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 독서 기간 : 2024.11.17.(일) ]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길어서도 아닌, 글자 간격이 촘촘해서도 아닌, (등장인물들 모두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해서라고도 할 수는 없을 --- 이야기의 전개가 적잖이 빠르고, 무엇보다 소설의 내용/흐름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채) 2024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그런 책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전두환 정권 때나 김영삼 정권이 끝나고 나면 'OO 공화국 비사(秘史)'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곤 했었죠.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 일반 민중들은 알 수 없는/알지 못하는/알지 못하여야 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p104) 이러하기에 우리 사회에 '언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도 나름의 정도(正道)가 존재합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들도 반드시 알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를 대중에게...
연애의 기억 저자 줄리언 반스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8.08.30. [ 독서기간 : 2024.09.29.(일) ~ 2024. 10.12.(토) ] ■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사랑 이야기) ■ 열아홉 살짜리 남자아이, 아니, 거의 어른이 된 아이와 마흔여덟 살짜리 여자(p33) 이러한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한다고 생각) 합니다. 마흔여덟 살 여성은 결혼을 했고 '열아홉 살'보다 나이가 많은 두 명의 딸을 둔 유부녀입니다. 둘 간의 사랑 혹은 연애감정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1]이란 의미로서의) '불륜(不倫)'이란 단어를 도무지 회피해낼 수 없죠. 하지만 --- 기존에 제가 읽었었던 '불륜'에 관한 (보수적 정의의 불륜[2]과 개방적 정의의 불륜[3]을 모두 망라한) 소설들 - 「새벽 거리에서」 · 「불륜」 · 「열쇠」 · 「아내가 결혼했다」 · 「레테의 연가」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과는 분명 다른 결의 내용이기에, 이 작품을 선뜻 '불륜에 관한 소설'이라 규정짓기도 애매합니다. [1] 네이버 어학사전 [2]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불륜이다. 데이트는 말할 것도 없다. …… 배우자에게 상처를 준 이상 그것은 불륜이다." -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 거리에서」 중 p60, 재인, 2011. [3] "결혼을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라는...
노르웨이의 숲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8.07. [ 독서 기간 : 2024.08.26.(월) ~ 2024.09.13.(금) ] 나는 미도리를 사랑한다. 그건 오래전부터 분명히 알았다. 나는 다만 그 결론을 끌면서 회피했을 따름이다. …… 그리고 나는 나오코 또한 사랑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묘하게 비틀어져 버린 사랑이기는 하지만, 난 분명히 나오코를 사랑했고, 내 속에는 나오코를 위한 꽤 넓은 자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다.(pp518~519) 벌써 9년 전이었네요. 「상실의 시대」란 제목의 책으로 읽었었던, 그때 쓴 감상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구절입니다만, 2024년 두 번째의 독서는 위 구절을,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부분으로 꼽게 됩니다.[1] --- 9년 만의 재독(再讀)이 50대 중반의 남성이 되어버린 제게 남겨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그저, [1] 문학사상사에서 2000년에 펴낸, 「상실의 시대」에 실려있는 <한국어판에 부치는 작가의 서문> 속 다음 문장을 통해, 제 생각이 그리 어긋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p8)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여성에게 양다리를[2] 걸친 스무 살 청춘남자 '와타나베...
댓글부대 저자 장강명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5.11.30. [ 독서 기간 : 2024.05.24. ~ 2024.05.25. ] 《댓글부대》전체의 모티프는 물론 2012년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입니다. (p272) - <출처에 대하여> 중. 제목으로 예상되는 내용 그대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작가의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내내, (이 작품이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어서가 아니라)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되지 않는, 저 역시 몇 곳 가입되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등을 떠올려보면 ---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입니다"(p271)라는 작가의 말이 쉽사리 믿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들은 댓글 하청업자가 아니라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하는 브레인이라고 주장했다.(p12) 소설은 (가상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자중지란에 빠지게 해 결국 해당 커뮤니티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한다라 표현하고 있죠. '여론'이란 것이 '기획'되어질 수 있는 것이냐,란 질문은 단순히 '순진하네~'란 힐난만으로는 부족한,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이에 대한 자신만의 표현을 그들의 작품 속에서 표현했었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사회를 해석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던 작가 박주영의 글입니다. 밖으...
각각의 계절 저자 권여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05.07. [ 독서 기간 : 2024.05.17. ~ 2024.05.19. ] 단편 소설 읽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뭐, 읽어내는 것까지야 어찌해서든 해낼 수 있다 하더라도 ---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은 그것이 (+)이건 (-)이건 반드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에겐, 단편 소설을 읽어가는 와중에도 내내 '이 작품을 읽는다는 행위로부터 종국에 내가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단편 소설 읽기에서만 굳이 문제가 되느냐라 묻는다면, 문학적인 이유를 적어낼 수는 없습니다만 --- 단편 소설의 특성상,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라는 것, 그러하기에 독자는 그 생략되어 있는 부분까지를 함께 고려 (혹은 추측)하여 작품의, 혹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한 서술일 듯싶네요. 하루 중 소중한 시간을 내어, 그 하루가 켜켜이 쌓여 며칠이 되도록 한 권의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었거늘 다 읽고나니 대체 이게 뭔 소리지?라는 감상만 남게 된다면, 제가 그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는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를 했다하여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더라도 --- 스스로가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 육체적 조건 (시력)과 읽어낸 후 읽어낸 것들에 대...
헌치백 저자 이치가와 사오 출판 허블 발매 2023.10.27. [ 독서 기간 : 2024.05.03 ~ 2024.05.04 ] ◆ 이 소설 재미있어? 라고 누군가 제게 물었을 때, '읽는' 재미를 얻고자 한다면 사서 읽지 말고 도서관에서 빌려볼 것을, '읽은 후에 남겨지는 무언가'로서의 재미를 원한다면, 가능한 한 「법의 딜레마」[1]의 "1장 :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삶은 손해인가?"와 "6장 : 인간의 존엄은 형량 가능한가?" 부분만이라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겠습니다. (물론 이건 제 기준에서고, 이런 선행 독서가 없더라도 이 작품이 지닌 온전한 의미를 이해하시는 독자도 많을 겁니다.) --- 이걸 넘어선 답변은 불가. [1] 윤진수· 한상훈 · 안성조 외, 「법의 딜레마」, 법문사, 2020. ◆ 당사자 문학 이라는 게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 "비장애인 작가가 바라본 장애인의 묘사가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가 작가인, 이른바 '당사자 문학'입니다"(p133)란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장르는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1969년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제가, 1910년 직후라는 역사적 공간을 '충분히' 공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주변 어르신들 내지는 책으로부터 얻었던 간접 경험은 그 축적된 양과 질의 정도가 여하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그 시기를 ...
불변의 법칙 저자 모건 하우절 출판 서삼독 발매 2024.02.28. [ 독서 기간 : 2024.05.08. ~ 2024.05.13. ] 환상적인 이야기꾼이 전하는 인생을 바꿀 만한 대단한 통찰! - 라이언 홀리데이 / <뉴욕 옵서버> 칼럼니스트 겸 편집인이자 「데일리 필로소피」, 「에고라는 적」 저자. 라 적혀 있는, <이 책을 향한 찬사> 중 위의 글은 많이도 과한 오바라 생각합니다. 반면, 수천 년 동안의 고전들에 담긴 지혜를 지난 백 년 동안의 사례들로 풀어쓴 책!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의 찬사는,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찬사'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리는가란 의문을 차치해낼 수 있다면)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변화는 우리의 주의와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새롭고 놀랍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이야말로 우리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보고다.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기 때문이다. … 세상사의 변하지 않는 특성과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당신 자신의 삶을, 그리고 세상이 지금과 같은 모습인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다가오는 미래를 더 준비된 상태로 맞이할 수 있다. …… 변하지 않는 것들은 중요하다. 그것을 알면 확신을 갖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pp20~21) 경제학이란 학문에서 최대한 피하려 하는 것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