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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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즐기는 잔혹동화

 정 반대에서 오는 것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넘친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기 때문일까,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는 어느 곳에서나 인기를 끈다. 도도하고 까칠한 남자 주인공이 햇살같이 밝은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세계가 있는가 하면, 단 하나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잔혹함과 동심이 어우러지는 세계가 있다. 잔혹 동화란 말 그대로 날 것을 보여주는 ‘잔혹한’ 동화라는 뜻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훈적인 이야기의 오리지널한 형태, 즉 ‘성인용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영화부터 노래, 소설까지 잔혹동화를 다루는 매체들은 많지만, 잔혹 동화 속의 아기자기함과 기괴함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모험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잔혹 동화의 스릴감은 물론 직접 자신의 방향대로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상반된 것의 매력에서 시작되는 이 글을 읽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잔혹 동화 공포 게임 세 편을 준비했다. 직접적으로 무섭지는 않지만, 어딘가 미묘한 느낌을 주는 잔혹 동화와 공포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루카노르 백작 The count Lucanor    루카노르 백작은 스페인의 전래 민담집 ‘루카노르 백작’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잔혹동화 느낌의 공포 게임이다. 엄마와의 다툼 후 집을 나가 루카노르 백작의 보물이 숨...

2024.04.22
나의 프랑스 미술관 탐방기 - 오르세 미술관의 Van Gogh

   나는 프랑스에 온 뒤로 몇 번의 전시를 관람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미술관이 많고, 파리와 거리가 가까운 덕에 미술관에 들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몇 전시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이곳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이야기해 볼 전시는, 오르세 미술관의 Van Gogh à Auvers-sur-Oise - Les derniers mois이다. 해당 전시는 2월 4일에 막을 내렸으나, 나에게 사소하지만 무거운 충격을 선사한 전시이기에 꼭 글을 남기고자 했다. 해당 전시 명을 한국어로 바꾸어 보자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반 고흐: 마지막 달月들> 정도일 거이다. 이 전시는 반 고흐가 죽기 전 두 달 동안 거주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작품을 모아뒀다. 그는 1890년 5월 20일에 이 도시에 이사했고, 7월 29일 사망했다. 전시가 다룬 기간이 고작 2달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전시는 풍부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이유는 고흐가 이 지역에 머무른 70일이라는 짧은 시기 동안 무려 74점의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명하디유명한 작가의 죽기 전 마지막 작품들이라니! 전시관은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고흐의 전매특허와 같은 두터운 붓질에 분할된 색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태를 파괴하지는 않지만, 작...

2024.03.16
아름답지 않지만 아름다운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세계

 우리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고 잘 그렸다고 칭찬하고,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그렇다면 20세기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어떤가? 그의 유명하다는 그림을 볼 때도 선뜻 그런 마음이 드는가?   프랜시스 베이컨, <회화 1946>, 1946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유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다른 많은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대표작 <회화 1946>를 함께 보자. 괴물의 형상을 한 어떤 존재는 비웃는 듯이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검은 우산을 쓴 괴물의 형상 뒤로는 해부된 채 뼈와 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축이 드리워져 있다. 앞으로는 흰색 펜스가 둘리어 가까이 가면 안 될 것 같은 공포감을 준다. 베이컨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직접적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담아내지는 않지만,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죽이 벗겨진 소, 동물도 인간도 아닌 어떤 존재, 그리고 이들이 뒤틀리고 포효하는 듯한 모습은 이를 둘러싼 폐쇄된 공간 안에서 괴롭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그림 중 아래의 그림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은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당시 한화 1,500억 원 대의 가격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아름답지도 않고, 부정적인 감정만을 불...

2023.11.22
말을 탄 모습의 초상화는 왜 그려졌을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161-180AD, 카피톨리니 미술관  이번 편은 기마 초상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황제나 귀족 등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말에 올라탄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기마 초상은 그 기원이 고대 그리스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회화가 아닌 조각으로 기마상이 여럿 제작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위 사진에서 보이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Equestrian Statue of Marcus Aurelius>이다. 175년경에 세워진 이 거대한 청동 기마상은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모습을 주조했다. 이 기마상은 현재 카피톨리니 미술관에서 4.24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황제의 신성한 힘과 웅장함을 과시한다.   <카를 5세의 기마상 Equestrian Portrait of Charles V> 티치아노, <카를 5세의 기마상>, 1548, 프라도 미술관  본격적으로 기마상이 그림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시기는 바로 르네상스였다. “초상화를 통해 보는 화가와 후원자” 편에서 잠깐 소개한 바 있는 티치아노의 작품 <카를 5세의 기마상 Equestrian Portrait of Charles V>(1548)이 사실상 기마 초상 전통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래 티치아노의 기마 초상을 보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에서 보았던 황제의 신성한 힘과 웅장함이 ...

2023.09.26
김환기 탄생 110주년 기념전 - 김환기, 점점화點點畵

 한국 미술사에 있어 김환기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조형 언어로 한국추상예술의 문을 연 그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그림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더불어 최근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하늘 한 점 김환기 展>은 수많은 관람객을 동원하였으므로 지금은 김환기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달구어진 시기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 가을, 김환기의 배우자이자 영원한 지지자였던 김향안이 설립한 환기 미술관에서 <김환기, 점점화點點畵> 전을 개최했다. 매년 김환기의 작품을 전시하며 그의 작품세계와 가치를 이어 온 환기 미술관이 김환기의 점묘화의 방식이 구축되던 뜻깊은 1970년대의 작품과 구성으로 다시 한번 대중을 찾아온 것이다.       춤추는 점의 작가, 김환기   환기 미술관은 경복궁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간 부암동에 있다. 여기저기 좋은 갤러리와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동네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주택가 사이에 있는 잘 관리된 미술관의 흰 외벽이 시선을 끈다. 본관에 들어서면 천장 없이 넓게 빈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눈에 띄는 것은 2층 높이에 있는 유리창인데, 김향안이 김환기의 그림을 가지고 비트라유를 의뢰하여 제작한 것이다. 본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저 스테인글라스는 햇빛을 내리비치며 이곳이 김환기의 미술관임을 역력히 보여준다.      1913년 태어난 김환기는 20대 시절 도쿄에서 미술을 공부하였으며...

2023.09.08
그래서 어떻게 살라는 건데?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lt;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gt;가 지난 10월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으로, 주인공 마히토가 아버지와 함께 내려간 어머니의 고향에서 왜가리 한 마리를 만나 &#39;이세계&#39;의 문을 통과하며 겪는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lt;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gt;는 개봉 전부터 수많은 한국 팬의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영화는 개봉 첫날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난해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모르겠다’, ‘영상미만 좋다’와 같이 영화에 대한 혹평을 이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 등도 논란이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유년 시절을 전쟁이 진행되던 때 보냈고, 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자전적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 마히토의 아버지가 군수 공장에서 일한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군수 공장에서 일했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감독은 실제로 비행체와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열망을 가졌다. 이는 감독 일생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탈리아 비행체 이름을 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lt;천공의 성 라퓨타(1986)&gt;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성이 배경이며 &lt;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gt;에서는 상공을 가르는 전투기, 폭탄과 화염에 뒤덮인 도시와 전쟁이 배경이 된...

2024.01.10
루카 구아다니노의 <위아후위아>가 패션을 활용하는 방식

 카메라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는 서사에서 패션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하다. 특별한 설정이 아니고서야 등장인물은 대개 옷을 입고 있다. 관객은 그들이 입은 옷을 바라보며 하나의 기호로서 인물과 결부하여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옷은 무엇보다 먼저 인물을 표현하는 일차원적 수단이다. 인물의 피부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을 뿐더러, 시각적으로 보이는 외양에서 외모는 인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운명적이고 선천적인 것이라지만 옷은 인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건 그들의 성격까지 투영할 수 있다. 혹여나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더라도, 옷은 그것을 입어야만 하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을 단박에 묘사하는 중요한 미장센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수한 상징과 의미는 잠시 제쳐 두고, 패션이란 개성과 자유의 상징으로서 쓰일 때 가장 즐거운 법. 매서운 겨울, 추위에 허덕이며 패션이 주는 미적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나는 TV 시리즈 &lt;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gt;을 떠올린다. 2020년에 방영된 이 작품은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처음으로 연출한 드라마이다. 그는 사회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담아내는 데 늘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영화는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군인인 ...

2023.12.28
영감이 필요한 당신에게 힌트가 되어주는 책, 별게 다 영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던 어느 날, 도서관을 찾아갔다. 독서가 취미는 아니지만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미리 찜해두었던 책도 다시 살펴보았다.그날은 수많은 책 중에서 &lt;별게 다 영감&gt;이라는 책에 계속 눈길이 갔다. 기록 콘텐츠를 전하는 이승희 마케터의 책으로, ‘영감’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해놓은 책이다. 사소한 센스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길로 인도해주었다.   경험을 해야 영감이 오고, 영감을 기록해야 기억이 된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영감이 가진 힘과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매번 느낀다.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글의 틀이 되어줄 수 있는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항상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떠다니고 있고, 파고들수록 많은 소스들이 발견되긴 하지만 분명한 건 내 것이 아니다.다시 말해, 내가 직접 겪지 않는 이상 나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따라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새로운 곳도 찾아가고 경험을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이유를 핑계로 삼아 이것저것 호기심을 갖고 경험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으며, 때로는 익숙함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그런데 잠깐 방심하고 있던 사이, 영감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기록에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2023.07.18
무해한 힐링 게임, 숩숩

 숩숩(Soup Soup)은 ‘인터랙티브 일러스트 매거진’을 표방하는 게임으로, 다양한 작가들의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동시에 그들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찾으면서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힐링 게임이다. 무료 게임 순위에서 1위, 퍼즐 게임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는 해당 게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귀여운 컨셉을 가진 작가들의 세계관이 가득하다.  Mr. Dori (미스터도리)  출처: 숩숩 앱 내 미스터도리 캡처본   ‘옥슈슈 온천마을’ 컨셉으로, 귀여운 옥수수들이 한가득 모여있다. 콘치즈 탕에서 목욕하고 있는 옥수수 알갱이들이나 팝콘 스타일로 꾸민 옥수수 알갱이, 껍데기 탈의실, 사우나에서 태닝하는 옥수수들, 맥반석 존에서 같이 익어가고 있는 오징어도 목격할 수 있다.  Umarine (우마린)   출처: 숩숩 앱 내 우마린 캡쳐본   하나의 거대한 눈 덮인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동글동글한 눈덩이들이 가득하다. 트리 위의 나뭇잎을 덮고 있는 눈덩이, 그 사이에 자리 잡은 다람쥐와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가져다주는 눈덩이 등 귀여운 그림이 상상력과 더해져 놀랍도록 아기자기한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  Eureun (으른)   출처: 숩숩 앱 내 으른 캡처본    강과 들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토끼들과 당근 농사를 짓는 토끼, 집 근처를 한적하게 산책하고 있는 곰돌이가 있다. 어느새 훌쩍 다가온 봄에 걸맞은 ...

2023.07.16
가장 많이 가게 되는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달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했다. 개관공연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에게 오픈되기 전부터 음향이 엄청나게 좋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로 국내에서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라 할 만 하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인천이 더 좋다) 부천아트센터에서는 지금까지 두 번의 공연을 보았다. 새로 지은 홀에 대한 얘기에 앞서 그동안 다녀본 수도권 주요 콘서트홀들의 음향과 특징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들을 차례로 적어보려 한다. 먼저, 나는 주로 피아노 곡을 즐겨 듣는 만큼 피아노 소리 위주로 음향을 판단한다. 물론 교향곡을 안 듣는 것은 아니지만, 교향악을 연주할 때 악기군 간의 블렌딩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홀 보다 피아노 독주회에서 피아노 소리가 선명하게 울리는 홀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대부분의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이 처음으로 가게 되는 클래식 음악 전용홀이다.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도 이곳이고, 아마 높은 확률로 생에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클래식 전용홀도 이곳이 될 것이다. 죽기전에 서울 시내에 이보다 더 좋은 콘서트홀이 생길 것 같지는 않기에. 가장 무난한 음향을 가지고 있는 홀이다. 전달력이 특별히 좋지는 않지만 음이 왜곡되지도 않는다.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울리지도 않는다. 쉽게 말해 버프도 디버프도 없다. 나처럼 좀 더 울림이 있는 촉촉한 음향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살짝 ...

2023.07.05
각자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전시 - 서울시립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서울시립미술관(SeMA)는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휘트니 비엔날레로 유명한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다. 놀라운 점은 이번이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이라는 점이었다.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작가임에도, 그동안 국내에서 개인전이 없었다는 사실은 현재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는 전시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일대, 케이프코드 등 작가가 작업하며 머물렀던 장소를 중심으로 섹션을 구획하였다. 전시 제목 ‘길 위에서’는 그러한 장소로 향하는 길이자 우리가 호퍼를 마주하는 길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전시를 통해 호퍼와 그의 작품을 마주하며 느낀 바는 다음과 같았다.   추상적인 형태와 두려움  일반적으로 호퍼의 작품에 연결되는 개념으로 고독과 소외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삭막한 도시풍경과 홀로 있는 인간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전시에서 그의 그림을 직접 마주했을 때, 그림의 소재라는 내용적 측면을 넘어 호퍼만의 스타일이 가져오는 색다른 감각을 느끼기도 했다. 바로 기하학적으로 추상화된 형태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감이었다. 예로 〈뉴욕 실내〉(1921년경)를 들 수...

2023.06.29
삶을 예찬하는 방법,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

개인이 보는 세상   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어떤 부분을 인식하느냐에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풍요의 세상을 맞이하더라도 그 속에서 우울을 포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격변과 고난의 시간 속을 유영하는 와중 빛나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포착하는 사람이 있곤 하다. 요컨대, 어떠한 대상에 관한 관념, 의식, 기억, 기분 등이 개인마다 상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피사체를 예술적 감각을 발휘하여 표현하는 화가는, 그 직업의 특성상 이러한 특징이 더욱 현저하게 드러난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전시의 주인공인 라울 뒤피는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 고초의 시대를 겪으면서도 평생에 걸쳐 삶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그려낸 화가로, ‘기쁨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라울 뒤피의 그림은 항상 나를 행복하게 한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거트루트 스타인은 “라울 뒤피는 즐거움 그 자체이다.”라고 말했듯이, 여러 작가는 물론이고 세간에도 ‘희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정평이 난 작가라고 볼 수 있다.그런 그의 회고전이 얼마 전 국내에서 개최되었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전시로, 국내 대형 회고전이다. ‘회고전’이니만큼,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같이 걸어가며, 생전 그려온 다양한 분야의 작업물을 머금을 수 있었던 뜻깊으면서도 재밌는 시간이었다. 전시의 내용이 꽤 길고 심도 있기에, 관람하면...

2023.06.24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미술관에서 널 처음 봤을 때 네가 나의 곁에 있었던 그 아름다운 모습 / 거리를 둔 채 멍하니 쳐다봐 두 발은 땅에 묶인 듯 너와 나만 빼고 / 다 멈춰버렸네 서로의 감정은 숨길 수가 없고 너는 나의 앞에 / 우린 마주한 채 마음을 전시해 한참을 그렇게 바라만 봤지 / 미술관에서 나눈 얘기 맞닿았던 느낌 처음 마주친 순간에 우린 같은 곳을 보고 있었지 / 늘 찾아 헤맸던 그림 앞에 서서” 콜드의 &lt;미술관에서&gt;라는 노래의 한 부분이다.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두 남녀가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을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비유한 사랑 노래 같지만, 실제로 이 곡은 미술관에서 상상만 하던 작품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가 둘 사이에서 유사성을 느끼는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바라보는 과정이 비슷해서이지 않을까. 우리는 미술관에서 이 두 가지의 사랑을 모두 볼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사랑과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관람객들이 보여주는 사랑.   미술관에서의 시선    작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 자원봉사 업무는 전시실 내부에서 하는 자원봉사와 전시실 외부에서 하는 자원봉사로 크게 나누어져 있었다. 난 한 달 가량 전시의 한 섹션에 배치받았는데, 전시와 관련된 관람객들의 문의사항에 답해드리고 전시 관람을 방해하는 요...

2023.06.09
미디어아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든 전시

 현재 주목받는 미술관이나 전시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SNS를 살펴보는 것이다. SNS에 얼마나 많은 사진이 업로드돼 태그되는지가 해당 전시의 성공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이러한 SNS를 통한 전시 정보의 확산은 더욱 많은 사람이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전시 경험 자체가 평면적인 인증 사진으로 전락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지만, 요즘 전시회는 작가와 관객을 연결해주는 장소가 아닌, SNS 피드를 위한 사진을 구하는 장소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특히 직관적이고 누가 보기에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내보이는 미디어아트를 다룬 전시에서 그러한 경향이 종종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미디어아트 전시를 그리 선호하진 않는다. 과연 전시를 통해, 작품을 통해 내가 무언가를 느낄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방문한 아라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의 개인전 《디지털 뷰티》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나의 심리적 장벽을 흔드는 데 충분했다. 《디지털 뷰티》는 디지털 예술의 1세대 작가로 여겨지는 미구엘 슈발리에의 서울 첫 개인전이다. 젊은 시기부터 컴퓨터와 디지털 예술에 관심을 보이며 탐구를 지속해 온 그의 작품세계가 아라아트센터 5층 건물에 걸쳐 펼쳐졌다. 특히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관람...

2023.06.04
에드워드 호퍼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자취를 따라

   곽아람 작가의 &lt;나의 뉴욕 수업&gt;을 읽으면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계속 찾아봤다. 저자가 언급하는 그림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보고 싶고 저자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서 책을 읽을 때마다 노트북을 펼쳐서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마음에 깊게 새겨질수록 화면을 뚫고 나오는 그림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 좋게도 이 시점에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었고 나는 &lt;나의 뉴욕 수업&gt;의 연장선으로 이 전시를 택했다. &lt;길 위에서&gt;라는 전시명처럼 이번 전시는 에드워드 호퍼가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그가 거쳐간 나라들을 중심으로 장소에 따라 그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이 어디인지, 그의 작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전시관 1-3층에서 대규모의 전시로 보여준다. 전시는 2-3-1층의 순서로 관람이 진행되는데, 2층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자전적인 그림들과 파리와 뉴욕에서의 그림, 3층에서는 뉴욕과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를 배경으로 한 그림, 1층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부인인 조세핀 호퍼와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업을 그려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의 배경은 자연에서부터 도시, 인물까지 다양하게 이어지고 그의 화풍 또한 다채롭게 발전한다.   2F, 에드워드 호퍼    앞을 응시하고 있는 날카로운 눈빛,...

2023.06.01
비물질화된 전시회에서의 예술 경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동시대를 설명하는 많은 키워드들이 있겠지만 최근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아마 팬데믹일 것이다. 지금 이 시점은 &#39;포스트 코로나 시대&#39;로 정의된다. 2020년 3월을 되새겨보자. 코로나-19가 출현하자 모든 것이 취소되고 멈추었지만 이내 우리는 대안을 찾았다. 사람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처럼 업무를 이어가고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었다. 우리는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키오스크를 이용해 식사를 주문하고, 상점에서 무인 계산대를 이용한다. 면접이나 학회, 강의 등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이다. 심지어는 콘서트나 전시회까지도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령이 해제된 지금은 이런 조치들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님에도,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생겨난 이 기술들은 이미 우리의 삶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미 1935년에 발터 벤야민이 &lt;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gt;에서 예측했듯, 몇십 년 전부터 우리는 기술 발전 덕분에 아주 손쉽게 예술작품의 복제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도 영화를 볼 수 있고,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괜찮은 음향 기기와 함께라면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영상을 서라운드로 감상하기도 하고, 구글 아트 앤 ...

2023.05.23
송은, 지그: 중국 현대미술 울리 지그 컬렉션 전시 관람 후기

 적어도 미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까지 미술이라는 영역을 생각해 볼 때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부터 근현대의 유화나 수채화, 드로잉 작품을 주로 떠올리곤 했다. 지금은 한국 미술사를 얕게나마 공부하면서 동양의 전통미술에 대해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공간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중국 현대미술은 낯설게 느껴진다. 아마 예술계에 종사하지 않는 대부분의 일반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송은에서 진행중인 《지그: 중국 현대미술 울리 지그 컬렉션》 전은 중국 현대미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는데, 울리 지그가 수집한 중국 현대미술 작품 컬렉션 중 5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울리 지그는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국제위원회와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Tate Modern)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명성 있는 컬렉터가 수집한 작품들이라는 점이 이번 전시의 포인트다. 한편, 중국현대미술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의 전시라서 그런지 도슨트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송은 홈페이지에서 전시 도록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섹션별 테마와 함께 모든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어 관람객들이 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대신, 각 작품의 캡션은 오로지 작가의 이름만이 있을 뿐 제목조차 없기 ...

2023.05.12
미래 도서관 - 미래를 위해 책을 쓰고 나무를 심는 일

   아이들은 보물찾기를 좋아한다. ‘자, 이제 찾아보세요~!’라는 말이 떨어지면, 운동장 수돗가 선반 위나, 나무 쪽으로 달려가 비밀 쪽지 같은 것들이 어디 숨었는지, 속속히 찾아본다.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발견해 내고 나면, 이내 환해진 얼굴이 된다. 이런 보물찾기 경험은 어렸을 적 한 번쯤 느껴봤을 기쁨일 것이다.사실 보물찾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일이다. 여기서 보물은 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서랍 속 손때묻은 소중한 사물들이라든가, 진심이 담긴 편지 등등이 그러하다. 몇 년 뒤 다시 꺼내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것들이라면 역시 그만의 보물이다.인류의 역사에서도 몇몇 정 많은 어른은 보물 같은 것들을 한 곳에 꼭 담아, ‘타임캡슐’의 형태로 남겼다. 최초의 타임캡슐은 1939년, 중요한 기술적 메시지를 담은 채 150m의 지하에 묻힌 것이라 한다. 이렇게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보물을 보관한다. 동시에 비록 사소한 것이어도 미래의 나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이 무렵의 사랑들을 전해주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도 거대한 타임캡슐 같은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프로젝트 “Future Library”는 2014년에 시작해 무려 100년 뒤 2114년까지 진행된다.   사진 출처 : Future Library 공식 홈페이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2023.04.27
안도 타다오 '청춘', 뮤지엄 산

   [청춘이란 삶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나니 (중략) 안테나를 올리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 - 사무엘 울만 &lt;청춘&gt; 청춘(靑春), 하면 어떤 심상이 떠오르는가? 필름처럼 남은 과거의 한 장면, 녹음이 우거진 짙은 여름의 냄새, 제주도 해변가를 바람을 가르는 시원함… 저마다 다른 답을 끝도 없이 나열할 것이다. 비록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건배사가 야유를 받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치한 ’청바지‘ 건배사에 웃으며 술잔을 부딪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청춘‘을 한때의 찬란했던 순간으로 추억하기에는 아쉬우니 그렇게라도 되새겨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쭉 뻗은 길을 상상해보자. 뻗어 있는 인생의 길은 결국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앞으로 끝없이 걸어도 그 점에 닿을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끝없이 ’청춘’이라는 소실점을 쥐기 위해 길 위를 걸어나가는 걸지도 모른다. 안도 타다오의 전시 &lt;청춘&gt;과 본관까지 이르는 ‘뮤지엄 산’의 전경은 이러한 청춘을 잘 담아낸다.      안도 타다오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힙한 카페의 인테리어로 떠오르는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로 불린다. 그의 건축은 콘크리트가 주는 투박한 느낌과는 달리 매끄럽고 섬세한 마감을 자랑한다. 노출 콘크리트는 건축의 골격이 드러난 것으로 본질에 충실하다. 또한...

2023.05.1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느낀 신비로움

 10월, 나의 친애하는 &#39;여우&#39;와 함께 &#39;이건희 컬렉션 : 이중섭&#39; 전을 보고 왔다. 해당 전시회가 열렸던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떠올리면 이 곳을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서울에서만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회를 관람했었는데, 여우 덕분에 과천관에서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를 볼 기회를 얻어서 함께 과천을 다녀왔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11월 18일에 나의 여우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방문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백남준   여우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들어섰다. 과천관이 처음인 내게 여우가 알려주길, 노래하는 사람들 이라는 설치 미술 작품이 있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그 작품은 작품 보존을 위한 보수 중이긴 하였으나 묘한 노래로 미술관에 당도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정말 미술이라는 예술의 세계에 제대로 초대받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신비로웠다. 조금 더 들어가자 물소리가 들려오고, 거대한 미술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새로운 세계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서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마치 사이렌의 노랫소리 같았다. 그 날은 유독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푸른빛 하늘이 펼쳐졌었는데, 모든 게 어우러진 모습이 나를 홀리고 있었다. 나를 매혹한 것은 비단 외부의 전경뿐만이 아...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