래도 저 높은 곳에서 보는 것보단 낫지. 기껏 줬더니 더 좋은 거 안 준다고 투덜대면 못 쓰는 법이지. 서울시향에 리처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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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여성성 마주하기 - 꼭 해야 할 일, 로버트 존슨이 쉽고 재밌게 쓴 융 심리학

    네 권을 읽었고, 네 권을 더 읽으려고 로버트 존슨의 책도 여러 권 골라두고, 못 읽었다. We(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와 희열(Ecstasy, 기쁨의 심리학)은 빨리 읽고 싶어서 어렵게 구해놓고 왜 안 읽고 있는 건지. 사둔 것도 안 읽고 또 두 권을 더 샀다. 그냥 병인가 한다. 책이 두껍지도 않은데, 이렇게 네 권은 좀 읽자. 새로 산 두 권 가운데 덜 재밌을 것 같은 책부터 먼저 읽기로 한다. 내 안의 여성성 마주하기. 이 책이 재밌을 것 같지 않다는 게 아니라, 다른 한 권이 더 재밌어 보일 따름이다.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 이렇게 재밌을 것 같은 책이 손에 들어오면 신난다. 이것도 그냥 병인가 한다. 신화로 읽는 남성성(He)과 여성성(She), 그리고 로버트 존슨의 책은 네 권 읽었다. He(신화로 읽는 남성성), She(신화로 읽는 여성성),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내면작업. 이 차례대로 재밌게 읽었다. He 읽고 완전 빠졌더랬다. 파르시팔(파르지팔)을 바탕으로 성배 신화 이야기를 통해, 영웅의 여정과, 영웅이 아닌 남성의 삶과, 그 속에 있는 여성성과의 만남에 대해 풀어놓은 탁월한 책이다. 바로 이것이 삶의 진실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삶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신화를 통해 융 심리학을 이야기해주니 두 배로 재밌다. 신화로 풀어서도 좋지만, 로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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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강쇠 점 찍고 옹녀 - 변강쇠타령 받고, 국립창극단에 고선웅 연출까지 (국립극장 공연후기)

    국립창극단 공연은 이제 뭐가 됐든 보러 간다. 지금은 오페라보다 창극을 더 열심히 보러 다니는 것 같지만, 사실 창극에 재미를 붙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4년에 (초대권 생겨서) 장화홍련 보고, 2022년에 (이자람에 배요섭이라) 나무, 물고기, 달 보고. 지난해 네 편, 올해 이제 세 편째. 변강쇠 점 찍고 옹녀라는 작품도 몰랐다. 5년 만에 올렸다고. 2014년에 처음 올려서 2019년까지 매년 올리다가, 왜 5년 만에 올렸을까? 별다른 이유는 없을지도. 코로나도 있었고. 올릴 작품도 많고. 애들은 가라, 변강쇠와 옹녀다? 관람 연령이 20세 이상. 뭘, 그렇게까지. 15세 이상 정도면 되겠구만. 내용 자체가 성(性)스럽고, 남자 성기를 가리키는 낱말을 굳이 피하지 않고 쓰고, 찰진 욕도 좀 섞여 있고. 그 정도. 야한 게 넘치는 세상에서, 이 정도면 야할 것도 없는 연극이다. 변강쇠와 옹녀가 처음 합을 맞춰볼 때, 서로의 중요한 부분을 바라보며 창을 한 곡씩 부르는 게 조금 야했으려나? 아무튼, 그리 야하지 않고. 그런 노림수로 볼 만한 공연은 아니다. 변강쇠타령은 모르겠고, 영화 변강쇠는 봤지 변강쇠와 옹녀는 잘 알지만, 이들의 사연은 사실 잘 모른다. 성욕이 강한 남자와 여자를 대표하고, 그 욕구를 뒷받침할 정력을 지닌 사람들로만 알고 있다. 힘이 넘쳐서 받쳐줄 힘을 지니지 않은 상대가 멋모르고 달려들면 나가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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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앙드레 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 기교를 넘는 서정, 음악의 황홀. 예술의전당 공연후기

    기억에는 없습니다만 아믈랭을 직접 가서 들은 기억은, 없다. 음, 기억만 없다. 2019년 10월말이면, 5년도 안 되었구만.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날까. 역삼동에 있던 LG아트센터에서 봤구만. 그러고 보니, 5년 전에만 해도 LG아트센터가 역삼동에 있었구나. 신기하다. 5년 전 역삼동에 있던 LG아트센터에서 조너선 코헨이 이끄는 레 비올롱 뒤 루아 공연 때 아믈랭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을 해줬다. 앙코르는 드뷔시 전주곡에서 두 곡. 이걸 듣고 난 이렇게 써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믈랭을 실연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는데, 그냥 바로 존경하기로 했다. 고전, 낭만보다는 덜 알려지고 난해한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사람으로 알았는데, 모차르트를 가지고 논다. 떼구르르, 또르르르, 손가락이 자유롭게 굴러다닌다. 가볍고, 모차르트답게 경쾌하고, 지극히 서정적이다. 기교파가 절대로 아니었다. / 앙코르를 두 곡이나 해주었는데, 헐. 또 감탄. 드뷔시가 쉽게 들린다. 이 정도였어? 양손으로 엄지척, 최고다. (2019.10.29. LG아트센터 공연 메모) 워낙 좋은 연주자, 워낙 좋은 곡들 실연의 감동은 기억하지 못했어도, 아믈랭이고. 곡들도 워낙 좋다. 숲의 정경(Waldszenen)은 얼마 전에 비킹구르 올라프손 음반(From Afar) 듣다가 예언의 새(Vogels als Prophet) 듣고 꽂혀서 좋아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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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회원음악회 - 손민수 협연, 윤한결 지휘, 국립심포니 공연후기

    오랜만에 회원님 되어서, 회원음악회도 가고 예술의전당 골드회원을 얼마 만에 다시 가입한 건지 몰랐는데, 회원음악회는 얼마 만인지 알겠다. 8년 만이다. 생각난 김에 찾아서 정리해 본다. 예당 골드회원은 2008년에 가입해서 2010년까지. 그 다음부턴 공연을 더 열심히 다닌 것 같은데, 아마도 예술의전당만 가는 게 아니라서 유료회원 가입 안 했나 보다. 서울시향,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LG아트센터. 이런 연간 공연 패키지 같은 걸 주로 이용했다. 그러다가, 2016년 블루회원. 아무래도 예술의전당을 많이 가니 그 다음 해에는 골드회원으로. 2년 하면 할인도 해준다 해서, 2년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골드 가입해놓고, 2018년부터 공연 보러 거의 못 갔다. 두 해 못 가다 이제 좀 가려 했더니 코로나 때문에 또 몇 년 못 가고. 지금 지나치게 가는 이유는, 이렇게 몇 년 간 공연을 통 못 봐서라고. 아, 그런 거였구나. 나도 몰랐네. 너무 가볍게, 행사처럼 진행하는 것보다 옛날에 다니던 회원음악회는 주로 짧은 곡들 여럿으로 이뤄진 공연이었다. 조금은 가볍게, 클래식 음악을 깊이 감상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정통 클래식 공연으로 바뀐 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2016년 회원음악회도 이렇게 서곡, 협주곡, 교향곡 구성이었다. 당연히, 이쪽이 좋다. 예술의전당 회원은 아무래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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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소중한 삶의 기록들

    책장이 나타났다. 책이 하나씩 놓인다. 회사에 책이 몇 권 놓이더니, 아예 책장이 들어섰다. 커피를 내리며 한번씩 둘러보게 된다. 어디서든 책을 만나면 단 한 권이라도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있는 것이다.)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마시면, 책장도 두 번 본다. 아까 봤을 때와 다를 리 없지만, 또 본다. 볼 만한 책은 별로 없다. 사람들이 가져다 놓기 시작했는지, 한 권 두 권 늘긴 했는데, 읽을 만한 책은 보이질 않는다. 참고로 나는 경제나 경영, 자기계발 관련 책도 관심을 갖고, 꽤 많이 읽기도 했다. 아쉽게도, 우리 책장엔 내가 읽을 책도 거의 없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도 거의 없다. 추천할 만한 책은 한 권 보이고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으로는,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보인다. 이 책은 좋다. 가장 좋게 읽은 경영서 가운데 하나. 오래된 책이지만, 특히 사업이나 기획하는 사람은 한번 읽어볼 만하다. 모 은행에선 이 책 이름을 딴 시스템도 있었다. 'G2G'(Good To Great)라고. 업무 프로세스를 좋게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그램 이름을 이 책에서 따서 붙였다. 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이 쓴 애도 일기 볼 만한 책은 하나도 없구만, 하며 돌아서는데, 아침의 피아노가 보인다. 책 이름이 솔깃하다. 아침. 피아노. 철학자가 쓴, 애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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