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진심 저자 조해진 출판 민음사 발매 2019.07.05. [ 독서 기간 : 2023.02.18. ~ 2023.02.19. ] 감사한다라든가 죄송하다라는 구절의 앞에 습관적으로 덧붙이곤 하는, 그리하여 --- '진심으로 감사/죄송합니다'라는 타인이 제게 보낸 글을 읽을 때조차 습관적으로, 이 역시 '습관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라 치부해버리게 되는, 그 정도만의 값어치로 각인되어 있는, 강조될수록 그에 비례해 그나마의 값어치마저 손상을 입게 되는 단어, '진심(眞心)'. 나는 암흑에서 왔다. …… 내게 그녀는, 또 하나의 암흑이다.(pp7~8) "진심으로 다가가는 …" 프랑스로 입양되어 극작가이자 연극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 '나나'는, 그녀의 어머니(生母)를 '암흑'으로 표현합니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소설은 이러한 시작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느덧 '문주'가 되어있는 그녀, '나나'가 "엄마의 평안을 빕니다.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을 저의, 진심입니다."(p253)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가를 잔잔하게, 아주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이제까지, "경제학자들은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진실하지 않다고 믿는다. 동네 가게가 정말 좋다면 당연히 마트에 가지 않을 것이다. 단지 입과 머리로만 하는 고백일 뿐이다. 행동이 없는 고백을 믿은 사람은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6.05.30. [ 독서 기간 : 2023.05.23. ~ 2023.05.26. ]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p6) 제가 들어 본, 한국 소설의 첫 문장 중 가장 유명한 구절이었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에 크게 신경을 쓰거나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었거늘 --- 결국엔, 각 작품의 첫 문장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동했었던 작가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과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고 난 후에는 확실히, 소설의 첫 문장에 집착을 하게 되더군요. 헌데, 이 작품은, 읽어가는 페이지가 늘어날 수록,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라는 (이 유명한) 첫 구절의 의미에 대한 집착이 점점 더 커지는 겁니다. 중간을 지나간 어느 시점부터는 아예 이 구절의 의미를 알아내는 것이 흡사 제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유일한 이유처럼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결국 --- 동일한 화자(話者)가 동일한 대상에게 건네는 "해피 버스데이"(p520)라는, 죽음과 태어남의 대구(對句)로 끝맺음되는 소설을 다 읽어내었을 때, 소설의 줄거리라든가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심지어는 설정된 상황까지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던 이 작품의 첫 구절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가 왜 그토록 유명해진 것인지, 그것이 단지 우리의 상식에 대한 도전적 의문 혹은 의아함을 던지는 문장으로 읽혀...
노르웨이의 숲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8.07. [ 독서 기간 : 2024.08.26.(월) ~ 2024.09.13.(금) ] 나는 미도리를 사랑한다. 그건 오래전부터 분명히 알았다. 나는 다만 그 결론을 끌면서 회피했을 따름이다. …… 그리고 나는 나오코 또한 사랑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묘하게 비틀어져 버린 사랑이기는 하지만, 난 분명히 나오코를 사랑했고, 내 속에는 나오코를 위한 꽤 넓은 자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다.(pp518~519) 벌써 9년 전이었네요. 「상실의 시대」란 제목의 책으로 읽었었던, 그때 쓴 감상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구절입니다만, 2024년 두 번째의 독서는 위 구절을,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부분으로 꼽게 됩니다.[1] --- 9년 만의 재독(再讀)이 50대 중반의 남성이 되어버린 제게 남겨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그저, [1] 문학사상사에서 2000년에 펴낸, 「상실의 시대」에 실려있는 <한국어판에 부치는 작가의 서문> 속 다음 문장을 통해, 제 생각이 그리 어긋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p8)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여성에게 양다리를[2] 걸친 스무 살 청춘남자 '와타나베...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저자 주수자 출판 달아실 발매 2024.10.09. [ 독서 기간 : 2024.11.09.(토) ~ 2024.11.11.(월) ] 문학작품의 효용, 그중에서도 '소설'의 가장 큰 효용은 '겪어보지 못한/겪어볼 수 없는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글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는 것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그 장르에 따라 그 강도(强度)야 다르겠지만, 비록 추리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과 같은 작품은 (누구의 인생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그 관점에만 집중한다면) 역시, '사랑의 대상(對象)'에 따른 갈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시나, 제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가볍지 않은 생각을 해볼 기회를 주었었지요. 그렇다면, 이 작품 「해례본을 찾아서」는, 역사 소설로서 독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요? --- (좀 창피하지만) '훈민정음해례본'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국문학자 김태준이란 분의 역할은 어떠했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던 독자인 제게 이 소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 간주하는 것에도 당연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다'라는, 알고는 있으나 항상 망각하며 지내게 되는 진실에 대해 다시금 알려주었습니다. 모든 기록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한...
위대한 그의 빛 저자 심윤경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9.25. [ 독서 기간 : 2024.10.17.(목) ~ 2024.10.24.(목) ] 성수동과 압구정동이 이렇게 정확하게 마주보는 위치였구나, …… 올드 머니와 뉴 머니를 대표하는 두 건물들이 찰랑이는 넓은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 풍경은 분명 낯익은 데가 있었다. 개츠비가 바다 건너편 가물거리는 초록 불빛을 향해 손을 내밀던 바로 그 자리에 선 놀라움 속에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p264) - <작가의 말> 중.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 소설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 의 구조와 인물 등을 (약간의 변주(variation)가 있긴하지만)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정서가 'K-감성'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 차이가 그나마 이 소설을 '원작 따라하기'에 그치는 것을 변호해주고 있지 않나 싶네요. ('따라하기'란 단어를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 https://media1.shmoop.com/media/covers/literature/great_gatsby_plot.jpeg 아니 벌써? --- 참으로 많은 일들에 대해, 그게 벌써 그렇게나 오래 전인가?란 생각을 정말 자주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던 것 역시, 그렇게 오래된 것 같...
소설, 한국을 말하다 저자 장강명,곽재식,구병모,이서수,이기호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4.08.13. [ 독서 기간 : 2024.09.23.(월) ~ 2024.09.28.(토) ] #1.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4천 자 내외의 짧은 소설 스물한 편이 실려 있는 책입니다. "보도가 아닌 '이야기'로 한국 사회의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마음을 들여보자는 취지"(p7)가 마음에 들어 책을 구입했었고, 그 의도가 오롯이 반영된 (역시나) 스물한 개의 주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읽어내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AI, 사교육, 고물가, 오픈런, 덕질, 번아웃, 반려동물, 자연인, 거지방, 고물가, 다문화 가족, 새벽 배송, 중독 ……. 우리가 아는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다채로웠다.( p9) 곧 읽으려 준비해 놓은, '노동'이란 주제 역시 스물한 개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포인트와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다라 생각되는 관점 - "불안과 염려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p211) - 의 결에 적잖은 차이가 있었듯, 스물한 개의 주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관점은 역시나, 일반인인 저완 여러 수준의 정도로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는 왜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호할까?ㅣ인터비즈 MZ세대를 중심으로 고양이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고양이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저자 김기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5.15. [ 독서 기간 : 2024.07.29. ] 단편 소설 읽기를 힘들어하기에, 어지간하지 않으면 단편 소설이 묶여진 책을 사거나 읽진 않습니다. 우선 '소설집(集)'이란 단어가 인쇄되어 있는 책은,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가 - 예를 들어, 구병모라든가 김훈, 또는 권여선이라든가 - 가 아니라면 제가 그 책을 사거나 읽을 가능성이 매우 낮죠. 매장에 직접 방문한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미스터 버티고' 사장님께서 쓰시는 블로그를 종종 들어가 봅니다. 예전에 백석동에 계셨을 때, 서점 <미스터 버티고>에서 알게 된 책은 그곳에서 꼭 샀었었지만, 삼송동으로 이전하신 후에는 그곳엘 가보는 기회 만들기가 쉽지가 않네요. 어쨌든 --- '미스터 버티고'님의 추천, 게다가 제가 '이웃'으로 맺은 분들의 포스팅에서도 적잖이 보이는 (하지만 그 포스트를 읽지는 않은, 전 제가 책을 읽기 전엔 다른 분들의 감상문을 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김기태 소설'로만 적혀있었기에 장편 소설인 줄 알았거늘... 총 아홉 편의 단편 소설들이 묶여져 있는 소설집입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뿐 아니라 수록되어 있는 (<팍스 아토미카>를 제외하면) 모든 소설들이 어렵지 않게 읽히고, 작가가 해당 단편을 통해 어떤 걸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도 (물론 저만의 이해...
김약국의 딸들 저자 박경리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23.04.27. [ 독서 기간 : 2023.10.23. ~ 2023.10.27. ] 미륵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지난 여름 휴가로 다녀왔었던 '통영'이라는 도시에 그야말로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음식도 모두 맛있었고, 바다와 산들의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만, 무엇보다 --- 그곳, 통영분들의 친절함이 정말 인상적이었었죠. 언젠가, 다시 한 번 가서 그 때 가보지 못했던 곳들 -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전혁림 미술관 - 과 먹어보지 못한 음식등 - 오미사꿀빵, 허름(?)한 다찌 - 을 경험하겠노라 생각했었었는데, 이래저래한 기회로 예상보다는 일찍인 다음 주에 3박 4일의 두 번째 통영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지로 박경리 기념관을 적으면서, 작가 박경리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게 무척이나 맘에 걸리더군요. 급하게 주문해 펼쳐든 책이 바로 (남은 열흘 만에「토지」를 읽어볼 수는 없으니) 이 소설 「김약국의 딸들」입니다. 저로서는 故 박경리 작가의 첫 작품인 셈이죠. 과연 어떻게 읽었을까요?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 ……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p9) 통영생...
제목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작가 : 조세희 출판사 : 이성과힘 출판일 : 2000.07.10. 독서일자 : 2022.06.02. ~ 2022.06.05. 이 소설들이 씌어지던 유신 치하에 비해 ⓐ현상적인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민주화가 진전되고 노동 정의가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장이의 문제성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신판 해설> 중 p339. 섣불리 펼쳐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그 시대를 (사회적으로) 살아보지 못했던 저에게조차, 그 시대를 겪었던 이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전해들었던 이 작품의 무게(랄까?)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 시대의 끝자락에서나마 (생물학적으로라도) 존재했었던 자가 지닌 호기심을 끝내 가셔낼 수 없었기에, 언제 샀었던지조차 이젠 기억나지 않는 시점에서 기어이 이 작품을 펼쳐들었습니다. …………………………………… 【 ⓐ : 바뀌었다 】 비상 계엄과 긴급 조치가 멋대로 내려지는, 그래서 누가 작은 소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말만 해도 잡혀가 무서운 고문 받고 감옥에 갇히는 '유신 헌법' 아래서 나는 일찍이 포기했던 '소설'을 한 편 한 편 써나갔다. …… 나는 지금도 박정희 · 김종필 등 이 땅 쿠데타의 문을 활짝 연 내란 제일세대 군인들이 무력으로 집권해 피말리는 억압 독재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
제목 :「홍훈 교수의 행동경제학 강의」 저자 : 홍훈 출판사 : 서해문집 출판일 : 2016.09.05. 독서일자 : 2022.05.20. ~ 2022.05.23. 정말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최고조의 집중을 해야했던,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꽤나 지쳐해갔던 독서를 했습니다. 실제 학부 수업에서 사용되는지까지의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만, 이 책을 '대학 교재'라 칭하는 것에 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책의 제목에 '강의'란 단어가 기재되어 있듯,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행동경제학에 대해 작정하고 공부하겠다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라는 추측까지도 해보게 되네요.1 일단! 이 책의 내용은 그간 (주로 마케팅와 관련있었던) 몇몇 paper와 article2에서 봐왔던 행동경제학에 대한 설명과는 기본적으로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다루고 있는 주제의 상이함과 깊이의 차원이 다릅니다. 간단히 말해, 미시경제학에 대한 어지간한 지식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다랄까요? ---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 읽어볼 수 있는, 심지어 행동경제학과 관련하여 제가 읽었던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와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어느 정도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들의 수준 또한, 이 책은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그리하여/그렇게, 궁금했으나 어디서 찾아야할지 알 수 없었던 제 지적 호...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저자 랜디 로스 출판 현대지성 발매 2020.03.02. [ 독서 기간 : 2024.12.12.(목) ~ 2024.12.21.(토) ] 1부. 의도성 : 기본에 초점을 맞춰라 2부. 겸손 :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라 3부. 책무성 : 대담한 관계를 구축하라 4부. 지속 가능성 : 리더십을 재설계하라 목차만 보아서는 구체적인 책의 내용이 미리 가늠되지 않는, 이 또한 두루뭉술하고 뻔하디 뻔한 말과 글로 포장된 자기계발서류의 경영관련 책이 아닐까란 의구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엄청나게 꼼꼼히, 그러니까 책의 내용을 일일이 정리해가며 읽지는 않았지만, 다 읽고나니 ---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핵심 메시지(라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나름 충분한 이해를 했다고도 생각되네요. 이 책, 꽤 괜찮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없다. 관계와 관련된 측면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건강한 관계는 개개인의 성장과 팀의 성장 그리고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pp15~24) 책은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설정이 (매출 증대 등의 계량적 목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체득하고 있...
어떤 동사의 멸종 저자 한승태 출판 시대의창 발매 2024.06.17. [ 독서 기간 : 2024.11.21.(목) ~ 2024.11.22.(금) ] 난생 처음!으로, 밤늦은 시각이 되면 사람은 졸음에 못 이겨 잠을 자게된다라는 신체적 제약에 찌~인한 아쉬움을 느껴보게 해주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으며, 그러한 재미와 더불어 읽어나가며 뭔가가 내 머릿속에 쌓여간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던 책이었기도 합니다. - 크리스틴 스웬슨, 「가장 오래된 교양」, 사월의책, 2013. 의 감상문 중 '조직문화 통찰'이라는, 어지간해서는 집어들기 쉽지 않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제목의 책입니다. 헌데 이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급으로 재미있게 읽힌다는 반전을 보여주지요. 퇴근 후, 피곤하니 그냥 집으로 갈까 아니면 독서실에 들러 책 좀 읽다가 종원군 픽업해서 같이 집으로 갈까라는 고민이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던, 당연히 독서실에 들러 이 책을 읽다 가야지,라 제 몸과 마음을 움직였었을 만큼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 김성준, 「조직문화 통찰」, 클라우드나인, 2019.의 감상문 중 소설이 아니면서, 제가 너무도 '재미있게' 그리고 물론 '유익하게' 읽었던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는 두 권의 책입니다. 이제 그 목록에 한 권의 책을 더하게 되었네요. 「어떤 동사의 멸종」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제목 속 ...
아이디어 물량공세 저자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24.04.01. [ 독서 기간 : 2024.11.18.(월) ~ 2024.11.21.(목) ] 수학이란 학문이 아름다운 것은, 그 원리를 따르면/알고 있으면 결코 다른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1'의 답이란 게 계산을 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죠. '언제나 어디에서나' 동일합니다. --- 사회과학에 속하는 경제학 또한, 자신이 그같은 '과학'임을 증명하기 위해/'과학'이 되기위해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수학적 학문'으로 자신을 positioning 하기 시작했습니다.[1] 그리하여 1997년이 되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치는 미국 대학 박사과정 1년 차 학생의 미시/거시 경제학 노트는 오로지 '숫자와 기호'만으로 가득 차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었죠.[2] 설득을 위한 '말' 같은 건 전혀 필요치 않았습니다. '1+1=2'와 같이,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결과를 경제학 이론도 만들어내고 있다 스스로 생각했었던 시기가 아니었었나 싶거늘, [1] "당시(19세기 중반)에는 서술, 타당성 주장, 일화, 사례를 기반으로 한 증거를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제번스는 경제학을 물리학과 천문학 같은 제대로 된 학문 분야로 발전시키려면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제학이 하나의 학...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 독서 기간 : 2024.11.17.(일) ]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길어서도 아닌, 글자 간격이 촘촘해서도 아닌, (등장인물들 모두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해서라고도 할 수는 없을 --- 이야기의 전개가 적잖이 빠르고, 무엇보다 소설의 내용/흐름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채) 2024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그런 책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전두환 정권 때나 김영삼 정권이 끝나고 나면 'OO 공화국 비사(秘史)'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곤 했었죠.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 일반 민중들은 알 수 없는/알지 못하는/알지 못하여야 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p104) 이러하기에 우리 사회에 '언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도 나름의 정도(正道)가 존재합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들도 반드시 알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를 대중에게...
이상하고 아름다운 밥벌이의 경제학 저자 류동민 출판 빚은책들 발매 2022.12.27. [ 독서기간 : 2024.11.13.(수) ~ 2024.11.15.(금) ] ■ 2024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VS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독설로 유명했던 (이과 담당) 수학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어느 날 문과인 저희 반에 오셔선 '너네들, 수학 못해서 문과 온 녀석들'이란 비아냥으로 시작해, '적성을 찾아 과(科)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할 수밖에 없는 일에 적성을 맞추는 것이 옳다'라는 류의 훈수로 한 시간의 수업을 마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엔 그분의 말씀이 (워낙 유명한 선생님이셨었기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지닌 멋진 말로 들렸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노동을 착취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최저임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밤새 두세 테이블의 손님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그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형태는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즉, 망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p90)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2024년 현재 대한민국 ('모든'은 아니겠으나 '아주 많은'이란 한정어는 허락될)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 독서 기간 : 2024.11.17.(일) ]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길어서도 아닌, 글자 간격이 촘촘해서도 아닌, (등장인물들 모두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해서라고도 할 수는 없을 --- 이야기의 전개가 적잖이 빠르고, 무엇보다 소설의 내용/흐름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채) 2024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그런 책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전두환 정권 때나 김영삼 정권이 끝나고 나면 'OO 공화국 비사(秘史)'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곤 했었죠.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 일반 민중들은 알 수 없는/알지 못하는/알지 못하여야 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p104) 이러하기에 우리 사회에 '언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도 나름의 정도(正道)가 존재합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들도 반드시 알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를 대중에게...
좁은 문 저자 앙드레 지드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9.10.25. [ 독서 기간 : 2024.10.28.(월) ~ 2024. 11.09.(토) ] 쉽지 않은, 2024년의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 신자인 중년 남성에게는 읽어내기 쉽지 않은/지루한 소설이었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분에게는 아마 더더욱 쉽지 않았을 듯 싶고, '앙드레 지드'라면 이를 갈게 될 수도 있을 것같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기도... ■ 신경쓰지 말자 I 남주 제롬은 열두 살의 나이에 외삼촌의 딸, 그러니까 자신의 외사촌 누나인 알리사에게 뭔가의 감정을 느낍니다.[1]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08~1909년 즈음이었고, 작가가 프랑스인이니 이런 설정이 2024년의 대한민국 사람에겐 존나 낯선 것일 수 있겠습니다만 --- 이 둘의 관계가 사촌지간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었다해도 소설의 맥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 관계를 작품의 평가에 개입시키는 건 좀 유아스럽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 걸로... [1] "알리사 뷔콜랭이 예쁘다는 것, 그걸 나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이끌리고 그녀 곁을 맴돌게 된 것은 단순한 미의 그것과는 다른 어떤 매력 때문이었다."(p22) ■ 신경쓰지 말자 II 나는 그녀(알리사)의 머리를 내 가슴에 꽉 끌어당기면서 내 영혼이 흘러드는 통로가 되도록 내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대고 있었다.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 독서 기간 : 2024.11.17.(일) ]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길어서도 아닌, 글자 간격이 촘촘해서도 아닌, (등장인물들 모두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해서라고도 할 수는 없을 --- 이야기의 전개가 적잖이 빠르고, 무엇보다 소설의 내용/흐름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채) 2024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그런 책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전두환 정권 때나 김영삼 정권이 끝나고 나면 'OO 공화국 비사(秘史)'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곤 했었죠.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 일반 민중들은 알 수 없는/알지 못하는/알지 못하여야 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p104) 이러하기에 우리 사회에 '언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도 나름의 정도(正道)가 존재합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들도 반드시 알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를 대중에게...
연애의 기억 저자 줄리언 반스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8.08.30. [ 독서기간 : 2024.09.29.(일) ~ 2024. 10.12.(토) ] ■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사랑 이야기) ■ 열아홉 살짜리 남자아이, 아니, 거의 어른이 된 아이와 마흔여덟 살짜리 여자(p33) 이러한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한다고 생각) 합니다. 마흔여덟 살 여성은 결혼을 했고 '열아홉 살'보다 나이가 많은 두 명의 딸을 둔 유부녀입니다. 둘 간의 사랑 혹은 연애감정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1]이란 의미로서의) '불륜(不倫)'이란 단어를 도무지 회피해낼 수 없죠. 하지만 --- 기존에 제가 읽었었던 '불륜'에 관한 (보수적 정의의 불륜[2]과 개방적 정의의 불륜[3]을 모두 망라한) 소설들 - 「새벽 거리에서」 · 「불륜」 · 「열쇠」 · 「아내가 결혼했다」 · 「레테의 연가」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과는 분명 다른 결의 내용이기에, 이 작품을 선뜻 '불륜에 관한 소설'이라 규정짓기도 애매합니다. [1] 네이버 어학사전 [2]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불륜이다. 데이트는 말할 것도 없다. …… 배우자에게 상처를 준 이상 그것은 불륜이다." -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 거리에서」 중 p60, 재인, 2011. [3] "결혼을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라는...
노르웨이의 숲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8.07. [ 독서 기간 : 2024.08.26.(월) ~ 2024.09.13.(금) ] 나는 미도리를 사랑한다. 그건 오래전부터 분명히 알았다. 나는 다만 그 결론을 끌면서 회피했을 따름이다. …… 그리고 나는 나오코 또한 사랑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묘하게 비틀어져 버린 사랑이기는 하지만, 난 분명히 나오코를 사랑했고, 내 속에는 나오코를 위한 꽤 넓은 자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다.(pp518~519) 벌써 9년 전이었네요. 「상실의 시대」란 제목의 책으로 읽었었던, 그때 쓴 감상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구절입니다만, 2024년 두 번째의 독서는 위 구절을,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부분으로 꼽게 됩니다.[1] --- 9년 만의 재독(再讀)이 50대 중반의 남성이 되어버린 제게 남겨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그저, [1] 문학사상사에서 2000년에 펴낸, 「상실의 시대」에 실려있는 <한국어판에 부치는 작가의 서문> 속 다음 문장을 통해, 제 생각이 그리 어긋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p8)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여성에게 양다리를[2] 걸친 스무 살 청춘남자 '와타나베...
댓글부대 저자 장강명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5.11.30. [ 독서 기간 : 2024.05.24. ~ 2024.05.25. ] 《댓글부대》전체의 모티프는 물론 2012년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입니다. (p272) - <출처에 대하여> 중. 제목으로 예상되는 내용 그대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작가의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내내, (이 작품이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어서가 아니라)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되지 않는, 저 역시 몇 곳 가입되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등을 떠올려보면 ---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입니다"(p271)라는 작가의 말이 쉽사리 믿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들은 댓글 하청업자가 아니라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하는 브레인이라고 주장했다.(p12) 소설은 (가상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자중지란에 빠지게 해 결국 해당 커뮤니티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한다라 표현하고 있죠. '여론'이란 것이 '기획'되어질 수 있는 것이냐,란 질문은 단순히 '순진하네~'란 힐난만으로는 부족한,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이에 대한 자신만의 표현을 그들의 작품 속에서 표현했었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사회를 해석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던 작가 박주영의 글입니다. 밖으...
각각의 계절 저자 권여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05.07. [ 독서 기간 : 2024.05.17. ~ 2024.05.19. ] 단편 소설 읽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뭐, 읽어내는 것까지야 어찌해서든 해낼 수 있다 하더라도 ---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은 그것이 (+)이건 (-)이건 반드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에겐, 단편 소설을 읽어가는 와중에도 내내 '이 작품을 읽는다는 행위로부터 종국에 내가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단편 소설 읽기에서만 굳이 문제가 되느냐라 묻는다면, 문학적인 이유를 적어낼 수는 없습니다만 --- 단편 소설의 특성상,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라는 것, 그러하기에 독자는 그 생략되어 있는 부분까지를 함께 고려 (혹은 추측)하여 작품의, 혹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한 서술일 듯싶네요. 하루 중 소중한 시간을 내어, 그 하루가 켜켜이 쌓여 며칠이 되도록 한 권의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었거늘 다 읽고나니 대체 이게 뭔 소리지?라는 감상만 남게 된다면, 제가 그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는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를 했다하여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더라도 --- 스스로가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 육체적 조건 (시력)과 읽어낸 후 읽어낸 것들에 대...
어떤 동사의 멸종 저자 한승태 출판 시대의창 발매 2024.06.17. [ 독서 기간 : 2024.11.21.(목) ~ 2024.11.22.(금) ] 난생 처음!으로, 밤늦은 시각이 되면 사람은 졸음에 못 이겨 잠을 자게된다라는 신체적 제약에 찌~인한 아쉬움을 느껴보게 해주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으며, 그러한 재미와 더불어 읽어나가며 뭔가가 내 머릿속에 쌓여간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던 책이었기도 합니다. - 크리스틴 스웬슨, 「가장 오래된 교양」, 사월의책, 2013. 의 감상문 중 '조직문화 통찰'이라는, 어지간해서는 집어들기 쉽지 않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제목의 책입니다. 헌데 이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급으로 재미있게 읽힌다는 반전을 보여주지요. 퇴근 후, 피곤하니 그냥 집으로 갈까 아니면 독서실에 들러 책 좀 읽다가 종원군 픽업해서 같이 집으로 갈까라는 고민이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던, 당연히 독서실에 들러 이 책을 읽다 가야지,라 제 몸과 마음을 움직였었을 만큼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 김성준, 「조직문화 통찰」, 클라우드나인, 2019.의 감상문 중 소설이 아니면서, 제가 너무도 '재미있게' 그리고 물론 '유익하게' 읽었던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는 두 권의 책입니다. 이제 그 목록에 한 권의 책을 더하게 되었네요. 「어떤 동사의 멸종」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제목 속 ...
이상하고 아름다운 밥벌이의 경제학 저자 류동민 출판 빚은책들 발매 2022.12.27. [ 독서기간 : 2024.11.13.(수) ~ 2024.11.15.(금) ] ■ 2024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VS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독설로 유명했던 (이과 담당) 수학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어느 날 문과인 저희 반에 오셔선 '너네들, 수학 못해서 문과 온 녀석들'이란 비아냥으로 시작해, '적성을 찾아 과(科)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할 수밖에 없는 일에 적성을 맞추는 것이 옳다'라는 류의 훈수로 한 시간의 수업을 마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엔 그분의 말씀이 (워낙 유명한 선생님이셨었기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지닌 멋진 말로 들렸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노동을 착취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최저임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밤새 두세 테이블의 손님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그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형태는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즉, 망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p90)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2024년 현재 대한민국 ('모든'은 아니겠으나 '아주 많은'이란 한정어는 허락될)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
40일간의 산업일주 저자 남혁진 출판 어바웃어북 발매 2022.07.28. [ 독서 기간 : 2024.04.15. ~ 2024.04.24. ] 이 책은 … 우리에게 친숙한 산업부터 생소한 산업까지 다양한 산업의 수익 구조, 핵심 역량, 경쟁 강도, 전후방 산업과의 관계, 대내외 요인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산업 트렌드와 이슈 등을 차근차근 살펴볼 것이다.(p7) 책의 시작에서 보여준 약속을, 이 책은 끝까지 충실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책[1]입니다만,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저는 다른 이유에서 이 책을 펼쳤었죠. [1] "좋은 주식을 고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산업 분석이다. …… 기업을 조사하기에 앞서 산업 전체를 조망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해서 '숲'에 해당하는 '산업'이 침체된다면 주가 상승 여력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p6) 학교를 떠난 후 몸담았던 사회생활은 모두 제조업이었더랬고, 당연히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활동하는 시장과 고객에만 초점을 맞추었었습니다. 이제 처음으로 유통업에 속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더 광범위한 산업에 분포하는 고객사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주식 투자가 아닌 --- 제가 관계하지 않았던, 혹은 제가 오로지 소비자로서만 참여했었던 시장 - 여행업, 카드업,...
이토록 쉬운 경제학 저자 강영연,정소람,고은이,나수지,노유정,김남영,구민기,전범진,송영찬 출판 한국경제신문 발매 2021.05.13. [ 독서 기간 : 2024. 03.15. ~ 2024. 03.16. ] 「이토록 쉬운 경제학」은 매주 토요일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실렸던 '시네마노믹스' 코너의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p421) …… 경제학은 세상 사는 수많은 인간 이야기를 '합리성'을 토대로 설명하는 학문이고, 영화는 세상 사는 이야기 그 자체다. 영화로 경제학을 설명하려 했던, 혹은 경제학으로 영화를 설명하려 했던 시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p423) 종원군에게 경제학에 대한 초보적 입문서로 사줬던 책이었는데, 정작 녀석은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입대를 해버렸더네요. 무심코 녀석의 책상을 바라보다 이 책이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걸 보고, (아들 생각에) 저라도 먼저 읽어봐야겠다란 생각으로 펼쳐든 책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일반인 대상 경제학 소개서'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기로 했거늘, 아들 녀석에 대한 그리움은 그딴 작정같은 건 안중에도 없게 만듭...) 책은 50편의 영화들을 ①빈곤, ②일자리와 복지, ③사랑과 우정, ④차별과 페미니즘, ⑤마케팅과 경쟁, ⑥기업윤리, ⑦정책실패와 경제위기, 그리고 ⑧기술진보와 재난이라는 여덟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50편의 영화들 중, 제가 봤던 건 ...
믿음의 공화국 저자 카우식 바수 출판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발매 2022.12.28. [ 독서 기간 : 2023.04.18. ~ 2023.05.05. ] "경제학은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다." - 데이비드 프리드먼,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경제학 강의」 중 p45, 옥당, 2015. @CleoCZ 경제학이 '세상을 구하거나' 혹은 '세상에 더 많은 부(富)를 가져다주는 도구'가 아닌, 우리가 바라보고 직면하게 되는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경제학의 참 모습 혹은 본분이라 저는 생각합니다.[1] 이러한 인식에 대해 '경제학 제국주의'라든가, 심하게는 '깡패 경제학'이라는 비난이 있기도 합니다만 --- 2012년의 노벨 경제학상이 진작 보여주었듯, 경제학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더 이상은 minority적 시각은 아니기도 합니다. 아니 어쩌면! "애덤 스미스는 … 미국이 독립 선언을 한 해인 1776년에 자신의 걸작 「국부론」을 발표했는데, … 독립 선언문은 '생명, 자유, 행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새로운 외침이요, 「국부론」은 이런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것 …" - 로버트 하일브로너 · 레스터 서로, 「한번은 경제 공부」 중 p39, 부키, 2018. 경제학이 애초부터 그러한 역할을 이행하기 위해 탄생한 학문이다라고까지 주장할 수도 있지...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저자 랜디 로스 출판 현대지성 발매 2020.03.02. [ 독서 기간 : 2024.12.12.(목) ~ 2024.12.21.(토) ] 1부. 의도성 : 기본에 초점을 맞춰라 2부. 겸손 :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라 3부. 책무성 : 대담한 관계를 구축하라 4부. 지속 가능성 : 리더십을 재설계하라 목차만 보아서는 구체적인 책의 내용이 미리 가늠되지 않는, 이 또한 두루뭉술하고 뻔하디 뻔한 말과 글로 포장된 자기계발서류의 경영관련 책이 아닐까란 의구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엄청나게 꼼꼼히, 그러니까 책의 내용을 일일이 정리해가며 읽지는 않았지만, 다 읽고나니 ---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핵심 메시지(라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나름 충분한 이해를 했다고도 생각되네요. 이 책, 꽤 괜찮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없다. 관계와 관련된 측면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건강한 관계는 개개인의 성장과 팀의 성장 그리고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pp15~24) 책은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설정이 (매출 증대 등의 계량적 목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체득하고 있...
아이디어 물량공세 저자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24.04.01. [ 독서 기간 : 2024.11.18.(월) ~ 2024.11.21.(목) ] 수학이란 학문이 아름다운 것은, 그 원리를 따르면/알고 있으면 결코 다른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1'의 답이란 게 계산을 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죠. '언제나 어디에서나' 동일합니다. --- 사회과학에 속하는 경제학 또한, 자신이 그같은 '과학'임을 증명하기 위해/'과학'이 되기위해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수학적 학문'으로 자신을 positioning 하기 시작했습니다.[1] 그리하여 1997년이 되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치는 미국 대학 박사과정 1년 차 학생의 미시/거시 경제학 노트는 오로지 '숫자와 기호'만으로 가득 차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었죠.[2] 설득을 위한 '말' 같은 건 전혀 필요치 않았습니다. '1+1=2'와 같이,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결과를 경제학 이론도 만들어내고 있다 스스로 생각했었던 시기가 아니었었나 싶거늘, [1] "당시(19세기 중반)에는 서술, 타당성 주장, 일화, 사례를 기반으로 한 증거를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제번스는 경제학을 물리학과 천문학 같은 제대로 된 학문 분야로 발전시키려면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제학이 하나의 학...
불변의 법칙 저자 모건 하우절 출판 서삼독 발매 2024.02.28. [ 독서 기간 : 2024.05.08. ~ 2024.05.13. ] 환상적인 이야기꾼이 전하는 인생을 바꿀 만한 대단한 통찰! - 라이언 홀리데이 / <뉴욕 옵서버> 칼럼니스트 겸 편집인이자 「데일리 필로소피」, 「에고라는 적」 저자. 라 적혀 있는, <이 책을 향한 찬사> 중 위의 글은 많이도 과한 오바라 생각합니다. 반면, 수천 년 동안의 고전들에 담긴 지혜를 지난 백 년 동안의 사례들로 풀어쓴 책!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의 찬사는,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찬사'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리는가란 의문을 차치해낼 수 있다면)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변화는 우리의 주의와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새롭고 놀랍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이야말로 우리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보고다.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기 때문이다. … 세상사의 변하지 않는 특성과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당신 자신의 삶을, 그리고 세상이 지금과 같은 모습인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다가오는 미래를 더 준비된 상태로 맞이할 수 있다. …… 변하지 않는 것들은 중요하다. 그것을 알면 확신을 갖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pp20~21) 경제학이란 학문에서 최대한 피하려 하는 것 중 ...
40일간의 산업일주 저자 남혁진 출판 어바웃어북 발매 2022.07.28. [ 독서 기간 : 2024.04.15. ~ 2024.04.24. ] 이 책은 … 우리에게 친숙한 산업부터 생소한 산업까지 다양한 산업의 수익 구조, 핵심 역량, 경쟁 강도, 전후방 산업과의 관계, 대내외 요인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산업 트렌드와 이슈 등을 차근차근 살펴볼 것이다.(p7) 책의 시작에서 보여준 약속을, 이 책은 끝까지 충실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책[1]입니다만,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저는 다른 이유에서 이 책을 펼쳤었죠. [1] "좋은 주식을 고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산업 분석이다. …… 기업을 조사하기에 앞서 산업 전체를 조망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해서 '숲'에 해당하는 '산업'이 침체된다면 주가 상승 여력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p6) 학교를 떠난 후 몸담았던 사회생활은 모두 제조업이었더랬고, 당연히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활동하는 시장과 고객에만 초점을 맞추었었습니다. 이제 처음으로 유통업에 속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더 광범위한 산업에 분포하는 고객사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주식 투자가 아닌 --- 제가 관계하지 않았던, 혹은 제가 오로지 소비자로서만 참여했었던 시장 - 여행업, 카드업,...
경영이라는 세계 저자 황승진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24.03.20. [ 독서 기간 : 2024.04.11. ~ 2024.04.14. ] "경영학은 결국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이리야마 아키에, 「경영학 수업」 중 p33, 에이지, 2019. 경영학에 대한 위 정의(definition)에 거의 부합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는 이 책을 '경영과 인생 강의'라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자의 '인생'에 대한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삶 속 몇몇 에피소드들에 대한 '경영학적 시선'을 보여주는 것을 굳이/기어이 '경영과 인생 강의'라는 구절로 표현한 것이라면 할 말 없지만... 사나이들은 '실패'를 싫어하며, 이를 '인정'하기는 더 싫어한다. 운전 도중에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유턴해 오던 길로 되돌아가길 싫어한다. 악착같이 유턴을 피해 앞으로 더 가서 오던 길을 피해 돌아서 가는 길을 택한다. …… 모세가 출애굽 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 가나안 땅으로 가는 데 4년이나 걸린 게 모세가 사나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없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p233) 순전히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 노(老)교수께서는 경제원론 과목만 강의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분께서 전공하신 분야의 새로운 지식은 후배 교수들이 더 짱짱하고 많이 알고 있을테니 그들에게 맡기고...
노르웨이의 숲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8.07. [ 독서 기간 : 2024.08.26.(월) ~ 2024.09.13.(금) ] 나는 미도리를 사랑한다. 그건 오래전부터 분명히 알았다. 나는 다만 그 결론을 끌면서 회피했을 따름이다. …… 그리고 나는 나오코 또한 사랑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묘하게 비틀어져 버린 사랑이기는 하지만, 난 분명히 나오코를 사랑했고, 내 속에는 나오코를 위한 꽤 넓은 자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다.(pp518~519) 벌써 9년 전이었네요. 「상실의 시대」란 제목의 책으로 읽었었던, 그때 쓴 감상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구절입니다만, 2024년 두 번째의 독서는 위 구절을,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부분으로 꼽게 됩니다.[1] --- 9년 만의 재독(再讀)이 50대 중반의 남성이 되어버린 제게 남겨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그저, [1] 문학사상사에서 2000년에 펴낸, 「상실의 시대」에 실려있는 <한국어판에 부치는 작가의 서문> 속 다음 문장을 통해, 제 생각이 그리 어긋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p8)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여성에게 양다리를[2] 걸친 스무 살 청춘남자 '와타나베...
헌치백 저자 이치가와 사오 출판 허블 발매 2023.10.27. [ 독서 기간 : 2024.05.03 ~ 2024.05.04 ] ◆ 이 소설 재미있어? 라고 누군가 제게 물었을 때, '읽는' 재미를 얻고자 한다면 사서 읽지 말고 도서관에서 빌려볼 것을, '읽은 후에 남겨지는 무언가'로서의 재미를 원한다면, 가능한 한 「법의 딜레마」[1]의 "1장 :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삶은 손해인가?"와 "6장 : 인간의 존엄은 형량 가능한가?" 부분만이라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겠습니다. (물론 이건 제 기준에서고, 이런 선행 독서가 없더라도 이 작품이 지닌 온전한 의미를 이해하시는 독자도 많을 겁니다.) --- 이걸 넘어선 답변은 불가. [1] 윤진수· 한상훈 · 안성조 외, 「법의 딜레마」, 법문사, 2020. ◆ 당사자 문학 이라는 게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 "비장애인 작가가 바라본 장애인의 묘사가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가 작가인, 이른바 '당사자 문학'입니다"(p133)란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장르는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1969년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제가, 1910년 직후라는 역사적 공간을 '충분히' 공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주변 어르신들 내지는 책으로부터 얻었던 간접 경험은 그 축적된 양과 질의 정도가 여하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그 시기를 ...
날개의 날개 저자 아사히나 아스카 출판 미래지향 발매 2023.06.15. [ 독서 기간 : 2023.06.13. ~ 2023.06.16. ] 식사동 모 고깃집 광고 문구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이 그리 낯선 것은 아니나, 그 이면(裏面)에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를 보자면 세상이 달리 이해된다라는 사실은 여전히 낯선 경험인 경우가 많습니다.[1] '고기는 참숯에 구워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라는 고깃집의 광고는, 자신들은 참숯을 제공한다라는 (일종의 작은) 자부심을 내보이는 것이겠습니다만, 식당에 갈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후라이팬으로 '구워먹을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비아냥, 혹은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해봅니다.[2] 사실, 이 광고 문구가 저를 기분 나쁘게 했던 건, 소고기건 돼지고기건 참숯 위 구리 석쇠보다는 돌판에 구워먹는 것을 압도적으로 더 선호하는 저의 개인적 취향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였었습니다만, 이건 그저 일 개인 수준에서의 선택으로 시작되고 거기서 바로 종결이 되기에 뭔 사회적 문제의 소지같을 걸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990년 3월 9일 한 집에서 불길이 솟았다. 불길은 지하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화재 현장을 돌아보았을 때 그들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방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고 현...
애도하는 사람 저자 텐도 아라타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07.30. [ 독서 기간 : 2022.10.31. ~ 2022.11.01. ]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떠있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내용의 이미지입니다. '애도(哀悼)'의 의미에 대해 사전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이라 (아주 간략하게) 말해주고 있거늘,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 친구, 그 밖의 지인들도 아닌) 이름도 모를 정도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희생자들에 대해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처럼 (죽음을 슬퍼함이라는 의미의) '애도'를 표하는 (더 나아가 그들에게 '사죄'까지 하는) 그 진지한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가 궁금해, 오래 전부터 책장에 꽂혀만 있었던 이 소설을 찾아 펼쳤습니다. 자신 스스로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음에도, 특별한/타인을 이해시킬 수 있는 목적도 없이[1], 전도 유망하던 한 젊은이(사카쓰키 시즈토)가 이미 사망한 (낯선) 고인들을 '애도'하려 전국을 돌아다니는 스토리를 가진 소설입니다. 그 애도 순례와 연관된 세 명의 주변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 시즈토에 대한 서술을 풀어가고 있는, 매우 두꺼운 작품이지요. 당연히, 시즈토의 행동은 그가 접하는 사람들에게 의구심/의혹을 받습니다. (유별난) 종교와 관련된 행동이 아닐까?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닐까? 심지어 모종의 사주를 받고 뒷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제목 :「울지마 인턴」 저자 : 나카야마 유지로 역자 : 오승민 출판사 : 미래지향 출판일 : 2020.05.15. 독서일자 : 2022.04.13. ~ 2022.04.16. 아메노 류지. 만 25세. 의사 1년차. 우는 횟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p249) 줄거리에 대한 별다른 소개를 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인턴 1년차인 주인공이 겪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는 횟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라는 마지막 한 문장으로, 그가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잘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정도의 소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서, 이 소설은 저에게 '환자의 목표와 의사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 환자의 목표는 당연히, 생명의 연장 혹은 질병의 나음이겠지요. 의사의 목표 역시 환자의 목표와 다르지 않습니다. 헌데! --- 질병의 나음이라는 목표와 생명의 연장이라는 목표가 서로 충돌하게 된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폐암 선고를 받은 미국의 베티) 할머니는 투병 중에도 담배 피는 것을 중단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할머니는 자신이 살던 방식대로 행복하게 죽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 박예슬 외, 「해피엔딩 : 행복한 죽음을 위하여」중 p189, 엔자임헬스, 2016. 이 소설의 저자처럼, 외과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그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현대...
사람아 아, 사람아! 저자 다이허우잉 출판 다섯수레 발매 2005.01.15. [ 독서 기간 : 2024.03.18. ~ 2024.03.25. ] 소설에서 호소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 '인간다움'인 것이다.(p470) - <작가 후기> 중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소설을 읽노라면, 두 나라에 공히 '영원히 완료될 수 없는 무엇' 인 듯 적잖이 소환되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설에 있어 그것이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로 대변될 수 있다면, 중국 작가들에게는 '문화대혁명'이 바로 그러하다라 생각됩니다. 작가 위화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제까지 읽어 본)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과 글들은 거의 대부분, 일반 민중들의 시선에서 바라 본, 다시 말해 문화대혁명 시기의 '희생자들'이라 칭해질 수 있는 이의 시선에서 씌어진 내용들이었었죠. (이러한 위치의 '시선'은, 제가 읽어 본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들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꼭 그렇지 않다해도, "사회학적으로 보면, 홍위병의 대중운동은 사회주의혁명 이후에도 공산당 간부, 대도시 지식인, 중간층이 새로운 특권층이 되면서 비간부층, 도시 하층민, 농민의 자제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저항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전통문화, 유교경전, 서구문화에 대한 공격은 기득권층의 '상징권력'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 김윤태, 「교양인을 위한...
제목 :「딩씨 마을의 꿈」 저자 : 옌롄커 역자 : 김태성 출판사 : 자음과모음 출판일 : 2019.06.28. 독서일자 : 2022.05.14. ~ 2022.05.18. #1. 매혈? '자신의 피를 돈 받고 판다'라는 의미의 '매혈'에 관한 소설입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와 동일한 소재이지요.1 위화의 작품을 읽었을 땐, 당시 처음 접했던 문화대혁명의 실상이 놀라워, '매혈'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못했었습니다만, 오직 '매혈'만을 다룬 옌렌커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대체 '당시'의 '중국 사람들'은 '왜' 피까지 팔아야 했던 걸까란 의문이 생기더군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작가의 고향인 허난성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보아 1970년 중후반 즈음2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의도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외국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에 관해 읽을 때면, '당시 우리나라는 어떤 시대였지?'란 의문을 종종 가져보게 됩니다. '1970년대 중후반'의 시기라면 중국과 한국의 현실 간에 엄청난 큰 차이가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기에, 혹시? 하는 생각에 검색을 해봤더만, '매혈인파'(1975년 서울대 병원 앞, 전민기 作) - 노컷뉴스, 2015.02.05, "매혈세대와 꽃노년" 중. '매혈'이라는 단어와 행위에 대해, 1969년생인 제가 놀랐다라는 자체가 차라리 놀랄 일이...
제목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 저자 : 다이 시지에 역자 : 이원희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일 : 2005.04.11. 독서일자 : 2021.12.20. ~ 2022.01.03. "간접경험들과 직접 겪는 것과의 차이 …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며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 정승락 외, 「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중 p49, 월간토마토, 2017. 작가 이민진이 쓴 「파친코」를 읽고난 후, 위 구절이 가장 먼저 떠올랐더랬습니다. 제가 태어난 1969년부터 현재 살아가고 있는 2022년 사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면 그나마 저의 직·간접적 경험으로 인해 그것을 이해함에 있어 어려움이 적겠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제가 또 다 알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기도 하죠. 한 정권이 끝나면 우수수 쏟아지는 각종 비사(秘事)들이란 게, 지금 이 순간 어느 곳에서는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하기에, 시대를 불문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처음 접하는 순간의 낯설음을 그리 크게 신기해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8년 말 어느 날,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이자 혁명의 기수인 마오쩌둥 주석은 나라를 일대 변혁하는 운동을 벌였다. 모든 대학이 휴교했고 '젋은 지식인들', 다시 말해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
중독 저자 성커이 출판 자음과모음(이룸) 발매 2011.08.16. [ 독서 기간 : 2022.12.13. ~ 2022.12. 15.] 가히 '사랑과 전쟁'이라 할 만하다.(p386) - <역자의 말> 중 사람 생각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다시금 (놀라움으로) 확인하게 되는 구절이었습니다. 작가 스스로는 그럴듯/있어보이는 문학적 수사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1] --- 책(의 특정 부분[2])을 읽으며 제가 (비하의 의미로) 적어놓았던 표현 - '이건 사랑과 전쟁!' - 속 (하나의 상징어가 되어있는) 드라마의 제목이 역자에 의해서도 사용되고 있는 걸 보면, 작가의 자평은 (이 작품이 자신의 첫 장편이었기에 발휘된) 자뻑이 아닐까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치부하게 됩니다. 1973년생의 여성 작가입니다. 앞서 「마사지사」를 읽고 썼던 감상문에서 표현했던 '세 작가들'과는 생년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고, 게다가 성별마저 다르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내용이나 표현 방식이 (앞서의 점들로 인해 어떤 차이가 만들어질까라는 면에서) 궁금했었거늘, 다 읽어본 지금, 그 차이는 예상대로 꽤나 컸었습니다. 일례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격의 남성인 첸진이 여자친구인 줘이나에게 자주 내뱉는 "네 신분을 생각해봐"(p16)라는 말이 대표적으로 상징하듯, 여전히 '세 작가들'의 작품 속 남성들과 유사한 맥락[3]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그려...
마사지사 저자 비페이위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5.08.20. [ 독서 기간 : 2022.12.09. ~ 2022.12.11. ] 라오서(1899년생), 모옌(1955년생), 옌롄커(1958년생), 류전윈(1958년생), 다이 시지에(1958년생), 위화(1960년생), 쑤퉁(1963년생) - 제가 이제까지 작품을 읽어 본 중국 작가들의 생년입니다. (그다지 인상 깊었다 말할 수 없는 작품의) 쑤퉁과 모옌, 다이 시지에를 제외하고, 반했다라 말할 수 있을 세 명의 작가들인 옌롄커, 류전윈, 위화 (이하 '세 작가들')와 1964년생인 이 소설의 작가 비페이위 사이에 생물학적으로는 그다지 큰 시대적 격차가 있다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문화대혁명 시기를 주로 작품의 소재로 써왔었던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꽤 잘 알려져 있는) '세 작가들'과는 달리, 비페이위의 「마사지사」는 시대적 배경에서 일단 큰 차이를, (그보다는) 어쩌면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의 차이가 더 클 것이다, 작게는 서술의 방식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라 적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Y2K'라는 공포가 전 세계를 살짝 흔들었었던 시기[1]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중국과 영국, 그리고 홍콩에는 1997년 홍콩 반환의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여파가 여전하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 소설에는 '세 작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