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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05.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는 정세랑 작가가 자주 그려내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비되는 성향들을 곱씹으며 읽었다. 정세랑 월드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가운데 주요 여성 인물들이 사랑하게 되거나, 함께하게 되는 남성들은 유해한 남성성을 아주 조금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반면교사가 되는 또다른 표현들로 반복되곤 한다. 예를 들면 만만하게 분출할 곳을 골라 퍼붓는 공격성을 특히나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남성 캐릭터가 정세랑 월드에서 살아 남아 이야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격성 제로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랑은 그 다음 문제다. ⠀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도(부디 넷플 드라마에서도 꼭꼭 조신해주라), <시선으로부터,>의 아들과 사위들도, <지구에서 한아뿐>의 바뀐 경민도, <피프티피플>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자 인물들도. 아 재훈이랑 재욱이도! 잔잔하게 반복되는 그들의 성향들을 읽다보면 마치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해진다. 반복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잔소리처럼. ⠀ 또 언니는 그런 말도 해준다. 좀 더 크게 꿈 꿔도 된다고, 더 욕심내면서 멀리 가야 한다고. 이런 조언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계속 정세랑 작가를 읽어야 할 텐데 이번...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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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복자에게 저자 김금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9.09. 제주에서 열한살부터 열네살까지를 살았던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실감나는 제주 사투리가 자동으로 따라 읽혔다. 맞지 그랬지, 이런 말들을 했었지 하면서. 소설 속 공간인 고고리섬은 내가 살던 종달리 근처 우도랑 비슷하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반갑고 애틋하게 읽었던 복자에게. 아마 복자나 오세나 윤호나 영초롱은 그냥 묵묵히 각자의 실패와 무게를 견디며 멀리 떨어져 살아가겠지만, 여전히 끝이 가늠되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하는 담백한 편지가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이지만, 그들이 소설 중간 중간 제주의 전통음식부터 요즘 유행하는 음식들까지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와 감...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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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명절에 읽으니까 더 리얼하구 소름끼치고 재밌는 <화이트 호스>. 소설 속 어떤 여성은 복합적이고 심각하게 가부장제에 결속된 가해자가 되어 폭력을 저지르는 한 가운데 기묘하게 서 있다.(손, 서우) 또다른 여성은 당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냉정했던 할머니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이기적이었으나 내내 친절했던 할아버지 보다 미워한다. 그리곤 할머니를 미워하는 자기 자신을 또 미워한다.(가원) 그렇게 되물림되며 엉키는 굴레, 여성들끼리의 싸움인양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평온히 잠드는 남편. 몰라도 된다는 것도 권력이라는 것(음복)을, 소문과 험담으로 둘러싸인 과장된 여자는 사실 단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는 것(오물자의 출현)을. 겹겹이 싸인 이야기 끝에 남은 비밀들을 마지막에 가서 다 알게 되는 쾌감이란.. 농담하듯 건네는 서늘한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넘 좋으시다. 짜릿해. “나는 동화 속의 공주가 아니고,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어.” 화이트 호스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12.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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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세바시 강연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박재연 소장님의 건강한 대화 안내서. 비폭력대화, 죽음학, 인지행동치료, 심리도식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담긴 내용들이라고 한다.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을 법한 예시도 세세하고 종류도 다양한 편이라 천천히 조금씩 읽느라 완독에 시간이 소요되었다. <비폭력대화>는 번역서여서 그런지 조금 와닿지 않았던 상황들도 있었는데, 이 책이 그 부분들을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가 연결된 진솔한 대화하기. 아마 오래 계속해서 연습해야 할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대화가 막혀 답답할 때 <비폭력대화>랑 함께 자주 꺼내볼 것 가...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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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문학동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저자 김금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23. 김금희 작가의 데뷔 후 첫 에세이집이라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김금희 하면 당연히 에세이집이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작가의 소설 문장들이 에세이와 잘 어울린단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첫 산문집으로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문학동네 웹진 연재로 발표가 되며 지난 4월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아마 데뷔 후 써온 산문들을 전부 모아서 출간한듯하다. 오래전 신문에 연재되던 칼럼부터 최근 발표한 코로나 관련 칼럼까지 한 책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첫인상은 띠지가 정말 예쁘다,였는데..! 안 그래도 얼마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 띠지 논란을 종결시켜줄 만한 디자인이었기 때문. 네모 반듯한 띠지가 아니라 동글동글 디자인된 예쁜 띠지라서 누구도 버리기 아까울 것 같았다. 김금희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진심이 종종 묘연해질 때가 있다. 무어라 말을 하지만 그게 진심인지 적확하게 느껴지지가 않을 때가 많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말들은 그래서 간혹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붕 뜬 분위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기도 하지만, 정말 작가의 진심은 무엇인지 궁금해질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 때에 반가운 것이 바로 산문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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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CHEF. 잡스 2호 셰프 : 맛의 세계에서 매일을 보내는 사람

잡스(jobs). 2: 셰프(Chef) 레퍼런스 바이 비 편집부 잡스(Jobs). 2: 셰프(Chef) 저자 레퍼런스 바이 비 편집부 출판 REFERENCEBYB 발매 2020.01.16. 매거진비의 새로운 시리즈, "잡스"의 첫 호 직업은 에디터였다. 매거진 잡스는 각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이다. 인터뷰 콘텐츠는 텍스트로든 영상으로든 여전히 보는 이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질문과 답변들을 묶고 편집하느냐에 따라서 그 영향의 크기는 아주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창간호의 에디터와 2호의 셰프는 서로 다른 직업인 것 같지만, 실은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그것들이 어우러지도록 무언가를 만든 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선 통하는 지점이 꽤나 많다. 예컨대 에디터에게 마감이 영감이 되듯 셰프에게도 시즌이 바뀜과 동시...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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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학동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 요조, 임경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10.30. 오랜 친구에게 서른살 축하 선물로 받은 책 한 권을 아껴 읽는 중이다. 서로 다른 두 여성이 어떻게 감정적 지지를 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있자면 뭉클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요조님 말처럼 타인의 이야기는 필요하다. 특히 내가 나로 가득차서 다른 게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더더욱.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준들이 나를 궁지로 모는 것 같을 때는 절실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모는 배의 키를 조절.'해야만 한다. ⠀ 헤매던 20대를 지나 이제 나는 좀 덜 휘청거리고 싶다. 크게 휘청거리기 전에 내가 내 배의 키를 잡고 차분하게 잘 ᄆ...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