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본이라 사이즈가 굉장히 작습니다. ※일본에서 발매된 『작가 생활 35주년 히가시노 게이고 공식 가이드북』(미번역)에 실린 글입니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은 모두 제가 추가한 것입니다. 더불어 의역이 난무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에서 유카와 마나부의 역할은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탐정 캐릭터를 만든 만큼 제대로 된 장편소설을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인간을 깊이 있게 묘사하려면 라이벌이 없으면 안 됩니다. 거기서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에게 이성적으로 대적할 수 있는 천재 수학자라는 인물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수학자는 논리적이라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범죄를 저지를 지도 모르고, 그것은 계획범죄가 아니라 은폐 공작일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가 왜 그런 짓을 저지를까라고 생각했을 때 '사랑'이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가 만드는 수수께끼는 어떤 수수께끼일까라며 아이디어를 굴렸습니다. 처음에는 트릭이 없었어요. 하지만 유카와라면 사건을 한 번에 알아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유카와가 좀처럼 알아채지 못할 '평범해 보이는 문제를 아주 어렵게 만드는 미스터리'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3개월 정도 파고들던 어느 날, 갑자기 신께서 아이디어를 ...
(해당 작품의 주요 트릭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없는 책 소개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61번째 서평】 용의자 X의 헌신(2006, 구판 기준) - 12번 읽은 소설 10년 넘게 독서 하다 보니, 인생책 몇 권이 생겼다. 그 중 『용의자 X의 헌신』은 소설 부문에서 단연 손 ... blog.naver.com 우리나라에서 추리/미스터리 소설은 평단으로부터 유독 박하게 평가받는다. 순문학이야말로 진정한 소설이라는 낡은 가치관, 예술의 아름다움을 담지 못한다는 편협한 시선 등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좋은 작품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는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하지만 미스터리야말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최적의 장르라 생각한다. 7대 죄악을 다루면서 다양한 플롯과 엮어 풍부한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흥미 위주로 쓰인 작품도 많다. 그렇다고 전체를 깎아내리는 건 오만한 태도다. 국내 훌륭한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그러한 편견을 바로잡고 싶지만, 아직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대신 나의 인생 소설이자 오랫동안 분석한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한다. <공정한 추리소설인가?> 『용의자 X의 헌신』은 <본격 미스터리 대상>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134회 나오키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여기서 논란이 된 부분은 <본격 미스터리 대상>이다....
12번 읽은 소설 10년 넘게 독서 하다 보니 인생책 몇 권이 생겼다. 그 중 『용의자 X의 헌신』은 소설 부문에서 단연 손 꼽히는 작품이다. 2009년 처음 읽은 뒤로 별일 없다면 1년, 길어도 2년에 한 번은 빠지지 않고 읽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매력적인 주인공, 추리/미스터리 장르의 재미에 빠져 읽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며 반복해서 읽다 보니, 새롭게 보이는 장면이 생겼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즐거웠다.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갈릴레오 시리즈> 대표작이다. 『탐정 갈릴레오』(2008, 재인), 『예지몽』(2009, 재인)에 이은 3번 째 작품이지만, 전작을 보지 않아도 문제 없는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에게 있어 의미 있는 이유는 5번이나 고배를 마신 ‘나오키 상’을 이 작품으로 수상했기 때문이다.(2006년, 134회 나오키상) 더불어 2012년 세계적인 추리 문학상 에드거 상 장편소설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¹ 홍보 당시 ‘천재 수학자 VS 천재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둘의 대결 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그 과정에서 표현되는 메시지에 집중하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히가시노 월드의 매력적인 주인공> 소설은 전 남편 도미가시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살인을 저지른 야스코와 그녀를 돕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즉, 이 작품은 도서추리소설(범인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