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1202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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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묘한 모험을 위해 나폴리에 몸을 맡기다.

다사다난했던 24년의 마지막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타지에서 경험하는 카운트다운은 겪어보지 못한 미래로 건너가는 그 찰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참으로 낭만 있는 일이었다. 동시에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감이 괜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25년의 웅장한 서두를 올리며 떠오른 태양을 마주한 것은 나폴리행 비행기 안에서였다. 새벽 탑승 수속으로 잠기운이 맴도는 비행기에 약간의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제한된 크기의 창문 속으로 얼굴을 욱여넣었다. 태양은 구름 한 점에 가리지 않고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마치 내가 향하는 곳에 대한 열망을 암시한다는 듯이.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 중 감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피자나 파스타, 장화 모양의 국토, 그리고 국기. 초록색과 하얀색, 그리고 빨간색으로 구성된 통일의 삼색은 곧 우리가 아는 피자의 원형이 된다. 마르게리타 왕비의 나폴리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르게리타 피자는 밀가루 반죽 위에 바질, 치즈, 토마토를 올려 완성되었고, 이후 이탈리아의 상징물로 주목받는다. 반면 내가 이탈리아에게 바라던 것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해 온 이탈리아는 조금 더 시각적인 것이었다. 뜨거운 태양 빛이 습기 없는 공기 중으로 버석하게 부서져 내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눈이 부실 정도로 윤슬을 반...

2025.01.31
13
지친 당신을 흘러가듯 천천히, 또 맛있게 위로해줄 푸드힐링 영화 세 편

모두에게 그럴 때가 있지 싶다. 세상만사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때. 세상의 일원으로서, 인간관계의 일부 고리로서 기능하기가 갑자기 너무 피로하게 느껴질 때. 그럴 때는 두 발짝 물러서서 외곽의 세계에 머무르고 싶어진다. 말하자면 ‘현실도피’다. 나는 그럴 땐 집 가장 편한 공간에서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런데 OTT서비스의 상위권 콘텐츠는 잘 찾지 않는다. 물론 재미있지만 그만큼의 집중과 긴장을 요하기 때문이다. ‘도파민 공장’이라 불리는 콘텐츠의 주인공 대부분은 문제 해결에 바쁘고,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며 조금은 피로하다. 그래서 찾게 된 다른 콘텐츠 ‘맛집’ 장르가 바로 힐링 영화다. 그중에서도 요리와 음식을 소재로 한 푸드힐링 영화는 인간 본능 중 하나인 식욕을 은은하게 자극하면서도, 해롭지 않은 에너지를 끊임없이 주입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지친 당신에게도 대접하고 싶은 특별한 차림상. 세 편의 푸드힐링 영화를 소개한다. 에피타이저 - 리틀포레스트 : 겨울과 봄 맞다. 우리가 아는 그 ‘리틀포레스트’의 일본 원작 영화 리틀포레스트. 한국의 리틀포레스트의 경우 영화 한 편에 사계절이 모두 담겨있다. 하지만 일본 원작 영화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총 두 편의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다. 관객을 위한 배려인 건지, 이를 한 편으로 압축한 사계절 버전도 존재한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에피타이저처럼, 리틀포레스트는...

2025.01.29
10
다시 보는 ‘더 캣’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 안의 보편적 가치들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이번 설 연휴에는 영화를 정주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판타지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더 캣’을 시청했다. 분명 아이였던 시절엔 별생각 없이 유쾌하게 느껴졌던 두 영화였다. 그런데 다시 시청하니 두 영화는 예상보다도 더 오묘하고 기괴했다. 아무래도 내가 '어린이 적 상상력'의 한계를 맞은 것 같았다. 두 영화를 시청하며 새롭게 느낀 부분들을 글로 담아보았다. 여기에 두 영화가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가족’에 대한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도 곱씹어볼 수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섬뜩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년에 개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세계 최고 초콜릿 공장이지만 베일에 싸인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에 초대된 다섯 아이와 웡카의 이야기이다. 5개의 웡카 초콜릿에 들어있는 '황금 티켓'을 다섯 명의 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웡카의 공장에 초대된다. 그러나 식탐이 많은 아우구스투스는 초콜릿 강에, 철없는 떼쟁이 버루카는 소각장에 빠진다. 뭐든지 일등이 되고 싶은 바이올렛은 파란 블루베리처럼 둥그렇게 부풀고, 게임 중독인 마이크는 TV 속 세상에 갇힌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가족의 가치를 우선하는 찰리는 결국 웡카의 후계자가 되고, 웡카와 찰리 가족은 공장에서 행복하게 사는 장면으로 영화는 ...

2025.01.28
4
진짜를 추구했던 감독의 고집이 만들어낸 상상같은 장면들 -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현재 우리 주변에서 논의되는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AI일 것이다. 어릴 적 인공지능의 발달은 마치 터미네이터와 같이 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각했지만, 지금의 인공지능은 비물질적인 세계, 비가시적 세계에서의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준다. 특히 휴대용 카메라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무수한 이미지가 생산, 전파되는 차원을 넘어 이젠 사진과도 같은 이미지를 대량 생산해내는 AI의 능력은 기술적인 복제 이후 진짜와 가짜에 대한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가상의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CG작업은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다. 요즘 영화나 광고에서 CG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드물정도로 CG는 영상매체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점점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CG 기술이 마침내 현실과 동일한 감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될까.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이에 대한 타셈 감독의 생각을 대변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더 폴”은 24개국의 비경을 CG 없이 촬영하면서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소 섭외와 촬영 기간까지 합치면 십 수년이 걸렸다고 한다. 수입배급사 오드(AUD)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에서 CG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CG는 아무리 대단하고 스펙터클하다고 한들 결국 낡고 시대에 뒤쳐...

2025.01.17
5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영화 소개글 초고령사회는 통상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UN에서 정한 기준으로 볼 때 ‘노인’이란 65세 이상을 말하며, 기준에 따라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는 다음과 같다.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 고령사회(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달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전체 등록 인구의 20%에 진입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라 생각하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나라의 경제 발전에 따라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

2025.01.16
5
결국 사람에게 상처받고 치유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좋은 아침이다!” 매일 아침 일곱 살 꼬맹이는 제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런데 그 별것 아닌 인사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가 무색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참담한 현실 앞에서 매번 갈등합니다. 아이에게 희망은 있다고 가르쳐야 할지, 없다고 가르쳐야 할지, 바르게 살라고 가르쳐야 할지, 그러지 말라고 가르쳐야 할지. 그래서 촌스럽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희망인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야기.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의 이야기. 일 외에는 모든 것의 스위치를 끄고 살던 여자 CEO에게, 그녀의 스위치를 다시 켜려는 남자 비서가 나타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돈보다 중요한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자신의 아이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 대책 없는 남자가 여자를 변화시킵니다. 연봉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고, 돈값을 못하면 가차없이 버려지는 게 당연한 세계에 살던 여자가, 이 남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여자의 변화는 피플즈에 모인 다른 사람들까지 성장시킵니다. 참담한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보통의 작은 선의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기적을 믿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믿음에 대한 지지입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인사했습니다. 좋은 아침이라고. 여러분, 좋은 아침...

2025.01.15
5
죽음으로 삶을 가능케 한 이들의 이야기 - 영화 하얼빈

해방을 위해 목숨을 불사른 독립운동가들을 후세의 한국인들은 영웅이라 부른다. 많은 매체 속의 독립 투사는 강인하면서도 민족을 사랑하는 정 많은 인물로 그려지는 일이 흔하다.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았던 민중의 한 명으로 이들을 조명하면서 동정심을 자극함으로써 이들의 고결한 정신을 강조하기도 한다. 뜯어 보면,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일상의 폭력에 대한 분노다. 자신이 눈을 뜨고 있는 날에 독립이 오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기꺼이 죽음에 달려드는 모습은 어찌 보면 비이성에 가깝다. 독립 운동을 소재로 다루는 매체가 감정의 폭발을 쉽게 유도하는 것은 이러한 독립 운동가들이 주역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독립 운동 영화는 성공했던 작전을 소재로 서스펜스를 선사하면서 관객이 사전에 알고 있는 결과를 영상으로 재구성해 카타르시스를 효과적으로 유발한다. 같은 역사를 경험한 관객들은 스크린 너머로 뜨거운 감정을 전달받고 역사 의식을 되새기게 된다. 이러한 독립 영화의 민족주의적인 특성상 감독은 배우의 입을 빌려 독립 운동가들의 긍지와 존재 의의를 선언하는데, 이러한 말은 후세를 계몽하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관객은 영화와 무척 가까이 있다고 느끼기 쉽다. 최근 개봉한 <하얼빈>은 기존에 봐 왔던 독립 운동 영화와는 사뭇 달랐다. 너른 빙판 위를 혈혈단신으로 외롭게 걷고 있는 안중근의 모습을 비추는 시퀀스는 안중근의...

2025.01.14
8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 말할 수 없는 비밀 리마스터링

2008년 1월 10일에 개봉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오늘이 개봉한지 딱 17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17년 만에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하여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명작으로 회자되는 이 작품을 나는 이제야 보게 되었다. 오래전에 잠깐 본 적은 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라 시청 중 중도 포기를 했었다. 그러다 올해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보기로 결심하였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예전과 달랐다. 평소 가지고 있던 대만 로맨스 영화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걸작이었다. 지금까지 본 대만 로맨스 영화 대부분이 말랑하고 달콤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렇지 않았다.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비밀이 많은 복잡 미묘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비밀스러운 여자 '샤오위'와 예술 학교로 전학 온 피아노 천재 '상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륜은 옛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는 샤오위에게 첫눈에 반하고, 이후 둘은 부쩍 가까워지며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아진다. 영화 전반부는 샤오위와 상륜 사이에 오고 가는 사랑의 기류가 주를 이룬다. 여느 학생들처럼 풋풋한 설렘이 느껴지는 청춘물 그 자체였다. 다른 청춘 로맨스 영화와 비슷하게 전개되는 모습을 보고 가벼운 로맨스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합쳐진 작품이라 생각했...

2025.01.11
6
멸망이 다가온 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

천재 작가라 불리는 아사노 이니오의 작품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 1"이 1월 8일 국내 극장 개봉했다. 일명 데데디디는 SF와 디스토피아, 성장물이 혼합된 장르로, 시사회 이후 많은 국내외 관객으로부터 공감과 호평을 받았다. 나는 시사회에 참여하지 못해 지난 주말 CGV에서 관람했는데, 러닝타임 총 120분으로 짧지 않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재패니메이션과 SF 장르를 원래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흥미롭게 감상했다. 작품의 깊은 메시지를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멸망이 다가온 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도쿄 상공에 커다란 우주 모함이 내려온다. 지진을 의심케 할 정도로 큰 소음과 진동을 유발한 모함의 출현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었지만 그 후 3년 동안 모함은 정찰 용도의 탐사선만 보낼 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사람들은 점차 일상을 되찾아간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모함을 제거하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겨난다. 작품은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하지 않은 사건의 괴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입시 준비, 연애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우주 모함이 내려온 '8.31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학생들만의 풋풋하고 귀여운 일상과 갑작스러운 비극이 긴장감...

2025.01.21
5
루카 구아다니노의 <위아후위아>가 패션을 활용하는 방식

카메라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는 서사에서 패션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하다. 특별한 설정이 아니고서야 등장인물은 대개 옷을 입고 있다. 관객은 그들이 입은 옷을 바라보며 하나의 기호로서 인물과 결부하여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옷은 무엇보다 먼저 인물을 표현하는 일차원적 수단이다. 인물의 피부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을 뿐더러, 시각적으로 보이는 외양에서 외모는 인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운명적이고 선천적인 것이라지만 옷은 인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건 그들의 성격까지 투영할 수 있다. 혹여나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더라도, 옷은 그것을 입어야만 하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을 단박에 묘사하는 중요한 미장센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수한 상징과 의미는 잠시 제쳐 두고, 패션이란 개성과 자유의 상징으로서 쓰일 때 가장 즐거운 법. 매서운 겨울, 추위에 허덕이며 패션이 주는 미적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나는 TV 시리즈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을 떠올린다. 2020년에 방영된 이 작품은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처음으로 연출한 드라마이다. 그는 사회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담아내는 데 늘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영화는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군인인 가족을 따라 관사에 ...

2023.12.28
10
범죄도시 시리즈에게 남은 숙제

2023년은 한국 영화가 유례 없는 위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야 애초에 관객들이 극장에 오질 않으니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웠다지만, 팬데믹이 수그러든 지 한참이 지나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니 문제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등 외국 대작들은 수백만 관객을 잘만 넘기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작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니까 2022년 말에 개봉한 <올빼미> 이후, 2023년의 절반이 지나가도록 단 한 편의 한국 영화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 그 부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손익분기점을 4배나 훌쩍 넘겨 버린 한국 영화가 있다. 바로 <범죄도시 3>이다.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흥행한’ 정도의 영화였던 범죄도시는, 후속작인 <범죄도시 2>가 2022년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이 시리즈의 제작 계획이 8편까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땐, 같은 패턴의 반복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심심찮게 나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믿고 볼 수 있는 한국 영화 시리즈’가 드디어 나오는 것이냐는 기대감도 컸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 섞인 시선 속에 세상에 나온 <범죄도시 3>. 결국 또 한 번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현 상황에서, 이 ...

2023.06.26
6
“너도 했잖아, 에밀리한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아침 출근길은 많은 사람에 의해 언제나 복잡하고 바쁘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는 아침부터 시작해서 일하고, 퇴근을 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남은 시간을 활용한다. 그런데 만약 하루가 일로 시작해서 일로 끝난다면, 모든 하루의 시작과 끝은 나의 상사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어떻겠는가? 이 영화는 뉴욕의 한 패션 잡지사에 입사한 주인공의 삶을 표현했다. 주인공은 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 줄곧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화려한 뉴욕을 꿈꾸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하니! 화려한 패션업계 그 민낯 앞서 말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앤드리아'. 그녀의 꿈은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경력 신입을 뽑기엔 만만치 않은 이곳은 앤드리아의 취업을 더 어렵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유명 패션 잡지사인 ‘런웨이’의 면접.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은근히 깔보기만 하는 면접자로 인해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으나 결과는 합격이다. 그 후 앤드리아는 모두가 선망하는 최고의 패션 잡지사인 ‘런웨이’에서 근무하게 된다. ‘런웨이’가 최고의 패션 잡지사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건 편집장 미란다의 몫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녀는 이 업계 최고의 편집장으로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하고 선망한다. 회사에서 마주쳐도 눈도 못 쳐다보는 것은 기본,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는 것을 꺼린다. 그녀가 나타나면 모두가 그녀의 ...

2023.05.25
8
'길복순', 흩어지면 스타일리시하고 뭉치면 모호한

액션. 액션 영화 하면 생각나는 키워드는 대개 역동성, 스펙타클함, 짜릿함, 시원함 같은 것이다. 영화의 장르로 액션을 선택했을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시원하게 때려부수는 것이지, 눈물을 흘리거나, 복잡한 교훈을 주입받거나, 아련한 감정선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공개된 <길복순>은 전도연의 킬러 연기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공개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영 좋지 못하다. 영화로서의 작품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액션 영화’로서는 확실히 실패했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조회수 300만 회를 기록하며 이슈몰이를 한 선공개 영상에서 조금씩 나온 ‘어딘가 액션이 지루하다’는 반응이, 결국 영화 전체를 잠식해 버린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해 ‘참신하다’, ‘인물 간의 관계성이 재밌다’는 등 호평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중픽’을 받지 못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왜 대중은 <길복순>에 혹평을 남기는지, 이 영화와 유사점이 있지만 크게 성공한 액션 영화 세 편의 선례를 통해 알아본다. 연출: B급의 짜릿한 쾌감, <킬 빌> <길복순>에서 연상되는 영화를 한 편만 꼽으라면 <킬 빌>이다. 중년 여성 주연이 킬러 조직의 수장인 남성 악역과 복잡미묘한 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만 보면, 두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주인공이 엄마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 감독이 작위적일 정도로 피가 뿜어져 ...

2023.04.06
9
영화 해피투게더 - 끝이 나야 시작되는 이야기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두 사람이 설정한 그들 사이 사랑의 상징인 이구아수 폭포를 찾아가던 여정을 끝마치지 못한 채, 홍콩에서와 비슷한 그저 그런 이유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결국 영원히 다시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해피투게더>의 요약이다. 참으로 싱겁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해피투게더>는 개봉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랑받을까? 퀴어영화여서? 그렇다기엔 다른 퀴어 영화도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새로운 퀴어 영화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지는 않더라도)조금씩 나오고 있는 시대다. 그런데 굳이 97년도에 개봉한 퀴어 영화가 21세기에 리마스터링해 개봉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금기된 사랑을 다루고 있어서일까? 그렇지만 퀴어는 미디어에서 '금기'의 틀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 지 오래고, 이제는 보수적인 한국 예능에서도 퀴어의 삶을 다루고 있는 시대이다. 게다가 불륜이라는 다른 형태의 금기된 사랑을 소재로 하는 <화양연화>나 스토킹과 고독을 소재로 하는 <중경삼림>에 비하면, <해피투게더> 속 보영과 아휘의 사랑싸움은 가끔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소하기만 하다. <해피투게더>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실제 사람의 삶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휘와 보영이 헤어진 후부터 아휘라는 캐릭터에 집...

2023.02.22
5
우리를 구분 짓는 '정체성' - 애프터 양(2022)

기억하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모든 존재들은 자신만의 기억을 가지며, 그 기억은 보통 자신이 사랑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로 구성된다. 그렇기에 나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나에게 중요한 것, 나를 구성하는 내 정체성을 재확인 할 수 있다. 기억은 존재를 초월하며, 내가 기억하는 것들로 나는 재구성된다. <애프터 양>(2022)은 바로 이런 영화다. 모두 다른 존재를 기억과 사랑을 매개로 묶어두는 영화. <애프터양>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한, 휴먼 안드로이드 '양'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그에게도 가족이 있다. 그가 속해있는 가족은 백인 남성인 제이크와 흑인 여성인 키라, 그리고 아시아계 입양아 미카로 이루어진 다인종 가족이다. 양은 아시아계 입양아인 미카의 뿌리와 정체성을 위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엄마가 사들인 아시아인 외형을 갖춘 오빠이자 보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해왔다.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그를 친오빠처럼 따르던 마카는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진다. 제이크는 ‘양’을 수리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수소문하다, 그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양의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재생하며 영화는 진행된다. 우리를 구분 짓는 '정체성' 어린 미카는 오빠인 양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따른다. 안드로이드이지만 인간인 아버지 제이크보다도 더 아버지의 역할을 잘 수행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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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방 여건은 어떻게 변했을까? - 영화 소방관

누구나 일상에서 강하게 울리는 소방차 및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거다. 소방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느껴지는 급박함에 길을 걷다 멍하니 서서 바라본 적도 있다. 그런 소방 사이렌 소리에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사이렌 소리를 줄여달라거나 야간 출동 시 사이렌을 꺼달라는 민원까지, 소방 사이렌 소리를 소음 공해로 여기는 것이다. 소방 사이렌은 의미 없이 울리는 것이 아니다. 소방차는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야 되며, 그 과정에서 주행 중인 차량과 소방차 사이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소방관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동하며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런 민원을 포함한 크고 작은 소방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 [소방관]은 과거 열약한 소방관 처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실제 2001년 3월 4일에 일어난 '홍제동 방화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실제 소방의 발전은 홍제동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도 있다. 먼저, 홍제동 방화 사건에 대해 알아보자. 이 사건은 2층 다가구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처음 화재 현장으로 가는 길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골목에 있는 불법 주정차 때문에 화재 현장까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예상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집주인과 2층에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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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으로 전하는 메시지

* 이 글은 영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을 보기 전까지 나는 이 영화가 조금 단조롭고 지루할 거라 지레짐작했다. 포스터나 제목이 풍기는 분위기를 통해 여느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영화를 떠올렸고,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으로 이 영화를 클릭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끌려 시청하길 몇 분. 생각과 사뭇 다른 지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영화를 계속 이어봤다. 제법 현실적이고 다양한 가족상과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 각자의 크리스마스를 보여주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는 12월 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영화는 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 웰링턴온씨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역사상 최악의 폭설이 쏟아지고 새하얗게 뒤덮인 웰링턴온씨 마을에는 여느 크리스마스 때와 다른 사건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웰링턴온씨 마을에는 서로 친해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네 가족이 있다. 어른들은 매년 전통적인 크리스마스를 고집하고, 아이들은 그러한 크리스마스가 딱히 즐겁지 않다. 특히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버나뎃 맥넛은 전통적인 크리스마스를 파괴해 자신들만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가득하다. 평소처럼 버나뎃에게 아이들을 맡긴 어른들은 페리를 타고 건너 마을로 향한 뒤 즐겁게 논다. 이후 밤이 되고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

2024.12.12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다 - 영화 청설 리메이크

  대만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고 대만 영화 혹은 드라마 속 풍기는 색감과 분위기에 매료되어 대만 한달살이를 꿈꾸는 사람이다. 10월 말 즈음, 모 웹툰 작가의 인스타그램 스레드에서 영화 &lt;청설&gt; 리메이크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확신이 생겼다. 당장 원작을 보고 개봉 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야겠다는. 대만 원작 &#39;청설&#39;은 2010년에 개봉한 청펀펀 감독의 작품으로, 손으로 말하는 &#39;양양&#39;과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39;티엔커&#39;의 간절한 사랑 이야기다. 동생 &#39;양양&#39;은 수영선수인 청각장애인 언니 샤오펑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는 양양은 오로지 언니 샤오펑의 시간과 인생이 전부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오로지 언니의 시간에 맞춰 살아온 양양에게 어느 날 티엔커가 등장한다. 티엔커는 양양에게 첫눈에 반해 양양과 친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행복도 잠시, 양양에게 여러 고비가 닥친다. 1. 언니를 보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해, 티엔커와 사랑을 나눌 시간이 없다. 2. 티엔커와 데이트를 간 사이, 아파트에 불이 나 언니가 화재 경보기를 듣지 못해 대피를 못하고 연기를 꽤 마신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간다. 3. 언니가 수영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자기 때문에 언니가 못 했다고 생...

2024.12.08
추락에서 진실을 추적하기 - 추락의 해부

※&lt;추락의 해부&gt;의 스포일러가포함되어 있습니다  테드 창의 소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는 ‘리멤(REMEM)’이라는 기술이 등장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억에 대한 발명품인 이 기술은 차량의 블랙박스처럼 일인칭 시점으로 사용자의 모든 순간을 녹화한다. 리멤을 착용한 당신은 이제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든 돌아갈 수 있다. 당신이 한 말, 타인이 당신에게 한 말, 당신이 들은 말은 모두 객관적으로 녹화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 기술이 당신의 삶을 크게 바꾸진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기억이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우리의 기억이 틀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테드 창의 소설이 말하는 것은 모두가 각자의 진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과 사실적 진실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우리가 쓰는 진실은 우리의 기억이 쓰는 진실이며, 우리의 기억은 절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리멤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데도 거의 모든 것이 녹화되는 시대다. 일상에서 우리는 많은 CCTV와 사람들의 눈에 둘러싸여 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감시카메라처럼 우리의 행동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현대 사회에서 완전 범죄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운 것일 테다. 이제 우리는 무언가를 알고 싶으면 그날의 녹화본을, 사람들의 증언을 찾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삶에는 공란이, 아무도 증언하지 못하고...

2024.12.05
위키드(WICKED)! 위키드(WICKED)?

   어린 시절 내가 사랑했던 동화 중 하나는 오즈의 마법사였다. 주인공 도로시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던 중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2021년, 뮤지컬 위키드(Wicked)를 관람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오즈의 세계는 전혀 새로운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레고리 머과이어(Gregory Maguire)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기존의 이야기를 반전시키며 아주 새로운 관점을 주었다. 그리고 올해, 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위키드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며, 또 한 번 매료시켰다.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    위키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에 개봉한 위키드 1부는 뮤지컬의 1막을 따르며, 서쪽 마녀 엘파바(Elphaba)가 착한 마녀 글린다(Glinda)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빛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외당하며 자랐다. 주변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강인함을 키웠지만, 동시에 내면의 상처도 깊어져 갔다. 그러나 쉬즈 대학교에 입학한 후 그녀는 글린다와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한편, 글린다는 엘파바와는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인물이다. 외적으로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매...

202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