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게이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트릭과 마주한다. 밀실 트릭, 부재증명(알리바이) 트릭 등이 그 예로 일반적으로 작중 탐정 역 인물을 속이기 위해 범인이 만들어 두는 장치다. 사전적 의미로는 '속임수'지만 추리소설에서는 그 대신 '진상', '방법' 혹은 '비밀' 등으로 바꿔서 쓰면 더 어울릴 것 같다. 여러 종류의 트릭 중에서도 오늘 언급하는 것은 서술 트릭이다. 사건을 추리하는 탐정은 소설 안에 존재하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는 소설 밖에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일반적인 트릭과 다르게 범인이 탐정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독자를 속이기 위한 것에 가깝다. 독자의 고정관념, 선입견 등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오인하도록 유도해 속이는 수법인데, 일부러 나쁘게 말하자면 '작가의 농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놀아나 줄' 의향? 결말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야 나는 언제나 대환영이다. 1 일단 작가와 독자의 대결에 있어서 룰은 공정해야 한다(애초부터 공정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당연히 작가는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 그럴듯하고, 교묘한 서술을 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난 거짓말 한 적 없는데? 당신이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건데? :-P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소설을 읽던 독자는...
2015 루팡의 딸 시리즈 1편 요코제키 다이 (1975~, 일본) 있잖아, 나 오늘 남자친구네 집에 인사를 갔어. 그런데 말야... 상황이 이래. ...이거 아무래도 망한 것 같지? ㅎㅎ 레전드 도둑 집안 VS 레전드 경찰 집안 할아버지는 전설의 소매치기 할아버지는 전직 전설의 형사 할머니는 못 여는 자물쇠가 없지 할머니는 전직 군견 교관 아빠는 미술품 전문도둑 아버지는 현직 베테랑 경찰 엄마는 귀금속 전문도둑 어머니는 과학수사대원 오빠는 천재 해커 여동생은 교통경찰 고양이 한 마리 ......심지어 개도 은퇴한 경찰견이야 나는 레전드 도둑 집안의 딸. 내 남자친구는 레전드 경찰 집안의 아들. 나 어떻게 해? ㅠㅠ 오늘 리뷰를 남기는 책은 일본 소설가 요코제키 다이의 추리소설 <루팡의 딸>입니다. 전설의 도둑집안 딸이 전설의 경찰 집안 아들과 연애를 한다는 설정부터 무척 즐거운데요, 유쾌한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어버렸네요. 이 책은 2015년부터 시작해 2021년까지 다섯 편이 나온 '루팡의 딸' 시리즈 1편이기도 합니다. '루팡의 딸' 시리즈 <루팡의 딸> 2015 <루팡의 딸2 : 루팡의 귀환> 2019 <루팡의 딸3 : 홈즈의 딸> 2019 <루팡의 딸4 : 루팡의 샛별> 2020 <루팡의 딸5 : 루팡의 인연> 2021 실은 이 작품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 읽었던 게 아니라 <악연...
2003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명랑한 갱 시리즈 1 이사카 고타로 (1971~, 일본) 한편의 유쾌한 소설을 읽었습니다. 캐주얼한 오락영화 한 편을 본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줄거리는 매력 넘치는 4인조 은행강도단 이야기인데요, 오늘 리뷰를 남기는 책은 이름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입니다. @朝日新聞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불릿 트레인(마리아 비틀)>, <골든 슬럼버> 등의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2005년 발표된 이 소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이 읽어보고 싶은 소설을 써보자,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4명의 강도단이 등장하는 이 소설이 세상에 나왔고요. <수상한 중고상점>, <용서받지 못한 밤>을 쓴 미치오 슈스케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있었죠. 읽고 싶은 이야기를 (없어서)직접 써서 읽는 수준은 대체 어떤 걸까 몹시 궁금합니다.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의 4인조 강도단 이야기는 후속작 두 편을 포함해 '명랑한 갱'으로 이름 붙여 총 세 권의 시리즈로 나왔습니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2003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2006 <명랑한 갱은 셋 세라> 2015 2003년에 1편, 2006년에 2편이 나오고 한참 뒤인 9년 후에야 마지막 편이 나왔네요. 늦게...
2021 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1989~, 일본) 오늘 읽은 책은 일본 소설가 사카키바야시 메이의 단편소설집 <15초 후에 죽는다>다. 15초 후에 죽는다는 제목부터 독특하고, 어딘가 도발적이기도 하다. 전부터 담겨있는 내용이 궁금했는데 마침 예약해둔 서울도서관에서 대출가능 알림 톡이 왔다. 서울도서관 이 소설을 쓴 사카키바야시 메이는 1989년생으로 30대 중반의 젊은 작가다. 참고로 며칠 전에 읽은 추리소설 <내 것이 아닌 잘못>을 쓴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도 1989년생으로 동갑이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평범한 내 손까지 와닿는 걸 보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문학에도 서서히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듯하다. 사카키야바시 메이 @中日新聞 이 책 <15초 후에 죽는다>에는 총 4개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는데, 이중 첫 번째 작품인 '15초'는 8년 전인 지난 2015년에 쓴 이야기다. 여기에 15초와 연관된 세 편을 더해 만들어진 이 책으로 데뷔를 했다. 이제껏 읽은 추리소설들 중에서 소재의 기발함이라는 측면에서 상위권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5초 후에 죽는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소설들 ① 15초 *** ②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③ 불면증 ④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 ** 책에 실려있는 네 개의 단편소설 중에서 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 '15초'가 가장 인상 깊었고, 그다음으로 ...
1971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1930~2022, 일본) 뭐요? 소설을 600편이나 썼다고요? 오늘 읽은 책 <살인의 쌍곡선>을 쓴 일본의 '국민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름만 들어봤었지 직접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누가 뭐라 한것도 아니건만 괜히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옮긴이의 말에 담긴 내용으로 살펴보면 2019년 7월 기준으로 작가의 출간 작품 수는 총 622편이라고 합니다. 단행본으로는 700여 권에 이른다고 하고요. 절로 입이 벌어지고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누적 판매부수 2억 부...? 이 정도면 넘사벽이라는 말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니시무라 교타로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생으로 일본 추리소설계에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운 사람인 듯합니다. 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것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고요. 실제로 <십각관의 살인>, <어나더>를 쓴 소설가 아야츠지 유키토도 자신이 이 작품 <살인의 쌍곡선>에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했었다는 니시무라 교타로는 1963년(세대 비교를 위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5살 때) 데뷔를 했고 이후 1965년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습니다(에도가와 란포 1894~1965가 니...
2022 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1989~, 일본) 내가 저지른 게 아냐! 모든 증거가 당신을 지목하고 있어! 나……, 나는 아니라고! 젠장! 잡아!!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평범한 50대 회사원 다이스케는 지금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쫓기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 직장 동료도, 가족도!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오늘 읽은 책은 일본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추리소설, <내 것이 아닌 잘못>이다. 빠른 전개와 반전있는 결말이 즐거운 소설이었다. 해석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으므로 도입 부분의 간단한 줄거리와 내 감상만 짧게 적어본다. 1 쏟아지는 증거들 위기에 몰린 주인공 사건의 시작은 트위터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어둑한 공원을 배경으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찍혀 있었다. 처음 본 이들은 '에이, 합성 아니야?' 하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실제 사건인 것으로 밝혀지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당 트윗과 사진은 폭발적으로 리트윗되어 삽시간에 일본 전역으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이슈가 대개 그러하듯 ‘네티즌 수사대’가 활약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사람들은 우선 사진을 올린 계정에 주목했다. 트위터 계정은 @taisuke0701, 특이할 것 없는 계정 안에는 누군가의 일상 풍경이 있었다. 계정 소유자는 골프를 좋아하...
1996 네 탓이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1963~, 일본) 오늘은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 <네 탓이야>를 읽었습니다. 레퍼런스 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1996년작으로 발표된 지 벌써 25년이 넘었네요. 이 책은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활약하는 연작 소설입니다. 이전에 작가의 다른 작품 중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조용한 무더위>를 읽었었습니다. 그때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었죠. 여담이지만 처음 읽었을 때는 이름도 '하무라'가 아니라 '히무라'인줄 알고 있었네요.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소설가 와카타케 나나미가 창조해 낸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총 7편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재작년인가에 20년 만에 복간되었던 <나쁜 토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나쁜 토끼>는 시리즈 3편에 해당합니다. 순서가 되면 천천히 읽고 포스팅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즈 3편 소설의 주인공 탐정 하무라 아키라는 1편 <네 탓이야>에서 20대 후반 여성으로 나옵니다만 시간이 흐르고 시리즈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소설 속 하무라 아키라도 함께 나이를 먹어갑니다. 시리즈 앞쪽에서 나는 나름 쌩쌩(?) 하지만 나중에는 무릎이 아프다고 투덜대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일본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이 책을 쓴 소설가 와카타케 나나미는 1963년생으로 이제 막 60대가 된 작가입니다. 도쿄에...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 블랙 쇼맨 시리즈 2편 히가시노 게이고 (1958~, 일본) 작가의 다른 작품들 보기 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23년 신작이 나와 읽어봤습니다. 책의 제목은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 여러 국가들 중에서 한국에 단독으로 선출간 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요, 팬의 한 명으로서 반가운 마음에 발매되자마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이제 막 나온 신작인 만큼 스포일러는 없이 읽고 난 후기와 시리즈에 대해서만 간단히 남겨보겠습니다. 주문한 택배 도착! 서두에 적었듯 오늘 읽은 신간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단독 선출간됐다고 합니다. 국내 팬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서였을까요, 이 책과 관련 내용을 따로 못 봤었는데 갑작스러운 출간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물론 즐거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블랙 쇼맨' 시리즈가 된 두 권 책을 주문하기 전에 제목에 들어있는 '블랙 쇼맨'이라는 이름을 보고 낯이 익어 바로 직감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 발표되었던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과 시리즈구나! 했던거죠.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대로 전작의 주인공이자 한때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던 마술사 가미오 다케시가 다시 등장합니다. 전작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https://blog.naver.com/mininotersbook/222200590582...
2020 전남친의 유언장 신카와 호타테 (1991~, 일본)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서평을 씁니다. 한동안 정리할 것도 많고 해서 진득하니 앉아 책을 읽지 못했네요. 이제껏 일주일에 보통 두 권에서 많으면 네 권 정도 읽고 서평을 올리곤 했었는데요, 새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 생겨서 당분간은 일주일에 한 권에서 많으면 두 권 정도를 목표로 조금 천천히 읽으려고 합니다. (매번 다짐하는 대로) 글의 분량도 조금씩 줄여나갈 생각이고요. 될지는 장담 못하지만요 ㅎㅎ. 오늘 읽은 책 <전남친의 유언장>은 제목만 보면 웹소설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일본 미스터리 소설 어워드 중 하나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에서 2021년 대상을 받은 작품이네요. 여담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어워드에서 1등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신인상 정도의 포지션이라는 거죠. 보통 그렇게 오해를 많이 하지만 굳이 출판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아무튼, 오늘 읽은 책 <전남친의 유언장>은 제 노션 독서노트 후기엔 별점 5점 만점에 4점으로 남겼습니다. ▼ 노션으로 독서노트 직접 만들어 쓰기 https://blog.naver.com/mininoter/223053302305 노션(Notion)으로 독서 노트 직접 만들어 쓰기 읽은 책 기록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남기고 관리할 수 있을까 평...
1982 천계살의 나카마치 신 (1935~2009, 일본) 똑같이 추리, 미스터리 장르로 구분되지만 굳이 메모할 필요 없이 물 흐르듯 받아들이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활동이나 사건의 인과관계 등을 꼼꼼하게 메모할수록 재미있는 소설이 있다. 오늘 읽은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이웃 블로거 @루비피즈 님이 추천해 주신 책으로 서술 트릭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일본 소설, 나카마치 신의 <천계살의>다. 나의 경우 전자에 해당하는 책들도 되도록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읽는다. 소설에 완전히 몰입해서 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게 메모를 하다 보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특히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에서(그것도 낯선 외국 이름의 경우 특히) ㅇㅇ가 누구였더라? 라며 헷갈릴 때 ㅇㅇ가 등장했던 페이지를 찾아 헤매야 하는 불상사가 없다. 인물 간의 관계, 사건의 인과관계를 온전히 이해하는데도 좋다. 오늘 읽은 소설 <천계살의>의 경우에도 메모를 꼼꼼하게 하면서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전작 <모방살의>에 이어 등장하는 트릭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아이디어였다. 이런 방법으로도 독자를 속일 수도 있구나! 말 그대로 허를 찔렸다. 다 읽고 옮긴이의 말까지 읽으니 그제야 장(章) 번호의 디테일도 눈에 보인다(이건 다 읽은 분만 이해될 것이다). 나카마치 신 '살의 시리즈' ※ 발표...
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1948~2013, 일본) 오늘 읽은 책은 반전 있는 서술형 트릭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백광>을 쓴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 소설집 <열린 어둠>입니다. 붉은색과 짙은 푸른색이 뒤섞여 있는 표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책에는 제목 그대로 어딘가 어둡고 섬뜩한, 하지만 매력이 가득한 단편 추리소설들이 담겨있습니다. <열린 어둠>은 1980년대에 나온 소설이지만 원제 : 밤이여, 쥐들을 위해 2014년에 복간되었고, 국내에는 지난해 말 출간되었습니다. 이전에도 한글판이 나왔다가 다시 출간 된 것인지, 이번에 처음 번역본 출간이 이루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렌조 미키히코 작가 렌조 미키히코는 1948년생으로 본인만의 치밀하고 매혹적인 스릴러를 담아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얽힌 <백광>이 무척 인상 깊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작가의 많은 책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10년 전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래전 책이긴 해도 <열린 어둠>으로 다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https://blog.naver.com/mininoter/222693124787 반전 소설 <백광> 결말해석과 범인정체 결말포함 리뷰 렌조 미키히코 #백광 #렌조미키히코 #반전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미스테리소설 #강한반전소...
N 미치오 슈스케 순서에 상관없이 어떤 에피소드를 먼저 읽어도 모든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 소설 제목이 알파벳 ' N ' 단 한 글자라니, 제목부터 무척 독특합니다. 오늘 읽은 책은 제가 좋아하는 일본 추리소설가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 소설 < N >입니다. 바로 보아도 N, 문자를 위아래를 뒤집어도 N 입니다. 이는 어떤 뜻을 담고 있는 제목일까요? 일단 간단히 말하면 이 책 < N >은 여섯 개의 단편 소설들이 담겨있는 연작소설집입니다. 다만, 이전에 읽었던 다른 연작소설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책처럼 첫 번째 이야기부터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라 독자 마음대로 아무 에피소드나 선택해서 먼저 읽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번째로 읽을 에피소드도 나머지 읽지 않은 것들 중에서 마음대로 고르면 됩니다. 6개의 이야기, 당신은 어떤 것을 먼저 읽겠습니까? 본문 中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에 대해 랜덤으로 순서를 만들 경우, 그 경우의 수는 무려 720가지가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해진 읽는 순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야기가 서로 딱딱 맞아떨어져 독자에게 즐거움은 물론 놀라움도 함께 선사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고, 나중에 읽으냐에 따라 이 책 < N >의 결말도 독자마다 다르게 기억될 것입니다. 그것은 아련하게 마음을 울리는 감동 소설로 남을 수도 있고, 비극적인 소설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
2022 방주 方舟 유키 하루오 (1993~, 일본) 와… 오늘 포스팅을 한 글자로 요약한다면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독서기록과 간략한 방주 줄거리를 쓰기 전에 먼저 언급하지만 이 책을 읽고 여기에 칭찬을 써놓는다고 제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써봅니다. 대박… 읽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은 다 다르겠지만, 거기까진 생각안하렵니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만큼은 요몇달동안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비닐로 꽁꽁 싸놓은 책, 띠지에는 ‘극한의 뇌 정지 미친 반전!’이라는 문구와 함께 ‘10년간 많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해 왔지만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소름이 돋는 작품은 없었다.’ 라며 옮긴이의 말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각종 수상내역도 함께 쓰여있습니다. 에이, 오바는 ㅋㅋ ... 어? 어어? 경험상 광고 카피만 강하고 빈 수레가 요란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광고 카피에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습니다. 추리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과 스릴러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을 둘 다 갖춘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치밀한 복선이 만들어 내는 높은 완성도,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흐트러지지 않는 긴장감, 마지막까지 놀라게 하고 또 놀라게 하는 반전있는 줄거리,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모습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등장인물이 이 상황이라면(또...
1973 모방살의 나카마치 신 (1935~2009, 일본)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추리소설들을 읽다 보면 그중에서도 쉬운 소설이 있고 머리를 갸웃거릴 만큼 트릭이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소설이 있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읽을 땐 항상 메모를 하며 읽는다. 특히 이런 서술트릭 소설의 경우 더 신경을 쓰며 읽고 있다. 오늘 읽은 책도 쉬운편은 아니었다. 결말에 가서 고개가 절로 갸우뚱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 오는 느낌이란! 생각지도 못한 구조의 소설이라 그 반전에 깜짝 놀랐다(물론 이맛에 추리소설을 읽는다). 오늘 읽고 리뷰를 남기는 일본 추리소설은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라는 작품이다. 이웃 블로거 @루비피즈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책이다. 비운의 명작 소설 <모방살의>는 쓰였을 당시엔 지금처럼 많은 독자들이 읽은 책은 아니었다. 비운의 명작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작가의 젊은 시절에 인기가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복간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책을 쓴 작가 나카마치 신은 지난 2009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일본 대형서점에서 복간 희망도서로 뽑히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카마치 신 '살의 시리즈' 나카마치 신 '살의 시리즈' ※ 발표 순서는 정확하지 않음 01. 모방살의 02. 천계살의 03. 공백살의 04. 삼막살의 05. 추억살의 06. 우연살...
2021 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1958~, 영국) 지난해 내내 내 도서 위시리스트에 담겨만 있었다가 이제야 읽게 된 책이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일단 위시리스트에 넣어두는 습관이 있는데 작년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계속 생기는 바람에 리스트가 줄어들기는커녕 훨씬 더 늘어나버린 한 해였다. 물론 올해도 연말에 보면 더 늘어나 있을 것 같긴 하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메모해 둔 리스트를 보며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압박감 같은 것은 없다(몇 작가 빼고). 그저 올 한 해도 이제껏 해 오던 대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쓰면 되겠다. 오늘 읽은 책은 영국 소설가 B. A. 패리스의 베스트셀러 스릴러 소설 <테라피스트>다. 2년 전인 2021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공포, 스릴러 장르는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스릴러 장르도 읽다 보니 점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공포는 아직 좀 어렵다. 베스트셀러인 만큼 이미 많은 분들의 호평이 있는 작품이며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이 됐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작가 B. A. 패리스 이 책 <테라피스트>를 쓴 작가 B. A. 패리스는 1958년 영국 태생 작가다. 여담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동갑이다. 영국이나 일본에도 ' 58년 개띠 ' 이런 비슷한 개념이 있을까? 영국은 별자리로 할까? 쓸데없이 ...
유괴의 날 정해연 (1981~, 한국) 저는 블로그에 일기는 딱히 쓰진 않아서 책에 관한 글을 쓸 때 앞에 조금씩 붙여 겸사겸사 일상 기록도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할아버님께서 세상을 뜨셔서 책과 컴퓨터를 들여다볼 정신이 없었습니다. 댓글 확인도 이제야 하고 글도 오랜만에 쓰는 것 같네요. 이웃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을 늦게 확인해서 죄송합니다. 집에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눈을 감으셨던 터라 가족들 얼굴을 다 보고 가시려고 마지막 힘을 내서 설날을 기다리셨나 보다, 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사흘간의 장례절차를 잘 마무리하고 돌아왔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셨던 장례식이었습니다. 돌아온 서울엔 눈이 많이 쌓여있었네요. 이제 가족들 모두 그리움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2022.1.27. 1년 전 오늘 반전을 거듭하는 한국 추리소설 <유괴의 날> 줄거리와 결말은 정해연 오랜만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의 놀라움과 함께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피식피식 웃게도 만드는 신기한 경험을 준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 독서기록으로 남기는 책은 정해연 작가의 국내추리소설 <유괴의 날>입니다. 소설의 시작이 되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참이나 밀려있는 어린 딸... 미니노터의 책크리스트 딸의 병원비가 필요해. 그래도 유괴라니 미쳤어? 오늘 다시 살펴보는 책은 정해...
1947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1902~1981, 일본 / 작가의 다른 작품) 오늘 읽은 책은 무려 76년 전 소설이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1947년 작품 <옥문도>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소설의 줄거리보다 소설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여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추리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도 무척 연관이 깊다는 이야기도 하려 한다. 이 내용은 아래에서 다시... 1977년 영화 <옥문도> |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나무위키, 교보문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은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5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면, <옥문도>를 쓴 요코미조 세이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4년 전인 1981년 세상을 떠났으니 이전 시대 추리소설계를 풍미했던 선배격 추리소설가라고 할 수 있겠다. 선배격 추리소설가를 생각해 보면 나는 그와 함께 그 시대를 함께 했던 다른 작가 에도가와 란포를 떠올려보게 된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는 요코미조 세이시보다 8살밖에 많지 않다. 둘은 같은 시대를 산 작가다. 에도가와 란포 | 요코미조 세이시 | 히가시노 게이고 @나무위키, 교보문고, 나무위키 * 에도가와 란포(1894~1965), 향년 71세 * 요코미조 세이시(1902~1981...
희망의 끈 가가형사 시리즈 외전 히가시노 게이고 (1958~, 일본) 한참동안 기다리던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다. 책은 어제 저녁에 구입했지만 줄거리에 몰입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자는 것도 잊고 다 읽어버렸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이번 소설 제목은 <희망의 끈>이다. 적어도 나에겐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나를 일본 소설에 빠지게 한 계기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엔 남모를 애착이 있다. 일본에서는 2019년에 발표되었고 작년 말에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된 것을 모르고 있다 해가 바뀐 2023년 1월 이제야 만나보게 됐다. 지난해 끄트머리에 나와서 2023년 신작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가가형사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결말을 암시하는 스포일러나 완성된 결말 포함은 생략한 간략한 줄거리만 적어본다. 리뷰를 쓰는 동안에도 ' 벌써 이걸 읽어버렸으니 다음 신작은 또 언제 번역되어 나올까... 천천히 읽을 걸 그랬나... ' 하는 아쉬움마저 밀려든다. 이 글 <희망의 끈> 리뷰 포스팅을 반영해 예전에 만들어 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전체 목록을 오랜만에 업데이트했다. 그의 작품들을 모두 찾아 읽어 볼 생각을 했을 때 워낙 작품 수가 많아 쉽게 정리가 안됐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나 스스로도 하나하나 찾아보기 편하게 발표 연도별 리스트로 정리해둔 적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
2022 안젤리크 기욤 뮈소 (1974~, 프랑스 / 작가의 다른 작품)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메모해두었다가 엊그제 아내와 함께 교보문고에 들러 구입해 와서 읽고 2023년 새해 첫 리뷰를 남긴다. 소설의 제목은 <안젤리크>다. 줄거리는 한때 유명했던 스타 발레리나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로, 소설은 그녀의 딸이 한 전직 경찰에게 사건의 진상을 확인해달라며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욤 뮈소의 작품을 다섯 권째 읽으니 이제 조금이나마 프랑스 지명과 등장인물 이름에 익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에는 낯선 그것들을 메모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부담을 느꼈었다. 나는 평소 일본 소설들을 많이 읽는 편인데 처음 일본 소설을 접하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던 기억이 난다. @Vladislav83 / Pixabay ▼ <센트럴 파크> 분명 프랑스에 있었는데, 눈 떠보니 뉴욕 센트럴 파크? 게다가 같이 있는 이 남자는 누구? 기욤 뮈소 https://blog.naver.com/mininoter/222953048341 영화같은 반전있는 소설 <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작품 추천 2014 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1974~, 프랑스 / 작가의 다른 작품) 오늘은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 blog.naver.com ▼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갑자기 절필을 선언하고 섬에 칩거...
2008 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1948~?,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의 종류로 서술트릭을 추천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추리소설의 진행 방식과는 조금 결이 다른 방법으로 독자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강한 반전있는 추리소설은 일본 소설가 다지마 도시유키의 작품, <흑백합>이다. 2008년에 발표되었고 2010년에 국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가 12년이 지나 지난가을에 재출간되었다. 재출간된 신판의 일러스트가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일러스트의 디테일한 부분이 더 흥미롭게 보였다. 구판 | 신판 서술 트릭은 말 그대로 서술 안에 작가가 의도해 독자를 속이고자 하는 속임수가 숨어있다. 그래서 약간 집요하리만치 등장인물들의 말 한마디, 묘사 하나까지도 모두 집중해서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결말에 가서 내막과 범인이 사건의 밝혀지더라도 앞의 과정을 설렁설렁 읽었으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정말 뭣도 아닌 찝찝하고 이상한 느낌만 남을 것이다. 서술트릭은 '아, 그 사람이 범인이었구나' 라며 단순히 사건의 범인만을 맞추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이제까지 뭐가 어떻게 돌아간 것인가' 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독자에게 주어진 퍼즐 조각들을 모두 이해하는 순간 딱딱 맞아떨어지는 재미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흑백합>의 검은색 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