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저자 랜디 로스 출판 현대지성 발매 2020.03.02. [ 독서 기간 : 2024.12.12.(목) ~ 2024.12.21.(토) ] 1부. 의도성 : 기본에 초점을 맞춰라 2부. 겸손 :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라 3부. 책무성 : 대담한 관계를 구축하라 4부. 지속 가능성 : 리더십을 재설계하라 목차만 보아서는 구체적인 책의 내용이 미리 가늠되지 않는, 이 또한 두루뭉술하고 뻔하디 뻔한 말과 글로 포장된 자기계발서류의 경영관련 책이 아닐까란 의구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엄청나게 꼼꼼히, 그러니까 책의 내용을 일일이 정리해가며 읽지는 않았지만, 다 읽고나니 ---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핵심 메시지(라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나름 충분한 이해를 했다고도 생각되네요. 이 책, 꽤 괜찮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없다. 관계와 관련된 측면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건강한 관계는 개개인의 성장과 팀의 성장 그리고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pp15~24) 책은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설정이 (매출 증대 등의 계량적 목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체득하고 있...
뭐, 거창한 건 아닌데, 당분간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준비 때문에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갔었었죠. 지난 6월 27일에 올렸던 포스트의 서두에 적었던 글귀입니다. 이때의 '새로운 생활'이란 게 뭐였나면 --- 그때 즈음해서 시작했던 프로젝트로 인해 퇴근이 계속 늦어졌고, 그러다보니 출퇴근에만 근 3시간여를 할애해야하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힘들어지더군요. 그래, 당분간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해 살며 출퇴근을 하기로 했던 거였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업무를 마치고, 보다 한결 수월해진 퇴근길 (차로 3분!) 덕분에 저녁 음주 시간이 잦아졌고 보다 길어지기도 했었던 거죠. 그 프로젝트는 다행히 수월하게 진행되어 한 달여 전쯤, 끝맺음했지만 간만에 생겨난 '혼자만의 삶'이라는 게 서로에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집으로의 복귀'를 조금씩 망설여왔습니다. ㅋ~ (1월말부로 이 생활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 덕분이랄까? 혼자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혼자 횟집도 가고 오마카세도 가고 냉삼집에도 가봤지만, 어쨌든 --- 결국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은 감자탕집과 순대국집이더군요. 금천구 시흥동에서 평일에도 저녁에 어김없이 대기 크리를 타야하는 곳이 있는데, 저 역시 적잖은 혼저녁밥을 여기서 해결했었고, 이제 슬슬 이 생활을 마무리해가는 시점에서 사진들이 더 묵혀지기 ...
■ 2024.10.29.(화) : 발단 거의 모든 일에는 '발단'이라는 게 있죠.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위대/중요한 끝맺음으로 귀결되는 것이 있는 반면, 꽤나 작정하고 시작했던 것이 용두사미격으로 초라한 마무리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 이건 뭐... 그렇게까지는 아닌, 사소하다면 사소할, 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면 그리 볼 수도 있을, 일 개인의 작은 (근데 좀 유별나보일 수도 있을) 만족이랄까요? 항상 그러하듯 맥주를 따르며 시작합니다. 이젠 사장님께 완전히 맡... 육포와 더불어, 위스키 안주로 제가 좋아하는 직접 만드신 말린 사과 그냥, 병의 네이밍이 재미있어서 한 잔 마셔봤습니다. 2002년생인 종원군이 알바를 했던 때도 떠오르고... 암튼, 이게 '발단'이 되었죠... 이때의 마무리는 항상 버번, 지금은 시작이 항상 버번. 니들 덕분에 즐거웠다. ■ 2024.11.22.(금) : 전개 다음 날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있었었지만, 이 위스키가 꽤 맘에 들었고, 그래서!!! 담날의 일정 때문에 요기까지만 하려했었는데, 계동의 '법원' 이야기하다, 거기서 마셔봤던 걸 또 마셔보고 싶어졌고, 생각해보니 사과를 난생 첨으로 깎아보시는 것 같다셨던 사장님께서 안주를 더 주셔서, 한 잔 더 청하고, 빈자리 없는 Plate를 보며 떠나는 게 더 좋아서... ■ 2024.12.12.(목) : 결말 이건 더블로 두 잔....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술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거의 전무합니다. 술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하나의 도구일 뿐이기에, 그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다란 욕망 자체가 생겨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 찍고 기록하지만, 제 카메라의 버튼은 항상 AUTO mode에 자리하고 있죠. 멋진 퀄리티의 사진을 보면 물론 부럽긴하지만, 전 사진의 퀄리티보단 사진을 찍은 분의 시선(視線)을 훨씬 더 부러워하고, 그건 테크니컬하게 배울 수는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많이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이게 뭔 소린고하면, 이 포스트의 사진들이 형편없다는 걸, 이렇게 미리 쉴드치고자하는 변명이라는 거... ^^;; 강원도 횡성에 업무차 다녀왔던 날이었습니다. 약간 실망스런 결과를 안고 집으로 가는 길은, 차가 막히지는 않았지만 가슴은 답답하더군요. 가슴이 답답한 금요일 퇴근길의 마무리는 뭐다? 아니, 뭐가 이리 어두워... --;; 오토시로 준 안주는 뭔지 기억도 못하겠고, 오른편의 검정병은 화요 41 그냥 분위기 세련되고 가격 좀 하는 해물 포차? 답답해서 안주 나오기도 전에 반컵 마셨습니다. 빈 속에 마시는 첫 잔의 짜릿함은 여전히 좋네요. 양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저녁식사용의 무려 갑오징어 무침과 함께하는 충무김밥 세상에, 충무김밥을 이런 조명 아래서 먹는 일이 다... 굴이 너무 적어서 추가 주문 메뉴 중 가장 저렴한 ...
■ 박상병의 휴가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아직 그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늦은 저녁, 제 삶에서 다시 이 단어가 대한민국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리라 생각해왔던 '비상계엄'이란 단어가 뉴스 화면에서 보이더군요. 믿기지 않는다,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바로 박상병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집에 거의 다 왔다 하더군요.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렛,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어크로스, 2018. 우리 두 저자는 지난 15년 동안 다양한 지역과 시대에 걸쳐 (가령 1930년대 암흑기의 유럽이나 억압적이었던 1970년대의 라틴아메리카) 민주주의 붕괴를 주제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전 세계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전제주의를 살펴보고 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그리고 왜 죽어가는지는 우리 두 사람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연구 과제다.(p6) ★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제목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How Democracies Die」 저자 : 스티븐 ... blog.naver.com 무척이나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가, 이 책을 읽었던 2021년 당시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도 시사되는 바가 많았었기 때문이었죠. 안타깝게도 2024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러한 정치 상황이 변하지 ...
한창 더웠던 지난 여름의, 종원군이 (당시엔) 박일병의 신분으로 휴가를 나왔던 어느 날. 인천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녀석을 기다리며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검색하다 떠올랐던, 이젠 여기도 꽤나 오래된 식당이라 불리어도 될 법한, 삼겹살인지 갈비인지 암튼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이 곳엘 갔었습니다. 대기를 각오했던지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이런 아날로그로 남아계시다는 건 쫌 놀라웠... 이 불판은 정말 탐나더라구요. 인천 맥주가 있다해서... 예전 심씨갈비 육부장님께서 이 부위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었는데 까묵었... 자자한 명성만큼은 아니었지만, 맛있다 말할 수 있는 고기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날이 그렇게나 더웠었고, 손님으로 가득 찬 실내에서 숯불을 피웠으니 캐리어 박사께서 심란해하셨을 성능만을 발휘해 내고 있던 에어컨의 노력마저도 이해할 수 있었죠. 하지만 --- 저희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주셨던 분이 (벽에 걸려있는 사진으로 추정컨데) 식당 오너의 가족이신 듯했는데, 이 분의 가치관은 '손님에게 맛있는 고기를 구워주겠다'가 아니라, '일단 들어온 손님을 빨리 내보내야 한다'라는 것이신 듯하더군요. 첫판부터 그냥 다 때려올리시더니, 커팅하고 아직 먹지도 않은 고기가 잔뜩임에도 기어이 그 고기들을 별도의 앞접시로 걷어내고는 두 번째 판을 또 때려부으십니다. 좀 천천히 먹을께요~ 라 말씀드렸음에도 빨리 올려놓아야 구워진다...
적잖이 오래전의, 오래된 식당 이야기입니다. --- 자주는 아닌데, 종종 술 한잔하러 혹은 간단한 식사를 위해 찾는 곳이 중국집이죠. 금천구 시흥동에 꽤나 전통 있는 중식당이 있다 들어, 옛 직장 후배와 술 한잔하러 처음 찾았던 것이 2024년 2월이었네요. 코스의 시작 서브되는 속도가 좀 빨랐던 걸 빼면, 음식들의 맛은 좋았습니다. 사실은 이걸 먹고파서 갔던 거였죠. 좀처럼 이거 파는 중식당이 별로 없어, 따로 주문했습니다. 어라? 후식으로 나온 짜장면이 꽤/매우 맛있는데요? 바로 다음 날, 온전한(?) 짜장면을 먹기 위해 또 찾았습니다. 음... 맛있어요. 군만두도 좋았고, 소롱포는 그냥 그렇네요. 2024년 3월, 친구 C와 술 한잔하러 찾았습니다. 첨엔 1층 홀로 자리를 안내해 주셨는데, 술 마실꺼라니까 바로 2층 방으로 보내주셨죠. 둘이 앉아 먹기엔 황송하게 컸던 방... 메뉴가 뭔진 기억 안 나는데, 암튼 국물 안주하게 짬뽕탕 같은 거 하나 부탁드렸었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 없었던 맛과 퀄리티의 전가복 자춘걸, 빠지면 안되겠고. (맛은 인천 신성루가 더 낫습니다만, 맨날 인천 갈 수는 없으니...) 2024년 4월의 주말 어느 날. 회사에 뭐 가져올 물건이 있어, 가는 김에 조교수와 함께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삼선볶음밥 류산슬밥 저, 이거 되게 좋아합니다. 볶음밥도 맛있네요. 저보다 연식 오래된 식당 만나기가 쉽지 않...
무심코 보곤하는 지명(地名)의 한자 뜻을 보면, 그저 '흥미롭다'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옛 분들의 지혜/재치가 보이는 경우들이 꽤 됩니다. 작가 김훈의 「흑산」을 보면, "임진강이 흘러 교하에 이르러 한강과 합쳐지고"[1]란 구절이 있죠. 현재의 파주시 교하동은 한강과 임진강이 교차하는 지점이었기에 '교하(交河)'라는 지명을 갖게 된 겁니다. 이처럼, [1] 김훈, 「흑산」 중 p147, 학고재, 2011. '숯 탄'(炭)자와 '고개 현'(峴)자로 이루어진 '탄현동' 또한 예전에 숯을 많이 만들었던 고장이었기에 이같은 이름이 붙어 있는 거더군요. (조교수는 '여기 탄광이 있었나?'란 신박한 발언을... --;;) --- 숯, 고개와 수제비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배를 마친 주일 오후의 간단한 점심을 위해 찾았습니다. 심씨갈비도 없어지고, 왕십리 곱창도 사라진 이 곳엘, 참으로 오랫만에 가본 거더군요. 그 당시에 가봤던 몇몇 식당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왠지 모르게 반갑고 고맙고 그랬습니다. 해물파전은 안하시는 듯. 대기가 있어, 잠시 밖에 앉아 단풍을 구경했습니다. 역시 단풍은 빨간색이 있어야 제 맛... 무채, 김치, 심지어 양파절임까지 각자의 몫을 확실하게 해주네요. 두 번 더 리필... 밀가루 외에도 참으로 많은 것들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일단 다 까고 먹기 시작하는 편~ 별 것 아닌 듯해도, 어지간하면 맛있는 ...
어떤 동사의 멸종 저자 한승태 출판 시대의창 발매 2024.06.17. [ 독서 기간 : 2024.11.21.(목) ~ 2024.11.22.(금) ] 난생 처음!으로, 밤늦은 시각이 되면 사람은 졸음에 못 이겨 잠을 자게된다라는 신체적 제약에 찌~인한 아쉬움을 느껴보게 해주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으며, 그러한 재미와 더불어 읽어나가며 뭔가가 내 머릿속에 쌓여간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던 책이었기도 합니다. - 크리스틴 스웬슨, 「가장 오래된 교양」, 사월의책, 2013. 의 감상문 중 '조직문화 통찰'이라는, 어지간해서는 집어들기 쉽지 않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제목의 책입니다. 헌데 이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급으로 재미있게 읽힌다는 반전을 보여주지요. 퇴근 후, 피곤하니 그냥 집으로 갈까 아니면 독서실에 들러 책 좀 읽다가 종원군 픽업해서 같이 집으로 갈까라는 고민이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던, 당연히 독서실에 들러 이 책을 읽다 가야지,라 제 몸과 마음을 움직였었을 만큼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 김성준, 「조직문화 통찰」, 클라우드나인, 2019.의 감상문 중 소설이 아니면서, 제가 너무도 '재미있게' 그리고 물론 '유익하게' 읽었던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는 두 권의 책입니다. 이제 그 목록에 한 권의 책을 더하게 되었네요. 「어떤 동사의 멸종」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제목 속 ...
아이디어 물량공세 저자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24.04.01. [ 독서 기간 : 2024.11.18.(월) ~ 2024.11.21.(목) ] 수학이란 학문이 아름다운 것은, 그 원리를 따르면/알고 있으면 결코 다른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1'의 답이란 게 계산을 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죠. '언제나 어디에서나' 동일합니다. --- 사회과학에 속하는 경제학 또한, 자신이 그같은 '과학'임을 증명하기 위해/'과학'이 되기위해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수학적 학문'으로 자신을 positioning 하기 시작했습니다.[1] 그리하여 1997년이 되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치는 미국 대학 박사과정 1년 차 학생의 미시/거시 경제학 노트는 오로지 '숫자와 기호'만으로 가득 차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었죠.[2] 설득을 위한 '말' 같은 건 전혀 필요치 않았습니다. '1+1=2'와 같이,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결과를 경제학 이론도 만들어내고 있다 스스로 생각했었던 시기가 아니었었나 싶거늘, [1] "당시(19세기 중반)에는 서술, 타당성 주장, 일화, 사례를 기반으로 한 증거를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제번스는 경제학을 물리학과 천문학 같은 제대로 된 학문 분야로 발전시키려면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제학이 하나의 학...
오른쪽 위/아래 어금니가 있는 잇몸 수술을 하고, 8일간 지켜내야 했었던 금주 해제를 기념하기 위해 혼자 방문했던 스시히또. 그 첫 방문이 너무 맘에 들었어서, 1주일 후에 조교수와 또 갔더랬었죠. 시간 차가 거의 없이 방문했었기에, 구성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물론이었고) 조교수 또한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즐거워하더군요. 이후에도 시간은 멈춤 없이 계속 흘러왔고 어느덧, 이젠 왼쪽의 위/아래 어금니에도 칼을 대야하는 날, 하루 전이 되었습니다. 마침 --- 이날, 대만과의 야구 경기도 있고해서 야구나 보며, 비록 며칠 간이지만 제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사라지게 될/사라져야 할 알콜을 즐기러, 또다시 혼자 찾았습니다. 일단 한 잔 쭈욱~ 들이키고... 수고하자! 넉넉한 준비로 임하는 자리... 엄청 큰 사이즈의 광어라 하시네요. 난생 첨으로 볼 수 있었던 장면 대방어 한참을 플레이팅 하시길래, 다른 테이블에 나갈 꺼라 생각했었었거늘 제 앞에 이렇게 따악~ 오늘 꽤나 마시겠구나란 예감과 함께, 뭔가 큰 대접을 받는 듯하여 기분이 더더더! 좋아졌습니다. 무늬오징어가 찬조 출연으로 격하된 듯한... 뭔 '후원'을 해야 볼 수 있다길래 2,600원을 결제했거늘, 초장부터 개박살... --; 칼질 잔뜩 하신 생선회 소주 두 병 비우고 사케로 갈아탔습니다. 와~~~~ 제가 환장하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맛본 어란 일단 전체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 독서 기간 : 2024.11.17.(일) ] 읽어내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길어서도 아닌, 글자 간격이 촘촘해서도 아닌, (등장인물들 모두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해서라고도 할 수는 없을 --- 이야기의 전개가 적잖이 빠르고, 무엇보다 소설의 내용/흐름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채) 2024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었죠. 요즘에도 그런 책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전두환 정권 때나 김영삼 정권이 끝나고 나면 'OO 공화국 비사(秘史)'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곤 했었죠.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 일반 민중들은 알 수 없는/알지 못하는/알지 못하여야 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p104) 이러하기에 우리 사회에 '언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도 나름의 정도(正道)가 존재합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들도 반드시 알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를 대중에게...
이상하고 아름다운 밥벌이의 경제학 저자 류동민 출판 빚은책들 발매 2022.12.27. [ 독서기간 : 2024.11.13.(수) ~ 2024.11.15.(금) ] ■ 2024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VS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독설로 유명했던 (이과 담당) 수학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어느 날 문과인 저희 반에 오셔선 '너네들, 수학 못해서 문과 온 녀석들'이란 비아냥으로 시작해, '적성을 찾아 과(科)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할 수밖에 없는 일에 적성을 맞추는 것이 옳다'라는 류의 훈수로 한 시간의 수업을 마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엔 그분의 말씀이 (워낙 유명한 선생님이셨었기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지닌 멋진 말로 들렸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노동을 착취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최저임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밤새 두세 테이블의 손님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그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형태는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즉, 망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p90)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2024년 현재 대한민국 ('모든'은 아니겠으나 '아주 많은'이란 한정어는 허락될)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저자 주수자 출판 달아실 발매 2024.10.09. [ 독서 기간 : 2024.11.09.(토) ~ 2024.11.11.(월) ] 문학작품의 효용, 그중에서도 '소설'의 가장 큰 효용은 '겪어보지 못한/겪어볼 수 없는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글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는 것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그 장르에 따라 그 강도(强度)야 다르겠지만, 비록 추리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과 같은 작품은 (누구의 인생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그 관점에만 집중한다면) 역시, '사랑의 대상(對象)'에 따른 갈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시나, 제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가볍지 않은 생각을 해볼 기회를 주었었지요. 그렇다면, 이 작품 「해례본을 찾아서」는, 역사 소설로서 독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요? --- (좀 창피하지만) '훈민정음해례본'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국문학자 김태준이란 분의 역할은 어떠했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던 독자인 제게 이 소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 간주하는 것에도 당연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다'라는, 알고는 있으나 항상 망각하며 지내게 되는 진실에 대해 다시금 알려주었습니다. 모든 기록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한...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살며 서울에 있는 국민학교부터 대학원까지를 모두 다녔었음에도 --- 경기도 도민이 된지 어언 25년 여가 되다보니, 그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또한 경기도에 위치한 회사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서울'에 간다라는 게 (특별하다고까지는 아니지만) 나름의 이벤트?스러운 일로 느껴지곤 합니다. (물론 지금의 회사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긴하지만, 제가 말하는 '서울에 간다'란 광화문/강남 등에 나간다라는, 적어도 홍대앞에나 여의도엘 가는 걸 말합니다. 여기에 별다른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요...) 대학로 인근에서 통계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관심 가는 주제였기에 참석을 했고, 역시나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였기에 마침 장충동 인근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조교수와 저녁에 만나기로 했죠. --- 이전에 참 맛있게 먹었었던, 낙원동 아구찜 골목에 있는 곳에서 아구찜을 먹었습니다. 둘이면 '중' 주문하면 충분하다하셨지만, 둘이 아구살만으론 배를 채울 수 없었던... 평소엔 티맵대리를 애용하지만, 이날은 전용 대리기사가 계셔서...^^ (소주 색이 왜 저런진 아시죠? ㅋ~) 예전에 TOEFL이나 GRE 접수하러 나왔던 운현궁 길을 이렇게 오랜만에 걸으니 새삼 좋더군요. 평일에 시내에서 술 마시는 약속은 거의 없습니다. 제 업무가 서울 시내와 관계가 없기도 하지만 퇴근 시간에 차로 이동하는 것, 또 주차해야 하는 것 등에의 괴...
좁은 문 저자 앙드레 지드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9.10.25. [ 독서 기간 : 2024.10.28.(월) ~ 2024. 11.09.(토) ] 쉽지 않은, 2024년의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 신자인 중년 남성에게는 읽어내기 쉽지 않은/지루한 소설이었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분에게는 아마 더더욱 쉽지 않았을 듯 싶고, '앙드레 지드'라면 이를 갈게 될 수도 있을 것같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기도... ■ 신경쓰지 말자 I 남주 제롬은 열두 살의 나이에 외삼촌의 딸, 그러니까 자신의 외사촌 누나인 알리사에게 뭔가의 감정을 느낍니다.[1]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08~1909년 즈음이었고, 작가가 프랑스인이니 이런 설정이 2024년의 대한민국 사람에겐 존나 낯선 것일 수 있겠습니다만 --- 이 둘의 관계가 사촌지간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었다해도 소설의 맥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 관계를 작품의 평가에 개입시키는 건 좀 유아스럽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 걸로... [1] "알리사 뷔콜랭이 예쁘다는 것, 그걸 나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이끌리고 그녀 곁을 맴돌게 된 것은 단순한 미의 그것과는 다른 어떤 매력 때문이었다."(p22) ■ 신경쓰지 말자 II 나는 그녀(알리사)의 머리를 내 가슴에 꽉 끌어당기면서 내 영혼이 흘러드는 통로가 되도록 내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대고 있었다. ...
누군가와의 연(然)을 만든다는 것, 혹은 만들어진다는 것에는 참으로 많은 경로/연유가 있을테고 --- 누군가의 직장과 저의 집이, 같은 동네에 있다는 것 또한, 연(然)이 생겨나는 일 경로/연유가 될 수 있더군요. 앎의 시작이야, 그 분의 블로그 속 글들이 재미있었어서, '역시 젊음은!'이라며 이웃을 했던 것이었지만, 이후 앞서의 연(然)이 생겨나, 그 동네인 식사동에서 한 번 만나 술 한잔 나누었던 분이 계십니다. 아~주 예전, 제가 '츠지'라는 이자카야를 주구장창 제 블로그에 올렸던 적이 있었죠. '알지 못하는 낯선 타인으로부터도 세뇌란 걸 당할 수 있구나라며 그곳을 방문했었었다'는 어느 분의 댓글이 떠올랐던 --- 그처럼 저 역시, 이 곳엘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세뇌당한 듯한 곳을 이 분의 블로그에서 알게 되었죠. 꽤나 오래 전부터 날짜를 미리 맞추어 그 분이 예약을 하고, 드디어 그곳에서 만나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금요일이었던 이 날, 예약하지 않고 왔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너댓 팀...) 제가 진정 '이모'카세를 먹으려면 이젠 팔순/구순 할머니께서 차려주시는 곳엘 가야... 만국기... 라 하기엔 그닥 다양하지 못한, 4개국+UN의 국기들이 팔락이지도 않은 채 손님을 맞이합니다. 누군가에겐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겐 낯설... 에피타이저 2종 (이외 몇가지 반찬들은 생략) 살 많고 적절히 짭잘한, 초장부터 맥주잔 속 소주를 ...
항상, 맘이 허합니다. 휴가던 면회던, 녀석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요. --- 보통은 조교수가 훨씬 더 허전해했었는데, 이날은 이상하게 제 맘이 더 그렇더군요. 집으로 곧장 가지 말고 어디든 가서 술 한잔 마셔야겠다란 각오/바람(願)를 그래서/그렇게 밝혔습니다. ㅋ~ 친구들과의, 혹은 혼자만의 추억이 많이 깃든 곳이지만, 녀석과의 잊지 못할 추억도 한 꼭지 있는 곳이죠. 언젠가, 녀석과 엄청 언쟁이 있었어서 거의 한 달여간을 말도 안 하고,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쟁의 이유가 뭐였었는지는, 대부분의 다툼이 그러하듯, 이제와선 기억나지 않습니다. --;;) 저도 회사일로 매우 고달팠던 시기였었기에 어느 날, 이렇게 안팎에서 힘들도 싶지 않다란 생각이 들어, 녀석이 좋아하는 Corona 맥주 한잔하자 연락해 이곳, Doors에서 녀석과 마주 앉았었습니다. --- 부자간의 화해뿐만이 아닌, 녀석에겐 LP로 듣는 음악의 신세계가 열렸던 날이었었죠. 이곳에서 마셔낸 하이네켄만 해도 대체... 요즘엔 버번에도 빠져서... '시월의 마지막 날' 여운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했던 날... 이날은 특별히 LP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젠, 이 노래가 송골매 노래들 중 저의 최애곡... 아직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 이날엔 왠지, 옛날 노래들을 LP로 듣고 싶었었어서... '소월에게 묻기를'이란, 한글 제목의 맛/느낌이...
어느덧, 벌써 --- 입대한 후론 이런 단어를 무척이나 억울해하는 종원군이 '어느덧, 벌써!' 상병 2호봉이 되었습니다.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오면 언젠가부터 '또 나왔니?'란 말을 하게된다고들 하지만, 아직 저희에겐 여전히 보고 싶기만한 녀석이죠. 역시나, 그의 휴가는 진급함에 따라 더 촘촘한 일정으로 짜여져갔기에, 부모와의 저녁 식사는 skip하고 겨우 하나 잡아낸 일정이 복귀날의 점심. 뭐 먹고 싶냐,란 질문이 별 의미없이 녀석의 선택은 항상 스시입니다. (이 자식, 통영에서 태어났었어야... ㅋ) --- 복귀 시간과 동선을 보니, 의정부가 가장 낫겠다 싶더군요. 제 검색 실력으론 후보가 여기 한 곳뿐입니다. 소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거죠. 점심 1부 (12시 ~ 13시)로 예약하고 갔습니다. 저희 포함, 3인*2팀의 단촐한 점심 그리 많은 경험은 없지만, '엇! 여기, 기대되는데?'란 감정을 안겨주었던 그 경험 내에서 최고의 맛. 720ml을 선택하려했으나 혼자 감당할 수 있겠냐란 조교수의 조언에 300ml로... 저의 꼰대짓... --;; 오, 점점 기대가 커지는데요? 예전에 '동광'이란 스님이 계셨었죠... 시작은, 대부분 그러하듯 광어 성대 스시, 였다고 기억합니다. 난생 첨 먹어본 듯... 아구살 튀김 두 병째. (거 봐, 내가 720ml 다 마실 수 있다 했잖아... ㅋ) 제가 좋아하는 유자 제스트가 얹어진...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서,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도저도 아니면 기분이 그도저도 아니어서 --- 그래서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합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날에 약속을 잡아 어제, 한잔했습니다. 뭐 먹고 싶냐고, 이번엔 자기가 사겠다 해, 소던 돼지던 양념된 고기가 먹고 싶다했더니 (유튜브파인) 자기가 평소에 유튜브에서 보고 찜해놨던 곳이 있다며 링크를 보내줍니다. 네이버파인 제가 검색을 해보니 대기가 장난 아니라 해, 테이블링으로 예약을 하고 찾았죠. 정말 대기가 장난 아니더군요. 물잔이 두개인건 물잔에 물만 마시는 게 아니기 때문... 꽤 오랜만에 만나보는 돼지갈비 친절하게 구워주십니다. 어허, 이거 요물이네요. 대기가 장난 아닌 이유가 다 있... 어케하면 마늘을 이렇게 얇게 썰 수 있지? 이런저런 이야기하다보니, 태울까 염려되셨는지 계속 구워주셨습니다. 따로 주문하는 게 아니고, 그냥 기본으로 나오는 찌개. 맛 좋네요... 2인분 추가! 역시나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나오는 껍데기 더 바랄 것 없는, 매우 흡족 상황 남자 둘이 술 다 마시고 일어설 때에야 이거 뭐지? 하며 눈길을 줬던 반찬. 만난지 40년이 된 우리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꼭 듣고 싶은, 들어야 할 노래가 있어서요. 바라만 봐도 멋진 손길 1년에 딱 하루로 1년을 먹고사신다는 분의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