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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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밤 / 슬픈시] 윤동주 시 - 십자가 (十字架)

슬픈시 윤동주 십자가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 해설 기독교인이었던 시인 윤동주는 예수의 죽음을 떠올리며 이 시를 적었습니다. 시인은 계속 쫓던 햇빛이 지금은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다고 말합니다. 시인이 추구하던 올바른 이상과 꿈 그리고 굳은 의지였던 그 햇빛이 일제 강점기라는 버겁고 암울한 비극에 휘말린 겁니다. 너무나도 높은 첨탑을 보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지 한탄하는 시인의 모습에는 깊은 고뇌와 막막함이 서려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 윤동주는 일본의 식민지라는 현실이 이내 자신의 순교를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자 구원의 길이라 여깁니다. 종소리, 즉 더없이 바라는 해방의 조짐은 들리지 않으나 시인은 달아나지 않고 망설이며 서성입니다. 이 망설임은 목숨이 위태로운 현실 앞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고난의 시간을 뜻하겠지요. 시인은 자신의 나약함을 솔직히 드러내며 조심스레 십자가가 허락될 상황을 가정해봅니다. 망설이고 나약했던 마음을 다잡은 그는 모가지를 드리우고 피를 조용히 흘리겠다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기꺼...

202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