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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저자 장강명 출판 민음사 발매 2015.05.08. [ 독서 기간 : 2024.12.23.(월) ] #1. 복잡하게 읽히는 부분 없는, 그야말로 '하루만에' 모두 다 읽어낼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루고 있는 메시지가 가벼운가하면, 전 결코 그렇지 않다라 적어내겠습니다. #2. 오랜 세월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정당한 몫을 요구하기 위해, 그들이 겪는 노동이 고통을 동반한다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했다. 이것은 교환의 법칙을 위반하는 자본가에 대한 고발임과 동시에 고통 받는 노동자를 숭고한 존재로 만드는 도덕적인 투쟁이기도 했다. (후략) - 한윤형 외,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중 p201, 웅진지식하우스, 2011. '자본'이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착취에 맞서 노동자 스스로가 고안해 낸 저항이자 자신 스스로를 위한 위로입니다. '노동의 고통'이 자본의 이익을 만들어냄을, 몸에 불을 붙여가면서까지 알려야했던 그 어떤 시절이 대한민국에도 있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노동' 내부에서의 분화가 생겨났습니다. --- 요즘도 심심치않게 언론에 거론되는 '본교 - 분교'라는 카테고리 다툼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들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수능 점수로 인한 차이/차별이 원인이라 한다면, 이같은 '꼬우면 본교 오지!'의 정서는 이제 노동 현장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 쏟아졌던 '내...

1시간 전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 렌디 로스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저자 랜디 로스 출판 현대지성 발매 2020.03.02. [ 독서 기간 : 2024.12.12.(목) ~ 2024.12.21.(토) ] 1부. 의도성 : 기본에 초점을 맞춰라 2부. 겸손 :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라 3부. 책무성 : 대담한 관계를 구축하라 4부. 지속 가능성 : 리더십을 재설계하라 목차만 보아서는 구체적인 책의 내용이 미리 가늠되지 않는, 이 또한 두루뭉술하고 뻔하디 뻔한 말과 글로 포장된 자기계발서류의 경영관련 책이 아닐까란 의구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엄청나게 꼼꼼히, 그러니까 책의 내용을 일일이 정리해가며 읽지는 않았지만, 다 읽고나니 ---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핵심 메시지(라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나름 충분한 이해를 했다고도 생각되네요. 이 책, 꽤 괜찮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없다. 관계와 관련된 측면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건강한 관계는 개개인의 성장과 팀의 성장 그리고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pp15~24) 책은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설정이 (매출 증대 등의 계량적 목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체득하고 있...

23시간 전
★어떤 동사의 멸종 - 한승태

어떤 동사의 멸종 저자 한승태 출판 시대의창 발매 2024.06.17. [ 독서 기간 : 2024.11.21.(목) ~ 2024.11.22.(금) ] 난생 처음!으로, 밤늦은 시각이 되면 사람은 졸음에 못 이겨 잠을 자게된다라는 신체적 제약에 찌~인한 아쉬움을 느껴보게 해주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으며, 그러한 재미와 더불어 읽어나가며 뭔가가 내 머릿속에 쌓여간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던 책이었기도 합니다. - 크리스틴 스웬슨, 「가장 오래된 교양」, 사월의책, 2013. 의 감상문 중 '조직문화 통찰'이라는, 어지간해서는 집어들기 쉽지 않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제목의 책입니다. 헌데 이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급으로 재미있게 읽힌다는 반전을 보여주지요. 퇴근 후, 피곤하니 그냥 집으로 갈까 아니면 독서실에 들러 책 좀 읽다가 종원군 픽업해서 같이 집으로 갈까라는 고민이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던, 당연히 독서실에 들러 이 책을 읽다 가야지,라 제 몸과 마음을 움직였었을 만큼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 김성준, 「조직문화 통찰」, 클라우드나인, 2019.의 감상문 중 소설이 아니면서, 제가 너무도 '재미있게' 그리고 물론 '유익하게' 읽었던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는 두 권의 책입니다. 이제 그 목록에 한 권의 책을 더하게 되었네요. 「어떤 동사의 멸종」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제목 속 ...

2024.11.25
아이디어 물량공세 - 제러미 어틀리, 페리 클레이반

아이디어 물량공세 저자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24.04.01. [ 독서 기간 : 2024.11.18.(월) ~ 2024.11.21.(목) ] 수학이란 학문이 아름다운 것은, 그 원리를 따르면/알고 있으면 결코 다른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1'의 답이란 게 계산을 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죠. '언제나 어디에서나' 동일합니다. --- 사회과학에 속하는 경제학 또한, 자신이 그같은 '과학'임을 증명하기 위해/'과학'이 되기위해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수학적 학문'으로 자신을 positioning 하기 시작했습니다.[1] 그리하여 1997년이 되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치는 미국 대학 박사과정 1년 차 학생의 미시/거시 경제학 노트는 오로지 '숫자와 기호'만으로 가득 차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었죠.[2] 설득을 위한 '말' 같은 건 전혀 필요치 않았습니다. '1+1=2'와 같이,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결과를 경제학 이론도 만들어내고 있다 스스로 생각했었던 시기가 아니었었나 싶거늘, [1] "당시(19세기 중반)에는 서술, 타당성 주장, 일화, 사례를 기반으로 한 증거를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제번스는 경제학을 물리학과 천문학 같은 제대로 된 학문 분야로 발전시키려면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제학이 하나의 학...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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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 독서 기간 : 2024.11.17.(일) ]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길어서도 아닌, 글자 간격이 촘촘해서도 아닌, (등장인물들 모두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해서라고도 할 수는 없을 --- 이야기의 전개가 적잖이 빠르고, 무엇보다 소설의 내용/흐름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채) 2024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그런 책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전두환 정권 때나 김영삼 정권이 끝나고 나면 'OO 공화국 비사(秘史)'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곤 했었죠.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 일반 민중들은 알 수 없는/알지 못하는/알지 못하여야 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p104) 이러하기에 우리 사회에 '언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도 나름의 정도(正道)가 존재합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들도 반드시 알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를 대중에게...

2024.11.18
이상하고 아름다운 밥벌이의 경제학 - 류동민

이상하고 아름다운 밥벌이의 경제학 저자 류동민 출판 빚은책들 발매 2022.12.27. [ 독서기간 : 2024.11.13.(수) ~ 2024.11.15.(금) ] ■ 2024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VS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독설로 유명했던 (이과 담당) 수학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어느 날 문과인 저희 반에 오셔선 '너네들, 수학 못해서 문과 온 녀석들'이란 비아냥으로 시작해, '적성을 찾아 과(科)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할 수밖에 없는 일에 적성을 맞추는 것이 옳다'라는 류의 훈수로 한 시간의 수업을 마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엔 그분의 말씀이 (워낙 유명한 선생님이셨었기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지닌 멋진 말로 들렸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노동을 착취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최저임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밤새 두세 테이블의 손님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그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형태는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즉, 망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p90)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2024년 현재 대한민국 ('모든'은 아니겠으나 '아주 많은'이란 한정어는 허락될)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

2024.11.16
해례본을 찾아서 - 주수자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저자 주수자 출판 달아실 발매 2024.10.09. [ 독서 기간 : 2024.11.09.(토) ~ 2024.11.11.(월) ] 문학작품의 효용, 그중에서도 '소설'의 가장 큰 효용은 '겪어보지 못한/겪어볼 수 없는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글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는 것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그 장르에 따라 그 강도(强度)야 다르겠지만, 비록 추리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과 같은 작품은 (누구의 인생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그 관점에만 집중한다면) 역시, '사랑의 대상(對象)'에 따른 갈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시나, 제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가볍지 않은 생각을 해볼 기회를 주었었지요. 그렇다면, 이 작품 「해례본을 찾아서」는, 역사 소설로서 독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요? --- (좀 창피하지만) '훈민정음해례본'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국문학자 김태준이란 분의 역할은 어떠했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던 독자인 제게 이 소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 간주하는 것에도 당연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다'라는, 알고는 있으나 항상 망각하며 지내게 되는 진실에 대해 다시금 알려주었습니다. 모든 기록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한...

2024.11.12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저자 앙드레 지드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9.10.25. [ 독서 기간 : 2024.10.28.(월) ~ 2024. 11.09.(토) ] 쉽지 않은, 2024년의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 신자인 중년 남성에게는 읽어내기 쉽지 않은/지루한 소설이었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분에게는 아마 더더욱 쉽지 않았을 듯 싶고, '앙드레 지드'라면 이를 갈게 될 수도 있을 것같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기도... ■ 신경쓰지 말자 I 남주 제롬은 열두 살의 나이에 외삼촌의 딸, 그러니까 자신의 외사촌 누나인 알리사에게 뭔가의 감정을 느낍니다.[1]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08~1909년 즈음이었고, 작가가 프랑스인이니 이런 설정이 2024년의 대한민국 사람에겐 존나 낯선 것일 수 있겠습니다만 --- 이 둘의 관계가 사촌지간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었다해도 소설의 맥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 관계를 작품의 평가에 개입시키는 건 좀 유아스럽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 걸로... [1] "알리사 뷔콜랭이 예쁘다는 것, 그걸 나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이끌리고 그녀 곁을 맴돌게 된 것은 단순한 미의 그것과는 다른 어떤 매력 때문이었다."(p22) ■ 신경쓰지 말자 II 나는 그녀(알리사)의 머리를 내 가슴에 꽉 끌어당기면서 내 영혼이 흘러드는 통로가 되도록 내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대고 있었다. ...

2024.11.09
위대한 그의 빛 - 심윤경

위대한 그의 빛 저자 심윤경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9.25. [ 독서 기간 : 2024.10.17.(목) ~ 2024.10.24.(목) ] 성수동과 압구정동이 이렇게 정확하게 마주보는 위치였구나, …… 올드 머니와 뉴 머니를 대표하는 두 건물들이 찰랑이는 넓은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 풍경은 분명 낯익은 데가 있었다. 개츠비가 바다 건너편 가물거리는 초록 불빛을 향해 손을 내밀던 바로 그 자리에 선 놀라움 속에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p264) - <작가의 말> 중.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 소설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 의 구조와 인물 등을 (약간의 변주(variation)가 있긴하지만)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정서가 'K-감성'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 차이가 그나마 이 소설을 '원작 따라하기'에 그치는 것을 변호해주고 있지 않나 싶네요. ('따라하기'란 단어를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 https://media1.shmoop.com/media/covers/literature/great_gatsby_plot.jpeg 아니 벌써? --- 참으로 많은 일들에 대해, 그게 벌써 그렇게나 오래 전인가?란 생각을 정말 자주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던 것 역시, 그렇게 오래된 것 같...

2024.10.25
연애의 기억 -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저자 줄리언 반스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8.08.30. [ 독서기간 : 2024.09.29.(일) ~ 2024. 10.12.(토) ] ■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사랑 이야기) ■ 열아홉 살짜리 남자아이, 아니, 거의 어른이 된 아이와 마흔여덟 살짜리 여자(p33) 이러한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한다고 생각) 합니다. 마흔여덟 살 여성은 결혼을 했고 '열아홉 살'보다 나이가 많은 두 명의 딸을 둔 유부녀입니다. 둘 간의 사랑 혹은 연애감정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1]이란 의미로서의) '불륜(不倫)'이란 단어를 도무지 회피해낼 수 없죠. 하지만 --- 기존에 제가 읽었었던 '불륜'에 관한 (보수적 정의의 불륜[2]과 개방적 정의의 불륜[3]을 모두 망라한) 소설들 - 「새벽 거리에서」 · 「불륜」 · 「열쇠」 · 「아내가 결혼했다」 · 「레테의 연가」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과는 분명 다른 결의 내용이기에, 이 작품을 선뜻 '불륜에 관한 소설'이라 규정짓기도 애매합니다. [1] 네이버 어학사전 [2]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불륜이다. 데이트는 말할 것도 없다. …… 배우자에게 상처를 준 이상 그것은 불륜이다." -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 거리에서」 중 p60, 재인, 2011. [3] "결혼을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라는...

2024.10.15
소설, 한국을 말하다 - 장강명 외(外)

소설, 한국을 말하다 저자 장강명,곽재식,구병모,이서수,이기호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4.08.13. [ 독서 기간 : 2024.09.23.(월) ~ 2024.09.28.(토) ] #1.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4천 자 내외의 짧은 소설 스물한 편이 실려 있는 책입니다. "보도가 아닌 '이야기'로 한국 사회의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마음을 들여보자는 취지"(p7)가 마음에 들어 책을 구입했었고, 그 의도가 오롯이 반영된 (역시나) 스물한 개의 주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읽어내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AI, 사교육, 고물가, 오픈런, 덕질, 번아웃, 반려동물, 자연인, 거지방, 고물가, 다문화 가족, 새벽 배송, 중독 ……. 우리가 아는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다채로웠다.( p9) 곧 읽으려 준비해 놓은, '노동'이란 주제 역시 스물한 개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포인트와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다라 생각되는 관점 - "불안과 염려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p211) - 의 결에 적잖은 차이가 있었듯, 스물한 개의 주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관점은 역시나, 일반인인 저완 여러 수준의 정도로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는 왜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호할까?ㅣ인터비즈 MZ세대를 중심으로 고양이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고양이의...

2024.09.28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8.07. [ 독서 기간 : 2024.08.26.(월) ~ 2024.09.13.(금) ] 나는 미도리를 사랑한다. 그건 오래전부터 분명히 알았다. 나는 다만 그 결론을 끌면서 회피했을 따름이다. …… 그리고 나는 나오코 또한 사랑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묘하게 비틀어져 버린 사랑이기는 하지만, 난 분명히 나오코를 사랑했고, 내 속에는 나오코를 위한 꽤 넓은 자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다.(pp518~519) 벌써 9년 전이었네요. 「상실의 시대」란 제목의 책으로 읽었었던, 그때 쓴 감상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구절입니다만, 2024년 두 번째의 독서는 위 구절을,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부분으로 꼽게 됩니다.[1] --- 9년 만의 재독(再讀)이 50대 중반의 남성이 되어버린 제게 남겨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그저, [1] 문학사상사에서 2000년에 펴낸, 「상실의 시대」에 실려있는 <한국어판에 부치는 작가의 서문> 속 다음 문장을 통해, 제 생각이 그리 어긋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p8)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여성에게 양다리를[2] 걸친 스무 살 청춘남자 '와타나베...

2024.09.14
미세 좌절의 시대 - 장강명

미세 좌절의 시대 저자 장강명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3.15. [ 독서 기간 : 2024.08.02. ~ 2024.08.23. ] ■신문이나 웹상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내는 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몇 번 적었었습니다만, 여전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여러 신문지상에 기고했던 글의 모음집임에도 불구하고, 그 저자가 작가 장강명이란 이유로 1만 8천 원의 금전과 저의 시간을 기꺼이/주저함없이 투자했습니다. [혼미한 시대] -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 - [우리는 삶을 통째로 긍정해야 할까] - [삶이 얄팍해지지 않으려면]의 제목을 각각 갖고 있는 4부로 나누어져 있는 책입니다. 아무래도 중간에 휴가 기간도 있었고 하여 책을 너무나 띄엄띄엄 읽어서인지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가 확~하고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p6)를 담고 있다는 저자의 글에 부정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큰 공감이 가지도 않았으나, 내가 잠시라도 어떤 사회 시스템에 간여한다면, 그 시스템 전반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할 의무가 내게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고민하다 보면 우리는 금세 무력감에 빠진다. 세계는, 현대사회는, 너무 복잡하다. 우리가 모든 산...

2024.08.26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저자 김기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05.15. [ 독서 기간 : 2024.07.29. ] 단편 소설 읽기를 힘들어하기에, 어지간하지 않으면 단편 소설이 묶여진 책을 사거나 읽진 않습니다. 우선 '소설집(集)'이란 단어가 인쇄되어 있는 책은,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가 - 예를 들어, 구병모라든가 김훈, 또는 권여선이라든가 - 가 아니라면 제가 그 책을 사거나 읽을 가능성이 매우 낮죠. 매장에 직접 방문한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미스터 버티고' 사장님께서 쓰시는 블로그를 종종 들어가 봅니다. 예전에 백석동에 계셨을 때, 서점 <미스터 버티고>에서 알게 된 책은 그곳에서 꼭 샀었었지만, 삼송동으로 이전하신 후에는 그곳엘 가보는 기회 만들기가 쉽지가 않네요. 어쨌든 --- '미스터 버티고'님의 추천, 게다가 제가 '이웃'으로 맺은 분들의 포스팅에서도 적잖이 보이는 (하지만 그 포스트를 읽지는 않은, 전 제가 책을 읽기 전엔 다른 분들의 감상문을 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김기태 소설'로만 적혀있었기에 장편 소설인 줄 알았거늘... 총 아홉 편의 단편 소설들이 묶여져 있는 소설집입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뿐 아니라 수록되어 있는 (<팍스 아토미카>를 제외하면) 모든 소설들이 어렵지 않게 읽히고, 작가가 해당 단편을 통해 어떤 걸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도 (물론 저만의 이해...

2024.07.30
찬란한 멸종 - 이정모

찬란한 멸종 저자 이정모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24.08.07. [ 독서 기간 : 2024.07.30. ~ 2024.08.02. ]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는 꽉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멸종(滅種)이다.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p21) 저자도 인정하고 있듯, '찬란한'이란 (화려한 뉘앙스의) 형용사와 '멸종'이란 (어두운 느낌의) 명사와는 아무래도 어울리는 조합은 아닙니다.[1] 하지만 --- 지구의 탄생 이후,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겪었던 다섯 번의 '멸종'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멸종의 징후'는 그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서 명백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고, [1] "흔히 멸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책 제목을 <찬란한 멸종>이라고 지은 이유입니다."(p7) 대멸종이란 여러 서식지와 분류군에 걸친 생물 종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멸종이다. …… 급작스런 기온 변화, 급작스런 대기 산성화, 급작스런 산소 농도 하락. 이 세 가지가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다.(pp102~106) 과거에 발생되었던 다섯 번의 '멸종'은 당시, 지구상에 살고 있던 생명체들이 대항/적응할 수 없는 차원의, 모두 외부에서 기인된 원인으로 발생된 것[2]...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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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 - 이정화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 저자 이정화 출판 책나물 발매 2023.09.22. [ 독서 기간 : 2024.07.24. ~ 2024.07.26. ] @미륵산 2023년 8월, 태풍 카눈이 통영에 상륙한다고 뉴스에 나오던 바로 그날. 어머니를 모시고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가자는 동생의 제안으로 난생처음으로 가보았던 곳, 통영. 이후, 2023년 8월 / 11월 / 2024년 1월 / 3월 / 6월 --- 이렇게 모두 여섯 번씩이나 그곳, 통영엘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저의 시선과 일정은 '객(客)'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만, 지독히도 길치인, 그래서 일산 내에서도 티맵의 도움 없인 어디라도 잘 가지 못하는 제가, 이젠 조금이지만 통영의 걷는, 그리고 운전하는 지리에 대해 알게 되었기도 합니다. 통영에 대한 책들을 많이 사놓았고, 서너 권 정도를 읽었습니다. 딱히 감상문을 적어내진 않았지만, 다른 글들에서의 인용문으로 소개를 하기도 했죠. 이 책은 특별히, 여전히 저는 통영에의 '객(客)'이지만, 통영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궁금하여 펼쳐든 책입니다. 연고지도 없는 통영에 마음이 가게 된 이유, 이토록 자주 내려가게 된 이유가 뭘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치유가 반 호사가 반이다.(p48) 통영에 별다른 연(緣)이 없는 저자가 통영의 매력에 이끌려 통영행을 계속했고, 그러다간 --- 제가 아는 어느 분처럼, 통영 봉숫골에 자신만의 거...

2024.07.27
미국은 왜 - 이성대

미국은 왜 저자 이성대 출판 부키 발매 2024.06.17. [ 독서 기간 : 2024.07.22. ~ 2024. 07.24. ] 저에게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미국이란 국가는 콕 집어 말하기 참으로 애매한 존재입니다. --- 영국의 학교로 박사과정 유학을 가고자 했던, 두 곳의 영국 대학으로부터 받았던 admission을 들고 갔을 때 '지금 경제학은 미국이다(미국에서 배워야 한다)'란 단 한 마디로 제가 타야 할 비행기의 기수를 태평양으로 돌리게 해주셨던 교수님을 떠올려보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인 사회로 각인되어 있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 '양키 고 홈!'이라든가 '미 제국주의'라는 문구의 데모를 실제로 목격하였던 저에겐 '그들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죄를 졌던건가?'란 의문을 여전히 가셔낼 수 없기도 한, 그런 대상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엔 편을 나누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얘기를 하다가도 꼭 친구들은 '넌 어떤 편이야?'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나뉘어 대립해 있던 시절이었다. 세계는 미국과 소련으로, 나라는 남과 북으로, 운동회에선 청군과 백군이, 영화에선 좋은 놈과 나쁜 놈이. …… 소련이 언제 핵을 쏠지 모르고, 북한은 연신 땅굴을 파대는 이 불안한 세계 속에서, …… 정의는 늘 승리했다." - 박민규, 「지구영웅전설」 중, 문학동네, 20...

2024.07.24
댓글부대 - 장강명

댓글부대 저자 장강명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5.11.30. [ 독서 기간 : 2024.05.24. ~ 2024.05.25. ] 《댓글부대》전체의 모티프는 물론 2012년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입니다. (p272) - <출처에 대하여> 중. 제목으로 예상되는 내용 그대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작가의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내내, (이 작품이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어서가 아니라)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되지 않는, 저 역시 몇 곳 가입되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등을 떠올려보면 ---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입니다"(p271)라는 작가의 말이 쉽사리 믿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들은 댓글 하청업자가 아니라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하는 브레인이라고 주장했다.(p12) 소설은 (가상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자중지란에 빠지게 해 결국 해당 커뮤니티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온라인 여론판을 기획'한다라 표현하고 있죠. '여론'이란 것이 '기획'되어질 수 있는 것이냐,란 질문은 단순히 '순진하네~'란 힐난만으로는 부족한,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이에 대한 자신만의 표현을 그들의 작품 속에서 표현했었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사회를 해석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던 작가 박주영의 글입니다. 밖으...

2024.05.25
평화의 힘 - 최종건

평화의 힘 저자 최종건 출판 메디치미디어 발매 2023.06.20. [ 독서 기간 : 2024.05.20. ~ 2024.05.21. ] 이런 류의 책들 -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이전 정권에 대한 혹은 이전 정권에 참여했던 이들이 쓰는 이전 정권에 대한 내용 - 에서 크게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그때엔 알 수 없었던 비사(秘史) 등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과 같이 국가 안보에 대한 내용의 책으로부터는 그런 재미조차 기대할 수도 없죠. 예전에 읽었던 「대통령의 시간」 처럼, 일방적인 자화자찬 혹은 사후적 변명이 주된 내용을 이룰 것이라 기대하는 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지 않았던 저는 1년 전에 대체 이 책을 왜 샀었던 것이며, 출간된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왜 이 책을 펼쳤을까요. --- 우선 이 책을 구입했던 건 오로지, 이 책의 저자와 제가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부동반으로 술도 같이 한잔했었고, 이외의 모임에서도 두어 번 정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뭐 공적인 자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같은 사사로운 인연이 있었기에, 저자가 쓴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보았을 때 별생각 없이 구입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었을까요? --- 물론 책을 사놓고 한참을 묵히는 게 일상화된 제 버릇이긴 합니다만, (종원군이 군대에서 매일 북...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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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 권여선

각각의 계절 저자 권여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05.07. [ 독서 기간 : 2024.05.17. ~ 2024.05.19. ] 단편 소설 읽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뭐, 읽어내는 것까지야 어찌해서든 해낼 수 있다 하더라도 ---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은 그것이 (+)이건 (-)이건 반드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에겐, 단편 소설을 읽어가는 와중에도 내내 '이 작품을 읽는다는 행위로부터 종국에 내가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단편 소설 읽기에서만 굳이 문제가 되느냐라 묻는다면, 문학적인 이유를 적어낼 수는 없습니다만 --- 단편 소설의 특성상,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라는 것, 그러하기에 독자는 그 생략되어 있는 부분까지를 함께 고려 (혹은 추측)하여 작품의, 혹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한 서술일 듯싶네요. 하루 중 소중한 시간을 내어, 그 하루가 켜켜이 쌓여 며칠이 되도록 한 권의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었거늘 다 읽고나니 대체 이게 뭔 소리지?라는 감상만 남게 된다면, 제가 그 단편 소설집을 읽어내는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를 했다하여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더라도 --- 스스로가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 육체적 조건 (시력)과 읽어낸 후 읽어낸 것들에 대...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