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널 최신 피드 리스트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뉴욕 목수 이야기 (완벽에 관하여 / 마크 엘리슨)

    완벽에 관하여 저자 마크 엘리슨 출판 북스톤 발매 2024.04.28. 저자 마크 엘리슨은 목수다. 저자 소개에는 “뉴욕 최고의 목수‘라고 되어 있지만, 정작 마크 엘리슨은 그런 ’최고‘라는 자부심보다, 단지 ’목수‘라는 데 자신감, 자부심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말 제목은 ’완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목수는 완벽보다는 정성을, 최선을 이야기한다. 완벽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실수가 있고, 관용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철저히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는 실패를 통해서 배운 이야기가 더 많다. 그런 실패를 통해서 자신은 배웠고, 그만큼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학위가 없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도 제대로 받지를 못했다. 그게 없이도 잠깐 대학에 등록해서 배우긴 했지만 역시 졸업은 하지 않았다. 목수란 일은 그런 것이 필요 없기에 편하다고, 능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 좋다 한다. 그는 학위를 받고 실제 건축은 하지 않는 건축사들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건 실제로 일을 하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것이다. 40년을 한 분야에서 각종 경험을 한 저자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나아가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얘기가 많다. 그건 내가 통달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더 신중하게 세상이 돌아가는 일을 파악하고, 보다 겸손하게 얘기하고 행동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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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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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의 과학, 정말 영원히 살아야하는 걸까? (우리는 왜 죽는가 / 벤키 라마크리슈난)

    우리는 왜 죽는가 저자 벤키 라마크리슈난 출판 김영사 발매 2024.05.30. 저자 이름이 왠지 낯이 익다 싶었다. 리보솜의 구조 연구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강의 때 자주 언급하는 과학자다(이름까지 부르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강의 자료에 얼굴과 이름만은 늘 들어 있다). 흔히 세포 내에서 단백질 합성이 이뤄지는 소기관으로 알려진 리보솜에 관한 연구는 항생제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하다(아울러 내성까지). 그런데 인도 태생의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 왕립학회 회장도 지냈다. 62대 회장이란다. 어느 한 분야에만 인정받는 과학자가 아니란 얘기다. 그런 그가 쓴 책이 노화와 죽음에 관한 책이라니, 조금은 의외긴 하다. 그런데 읽다 보면, 벤키 라마크리슈난이라는 과학자가 과학의 한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과학자인 것도 맞지만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또 깊은 통찰력을 지닌 과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갖가지 노화와 죽음에 관해 현대의 과학이 탐구해 온 과정과 그 결과를 요령 있게 제시하고 있다. 사실 많은 부분이 그 동안의 적지 않은 비슷한 책에서 얘기한 것과 비교해서 굉장히 새로운 것은 없다. 동물들의 수명에 관한 내용에 이어 지금까지 제시되어 온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특히 생물학적 발견에 관한 내용들을 소개한다. 텔로미어라든가, 후성유전학, 단백질 접힘, 프리온, 열량 제한, 각종 항노화제(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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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자살에 대한 생각,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 (자살의 언어 / 크리스티안 뤼크)

    자살의 언어 저자 크리스티안 뤼크 출판 북라이프 발매 2024.11.19. 삶의 의미를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고 가치 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결정권자로서의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나 스스로 내 목숨을 결정하게 되는 것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포괄적으로 자살이라고 부른다. 잊고 있던 죽음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외삼촌은 마당 한 귀퉁이 나무에 목매달고 죽었다(고 한다). 나도 어렸지만, 외삼촌도 나이가 많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고, 이후로도 단 한번도,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다. 외가를 가면 그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고(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집 자체의 구조가 바뀌면서 뽑혔지만), 부모님, 외삼촌, 이모 모두 막내가 과연 존재했었는지 잊었던 것처럼 보였다. 외삼촌은 왜 스스로 자기 목숨을 버렸을까? 나도 거의 완벽하게 잊고 있었던 외삼촌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풀 수는 없었다. 그가 남긴 글 조각 하나 보지 못한 것은 물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실제로는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니. 그래도 이렇게 떠오르는 걸 보면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실은 그밖에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주변이 또 있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뉴스를 적지 않게 접해 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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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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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혁명과 인간의 미래에 관한 유발 하라리의 관점 (넥서스 / 유발 하라리)

    넥서스 저자 유발 하라리 출판 김영사 발매 2024.10.11. ‘넥서스(Nexus)’의 의미를 찾아보면 간단히 ‘연결 고리’라고 되어 있다. 유발 하라리는 본문 내용만 거의 600쪽에 이르는 책에서 한두 차례만 이 단어를 쓰고 있다. 의미로는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여러 연결점들을 연결하는 무엇’ 정도로 쓰고 있다. 그 의미는 사전적 의미와 거의 차이는 없지만, 이것이 정보, 컴퓨터, 네트워크, AI 등 (조금씩 그 의미는 다르지만) 뭐라 불러도 상관없는 이 책의 주인공과 만나면 익숙하지만 낯선 주제 의식을 맞닥뜨리게 된다. 유발 하라리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상황을 이야기한다. 20216년 『호모 데우스』를 출간한 후, 인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AI와 관련한 인물과 모임 등과 교류를 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자신의 전공(그의 전공은 중세 전쟁사다)인 역사적 시각과 결합해서 보았을 때 정보 혁명, 네트워크 혁명, 나아가 AI 혁명의 의미가 남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특히 정보라는 것과 관련해서 AI가 가지는 양면성에 대해서 사람들이 너무나 모르거나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보아왔고, 이를 바로잡거나, 또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참고로 2016년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해이며, 페이스북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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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저자 이정모 출판 오도스 발매 2024.11.29. 이정모의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는 최근의 베스트셀러 『찬란한 멸종』의 계열이 아니라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과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을 잇는 책이다. 과학과 시사를 결합하고 있다. 이정모는 ‘과학문해력’을 이야기한다. 내가 종종 이야기하는 21세기의 상식은 ‘과학’이라는 말고 통한다고 본다. 이정모가 이야기하는 과학문해력은 막대한 과학 지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는 과학의 내용을, 심지어 폭넓게 쫓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대신 그렇게 쏟아지는 과학의 내용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가능하다. 이정모가 이야기하는 과학문해력은 과학적 사고방식 내지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즉, ‘과학의 눈’이다. 여기서 그런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몇 가지로 나뉜다. 차례대로 보자면 기후 위기와 관련한 멸종의 문제(이것을 확장한 것이 바로 『찬란한 멸종』이다), 과학적 사고 방식에 기초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상식. 사실 이렇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동물과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학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주목하는 얘기는 과학의 말을 가지고 상식을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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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스티븐 킹의 판타스틱 동화, 어디가 더 마법같은 세상일까? (페어리 테일 / 스티븐 킹)

    페어리테일 1 저자 스티븐 킹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23.09.08. 페어리테일 2 저자 스티븐 킹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23.09.08. 스티븐 킹이 동화를 쓴다는 것부터 화제였을 것 같은데, 그게 정말 동화였다는 것은 더욱 큰 놀라움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동화가 역시 스티븐 킹이 쓴 동화라는 표식이 뚜렷하다는 사실은 신기할 따름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우물을 발견한 17살의 소년 찰리 리드. 그건 죽음을 앞둔 개 레이더에게 젊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그 세계를 알려준 보디치씨에게 황금의 원천인 엠피스라는 또 다른 세상은 내가 성급하게 예상했던 ‘무릉도원’이 아니었다. 찰리 리드를 기다리는 것은 망가진 세상이었다. 세상도, 사람도 모두 회색으로 변해가고, 입, 눈, 귀 어느 하나는 닫혀버리고, 팔다리는 뭉개져버리는, 말하자면 디스토피아와 같은 세상이었다. 찰리 리드는 레이더에게 젊음을 줄 수 있었지만 잡혀버리고, 지하 감옥에 갇힌다. 그곳에서 찰리 리드는 금발에다 파란 눈을 가진, 예언 속의 ‘왕자님’이 되어 간다. 동화이되 피가 튀긴다. 그림 형제의 동화가 원래는 잔혹한 내용이었다는 것을 1권에서부터 여러 차례 상기시키고 있는 이유도 아마 2권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잔혹 동화의 성격을 인지시키고자 하는 의도인지도 모를 정도다. 스티븐 킹은 여러 동화를 아무렇지 않게 차용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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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스티븐 킹이 동화를? (페어리테일 1 / 스티븐 킹)

    페어리테일 1 저자 스티븐 킹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23.09.08. 평생 그렇게 희한하도록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이었다. 나비 떼가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으며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우리 위를 날아갔고, 나는 그들의 날개가 일으킨 바람을 느끼며 마침내 이 다른 세상의 현실을, 엠피스의 현실을 완전하게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있었던 곳이 가상의 세계였다. 여기가 현실이었다. 스티븐 킹이 동화를? 진짜다. 제목부터가 “Fairy tale”, 동화다. 혹시 ‘잔혹한’ 같은 형용사가 생략되어 있는 건 아닌지, 반어적 의미로 쓴 건 아닌지 싶지만, 적어도 1권까지는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다. 중반까지는 어느 착한 학생의 성장기 같은 이야기 같다가 어느 순간 판타지로 접어든다. 우연히 동네의 기괴한 집에 사는 할아버지 보디치를 구하게 된 평범한 고등학생 찰리 리드는, 보디치가 죽자 유산을 물려받는다. 할아버지의 반려견 레이더와 교감을 나누게 되면서 레이더를 살리기 위해 ‘세상의 우물’로 들어간다. 스티븐 킹은 천연덕스럽게 여러 동화들의 이야기(<잭과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 <아기돼지 3형제>, <럼펠스틸스킨>)를 자신의 이야기 속에 넣고 있다. 그러나 스티븐 킹이 누군가? 그냥 짜깁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하고 있다. 기꺼이 모험을 택한 찰리. 그의 앞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 ** 스티븐 킹은 이야기를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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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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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 전설의 시작, <캐리>, 혹은 슬픈 파멸

    캐리 저자 스티븐 킹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4.04.01. ‘공포소설의 제왕’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이 작가로서의 꿈을 놓지 않으면서 근근이 살아가면서 쓴 첫 장편소설이 바로 이 작품 『캐리(Carrie)』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포기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인 테비사가 우연히 이 작품을 발견해 읽어보곤 남편을 북돋으면서 완성했다. 결국이 작 품은 스티븐 킹은 유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몇 편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그의 명성이 과한 것이 아니란 걸 느꼈지만 본격적으로 찾아 읽진 않았다. 최근작 『홀리』를 읽은 후 찾아보기 시작했고, 우선 첫 작품 『캐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공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공포라기보다는 쓸쓸한 소설이다. 광신적이면서 가학적인 어머니, 조롱하는 학교 친구들, 함께 조롱의 대열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괴로워하는 소녀와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선생님. 그리고 그 가운데 염력을 지닌 소녀 캐리 화이트가 있다. 캐리는 첫 생리를 겪으며 자신이 특별한 능력(염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런 잘못 없는 친구를 놀렸다는 죄책감을 가진 수지 스넬은 자신의 남자 친구를 설득해서 캐리와 함께 무도회에 가도록 한다. 그런데 학교 폭력의 주동자이면서 반성할 줄 모르는 크리스 하겐슨은 남자 친구와 함께 무도회장에서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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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질병에 대한 의학의 오랜 대응 (질병 VS 의학 / 예병일)

    질병 vs 의학 저자 예병일 출판 책들의정원 발매 2024.11.30. 의학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대중들에게 쉬운 언어로 전달해 온 예병일 교수가 이번에 낸 책은 질병과 그에 대해 대응해 온 의학의 발전에 관한 거이다. 질병을 신의 의도로 바라보고,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시대부터,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없었던 시대를 거쳐, 조금씩 질병의 실체를 인식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아내고 고안해낸 시대, 그리고 앞으로 의학까지. 절반 이상이 넘는 부분은 감염질환을 다루고 있다. 인류의 오랜 기간 동안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게 감염질환이었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도 상당히 극적이고,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세균의 존재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위생이라는 수단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켰던 과정, 세균을 발견하고 세균이 감염질환의 원인임을 밝히고, 항생제를 발견하고 극복해내는 과정,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이것의 위험성을 알아내고, 또 백신 등을 통해 이겨내가는 과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다음은 주로 수술에 관한 이야기다. 약이 아니라 칼을 들고 아픈 데를 잘라내거나 대치해서 치료하는 이야기다. 아주 오랜 시기(신석기 시대)부터 뇌수술이 이뤄졌다는 놀라운 얘기도 있고, 수술이 안전해지는 과정에서 마취법과 무균수술법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리고 끝은 현재 의학이 다다른 지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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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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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신념에 빠진 이들에 대한 분석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저자 댄 애리얼리 출판 청림출판 발매 2024.10.31. 내가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처음 읽은 것은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이었다. 이 말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각을 그로부터 얻었다는 얘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책 가운데 조금 실망한 책도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물론 그것을 내재화하지 못한 것은 나의 한계다.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단순히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책을 쓰는 데만 이용하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성격 자체가 그렇듯 연구의 성과를 정부나 사회,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좀 더 바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렇다고 그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누구나 아는 명사(名士)는 아니란 얘기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그가 난데 없이 어떤 집단들 사이에서 무척 유명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댄 애리얼리 자신이 표현하기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그는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와 공모하여 코로나19를 퍼뜨려 인구를 조절하고, 가짜 백신을 만들어 사람들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는 SNS 상에서 악마가 되어 있었고, 온갖 악담, 악담을 넘어선 얘기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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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합리적 판단을 위한 '세 개의 면도날'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으로 착각에 빠지는 이유를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탐구한 댄 애리얼리의 『미스빌리프』에서 인지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기 위한 개인용 구급용품으로 세 개의 ‘면도날’을 제시한다. 핸런의 면도날(Hanlon’s razor) “어리석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악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 (댄 애리얼리는 이것을 “인간 본성의 오류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악의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로 수정하고 있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부적절하다고 입증되지 않는 한 사람들은 가장 간단한 설명을 선호한다.” (달리 표현하면, “‘이것’보다 ‘저것’이 더 올바르다고 판단할 어떤 데이터가 없다면 가장 간단한 설명을 선택해야 한다.”) 히친스의 면도날(Hitchen’s razor) “아무런 증거 없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런 증거 없이 기각할 수도 있다.” 댄 애리얼리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저자 댄 애리얼리 출판 청림출판 발매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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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아름다움에 대한, 어둡지만 어쩔 수 없는 집착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케이티 켈러허)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저자 케이티 켈러허 출판 청미래 발매 2024.11.20.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한 정의나 인식은 사회마다도 다르고, 개인마다도 다를지언정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거의 본성에 가깝다. 그것이 개인적인 본능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사회적으로 주입된 것이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지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느끼고 싶어 한다. 그것이 내 것이 될 수 없고,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자신에 대한 실망, 심지어는 혐오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케이티 켈러허의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는 바로 그런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잘 인식하게 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해서 역사를 그쳐 다시 현재와 자신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은 저자의 자의식이 짙게 묻어 있다. 아름다움의 실체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과 주관적인 느낌을 오가면서 아름다움이란 추구할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포기해야 하고, 어쩌면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속성을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저자가 아름다운 것들로 내세우는 것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거울, 꽃, 보석, 조개, 화장, 향수, 실크, 유리, 도자기, 대리석. 어쩌면 그것 자체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자체로 아름답지 않더라도 최소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하는 수단이거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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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생물들의 기가 막힌 생존 전략 (바다의 천재들 / 빌 프랑수아)

    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저자 빌 프랑수아 출판 해나무 발매 2024.12.20. 바다 생물들의 기가 막힌 생존 전략이 펼쳐진다. 어떻게 헤엄을 치며(바다에서 사니까 당연히 헤엄을 잘 칠 거라 생각하지만, 그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 극한의 압력을 견디며 살아가는지, 혹은 삼투압의 변화를 피하며 바다와 민물을 어떻게 오갈 수 있는지, 물과 공기 사이의 경계면에 사는 생물들은 어떤 전략으로 먹이를 먹거나, 포식을 피하는지, 에너지를 이용하는 차원에서 고래가 극 지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열수분출공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며, 전기가오리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내는지, 빛을 산산조각내며 먹이를 잡아채는 갯자개의 비밀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생물 발광의 비밀은 또 어떻고, 멸치는 어떻게 빛을 이용해서 투명 장막을 치는지, 바다 생물들의 현란한 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바다 생물들은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는지(수천 개의 눈을 가진 군부라는 연체동물이며, 불가사의한 소음을 내는 미거라는 물고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바닷가재, 여덟 개의 감각을 가진 상어의 세계는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독특한 건축 기술을 뽐내면서 살아가는 생물의 세계는 또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리고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살아가는 생명들은 또 얼마나 신비로운지(이를테면 수백 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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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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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질적사회학, 또는 생활사 이론 (망고와 수류탄 / 기시 마사히코)

    망고와 수류탄 저자 기시 마사히코 출판 두번째테제 발매 2021.01.05.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https://blog.naver.com/kwansooko/220841723459)을 읽은 지 8년이나 지났지만, 책에 대한 느낌은 비교적 뚜렷했다. 게다가 ‘망고와 수류탄’이라니…. 이 매력적인 제목의 책을 건너뛸 수는 없었다. 내용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달랐다. 애초에 예상했던 것은, 구술을 통해서 오키나와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학자이니만큼 그가 오키나와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고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이른바 ‘질적사회학’이라고 부르는, 혹은 ‘생활사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학문적 방법론에 관한 근거, 장점과 한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관한 내용이다. 그래서 약간 딱딱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학자들의 글을 길게 인용하기도 하고, 사회학 이론을 펼치기도 한다. ‘오랄 히스토리’, ‘라이프 스토리’, ‘라이프 히스토리’의 차이에 대해 길게 비교하기도 한다(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이런 이론적인 내용을 내가 굳이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이론에 매몰된 책은 아니다. 그건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학문의 방법론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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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1979년 계엄 속 일본인의 한국 경험, 그리고 2024년 대한민국 (계엄 / 요모타 이누히코)

    계엄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 출판 정은문고 발매 2024.10.14. 기괴한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계엄 상황을 다룬 폴 린치의 『예언자의 노래』를 읽기 시작하며 다음 책으로 이미 점찍었던 소설이다. 이 소설들을 읽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 이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지, 말도 안되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형식은 소설이지만, 여기에 쓰는 이야기는 아마도 소설이 아닐 것이다. 1979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연히도 한국의 대학교에 일본어 강사로 오게 된 한 일본인이 딱 두 학기 동안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 그리고 그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선에 대해 쓰고 있다. 이것은 비록 주인공의 나이가 몇 살 차이가 나고, 성격도 조금 다르지만 거의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신 체제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체험들에서 시작해서 10.26 이후 계엄까지를 다루는 이 자전적 소설에서 읽는 한국은 지금의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지저분하고, 문화랄 것도 없는, 한심한 국가로 보인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역동성을 찾아내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생경하다. 나야 그 시대를 어린 시절이지만 보냈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이해하지만, 만약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세대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이렇게 찌질했어? 이러지 않을까? 저자가 가장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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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계엄과 소설 (예언자의 노래 / 폴 린치)

    예언자의 노래 저자 폴 린치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4.11.20.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은 12월 3일. 한 서른 쪽 가량 읽었을 즈음. 우연히 들여다본 휴대폰에 그 뉴스가 뜨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잠시 내가 소설을 읽다 보니 소설과 현실이 엉켜 있는 줄 착각했다. 아일랜드에 국민연합당이라는 극우 정당이 집권하고 비상대권법이라는, 말하자면 계엄을 선포하면서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을 쓰고 있는 소설을 읽으며 대한민국의 계엄 선포를 접하게 되다니... (심지어 다음에 읽을 책으로 이누히코 요모타의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소설은 덮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은 소설보다 비극적이지 않았지만, 내게는 더 엄중했다. 그러고 몇 시간 만에 그 개그스런(우습다는 얘기가 아니다. 너무 어처구니 없다는 얘기다) 쿠데타 시도가 무력화되고 나서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 소설은 계속 겹쳐져서 눈을 어지럽혔다.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일리시는 그 단조로운 생활에 행복이 숨어 있었음을, 행복은 보이면 안 되는 것처럼, 과거에서 들려오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는 음(音『)처럼 가고 오는 매일 속에 깃들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58쪽) 그런 일상은 너무 허약하다. 그 일상을 지금까지 이루어내는 데 안간힘을 써왔지만, 그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소설은, 행복했던 가정이 무너지는 과정은 정말로 아름다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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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합중국이 분리된다 (원더풀 랜드 / 더글라스 케네디)

    원더풀 랜드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출판 밝은세상 발매 2024.10.15. 『빅 피처』와 『오로르』 시리즈 사이의 간격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이 감당하고 있는 범위를 의미한다. 『원더풀 랜드』는 『빅 피처』와 『오로르』 사이의 직선상 간격을 벗어나 3차원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원더풀 랜드』는 가상의 미래에 벌어지는 일을 쓰고 있지만, 분명히 현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36년 미합중국이 분리되었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내세운 공화국연맹과 이에 반발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연방공화국이다. 그 시작은 우리가 이미 아는 역사,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202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부터 그럴듯한 상상을 기반으로 미합중국을 분리하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도 트럼프가 다시 등장해서 당선되리라고는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듯하다. 2024년의 선거에서는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의 콤프턴이 당선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반대 진영에 서서 연방공화국의 중심 인물이 되는 인물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예상과는 어긋난다. 소설에서 억만장자이면서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혁신의 대명사 모건 채드윅은 말할 것도 없이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전의 성향으로 미루어 머스크를 트럼프의 반대 진영에 놓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분리된 두 국가는 유명한 소설들의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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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적 열망과 추악한 도둑질 사이 (예술 도둑 / 마이클 핀클)

    예술 도둑 저자 Finkel, Michael 출판 생각의힘 발매 2024.09.20.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여자 친구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와 함께 1995년 3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거의 7년 간 300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훔친다. 미술품들의 가치를 모두 더하면 수조원에 달한다. 어머니 집의 다락방에 함께 살며 미술품들을 보관했고, 단 한 점도 내다 팔지 않았다. 오로지 감상하고, 그것들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가장 많은 미술품을 훔친 개인이면서(국가나 공권력은 그보다 더 한 경우가 분명 있으므로), 그것들을 훔치고도 단 한 번도 돈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은 희한한 ‘예술 도둑’이다(물론 한 번 잡힌 이후로는 좀도둑처럼 변했지만).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은 이 희한한 도둑에 대해서 알고 난 후 인터뷰를 요청했고,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성사되었다.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 이미 출판된 몇 권의 책들, 그리고 자료들을 섭렵하고 이 책을 썼다.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이 책의 성격은 브라이트비저가 묘한 도둑인 것처럼 묘하다. 그의 예술적 열망을 옹호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고상한 예술 작품을 향했달 뿐이지, 결국엔 단지 도벽에 불과하다는 투이기도 하다. 마이클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도둑질을 어떤 한 가지로 규정짓기보다는 미학적 열망과 파렴치한 도둑질 사이의 어느 것, 아니 그게 쉽게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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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그래 그거! 그런데 그게 뭐지? (그거 사전 / 홍성윤)

    그거 사전 저자 홍성윤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24.10.04. 뭔지는 분명 아는데, 명칭을 모르는 그런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대화를 하면서 “그거 말야.”, “그래 그거.” 이 정도로도 통하는 물건들이다. 보통의 명사 대신, “거 있잖아, 피자 배달 주문하면 피자 가운데에 포장 상자를 받치는 그거.” 이러면 다들 아는 그런 것들. 의식하지는 않지만 그런 게 정말 깔렸다. 바로 ‘그거’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해 이름을 찾아주고 있다. 유래를 쫓아보고, 또 잘못된 속설을 깨고, 어떤 경우엔 그 근처의 여러 유용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실 그런 책이 이미 있긴 하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물리적 힘》. 거기서는 명칭과 유래에 관한 일화도 소개하지만 ‘물리적’인 원리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좀 가볍게, 더 많은 사례를, 또 우리나라와 연관지어 보기 위해서는 이 책이 낫다(물론 반대의 경우엔 헨리 페트로스키의 책이 낫다). 76개의 물건을 소개하는데, 알고 있던 것은... 글쎄 한 열 개쯤 되려나? 단 한 개도 빼놓지 않고 그림과 간단한 설명으로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들임에도 그렇다. 명칭을 읽고 나면 아하! 싶은 것도 많지만, 별로 감흥이 가지 않는 것도 없지는 않다. 너무 삭막한 명칭들, 이를테면 귤락, 약장(혹은 서비스 리본), 스톨 같은 것들이다. 정말 잊히지 않을, 아니 꼭 기억하고 싶은 명칭도 있다. 레이지 수잔(혹은 덤웨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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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잎 이슬, 두번째 꿈을 꾸다
    10, 11월... 이 달의 책

    10월과 11월에 읽은 책을 간단히 정리한다. 수치만으로 보면 다른 달에 비해 많이 읽지 않았다(10월 15권, 11월 16권). 그러나 처한 상황에 비하면 무척이나 성실하게 읽었다고 자부한다. 10월에 읽은 책 가운데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읽었다고 가장 자랑(?)할 만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제외하고 인상적인 책을 고르면, 스티븐 핑커의 『글쓰기의 감각』을 꼽겠다. 지식인이 글을 쓰는 데 빠지는 함정을 적나라하게 지적했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 정확히는 감각을 제시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글쓴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저 출판사 민음사 예스24 글쓰기의 감각 글쓴이 <스티븐 핑커> 저/<김명남> 역 저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예스24 11월에 읽은 책 가운데는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가 있다. 오랫동안 벼르던 책이었고, 재미도 있었고, 인상도 깊었다. 그밖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들을 고르면, 박정재의 『한국인의 기원』, 사이먼 윈체스터의 『지식의 탄생』, 대나 스타프의 『어린 것들의 거대한 세계』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의 기원』은 인류의 이동이라는 보편성과 한국인의 한반도 정착이라는 특수성을 매우 잘 연결했다. 거기에 기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방향까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지식의 탄생』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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