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저자 최은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08.07. 상세보기 최은영의 단편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속에 깃든 정서는 복잡하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희원은 늦깎이로 편입한 대학에서 그녀에게는 특별했던 젊은 여자 강사의 수업을 듣는다. 우연히 그 강사가 자신과 같이 늦깎이로 대학원에 다녔고, 여자이기에 연민을 느낀다. 희원에게 그 강사는 삶의 멘토가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희원은 강사에게 삶을 이어가고, 그 끝을 보기 위해 끝까지 가 보게 만드는, 강렬한 빛은 아니지만 희미한 빛으로도 찬란히 빛날 수 있는 존재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희원과 강사의 관계는 <몫>에서 해진과 정윤의 관계와 유사하다. 교지 편집부 선배인 정윤은 여러모로 글을 잘 쓰는 선배였다. 해진은 그런 그녀에게 존경을 품지만, 실력이 떨어지고 권위적인 예비역 선배 용욱과 정윤이 사귀고 결혼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진의 동기 희영과 선배 정윤은 의견 차이로 대립하고, 급기야 기지촌 활동을 나간 희영이 병마로 유명을 달리하자, 정윤의 슬픔을 달래주는 몫은 해진의 어깨다.<일 년>에서도 동성 간의 유대는 계속된다. 인턴사원 다희와 카플을 하는 정직원 지수는 동갑인 다희의 솔직한 태도에 서서히 마음을 놓는다. <답신>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매의 애증을 다루고 있다.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모를 나이에 나이 들고 변태 성향의...
이주하는 인류 저자 샘 밀러 출판 미래의창 발매 2023.07.20. 상세보기 필자의 블로그 닉 네임이기도 한 역마살이란 말이 있다. 정주하지 못하고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는 의미다. 역마살은 모험을 한다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도전이라는 의미보다는, 사실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한 말이다. 역마살이 부정적이라 함은 우리의 사고 속에 인간은 정주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음이다. 그런데, 인간은 본디 이주하며 살아왔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샘 밀러의 『이주하는 인류』다.저자 샘 밀러는 이주가 인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주에 비해, 한곳에 머물고 국가를 이루고 했던 정주는 오히려 그 역사가 짧다. 저자가 지목한 이주의 개념은 심리학자 그레그 매디슨의 주장에 기초한다. 이주는 서로 매우 상이한 다른 문화를 만나고 이를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주 정의를 거리나 국경에 기초하지 않고,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는 것에 둔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이주의 역사를 원시시대 이전부터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인간 외 동물로 이주의 영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첫 이주는 5억 3천만 년 전 가재지네가 물에서 육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시작된다. 영장류가 나타난 것은 8천만 년 전, 영장류와 인간이 분화한 것은 5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지만, 화살표로 표시될 만큼 단순하고...
인간의 마음 저자 에리히 프롬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02.08.10. 상세보기 에리히 프롬은 프로이트의 제자로 불린다. 구스타브 융과 대척 관계에 있던 프롬은 그렇다고 프로이트의 모든 이론을 신봉하지 않았다. 프롬의 저작 가운데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한 책이라면, 『인간의 마음』을 들 수 있다.프롬이 『인간의 마음』에서 설명하려 했던 것은 인간은 과연 선 한가 악 한가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는 악의 정위Orientation 세 가지를 설명했다. 죽음에 대한 사랑과 자아도취, 그리고 근친상간적 고착이다. 이 세 가지 자체가 악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악한 이들은 세 가지 정위가 너무 강해 쇠퇴의 증후군을 형성한다. 대표적인 세 가지 정위의 최악의 케이스가 집대성된 인물이 히틀러다. 이 책의 곳곳의 좋지 않은 사례로 히틀러의 경우가 예시로 설명된다. 히틀러는 대표적인 자아도취자였고, 근친상간적 고착을 가진 자였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아도취를 위해 타인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가는 퇴행을 일으켰다. 이런 사람이 악인이다.프롬이 지목한 첫 번째 정위는 죽음에 대한 사랑이다. 필자도 소개한 그의 저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이미 설명한 네크로필리아necrophilious다. 죽음에 대한 사랑은 프로이트도 지목했듯 일종의 항문 가학적 성적 도착倒錯이다. 시체와 부패, 배설물에 대한 집착, 죽음...
그렇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역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소개된 유명한 구절 중 하나는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라는 표현이다. 주인공 토마시는 한 여인 만을 사랑하는 구속에 대해서 'Es muss sein'이라 화답했다. 토마시는 인생이 무거움을 택한 셈이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았다. 사실 이 구절은 베토벤의 작품 135번 4악장 작품 속에 베토벤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말이다. 밀란 쿤데라가 인용하는 바람에, 베토벤에 관한 일화도 덩달아 유명해진 셈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20. 인생에서 꼭 그래야만 하는 일들이 있을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듯한 우리 인생에서 꼭, 반드시,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은 인생의 무거움을 선사한다. 사회 제도가 주는 규약, 지켜야 할 의무, 따라야 할 법령.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는 많은 'Es muss sein' 들의 연속이다.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찬란히 빛나야 할 주인공을 갈구하면서도, 실상은 무겁게 자기 의무를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열정 때문에 눈에 콩깍지가 씌여 어떤 일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번 주는 이른 여름휴가다. 조금은 이른 시기에 여름휴가를 썼던 것은 바로 FC 서울 경기...
단어의 사생활 저자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출판 사이 발매 2024.06.20. 상세보기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 때문에 우리는 종종 보이지 않는 키보드 자판기 뒤에서 숨어 우리의 감정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종종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나친 언어폭력과 인신공격으로 상처를 입는다. 사회적 신분이 철저히 숨겨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인 정보는 인터넷 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정보 보호하려 애쓴다. 홍채와 지문 등 생체 인식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간다. 그런데, 우리가 인터넷 공간에 뿌려대는 글도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W. 페니베이커가 쓴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책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인은 매일 1만 6천 개의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는 부지불식간 우리의 정체성과 성장 배경을 알 수 있는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무심코 작성된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작성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성격,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와 교육의 정도, 진위 여부, 감정의 변화, 권력 정도 등 다양한 개인의 성향의 거의 모든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교육의 정도에 따라 개인의 사용하는 어휘의 수와 다양성은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단어의 풍부함에 주목했던 것이 아니다. 글 속의 개인의 성향...
단어의 사생활 저자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출판 사이 발매 2024.06.20.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 때문에 우리는 종종 보이지 않는 키보드 자판기 뒤에서 숨어 우리의 감정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종종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나친 언어폭력과 인신공격으로 상처를 입는다. 사회적 신분이 철저히 숨겨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인 정보는 인터넷 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정보 보호하려 애쓴다. 홍채와 지문 등 생체 인식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간다. 그런데, 우리가 인터넷 공간에 뿌려대는 글도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W. 페니베이커가 쓴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책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인은 매일 1만 6천 개의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는 부지불식간 우리의 정체성과 성장 배경을 알 수 있는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무심코 작성된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작성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성격,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와 교육의 정도, 진위 여부, 감정의 변화, 권력 정도 등 다양한 개인의 성향의 거의 모든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의 정도에 따라 개인의 사용하는 어휘의 수와 다양성은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단어의 풍부함에 주목했던 것이 아니다. 글 속의 개인의 성향을 알려주는...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제임스 W 페니베이커라는 사회심리학자의 책이다. 심리학자가 웬 단어?라는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의외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이 책의 골자는 인간은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로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성별, 나이, 학력뿐 아니라 사회적 서열, 격식, 권력의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 중 한 가지 조금 더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하는 데,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나'라는 표현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또 다른 생각의 연결 고리를 촉발하고 말았는데, 유난히 '본인은~'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던 80년대의 군사독재자 전두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본인은~'도, 제임스 W 페이베이커가 제시한 정의에 의하면, '나'인 셈인데, 절대 권력의 제일 꼭대기에 있던 전두환은 왜 '우리'라는 표현 보다, '나'라는 표현을 더 즐겨 썼던 것일까? 아마도, 자아도취에 빠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단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법 보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즘에 더 빠져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한다. 많은 이들이 독재자를 이 부분에 주목했다. 민족을 이야기하고, 저들과 우리를 구분하려 했던 그들은, 사실 군중의 심리를 이용해 그들을 조정하려 했었다는 것을 말이다. 독재자는 자신 만을 바라본다. 이 세상...
인간의 마음 저자 에리히 프롬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02.08.10. (Part 1에서 계속) 그런데 왜 아버지에 대한 고착은 없을까? 이는 프롬의 다른 저작, 『사랑의 기술』에서 설명했듯,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부적 사랑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자식에서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와 지켜야 할 윤리의 잣대 등 탄생 이후에 인간이 만들어내 집대성한 문화를 전수한다. 그것을 따라야, 비로소 아버지는 보상해 주기에 이르며, 무조건적으로 해주지 않는다고 프롬은 주장한다. 따라서 아버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고착이 있을 수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것만큼 강력하지 않다. 그런데, 어머니의 근친상간적 고착이 무슨 문제일까? 사회에서 겪는 어머니는 가문, 지역, 국가, 민족, 인종, 종교 등 더 커다란 집단으로 사회화되었을 때 벌어진다. 인간은 자신의 어머니와 달리 '불멸의 어머니'를 꿈꾼다. 이들 확대된 '어머니'에 대한 광신적인 애착 상태가 문제의 발단이다. 이성적 판단이 불가해지고, 나의 집단이 아니라 판단된 사람들에 대해 인간이 아닌 것으로 느끼는 타자화 (그렇기에 이들을 헤쳐도 죄책감이 없다.)가 일어나고 집단 맹신주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광신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자, 민족주의를 가장한 차별주의자들의 모습이다. 프롬은 앞서 지목한 세 가지 정위, 즉 죽음에 대한 사랑, 자아도취, 그리고 근친상간적 고착이 최악의 ...
인간의 마음 저자 에리히 프롬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02.08.10. 에리히 프롬은 프로이트의 제자로 불린다. 구스타브 융과 대척 관계에 있던 프롬은 그렇다고 프로이트의 모든 이론을 신봉하지 않았다. 프롬의 저작 가운데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한 책이라면, 『인간의 마음』을 들 수 있다. 프롬이 『인간의 마음』에서 설명하려 했던 것은 인간은 과연 선 한가 악 한가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는 악의 정위Orientation 세 가지를 설명했다. 죽음에 대한 사랑과 자아도취, 그리고 근친상간적 고착이다. 이 세 가지 자체가 악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악한 이들은 세 가지 정위가 너무 강해 쇠퇴의 증후군을 형성한다. 대표적인 세 가지 정위의 최악의 케이스가 집대성된 인물이 히틀러다. 이 책의 곳곳의 좋지 않은 사례로 히틀러의 경우가 예시로 설명된다. 히틀러는 대표적인 자아도취자였고, 근친상간적 고착을 가진 자였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아도취를 위해 타인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가는 퇴행을 일으켰다. 이런 사람이 악인이다. 프롬이 지목한 첫 번째 정위는 죽음에 대한 사랑이다. 필자도 소개한 그의 저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이미 설명한 네크로필리아necrophilious다. 죽음에 대한 사랑은 프로이트도 지목했듯 일종의 항문 가학적 성적 도착倒錯이다. 시체와 부패, 배설물에 대한 집착, 죽음에 대해,...
그만. 더 읽을 수 있음에도 책 읽기를 멈춘 달은 오랜만이다. 11권을 읽고 12 번째, 13 번째를 읽고 있지만 주말에 무리해서 완독하지 말고 7월에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물론, FC 서울 경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지만, 뭔가 오늘은 나를 위해서 온전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 빼고, 천천히. 6월에 읽었던 책을 돌이켜본다. 6월은 새로운 작가의 책보다는 기존에 좋은 느낌을 가졌던 작가의 다른 책들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프랑스 작가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 너무 감동적으로 봤던지, 그의 다른 책들을 둘러보다 만난,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나 『두 번째 산』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 그리고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나, 임경선의 『다 하지 못한 말』,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도 그렇다. 물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읽었던 11권의 책 중 6권이 그런 맥락이니, 6월은 '익숙함에 기대어 봤던' 한 달이라 할 수 있겠다. 24-046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 장 폴 뒤부아 (6/2) 24-047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주디스 올로프 (6/5) 24-048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6/6) 24-049 다 하지 못한 말 / 임경선 (6/9) 24-050 사람을 안다는 것 / 데이비드 브룩스 (...
K리그 20R FC 서울의 전북 원정 경기가 있던 날이다. 글쎄, 난 시작 전부터 서울의 승리를 예상했다. 집사람에게도 5:0 정도의 대승이 예상된다고 말했으며, 네이버의 FC 서울 팬들의 승부 예측 투표에서도 '대승'을 찍었다. 그래서, 전주 원정 길에 두 번이나 예매와 취소를 번갈아 가며 갈등했다. 결국은 아내의 일정 때문에 원정길에 동참하지는 못했다. 직장 동료들한테도 오늘은 꼭 무슨 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던 바. 그리고 경기가 시작될 즘 이미 맥주 두 캔을 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서울의 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사실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기세는 서울에 있었다. 공교롭게 양 팀은 소속 선수가 음주 파문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의 수비수 황현수 선수의 음주 운전 사실이 알려졌고, 전북은 김진수 선수가 음주 사실이 들통났다. 그런데, 사고의 대처가 달랐다. 서울은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황현수 선수와 계약 해지 수순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비해 전북의 경우는 김진수 선수가 음주 사실이 있음에도 이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공정을 중요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것은 무엇으로 비췄을까? 게다가 김진수 선수는 전북의 주장이다. 서울의 캡틴, 제시 린가드 무려 7년 동안 리그 21경기, FA컵까지 합쳐 23경기 무패의 기록을 남긴 전북은 선수 관리도 그렇지만, 이미 그 마음가짐에서 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 꼴찌...
6월의 마지막 주, 남부 지방에서는 장마가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 때문인지 오후에는 간간이 바람도 불던 어제. 장마 호우豪雨 대신 반가운 호우好友들이 몰려왔다. 오늘은 반년 만에 회사 동기들을 만나는 날이다. 동기들이라고 해봐야 정통적인 동기의 개념은 아니다. 경력직으로 만난 우리는 나이가 같아 어느 순간 동기가 되었다. 각자 일하던 부서도 달라 일적으로는 엮일 일이 없었다는 것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 어려웠던 코로나 팬데믹도 동기들 때문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다 2~3년 전부터 회사는 돈이 없어서 그런지, 그룹의 정책이 바뀌어서인지는 모르나, 하나둘씩 하던 사업을 접었다. 제일 먼저 필름 사업 쪽에 있던 동기 하나가 매각되며 사업과 같이 딸려 퇴사했다.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쪽 사업을 하던 나머지 동기도 마찬가지로 사업이 없어지면서 새로운 사업에 매각되어 퇴사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오래 붙어있던 나도, 우리 사업도 이제 그룹에서 떠나 외부 사모펀드로 매각되었다. 우리 동기 셋을 만나게 해 주었던 그 회사와는 완전히 이별한 셈이다. 동기들은 못해도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만나는 데, 한 동기가 다른 그룹사의 법인장이 되면서 갑자기 바빠지고, 다른 동기는 발가락까지 수술을 해서 올해는 한 번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정말 반갑지 않을 수 없는 동기들이다. 한 동기는 대우 상사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