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1879~1944 1879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승려가 되기 전까지의 이름은 유천, 승려가 된 뒤의 이름은 용훈, 호는 만해이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뒤 일제의 경찰에 체포되어 3년 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시집으로 『님의 침묵』, 저서로는 『조선불교 유신론』 『십현담주해』 등이 있다. 창씨개명 반대, 조선인 학병 출정 반대 등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가 1944년 6월 29일 심우장에서 입적했다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난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에 못 이기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