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45 번째 북 리뷰입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무선판) 저자 김주혜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23.06.19. 작년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김주혜 작가가 바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책은 상을 받기 전부터 한국에 출간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나라의 기구한 일제 강점 역사를 잘 표현한 소설입니다. 특히 아홉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로 이 책을 썼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거기에 내용은 1917년부터 1964년까지 두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작가의 상상력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 소설의 시작은 1917년 평안도에서 호랑이를 사냥하는 남경수라는 포수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의 아버지는 결코 호랑이를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말을 했고, 그는 호랑이 새끼를 놓아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독립군에 의해 유인되던 일본군이 눈에 갇히자 남경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때 남경수는 우연히 야마다 겐조라는 장교를 호랑이로부터 구해줍니다. 그에게 은으로 만든 담뱃갑을 선물로 줍니다. 한편 평양에서는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자 은실은 옥희, 연화, 월향을 한성으로 기생으로 키워달라고 보냅니다. 그들은 예단이모에 의해 철저히 기생으로 키워지지만, 그 즈음 기생들은 기녀가 아니라 그야말...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왜 그래’라는 한탄보다는 ‘괜찮아’라는 위안이 세상엔 더 필요한 말이다. 이 간단한 원리를 우린 실생활에서 하지 못한다. 아니 생각지도 못한다. ‘때문에’보다는 ‘덕분에’란 말이 세상엔 더 유용하듯이 ‘왜 그래’보다는 ‘괜찮아’라는 말을 써 보도록 노력해보자. 아이를 바꿀 수 있는 말이라면 세상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44 번째 북 리뷰입니다. 찬란한 멸종 저자 이정모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24.08.07. 이 책은 이정모 관장이 다년간 과학관 큐레이팅을 통해 쌓아온 지식으로 일반인들에게 들려주는 멸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있는 것은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쉽게 풀이하지만 그럼에도 깊이 있는 내용입니다. 전체적으로 2150년의 미래부터 시작해서 지구의 최초 아메바의 탄생 배경까지, 다양한 의인화를 빗대서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아이들이 공룡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크다. 둘째, 괴상하게 생겼다. 셋째, 사라졌다. 공룡이 크다는 것부터 오해다. 인류는 자기가 등장하기 한참 전에 살았던 공룡을 무려 2000종 가까이 발굴해 냈다.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절반은 성인의 무릎 높이보다도 작았다. 하지만 인류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봤다. 커다란 공룡을 좋아하는 인류는 작은 공룡들을 애써 무시하고는 했다. 또 공룡은 괴상하게 생기지 않았다. 물론 인류가 오해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에게는 타임머신이 없었고 오로지 땅에서 발견한 화석으로만 공룡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화석은 뼈도 아니다. 그냥 뼈 모양으로 남은 돌이다. 화석이 알려주는 것은 골격에 불과하다. 뼈는 겉모습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 150킬로그램쯤 되는 사람...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43 번째 북 리뷰입니다. 그리움의 문장들 저자 림태주 출판 행성B 발매 2021.02.25. 림태주 시인의 책을 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2년 전에 한 권을 읽었더군요. Kay's book - 에세이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by 림태주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494 번째 북 리뷰 입니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처제네 식구들이 내려... blog.naver.com 그때도 에세이를 읽고 참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그리움이라는 확실한 감정을 가지고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며 썼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었습니다. 림태주 작가의 글에 무슨 토를 달겠습니까? 빨리 발췌한 부분을 보시도록 하죠? 그리움이란 무엇일까 하고 혼자 궁리해 보았다. 글과 그림과 그리움이 한 엄마에서 나온 자녀들이라고 들었다. 동사 '긁다'가 그들을 낳은 어미라고 했다. 나무껍질에든 동판에는 그 위에 긁어 새기는 것이 글과 그림이 되었고, 마음에 긁어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아름답다고 여겨졌고, 쉽게 수긍되었다. P21 저도 요즘 단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만, 한글의 어원을 찾다 보면 의외의 구석이 있는 단어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글, 그림 그리고 그리움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그리움이 참 정감이 갑니다. 나는 사랑보다 그리움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발...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42 번째 북 리뷰입니다. 역사 속 성 문화, 사색 저자 강영운 출판 인물과사상사 발매 2024.01.22. 2년 전부터, 재미있는 칼럼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사색(史色), 즉 역사의 성 문화에 대해 다룬 글이었습니다. 작년 초, 이 칼럼들을 모아 책이 발간이 되었는데, 이제야 읽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인간은 성을 떼어놓고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성적 이야기로 인해 야기된 문제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는 철학의 나라였습니다. 이들에게 남성성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신체 단련을 통한 근육질 몸매와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이성이었습니다. 근육질 몸매와 이성은 서로 극명히 다른 요소로 보이지만, 사실 인간의 의지로 아름답게 빚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연결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굴의 의지로 섹시한 근육질 몸매를 만든 사람과 이성과 철학을 겸비한 시민을 최고의 남자로 쳤던 것입니다. 반면 이들에게는 원초적인 욕망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이 아니었습니다. 성기는 욕망의 지표였기에 그만큼 작아야 했지요. 성장하지 않은 아이의 성기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그리스의 동성애를 쓴 케네스 도버는 "그리스인들에게 거대한 성기는 그저 멍청하고 탐욕적이며 흉한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얀 할머니 이승 떠날 때는 가뿐했다. 붉은 놀이 살갗에 닿자 화악, 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졌다. 단출하고 당당한 행장이었다. 마치 눈발처럼 천지 사방으로 스미어 흘흘흘, 평생의 경륜을 퍼뜨리실 것이다. 세상에, 별리가 이처럼 자연스럽다니, 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는 듯 말끔했다. 하늘로 뻗은 빈 가지가 탱탱해진다. ================================================================= 하얀 꽃이 지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사람의 생도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까를 상상하게 한다. “세상에, 별리가 이처럼 자연스럽다니.”라고 감탄하는 시인의 눈이 놀랍다. 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본다는 것은 그 자신의 마음도 아름답다는 뜻일 것이다. 아름답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 장면. 시인은 그것을 본 것이다. 나는 언제쯤 그런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을 수 있을지. 소원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41 번째 북 리뷰입니다. 이 시대의 사랑 저자 최승자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1981.09.01. 이 시집은 꽤나 오래전에 나온 최승자 시인의 시집입니다. 그러므로 초기 최승자 시인의 시 성향을 알아가기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행복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승자 시인은 반대로 불행을 과감한 그의 단어만을 사용해서 반어법적으로 행복을 그리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시에 아픈 단어를 쓰기를 꺼려 하다 보니, 아무래도 시의 절규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최승자 시인의 시들은 좋은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네게로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물에 풀리는 알콜처럼 알콜에 엉기는 니코틴처럼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 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P13 너에게로 가는 길이란 쉽게 갈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그 간다는 의미를 더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바로 찐득찐득한 단어들, 가령 알콜, 니코틴, 카페인 그리고 매독균을 통해 자신이 가는 길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으로 또는 연인에게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여름의 인생 공부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사랑에도 질량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시.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온, 김신이 지은탁을 보며 읊조리는 이 시는 ‘첫사랑’이라는 커다란 지진을 잘 표현하는 시이기도 하다. 사랑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결국은 물리학의 모든 법칙에서 벗어나 어쩌면 양자역학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 바로 김신이 자신을 소개할 때 쓰는 멘트이지만, 이 문장이야말로 사랑의 정의가 아닐까.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40 번째 북 리뷰입니다. 설국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 출판 민음사 발매 2009.01.20. 몇 년 동안 제 리스트에 올려놓고 지겹게도 미루고 미루던 책이었습니다. 작년 말일과 올 첫날 동안 읽어본 소설 설국은 서정 소설의 백미라고 일컬어질 만큼 아름다운 소설이었습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너무나도 유명한 설국의 첫 문장. 제목과 첫 문장이 잘 이루어져 이 소설은 마치 '자, 내가 아름다운 여행 소설을 이야기할 테니 잘 들어.'라고 하는 듯 예고를 합니다. 이 소설은 어쩌면 작가 자신을 모티브로 한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마무라라는 작가가 한량처럼 설국으로 묘사된 마을에 도착하면서 생기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차 안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요코라는 아가씨. 그리고 그녀가 돌봐주는 선생의 아들. 주인공 시마무라는 요코라는 여인의 아름다움에 빠집니다. 그러나 정작, 마을에 도착해서 정을 나눈 것은 고마코라는 게이샤입니다. 3년에 걸쳐 몇 번을 고마코라는 게이샤를 만나러 이 마을에 옵니다. 사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치정 소설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1937년에 발표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갖는 희소성은 바로 ...
씨마늘이 발을 내렸다. 파종 전에 하룻밤 침지를 했더니 밑둥치에 하얀 실밥 같은 뿌리를 내민 것이다. 왕성한 생명의 피돌기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뿌리가 정(靜)이라면 발은 동(動)이다. 끝내 한 자리만 파고 드는 것이 뿌리의 속성이라면, 끊임없이 앉은자리를 박차게 만드는 도구가 발인 까닭이다. 부지런히 걷고 뛰어야만 겨울이라는 냉혹한 계절의 마수를 벗어날 수 있다는 다그침 같은 것일까. 사람들은 마늘에 뿌리가 아닌 발을 달아주기로 했는가 보다. 나도 그들의 흉내 내며 마늘이 내민 뿌리를 발이라 읽는 중이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등지고 발이 난 마늘을 꾹꾹 눌러 심는다. 얼었다 녹았다, 비록 월동의 시간들이 험난하다하여도 발의 투지가 저리 다부지니 옹골찬 봄을 의심할 수는 없겠다. 마늘을 심으면 마늘이 나온다는 당연하고도 싱거운 이치에 들떠 엉성한 초보 솜씨로나마 번잡을 떨어본다. 시골에서 터를 잡은 후 씨에 집착하는 버릇이 생겼다. 백지를 앞두면 야릇한 의무감부터 발동을 하는 글쟁이로서의 본능 때문인지 모르겠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화단을 보면 알 수 없는 부채감이 자꾸만 나를 다그쳤다. 꽃씨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름은 물론,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씨가 맺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런 처지에도 길을 걷거나 남의 집 담벼락을 기웃거리며 욕심껏 꽃 진 자리를 훑었다. 뿐인가. 농군들의 SNS에 씨앗 ...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드디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 계획은 잘 세우셨나요? 저는 지난 연말 의미 있는 일들이 좀 많았습니다. 첫 번째는 거의 20년 만에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각각 다른 분들에게 받았습니다. 제가 외국 생활을 오래 했고, 코로나 때문에 크리스마스라는 말도 사라졌었지만, 2024년엔 이런 소소한 선물과 카드가 제 인생을 조금 더 빛나게 해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두 번째로는 지난 12월 외국 바이어로부터 후원활동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좀 망설이다가 필리핀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성의를 표시했습니다. 그랬더니 행복하게도 아이들이 즐겼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내년에도 참가하겠다고 방금 이메일을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7일에 있었던 제주 백록 수필 작가회에서 개최한 연말 '문학의 밤'행사에, 저와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이 찬조를 해서 우상임 피아니스트를 초대해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었습니다. 우상임 연주자님이 너무 빛나셔서 저희 행사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연말을 연초에 책 이야기와 함께 밝혀봅니다. 2025년도엔 모든 분들의 삶이 더 빛나시길 바라봅니다. 오늘은 저의 #1239 번째 북 리뷰입니다. 트럼프 2.0 시대 저자 박종훈 출판 글로퍼스 발매 2024.11.08. 박종훈 대기자는 제가 경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좋아하는 분이...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드디어 2024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올 한해 알차게 보내셨나요? 저는 나름대로 계획했던 일들을 잘 수행한 것 같아서 즐거웠던 한 해였습니다. 내년도 올 해와 마찬가지로 한뼘 정도 더 성장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1238 번째 북 리뷰입니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저자 문지혁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24.09.23. 문지혁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소설 '중급 한국어' 때문입니다. 자신의 자서전과 비슷한 소설은 읽는 내내 한국어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편안한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초급 한국어'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서전이 강한 소설을 읽다 보니, 마치 제가 아는 분 같아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소설가를 지망하는 분들을 위한 소설 작법서이지만, 글쓰기란 장르만 다를 뿐, 모든 분야가 쓴다는 본질이 같기에 읽는 내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쓴다'는 말이 동사이기 때문입니다. '소설가'는 명사인데, 명사는 결코 해당하는 단어의 의미를 다 설명해 주지 못하지요. 의사는 치료하고, 선생은 가르치고, 미화원은 청소합니다. 마찬가지로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입니다. 소설을 쓰지 않으면 소설가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늘 쓰는 건 아니잖아요? 하루에 몇 분이나 소설을 쓰는데...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7 번째 북 리뷰입니다. 방부제가 썩는 나라 저자 최승호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8.07.20. 최승호 시인하면 '대설주의보'라는 걸작을 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십니다. 최승호 시인의 시들에는 반복적인 동어반복으로 시의 운율을 잘 나타내기도 하고, 날카로운 단어들을 사용하여 감정의 폐부를 찌르곤 합니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맴돌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시집의 시들을 몇 편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죽어봤자 고깃덩어리 삼겹살집으로 멧돼지가 돌진했다 대담한 놈이다 절망한 놈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놈이다 잃어봤자 삼겹살 정도? 삼겹살 인생에 오겹살 후회 돼지족발 같은 희망들 삼겹살집으로 멧돼지가 돌진했다 저돌적이다 절망적이다 죽어봤자 고깃덩어리? P13 상가로 돌진하는 멧돼지들이 가끔 있다고 합니다. 유리에 비친 모습이 마치 적으로 인식되기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삼겹살집이라면...... 웃음이 나오지만,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변기트럭 배설물 때문에 망하는 나라는 없다 변기트럭이 희망트럭이다 P21 흔히들 말하는 똥차가 어찌 보면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 희망일지도요. 백수는 과로사한다 죄의식은 죄 에 혹사당하고 성기는 성 에 혹사당하고 재벌은 돈 에 혹사당한다 항문은 똥 에 혹사당하고 시체는 장례 에 혹사당하고 구도자는 도...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6 번째 북 리뷰입니다. 요즘 유튜브를 틀면 수도꼭지처럼 출연하는 분이 바로 정영진 작가입니다. 여러 매체에 출연하기도 하지만, 특히 시사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계엄 사태를 맞이하여 이 분의 인기도 높은데, 이 책은 그런 계엄 시대를 정면으로 다루었다기보다는 현 대통령이 다른 생각을 해 보지 않았기에, 즉 공부는 잘했을지언정 사유는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나라는 진단과 함께 이 책은 조금 다른 식으로 세상 바라보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정영진 작가의 시각은 일반인과는 좀 다릅니다. 그는 서두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디든 좋으니 맘껏 공격했으면 좋겠다. 논리적 허점을 비웃고 나를 형편없는 멍청이로 만들어달라. 게다가 이 책에서 다룬 이슈들은 서로 치열하게 싸우기도 좋은 것들이다. 제발 누군가의 명언과 주장 아래 대동단결하지 말고 각자의 생각으로 싸우자. 최근 일어난 대통령의 계엄 사태도 이런 습관의 부재로 일어났다고 조심스럽게 짐작한다. 자신에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가져오는 십상시에 둘러싸여 새로운 시선을 가지거나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이다.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심화하는 유튜브 채널들의 극단적 ...
사방 바람의 우범지대다. 홀로로는 결코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부조리에 맞서듯 바람은 닿아지는 모든 것들을 다그쳐 소리를 만들어낸다. 소리를 앞세워 자신을 과시하고, 소리를 채찍 삼아 세상을 평정하려 든다. 뒷산의 북풍도 을씨년스러운 소리로 능선을 넘어온다. 수척해진 나무들의 등짝에 냉냉(冷冷)한 문신을 새기고 있는지, 바람의 손이 스칠 때마다 구성없는 비명이 쏟아진다. 바람의 소리인지, 소리의 바람인지, 오늘 따라 집 뒤 굴참나무 숲정이는 귀곡산장이 따로 없다. 얼음장 같은 바람이 헤살을 놓는 날엔 무조건 퇴각을 외쳐야 한다. 바람에 항거하는 방법이란 고작 문이란 문을 꽁꽁 닫아걸고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그러나 철옹성 같은 문도 소리의 출입까지는 막을 수 없나니, 휘잉, 바람이 흩뿌리는 소리의 단검이 귓전으로 싸늘하게 내리꽂힌다. 잔뜩 벼려진 겨울의 위세를 코앞에 다 부려놓는 친절한 바람 씨(氏)들이다. 불시에 허를 찔린 듯, 팔다리가 욱신거린다. 구멍이란 구멍으로는 냉기가 들이친다. 어깨를 추스르고 허리를 곧추 세워보지만, 먹은 것마저 명치끝에 묵직하게 얹히고 만다. 하여, 문 안의 무풍지대에 소심하게 움츠린 채 빼꼼 문 밖을 정탐하는 일로 시간을 뭉갠다. 곰처럼 챙겨 입고도 소리의 피난처를 찾아 귀를 펄럭이는 몰골이라니. 바야흐로 소멸의 계절, 겨울이다. 산도, 들도, 나무도 거머쥔 것들을 발밑으로 내려놓는다. 세상...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5 번째 북 리뷰입니다. 영원한 천국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4.08.28. 올해 가장 기대했던 소설 중에 하나가 바로 정유정 작가의 신작입니다. 비록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관심이 시들했지만,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다른 분들의 리뷰를 봤을 때, 이 책이 SF 소설에 가깝다는 평이 많았는데, 맞습니다. 일단 제목에 나와 있듯이 자신의 의식을 업로드해서 영원히 자신만의 세상을 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식 업로드는 이미 SF 소설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고, 영화에서도 많이 인용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정유정 작가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악이 판치는 그전 소설보다는 인간의 심리에 맞추어져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이 소설은 임경주라는 물리치료사와 이해상이라는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이 둘은 연인이 아니라 박제이라는 남성으로 얽힌 사이입니다. 임경주는 승주라는 동생이 있는데, 그가 아버지가 죽자 그를 그리워하며 집안에서 칩거하기 이릅니다. 그러다가 임경주가 병원에서 낙상사고로 자신의 환자가 죽자 해고를 당하고, 그 화풀이를 승주에게 합니다. 승주는 가출을 감행하고 몇 달 후 노숙자들이 머무는 곳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자연사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한편, 이해상은 아...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4 번째 북 리뷰입니다. 광인 저자 이혁진 출판 민음사 발매 2023.11.24. 어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십 년 내에 가장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올해 가장 잘 한일 중에 하나가 바로 시 공부를 시작한 것과 시 모임에 참석한 것이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 연말 모임을 했습니다. 얼마 전, 저희 멤버 중에 한 분이 수기 공모전 대상을 받으셔서 저녁을 거하게 사주셨고, 그 이후 리더인 최쌤이 집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직접 구운 머핀에 촛불을 켜고, 그 역시 직접 구운 쿠키와 고급스러운 와인까지. 완벽한 크리스마스 파티였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최쌤이 직접 그려서 만들어주신 크리스마스카드였습니다. 제 아내도 크리스마스카드를 안 준지 어언 20년은 된 것 같은데, 이렇게 최쌤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으니 다시 20대의 크리스마스를 만난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수기 공모전 대상을 받으신 성쌤, 크리스마스 홈 파티를 준비해 주신 최쌤, 그리고 시모임 초창기 멤버지만 육지로 떠나시는 이쌤. 그리고 나머지 시 모임 '여름, 이었다' 멤버인 한쌤,이쌤 그리고 강쌤. 같이 또 다르게 맞이할 새해엔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자! 오늘 소개해 드릴 소설은 근래...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3 번째 북 리뷰입니다.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2025) 저자 곽해선 출판 혜다 발매 2024.12.20. 제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2021년도입니다. 그때 경제에 대한 책을 읽기 위해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만나고 경제에 대한 기초를 잡은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매년 개정판으로 출판되지만, 매전 같은 내용으로 출간되기보다는 경제기사를 다루는 만큼 내용도 상이합니다. 기초와 시사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책이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의 2022 개정판 리뷰는 밑에 링크합니다. Kay's book - 경제기사 300문 300답 by 곽해선 - 어려운 경제정보 쉽게 읽는 법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478 번째 북 리뷰 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무래... blog.naver.com 유럽 사민주의는 자본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영국·프랑스·독일과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덴마크 등 선진국이 모인 유럽 서부와 북부는 자본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태동한 지역이다. 자본주의가 일찍 발전한 만큼 생산력(재화 생산 능력) 증가 속도도 빨랐지만, 자본주의의 고유한 골칫거리인 빈부 차에 따르는 사회적 갈등도 먼저 겪었다. 사회주의 공세에 체제가 흔들리는 경험도 먼저 했다. 자본주의가 발...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2 번째 북 리뷰입니다. 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저자 박정재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24.12.11. 요즘 제가 TV를 보지 않지만 그래도 '차이나는 클래스'는 종종 VOD 서비스로 봅니다. 인류세 강의로 유명한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께서 이번에 서가명강을 통해 그의 강의를 다시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류세나 인간세는 현재 학명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론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인간이 만든 지리학적 변화를 통해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될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류세'는 2000년에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이 강조하면서 학계에 등장했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의 기후환경이 뚜렷하게 변하기 시작했으므로 18세기 후반부터를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P14 인류세라는 명칭에 대한 유래를 먼저 설명하고 있습니다. 1610년으로서, 이 시기에 갑자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든다. 학자들은 이 변화를 오르비스 스파이크 orbis spike라 표현한다. 16세기 말에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17세기에 들어 유럽인이 본격적으로 그곳으로 진출할 때 사람만 이동해 간 것이 아니었다. 유라시아의 다...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오늘은 저의 #1231 번째 북 리뷰입니다. 혼자의 넓이 저자 이문재 출판 창비 발매 2021.05.28. 올 한 해 가장 잘 한 일중에 하나가 바로 시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시 합평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시를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던 제가 드디어 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속에서 많은 좋은 시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늘 소개해 드릴 이문재 시인 역시 한 번만 읽어도 바로 시인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좋은 시를 쓰고 계신 분입니다. 그럼 한번 몇 편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혼자의 넓이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들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어떻게 나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