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책과 마주하다』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감성에 한 번 더 빠지다.비밀. 정말 그것은 깊은 밤 어둠 속에서 하는 공기놀이와 비슷합니다. 누가 알든 보든 아무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죠. 차륵 차륵, 사락사락, 은밀한 소리가 들릴 뿐이에요. 공기는 틀림없이 눈앞에 있고, 얇은 천의 매끄럽고 차가운 감촉도, 손바닥에 느껴지는 조그만 팥알들의 유쾌한 무게도, 그것을 던지고 받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현실인데.어릴 때부터 쓰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일보다 잘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일은 하나같이 너무 못하는 탓에, 그런 것에 비해 잘한다고 안이하게 자신감을 가질 수도 없었다.그런데도 영어 학원이나 서점이나 채소 가게에서 민망하리만큼 뒤처지게 일하는 나날 중에, 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어렴풋 의심하기 시작했다.언어만으로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 그런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이었습니다. 모든 소설은 언어로 되어 있으니, 좀 이상한 결심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 사람은 거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언어가 아닌 것의 영향을 받습니다. 거기에 있는 언어 이외의 것, 그것은 일반론이나 상식, 자신의 의견과 경험, 주위 사람들의 의견이나 경험 같은 것들이죠. 물론 그런 것들도 중요한 요소지만, 소설의 입장에서는 좀 답답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들에 윤색되...
『하나, 책과 마주하다』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써내려간 연애편지.그저 간직하며 품고만 있었는데 그들에게 편지가 발송된다, 하나도 빠짐없이. 한국계 미국인인 라라 진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바로 그간 좋아했던 네 명의 남자들에게 연애편지를 썼다는 것이다.주소까지 완벽하게 써놓은 편지지만 단순히 '간직하기용'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넣은 편지는 보내지지 않은 채 상자 속에 담아진다.그런데 간직하기로만 한 편지가 편지봉투에 써져있는 주소로 몽땅 보내진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네 명의 남자 중 조시는 언니의 전 남친이었는데 언니를 너무 사랑하는 라라 진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네 명의 남자 중 피터와 손을 잡게 된다.피터는 라라 진의 편지들이 과거에 쓴 편지라 그 때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다르다는 사실과 이 편지 모두가 어처구니없이 모두 발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마침 여자친구와 헤어진 피터는 전 여친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라라 진과 함께 계약연애를 하게 된다.시작은 계약연애였지만 이후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 피터와 라라 진은 앞글자가 빠진 진짜 '연애'를 하게 된다.여기까지가 전권이었던 『내가 사랑했던 모 든남자들에게』의 줄거리이다.이어진 2권인 『P. S. 여전히 널 사랑해』는 편지를 보냈던 네 명의 남자 중 한 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이다.어린 시절, 피터와도 단...
『하나, 책과 마주하다』종이 위에 연필을 올리는 순간, 사각사각 소리에 취한다.진정 이제는 디지털 시대이다.전에는 수첩이나 메모지를 꺼내 썼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혹은 아이패드를 꺼내 쓴다.하얀 종이와 펜이 아닌 휴대폰과 컴퓨터만 있으면 되는 시대이다.허나 나는 꽤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좋아하는지라 핸드백에 예쁜 메모지와 펜을 넣고 다니고 어렸을 때부터 쓰고 있는 글쓰기 노트에 생각과 감정을 컴퓨터를 통해서가 아닌 종이에 옮겨 적는다.또한, 평소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 전화나 카톡 외에 편지로도 마음을 담아 적어 보내곤 한다.그래서 한 책제목에 이끌려 바로 읽어보았으니 그 책은 바로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이다.『여전히 연필을 씁니다』는 9명의 창작자들(태재, 재수, 김혜원, 최고요, 김은경, 한수희, 김겨울, 펜크래프트, 흑심)의 연필 예찬론이라 할 수 있겠다.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연필을 즐겨 쓴다기에 동질감(?)을 느껴 읽게 되었다. (요즘은 연필을 애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깐.)샤프는 샤프심만 잔뜩 넣어 뚜껑만 딸깍딸깍거리면 끝이지만 연필은 사용하면 할수록 닳아지기에 깎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허나 만화가 재수님께서는 연필을 깎는 순간에는 정서적 치유 효과, 재충전 효과, 측정 및 각성 효과, 추억 소환 효과, 설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즐겁게 마음껏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연필을 깎아 보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