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저자 레이첼 카슨 출판 에코리브르 발매 2011.12.30.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는 냉전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1950년대와 1960년대. 과학은 최고의 신앙으로 추앙되던 시기였습니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자 우주를 지배하는 신과 동급으로 불리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과학의 힘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던 때였습니다. 누구도 과학의 힘에 감히 대항할 수 없던 시절. 미국의 한 여성 생태학자였던 레이첼 카슨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한 책으로 일침을 가합니다. 1962년에 출간된 바로 이 책 '침묵의 봄(원제: Silent Spring)'입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가 불러온 생태계 파괴를 지적하고, 급기야 화학적 방제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환경 운동이 시작되는데 공헌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결국,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DDT 등 화학살충제의 살포로 인해 박멸하려던 해충뿐 아니라, 생태계의 아래와 위 그리고 인간까지 무차별적인 해를 가했습니다. 방제 효과에 비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으니 철저히 실패한 정책이었습니다. 미국 농무부에 의해서 시작된 DDT를 이용한 방제로 담수가 오염되었고, 살충제는 지하수로 스며들어 방제지역의 상류와 하류의 모든 생물들을 초토화 시켰습니다. 토양에 살던 수많은 박테리아와 미생...
당신들의 천국 저자 이청준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2.09.28. 2008년에 작고한 작가 고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나병 환자들의 낙토를 만들고자 고군 분투했던 한 병원장과, 그를 둘러싼 나병 환자들의 갈등.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육지의 세력들의 위협에, 어떻게 작은 섬의 사람들이 스스로가 쌓아 올린 장벽을 무너트리고, 행복한 섬을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소록도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거의 전무하던 나에게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소록도에서 실제로 병원장으로 근무했던 분을 모티브로 하여 씌여진 이 소설은, 소록도의 새로 부임한 병원장이, 육지에서 갖은 핍박 속에 어느덧 정상인을 믿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소록도로 들어온 나병 환자들을 위한 낙토(낙원)을 만들기 위한 긴 여정을 그렸다. 새로 부임한 조원장은, 나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낙원은 바로 소록도에 살고 있는 환자들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간척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을 추진하던 중, 서로 간의 갈등이 자유를 추구하는 것에 있음을 깨닫는다. 즉, 자유를 찾아서, 서로의 이해타산에 맞춰 자유롭게 주장함으로 인해, 결국 서로를 해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됨을 깨닫게 된다. 자유 보다 더 큰 가치는, 결국 구성원 간의 사랑이라고 이 책은 전하며, 사랑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믿음이 ...
역사란 무엇인가 저자 에드워드 카 출판 까치 발매 2015.03.16. 역사는 무엇이고, 역사의 객관성은 어떤 개념일까요? 역사는 과거 사실의 나열이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인류의 역사는 발전하다고 믿어도 되는 건지요? 이런 물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 (Edward Hellett Carr)의 '역사는 무엇인가 (What is history)'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H. 카는 전통적인 역사학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대학에 머물렀던 반면, 카는 정치 일선과 전략가로써 공무원으로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습니다. 카가 이 책을 썼을 당시는 전 세계가 냉전을 경험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인 환경은 결국 인류를 위해 더 나은 미래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치를 저해합니다. 더 나은 사회로의 진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카는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카의 역사의 유명한 정의가 나옵니다. 바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실을 나열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근대에서 현대에 들어서 모든 것을 과학적은 계량과 측정을 원칙으로 하는 실증주의에 사조가 주류였습니다. 모든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영국의 사조도 사실은 '립 반 윙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격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
꽃들에게 희망을 저자 트리나 폴러스 출판 시공주니어 발매 2017.03.05. 안녕하세요! 역마살 잡식 독서객입니다. 인생에 대한 성찰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에 대해서 야이기 할까 합니다. 더 좋은 삶을 갈구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호랑 애벌레는 태어나 살아온 나무에서 잎사귀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변함없는 나무가 제공하는 잎사귀를 먹으며 자라던 호랑 애벌레는 단순히 먹고 자라는 것 외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 믿고 나무를 떠납니다. 나무에서 내려와 세상을 처음 보게 된 호랑 애벌레. 세상에는 호기심을 주는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어느 것도 호랑 애벌레를 만족시켜 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무리의 애벌레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거대한 애벌레의 탑. 애벌레들은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 서로 올라가려 하는 바람에 커다란 탑을 만나요. 그 탑에는 애벌레들이 서로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올라가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러던 사이 호랑 애벌레는 한 애벌레를 만납니다. 자신과 같이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노랑 애벌레를 본 거죠. 노랑 애벌레도 호랑 애벌레도 저 높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러나 노랑 애벌레의 머리를 밝고 올라서려는 순간 노랑 애벌레의 애틋한 눈을 보고만 호랑 애벌레. 머리를 디디고 올라선 것에 대해...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저자 버네사 우즈,브라이언 헤어 출판 Random House Trade 발매 2021.07.13. <Part 2에서 계속> 다정함에도 차별점이 있다.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는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닮을수록 인간에게 더 친근감을 준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닮음의 정도degree of similarity는 단순한 우상향이 아니다. 인간에게 닮을수록 친근감이 커지다가, 매우 닮게 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이상한 계곡uncanny valley가 존재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우리와 닮은 존재들을 차별의 시각으로 보는 것일까? 이런 의미에서 유의미한 개념이 있다. 바로 유인원화Simianization다. 유인원화는 비인간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유럽인들은 원숭이와 흑인의 유사함을 자신들 보다 더 가깝다고 느낀다.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문명세계의 중간에 흑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 <킹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킹콩은 거대한 고릴라로 백인 여성에 성적으로 매료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1933년 9명의 청년들이 백인 여성 두 명을 강간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를 풍자한 포스터는 명백한 유인원화를 보여준다. 킹콩 흑인 청년들이 거의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다. 다민족에 대한 인간의 유인원화를 흔한 모습이고, 그들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인간화가 일어...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저자 버네사 우즈,브라이언 헤어 출판 Random House Trade 발매 2021.07.13. 상세보기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가 책을 낸 것은 2021년의 일이다. 원래는 2016년 원고를 거의 마무리했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는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다정함이 인간 생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결론을 제시하려 했던 원래의 취지를 돌려, 어떻게 하면 다정함을 인류 공영의 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원고를 고쳐 쓰느라 4년을 더 보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진화인류학, 뇌신경 과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와 정치학이라는 다방면의 지식들이 총망라된 책이다. 필자는 이 책을 원서로 다시 보고 싶어졌다. 원서의 제목은 『Survival of The Friendliest』다.원서로 이 책을 다시 만나는 이유는, 원서가 주는 표현의 적확함을 맛보기 위함이다. 또, 간혹 국내의 정치 상황 때문에 번역서들이 내용의 고치는 경우도 있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함도 있다. 제목부터 왜 이 책의 번역서가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라고 하였는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패러디로 '적자'를 뜻하는 'Fittest' 대신의 'Friendliest'로 대체...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저자 버네사 우즈,브라이언 헤어 출판 Random House Trade 발매 2021.07.13.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 출판 디플롯 발매 2021.07.26.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가 책을 낸 것은 2021년의 일이다. 원래는 2016년 원고를 거의 마무리했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는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다정함이 인간 생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결론을 제시하려 했던 원래의 취지를 돌려, 어떻게 하면 다정함을 인류 공영의 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원고를 고쳐 쓰느라 4년을 더 보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진화인류학, 뇌신경 과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와 정치학이라는 다방면의 지식들이 총망라된 책이다. 필자는 이 책을 원서로 다시 보고 싶어졌다. 원서의 제목은 『Survival of The Friendliest』다. 원서로 이 책을 다시 만나는 이유는, 원서가 주는 표현의 적확함을 맛보기 위함이다. 또, 간혹 국내의 정치 상황 때문에 번역서들이 내용의 고치는 경우도 있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함도 있다. 제목부터 왜 이 책의 번역서가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라고 하였는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패러디로 '적자'를 뜻하는 'Fittest' 대신의 'Friend...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저자 버네사 우즈,브라이언 헤어 출판 Random House Trade 발매 2021.07.13.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 출판 디플롯 발매 2021.07.26. <Part 1에서 계속> 자기가축화가 사피엔스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줬다? 저자는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Jerome Kagan의 연구 결과에 주목한다. 그는 동물이 그러하듯 인간의 감정 반응에도 편도체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도마뱀의 뇌 속에 깊이 감춰진 편도체, 위협과 안정에 반응하는 원시적인 뇌의 부분인 편도체는 인간의 감정 반응에도 작용한다. 반응성이 낮으면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의 속도가 늦어진다. 외부의 위협에 뇌의 부분이 작용하여 공감을 부르는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런 기질은 인내하고 협력하는 감정의 반응이 진화를 통해 선택되었다. 바로 자기 통제Self Control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 통제는 더 크고 복잡한 사회 집단을 형성해 살아가던 인간에게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열쇠였다. 일반적으로 포유류는 뇌 속 대뇌피질에 신경다발이 많을수록 자기 통제를 잘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포유류는 뇌가 커지면 신경 다발의 밀도는 반대로 낮아진다. 유인원은 이 규칙에서 벗어난다. 유인원은 뇌가 커져도 신경 다발의 농도가 낮아지지 않는다. 인간의 경우는 이 경...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저자 버네사 우즈,브라이언 헤어 출판 Random House Trade 발매 2021.07.13.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 출판 디플롯 발매 2021.07.26. 감명 깊은 인생 책을 읽다 보면, 아.. 이 책을 원서로 읽어 봤으면 하는 책들이 있다. 최근에 필자가 명작들을 원서로 읽어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 원서가 주는 장점은 간혹 번역 때문에 원전의 뉘앙스와 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된 부분을 생생하게 읽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캠페인이 계속되어서 더 많은 원서들을 읽어 볼까 한다. 2022년 필자가 소개했던 브라이언 헤어와 바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는 흔히 이야기하는 '적자생존'의 참담함을 현실이라 여기고 있던 독자 대중에게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이며, 약육강식의 살벌한 이 세상을 보는 렌즈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일깨워 주는 대단한 책이었다. 특히, 90년 대 이후 전 세계를 제패한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갔던 지난 30~40 년의 결과,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을 뿐이었다. 그 결과로 부의 정도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트럼프를 위시한 스트롱 맨들이 국민을 선동하고 정권을 잡는 현실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은 약자를 탐해서 부를 축적...
완전한 행복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1.06.08. 상세보기 안녕하세요? 역마살 잡식 독서객입니다.오늘은 현재 베스트셀러 소설 중,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을 소개 드립니다.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7년의 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정말 소름이 끼칠 만큼 서늘한 기운을 책을 읽으면서 느끼긴 오랜만입니다. '살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유난히 많고, 또 끔찍한 전율을 여러 번 느껴서 한동안 멀리했던 기억이 있을 만큼 사건과 관련된 책은 이 분이 가히 전문가가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다만, 이번 작품 '완전한 행복'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방점이 있다기 보다, 주인공 인물의 성격을 타인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처럼 짜 맞추는 묘미가 있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한 여성의 비뚤어진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유정' 사건과 기본 얼개가 같습니다만, 주인공들 사이에 관계는 허구라고 작가도 고백하고 있습니다.고유정 사건은 아시다시피, 재혼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죽이고, 또 현재의 남편의 자식을 죽인 사건이며, 경찰에 검거되었을 때도 왜 찾아왔냐는 식으로 태연한 모습이 공분을 사게 만들었던 사건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신유나가 딸 지유를 만나러 온 전남편 서준영...
국화와 칼 저자 루스 베네딕트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19.08.25. 안녕하세요! 역마살 잡식 독서객입니다. 위장된 의지와 과중한 사회 의무에 대한 이방인의 시선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1946년)』 누군가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정통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꼽는 책이 있다. 바로, 미국의 비교문화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다. 출간된 지 벌써 76년이 지난 이 저작이 현재에도 가장 일본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호평 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1941년 미국 국무부의 위촉을 받아 진행한 연구를 시작한 이후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일본 패망 직후인 1946년의 일이다. 그러나 서로 총칼을 대고 전쟁을 치른 ‘적국’의 대한 연구는 혐오와 편견이란 장애물이 있었음에도 현재까지도 일본 문화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저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연구 과제로 적국 일본을 연구하는 의의를 규정한다. 이어, 국내외 사회를 바라보는 ‘각자 알맞은 위치가 있다’는 그들의 신념이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곧 이어 계층 사회에 대한 신념의 뿌리를 찾아 바쿠후가 지배했던 봉건 사회에서 천황이 재 옹립 되고 이후 근대사회로 발전하...
그러면 이쯤에서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의 의미를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진보는 허구라는 것을 믿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멈춰있어달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군중 심리로 모두가 아무런 지적 열망 없이 과학은 진보고 진보는 진리라는 식으로 무조건적 맹종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뉴턴, 베이컨, 로크, 데카르트 이들이 주창한 기계론적 세계관은 지난 500 년간 세상을 지배했다. 인류는 과학적 진보를 이룰 유일한 존재고 그런 인간이 이끌고 있는 과학적 진보는 진리라는 시각은 감히 신의 영역으로 진출했다 자축하는 인간의 시각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임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인간 문명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기계론적 패러다임에 빠져 사는 이들의 주장은 한 발 물러서 관조적으로 밤 하늘을 보면서 깨끗이 잊을 수 있다. 저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을 보자. 저 수많은 별들의 존재에 비해 지구는 별의 인력에 이끌려 주변 궤도를 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 행성의 나이에 비해 생명의 나이 또한 먼지 같은 시간이며, 그중에서도 인간 문명의 시간은 정말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잠시 이 행성에 살다가 엔트로피의 극대점을 이루고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이 책을 썼을 1980년대는 냉전의 시대로 미국과 소련의 군비 증강 경쟁에 있던 시기고, 오일 쇼크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는 인간의 역사 속에 '진보'에 대한 관념을 재인식 시킨다. 뉴턴 추종자들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는 과학의 발전은 문명의 진보로 이어진다 믿는다. 그 결과로 진보를 통해 인간은 어제보다는 더 좋은 미래를 일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역학 제2 법칙의 관점에서, 달리 말하자면 엔트로피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이 떠드는 진보는 에너지 획득 방법을 달리 한 것일 뿐, 엔트로피의 극대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진리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설명한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유용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주변을 무용한 에너지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점점 더 효율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이 책에서 예시를 든 사례는 바로 나무와 석탄이다. 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반면 석탄은 채굴하기 위해 갱도를 만들고 인부가 중노동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이 인간에 손에 더 취하기 손쉬울까를 따지면 단연코 나무다. 그런데 왜 인간은 나무를 버리고 석탄으로, 석탄을 버리고 석유로, 석유를 버리고 원자력을 나아 갔을까?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원을 획득하기 위한 역사였으며, 에너지를 잘 사용하다 엔트로피의 분수령, 즉 해당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역사를 경험하고 그 대체재를 찾아 헤맨 역사였다는 것이다. 13세기와 16세기 사이에 유럽은 엔트로피의 분수령을 경험한다. 나무가 고갈되었던...
1980년에 출간된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는 우주의 역사와 함께, 인간을 비롯한 생명의 진화의 방향성에 대해서, 인간의 파렴치한 행동으로 자행된 환경 파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책이다. 인생 책의 범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인간 사회의 진화가 더 완벽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믿음 자체를 열역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철저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틀의 파괴는 늘 경이롭다. 제레미 리프킨은 고대 그리스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세상이 파멸로 치달을 것이라 설명한다. 그랬던 이 믿음은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해 파괴되고 인간이야말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여기도록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열역학 제2법칙은 우주의 만물은 모두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향한다고 설명한다. 질서가 있는 곳에서 무질서한 곳으로, 유용한 에너지에서 무용한 에너지로 흐른다는 것이다. 우주의 전체 엔트로피는 결국 극대점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가 팽창하다 서서히 그 속도가 줄고 결국 멈추게 되면, 엔트로피는 극대점에 도달한 것이며, 이는 우주 만물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됨을 의미하고, 급기야 시간마저 정지됨을 의미한다. 엔트로피 저자 제레미 리프킨 출판 세종연구원 발매 2015.04.01. 생명은 작은 관점으로 보면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생명의 유전과 거시적 규모에서의 진화는 모든 것이 사...
회복력 시대 저자 제레미 리프킨 출판 민음사 발매 2022.11.01. 수백 년간 지켜왔고 신봉했던 효율성의 신화는 대단한 것이었다. 기계론적 세계관을 정립하고, 정치적으로는 자유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시되었고,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통한 간접적인 정치 참여 형태가 효율적이라고 믿었다. 고전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원리를 믿었다. 정부의 간섭 없이도 이익 추구라는 가장 효율적인 가치 체계에 의해 시장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을 제일이라 믿었다. 과학적으로는 귀납적 추론에 의한 과학적인 사고 체계를 신봉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 여기며 자아도취에 빠졌다. 그러나, 효율성을 쫓아왔던 이 모두는 엔트로피 청구서를 남발하는 것이었다. 산업화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에게 제러미 리프킨은 되묻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경제 발전 탓에 지구의 환경은 이제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고, 인간이 주도한 엔트로피의 양산은 결국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모든 생명을 이끌고 있다고 말이다. 경제학자들이 주목한 경제성장률은 실제로는 순간적인 가치만 측정하는 껍데기뿐인 수치일 뿐, 산업화 이후 남발한 엔트로피 청구서를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발전이 아니라 파멸로 성큼 나가고 있다고 말이다. 『회복력 시대』는 결국, 전작 『엔트로피』가 지목했던 대멸종의 여러 가지 징후들을...
회복력 시대 저자 제레미 리프킨 출판 민음사 발매 2022.11.01. 인간의 역사는 고작 20만 년임에도, 인간이 일으킨 변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이끌고 있다. 한때, 인간은 스스로의 능력을 무한정이라 자만했던 적도 있었다. 우리가 일으킨 '진보'라는 기술의 발전은 항상 '효율성'이란 잣대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효율성의 시대가 될 것이다. 『엔트로피』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이 팬데믹의 시대를 경험하고 오랜만에 전작인 『엔트로피』와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면서도, 결론 부분의 주장을 보다 명확하고 자세히 설명한 책이, 바로 『회복력 시대』다. 마치 효율성의 시대를 설명하며, 『엔트로피』가 주목했던 기계적 세계관을 주범으로 지목하며 『엔트로피』가 못다 이룬 결론에 대해 더 주목한다. 몇 세기 동안 군림하던 효율성의 가치에 의문을 던진 사건은, 팬데믹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부족 사태였다. 싼 곳을 향해 제조 중심을 후진국으로 옮겼던 미국은 코로나 사태 동안 의약품 및 위생품의 부족을 겪었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중복과 반복을 제거해 속도와 최적화를 꾀하는 데 있다. 그러나, 개별경제 주체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신고전주의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떠드는 것과 같은 공통의 이익과는 동떨어진다는 의문을 낳았다. 우리가 직면한 것은 금융위기와 양극화, 극우 세력의 득세, 포퓰리스트와 파시스트의 정치활동, 그리고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믿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알랭 드 보통 출판 청미래 발매 2007.08.01. 상세보기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다.알랭 드 보통이 1992년에 쓴 소설로, "Essays in Love"라는 원제로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로, 국내에서도 번역판이 출간된 지 약 22년이 되었다. 역자 정영목 씨가 이 글을 옮긴지도 벌써 17년이 지났으니, 출간된 지 꽤 된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만난 그들이 - 건축가인 작중 화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클로이, 그들의 만남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며, 서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 그리고 그 단계의 마다의 아슬 아슬한 고비를 넘겨가는 모습이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작중 화자가 남자인 만큼, 사랑의 대상인 그녀, 클로이는 그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연애의 초기 단계에 벌어지는 연인의 심리적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라,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연애의 초기에는 서로 콩깍지가 낀다고 하지 않았나? 클로이의 바르지 못한 치열과 자기 비하적 성격마저도 그의 눈에는 사랑스러웠다.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연애의 초기, 우연한 첫 만남 뒤, 약속을 하고 첫 데이트를 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에게는 제대로 이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발매 2019.06.24. 상세보기 신인 작가 김초엽의 단편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그녀의 소설은 SF 장르를 다룬다. 김초엽 작가는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 석사를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소설은 탄탄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감을 더해 준다."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바이오 해킹을 통해 인간 복제가 이루어진 "마을"의 순례 의식을 통해, 인간의 DNA의 복제로 형상은 복제는 가능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특별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서 반문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차별이 존재하는 지구에 남는 것이 인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스펙트럼"에서는 외계의 생명체를 연구하는 스카이랩의 촉망받는 연구원이었던 할머니는 초소형 광자 추진체가 개발되면서, 외계 탐사에 나선 작중 화자의 할머니 "희진"의 이야기를 통해, 먼 우주에 있을지 모르는 외계 자성체와의 낯선 동질감은 우리가 모두 같은 우주 먼지 출신이라는 경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공생 가설"에서는, 류드밀라 마르코프라는 작가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을 마치 다녀온 듯하게 묘사하는 내용과, 뉴런 활성화 패턴을 이용, 아기들의 인간성을 해석하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발매 2019.06.24. 신인 작가 김초엽의 단편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그녀의 소설은 SF 장르를 다룬다. 김초엽 작가는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 석사를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소설은 탄탄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감을 더해 준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바이오 해킹을 통해 인간 복제가 이루어진 "마을"의 순례 의식을 통해, 인간의 DNA의 복제로 형상은 복제는 가능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특별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서 반문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차별이 존재하는 지구에 남는 것이 인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스펙트럼"에서는 외계의 생명체를 연구하는 스카이랩의 촉망받는 연구원이었던 할머니는 초소형 광자 추진체가 개발되면서, 외계 탐사에 나선 작중 화자의 할머니 "희진"의 이야기를 통해, 먼 우주에 있을지 모르는 외계 자성체와의 낯선 동질감은 우리가 모두 같은 우주 먼지 출신이라는 경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공생 가설"에서는, 류드밀라 마르코프라는 작가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을 마치 다녀온 듯하게 묘사하는 내용과, 뉴런 활성화 패턴을 이용, 아기들의 인간성을 해석하는 기술을 배경으...
그렇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역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소개된 유명한 구절 중 하나는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라는 표현이다. 주인공 토마시는 한 여인 만을 사랑하는 구속에 대해서 'Es muss sein'이라 화답했다. 토마시는 인생이 무거움을 택한 셈이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았다. 사실 이 구절은 베토벤의 작품 135번 4악장 작품 속에 베토벤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말이다. 밀란 쿤데라가 인용하는 바람에, 베토벤에 관한 일화도 덩달아 유명해진 셈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20. 인생에서 꼭 그래야만 하는 일들이 있을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듯한 우리 인생에서 꼭, 반드시,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은 인생의 무거움을 선사한다. 사회 제도가 주는 규약, 지켜야 할 의무, 따라야 할 법령.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는 많은 'Es muss sein' 들의 연속이다.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찬란히 빛나야 할 주인공을 갈구하면서도, 실상은 무겁게 자기 의무를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열정 때문에 눈에 콩깍지가 씌여 어떤 일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번 주는 이른 여름휴가다. 조금은 이른 시기에 여름휴가를 썼던 것은 바로 FC 서울 경기...
“우리 모두의 삶은 그 하나하나가 찬란하게 빛난다.” 서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999년) 밀란 쿤데라 / 민음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20.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한 지식인의 삶을 통해서 인간이 믿고 따라야 할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니체의 말을 인용해서 인간은 고귀하고 묵직한 철학적 이상인 키치를 추구하지만 결국 삶의 순간의 가벼움을 추구할수록 생생하고 진실 해진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의 저마다 가치 롭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 작품은 4명의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토마시는 유명한 외과의사다. 사회적 명망과 달리 여성 편력 심한 호색한이다. 토마시는 여자를 사랑의 목적이 아닌 성을 수집하는 수단으로 대한다. 편집증 적인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적 인물일 뿐이다. 그런 그가 시골 호텔에서 테레자를 만나게 되며 순식간에 사랑은 필연으로 다가온다. 우연히 알게 된 테레자는 토마시에게 인생의 무거움이었다. 수많은 여성을 쫓아 수많은 관계를 맺지만, 결국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오직 테레자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사회적 지위와 생명의 안전도 버리고, 탈출했던 공산주의 체제하의 프라하로 돌아오는 토마시를 보면서, 독자는 가장 인생을 가볍게 살고 있는...
안녕하세요? 역마살 잡식 독서객입니다. 오늘은, 68운동과 그 영향을 받은 문학 작품들에 대해서 몇 권의 책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어제 이웃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을 오늘 좀 정리를 해보는 차원이에요. 68운동이 좀 생소하신 분 들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을 못 미쳤지만(독재 권력의 언론 장악 등 원인으로), 1968년에 독일과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열병처럼 일었고, 주로 대학생들에 의한 사회 운동을 지칭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재판 등을 거치며 기성세대에 대한 무능력과 독선에 대해 일어난 일종의 사회 개혁 운동인데,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창하지는 않았던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68 운동이 폭력적으로 변질되어 지탄을 받았지요. 프랑스적인 삶 저자 장 폴 뒤부아 출판 밝은세상 발매 2005.12.15. 먼저, 68 운동이 가장 처음 일어난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이 있을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작중 화자인 '나'의 일대기를 크로니클 하게 쫓아가는 연대기 형식입니다. 68년에 주인공인 '나'는 대학생이에요. 하지만, 주인공은 68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는 못해요. 그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동맹 휴업하고 공권력에 대항하는 한 나약한 대학생으로 묘사됩니다. 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던 젊은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20. 오랫동안 읽어 보고 싶었던 책,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에서 출생하여, 프랑스에 정착한 작가에요. 우리에겐 이 작품을 통해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이 배경이 됩니다. 프라하의 봄이란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 간섭을 받던 체코에서 민주화운동이 벌어지지만 그해 8월 이를 불만으로 한 소련에 침공으로 막을 내린 비극적인 시기를 말하는데요.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도 저자는 한마디로 '가벼움'이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이 삶을 이행하는 데 있어 불변 불멸의 철학과 가치를 저자는 '무거움'이라고 봅니다. 우리 삶의 영원 회귀성을 니체는 '무거운 짐'으로 표현했는데, 그 '무거운' 가치를 쫓아 살아가기엔 범인(凡人)들의 일상은 너무나 가변적입니다. 필연적으로 인간은 '가벼움' 쫓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사이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밀란 쿤데라는 그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이 책의 제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시면 대략 이해되실 것 같아요. 이 책에는 4명의 남녀가 등장합니다.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68년 프라하의 봄 전후로 이 네 명의 남녀는 서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인 ...
국가란 무엇인가 저자 유시민 출판 돌베개 발매 2017.01.23. 2년 전 쯤인가?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던 중, 지인과의 술자리가 있어서 나갔다가 잃어버린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책을 가져갔던 범인은 다름 아닌 큰아들 녀석이었다. 어느 순간에 다시 책장에 '조용히' 돌아와 있는 책을 다시 읽는다. 이념적 보수 주의인 국가론자들. 그리고 경제적 보수 주의인 자유론자들. 국가를 악으로 규정했던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이념적 진보주의자들. 모두 틀렸다. 이 모두를 아우르고 어떤 가치도 주된 이념을 신봉하지 않고, 국가의 정의를 실천하는 목적론적 국가주의가 진보 정치다.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을 명쾌하게 일깨워주는 책이다. 우선, 국가의 본질을,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정의한 국가주의 국가론은 중세 유럽,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출발하며, 이를 1615년 토마스 홉스가 사회계약 이론에 근간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정리하였다.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와 같이 경쟁하는 자연상태에,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권리를 받은 사회계약인 '신약(Covernant)'를 통해 군림한다. 홉스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전제국가를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하였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흔히 이념적 보수 주의로 이어진다. 국가의 본질을 공공재 공급자로 보는 시각은 자유주의로 분류된다. 법치주의를 주창한...
이상한 정상가족 (개정증보판) 저자 김희경 출판 동아시아 발매 2022.01.26. "압축 근대화 속에 가족주의가 강해진 한국에서 정상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 서평 :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2017년) 한국에서 정상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정상'이란 것은 국민 대다수가 생각할 때 가장 보편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중심점일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에서는 정상 가족이라는 것에는 편협하고 고정관념에 꽉 차있는 의미를 부여한다. 부부가 결혼을 하고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모습. 그런 모습을 정상 가족으로 인식한다. 이 땅에서 정상 가족으로 산다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은 설명한다. 『이상한 정상가족』의 담론 중심에는 '어린이'의 권리 향상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권리를 제도적으로는 정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방법 중에 하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대표적인 부분이 어린이다. 선진국의 지위에서 마땅히 실현해야 할 어린이의 권익 보장.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본원적인 이유의 기저에는 한국인들의 독특하고 강력한 가족주의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의 가족 내 어린이의 위치는 어떠한가? 불편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린이가 ...
진화하는 언어 저자 닉 채터,모텐 H 크리스티안센 출판 웨일북(whalebooks) 발매 2023.04.15.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간이 만물을 지배하는 존재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최초의 혁명을 인지 혁명으로 규정했다. 인지 혁명은 사물을 표현하는 것을 뛰어넘어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눈에 보이지 않은 개념을 사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전달해야 했으니 사실상 인지 혁명은 언어 혁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언어 능력은 흔히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일컬어진다.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들도 인간과 같은 언어 능력을 보유하진 않았기에, 언어를 수 만년 내려오는 유전의 결과로 결론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우연으로 탄생하여 살아 있는 생명처럼 변화하고 진화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책이 나왔다. 코넬 대학에서 심리학과,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에서 언어 인지과학을 가르치는 모텐 H 크리스티안센 교수와, 『생각한다는 착각』으로 국내에서 이미 유명한 인지 심리학자 닉 채터가 공저한 『진화하는 언어』다. 언어는 어떻게 전달될까? 1940년대 전기 기술자 클로드 섀넌은 언어를 신호의 전달로 규정했다. 이는 새로운 이론이 아니었다. 이미 20세기 초에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도 담화 회로를 통한 정보의 교환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언어는 회로나 신호의 전달이 아니다. 회로나 신호를 통했...
생각한다는 착각 저자 닉 채터 출판 웨일북(whalebooks) 발매 2021.09.30. 안녕하세요? 역마살 잡식 독서객입니다. "인간의 사고 체계, 즉 생각은 깊은 심연과 같은 것이라 그 알 길이 없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이 말을 정면으로 부정한 책이 있습니다. 복잡한 인간의 '사고'의 깊이에 대한 믿음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는 책, 닉 채터(Nick Chater)의 '생각한다는 착각(Mind is Flat)'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다소 충격적인 말을 전하는 이 책은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통해 인간의 마음을 재조명합니다. 우리의 인식의 표면 저 아래 감정과 동기, 신념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심리학자인 저자 닉 채터는 마음에 '숨겨진 깊이'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정의합니다. 뇌 촬영을 한다고 해서 인간의 진짜 동기를 찾을 수 없으며, 이를 조사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고, '진짜 동기'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의식적인 생각의 흐름은 순간의 창작물일 뿐, 내면에 존재하는 정신의 표현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의 마음이 위대한 것은 숨겨진 깊은 정신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창의적이고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1부 '마음이 깊이라는 환상'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허상을 짚어봅니다. 인간의 생...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저자 올리버 색스 출판 알마 발매 2022.12.23. 상세보기 올해의 95번째 책.2015년 타계한 신경학의 권위자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다. 뇌 신경계의 상실 혹은 과잉으로 인한 기능 부전으로 인해 오는 정신적 신체적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오해와 선입견에 대해서 철저하게 반론을 제시하는 책이다.이 책은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부분 생전 올리버 색스 박사가 의학 저널 등에 기고했던 글들을 1부 상실, 2부 과잉, 3부 이행, 4부 단순함의 세계 등으로 그 주제별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신경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집대성한 "A.R. 루리야" 이후로, 신경심리학은 주로 뇌의 좌반구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우반구에 대한 연구는 좌반구에 비해 1000분의 1 정도로 전무). 이는 우반구의 손상에서 오는 증상 및 증후군을 알아내는 것이 훨씬 어렵기도 했고, 우반구의 손상으로 오는 기능적인 쇠퇴는 좌반구의 그것에 비해 원시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제1부 상실제1부 상실에서는 우반구의 신경 손상으로 유발되는 시각적인 인식 불능 상태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주인공 P 선생은 정12면체 등은 잘 구별을 하나, 정작 자신의 아내는 모자로 착각을 하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저자 이도우 출판 시공사 발매 2016.03.18. 2004년 소설가 이도우 씨가 펴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다. 오랫동안 롱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이 소설은,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피디 이건과 방송 작가 공진솔의 사랑 이야기다. 서른 초 중반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조금은 낯 붉어지는 나이가 되어 그러니까, 펴낸 지 16년 만에 읽게 되는 이도우 씨의 이 소설. 마치, 요즘 유튜브 동영상으로 가끔 보곤 하는 "TV 명작 극장" 속의 옛날 드라마처럼,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는 불꽃같은 강렬한 사랑은 없다. 오히려, 건과 진솔의 사랑보다는 건의 대학 동기, 선우와 애리의 10년을 넘는 사랑이 강렬하고 불안하다. 강렬한 사랑도, 건과 진솔의 천천히 시작되는 사랑도, 특별한 이유는 없다. 드라마틱 한 사랑 보다, 하루하루 천천히 쌓아가는 사랑이 더 값져 보이고, 공감이 가는 것은 아마도 현실적이라서 일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배경과, 소설 속 인물들의 사실감은 쉬 공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것이라, 이 소설이 왜 이렇게 롱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타인을 사랑하면서, 내 마음과 같이 사랑의 대상이 움직여주지 않고, 때로는 야속하게 굴고 나를 마음 아프게 하더라도, 사랑을 믿고 지긋이 기다려 주는 자세야말로, 사랑의 기본이라는 것을 일깨워...
라플라스의 마녀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16.01.11. 일본 작가 하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다.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라플라스는 모든 물리량을 계산할 수 있다면,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런 라플라스의 꿈이 어찌 보면 한층 현실로 다가온 지금의 시대. A.I 와 슈퍼 컴퓨팅이 가능한 이때에, 어쩌면 인류가 미래를 스스로 예측할 때도 머지않아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해본다. 친아버지로부터 살해를 당할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소년과, 자연재해인 토네이도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가 미래 예측 프로젝트 '라플라스'에 참여한다. 소년 게이고는 가족들이 몰살된 살해 사건의 범인이 다름이 아닌, 아버지 아마카스에 의해 자행됨을 알고 복수를 꿈꾸고, 아마카스의 주변인을 하나씩 황화수소 가스로 살해하고 자연사로 위장한다. 또 한 명의 라플라스 프로젝트의 참가자, 소녀 마도카는 그러한 게이고를 찾아다니며, 게이고의 범행이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지구과학자 아오에 교수에 눈에 띄게 되고, 형사 나카오카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 황화수소의 유출로 인한 자연사 사건으로 위장된 두 사건이, 사실은 누군가의 계획적이고 아주 치밀한 범행에 의해 자행된 것임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형사 나카오카와 아오에 교수. 그들이 용의선상을 좁혀가며 서서히 사건의 윤곽...
허삼관 매혈기 저자 위화 출판 푸른숲 발매 2007.06.28. 안녕하세요? 역마살 잡식 독서객입니다. 오늘은 하정우 씨가 주연한 영화 '허삼관'의 원작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피를 팔아 가족을 부양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로 진한 부정(父情)이 느껴지는 소설로, 중국에서는 1996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구도는 단순합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집을 도망쳐버려, 할 수 없이 시골의 넷째 삼촌의 사랑으로 큰 허삼관.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매혈(賣血)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큰돈이 된다는 것을 압니다. 가난한 허삼관은 동네에서 가장 예쁘다는 꽈배기를 튀기는 허옥란이 한눈에 마음에 듭니다. 그녀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피를 팔고 말죠. 결국, 허삼관은 허옥란과 결혼하여 세 아들을 낳고 단란하게 사는가 싶더니, 급기야 일이 터집니다. 첫째 아들 일락이가 아내 허옥란이 결혼 전에 잠깐 사귄 하소용의 씨라는 것이 불행의 발단이 됩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이 일락이의 생김새가 하소용의 그것과 똑같이 닮았다고 수근 댄 것이죠. 그리고, 9년 동안이나 하소용의 아이를 자기가 키웠다는 데 대하여 허삼관은 분노합니다. 과연, 허삼관 네 식구들은 어찌 될까요? 이야기 속의 허삼관은 참으로 어리숙하고 배움이 짧은 사람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인간...
오래된 미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출판 중앙북스 발매 2015.07.01. 흔히들 인류사와 문명의 발전 단계를 논할 때, 수렵과 채집 생활에서 농경 사회로의 전환을 획기적인 발전으로 생각하곤 한다. 이런 발상이 틀렸다는 것이 최근에 드러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책이 아마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아닌가 싶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수렵/채집 사회로부터 농경 사회로 전환하면서 인간은 극심한 노동과 영양실조에 시달려야 했다고 설명하며, 농업 혁명은 하나의 거대한 사기라고까지 비판했다. 실제로 수렵과 채집 사회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피엔스』는 충격적이었다. 사실, 인간의 농업 혁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간을 던진 이는 유발 하라리가 처음은 아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집필할 때 가장 크게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던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도 농업 혁명이 낳은 현상에 하나로 인구 밀도가 높은 노동 집약적 사회에서, 영양실조와 전염병의 확산 등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제학, 역사학 측면에서 보자면 농업 혁명은 계급을 낳았고, 계급 사다리에 아래쪽에 있던 노동자 계급은 끝도 없는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장 자크 루소의 역작,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밝혔듯, 소유의 계념이 발전하고 불평등을 제도화했다고 주장했다. 유발 하라리도, ...
넛지 저자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18.11.23. 그렇다면, 넛지는 우리를 경제적으로 풍요롭게만 할까? 앞에서 선택 설계의 철칙은 자유주의에 입각해야 한다고 했다. 넛지는 그런 것이다. 대단한 노력을 들여서 선택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작고 자연스러운 설계를 통해 최적의 결과를 낳는 그런 장치인 셈이다. 우리는 지난 시절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대역사를 경험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 착각했다. 배금주의와 자본주의의 단단한 결합은, 돈의 잣대로만 중산층을 계산하는 촌극을 낳았다. 부채 없는 30평대의 아파트, 중형차 이상을 몰고, 대졸 이상의 학력에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가고, 연봉은 얼마 이상 뭐 이런 세속적인 잣대들을 두고 중산층을 상정하고, 대중은 이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선진국은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다.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덕적인 안전 고리들이 두루두루 설치되어 있는 나라다. 여기가 바로 넛지가 활약할 공간인 셈이다. 이 책 『넛지』의 3부에서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현장에 사용되는 넛지를 발견한다. 스웨덴의 사회 보장제도에서 미국의 의약 체계인 메디케어 파트 D에서 자유주의적 개입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사회적 약자는 소득은 물론 배움이 깊이 않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너무도 많은 ...
넛지 저자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18.11.23.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이 점, 집단의 관성에 순응하는 인간의 습성은 타인들로부터 쉽게 넛지를 당하는 원인이 된다. 즉 선택 설계자가 가장 손쉽게 넛지를 행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타인이 특정 선택을 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어이없게 집단 자살을 하는 경우나, 선량한 사람들이 선동되어 그릇된 전형을 보인 나치 독재는 인간이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가장 신랄한 예일 것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배운다. 동시에 인간은 사회적 영향력에 순응한다. 개를 보고도 고양이라 말하는 이유는 집단 동조에 있다. 뻔히 틀린 답에 동조하는 이유는 집단의 비난에 맞서를 꺼려 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의 이런 습성 때문에 기성의 제도와 관행을 유지하려는 집단 보수 주의가 횡행함을 추론할 수 있다. 밴드왜건 효과로 불리는 편승 주의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조명 효과다. 이렇다면 이 책 『넛지』는 어떤 경우에 넛지의 활용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할까? 넛지는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어렵고 지난하지만 빈도도 낮고, 적절한 피드백도 없는 선택에 마주할 때 넛지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선택 설계자가 만든 장치인 넛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우리는...
행동경제학란 어떤 것인가를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주는 『넛지』는 2008년에 출간되었다. 독자 대중에게 낯선 '행동경제학'이란 분야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 책은, 2017년 리처드 세일러(혹은 탈러)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히트했던 책이다. 행동경제학의 아이콘, 리처드 세일러, 캐스 선스타인 공한 『넛지(Nudge)』 인생 책 다시 읽기 시리즈의 첫 책으로 선정한다. 우선 넛지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넛지(옆구리를 툭 쳐서 결정하게 만드는)라는 단어적 의미가 있다. 즉, 타인의 어떤 결정에 대해, 특정 결과를 슬쩍 유도하는 행동을 뜻한다. 남자 화장실 변기에 벌래 모양을 인쇄함으로 인해 변기 밖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 등이 가장 쉽게 다가온다. 벌레 모양을 하나 인쇄했을 뿐인데, 큰돈과 노력이 들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이 장치가 넛지인 것이다. 생각보다 인간의 판단은 이성의 지배를 덜 받는다. 좌뇌의 이성과 논리보다는 우뇌의 감성과 본능에 의한 선택을 많이 한다.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는 가상의 존재를 이콘(Econ)이라 칭한다면, 종종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이콘이길 바란다. 그러나 인간은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독자는 우리 사회에 존재를 알지 못하는 수많은 선택 설계자가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선택 설계자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행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