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05.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는 정세랑 작가가 자주 그려내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비되는 성향들을 곱씹으며 읽었다. 정세랑 월드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가운데 주요 여성 인물들이 사랑하게 되거나, 함께하게 되는 남성들은 유해한 남성성을 아주 조금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반면교사가 되는 또다른 표현들로 반복되곤 한다. 예를 들면 만만하게 분출할 곳을 골라 퍼붓는 공격성을 특히나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남성 캐릭터가 정세랑 월드에서 살아 남아 이야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격성 제로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랑은 그 다음 문제다. ⠀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도(부디 넷플 드라마에서도 꼭꼭 조신해주라), <시선으로부터,>의 아들과 사위들도, <지구에서 한아뿐>의 바뀐 경민도, <피프티피플>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자 인물들도. 아 재훈이랑 재욱이도! 잔잔하게 반복되는 그들의 성향들을 읽다보면 마치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해진다. 반복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잔소리처럼. ⠀ 또 언니는 그런 말도 해준다. 좀 더 크게 꿈 꿔도 된다고, 더 욕심내면서 멀리 가야 한다고. 이런 조언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계속 정세랑 작가를 읽어야 할 텐데 이번...
달까지 가자 저자 장류진 출판 창비 발매 2021.04.15.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란 참 작고 귀엽지만, 그만큼 힘도 세다. 그래도 그 고정수입이 있어서 고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현 생활을 아주 조금씩 나아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투른 박음질을 하듯 제자리걸음은 아닌 그런 느낌이지만 전진과 뒷걸음질을 반복하는 그런 생활 말이다. 하지만 그런식의 박음질은 하다 보면 이내 지겨워진다. 천천히, 조금씩, 차츰차츰, 매일매일. 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고 동시에 조금 별로인 삶. 2를 얻기 위해 내게 있던 또다른 1을 잃으며 전전긍긍하는 일상. (이 감각이 진짜 중요한데, 남의 돈을 벌다 보면 꼭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어찌되었건 해야 하는 지점이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생기기 때문이리라.) "부스터는 없을까? 인생에서 한번쯤 고공 행진을 원할 수는 없을까?" 소설 속 다해, 은상, 지송은 한 제과회사의 비공채 동기로 만나 서로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 중 은상언니는 둘에게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세계를 소개하는데... 요즘 핫하디 핫한 가상화폐를 소재로 하는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 소설 《달까지 가자》는 89-90-91년 생들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꽤 심도 깊게 들여다 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세 친구에 깊이 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저자 박상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9.07. 박상영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이제야 읽었다. 대도시의 사랑 보다 훨씬 더 딮하고 우울한 이야기들이었네..그 소설들이 예쁘지만 도수 높은 칵테일 같았으면 이건 깡소주. 외롭고 실패한 인물들이 나와서 밑바닥까지 침잠하고 방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긍정적이고 밝은 위로 대신 뭐 이런 이야기들이 듣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딱히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갈피없이 붕 떠 있는 마음을 조금 붙들어 준다. 맞다 나도 이렇지, 나도 사실은 이래 하면서.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니 왜 다음 소설집이 연작소설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박상영 작가는 동일한 소재와 인물들의 또다른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 낸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이지만 모두 이어지는 이야기들 같고, 다들 어딘가서 돌아다닐 것 같고 그랬다.
끌리는 단편 소설들 읽으며 보낸 하루인데, 제각각 다 너무 좋았다. 1. 김금희, #크리스마스에는 김금희 작가는 갑자기 망가지는 일상의 한 순간을 진짜 잘 포착한다. 근데 그 망가지는 모양새는 뭐랄까 평소에도 물렁하고 위태롭다가, 과거의 어떤 마음을 만나서 픽-하고 쉽게 쓰러져 버리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다들 좀 과거에 살고 있고 특유의 부채감같은 게 있는 인물들이다. 부산, 크리스마스, 매운 짬뽕, 떡볶이, 그리고 지난 연애. 이 키워드들로 솜씨 좋게 풀어낸 재밌고 김금희스러운 이야기였다. 2. 전하영, #그녀는조명등아래서많은시간을보냈다 부끄럽고 별로인 예술하는 중년 남성이 나오는 것이 너무나 하이퍼리얼이라 읽다가 괴로운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지만..거의 길티플레저 수준;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향하는 곳이 있었고 이 소설이 이번 젊은 작가상 대상이라는 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3. 김지연, #사랑하는일 이 소설에 한남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별점 후기 테러를 받고 있다는데…근데 그 부분 진짜 너무 맞말이었다.ㅠ암튼 사랑에 대해,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레즈비언 서사였고, 소설을 다 읽고도 이들이 어딘가에서 사랑하고 있을 것 같았다. 4. 박서련, #당신엄마가당신보다잘하는게임 오…오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새로운 이야기라는 건 바로 이런 이야기를 두고 말하는 구나 싶었다. 롤이랑 비슷한 한 게임...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저자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08.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은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김초엽 작가의 SF적 상상력은 늘 약하고 소외된 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한 시선은 훨씬 더 깊고 넓은 우주로 퍼진다. 지금 여기에서 상상해보아야 할 어떤 미래로. 소설을 읽고 우주의 광활한 크기나 시간의 불가항력을 간접경험한 후에도 두려움보다는 땅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갈 믿음이 생긴다. 아마 상상의 출발지 때문이겠지. 장편도 기다려지고 김보라 감독님의 필터로 태어날 <스펙트럼>도 넘 기대된다..🪐 “그런데 거대한 구조물을 상상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기억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한다면 여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 김초엽, <인지 공간> 작가 노트 중
명절에 읽으니까 더 리얼하구 소름끼치고 재밌는 <화이트 호스>. 소설 속 어떤 여성은 복합적이고 심각하게 가부장제에 결속된 가해자가 되어 폭력을 저지르는 한 가운데 기묘하게 서 있다.(손, 서우) 또다른 여성은 당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냉정했던 할머니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이기적이었으나 내내 친절했던 할아버지 보다 미워한다. 그리곤 할머니를 미워하는 자기 자신을 또 미워한다.(가원) 그렇게 되물림되며 엉키는 굴레, 여성들끼리의 싸움인양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평온히 잠드는 남편. 몰라도 된다는 것도 권력이라는 것(음복)을, 소문과 험담으로 둘러싸인 과장된 여자는 사실 단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는 것(오물자의 출현)을. 겹겹이 싸인 이야기 끝에 남은 비밀들을 마지막에 가서 다 알게 되는 쾌감이란.. 농담하듯 건네는 서늘한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넘 좋으시다. 짜릿해. “나는 동화 속의 공주가 아니고,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어.” 화이트 호스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12.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생겼더라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땐, 이 요리책을 만나면 고민이 한결 가벼워진다. <베지 컬러스>는 비건의 단계별 레시피는 물론 어떤 재료들로 요리를 했을 때 건강한 영양분들을 섭취할 수 있는지 소개해 주는 책이다. 한 호당 하나의 색상을 테마로 귀여운 일러스트가 표현된 요리책이라는 점도 너무 귀엽고 매력적이다. 컬러로 만나는 일러스트 비건 레시피북, <베지 컬러스> 컬러를 테마로 비건지향 레시피북과, 친환경 디자인 소품을 선보입니다. tumblbug.com 텀블벅을 통해 2호 펀딩을 진행하고 있고, 1호 때처럼 대표 재료가 표지에 나와 있다. 이번에는 노란 바나나! 봄이 되어 따스해진 날씨만큼 식탁에도 조금 더 화사한 노란 식재료들을 써서 요리를 해보고 싶다.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들을 많이 해먹도록 해야지. <베지 컬러스>는 감성적이고 귀여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피피피스튜디오와 성수 슈퍼푸드 레스토랑이었던 레귤러, 그리고 작가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출간하는 엠디랩프레스의 콜라보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각자의 분야들이 잘 콜라보되어 만들어질 <베지 컬러스> 2호가 기대된다! 채식 요리책, 건강한 요리책을 찾고 있었다면, 일러스트 비건 레시피북 <베지 컬러스>를 추천추천.
어느 날 로맨스 판타지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 안지나 출판 이음 발매 2021.05.06. 이 책 너무 재밌다! 문학연구적 관점에서 웹소설 장르, 그 중에서도 로맨스 판타지에 대한 분석을 쉽고 흥미롭게 푸는데 흡입력이 대단하다. 웹이라는 매체에 쓰인, 로맨스 장르라는 이유로 진지한 비평의 시도가 적었던 분야를 제대로 분석해준다. 웹소설이 순문학이 닿지 못하는(않으려 하는)그 언저리를 어떻게 채워가고 있는지를. 나도 아직 읽어 본 경험이 적어서(거의 없..) 은연중에 갖고 있던 편견 같은 게 있었는데, 역시 외부자의 시선이랑 찐독자 또는 덕후의 시선과 감상의 깊이는 비교가 안 된다. 이 내용들을 기반으로 여기 추천된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안전, 사회적 위치, 명예, 부유함, 권력, 가족의 사랑, 매력적인 이성과의 연애. 로맨스 판타지가 드러내는 여성의 욕망은 일견 어리게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젊은, 혹은 어린 여성들에게 이처럼 당연한 욕망을 안전하게 꿈꿀 공간이 과연 있었는가? 📎 내가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한 웹소설이 그 자체로 페미니즘적인 경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성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 나아가 아무런 조건 없이 이를 응원하는 것. 로맨스 판타지의 생명력은 바로 그 여성의 생생한 욕망과 함께 호흡한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어느덧 추석이 지나고, 이제 오늘부터 치면 2021년이 100일 남짓 남았다고 한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올해의 해야 할 다양한 일들과 예정된 계획이 남아 있으니, 남은 100일도 알차게 지내야 겠단 마음. 다행히 이번 연휴에 푹 쉬면서 밀렸던 일들을 어느 정도 해두어서 마음도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이른 감이 있지만, 내년 2022년 다이어리를 정해서 소개해 본다. 오롬 다이어리 우선 오롬 다이어리는 이렇게 고급스러운 박스에 담겨 있다. 묵직한 느낌의 업무용 다이어리가 필요했는데, 단단한 블랙 박스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이 박스는 간단한 메모지나 문구류를 수납해 두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선물을 하기에도 참 좋을 포장인 것 같고. 박스를 열자, 한 겹 더 포장된 다이어리와 책갈피 형태의 카드가 나왔다. "아직도 다이어리를 손으로 쓰나요?"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오롬의 철학을 말해준다. 나도 항상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메모를 시작하더라도, 결국엔 다시 손으로 쓰는 아날로그 메모로 돌아온다. 손으로 직접 쓰고 지워가는 일정 관리의 느낌 자체가 다르달까..? 오롬은 손글씨의 가치를 믿고, 손글씨가 사라지지 않도록 쓰고 싶은 다이어리를 계속 만들겠다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다이어리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과 철학이 담긴 것 같았다. 오롬 다이어리의 표지. 따뜻한 브라운 색상의 가죽...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05.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는 정세랑 작가가 자주 그려내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비되는 성향들을 곱씹으며 읽었다. 정세랑 월드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가운데 주요 여성 인물들이 사랑하게 되거나, 함께하게 되는 남성들은 유해한 남성성을 아주 조금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반면교사가 되는 또다른 표현들로 반복되곤 한다. 예를 들면 만만하게 분출할 곳을 골라 퍼붓는 공격성을 특히나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남성 캐릭터가 정세랑 월드에서 살아 남아 이야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격성 제로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랑은 그 다음 문제다. ⠀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도(부디 넷플 드라마에서도 꼭꼭 조신해주라), <시선으로부터,>의 아들과 사위들도, <지구에서 한아뿐>의 바뀐 경민도, <피프티피플>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자 인물들도. 아 재훈이랑 재욱이도! 잔잔하게 반복되는 그들의 성향들을 읽다보면 마치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해진다. 반복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잔소리처럼. ⠀ 또 언니는 그런 말도 해준다. 좀 더 크게 꿈 꿔도 된다고, 더 욕심내면서 멀리 가야 한다고. 이런 조언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계속 정세랑 작가를 읽어야 할 텐데 이번...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저자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08.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은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김초엽 작가의 SF적 상상력은 늘 약하고 소외된 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한 시선은 훨씬 더 깊고 넓은 우주로 퍼진다. 지금 여기에서 상상해보아야 할 어떤 미래로. 소설을 읽고 우주의 광활한 크기나 시간의 불가항력을 간접경험한 후에도 두려움보다는 땅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갈 믿음이 생긴다. 아마 상상의 출발지 때문이겠지. 장편도 기다려지고 김보라 감독님의 필터로 태어날 <스펙트럼>도 넘 기대된다..🪐 “그런데 거대한 구조물을 상상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기억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한다면 여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 김초엽, <인지 공간> 작가 노트 중
복자에게 저자 김금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9.09. 제주에서 열한살부터 열네살까지를 살았던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실감나는 제주 사투리가 자동으로 따라 읽혔다. 맞지 그랬지, 이런 말들을 했었지 하면서. 소설 속 공간인 고고리섬은 내가 살던 종달리 근처 우도랑 비슷하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반갑고 애틋하게 읽었던 복자에게. 아마 복자나 오세나 윤호나 영초롱은 그냥 묵묵히 각자의 실패와 무게를 견디며 멀리 떨어져 살아가겠지만, 여전히 끝이 가늠되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하는 담백한 편지가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이지만, 그들이 소설 중간 중간 제주의 전통음식부터 요즘 유행하는 음식들까지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와 감...
명절에 읽으니까 더 리얼하구 소름끼치고 재밌는 <화이트 호스>. 소설 속 어떤 여성은 복합적이고 심각하게 가부장제에 결속된 가해자가 되어 폭력을 저지르는 한 가운데 기묘하게 서 있다.(손, 서우) 또다른 여성은 당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냉정했던 할머니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이기적이었으나 내내 친절했던 할아버지 보다 미워한다. 그리곤 할머니를 미워하는 자기 자신을 또 미워한다.(가원) 그렇게 되물림되며 엉키는 굴레, 여성들끼리의 싸움인양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평온히 잠드는 남편. 몰라도 된다는 것도 권력이라는 것(음복)을, 소문과 험담으로 둘러싸인 과장된 여자는 사실 단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는 것(오물자의 출현)을. 겹겹이 싸인 이야기 끝에 남은 비밀들을 마지막에 가서 다 알게 되는 쾌감이란.. 농담하듯 건네는 서늘한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넘 좋으시다. 짜릿해. “나는 동화 속의 공주가 아니고,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어.” 화이트 호스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12.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저자 박상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9.07. 박상영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이제야 읽었다. 대도시의 사랑 보다 훨씬 더 딮하고 우울한 이야기들이었네..그 소설들이 예쁘지만 도수 높은 칵테일 같았으면 이건 깡소주. 외롭고 실패한 인물들이 나와서 밑바닥까지 침잠하고 방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긍정적이고 밝은 위로 대신 뭐 이런 이야기들이 듣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딱히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갈피없이 붕 떠 있는 마음을 조금 붙들어 준다. 맞다 나도 이렇지, 나도 사실은 이래 하면서.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니 왜 다음 소설집이 연작소설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박상영 작가는 동일한 소재와 인물들의 또다른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 낸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이지만 모두 이어지는 이야기들 같고, 다들 어딘가서 돌아다닐 것 같고 그랬다.
요조&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학동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 요조, 임경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10.30. 오랜 친구에게 서른살 축하 선물로 받은 책 한 권을 아껴 읽는 중이다. 서로 다른 두 여성이 어떻게 감정적 지지를 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있자면 뭉클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요조님 말처럼 타인의 이야기는 필요하다. 특히 내가 나로 가득차서 다른 게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더더욱.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준들이 나를 궁지로 모는 것 같을 때는 절실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모는 배의 키를 조절.'해야만 한다. ⠀ 헤매던 20대를 지나 이제 나는 좀 덜 휘청거리고 싶다. 크게 휘청거리기 전에 내가 내 배의 키를 잡고 차분하게 잘 ᄆ...
독립출판이라 가능한 독특한 판형이나 디자인, 기획들은 말그대로 정말 능청맞고 본격적이다. 제목 찰떡이네,,👀 이 책은 유어마인드에서 다른 책을 구매하면 무료배포하는 비매품인데 아카이빙 퀄리티 넘 좋아요. 독립출판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꼬옥 받아 두셔요! 유어마인드 | YOURMIND 2009년부터 국내외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입니다. your-mind.com
펼쳐가며 읽는 가벼운 매거진, Achim. 이번 호는 요가에 대한 콘텐츠들이 실려 있어서 반갑게 구매했다. 요가원에 다닌지 3개월 정도인데, 나에게 너무 잘 맞는 운동 같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가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 되던 동작이 잘 될 때의 성취가 커서 재밌기도 했는데, 이 매거진에 실린 요가소년님 인터뷰를 보니 요가에서 성취감이나 욕심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앞으로는 그런 마음은 좀 내려두고 그날 그날의 내 몸과 마음 컨디션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 오늘도 나마스떼🧘♀ 아침 매거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포스팅을 참고! 당신의 아침은 어떠한가요? 매거진 ‘Achim’ 종이 한 장으로 말하는 아침의 가치 독립 매거진 '아침Achim'은 누구나 하루에 한 번씩 경험하... blog.naver.com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생겼더라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땐, 이 요리책을 만나면 고민이 한결 가벼워진다. <베지 컬러스>는 비건의 단계별 레시피는 물론 어떤 재료들로 요리를 했을 때 건강한 영양분들을 섭취할 수 있는지 소개해 주는 책이다. 한 호당 하나의 색상을 테마로 귀여운 일러스트가 표현된 요리책이라는 점도 너무 귀엽고 매력적이다. 컬러로 만나는 일러스트 비건 레시피북, <베지 컬러스> 컬러를 테마로 비건지향 레시피북과, 친환경 디자인 소품을 선보입니다. tumblbug.com 텀블벅을 통해 2호 펀딩을 진행하고 있고, 1호 때처럼 대표 재료가 표지에 나와 있다. 이번에는 노란 바나나! 봄이 되어 따스해진 날씨만큼 식탁에도 조금 더 화사한 노란 식재료들을 써서 요리를 해보고 싶다.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들을 많이 해먹도록 해야지. <베지 컬러스>는 감성적이고 귀여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피피피스튜디오와 성수 슈퍼푸드 레스토랑이었던 레귤러, 그리고 작가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출간하는 엠디랩프레스의 콜라보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각자의 분야들이 잘 콜라보되어 만들어질 <베지 컬러스> 2호가 기대된다! 채식 요리책, 건강한 요리책을 찾고 있었다면, 일러스트 비건 레시피북 <베지 컬러스>를 추천추천.
어느덧 [글리프]가 3호를 발간할 예정이다. 펀딩기간은 5일 정도 남았고, 아쉬운 점은 김금희 작가는 이전 호의 정세랑 작가나 구병모 작가 보다 팬들이 모이는 매체를 찾기 어려운 점. 그래서 홍보가 미흡했고, 아쉽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고민을 하며 마무리 교정/교열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호에선 아카이빙 키워드에 딱 맞는 콘텐츠들도 잘 기획했어서, 얼른 완성본을 읽고 싶은 마음이다. p.s. 혹시나 주변에 김금희 작가님의 팬 분들이 있다면 입소문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리프] 3호 김금희 작가 편, 텀블벅 후원 링크🔻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 3호, 김금희 편 한 호에 한 작가를 깊이 덕질한 텍스트를 담은 잡지 [글리프] 3호, 김금희 편입니다. tum.bg
펼쳐가며 읽는 가벼운 매거진, Achim. 이번 호는 요가에 대한 콘텐츠들이 실려 있어서 반갑게 구매했다. 요가원에 다닌지 3개월 정도인데, 나에게 너무 잘 맞는 운동 같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가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 되던 동작이 잘 될 때의 성취가 커서 재밌기도 했는데, 이 매거진에 실린 요가소년님 인터뷰를 보니 요가에서 성취감이나 욕심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앞으로는 그런 마음은 좀 내려두고 그날 그날의 내 몸과 마음 컨디션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 오늘도 나마스떼🧘♀ 아침 매거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포스팅을 참고! 당신의 아침은 어떠한가요? 매거진 ‘Achim’ 종이 한 장으로 말하는 아침의 가치 독립 매거진 '아침Achim'은 누구나 하루에 한 번씩 경험하... blog.naver.com
독립출판이라 가능한 독특한 판형이나 디자인, 기획들은 말그대로 정말 능청맞고 본격적이다. 제목 찰떡이네,,👀 이 책은 유어마인드에서 다른 책을 구매하면 무료배포하는 비매품인데 아카이빙 퀄리티 넘 좋아요. 독립출판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꼬옥 받아 두셔요! 유어마인드 | YOURMIND 2009년부터 국내외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입니다. your-mind.com
브런치에 조금씩 써두었던, 필라테스 일기와 인터뷰, 서평 에세이를 브런치북으로 묶었다. 사실 브런치북 서비스가 시작된 지는 꽤 되었는데 맨 첨엔 브런치북을 제작해보려다 그냥 말기도 했고 매거진으로 묶인 글을 굳이 왜 브런치북으로 다시 묶는지에 대해 이해도가 좀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윌라 오디오북 공모전에 지원하게 되면서, 3가지 브런치북을 만들게 되었다. 만든 후에 느낀 브런치북의 장점이 꽤 있어서 조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선 브런치북을 만들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특징이 있는지부터 소개드린다. 브런치북, 어떻게 만드나요? 브런치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발행된 글들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책으로 묶을 수 있을만한 통일된 기획이 필요하다. 브런치북을 만들기 전에 생각해 볼 것 1. 한 책으로 묶을 여러 콘텐츠의 공통된 주제는 무엇인가? 2. 이 브런치북의 타겟 독자는 누구인가? 3. 콘텐츠의 형식은 무엇인가? 이렇게 3가지만 잘 고민해 보아도, 일관적이고 통일성 있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 나의 <필라테스 일기> 브런치북을 예로 들자면, 1. 필라테스를 하며 느낀 소소한 감정과 직장인의 애환 2. 1~3년 차 직장인,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 3.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짧은 길이의 에세이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묶인 브런치북이 바로 아래의 필라테스 일기이다. [브런치북] 필라테스 일...
펼쳐가며 읽는 가벼운 매거진, Achim. 이번 호는 요가에 대한 콘텐츠들이 실려 있어서 반갑게 구매했다. 요가원에 다닌지 3개월 정도인데, 나에게 너무 잘 맞는 운동 같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가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 되던 동작이 잘 될 때의 성취가 커서 재밌기도 했는데, 이 매거진에 실린 요가소년님 인터뷰를 보니 요가에서 성취감이나 욕심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앞으로는 그런 마음은 좀 내려두고 그날 그날의 내 몸과 마음 컨디션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 오늘도 나마스떼🧘♀ 아침 매거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포스팅을 참고! 당신의 아침은 어떠한가요? 매거진 ‘Achim’ 종이 한 장으로 말하는 아침의 가치 독립 매거진 '아침Achim'은 누구나 하루에 한 번씩 경험하... blog.naver.com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저자 박상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9.07. 박상영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이제야 읽었다. 대도시의 사랑 보다 훨씬 더 딮하고 우울한 이야기들이었네..그 소설들이 예쁘지만 도수 높은 칵테일 같았으면 이건 깡소주. 외롭고 실패한 인물들이 나와서 밑바닥까지 침잠하고 방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긍정적이고 밝은 위로 대신 뭐 이런 이야기들이 듣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딱히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갈피없이 붕 떠 있는 마음을 조금 붙들어 준다. 맞다 나도 이렇지, 나도 사실은 이래 하면서.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니 왜 다음 소설집이 연작소설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박상영 작가는 동일한 소재와 인물들의 또다른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 낸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이지만 모두 이어지는 이야기들 같고, 다들 어딘가서 돌아다닐 것 같고 그랬다.
끌리는 단편 소설들 읽으며 보낸 하루인데, 제각각 다 너무 좋았다. 1. 김금희, #크리스마스에는 김금희 작가는 갑자기 망가지는 일상의 한 순간을 진짜 잘 포착한다. 근데 그 망가지는 모양새는 뭐랄까 평소에도 물렁하고 위태롭다가, 과거의 어떤 마음을 만나서 픽-하고 쉽게 쓰러져 버리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다들 좀 과거에 살고 있고 특유의 부채감같은 게 있는 인물들이다. 부산, 크리스마스, 매운 짬뽕, 떡볶이, 그리고 지난 연애. 이 키워드들로 솜씨 좋게 풀어낸 재밌고 김금희스러운 이야기였다. 2. 전하영, #그녀는조명등아래서많은시간을보냈다 부끄럽고 별로인 예술하는 중년 남성이 나오는 것이 너무나 하이퍼리얼이라 읽다가 괴로운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지만..거의 길티플레저 수준;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향하는 곳이 있었고 이 소설이 이번 젊은 작가상 대상이라는 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3. 김지연, #사랑하는일 이 소설에 한남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별점 후기 테러를 받고 있다는데…근데 그 부분 진짜 너무 맞말이었다.ㅠ암튼 사랑에 대해,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레즈비언 서사였고, 소설을 다 읽고도 이들이 어딘가에서 사랑하고 있을 것 같았다. 4. 박서련, #당신엄마가당신보다잘하는게임 오…오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새로운 이야기라는 건 바로 이런 이야기를 두고 말하는 구나 싶었다. 롤이랑 비슷한 한 게임...
달까지 가자 저자 장류진 출판 창비 발매 2021.04.15.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란 참 작고 귀엽지만, 그만큼 힘도 세다. 그래도 그 고정수입이 있어서 고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현 생활을 아주 조금씩 나아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투른 박음질을 하듯 제자리걸음은 아닌 그런 느낌이지만 전진과 뒷걸음질을 반복하는 그런 생활 말이다. 하지만 그런식의 박음질은 하다 보면 이내 지겨워진다. 천천히, 조금씩, 차츰차츰, 매일매일. 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고 동시에 조금 별로인 삶. 2를 얻기 위해 내게 있던 또다른 1을 잃으며 전전긍긍하는 일상. (이 감각이 진짜 중요한데, 남의 돈을 벌다 보면 꼭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어찌되었건 해야 하는 지점이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생기기 때문이리라.) "부스터는 없을까? 인생에서 한번쯤 고공 행진을 원할 수는 없을까?" 소설 속 다해, 은상, 지송은 한 제과회사의 비공채 동기로 만나 서로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 중 은상언니는 둘에게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세계를 소개하는데... 요즘 핫하디 핫한 가상화폐를 소재로 하는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 소설 《달까지 가자》는 89-90-91년 생들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꽤 심도 깊게 들여다 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세 친구에 깊이 이...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05.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는 정세랑 작가가 자주 그려내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비되는 성향들을 곱씹으며 읽었다. 정세랑 월드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가운데 주요 여성 인물들이 사랑하게 되거나, 함께하게 되는 남성들은 유해한 남성성을 아주 조금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반면교사가 되는 또다른 표현들로 반복되곤 한다. 예를 들면 만만하게 분출할 곳을 골라 퍼붓는 공격성을 특히나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남성 캐릭터가 정세랑 월드에서 살아 남아 이야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격성 제로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랑은 그 다음 문제다. ⠀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도(부디 넷플 드라마에서도 꼭꼭 조신해주라), <시선으로부터,>의 아들과 사위들도, <지구에서 한아뿐>의 바뀐 경민도, <피프티피플>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자 인물들도. 아 재훈이랑 재욱이도! 잔잔하게 반복되는 그들의 성향들을 읽다보면 마치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해진다. 반복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잔소리처럼. ⠀ 또 언니는 그런 말도 해준다. 좀 더 크게 꿈 꿔도 된다고, 더 욕심내면서 멀리 가야 한다고. 이런 조언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계속 정세랑 작가를 읽어야 할 텐데 이번...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저자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08.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은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김초엽 작가의 SF적 상상력은 늘 약하고 소외된 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한 시선은 훨씬 더 깊고 넓은 우주로 퍼진다. 지금 여기에서 상상해보아야 할 어떤 미래로. 소설을 읽고 우주의 광활한 크기나 시간의 불가항력을 간접경험한 후에도 두려움보다는 땅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갈 믿음이 생긴다. 아마 상상의 출발지 때문이겠지. 장편도 기다려지고 김보라 감독님의 필터로 태어날 <스펙트럼>도 넘 기대된다..🪐 “그런데 거대한 구조물을 상상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기억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한다면 여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 김초엽, <인지 공간> 작가 노트 중
달까지 가자 저자 장류진 출판 창비 발매 2021.04.15.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란 참 작고 귀엽지만, 그만큼 힘도 세다. 그래도 그 고정수입이 있어서 고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현 생활을 아주 조금씩 나아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투른 박음질을 하듯 제자리걸음은 아닌 그런 느낌이지만 전진과 뒷걸음질을 반복하는 그런 생활 말이다. 하지만 그런식의 박음질은 하다 보면 이내 지겨워진다. 천천히, 조금씩, 차츰차츰, 매일매일. 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고 동시에 조금 별로인 삶. 2를 얻기 위해 내게 있던 또다른 1을 잃으며 전전긍긍하는 일상. (이 감각이 진짜 중요한데, 남의 돈을 벌다 보면 꼭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어찌되었건 해야 하는 지점이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생기기 때문이리라.) "부스터는 없을까? 인생에서 한번쯤 고공 행진을 원할 수는 없을까?" 소설 속 다해, 은상, 지송은 한 제과회사의 비공채 동기로 만나 서로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 중 은상언니는 둘에게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세계를 소개하는데... 요즘 핫하디 핫한 가상화폐를 소재로 하는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 소설 《달까지 가자》는 89-90-91년 생들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꽤 심도 깊게 들여다 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세 친구에 깊이 이...
오늘부터 돈독하게 저자 김얀 출판 미디어창비 발매 2020.11.11. 매년 1월의 첫날, “New year New you”를 외치면서도 우리는 내내 똑같은 생각, 똑같은 방식으로 살았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방패로 삼고, 돈이라는 것을 무작정 미워하면서. (...) 스스로 선택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껴보기를. 스스로를 믿으며. <오늘부터 돈독하게> 작가의 말 중 정말 쉽고 유쾌하고 솔직하게 돈과 경제관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얀님의 에세이. 나 또한 돈얘기나 돈에 대해 고민하는 건 별로라고만, 부끄럽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요즘 들어 좀 생각을 고쳐먹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욱 자유롭게 하고, 나의 ᄌ...
가벼운 판형으로 최근의 인문학 관점들을 읽어볼 수 있는 인문잡지 한편. 인플루언서라는 키워드로 유튜브 시대의 저널리즘, 새로운 글쓰기의 진정성, 해쉬태그 운동 등등 흥미로운 주제의 글들이 담겼다. 유익하고 재밌어서 다음호도 기대가 되는 잡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잡지, 페이보릿. 텀블벅으로 후원한 이번 호는 자신의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여러 이야기들엔 좋아하는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그 ‘좋음’에 대한 기준을 조금씩 높여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것들에 많이 노출되어야 하고, 덜어냄을 통해서 나한테 진짜 좋은 게 무언지 잘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무작정 다 조금씩 좋다고 욕심내며 쥐고 있는 것보단 하나씩 덜어내면서 담백하게 내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 그럼 브랜드를 만들어도 그 매력이 그대로 묻어 나겠지. 요즘은 무어...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05.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는 정세랑 작가가 자주 그려내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비되는 성향들을 곱씹으며 읽었다. 정세랑 월드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가운데 주요 여성 인물들이 사랑하게 되거나, 함께하게 되는 남성들은 유해한 남성성을 아주 조금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반면교사가 되는 또다른 표현들로 반복되곤 한다. 예를 들면 만만하게 분출할 곳을 골라 퍼붓는 공격성을 특히나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남성 캐릭터가 정세랑 월드에서 살아 남아 이야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격성 제로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랑은 그 다음 문제다. ⠀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도(부디 넷플 드라마에서도 꼭꼭 조신해주라), <시선으로부터,>의 아들과 사위들도, <지구에서 한아뿐>의 바뀐 경민도, <피프티피플>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자 인물들도. 아 재훈이랑 재욱이도! 잔잔하게 반복되는 그들의 성향들을 읽다보면 마치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해진다. 반복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잔소리처럼. ⠀ 또 언니는 그런 말도 해준다. 좀 더 크게 꿈 꿔도 된다고, 더 욕심내면서 멀리 가야 한다고. 이런 조언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계속 정세랑 작가를 읽어야 할 텐데 이번...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저자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08.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은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김초엽 작가의 SF적 상상력은 늘 약하고 소외된 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한 시선은 훨씬 더 깊고 넓은 우주로 퍼진다. 지금 여기에서 상상해보아야 할 어떤 미래로. 소설을 읽고 우주의 광활한 크기나 시간의 불가항력을 간접경험한 후에도 두려움보다는 땅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갈 믿음이 생긴다. 아마 상상의 출발지 때문이겠지. 장편도 기다려지고 김보라 감독님의 필터로 태어날 <스펙트럼>도 넘 기대된다..🪐 “그런데 거대한 구조물을 상상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기억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한다면 여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 김초엽, <인지 공간> 작가 노트 중
독서모임, 왜 필요할까? 독서를 늘 꾸준히 하고 싶지만 좌절하게 된다면, 혼자 의지를 다지는 것보다 함께 독서를 해나갈 인원을 찾아 독서모임을 꾸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여럿이 모여서 책을 읽게 되면 혼자 읽을 때 보다 장점도 많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혼자서는 약해지기 쉬운 의지를 여럿이 함께 다져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하나의 텍스트를 읽고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 독서를 통한 2차 콘텐츠 결과물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치만 물론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변수도 늘어난다. 단점은 상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독서 모임을 조금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소소한 디테일들을, 3년 이상 독서 관련 모임을 운영해 온 경험으로 풀어 보고자 한다. 독서모임의 목표 정하기 독서모임을 시작하실 땐, 가장 먼저 인원을 모은 후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목표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책'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서로가 얻고 싶은 것을 정확히 할수록 모임의 방향은 뚜렷해지고, 운영은 원활해진다. - 혼자 읽기 두려운, 두꺼운 문학 원작을 읽어 보기 - 경제서 읽으면서 주식 공부하기 -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기 계발서 30분 읽기 - 좋아하는 영화/드라마 원작 소설 읽기 - 좋아하는 작가 작품 몰아서 다 읽어 보기 - 안...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05.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는 정세랑 작가가 자주 그려내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비되는 성향들을 곱씹으며 읽었다. 정세랑 월드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가운데 주요 여성 인물들이 사랑하게 되거나, 함께하게 되는 남성들은 유해한 남성성을 아주 조금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반면교사가 되는 또다른 표현들로 반복되곤 한다. 예를 들면 만만하게 분출할 곳을 골라 퍼붓는 공격성을 특히나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남성 캐릭터가 정세랑 월드에서 살아 남아 이야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격성 제로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랑은 그 다음 문제다. ⠀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도(부디 넷플 드라마에서도 꼭꼭 조신해주라), <시선으로부터,>의 아들과 사위들도, <지구에서 한아뿐>의 바뀐 경민도, <피프티피플>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자 인물들도. 아 재훈이랑 재욱이도! 잔잔하게 반복되는 그들의 성향들을 읽다보면 마치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해진다. 반복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잔소리처럼. ⠀ 또 언니는 그런 말도 해준다. 좀 더 크게 꿈 꿔도 된다고, 더 욕심내면서 멀리 가야 한다고. 이런 조언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계속 정세랑 작가를 읽어야 할 텐데 이번...
복자에게 저자 김금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9.09. 제주에서 열한살부터 열네살까지를 살았던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실감나는 제주 사투리가 자동으로 따라 읽혔다. 맞지 그랬지, 이런 말들을 했었지 하면서. 소설 속 공간인 고고리섬은 내가 살던 종달리 근처 우도랑 비슷하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반갑고 애틋하게 읽었던 복자에게. 아마 복자나 오세나 윤호나 영초롱은 그냥 묵묵히 각자의 실패와 무게를 견디며 멀리 떨어져 살아가겠지만, 여전히 끝이 가늠되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하는 담백한 편지가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이지만, 그들이 소설 중간 중간 제주의 전통음식부터 요즘 유행하는 음식들까지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와 감...
명절에 읽으니까 더 리얼하구 소름끼치고 재밌는 <화이트 호스>. 소설 속 어떤 여성은 복합적이고 심각하게 가부장제에 결속된 가해자가 되어 폭력을 저지르는 한 가운데 기묘하게 서 있다.(손, 서우) 또다른 여성은 당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냉정했던 할머니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이기적이었으나 내내 친절했던 할아버지 보다 미워한다. 그리곤 할머니를 미워하는 자기 자신을 또 미워한다.(가원) 그렇게 되물림되며 엉키는 굴레, 여성들끼리의 싸움인양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평온히 잠드는 남편. 몰라도 된다는 것도 권력이라는 것(음복)을, 소문과 험담으로 둘러싸인 과장된 여자는 사실 단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는 것(오물자의 출현)을. 겹겹이 싸인 이야기 끝에 남은 비밀들을 마지막에 가서 다 알게 되는 쾌감이란.. 농담하듯 건네는 서늘한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넘 좋으시다. 짜릿해. “나는 동화 속의 공주가 아니고,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어.” 화이트 호스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12.
세바시 강연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박재연 소장님의 건강한 대화 안내서. 비폭력대화, 죽음학, 인지행동치료, 심리도식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담긴 내용들이라고 한다.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을 법한 예시도 세세하고 종류도 다양한 편이라 천천히 조금씩 읽느라 완독에 시간이 소요되었다. <비폭력대화>는 번역서여서 그런지 조금 와닿지 않았던 상황들도 있었는데, 이 책이 그 부분들을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가 연결된 진솔한 대화하기. 아마 오래 계속해서 연습해야 할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대화가 막혀 답답할 때 <비폭력대화>랑 함께 자주 꺼내볼 것 가...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문학동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저자 김금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23. 김금희 작가의 데뷔 후 첫 에세이집이라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김금희 하면 당연히 에세이집이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작가의 소설 문장들이 에세이와 잘 어울린단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첫 산문집으로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문학동네 웹진 연재로 발표가 되며 지난 4월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아마 데뷔 후 써온 산문들을 전부 모아서 출간한듯하다. 오래전 신문에 연재되던 칼럼부터 최근 발표한 코로나 관련 칼럼까지 한 책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첫인상은 띠지가 정말 예쁘다,였는데..! 안 그래도 얼마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 띠지 논란을 종결시켜줄 만한 디자인이었기 때문. 네모 반듯한 띠지가 아니라 동글동글 디자인된 예쁜 띠지라서 누구도 버리기 아까울 것 같았다. 김금희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진심이 종종 묘연해질 때가 있다. 무어라 말을 하지만 그게 진심인지 적확하게 느껴지지가 않을 때가 많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말들은 그래서 간혹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붕 뜬 분위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기도 하지만, 정말 작가의 진심은 무엇인지 궁금해질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 때에 반가운 것이 바로 산문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
밀리의 서재가 제작한 작가의 모든 것 시리즈에 엠디랩프레스 에디터로 참여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엄청난 인파로 화제가 되었죠... 저는 이번에 웨이팅 시간을 듣고 참여는 못 했습니다만, 화제가 된 부스들을 보면서 또 여러 생각들이 들기도 했는데요. 아무튼 밀리의서재 부스에서는 <작가의 모든 것> 정해연 호를 만나볼 수 있었어요. 작년 엄청 바빴던 시기 제작에 참여했던 작업물이라서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했는데, 실물을 보내주셨어요. 정해연 작가의 작품들을 처음 만나는 독자 분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여러 내용들을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비매품이라 아쉽긴 하네요ㅠ 스릴러, 추리 장르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정해연 작가님! 이번달엔 다시 글리프 박상영 호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감을 미룰 수 없습니다...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에 가서 시집을 보았어요. 이병률 시인님 신간 시집이 나와서 냉큼 사왔습니다. 딱 저날 너무 회사 업무로 힘들었는데, 저 문장을 읽고 너무 와닿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박상영 작가의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어보고 유튜브 참여 하셨던 영상들을 아카이빙하며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습하고 덥지만 이번주도 힘내 보아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 출판 민음사 발매 2006.08.15. 이 소설은 무조건 종이책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 중에 하나이다.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단순 줄글이 아니라 중간 중간 작가가 의도한 다양한 편집들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인쇄오류인가 생각했을 정도로 독특함. 나는 이 책을 읽고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체감했고, 그 이후로 소설 읽기에 재미를 붙였던 것 같다. 흡입력도 좋고, 문장이나 언어유희도 독특해서 좋았다. 소설의 내용은 9.11을 소재로 하는데, 어린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보통 주인공의 연령대가 낮으면 서술 과정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자칫 남용될 수 있는데, 이건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연령과 상관없이 정확하게 이해가 가닿는다. 그래서 더 슬프고 감동적이었던 소설. 영화화도 되었고, 영상도 좋았지만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을 뛰어 넘지는 못했다. 만약 종이책을 넘기며 읽는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문학동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저자 김금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23. 김금희 작가의 데뷔 후 첫 에세이집이라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김금희 하면 당연히 에세이집이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작가의 소설 문장들이 에세이와 잘 어울린단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첫 산문집으로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문학동네 웹진 연재로 발표가 되며 지난 4월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아마 데뷔 후 써온 산문들을 전부 모아서 출간한듯하다. 오래전 신문에 연재되던 칼럼부터 최근 발표한 코로나 관련 칼럼까지 한 책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첫인상은 띠지가 정말 예쁘다,였는데..! 안 그래도 얼마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 띠지 논란을 종결시켜줄 만한 디자인이었기 때문. 네모 반듯한 띠지가 아니라 동글동글 디자인된 예쁜 띠지라서 누구도 버리기 아까울 것 같았다. 김금희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진심이 종종 묘연해질 때가 있다. 무어라 말을 하지만 그게 진심인지 적확하게 느껴지지가 않을 때가 많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말들은 그래서 간혹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붕 뜬 분위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기도 하지만, 정말 작가의 진심은 무엇인지 궁금해질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 때에 반가운 것이 바로 산문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
요조&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학동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 요조, 임경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10.30. 오랜 친구에게 서른살 축하 선물로 받은 책 한 권을 아껴 읽는 중이다. 서로 다른 두 여성이 어떻게 감정적 지지를 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있자면 뭉클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요조님 말처럼 타인의 이야기는 필요하다. 특히 내가 나로 가득차서 다른 게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더더욱.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준들이 나를 궁지로 모는 것 같을 때는 절실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모는 배의 키를 조절.'해야만 한다. ⠀ 헤매던 20대를 지나 이제 나는 좀 덜 휘청거리고 싶다. 크게 휘청거리기 전에 내가 내 배의 키를 잡고 차분하게 잘 ᄆ...
세바시 강연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박재연 소장님의 건강한 대화 안내서. 비폭력대화, 죽음학, 인지행동치료, 심리도식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담긴 내용들이라고 한다.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을 법한 예시도 세세하고 종류도 다양한 편이라 천천히 조금씩 읽느라 완독에 시간이 소요되었다. <비폭력대화>는 번역서여서 그런지 조금 와닿지 않았던 상황들도 있었는데, 이 책이 그 부분들을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가 연결된 진솔한 대화하기. 아마 오래 계속해서 연습해야 할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대화가 막혀 답답할 때 <비폭력대화>랑 함께 자주 꺼내볼 것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