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저자 박상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9.07. 박상영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이제야 읽었다. 대도시의 사랑 보다 훨씬 더 딮하고 우울한 이야기들이었네..그 소설들이 예쁘지만 도수 높은 칵테일 같았으면 이건 깡소주. 외롭고 실패한 인물들이 나와서 밑바닥까지 침잠하고 방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긍정적이고 밝은 위로 대신 뭐 이런 이야기들이 듣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딱히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갈피없이 붕 떠 있는 마음을 조금 붙들어 준다. 맞다 나도 이렇지, 나도 사실은 이래 하면서.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니 왜 다음 소설집이 연작소설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박상영 작가는 동일한 소재와 인물들의 또다른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 낸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이지만 모두 이어지는 이야기들 같고, 다들 어딘가서 돌아다닐 것 같고 그랬다.
끌리는 단편 소설들 읽으며 보낸 하루인데, 제각각 다 너무 좋았다. 1. 김금희, #크리스마스에는 김금희 작가는 갑자기 망가지는 일상의 한 순간을 진짜 잘 포착한다. 근데 그 망가지는 모양새는 뭐랄까 평소에도 물렁하고 위태롭다가, 과거의 어떤 마음을 만나서 픽-하고 쉽게 쓰러져 버리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다들 좀 과거에 살고 있고 특유의 부채감같은 게 있는 인물들이다. 부산, 크리스마스, 매운 짬뽕, 떡볶이, 그리고 지난 연애. 이 키워드들로 솜씨 좋게 풀어낸 재밌고 김금희스러운 이야기였다. 2. 전하영, #그녀는조명등아래서많은시간을보냈다 부끄럽고 별로인 예술하는 중년 남성이 나오는 것이 너무나 하이퍼리얼이라 읽다가 괴로운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지만..거의 길티플레저 수준;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향하는 곳이 있었고 이 소설이 이번 젊은 작가상 대상이라는 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3. 김지연, #사랑하는일 이 소설에 한남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별점 후기 테러를 받고 있다는데…근데 그 부분 진짜 너무 맞말이었다.ㅠ암튼 사랑에 대해,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레즈비언 서사였고, 소설을 다 읽고도 이들이 어딘가에서 사랑하고 있을 것 같았다. 4. 박서련, #당신엄마가당신보다잘하는게임 오…오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새로운 이야기라는 건 바로 이런 이야기를 두고 말하는 구나 싶었다. 롤이랑 비슷한 한 게임...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저자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4.08.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은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김초엽 작가의 SF적 상상력은 늘 약하고 소외된 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한 시선은 훨씬 더 깊고 넓은 우주로 퍼진다. 지금 여기에서 상상해보아야 할 어떤 미래로. 소설을 읽고 우주의 광활한 크기나 시간의 불가항력을 간접경험한 후에도 두려움보다는 땅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갈 믿음이 생긴다. 아마 상상의 출발지 때문이겠지. 장편도 기다려지고 김보라 감독님의 필터로 태어날 <스펙트럼>도 넘 기대된다..🪐 “그런데 거대한 구조물을 상상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기억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한다면 여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 김초엽, <인지 공간> 작가 노트 중
명절에 읽으니까 더 리얼하구 소름끼치고 재밌는 <화이트 호스>. 소설 속 어떤 여성은 복합적이고 심각하게 가부장제에 결속된 가해자가 되어 폭력을 저지르는 한 가운데 기묘하게 서 있다.(손, 서우) 또다른 여성은 당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냉정했던 할머니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이기적이었으나 내내 친절했던 할아버지 보다 미워한다. 그리곤 할머니를 미워하는 자기 자신을 또 미워한다.(가원) 그렇게 되물림되며 엉키는 굴레, 여성들끼리의 싸움인양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평온히 잠드는 남편. 몰라도 된다는 것도 권력이라는 것(음복)을, 소문과 험담으로 둘러싸인 과장된 여자는 사실 단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는 것(오물자의 출현)을. 겹겹이 싸인 이야기 끝에 남은 비밀들을 마지막에 가서 다 알게 되는 쾌감이란.. 농담하듯 건네는 서늘한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넘 좋으시다. 짜릿해. “나는 동화 속의 공주가 아니고,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어.” 화이트 호스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