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널 최신 피드 리스트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노스페라투]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어둠의 부활

    <노스페라투>(Nosferatu, 2024) 동명의 클래식 호러를 다시 스크린에 옮긴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신작 영화 <노스페라투>를 개봉 전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그간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 <노스맨> 등 호러를 동반한 고유의 색깔을 지닌 영화로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해 왔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극장 개봉이 온전히 이루어진 적이 (극소규모로 개봉한 <노스맨>을 제외하면) 없었기에 이번 <노스페라투>의 빠른 정식 개봉이 내심 반가웠더랬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드라큘라'라고 일컫는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형을 따르고 있기 떄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실제로 영화는 그렇습니다. 원작의 오랜 팬이었다는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각본과 연출을 겸한 이번 영화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한편, 뇌리에서 쉬이 잊히지 않는 특유의 시청각적 연출로 고전에 스산하면서도 매혹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19세기 독일, 헌신적인 남자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갓 결혼해 한참 행복해야 할 엘렌(릴리 로즈 뎁)은 그러나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5년 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불러낸 어둠의 존재에 의해서 말입니다. 토마스는 갓 취직한 부동산 회사로부터 거액의 부동산 계약 건을 의뢰받는데, 계약 상대자의 상태가 몹시 쇠약하여 그의 계약서 도장을 ...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리얼 페인] 타인의 아픔을 감각한다는 것

    <리얼 페인>(A Real Pain, 2024) 할리우드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인 영화 <리얼 페인>을 개봉 전 미리 보았습니다. 작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음과 더불어 출연 배우인 키에란 컬킨이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고 있죠. '진짜 고통'이라는 사뭇 엄중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영화는 무척 아담한 규모의 로드 무비입니다. 겨우 90분에 이르는, 어떤 격렬한 갈등이나 파국 같은 것 없이 이어지는 이 짧은 패키지 여행에 관한 영화는 그러나 인생에 대한 남다른 시선으로 그 가뿐함으로부터 기대치 못했던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경쾌하게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경쾌하게 다루면서 동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그로부터 인생과 역사를 아우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선을 견지하는 이 영화는 올해 처음 극장에서 만나는 영화로 더없이 만족스런 작품이었습니다.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는 폴란드 역사 투어를 함께 가고자 오랜만에 재회합니다. 최근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는 의미로 할머니의 조국인 폴란드의 역사적 흔적들을 둘러보기로 한 것입니다. 데이비드와 벤지는 한때 형제보다 더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지만, 각자의 사정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소원해진 상태였으나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둘은...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12
    개인적인 2024년 영화 베스트 10 - 외국영화 부문

    지난 한국영화 베스트 10에 이어서 이번에는 2024년 외국영화 베스트 10을 꼽아 보았습니다. 이렇게 꼽아 보니 한 해동안 좋은 외국영화들이 국적과 장르를 불문하고 특히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베스트 10을 정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순위를 매기는 데에도 꽤 고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민 끝에 정리해 본 2024년 외국영화 베스트 10입니다. (한국영화와 마찬가지로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정식 개봉작 중 제가 본 영화들을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10위 <서브스턴스>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감독 : 코랄리 파르자 보통 마케팅은 과장되기 쉬운 것이라 '개미친 영화'라는 이 영화의 홍보 문구도 과장이라 여겼으나,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더도 덜도 아닌 팩트임을 깨달았습니다. 1주일 단위로 나의 현재 몸과 새로운 몸을 교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특수약품이 그 사용자의 욕심으로 대파국을 불러오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정통으로 '바디 호러' 장르를 띠고 있으나 그 표현 방식과 주제 의식 면에서는 전에 없던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두려워 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파괴적 시퀀스가 결말을 향해 치달을수록 그 수위를 높여가며 통제 불능의 이미지들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대환장의 모습의 맞은 편에는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여성에게 젊음과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남성 중심의 미디어 자본이 있음을 ...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12
    개인적인 2024년 영화 베스트 10 - 한국영화 부문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는 우리나라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죠. 특히 연말에 접어들며 우리들을 힘겹게 하는 소식들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었고, 이는 극장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천만 관객 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한 해임에도 불구하고 울상을 짓는 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극장가를 침울하게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극장가가 직면해야만 하는 현실이기도 할 겁니다. 그럼에도 좋은 영화는 늘 등장하게 마련이고, 이를 흥행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꼽을 수 있다는 것은 영화 팬으로서 기쁜 일입니다. 그 기쁜 마음을 담아 2024년의 개인적인 영화 베스트 10을 꼽아 보았습니다. 제가 본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완성도와 상관없이 보지 않은 영화들은 제외되었습니다. 먼저 한국영화 베스트 10입니다.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정식 개봉된 한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아래는 그 리스트이며, 간단평도 함께 싣습니다. 10위 <전,란> 출연 :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차승원 감독 : 김상만 할리우드에서 넷플릭스 영화는 대개 '딱 안방에서 볼 만한 완성도만큼의 영화'와 '아카데미 시즌을 겨냥한 웰메이드 수작'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 영화는 대개 전자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전,란>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넷플릭스 - 오징어 게임 시즌 2] 반박할 수 없는 폭력 앞에 선 불완전한 저항자

    <오징어 게임 시즌 2>(Squid Game 2, 2024) 명실상부 전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시리즈가 되어 다음 시즌의 등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이하 <오징어 게임 2>)가 드디어 공개되었고, 전편을 모두 시청했습니다. 빚에 허덕여 속절없이 죽음의 게임에 참여게 되어 우승을 거머쥔 주인공이 각성하면서 끝났던 전 시즌에 이어서, 이번 두번째 시즌에서는 그렇게 각성한 주인공이 제 발로 게임에 다시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습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가 기대하게 되는 게 있는데, 게임을 한번 겪어본 만큼 주인공이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이끌어가는 히어로로 거듭나는 게 그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 2>는 그 기대를 배반합니다. 그것이 이번 시즌 2로 하여금 호불호를 타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그래서인지 오히려 전 시즌보다 이번 시즌을 더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전 시즌에서 게임의 최종 우승자가 된 기훈(이정재)은 약속된 상금 456억원을 획득했지만,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대신 여기에 머물러 게임의 배후세력을 추적하는 데에 이후의 삶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폐호텔에 은신하여 상금을 쏟아부어 가면서 수소문을 거듭하던 그는 자신을 게임으로 초대한 리크루터(공유)와 재회하고, 다시 게임에 참가할 기회를 ...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시빌 워: 분열의 시대] 권력과 신념의 광기가 스스로 불러온 지옥

    <시빌 워: 분열의 시대>(Civil War, 2024) 웰메이드 아트하우스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 온 할리우드 제작사 A24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되어 화제가 된 A24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이하 <시빌 워>)를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28일 후>의 각본부터 <엑스 마키나>, <서던 리치: 소멸의 땅>, <멘> 등 다수의 영화에서 불안하고 위태로운 세계를 다뤄 온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어쩌면 세계가 직면한 현실과 가장 가까운 근미래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아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국에서는 개봉한지 8개월이나 지난 영화라 국내에서는 꽤 지각개봉임에도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가 마주한 현 시국과 기가 막히게 맞물리면서 <시빌 워>는 예기치 않게 시의적절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경고와 각성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면서 말이죠. 미국에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영화는 그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대통령(닉 오퍼맨)이 3선을 했다는 것이며, 이념적으로 양 극단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연합을 결성할 만큼 각 주들의 연합 및 분리 시도가 치열하게 이루어졌다는 것 정도입니다. 아마도 3선 대통령에 대한 저항으로 분리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각 주에서 생겨났고, 그로 인해 지...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하얼빈] 영웅의 이름 뒤, '구도자' 안중근을 쫓다

    <하얼빈>(HARBIN, 2024)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를 소재로 한 올 연말 최대 기대작 영화 <하얼빈>을 아이맥스로 보았습니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 한국의 현대사를 강렬한 스타일과 이야기로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면서, 현빈 배우가 주인공 안중근 역을 맡으며 더욱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 영화는 아마 많은 분들이 기대하거나 예상했던 영화는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방식도, 실제 사건을 장르적으로 재구성해 흡사 케이퍼 무비처럼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며 재미를 자아내는 방식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치밀하게 정제된 미장센 위에서 극도로 정적인 방식으로 안중근 의사와 동지들의 행적을 쫓는 이 영화는 한국적 역사 드라마나 보편적 장르물의 길을 떠나, 단단하고 고요한 초상 너머 치열한 탐색과 성찰로 나아가는 인간 안중근을 들여다 봅니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이 이끄는 독립군은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있었던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혈투 끝에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육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를 비롯한 일본군들을 전쟁포로로 잡아들이기도 했으나,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그들을 즉결처분하지 않고 풀어줍니다. 안중근은 풀어준 그들에게서 최소한의 인간됨을 기대했겠지만 역시나 일본군에겐 그마저도 없었고, 결국 이 선택이 수많...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무파사: 라이온 킹] 자리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드러낼 뿐

    <무파사: 라이온 킹>(Mufasa: The Lion King, 2024) 애니메이션의 대성공 이후 라이브 액션으로도 만들어져 성공을 거둔 디즈니의 대표작 <라이온 킹>의 프리퀄인 <무파사: 라이온 킹>을 보았습니다. <라이온 킹>의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성장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이전엔 만나보지 못했던 이야기로 기대를 모은 데다, 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라는 점이 더 큰 기대를 자아냈더랬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캐릭터의 전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게다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만든 감독의 손에서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는데, <무파사: 라이온 킹>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주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해 온 <라이온 킹> 세계관의 논리를 일정 부분 뒤집으며 개인과 사회의 끊임없는 투쟁 속에 만들어지는 야생 공동체의 모습은, (관객 대다수가 익히 알고 있는) 미래에 다가올 비극을 되짚게 하며 복합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린 사자 무파사(아론 피에르)는 긴 가뭄 끝에 들이닥친 대홍수로 인해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고아가 되고 맙니다. 나무 토막에 매달려 힘겹게 강을 떠내려 오던 그를 발견한 이는 또 다른 어린 사자 타카(켈빈 해리슨 주니어). 타카의 도움으로 무파사는 목숨을 구함은 물론 새롭게 머물 곳을 찾게 되는데, 그곳...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10
    [나오자마자 프리뷰 - 히트맨2] 새해 온 국민의 웃음을 명중할 '히투맨'들의 귀환

    예상 밖의 재미를 주는 영화를 만나는 것은 늘 기쁜 일인데요, 한국영화 <히트맨>이 바로 그런 예였습니다. 2020년 1월에 개봉했던 <히트맨>은 전설의 암살요원이 꿈에 그리던 웹툰작가로 변신한 뒤 술김에 1급 기밀을 그려버리는 바람에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타겟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한 액션과 코미디로 그려냈었습니다. 액션과 코미디에 애니메이션까지 곁들여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 덕분에 24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죠. 그렇게 '히트맨'(암살요원)'에서 '히트맨'(히트 작가)로 거듭난 국정원 출신 웹툰작가의 이야기는 5년만에 속편 등장을 예고합니다. '암살요원 준'에서 '암살요인 준'으로 돌아온 히트맨의 이야기, 영화 <히트맨 2>입니다. <히트맨 2>(HITMAN 2, 2025) 욱하는 바람에 자신의 과거사를 담아 그린 웹툰 '암살요원 준'의 성공으로 준, 아니 수혁(권상우)은 잠시 히트 작가가 되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시즌2 연재 시작과 동시에 2절, 3절을 넘어 이른바 '뇌절'에 이르는 전개로 수혁은 '뇌절작가'로 전락하고, 망작이 된 시즌2는 도리어 수혁을 노리는 글로벌 악당들의 뜻하지 않은 내한(?) 러시를 불러 일으킵니다. 이런 상황은 꿈에도 모른 채 다시 한번 대히트를 꿈꾸며 수혁은 절치부심 신작 웹툰 연재에 돌입하지만, 그의 웹툰 내용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국정원은 그...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이처럼 사소한 것들] 반드시 누군가를 구할 그 작은 손짓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4)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통해 개봉 전 미리 보았습니다. 영화의 원작이 된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으로 불러일으켰고, 킬리언 머피의 주연과 제작으로 빠르게 영화화되어 지난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저 역시 원작 소설을 무척 인상 깊게 읽은 터라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사실 원작 소설이 장편소설이라기엔 매우 적은 분량인데다 문장들 또한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그 안에 깊이 그려져 있는 인물과 이야기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단한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그런 원작의 미덕을 고스란히 옮겨오는 한편, 책을 읽으면서 문장과 문장 사이 여백마다 떠올렸을 시공간과 인물들을 빼어나게 그려냄으로써 소설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인상깊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1985년 아일랜드의 자그마한 소도시, 석탄 판매상인 빌 펄롱(킬리언 머피)은 아내 아일린(아일린 월시)과 다섯 딸과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새벽마다 마을 곳곳으로 석탄을 납품하는 그의 주요 납품처에는 마을의 대소사에 관여하는 수녀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새벽녘 수녀원으로 석탄을 납품하러 간 어느날, 수녀원에 있던 한 ...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 서브스턴스] 성원에 보답하고자 괴물이 된 여자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2024) 정식 개봉을 앞둔 영화 <서브스턴스>를 지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각본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아마도 제가, 그리고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올해 봤거나 보게 될 영화들 중 가장 '도라이' 같은 영화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을 비롯해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등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여성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이 '정신나간' 바디 호러는 상상의 한계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이미지들을 통해 진정 정신나간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말을 얹으려던 관객들을 입다물게 만듭니다. '물질'이자 '실체'를 의미하는 영화의 제목 '서브스턴스(Substance)'처럼, 영화는 존재에서 물질이 되어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실체에 대해 묻는 무시무시한 작품입니다. 한때는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여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나이가 든 현재 아침 건강정보(라고 쓰고 에어로빅 눈요기라고 읽는) 쇼의 진행자로 간신히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늙다리는 갈아치워라'는 방송사 수뇌부의 결정에 하루아침에 끝장나고 맙니다. 방송사 수뇌부인 하비(데니스 퀘이드)는 없는 데서는 늙은이 운운하더니 면전에서는 공연한 웃음을 띄우며 상냥하게 엘리자베스에게 해고 통보를 날리죠....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위키드] 양보도 타협도 없이, '언리미티드' 정신으로

    <위키드>(Wicked, 2024) 올 하반기 할리우드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위키드>를 보았습니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에서 파생된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원작으로, 판타지적인 세계관이나 캐릭터 묘사의 규모 특성상 그 어떤 뮤지컬보다도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역시 뮤지컬로 봤을 때의 전율이 생생하고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그 스케일은 어쩔 것인가에 자연스레 생각이 미쳤으니 말이죠. 그 정도로 중책이었을 뮤지컬 '위키드'의 영화화를 맡은 존 추 감독은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 데 있어 그 무엇도 양보나 타협하지 않고서, 뮤지컬이 지닌 제약을 영화에서는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작업해냄으로써 기대에 부응하고도 넘치는 황홀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이 전체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한, 뮤지컬로 치면 이제 1막까지의 이야기일 뿐인 '파트 1'임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3시간짜리 뮤지컬을 2편의 영화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희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사악한 서쪽 마녀가 드디어 죽었다는 '좋은 소식'이 오즈 시민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오즈의 마법사의 오른팔인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그 기쁜 소식을 몸소 전하러 시민들을 찾아옵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서쪽 마녀와 진짜 아는 사이였냐는 질문이 글린...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히든페이스] 포장 속에 숨은 얼굴에 관한 포장 그 이상의 영화

    <히든페이스>(HIDDEN FACE, 2024) 콜롬비아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 <히든페이스>를 보았습니다. 장편 데뷔작 <음란서생>부터 해서 초지일관 '19금 영화'들을 만들어 온 김대우 감독이 이번에도 특유의 농도 짙은 '으른' 정서를 듬뿍 담아 내놓은 이 영화는 그러나, 보이는 것 이상의 진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매 작품을 그냥 '19금 영화'도 아니고 어른들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깊은 심리를 그려낼 줄 아는 '19금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답게, <히든페이스>는 자극적인 묘사와 파격적인 설정을 탐닉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로부터 시작되어 모습을 드러내는 욕망의 맨얼굴과 그 얼굴들이 벌이는 긴장감 가득한 게임으로 나아가며 보는 이를 쥐락펴락 합니다. 손쉬운 홍보 요소인 '파격적인 정사신'은 그저 첫번째 매듭일 뿐, 그로부터 펼쳐지는 이야기 보따리에 이내 몰입되어 정사신의 강렬함마저 어느새 부차적인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어느날 약혼자 수연(조여정)이 떠난 후 남긴 영상편지를 접합니다. 눈앞에 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그래서 베를린으로 떠나겠다고 영상 속 수연은 말하고, 그가 어디로 떠났는지 언제까지 떠나 있을 건지에 대한 단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수연은 성진이 몸담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단장인 혜연(박지영)의 딸이자 오케스트라 단원인 첼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성진을...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 아침바다 갈매기는]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배웅한다

    <아침바다 갈매기는>(The Land of Morning Calm, 2024)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되어 뉴 커런츠상을 비롯해 3개의 상을 받은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을 보았습니다.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불도저에 탄 소녀>의 박이웅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역시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이야기가 주목하는 곳은 어딘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좀 더 가까운 현재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한 사건을 두고 혼란을 겪는 한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는 터전을 박차고 나와 꿈을 꿀 권리와 터전을 지켜야 할 도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든 이들을 끌어안으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끝에 이유는 저마다 달라도 상처 받고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인 다양한 사람들을 보듬습니다. 새로운 감독의 힘 있는 연출력, 새삼 그 진가를 드러내는 익숙한 배우들, 사려깊은 이야기가 더해져 부산국제영화에서 과연 인정받을 만한 작품성을 실감케 합니다. 동해의 한 어촌에서 나이든 선장 영국(윤주상)과 일하는 젊은 선원 용수(박종환)는 이곳에서의 삶이 버겁습니다. 이곳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용수는 계획을 세워 믿을 만한 사람인 영국에게 도움을 요청합다. 배 타러 나갔다가 용수가 사고로 실종된 것처럼 위장한 후, 그 사망 모험금으로 어머니 판례(양희경)와 베트남인 아...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글래디에이터 II] 복수의 전장이 혁명의 현장으로

    <글래디에이터 II>(Gladiator II, 2024)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글래디에이터 II>(이하 <글래디에이터 2>)를 보았습니다. 2000년에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후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포함 5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전편에 이은 무려 24년만의 속편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냈습니다. 전편의 신화를 쓴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연출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이미 역사를 쓴 영화의 속편이 그것도 수십년이 지난 후 주인공을 바꾸어 등장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 것이죠. '속편의 당위성'을 관객이 납득하지 못한 사례를 최근 여러번 만난 상황에서 그 계보를 이을까 두렵기도 했던 <글래디에이터 2>는 다행히도 '나올 만한 속편'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관객이 영화에 기대하는 지점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충족시키면서, 전편과 구분되는 새롭고도 흥미로운 요소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듯이 말이죠. 로마가 칭송하는 영웅이자 최고의 검투사였던 막시무스가 복수의 사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난지 20년, 그는 시민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로마의 꿈'을 간절히 꾸었지만 그 꿈은 다시 요원한 것이 되었습니다.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칭어)는 여전히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정복 전쟁에 ...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학교에서 물리칠 것이 단지 귀신뿐이라면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Idiot Girls and School Ghost: School anniversary, 2024)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 나오는 국산 독립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개교기념일>)을 개봉 전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감독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차지한 이 영화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제목만큼이나 장르의 합종연횡을 거침없이 시도하며 종잡을 수 없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학원물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수준급의 공포 연출을 가미한 예측불허의 코미디를 구사하는 것이죠. 논리 저 너머에서 날뛰는 듯한 '대혼종'의 모습을 한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기는커녕 사랑스러운 것은, 이야기를 내달리는 주인공들의 매력과 심지 때문일 것입니다. 난데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와중에도 주춤거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소녀들의 일관된 목소리가 담겨 있는 영화는 '갈 지' 자라도 힘차게 그리면 명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모의고사 성적에서 8등급을 벗어나지 못해 선생님으로부터 '아메바' 취급을 받는 세강여고 3학년 세 친구가 있습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씨네필 지연(김도연), 약소한 수의 구독자들에게도 진심을 다하며 습관적으로 브이로그를 찍는 인플루언서 꿈나무 은별(손주연), 촬영감독이 꿈이라 장비 잘 들고 다닐 수 있...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넷플릭스 - 지옥 시즌2] 스스로 불러온 지옥, 비명은 누구의 것인가

    <지옥 시즌2>(Hellbound 2, 2024) 2021년 공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두번째 이야기, <지옥 시즌 2>를 보았습니다. 눈앞에서 인간이 지옥으로 끌려가는 충격적인 현상이 나타난 후 일어나는 대혼란 속에서 저마다의 처지에 놓인 인간들의 다양한 사투를 그렸던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는 지옥이 더욱 내면화된 듯한 현재를 배경으로 또 다시 나타나는 대혼란과 그 속에서 더욱 다층적으로 전개되는 다툼을 그립니다. 최근 나온 국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후속 시즌이 대체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는데, <지옥 시즌 2>는 역시나 그럴 것이란 우려를 벗고 시즌 2까지 미리 대담하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설계해 놓은 게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끝까지 보여줍니다. 이제껏 겪어 보지도, 보지도 못한 현상으로 인해 인간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 속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힘과 생각, 제도와 집단의식 같은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통찰까지 돋보여 마지막까지 몰입감을 놓치지 않은 수작이었습니다.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김성철)가 지옥행을 고지받은 일시에 '시연' 당한지 (대외적으로는 먼 여행을 떠난지) 4년. 의장 자리를 이어 받은 김정칠(이동희)이 새진리회를 더욱 탐욕스럽게 세력화한 가운데, 그의 지도력을 불신하는 '화살촉' 세력은 자기들끼리...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보자마자 리뷰 - 룸 넥스트 도어] 죽음의 옆방에 몸을 뉘이면 보이는 것

    <룸 넥스트 도어>(The Room Next Door, 2024)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새 영화 <룸 넥스트 도어>를 보았습니다. 경력 내내 스페인어로 장편 영화를 만들어 온 알모도바르 감독이 처음 영어로 만든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은 그러나, 언어만 바뀌었을 뿐 감독이 자신의 인장을 오롯이 새겨놓고 몰두하는 화두를 변함없이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주제적 요소만으로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을 만큼 다루는 소재는 논쟁적이고 논하는 주제는 무겁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는 보는 내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그것은 아마도 지난날 '악동'이라 불렸던 감독이 이제는 '거장'으로 성숙해 가면서, 세월을 따라 함께 무르익은 시선으로 필연적인 두려움 앞에 놓인 보통의 인간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 친밀하지도 너무 소원하지도 않은, 제목처럼 딱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 방 사람만큼의 관심을 기울이면서 말이죠. 긴 시간 파리에서 살다가 새 책 출간을 맞아 오랜만에 뉴욕에 온 작가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는 사인회 도중 우연히 만난 친구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습니다. 젊은 시절 뉴욕에서 같은 잡지사에서 일하며 내내 붙어 지낼 만큼 친했지만 이제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옛친구 마사(틸다 스윈튼)가 악성 암에 걸려 뉴욕에서 치료 중이라는 것입니다. 잉그리드는 일정을 마친 후 그길로 곧장 마...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20
    [나오자마자 프리뷰 - 소방관] 가장 가까이 있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이름

    TV 프로그램에서 그 활약상을 볼 때마다 늘 감탄과 감동을 함께 자아내는 직업이 있다면 아마 '소방관'일 것입니다. 모두가 일분 일초라도 빨리 빠져나오려 하는 현장 속으로 가장 먼저 들어가는 용기와 투철한 사명감, 식사를 하다가도 알람이 울리는 순간 먹던 것을 내려놓고 출동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을 자아냅니다. 그런 소방관 여러분들의 활약상을 그린 우리 영화가 12월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예정입니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소재로 한 소방관들의 리얼 스토리, 영화 <소방관>입니다. 소방관들에게는 어떤 현장에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어떤 현장에서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다짐이 공존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매 현장 현장을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뛰어드는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입 소방관 철웅(주원)을 비롯해 구조대장 인기(유재명), 구급대원 서희(이유영), 소방관 용태(김민재), 효종(오대환), 기철(이준혁) 등 서부소방서의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하며 매일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죠. 여느 때와 같이 바쁘게 돌아가던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접수가 들어오고, 현장과 맞닥뜨린 팀원들은 위기에 직면했음을 직감합니다. 그렇게 2001년 화마보다 뜨거웠던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 <소방관>...

    상세 화면으로 이동
  • Man's Labyrinth
    이미지 수7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 아노라] 낯뜨거움과 포복절도를 지나 다다른 설운 눈물

    <아노라>(Anora, 2024) 지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를 개봉 전 미리 보았습니다. <스타렛>,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까지 꾸준히 미국 최하층의 고달픈 현실을 미화도 비난도 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다만 연민어린 시선과 함께 조명해 온 션 베이커 감독의 이 새 영화는 성노동자를 주인공 삼아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주인공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아픈 현실을 마치 동화처럼 그려나갔듯, 이번 <아노라>는 사랑이 간절한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 마치 <귀여운 여인>과 같은 신데렐라형 로맨틱 코미디처럼 이야기를 꾸며나가죠. 다만 션 베이커 감독의 이야기는 결코 현실을 벗어날 수 없고, 자연스럽게 영화는 <귀여운 여인>의 '하이퍼리얼리즘 버전'으로 뻗어나가며 관객에게 한 대 얻어맞은 듯 쓴내 나는 여운을 남깁니다. 브루클린에 사는 우즈벡계 미국인 스트리퍼 아노라, 아니 '애니'(미키 매디슨)는 가게를 찾는 남성들을 상대로 자신의 몸을 이용한 다양한 레벨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런 애니에게 어느날 손님으로 러시아 재벌2세 청년이 찾아옵니다. 바냐(마크 아이델슈타인)라는 이름의 그 청년은 미친 듯이 애니에게 어필하며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으로까지 초대하고, 애니는 그런 바냐의 천진하고...

    상세 화면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