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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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저자 장강명 출판 민음사 발매 2015.05.08. [ 독서 기간 : 2024.12.23.(월) ] #1. 복잡하게 읽히는 부분 없는, 그야말로 '하루만에' 모두 다 읽어낼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루고 있는 메시지가 가벼운가하면, 전 결코 그렇지 않다라 적어내겠습니다. #2. 오랜 세월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정당한 몫을 요구하기 위해, 그들이 겪는 노동이 고통을 동반한다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했다. 이것은 교환의 법칙을 위반하는 자본가에 대한 고발임과 동시에 고통 받는 노동자를 숭고한 존재로 만드는 도덕적인 투쟁이기도 했다. (후략) - 한윤형 외,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중 p201, 웅진지식하우스, 2011. '자본'이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착취에 맞서 노동자 스스로가 고안해 낸 저항이자 자신 스스로를 위한 위로입니다. '노동의 고통'이 자본의 이익을 만들어냄을, 몸에 불을 붙여가면서까지 알려야했던 그 어떤 시절이 대한민국에도 있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노동' 내부에서의 분화가 생겨났습니다. --- 요즘도 심심치않게 언론에 거론되는 '본교 - 분교'라는 카테고리 다툼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들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수능 점수로 인한 차이/차별이 원인이라 한다면, 이같은 '꼬우면 본교 오지!'의 정서는 이제 노동 현장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 쏟아졌던 '내...

1시간 전
해례본을 찾아서 - 주수자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저자 주수자 출판 달아실 발매 2024.10.09. [ 독서 기간 : 2024.11.09.(토) ~ 2024.11.11.(월) ] 문학작품의 효용, 그중에서도 '소설'의 가장 큰 효용은 '겪어보지 못한/겪어볼 수 없는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글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는 것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그 장르에 따라 그 강도(强度)야 다르겠지만, 비록 추리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과 같은 작품은 (누구의 인생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그 관점에만 집중한다면) 역시, '사랑의 대상(對象)'에 따른 갈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시나, 제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가볍지 않은 생각을 해볼 기회를 주었었지요. 그렇다면, 이 작품 「해례본을 찾아서」는, 역사 소설로서 독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요? --- (좀 창피하지만) '훈민정음해례본'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국문학자 김태준이란 분의 역할은 어떠했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던 독자인 제게 이 소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 간주하는 것에도 당연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다'라는, 알고는 있으나 항상 망각하며 지내게 되는 진실에 대해 다시금 알려주었습니다. 모든 기록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한...

2024.11.12
위대한 그의 빛 - 심윤경

위대한 그의 빛 저자 심윤경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9.25. [ 독서 기간 : 2024.10.17.(목) ~ 2024.10.24.(목) ] 성수동과 압구정동이 이렇게 정확하게 마주보는 위치였구나, …… 올드 머니와 뉴 머니를 대표하는 두 건물들이 찰랑이는 넓은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 풍경은 분명 낯익은 데가 있었다. 개츠비가 바다 건너편 가물거리는 초록 불빛을 향해 손을 내밀던 바로 그 자리에 선 놀라움 속에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p264) - <작가의 말> 중.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 소설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 의 구조와 인물 등을 (약간의 변주(variation)가 있긴하지만)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정서가 'K-감성'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 차이가 그나마 이 소설을 '원작 따라하기'에 그치는 것을 변호해주고 있지 않나 싶네요. ('따라하기'란 단어를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 https://media1.shmoop.com/media/covers/literature/great_gatsby_plot.jpeg 아니 벌써? --- 참으로 많은 일들에 대해, 그게 벌써 그렇게나 오래 전인가?란 생각을 정말 자주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던 것 역시, 그렇게 오래된 것 같...

2024.10.25
소설, 한국을 말하다 - 장강명 외(外)

소설, 한국을 말하다 저자 장강명,곽재식,구병모,이서수,이기호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4.08.13. [ 독서 기간 : 2024.09.23.(월) ~ 2024.09.28.(토) ] #1.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4천 자 내외의 짧은 소설 스물한 편이 실려 있는 책입니다. "보도가 아닌 '이야기'로 한국 사회의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마음을 들여보자는 취지"(p7)가 마음에 들어 책을 구입했었고, 그 의도가 오롯이 반영된 (역시나) 스물한 개의 주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읽어내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AI, 사교육, 고물가, 오픈런, 덕질, 번아웃, 반려동물, 자연인, 거지방, 고물가, 다문화 가족, 새벽 배송, 중독 ……. 우리가 아는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다채로웠다.( p9) 곧 읽으려 준비해 놓은, '노동'이란 주제 역시 스물한 개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포인트와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다라 생각되는 관점 - "불안과 염려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p211) - 의 결에 적잖은 차이가 있었듯, 스물한 개의 주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관점은 역시나, 일반인인 저완 여러 수준의 정도로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는 왜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호할까?ㅣ인터비즈 MZ세대를 중심으로 고양이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고양이의...

2024.09.28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저자 김기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5.15. [ 독서 기간 : 2024.07.29. ] 단편 소설 읽기를 힘들어하기에, 어지간하지 않으면 단편 소설이 묶여진 책을 사거나 읽진 않습니다. 우선 '소설집(集)'이란 단어가 인쇄되어 있는 책은,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가 - 예를 들어, 구병모라든가 김훈, 또는 권여선이라든가 - 가 아니라면 제가 그 책을 사거나 읽을 가능성이 매우 낮죠. 매장에 직접 방문한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미스터 버티고' 사장님께서 쓰시는 블로그를 종종 들어가 봅니다. 예전에 백석동에 계셨을 때, 서점 <미스터 버티고>에서 알게 된 책은 그곳에서 꼭 샀었었지만, 삼송동으로 이전하신 후에는 그곳엘 가보는 기회 만들기가 쉽지가 않네요. 어쨌든 --- '미스터 버티고'님의 추천, 게다가 제가 '이웃'으로 맺은 분들의 포스팅에서도 적잖이 보이는 (하지만 그 포스트를 읽지는 않은, 전 제가 책을 읽기 전엔 다른 분들의 감상문을 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김기태 소설'로만 적혀있었기에 장편 소설인 줄 알았거늘... 총 아홉 편의 단편 소설들이 묶여져 있는 소설집입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뿐 아니라 수록되어 있는 (<팍스 아토미카>를 제외하면) 모든 소설들이 어렵지 않게 읽히고, 작가가 해당 단편을 통해 어떤 걸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도 (물론 저만의 이해...

2024.07.30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저자 박경리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23.04.27. [ 독서 기간 : 2023.10.23. ~ 2023.10.27. ] 미륵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지난 여름 휴가로 다녀왔었던 '통영'이라는 도시에 그야말로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음식도 모두 맛있었고, 바다와 산들의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만, 무엇보다 --- 그곳, 통영분들의 친절함이 정말 인상적이었었죠. 언젠가, 다시 한 번 가서 그 때 가보지 못했던 곳들 -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전혁림 미술관 - 과 먹어보지 못한 음식등 - 오미사꿀빵, 허름(?)한 다찌 - 을 경험하겠노라 생각했었었는데, 이래저래한 기회로 예상보다는 일찍인 다음 주에 3박 4일의 두 번째 통영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지로 박경리 기념관을 적으면서, 작가 박경리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게 무척이나 맘에 걸리더군요. 급하게 주문해 펼쳐든 책이 바로 (남은 열흘 만에「토지」를 읽어볼 수는 없으니) 이 소설 「김약국의 딸들」입니다. 저로서는 故 박경리 작가의 첫 작품인 셈이죠. 과연 어떻게 읽었을까요?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 ……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p9) 통영생...

2023.10.27
댓글부대 - 장강명

댓글부대 저자 장강명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5.11.30. [ 독서 기간 : 2024.05.24. ~ 2024.05.25. ] 《댓글부대》전체의 모티프는 물론 2012년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입니다. (p272) - <출처에 대하여> 중. 제목으로 예상되는 내용 그대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작가의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내내, (이 작품이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어서가 아니라)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되지 않는, 저 역시 몇 곳 가입되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등을 떠올려보면 ---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입니다"(p271)라는 작가의 말이 쉽사리 믿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들은 댓글 하청업자가 아니라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하는 브레인이라고 주장했다.(p12) 소설은 (가상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자중지란에 빠지게 해 결국 해당 커뮤니티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한다라 표현하고 있죠. '여론'이란 것이 '기획'되어질 수 있는 것이냐,란 질문은 단순히 '순진하네~'란 힐난만으로는 부족한,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이에 대한 자신만의 표현을 그들의 작품 속에서 표현했었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사회를 해석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던 작가 박주영의 글입니다. 밖으...

2024.05.25
2
각각의 계절 - 권여선

각각의 계절 저자 권여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05.07. [ 독서 기간 : 2024.05.17. ~ 2024.05.19. ] 단편 소설 읽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뭐, 읽어내는 것까지야 어찌해서든 해낼 수 있다 하더라도 ---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은 그것이 (+)이건 (-)이건 반드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에겐, 단편 소설을 읽어가는 와중에도 내내 '이 작품을 읽는다는 행위로부터 종국에 내가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단편 소설 읽기에서만 굳이 문제가 되느냐라 묻는다면, 문학적인 이유를 적어낼 수는 없습니다만 --- 단편 소설의 특성상,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라는 것, 그러하기에 독자는 그 생략되어 있는 부분까지를 함께 고려 (혹은 추측)하여 작품의, 혹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한 서술일 듯싶네요. 하루 중 소중한 시간을 내어, 그 하루가 켜켜이 쌓여 며칠이 되도록 한 권의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었거늘 다 읽고나니 대체 이게 뭔 소리지?라는 감상만 남게 된다면, 제가 그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는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를 했다하여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더라도 --- 스스로가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 육체적 조건 (시력)과 읽어낸 후 읽어낸 것들에 대...

2024.05.20
5
중급 한국어 - 문지혁

중급 한국어 저자 문지혁 출판 민음사 발매 2023.03.03. [ 독서 기간 : 2023.06.02. ~ 2023.06.03. ] "'재현'으로서의 글쓰기는 그 형식이 소설이건 무엇이건건에 경험이라는 일차적 실체와 그에 기초한 '이야기'라는 이차적 실체를 재료로 삼아 행해진다. 물론 이 글쓰기, 좀 더 일반적으로는 말하기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강화 · 왜곡 · 편집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숨기려는 욕망은 경험을 기억으로 가공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첫 단계에서는 결과물인 '이야기'를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같기 때문에, 즉 내가 나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이므로 말하는 이가 숨기고 있는 사실조차도 듣는 이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의 결과물은 말하는 이(나)와 듣는 이(독자)가 다르기 때문에 말하는 이는 첫 번째 단계의 결과물을 그대로가 아니라 걸러서 전달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듣는 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 류동민, 「기억의 몽타주」 중 pp192-193, 한겨레출판, 2013. Autobiography vs. Biography vs. Memoir 전편 「초급 한국어」가 미국에서의 유학과 한 학기의 강의 시절을 담고 있었다면, (제목을 통해 단번에 알아챌 수 있겠듯) 후속작격인 이 작품 「중급 한국어」는 (작가이자) 주인공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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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 정유정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6.05.30. [ 독서 기간 : 2023.05.23. ~ 2023.05.26. ]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p6) 제가 들어 본, 한국 소설의 첫 문장 중 가장 유명한 구절이었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에 크게 신경을 쓰거나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었거늘 --- 결국엔, 각 작품의 첫 문장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동했었던 작가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과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고 난 후에는 확실히, 소설의 첫 문장에 집착을 하게 되더군요. 헌데, 이 작품은, 읽어가는 페이지가 늘어날 수록,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라는 (이 유명한) 첫 구절의 의미에 대한 집착이 점점 더 커지는 겁니다. 중간을 지나간 어느 시점부터는 아예 이 구절의 의미를 알아내는 것이 흡사 제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유일한 이유처럼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결국 --- 동일한 화자(話者)가 동일한 대상에게 건네는 "해피 버스데이"(p520)라는, 죽음과 태어남의 대구(對句)로 끝맺음되는 소설을 다 읽어내었을 때, 소설의 줄거리라든가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심지어는 설정된 상황까지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던 이 작품의 첫 구절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가 왜 그토록 유명해진 것인지, 그것이 단지 우리의 상식에 대한 도전적 의문 혹은 의아함을 던지는 문장으로 읽혀...

2023.05.27
2
재와 빨강 - 편혜영

재와 빨강(리마스터판) 저자 편혜영 출판 창비 발매 2023.01.13. [ 독서 기간 : 2023.05.08. ~ 2023.05.10. ] 【 양치기 소년 】 위험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실제로 닥쳐오는 위험보다 많은 법이다.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으니까.(p8) 양치기 소년 양치기 소년의 우화로부터 우리는, 어렸을 때엔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라는 교훈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타인으로부터 신뢰 받는 사람이 되자' 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지만 --- 지금의 저는, 과거의 어떤 경고가 헛짓거리였었다라 사후(事後)적으로 판정받았다고해서 그 경고의 가치를 우리가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무시해서는 안 되다라는 것이 이 우화의 진짜 의미라 생각합니다. 이 의미 하에서라면, 위 인용구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두 문장으로 요약하라는 문제의 모범답안쯤 되지않을까 싶죠. 하지만 우리의 삶이란 건, 이것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양치기 소년 우화의 (제가 생각하는) 진짜 의미를 역시나 사후(事後)적으로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경고의 내용을 담은 예언이 가장 주목받는 건 참사를 미연에 방지했을 때가 아니라 예언된 참사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 - 야마다 무네키, 「백년법 : 下」 중 p132, 애플북스, 2014. 【 의지의 결과 】 "내가 보기에 자네만큼 쥐를 잘 잡는 ...

2023.05.12
6
초급 한국어 - 문지혁

초급 한국어 저자 문지혁 출판 민음사 발매 2020.11.27. [ 독서 기간 : 2023.04.21. ~ 2023.04.22. ] 배운 적은 없었으나 개인적으로라도 공부해보고 싶었던 '법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많이 배웠었으나 그만큼 많은 것을 잊게 된 '게임 이론'과 접목하여 소개하는 책 한 권을, (다수(多數)의 공감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해보며 적어보는 표현인) '너무나 황홀한 기분으로' 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너무 맛있는, 그러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은, 더 이상 주문할 수조차 없는 한 병의 술이 비워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 마냥, 그 절반까지만 마시고 나머지 절반을 마셔내기 이전에 앞의 절반이 남겨준 취기(醉氣)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는 듯, 이 황홀함을 너무 빨리 소비시켜버리고 싶지 않았다란 (역시나, 다수의 공감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싶은) 이유로 얇아서 펼쳐 들었던, 얇은 만큼 짧은, 짧지만 잘 읽혔졌던, 하지만 다 읽고 나니, 그 짧음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는, 꽤 좋았던 소설, 「초급 한국어」 입니다. 줄거리는, 그 짧음만큼이나 간단합니다. 뉴욕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토종) 한국인 문지혁이, 여러 인종적 배경을 지닌 미국 학생들 20명을 대상으로 '초급 한국어'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진행하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 그의 어린 시절, 청춘 시절 / 그의 부모님, 그의 헤어진 여자 친구, 그...

2023.04.22
2
★ 로기완을 만났다 - 조해진

로기완을 만났다 저자 조해진 출판 창비 발매 2011.04.30. [ 독서 기간 : 2023.02.22. ~ 2023.02.23. ] 이방인이 되어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요.(pp13~14) <'엘'이 어느날 '로기완'이 됐다> 고작 두 편의 작품만을 읽어 본 작가입니다만, 그러하기에 그 두 편의 작품만으로 작가 조해진에 대해 적어낼 수 있는 것이 많을 수 없기는 하지만, 앞서 읽었던 「단순한 진심」 에서 "입양이나 입양인이 없다는 듯 모른 채 살아온 제 삶"[1]의 인물 '서영'을 통해, 타국에서 살아 온 입양아 '문주'의 심정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잔잔하게, 아주 잔잔하게) 보여줌으로, 역시나 입양에 대해 낯설 수밖에 없을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감정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볼 수 있게 해주었던 작가는 이번에도 , '벨기에의 탈북인[2]'이라는 또 다른 범주의 이방인, '로기완'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해서만큼은 이방인일 수밖에 없을 독자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상대에게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자가, 그 상대를 향해 갖게 되는 '연민'이 과연 '진심'일 수 있는가라는 것이죠.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p7) "나는 암흑에서 왔다. …… 내게 그녀는, 또 하나의 암흑이다"[3]라는 「단순한 진심」 의 첫 문장을 연상케하는 위의 문장으로, 작가는 이 ...

2023.02.24
4
단순한 진심 - 조해진

단순한 진심 저자 조해진 출판 민음사 발매 2019.07.05. [ 독서 기간 : 2023.02.18. ~ 2023.02.19. ] 감사한다라든가 죄송하다라는 구절의 앞에 습관적으로 덧붙이곤 하는, 그리하여 --- '진심으로 감사/죄송합니다'라는 타인이 제게 보낸 글을 읽을 때조차 습관적으로, 이 역시 '습관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라 치부해버리게 되는, 그 정도만의 값어치로 각인되어 있는, 강조될수록 그에 비례해 그나마의 값어치마저 손상을 입게 되는 단어, '진심(眞心)'. 나는 암흑에서 왔다. …… 내게 그녀는, 또 하나의 암흑이다.(pp7~8) "진심으로 다가가는 …" 프랑스로 입양되어 극작가이자 연극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 '나나'는, 그녀의 어머니(生母)를 '암흑'으로 표현합니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소설은 이러한 시작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느덧 '문주'가 되어있는 그녀, '나나'가 "엄마의 평안을 빕니다.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을 저의, 진심입니다."(p253)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가를 잔잔하게, 아주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이제까지, "경제학자들은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진실하지 않다고 믿는다. 동네 가게가 정말 좋다면 당연히 마트에 가지 않을 것이다. 단지 입과 머리로만 하는 고백일 뿐이다. 행동이 없는 고백을 믿은 사람은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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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권여선

토우의 집 저자 권여선 출판 자음과모음 발매 2014.11.24. [ 독서 기간 : 2023.01.28. ~ 2023.01.29. ] 책을 사는 이유는 거의 매번 동일합니다. 이 책을 지금 당장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죠. 하지만 그렇게 산 책들의 대부분은 박스의 포장을 뜯자마자 (적어도 그 당시에는 읽고 있는 다른 책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책장 어딘가에 얹혀지게되고, 그러다보면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 흘러 그와 똑같은 이유로 사게 되는 다른 책들의 아래 혹은 뒷편에 자리하게 되어, 또 다시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 개정판이라든가 (요즘 한창 유행하는) 리버커판이 출판되곤 하는 겁니다.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사람 마음이란 게, 특히 사회과학 책의 경우엔 '개정판'이란 단어가 암시하는 '뭔가 더 정확해졌고 더 친절해졌고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 이란 유혹을 떨쳐내기란 그리 쉽지가 않더군요. 곧바로 갖고 있는 구판을 알라딘에 재빨리 팔고 개정판을 새로 구매합니다. 그런 이력의 책들이 꽤 됩니다만, '소설'에 있어서의 '개정판'엔 그와 같은 '뭔가 더 정확해졌고 더 친절해졌고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라는 유혹이 제게는 그리 강하지 않기에, 이유야 똑같이 '이 책을 지금 당장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겠으나, 언제 샀었던건지까지는 기억하지 못할만큼 꽤 오래 전임에 틀림없는 이 책 「토우의 집」...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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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 천명관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저자 천명관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12.02.01.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저자 천명관 출판 위즈덤하우스(예담) 발매 2012.02.06. [ 독서 기간 : 2023.01.17. ~ 2023.01.19. ] <한겨레>, 2017.11.23. 기사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주된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그 시절에 물론 생물학적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나, 사회적으로 기능하고 있지는 못했었던 저로서는, 듣고 읽어서는 알되 저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있다라거나 일치되는 부분이 있는 역사는 아닌 시기이지요. (물론, 대학 저학년 때의 시위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그 시위 속에 존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삼청교육대'라는 전대미문의 무력 행사를 통한 인권의 말살을 일례로 들며, 작가는 그 짧지 않은 시기를 "야만의 세계"[1]라는 구절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하나였다. 그래도 됐으니까. 그래도 되면 그러는 게 인간이니까. ……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니까. 과거에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또 그럴 테니까. 그렇다! 그렇게 대학살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그래서 그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해자가 될지, 피해자가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1권, pp309~310) 작가 한강이 물었던 인간은 근본적으로...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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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들의 세계사 - 이기호

차남들의 세계사 저자 이기호 출판 민음사 발매 2014.07.25. [ 독서 기간 : 2023.01.15. ] 들어보아라. 이것은 이 땅의 황당한 독재자 중 한 명인 전두환 장군의 통치 시절 이야기이다.(p11) <중앙일보>, 2020.04.27. 기사 중 그 대단한 '김지영씨'가 태어났던 1982년의 어느 날,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교내 미술 그리기 대회라는 명목으로 경복궁에 갔더랬습니다. 그때 (같은 교정을 썼었던 같은 교명의) 고등학교 형들과 어찌어찌하다 어울려 경복궁의 어드메에서 같이 놀았었던 바로 그 날이 --- "우리의 누아르 주인공이자 독재자이자 고3 학부형이기도 했던 전두환 장군"(p63)이란 이름을 제 머리에 매우 인상적으로 각인했었던 (아마도 첫) 순간[1]이었다는 걸, 위 인용구의 구절로 시작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정말로 오랫만에 다시 떠올려보게됩니다. 혹자들은 전두환이 집권했던 제5공화국 시절에 대해, 주로 '경제 안정'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당시의 실상을 감추며 현실의 한 면만을 집어내어[2], 혹은 (민망해서인지도 모르겠으나) 타인의 시선을 빌어[3] 높게 평가하는 제5공화국이거늘, 그 지휘관이었던 전두환에게 씌여진 '독재자'라는 타이틀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임에 틀림없습니다... 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우리의 현대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저는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 소설도 그런 ...

2023.01.16
제도의 힘 - 김승욱

제도의 힘 저자 김승욱 출판 프리이코노미스쿨 발매 2015.12.01. [ 독서 기간 : 2022.12.29. ~ 2023.01.02. ] 한 권의 '경제사' 입문서라 표현할 수도 있을 듯 하기도, 또는 (책의 제목에서도 보이듯) '신제도학파 경제학'[1]에 대한 간략한 소개서라고 해도 손색없을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저자 스스로는 다음과 같이 (흡사 경제발전론이나 경제성장론스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 나라가 잘살고 못살게 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 그래서 이 책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p6) [프롤로그]에서 소개되고 있는 내용 전부를 이 정도의 두께로 모두 담아내고 있다고?라는 의문을 갖고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다 읽고나니 결국 --- (서술이 유려하다거나 탁월한 요약을 통한 설명이라 할 수 없겠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프롤로그] 속 소개가 모두 다 들어있다'고 적게 해줍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를 (책을 읽으며 적어놓은, 적지않은 분량의 글들을 보며) 되돌아보니 결국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각국 흥망성쇠의 원인은 효율적인 경제제도에 달려있다'라는 핵심적 관점을, 단 한 번의 이탈도 없이 충실히 유지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1993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사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각국의 흥망성쇠의 ...

2023.01.06
오디세이아 서울 - 이문열

오디세이아 서울 세트 저자 이문열 출판 알에이치코리아(RHK) 발매 2022.08.10. [ 독서 기간 : 2022.12.24. ~ 2022.12.25. ] 작가 이문열이 저의 독서 이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그 비중으로부터 발생된) 위상은 그야말로 독.보.적.입니다. 그의 작품을 읽으며 재미와 공감 뿐 아니라 무려! 교훈까지도 얻었었고, 그렇게 더 읽어가다보니 어느덧 작가의 시선에 저의 시선이 (심지어는 연애 편지의 문체까지도) 맞추어지기까지 했었던 1990년대, 저의 20대 초중반이었었죠. --- 그러했던 작가의 (작품으로 표출되는) 시선에 처음으로 반감을 가졌던 작품이 (2014년에 읽었던) 「아가」 였었습니다. (저의 실망과 연관이 있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2000년에 발표하였던) 그 작품 이후부터 보여지는 이문열은 그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과거와 같은 '작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992년에 발표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재발간된 이 작품이 어쩌면 '작가로서의 이문열'만의 스타일을 품고 있는 마지막 작품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이 소설(과 작가의 발표작 목록)을 다 읽고난 후 갖게 되는 솔직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의 투철한 사상/이념이 소개되는 초반부 - 주인공이 자신의 사상/이념에 혼란을 겪는 과정 - 주인공이 자신의 사상/이념에 회의를 느끼고 그로부터 탈출/전향하게된 ...

2022.12.28
사랑이 한 일 -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저자 이승우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10. [ 독서 기간 : 2022.09.20. ~ 2022.09.22. ] 성경의 시작인 창세기에 실려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패러프레이즈'[1]격의 소설들입니다. 비교적 (비신앙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①소돔과 고모라("소돔의 하룻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유명할 듯한) ②아들 이삭을 번제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사랑이 한 일"), 그 외에도 ③야곱이 형 에서를 가장해 아버지 이삭에게서 축복을 가로채는 이야기("허기와 탐식"), ④아브라함의 아이(이스마엘)를 가졌던 하갈의 이야기("하갈의 노래"), 마지막으로는 ⑤야곱이 꿈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이야기("야곱의 사다리") 들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해낸 패러프레이즈의 소재들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이 소설집은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의 일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 나는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이나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 대신 그 요구에 의해 제물로 바쳐지는 아들의 심정 속으로 들어가 이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으려고 했다.(p244) - <작가의 말> 중 비기독교인에게는 물론이고 (저를 포함한) 기독교인들에게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의 기준에서 평가한다면) 결코 쉬울 수 ...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