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 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새해를 맞아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공간의 느낌을 전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향을 더하는 것. 그러다 장미 생화향이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끌렸다. 흔히 장미향 디퓨저라고 하면 가볍고 달콤한 향을 떠올리기 쉬운데, 트와네즈 디퓨저는 기대와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마치 붉은 장미꽃 한 다발을 가득 안은 듯한 깊고 풍부한 향이 퍼졌다.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신선한 첫인상이 지나가자,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플로럴 노트가 공간을 감싸기 시작했다. 방향제를 넘어, 마치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향기. 생화의 숨결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이 디퓨저는 공간을 더욱 감각적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새해를 맞아 의미 있는 선물을 찾고 있다면 이 디퓨저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화려한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향기로 누군가의 공간을 채우는 것도 충분히 멋진 경험이 될 수 있다. 플로럴 계열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향수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어울리는 향이기 때문에 취향을 크게 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트와네즈 디퓨저의 장미 생화향은 인공적인 느낌 없이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공간을 감싼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향이 주는 감각적인...
제주 구좌 당근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예상치 못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삭한 식감과 함께 퍼지는 깊고도 순수한 단맛. 채소라고 생각하고 베어 물었는데, 마치 과일처럼 달콤한 맛이 퍼진다. 손끝에 닿는 매끈한 표면, 선명한 주황빛 색감.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당근은 반찬 재료를 넘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간식이 된다. 이 당근이 특별한 이유는 제주도 구좌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구좌는 제주에서도 당근이 잘 자라는 지역으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적절한 기온이 만나 당근의 당도를 높이는 환경을 만든다. 겨울철 차가운 공기가 당근 속의 수분을 조절하며 깊고도 자연스러운 단맛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제주 구좌 당근을 한입 깨물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처음에는 아삭한 식감이, 그리고 씹을수록 퍼지는 깊고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을 채운다. 이 당근은 산지에서 바로 보내지는 덕분에 신선도가 다르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근과 비교하면 색부터 확연히 구분된다. 선명한 주황빛을 띠며, 껍질이 매끈하고 탄력이 있다. 손으로 잡아보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고, 신선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유통 과정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선별해 보내기 때문에 푸석하거나 건조한 느낌이 없다. 선별 과정도 상당히 엄격하게 이루어져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며, 세척까지 완료되어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입에 넣는 순간 기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친절하고 매력적인 태도로 다가오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처세술의 대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그의 저서에서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사람들의 특징을 명확히 짚어준다. 그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보자. (출처: 『아주 세속적인 지혜』 중에서) 아주 세속적인 지혜 저자 발타자르그라시안 출판 페이지2북스 발매 2023.03.24. 1. 말뿐인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을 구별하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천이 없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약속을 쉽게 하고, 거창한 계획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책임을 회피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2. 다른 사람의 선심을 남용하지 마라 주변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남의 선의를 이용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작은 부탁이 반복되다가 어느새 부담스러운 요구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관계는 주고받음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3. 잃을 것이 없는 사람과 다투지 마라 손해 볼 것이 없는 사람은 언제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상대는 쉽게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지만, 나에게는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니 무모한 싸움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4. 유리처럼 ...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ㅡ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거울 속의 나는 가까이 있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존재다. 나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에 갇혀 있는 그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나는 평생 그를 마주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다. 투명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응시하는 것처럼, 그는 나를 비추지만 나를 온전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가도 닿지 않는 거리.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거울 속의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상의 시 <거울>은 거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존재의 이중성을 탐구한다. 거울 속의 나는 나와 닮았지만, 결코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곳에는 소리가 없고, 내 말을 듣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귀가 있으며,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가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거울 속의 나...
1월에 읽은 책 추천 베스트 5 매월 1일에는 이달의 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달에 읽었던 책 중 더 기억에 남기고 싶은 다섯 권의 책을 고르는 날이다. 새해의 설렘도 잠시, 어느새 1월이 지나갔다. 다짐했던 목표들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 책은 언제나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그런데 올 1월, 마음을 깊이 울릴 만한 책을 만났는가? 아니면 흩어지는 시간 속에서 몇 권을 스쳐 지나갔는가? 한 달 동안 나를 사로잡고, 사고의 틀을 넓혀주며, 감정을 깊이 울린 다섯 권이 있다. 가볍게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들, 이 책들을 당신도 한 번 만나보길 권한다.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무선판) 저자 김주혜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23.06.19. 일제강점기 속 억압과 저항, 자연과 인간의 치열한 서사를 그려낸 강렬한 역사 소설. 이달의 도서 추천 1월에 읽은 책 베스트 5 그 첫 번째 책은 작은 땅의 야수들 눈 덮인 조선의 산중에서 호랑이와 사냥꾼의 대치로 시작하며,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얽히며,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혼란과 억압을 그려낸다. 주인공 옥희는 기생으로 성장하며 시대적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호랑이...
슬프고 괴로운 일을 만나거든 아우렐리우스 슬프고 괴로운 일을 만나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지금의 이 괴로운 일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라고 또 이렇게 생각하라 이 일은 오늘 처음 겪은 괴로움이 아니라고 다만 지금은 다 잊고 무심해졌을 뿐이라고 그대가 지금 괴롭고 슬플지라도 이는 단지 하나의 시련에 지나지 않는다 쇠는 뜨거운 불에 달구어져야 강해진다 그대도 지금의 이 시련으로 더욱 굳센 마음이 될 것이다 괴로움 없는 삶은 없다. 삶은 본래 괴로움과 함께 흐르는 것이며, 그것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이다. 때때로 고통은 우리를 시험하지만, 그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우리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된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마주하고, 지나갈 때까지 묵묵히 견디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법이다. 아우렐리우스의 시 「슬프고 괴로운 일을 만나거든」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대한 태도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시는 그것이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이 괴로운 일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며 / 다른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라고"라는 구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임을 강조한다. 괴로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세상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힘든 순간에는 온 마음이 그 감정에 집중된다. 내가 겪는 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처럼 느...
좋은 결혼식은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따뜻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한 잔의 향긋한 커피, 그리고 바삭한 쿠키 한 조각. 작은 선물이지만, 그것이 주는 여운은 오래간다. 홀리넨 커피 쿠키 답례품은 그런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한 선택이다. 커피와 쿠키가 함께 제공되는 구성은 흔하지 않다. 여기에 5성급 호텔에서도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퀄리티까지 갖추고 있어, 받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선물한다. 답례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홀리넨 커피는 200가지 이상의 로스팅과 그라인딩 조합을 실험하고, 1000번 이상의 테이스팅을 거쳐 최적의 맛과 향을 완성했다.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 정도, 분쇄 크기까지 철저하게 연구하여 커피 본연의 깊은 풍미를 살렸다. 포장을 개봉하는 순간 퍼지는 은은한 향이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고, 한 모금 마셨을 때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무게감 있는 바디와 균형 잡힌 끝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을 구현했다.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쿠키는 대형 백화점과 공항 라운지, 그리고 5성급 호텔에서도 제공되는 수준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디저트다. 패키지를 열고 쿠키를 집어 들었을 때 손끝에서부터 느껴지...
포기하고 싶을 때,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쯤에서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정말 멈춰야 할까. 삶은 수많은 도전과 시련으로 가득하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고, 도저히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벽 앞에 선다. 그러나 그 벽을 넘어선 사람들이 있다. 용기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거친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작은 촛불일 수도 있고, 흔들리는 발걸음을 다시 한번 내딛는 의지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맞는다.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애써 잡으려던 꿈이 멀어지는 순간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주저앉아 낙담할 수도 있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일어설 수도 있다. 선택은 언제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세상에는 그 힘을 불어넣어 줄 수많은 명언이 존재한다. 몇백 년 전의 철학자들부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까지. 그들이 남긴 말속에는 삶의 진리가 담겨 있다. 용기는 울부짖는 사자의 포효처럼 크고 강렬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아주 조용하고 사소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루의 끝에서 "내일 다시 해보자"라고 속삭이는 작은 다짐이 될 수도 있고, 비록 두려워도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결심일 수도 있다. 용기란 그렇게 일상 속에 스며든다. 거대한 성취가 아니라, 흔들릴 때조차 무너지지 않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용기이다. 운명은 용감한 자를 사...
그리움 괴테 형언할 수 없는 새로운 고뇌로 더 많은 아픔을 만들어 스스로를 달래는 불타는 심장, 거기서 솟아오르는 눈물, 이 눈물이 마지막 눈물은 아니리 오, 아픔이 신경과 혈관을 헤집어 놓고 고통이 계속되더라도, 나 어디서나 항상 사랑을 느끼게 해다오 오, 영원한 이여, 한 번이라도 그대로 가득 채워질 수 있을까? 아, 이 길고 깊은 고통이 얼마나 더 계속될까! 이보다 더 깊은 그리움이 있을까. 사랑이 끝난 후의 공허함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사랑의 목마름이 시인을 붙잡고 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으며, 그리움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괴테의 〈그리움〉은 잊으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 사랑이 남긴 아픔과 그리움의 불멸성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사랑이 준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사랑을 갈망한다. 불타는 심장에서 솟아오르는 눈물은 상실의 표현이면서도, 그 감정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상징처럼 보인다. "마지막 눈물이 아니리"라는 말은 이 감정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처럼 다가온다. 사랑과 그리움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이 얽혀 있기에 시인은 이 감정을 버리지 못한다. 이 시는 점차 강렬한 감정으로 치닫는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아픔이 남고, 그 아픔은 마음속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경과 혈관을 헤집는 듯한 생생한 감각으로 묘사된...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는 늘 흥미로운 주제다. 이번 주는 특히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의 스테디셀러들이 밀려나고, 새로운 책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출판계의 흐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특정 분야의 책들이 강세를 보이며, 독자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각종 서점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주목받는 책들이 있다. 역사서, 정치사회서, 철학서, 그리고 문학 작품들이 주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최근 화제가 되는 음반과 잡지 역시 순위권에 오르며, 문화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주목해야 할 책들은 무엇일까? 각 서점별 순위를 비교하고, 현재 독자들의 관심이 어디로 집중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베스트셀러 순위 도서 목록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1.삼국지 원전 완역판 세트 - 전 10권 |요시카와 에이지 2.조국의 함성 | 조국 3.[음반] 로제 - ROSE first studio album ‘rosie’ vinyl (vampirehollie edition red)[레드 LP] 4.본투리드 책 펼침 고정 집게 5.초역 부처의 말 | 코이케 류노스케 6.[eBook] 스파이 패밀리 | 엔도 타츠야 7.소년이 온다 | 한강 8.[외국도서] Numero...
기다리는 봄 윤곤강 지붕도 나무도 실개울도 죄다아 얼어붙은 밤과 밤 봄은 아득히 머언데 싸락눈이 혼자서 나리다 말다…… 밤이 지새면 추녀 끝엔 수정 고드름이 두 자 석 자…… 흉칙한 가마귀떼 울음소리와 울부짖는 된바람의 휘파람 뒤에 따스한 햇살이 푸른 하늘에 빛나 마침내 삼단같이 기인 햇살로 아침 해 둥두렷이 솟아오면, 장미의 술 속에 나비 벌 취하고 끊인 사람의 실줄은 맺어지리 우주라는 거대한 주머니 안에서 봄을 찾아 헤매는 기분이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더듬듯,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는 마음은 긴 겨울밤을 견디는 이들의 간절함과 닮아 있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고, 얼어붙은 강물이 멈춘 듯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봄이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기다림이란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믿는 일이다. 이 얼어붙은 주머니 속에서도 언젠가 봄이 손끝에 닿을 것을 알기에, 우리는 여전히 나아간다. 윤곤강의 <기다리는 봄>은 얼어붙은 세상 속에서도 봄이 다가온다는 믿음을 담아낸다. 시의 첫 부분에서 '지붕도 나무도 실개울도'라는 나열이 등장하는데, 이는 겨울이 모든 것을 가두어 버린 듯한 정적과 경직된 풍경을 강조한다. 밤이 반복되고, 싸락눈이 잠시 내리다 그친다. 마치 계절의 변화를 시험하듯 조심스럽게 내리는 눈발이 어딘가 초조해 보인다. 겨울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매달리는 시간, 그 속에서 시인은 묵묵히 ...
삶에서 문제는 자동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행복은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이 세상에 사는 사람, 경쟁과 압박으로 가득한 세상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문제를 겪고 있다. 모두가 개인적인 불안과 걱정을 안고 있다. 단지 겉모습만 다를 뿐이다. 만약 당신이 좌절감을 느낀다면, 정상이다. 만약 당신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 정상이다. 만약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불안해한다면, 정상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슬프고, 외롭고, 상처받는 것이 정상이다. 고통이 끝난 후에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 치유 과정의 일부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자신을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벗어나게 할 수 없을 때는 영적인 힘을 가지고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나 상황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올바른 의도를 갖고 있을지라도 부적절하게 조언을 하는 것은...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사랑에는 까닭이 없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끝없이 사랑의 이유를 찾는다. 왜 좋아하는지, 왜 기다리는지, 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지. 하지만 사랑은 이유를 넘어선다. 어느 날 문득 시작되고, 아무리 헤아려도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용운의 시는 사랑에 까닭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홍안만이 아니라 백발까지, 미소만이 아니라 눈물까지, 건강한 순간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사랑이 이유 없는 감정이라면 쉽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사랑은 깊고 무겁다. 사랑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끝까지 머물러 주는 것, 상대의 모든 것을 껴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에는 분명한 까닭이 있다. 다만 그 까닭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
나는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 저자 사소 쿠니타케 출판 북플라자 발매 2024.12.01. 새해가 시작된 지도 꽤 지났고, 음력 설까지 지나고 나니, 더 이상 "새해니까 천천히 시작해도 되겠지"라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계획했던 것들은 아직 그대로이고, 해야 할 일들은 쌓여만 간다. 하루를 돌아보면 뭔가를 하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치 내 시간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다. 『나는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는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시간이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저자 사소 쿠니타케는 도쿄에서의 빠듯한 일상을 뒤로하고 가루이자와로 이주하며 삶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특정한 장소나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의 전환이었다. 사소 쿠니타케 디자인 전략 컨설팅 회사 BIOTOPE의 창립자이자 대표, 최고 전략 디자이너. P&G 마케팅 부서에서 히트 상품의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했고, 이후 소니 크리에이티브 센터에서 신규 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소니 퇴사 후에는 BIOTOPE를 만들어 다양한 기업 및 조직의...
불안 사회 저자 한병철 출판 다산초당 발매 2024.11.28.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위태로움이 10년 전에는 '피로'였다면 지금은 '불안'이 아닐까 한다. 역자 서문 중에서 우리는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숨 쉬듯 불안을 소비하고, 불안에 반응하며, 불안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10년 전 『피로사회』로 한국 사회에 강렬한 반향을 일으켰던 한병철이 이번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철저히 탐구한다. 이 책 『불안사회』를 펼치는 순간,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얼마나 깊숙이 작동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한병철은 불안을 단순히 감정의 하나로 보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의도적으로 조장한 구조적 산물이며,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한다. 우리는 일터에서, 학교에서, SNS 속에서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당하며 더 나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는 불안을 동력 삼아 작동한다. 지쳤다고 느낄 때조차 우리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더 많은 것을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이 과정에서 불안은 더욱 깊이 자리 잡는다. 한병철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브라이스가우의 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 뮌헨대학교에서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 베를린예술대학교 철학·문화학교수를 지냈다.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는 2012년 ...
사랑이란 버지니아 울프 사랑이란 생각이다 사랑이란 기다림이다 사랑이란 기쁨 사랑이란 슬픔 사랑이란 별 사랑이란 고통이다 홀로 있기에 가슴 저려오는 고독 사랑은 고통을 즐긴다 그대의 머릿결 그대의 눈 그대의 미소는 누군가의 마음을 불태워 온몸을 흔들리게 한다 꿈을 꾸듯 생각에 빠지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육체에, 영혼에, 삶에 그대들의 목숨까지 바친다 그리고 둘이 다시 하나 될 때 아, 그대들은 한 쌍의 새처럼 노래한다. 사랑은 인생을 닮았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고, 때로는 거센 파도로 우리를 휩쓸어 흔들어 놓는다. 기쁨과 슬픔, 기다림과 고통이 교차하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사랑의 본질을 마주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 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항해를 그려내며, 두 사람이 하나 되어 노래하는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인생의 여정이 그렇듯, 사랑도 그렇게 우리를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이 시의 첫 구절은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사유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사랑이란 생각이다." 사랑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떠올리고, 의미를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상대의 존재를 머릿속에 그리며, 관계의 의미를 되새긴다. 사랑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생각 속에서도 깊이 자리한다. 그리고 사랑은 기다림과 함께한다. "사랑이란 기다림이다." 사랑하는 이가 내 곁에 없을 ...
(출처:『초역 부처의 말』 중에서) 초역 부처의 말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 출판 포레스트북스 발매 2024.05.30. 험담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고대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SNS와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험담이 더욱 빠르고 거침없이 확산된다. 하지만 험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뒷담화를 하며, 때로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험담은 그저 말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며,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칭찬보다 비난이 빠르게 확산되고,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익숙한 현상이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말에 영향을 받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험담이 마치 진실처럼 퍼지는 상황을 맞닥뜨리곤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험담이 우리의 본질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험담이 따라붙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 그 말들에 의해 자신의 가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가 나를 험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화가 날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다. "도대체 왜 나를?"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 보자. 험담에서 완전히 ...
다산 1 저자 한승원 출판 열림원 발매 2024.11.10. 다산 2 저자 한승원 출판 열림원 발매 2024.11.10. 한 시대를 초월하는 사상의 힘. 조선을 뒤흔든 개혁가, 실학의 거목, 정약용. 그의 사유와 철학은 역사 속에 머물지 않는다. 한승원 소설 『다산』은 그의 치열한 삶을 문학적 언어로 되살리며,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철저한 고증 위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정약용의 내면과 삶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개혁을 꿈꿨던 실학자이자 정치적 격랑 속에서 유배된 사상가,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를 안고 살았던 한 인물로서의 정약용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1권에서는 정조와 정약용의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개혁을 꿈꾸는 군주 정조와 이를 실현하려는 신하 정약용은 신념과 철학을 공유하며 조선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정약용에게 치명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그는 정치적 탄압 속에서 유배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유배는 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사유를 확장하고, 방대한 저술을 남기며 실학자로서 더욱 깊이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유배 속 다산의 삶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유가 시대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그의 생각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그의 철학은 조...
눈사람 나태주 밤을 새워 누군가 기다리셨군요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그만 새하얀 사람이 되고 말았군요 안쓰러운 마음으로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을 때 당신에겐 손도 없고 팔도 없었습니다. 눈이 오던 날, 우리는 작은 손으로 차가운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었다. 두 볼이 붉어질 때까지 뛰어다니며 손끝이 얼어붙는 것도 잊은 채, 커다란 눈덩이를 쌓아 올렸다. 장갑을 벗어 나뭇가지로 팔을 만들어 주고, 단추를 눈으로 얹으며 그 눈사람이 오래도록 우리 곁을 지켜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시간이 흐를수록 눈사람은 점점 형태를 잃어 갔다. 우리가 처음으로 경험한 사라짐의 순간이었다. 기다림 끝에 허물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걸, 어른이 되어가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태주의 <눈사람>은 바로 그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밤새 누군가를 기다리다 하얗게 굳어버린 존재, 그 존재 앞에서 화자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지만, 눈사람에게는 이미 손도, 팔도 없다. 기다림이 만들어 낸 외로움과, 그 끝에서 마주한 허망함이 짧은 시어 속에 깊이 스며 있다. 어린 시절의 눈사람은 추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이 시에서 눈사람은 기다림과 상실을 품은 존재로 남는다. 기다린다는 것은 애틋한 일이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은 점점 희미해진다. "밤을 새워 누군가 기다리셨군요"라는 첫 구절은 마치 누군가를 향한 다정한 위로처럼 들리지만, 곧이어 "기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