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지만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의 신기원이 도래함과 동시에 불신의 신기원이 열렸다. 빛의 계절이면서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다가도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았다. 다 함께 천국으로 향하다가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물론 그런 식이지만, 언론과 정계의 목소리 큰 거물들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 시대가 극단적으로만 보여지길 원했다. 사람이란 존재 모두가 서로에게 깊은 비밀과 수수께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생각해 보면 경이로운 일이다. 깊은 밤 도시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어둠 속 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들 안에 숨겨진 비밀들을 엄숙히 떠올려 본다. 움직이지 않는 영원한 그 별빛 아래, 학자들이 말하길, 어떤 별은 이 작은 땅과 너무 멀어서, 무엇이든 고통 받거나 죽는 우주의 한 점인 이곳에서 발견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 별빛 아래, 밤 그림자는 크고 어두웠다. 분수대의 물이 흐르고, 날랜 강물이 흐르고, 하루가 흘러 저녁이 되고, 이 도시 안의 많은 인생도 규칙대로 죽음으로 흐르고 있었다. 시간과 대세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았고, 쥐들은 어두운 구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이 들고, 저녁 식사에서는 가장무도회가 시작되고, 모든 것이 그렇게 제 갈길대로 흘러갔다. 수많은 밤낮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