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추리소설 특유의 잔혹한 사건과 어둡고 살벌한 분위기에 웃음기를 담으면 어떤 느낌일까. 그러면서도 추리소설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여기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다. 읽으면서 피식하는 실소를 머금게 하는 '유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다. 그의 작품들을 읽어본다면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거운 분위를 가져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읽은 작품은 그의 데뷔 20주년작 <속임수의 섬>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이었다. 약 2주 전,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발견하고 곧바로 구입해 읽었다. 이전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프롤로그도 모른 채 단지 작가의 이름만 보고 집어 든 경우이기도 하다. 소설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実業之日本社 히가시가와 도쿠야라는 작가의 이름은 지난해 여름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됐었다. 어리바리한 탐정과 열혈 조수, 탐정 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주가 한 팀이 되어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무려 7편이 출간되어 있는 시리즈 중 하나로, 해당 시리즈는 소설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인 이카가와시(市)의 이름을 따 '이카가와시 시리즈'라고 불린다. 나는 이중 세 편을 읽었는데 작품 속에는 진지한 분위기를 깨며 툭 던지는 ...
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타세요, 손님. 가시려는 목적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택시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보험 영업사원 슈이치는 지금 돈 때문에 숨이 막힌다. 신규 계약은커녕 간신히 따냈던 기존 보험계약마저 연거푸 취소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달 급여부터 반 토막 날 게 뻔하지만 이 사실을 아내에겐 차마 말할 수는 없다. 집은, 중학생인 자식 교육비는,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슈이치는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다. 스트레스로 짓눌린 어깨가 너무 아프다. 젠장! 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구두가 닳도록 돌아다니다 학부모 면담을 깜빡하고 만 슈이치는 서둘러 택시를 잡기위해 도로변으로 뛰어 나간다. 손을 크게 흔들어보지만 이미 승객을 태우고 있는 택시들은 그를 그냥 지나쳐 갈 뿐이다. 그때 한 택시가 슈이치의 앞에 멈춰 선다. 하도 잡히지 않아 반쯤 포기하고는 정작 손을 흔들지도 않았었는데. 이상함을 느낄새도 없이 슈이치는 일단 재빨리 택시에 오른다. 편안한 인상의 젊은 택시기사가 슈이치보다 먼저 말을 꺼낸다. ㅇㅇ 중학교로 가시려는 거죠? 어, 어떻게 목적지를 미리 알고 있는 거요? 택시기사의 감이랄까요. ...신종 사기꾼인가? 차 세워요! 당장 내리겠소!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는 거죠. 진정하세요, 지금부터 손님을 운이 좋아지는 곳으로 모실 테니까요. 1 눈앞에 나타난 미...
7인 1역 나라는 이름의 변주곡 렌조 미키히코 "나는 일곱 명에게서, 일곱 번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장소와 상황, 방법마저 모두 똑같다." 당신은 이 죽음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치밀한 서술트릭과 결말의 반전이 압권이었던 장편소설 <백광>, 예술성 짙었던 장면들과 트릭이 인상적이었던 단편소설집 <열린 어둠>의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7인 1역>이 복간되었다. 표지 속에서 독자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파란 눈동자가 사뭇 오싹하다. 장편소설 <7인 1역>의 원제는 <나라는 이름의 변주곡>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원제는 물론 한글판 제목 <7인 1역>도 모두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들 이전에 <백광>, <열린 어둠>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지난 목요일 저녁, 서점에 들렀다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구입해 와 읽었다. 350여 페이지 정도로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아 (다 읽는데) 좀 걸리겠구나 싶었지만 웬걸, 자투리 시간까지 모두 이 책에 할애할 정도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결국 하루 만에 다 읽고 말았다. 렌조 미키히코 ⓒJiji.com <7인 1역>을 쓴 소설가 렌조 미키히코는 194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는 그답게 작품을 읽다 보면 장면의 묘사나 전환이 마치 영화의 한 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실...
폭포의 밤 절벽의 밤2 미치오 슈스케 치밀한 복선과 높은 짜임새, 어느 순간 속게 만드는 서술 트릭, 여기에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리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 줬던 <절벽의 밤>의 후속작 <폭포의 밤>을 읽었다. <폭포의 밤>의 원제는 <いけない2>이며 전작 <절벽의 밤>의 원제는 <いけない>다. 'いけない'는 우리말로 '안 된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절벽의 밤>, <폭포의 밤> <폭포의 밤>에는 총 네 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으며 전작 <절벽의 밤>과 마찬가지로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면서 연작 소설이기도 해 각 에피소드는 물론 이야기 전체가 이어지는 재미가 있다. 전작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후속작 출간을 무척 반가워하리라 생각한다. 도전하는 소설가 미치오 슈스케 소설가 미치오 슈스케 ⓒ Books J-cast 좋아하는 소설가들이 많지만 <폭포의 밤>을 쓴 미치오 슈스케는 나만의 랭킹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추리/미스터리, 호러, 유쾌한 이야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능력이 존경스럽다. 시장에서 대중성은 물론 문학성도 높이 평가받는 그다. 현재 작가의 작품 중 20여 편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미치오 슈스케는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다. 연작소설 <N>의 경우 수록되어 있는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을 어떤 순서로 읽어도 이야기가 이어지게끔 만들어 '책은 앞...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노승희 응?? 왜 내 얘기가 여기에 있는 거지?? 읽으며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마치 누군가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관찰하고 쓴 것만 같다. 에피소드에 담긴 작가의 생각과 고민이 이제껏 내가 살아오며 했던(혹은 여전히 하고 있는) 것들과 똑 닮아 놀라면서, 동시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는 묘한 안도감까지 든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분명 에세이가 주는 공감의 매력일 것이다. 오늘 읽은 책은 2023년 10월에 출간된 가을 신간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이다. 책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추측건대 책을 쓴 노승희 작가님은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듯하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많은 기억을 공유하는 친구와 단골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일상 이야기처럼 편했다. 일상을 기록하기 블로그, 일기, 책 무언가를 기록하기 쉽고, 편한 세상이다. 어지간해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글은 물론 그림, 사진, 소리와 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나 역시 일상에서 이 방법들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이 중에서 글로 남기는 기록을 가장 많이 하고, 선호한다. 네이버 블로그에 읽은 책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 있고, PC와 스마트폰이 연동되는 클라우드 방...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오늘 읽은 책은 베스트셀러 소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이다. 줄거리가 전개되는 시점은 1편의 다음 해로 바닷가 편의점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연작소설인 만큼 전편에서 줄거리, 등장인물이 이어지므로 되도록 이전 이야기를 읽고 이번 2편을 만나보시길 권한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일본판 <편의점 형제> 시리즈 소설의 원제는 <편의점 형제> 시리즈로 감성이 가득한 한글판 제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일본에는 현재 시리즈 3편까지 출간되어 있다. 3편도 머지않아 한글로 만나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실제 배경 지난번 1편을 포스팅할 때도 적었지만 소설의 배경은 실재하는 곳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지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지로 많이 찾는 후쿠오카 중심부에서 차로 한 시간 반가량 거리이기도 하다. 위도는 제주도보다 약간 위로, 몇 해 전 여름휴가차 후쿠오카에 가봤을 때를 떠올리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모지항 부근의 기후가 어떨지 대략 짐작이 간다. 소설의 배경 모지항 풍경 특별한 편의점의 1년 뒤 이야기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일본 규슈의 어느 해안가 마을, 이곳엔 특별한 편의점이 있다. 판매하는 상품은 다른 편의점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
2010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이카가와시 시리즈 4 히가시가와 도쿠야 오늘 읽은 소설은 일본 소설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2010년 작품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이다. 이전에 읽었던 이카가와 시(市)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그 안에 포함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위트 있는 분위기의 추리소설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이카가와시(市) 시리즈 이카가와시(市) 시리즈 시리즈 1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시리즈 2 <밀실을 향해 쏴라> 시리즈 3 <완전 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시리즈 4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시리즈 5 <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시리즈 6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시리즈 7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이전에 시리즈 6번에 해당하는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와 시리즈 7번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을 읽었다. 시리즈물을 어쩌다 보니 역순으로 읽고 있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이해하는데 문제는 전혀 없었다. 이전에 읽었던 두 작품이 여러 사건이 담긴 단편/연작 소설이었다면, 오늘 읽은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은 장편소설이다. 장편소설답게 복선과 반전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1 1 곧 폭설이 내릴 것 같은 어느 겨울, 가난한 탐정 우카이와 탐정사무소의 건물주지만 언젠가부터 거의 파트너가 된 아케미는 화백인 남편의 바람을 ...
구원의 날 날 3부작 2편 정해연 " 아버님, 이선우 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 어느 강가에서 어린아이의 백골이 발견된다. 경찰은 발견된 백골이 3년 전 실종된 이선우 군일 것으로 추정한다. 연락을 받은 아빠 선준은 땅이 무너지는 듯하다. 이 소식을 곧바로 아내 예원에게 알릴까 하다 꾹 참는다. 아들이 실종된 이후 아내 예원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변해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살아있을거라 굳게 믿고 있는 예원이 이 사실을 알게되면 또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선준은 이야기를 숨긴 채 점점 더 불안해지는 아내를 정신요양원에 입소시킨다. 예원은 정신요양원에 머물다 아들 선우 또래의 남자아이 로운을 만난다. 예원과 마찬가지로 정신요양원에 입소한 로운이 마치 선우로 보여 예원은 눈을 뗄 수가 없다. 한데 로운이 선우가 곧잘 부르던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게 아닌가. 충동에 휩싸인 예원은 로운을 데리고 요양원을 탈출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선준은 로운을 다시 데려다 놓으려 하지만, 로운이 꺼낸 말이 선준을 머뭇거리게 한다. " 그 애가 거기 있었어요. " " 정말 우리 선우를 본 거야? 거기가 어딘데? " 로운은 자신이 선우와 함께 금평 기도원이라는 곳에 있었다고 말한다. 선준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캐묻는다. 둘의 이야기를 들은 예원은 망설일 것 없이 당장 그곳을 찾아가자며 소리친다. 선준과 예...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반전 있는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 평소에도 즐겨 읽는데요, 오랜만에 뒤통수를 살살 건드리는 책을 만났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일본 스릴러 소설 <진상을 말씀드립니다>입니다. 책에는 1991년생 젊은 작가가 쓴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의 반전이 재미있었네요.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과 수록되어 있는 한 작품의 제목에 해시태그의 샵(#)이 붙어 있지만 블로그 에디터 편의상 빼고 쓰겠습니다. 반전 좋지 지금부터 이야기의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참자면담 매칭 어플 판도라 삼각간계 퍼뜨려주세요 참자면담 영업사원이 한 가정집에 방문한다. 한데 그 집 초등학생 아들과 엄마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조성하며 영업사원을 바짝 긴장케 한다. 위화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첫 번째 이야기. 매칭 어플 데이트 앱으로 여자를 만난 한 유부남, 예상보다 적극적인 여자의 반응 덕분에 오늘따라 일이 수월하게 풀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판도라 15년 전 정자 제공을 했던 남자, 그에게 온 한 통의 메일이 굳게 닫혀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 한다. 삼각간계 오랜만에 화상채팅으로 만난 세 친구,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무슨 이유에선지 한 친구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일본 규슈의 어느 해변가 마을, 그곳에 자리 잡은 한 편의점이 있다. 겉보기엔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같지만 이곳엔 아주 특별한 무엇이 있다. 오늘 읽은 책은 일본 소설가 마치다 소노코가 쓴 따뜻한 이야기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편이다. '편의점 형제' <コンビニ兄弟> 시리즈 세 편 소설의 원제는 <コンビニ兄弟>로 직역하면 '편의점 형제'가 되겠다. 시리즈는 현재 3편까지 나와있다. 국내에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라는 제목으로 2편까지 번역되어 있다. 머지않아 3편도 번역되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총 3부작이 될지, 앞으로도 이어서 계속 시리즈가 나올지까지는 모르겠다. 원제에 비해 한글판 제목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감성을 한가득 담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감성이 묻어나는 한글판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만약 원제 그대로 사용해 <편의점 형제>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됐다면, 정서상 다소 딱딱하고 어색하게 느껴 지금만큼의 인기를 얻진 못했을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 ?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 책을 읽다 문득 든 생각. 소설의 제목이 왜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이 아니라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일까? 책을 읽고나서 다른 분들 리뷰를 읽어보니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을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으로 헷갈린다고 하는 분들이 ...
형사 변호인 야쿠마루 가쿠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나츠메 형사 시리즈(<형사의 눈빛> 외)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형사 변호인>을 읽었다. 사회파 소설을 여럿 쓴 작가답게 이번 소설에서도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기에 아무리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강력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변호해도 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한번 더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준다. 야쿠마루 가쿠 ⓒ 本の話 야쿠마루 가쿠는 1969년생으로 이제 50대 중반이 된 작가다. 일본 효고현에서 출생했으며 2005년 <천사의 나이프>로 제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그가 쓴 여러 작품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지만 그중에서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아마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기다렸던 복수의 밤>, 나츠메 형사 시리즈 네 편 나는 <돌이킬 수...>도 재미있었지만 읽었던 그의 작품 중에선 나츠메 형사 시리즈 네 편과 얼굴에 표범 문신을 한 남자가 등장하는 <기다렸던 복수의 밤>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기다렸던...>의 경우는 추리/미스터리 장르에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되고, 구조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딱 좋을 느낌이라 깔끔했던 느낌으로 남아있다. 소설 <형사 변호인> 야쿠마루 가쿠 20대 중반...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여름이었다. ㅎ... 오늘 읽은 책은 감성 넘치는 소설을 쓰는 일본 소설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입니다. 한여름 작은 시골 항구마을 풍경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여기에 더해 절로 식욕을 돋우는 요리들이 여럿 등장해 읽는 내내 침샘을 자극했습니다(포스팅을 쓰는 지금 활어회에 된장국이 엄청나게 먹고 싶네요. ㅠㅠ). 모리사와 아키오 나무위키 이전에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됐었는데요, 한적한 곶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따뜻한 심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전해준 잔잔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네요. 오늘 읽은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도 할아버지와 손녀의 케미와 감동, 맛있는 요리 이야기로 따뜻한 위로가 담긴 고즈넉한 항구의 여름 풍경을 마음속에 남겨주었습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들 따뜻한 위로가 담긴 힐링 소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실은... 저 도망쳐 온 거예요." 스물다섯, 에밀리 도시에서 출발해 어느 시골 항구마을로 향하는 기차 안, 스물다섯 살 에밀리의 심경은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직장까지 잃은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서 지낼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외롭고 힘...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붉은 박물관 오야마 세이이치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모든 자료는 사건이 해결된 후 이곳 '붉은 박물관'으로 모여 잠들듯 보관된다. 하지만. 다시 들여다본 오래된 자료 속에서 경찰의 기존 수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진실이 의심된다. 지금부터 재수사를 시작한다! 사건 관련 자료 보관소 '붉은 박물관' 매일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관련 자료가 수집된다. 사건의 범인을 특정하고 얽혀있는 내막까지 풀어내는 핵심 증거품은 물론, 경찰이 작성한 조서까지도 이 안에 포함된다. 사건이 종결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련 자료들은 '붉은 박물관'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관된다. 붉은 박물관은 이미 오래전에 종결된 사건 자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낡은 창고 같은 분위기다. 오늘, 이곳으로 발령받은 한 경찰이 있다. 붉은 박물관으로 좌천된 형사 사토시 " 젠장,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 조금 전 낡아빠진 붉은 박물관 건물 앞에 도착한 사토시 형사는 한숨부터 나온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경시청 수사1과에서 근무하던 그였지만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이곳으로 좌천된 것이다. 사건 현장을 누비며 수사1과 형사라는 자부심이 있는 그가 이런 낡아빠진 창고에서 자료 정리나 하게 됐으니 한숨부터 나올만했다. 이곳에서 실질적인 자료 업무를 보는 사람은 사토시...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책 처방전 어린이 마음 약국 이현아 글 / 소복이 그림 마음을 다치면 몸을 다치는 것 못지않게 아프다. 때론 그 이상으로 아플 때도 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시간만 지나면 낫기 마련이지만 마음이 다치는 상처는 긴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상의 어떤 문제가 그러하듯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상처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고 원인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치유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이는 어른이고 아이고 다르지 않다. 어른이라고 상처를 덜 받지 않는다거나 쉬이 상처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다. 물론 이제껏 겪어 온 인생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덜 상처받기 위한 일종의 대응 방식이 있을 뿐이랄까. 인생 경험이 아직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이런 대응 방식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몸이 미성숙한 것처럼 마음도 아직 성숙하지 않다. 이럴 때 그 속내를 감추며 혼자 끙끙대곤 하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몸에 난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곪아버리는 것처럼 마음이 곪아가게 된다. 이럴 때 천천히 아이의 속내를 바깥으로 꺼낼 수 있도록 어른이 도와줘야 한다. 오늘 읽은 책 <어린이 마음 약국>을 쓴 선생님은 아이들의 속내를 살피려 ‘교실 우체통’을 만들었다.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만든 소통 창구로 아이들이 남긴 편지에 ...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조엘 디케르 오늘 읽은 책은 스위스 작가 조엘 디케르의 소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이다.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파를 한 겹, 한 겹 벗겨나가는 듯한 전개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의 진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소설가와 형사의 이야기로 마치 직소퍼즐을 풀듯 사건과 관련된 조각을 하나씩 모아가며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모양이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여러 번 뒤집히며 독자에게 스릴을 준다. 이야기는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재와 회상을 굉장히 자주 오가고, 장마다 화자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처음엔 헷갈리기도 했지만 1권 후반부부터는 쉽게 적응이 됐다. 각 등장인물 개개인의 서사가 디테일하게 등장하고, 배경의 묘사가 많아 리얼리티가 있다. 유럽 쪽 소설이 대개 이런 건지는 몰라도 예전에 읽은 기욤 뮈소의 작품이 생각나기도 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아주 잠깐 등장하는 인물에게도 이름을 부여해 마치 영화처럼 리얼리티를 살리는 스타일이 상당히 비슷했다. Detective board, 마치 직접 수사하는 형사가 된 기분으로 읽어보자 인물뿐 아니라 지명, 상호 등도 많이 나오므로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메모를 하며 읽기를 권한다. 읽을 땐 좀 불편할 수 있지만 독자인 내가 직접 수사를 하듯 메모를 하며 읽는다면 뒤집히고 뒤집히...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김달님 오늘 읽은 책은 김달님 작가님의 에세이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다. 사람냄새 나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게 했다. 책 속에 담긴 그녀의 따뜻한 문장들이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었고 때때로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 여의도 공원 벤치에 앉아 읽던 웬 아저씨를 울렸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한동안 그대로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서 유독 가슴에 남은 글 「우리를 기다리는 다음으로」 「지나와서 다행이야」 「되게 하는 일」 「우리 또 만나」 「눈을 감고 부르는 노래」 「차차 흐려지는 날에도」 「꿈 밖에서도 가능해」 「그렇게 시작되는 글쓰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나 마지막에」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 소재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사연을 상상해 보면 쉽다. 매번 듣는 같은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나 싶다. 물론 비슷한 사연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온전히 같은 사연은 없다. 나 역시 나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가족 간의 유대처럼 인생 전반에 걸쳐 천천히 만들어진 것이 있고, 어느 기...
행복을 배달합니다 복배달 원율 종종 음식을 배달시켜 먹곤 합니다. 이때 단골집이 아닌 이상 예전처럼 직접 통화를 하는 일은 드물고 대부분 배달 어플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각설하고, 오늘 읽은 책 <행복을 배달합니다, 복배달> 이하 '복배달'은 이렇게 누군가 음식을 주문하면 그것을 배달해 주는 배달원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입니다. 원율 작가님이 쓰셨고요, 우리네 이웃 가게 구경하듯 마음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너 혹시 배달 일 해볼래? 명문대 졸업반인 스물여섯 살 고욱은 취업에 실패했습니다. 같이 공부한 친구들은 대기업이다, 로펌이다, 외국계 회사다, 아주 입이 귀에 걸려 첫출근도 안한 주제에 서로 한턱 쏘겠다며 아웅다웅하고 있습니다. 그 꼴을 보자니 배가 뒤틀리는 듯한 기분에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당장 고시원 월세도 밀린 고욱에게 한 친구가 다가옵니다. 한때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곳이라며 배달 사무소를 소개해 줍니다. 하지만 나름 명문대 '부심'이 있는 고욱은 배달 일을 무시하며 단칼에 거절하죠. 하지만 수중에 남은 돈은 떨어져만 갑니다. 하는 수없이 털고, 또 털고 긁어모은 돈으로 낡은 중고 전기 스쿠터를 구입해 친구가 알려준 배달 사무소 '복배달'을 조심스럽게 찾아갑니다. 왜 다들 나를 이렇게 막 대하는 거예요? 제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요? 첫날부터 파란만장했습니다. 반말은 기본, 배달과는 무관한 잡심부름...
편집장을 빌려드립니다 조기준 나도 블로그를 해볼까? 그런데... 뭘 쓰지? 여기 블로그를 하려고 굳게 마음을 먹은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욕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뭘 쓰지? 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버리는 걸 경험합니다. 유명인도 아닌데 반복되는 일상에서 글로 쓸만한 재미난 이벤트가 자주 생기는 것도 아니고, 천부적인 글쓰기 솜씨가 있어 한번 읽기 시작했다 하면 눈을 뗄 수 없는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 직접 이벤트를 만들어보자, 생각해 시간만 나면 맛집 투어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사진도 열심히 찍습니다. 물건을 구입해 이 각도, 저 각도로 돌려가며 사진을 찍고 나름 열심히 장단점을 찾아 리뷰를 적어보기도 합니다. 아직 광고주가 관심을 가져 협찬을 해줄만큼 성장하지 않았으니 일단은 무조건 내돈내산입니다. 돈 들고 시간 들고, 찍은 사진/영상 편집하랴(프로그램도 배우랴), 글 쓰랴, 업로드 하랴... 졸린 눈 비벼가며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해 열심히 씁니다. 뿌듯하면서 동시에 부푼 마음으로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질 않습니다. 포스팅 하나 쓰는데 나는 몇 시간이나 걸렸건만 조회수는 늘 고작 한자릿 수, 검색 노출이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건가 싶어 이 단어, 저 단어 섞어가며 수시로 검색을 해보지만 검색결과 수십페이지 뒤에야 겨우 내 글이 발견됩니다. 오랜만에 댓글 알...
공존하는 소설 안보윤 외 7인 소설은 이야기다.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만난다. 글을 읽어나가며 간접적이지만 경험하고, 공감하고, 웃는다. 때론 아프고 슬프기도 하다. 깊이 공감해 가슴에 와닿는 소설은 읽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도 있다. 오늘 읽은 책, 창비교육 테마소설 시리즈 중 하나인 <공존하는 소설>은 이런 소설의 힘을 빌려 바쁜 세상을 살아가다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사회 속 주변 이웃들을 돌아보게 한다. <공존하는 소설> 「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에트르」 서유미 「빙하는 우유 맛」 서고운 「고백」 최은영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김숨 「공원에서」 김지연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조남주 「중국어 수업」 김미월 이 책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고 그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이웃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얼음처럼 냉정한 사람이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을 열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는가 하면 / 하루하루가 버거운 삶을 살며 지금 살고 있는 월셋집에서 쫓겨날 것을 불안해하는 청년도 있다. / 발달장애가 있는 조카와의 소통을 시작하려는 이모가 있고 / 자신의 성(性)적 성향으로 고민하는 이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차가운 골방에서 죽어가는 노인과 강아지의 이야기가 있고 /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분노하는 이의 비명이 있다. / 입장이 바뀌어서야 상대를 이해하며 자신의...
2004 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소설 <회전목마>는 일본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가 쓴 작품입니다. 1년 전 오늘 포스팅으로 오늘은 이 소설 자체의 내용보다 제가 읽었던 작가의 몇 작품 이야기들 위주로 써 봤습니다. 오기와라 히로시는 1956년생으로 현재 60대 후반의 작가입니다. 지금이야 명실상부 일본의 유명 소설가지만 젊은 시절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던 그때만 해도 자신이 소설가가 될 줄 몰랐다고 합니다. 한창 일을 하다 '뭔가 다른 걸 해볼까?' 하는 생각에 소설을 써서 잡지에 응모한 것이 작가가 되는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 사이타마 현청 홈페이지 그는 1997년 40대 초반에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라는 작품으로 데뷔했습니다. 불혹이라는 데뷔 나이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본 경험이 있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국민 소설가 아사다 지로도 불혹의 나이에 데뷔를 했습니다. 일본 작가는 아니지만 베스트셀러 <테라피스트>를 쓴 영국 소설가 B.A. 패리스의 경우엔 이보다 더 늦은 쉰 무렵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작가에게 있어서 나이는 그리 중요한 건 아니겠습니다. 아무튼, 데뷔 후 약 20년의 시간이 지난 뒤 오기와라 히로시는 2016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는 작품으로 드디어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일본의 대표 소설가로 입지를 굳히게 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