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쉬지 않고 30분을 뛰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때는 30분이 일상적인 목표였던 적도 있었다. 그 시절의 나를 따라잡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는 형편없었다. 조깅이라고 해도 느렸다. 왜 이렇게 속력이 안 나는지는 스스로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런데이와 휴대폰에 기록된 정보를 비교해 보고 이것이 지금 나의 상태구나 인지할 뿐이었다. 달리기 기록이 매번 시원찮게 나오자 흥미를 잃기도 했다. 과거에 자신이 했던 일을 다시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리둥절해하는 것 같다. 이게 왜 이러지? 하며 기계 탓도 해보고, 도대체 왜 안 돼? 하며 자신을 어처구니 없이 바라본다. 젊은 날에 했던 일을 나이가 들어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 가져보았던 몸을 다시 만들어가는 데는 멀어진 나이만큼의 시간이 들고,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건 여지없이 놀람과 의문의 소리다. 이게 왜 안 돼? 갑자기 왜 이래? 마치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처럼. 갈 길이 점점 더 멀어 보인다. 나는 전성기 때의 나에게 돌아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까? 그의 뒤를 따라 달릴 수나 있을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사실 나는 그런 때가 빈번하다. 달리기를 할 때라고 예외는 아니다. 고...
모닝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 세 페이지를 채우는 일이다. '글을 쓴다'기보다는 '글을 쓴다는 행위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글의 '내용'보다 '분량'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행위를 지속하다 보면 자체 편집 능력이 나도 모르게 발달해서 일관된 주제로 한 편의 글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그와 같은 시기를 통과한 적이 있다. 한 가지의 주제로 노트 세 페이지를 물 흐르듯 써 내려가서 제목까지 채울 수 있었다. 그런 글들은 곧장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모닝페이지의 창시자인 줄리아 카메론은 모닝페이지를 쓴 뒤 누구에게 보여주지 말고, 자신조차 보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블로그에 옮겨 적으며 몇몇 부분을 매끄럽게 수정해 주기만 하면 2000자가 넘는 일상 에세이를 포스팅할 수 있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모닝페이지에서 나온 글은 평소에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일상글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그쪽이 더 좋기도 했다. 내가 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주제로 내 속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쏟아냈으니까. 무의식의 힘이었다. 달리 손댈 부분도 없는 나의 생생한 일상기록이 거의 매일 블로그를 채워갔다. 별로 오래 가지는 못했다.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있어 보이는 내용과 억지스러운 깨달음을 껴 넣으려고 머릿속이 분주했다. 모닝페이지는 머릿...
벌써 새해가 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 기억하는 양이 줄었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오늘 내가 뭘 했는지를 돌아보는 일조차 어려울 때가 있다. 요즘은 자신에 대해 부쩍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진짜'인지 '껍질'인지 같은 생각들이다. 하루치 꽉 채워진 다이어리를 보면서도 그것들이 알맹이가 맞는지를 의심하곤 한다. 나는 이 이상 뭔가를 더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책상을 떠나곤 하는데 보통 밤 9시이다. 그런데도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 걸까, 고질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기 때문인 걸까. 어느 쪽이든 자신을 낙담시키는 결과인 건 마찬가지다. 몹쓸 덫에 걸린 것만 같다. 오늘 아침은 출발부터 썩 좋지 않다. 모닝페이지에도 우울한 글을 한가득 썼고, 그런 식으로 속을 토해놓고 나니 뒷맛도 오래갔다. 종이에 토하면 개운해진다는 사람을 많이 봤지만, 나는 그렇게 될 때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타입인 듯하다. 방의 공기가 무겁다.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기운이 차올라서 스스로 숨 막히게 한다. 의식적으로 어깨를 털어낸다. 손을 둥그렇게 모아 입가를 가린 채 숨을 쉬거나 두 다리를 쫙 펴고 발장구를 치기도 한다. 그런 나를 멀찍이서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한 인간이 자신만의 어둠 속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한주가 또 시작되었다. 좋은 습관 만들기에 여념 없는 요즘. 독서도 그중에 하나. 친구가 선물해 준 스톱워치 요긴하게 쓰고 있다. 기분 전환하려고 컬러 샤프심도 씀. 2024년 마지막 해가 화려하고 아름답게 지던. 파묘 보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창밖 하늘이 지글지글 끓어서 한참 바라봤다. 예쁘네. 예쁘게 지네. 연말 내내 싱숭생숭했고, 2025년 기대도 별로 없었는데 해가 예쁘게 지는 걸 보니 내일 새로 뜰 해가 처음으로 기대됐다. 그리고 결국 파묘를 혼자서 다 봤다. 해가 졌는데도 끝까지 봤다. 벌써 성장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음. (해 지면 추리물도 안 보는 사람) 이제 검은 사제들 남았냐… 조만간 외국 유령도 도전해 볼까 함. 안 해 본 일 해보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음? 나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주머니 속에 꿍쳐 둔 박하사탕 발견하고 꺼내 먹듯이 움~ 오늘은 이걸 좀 해볼까~ 하는 마음이 갑자기 생겨남. 그래서 도서관 포츈쿠키 행사 안내문 보고 받으러 갔는데 어린이들만 해당되는 거라고 했다. 움~ 이건 안 되네~ 하고 쿨빠이. X에서 줍줍한 새 휴대폰 배경. 고양이의 귀여움이 미춌따. 핸드폰 볼 때마다 나를 쳐다 봄. 심장이 넘 아픔. 엄마 심부름. 근데 뭐 사러 가는 길이었더라… 엄마표 잔치국수. 밥그릇처럼 보이지만 라면 용기임. 먹다 보니 없어져서 엄마를 쳐다봤지. 다 어디로 갔지? 쵸큼 부족해서 작은 빵 두 개를 주...
새벽 기상 6일차. 벌써 이 일이 몸에 익숙해져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알람이 울리면 당연히 싫은 기분이 든다. 더 자고 싶은 욕심이 본능처럼 일어난다. 하지만 따뜻한 물의 위력이 훨씬 강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 다녀온 후 자기 전에 보온병에 담아두었던 물을 컵에 따라 마신다. 텀블러의 물을 전부 다 쏟으면 컵이 꽉 차는 것을 볼 때부터 이미 기분이 좋다. 어쩜 이리 딱 맞아떨어질까. 그러고 그 물을 마시면 아직도 물이 따뜻하다는 사실에(텀블러의 성능에) 놀라고, 전신으로 퍼지는 온기에 감탄한다. 이 별것 아닌 루틴이 침대에서 나를 끌어낸다. 부드럽고 온화하게. 내가 경험한 가장 조용한 유혹. 어제는 공부를 꽤 많이 했다. 만다라트와 PARA기록법, 릴스 만들기와 스레드 도달률, 챗gpt활용법 등이 그것이다. 뒤의 세 가지는 스레드 유명인의 피드에서 속성으로 배울 수 있었다. 전 같으면 "아, 나중에 해봐야지" 하고 캡처하는 것으로 끝났을 텐데, 이제는 그 내용을 노션에 바로바로 정리할 수 있었다. PARA기록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PARA기록법은 "실행도"를 기준으로 메모를 분류한다. 단순 메모인지, 내가 언젠가 해야 할 과제인지, 당장 해치워야 하는 일인지를 그때그때 구분하여 가장 필요한 메모를 우선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그 메모들을 언제까지 방치하지 않고 "실행" 하여 실행 리스트(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
2025 건강한 습관 만들기 WEEK1 1월 1주 차 챌린지 인증 새해가 되면 으레 그러하듯이 나도 새로운 나를 꿈꾸며 많은 결심을 했다. 그중에 몇 가지는 챌린지 항목이 되어 연초부터 바짝 힘이 들어갔다. 새벽 기상과 모닝페이지, 달리기와 영어일기 쓰기가 그것이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챌린지 시작의 포성이 울렸다. 습관으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도전 과제들이 평소의 루틴을 비집고 들어오며 제 자리를 만들겠답시고 우왕좌왕했다. 덩달아 나도 허둥거렸다. 작심삼일을 피해 갈 수는 없었으나, 모든 챌린지를 망치지는 않았다. 크게 삐끗거렸다고, 동요하거나 크게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다음날의 챌린지를 이어나간 나를 칭찬한다. 챌린지 현황 및 회고 1/1(수) 1/2(목) 1/3(금) 1/4(토) 1/5(일) 새벽기상 5:09 5:03 5:07 5:01 5:01 모닝페이지 ● ● ● ● ● 달리기 ● ● X ○ ○ 영어일기 ● ● ● ● ● 5시 기상이 역시 내게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모닝페이지 30분 쓰고 블로그에 글 올리기가 루틴이 되다. → 독서까지 연계시킬 것. 부상. 매일 달릴 수 없는 체력인 것을 파악하지 못함. 계획 변경. 친구들과 밴드에 인증한 덕에 수월하게 성공. 2025챌린지 사진 인증 1월 1일 챌린지의 시작 첫날 버프로 어찌저찌 눈을 떠서 시작한 하루. 달리기 페이스가 아예 안 나오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 그간 얼...
아침에 일어나니 스레드 알림이 80개가 넘게 와 있었다. 스레드 1000명 만들기 해시태그를 올린 탓이었다. 자기 전에 미처 못 봤던 알람이 포함된 숫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50명이 넘는 팔로워가 늘어나있고 댓글과 리포스트 수가 정신없이 늘어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잠시 막막해서 보기만 하다가 최신 알람부터 차례차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스/하/리/ 중 하나 이상을 빼먹고 맞스하리 해달라며 요구하는 사기꾼들이 있었지만, 어딜 가나 이런 얌체들이 있어서 별반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보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인스타그램과 비할 수 없이 빠른 성장 속도였다. 요즘 내 인스타그램은 뭐가 잘못됐는지 게시글을 올려도 제대로 도달되지 않았다. 200 도달하기도 힘들었다. 사실 200을 조회수로 생각하면 굉장히 큰 숫자이긴 하지만, 이전에 해온 것들이 있어서인지 무슨 조치를 받아도 단단히 받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나마 릴스 중 몇몇이 기존의 도달률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긴 했다. 그나마도 영상을 두 개, 세 개 올려야지 하나 나오는 수준이지만. 별 수 없지.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이처럼 각 플랫폼에 따라 성장 속도, 게시물의 반응도 모두 달랐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 채널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얻어 얼떨떨한 채널도 있었다. 네이버 블로...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이틀 전 운동 이후 티 안 나게 시작되던 근육통이 어제 운동 후 절정을 찍었고, 움직일 때마다 악 소리가 날 정도다. 새벽 5시에 맞춰 워치가 진동하기 시작했을 때는 어제보다 더 울상이 되어서 고집스레 눈을 감고 있었다. 일어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나와 네가 이 시간에 깨워달라고 했지 않느냐며 징징거리는 워치 중 누가 더 서글플까. 시답잖은 고민을 하다가 자동으로 말리는 김밥처럼 옆 구르기를 시전하여 침대 밖으로 나왔다. 계속 자다간 후회할 것 같았다. 후회할 것을 알면서 고집을 부리고 싶진 않았다. 모닝페이지에 나는 상태가 별로고 더 자야 한다는 글을 반복해서 쓰다가 오늘을 휴일 비슷한 것으로 삼기로 했다. 반차 개념이랄까. 몇 번을 더 생각해도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몸이 잠을 부르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절실한 회복법이기 때문일 터다. 휴무가 정해져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으레 이런 일을 반복하곤 한다. 주말엔 반드시, 못해도 일요일만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겠다고 다짐해도 어김없이 일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일과 쉼과 취미와 일상이 모두 연결되는 터라 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구분이 필요하긴 한 것 같다. 어제는 런데이로 30분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다가 10분이 막 지나갈 때 멈췄다. 분명히 아플 거라고 예상했던 다리는 달릴수록 가벼워졌고, 호흡도 편안해서 여느 때보다 달...
{ 워너디스에서 제품을 제공받았습니다 } 지난 연말 워너디스에서 2025년 다이어리를 보내주셨다. 이미 2025년 다이어리를 모두 셋업한 상태여서 약간의 고민이 있긴 했으나, 워낙 유명한 브랜드인데다 나도 관심이 많던 터여서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담당자분께서 내게 제품을 직접 고를 기회를 주셨는데, 앞서 말했듯이 필요한 용도는 모두 구비를 해둔 터였고. 스토어에 가보니 다 좋아 보여서 고르기가 더 어려웠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바에야 차라리 제품을 빨리 써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 나에게 맞는 제품을 알아서 보내주겠다던 말도 있었던 터라 담당자님께 전적으로 맡기기로 결정했다. 무채색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고, 가능하다면 스티커를 조금 동봉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도착한 제품들} [협찬] 워너디스 딜라이트 로그 타임플래너 다이어리 언박싱 #워너디스 #다이어리 #2025다이어리 #문구 #일기장 #하이라이트챌린지 #언박싱 m.blog.naver.com 제품을 받곤 웃음부터 터졌다. 워너디스 스토어에 가면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테스트 결과로 나온 다이어리와 똑같은 구성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1년형/6개월의 차이였을 뿐. 내 인스타를 평소에도 보셨다더니, 정말이었구나. 기분이 좋았다. 함께 보내주신 스티커도 평소 선호하는 제품들이었다. 보자마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바로 보였다....
어떻게 하면 새벽에 매일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같다. 그냥 일어날 것. 의미 부여하지 말고, 이렇고 저렇고 따져가며 물고 늘어질 필요도 없다. 알람이 울린다. 끈다.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게 다다. 그리고 이 과정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나는 새벽 기상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새해가 되어서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에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어려운 일이 되었든, 이미 틀려먹은 일이 되었든 그냥 한다. 한다는 생각도 없이 그 일을 한다. 해야 한다 같은 의지가 들어설 자리도 없다. 할 수 있다! 같은 자기 주문은 아주 가끔씩만 필요하다. 밥 먹기 등으로 자리를 이탈하며 집중이 깨질 때. 이제껏 보이지 않던 상황이 눈 안으로 끼쳐오며, 이거 끝날 수 있는 일 맞아? 하는 현실감이 머리를 때린다. 그때는 악귀를 쫓는 주문처럼 할수있다할수있다할수있다 나 한다한다나는한다그냥한다당장한다를 염불 외듯 하여 본래의 상태, 그러니까 무아지경의 경지로 돌아와야 한다. 서둘러 엉덩이를 붙이고 모니터에 코를 박는다. 막 작업했던 문장을 노려보며 무턱대고 손가락을 놀린다.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브릿G 공모전 마지막 날의 내 모습이 꼭 그러했다. 나는 그날 아침부터 자정이 되기 15분 전까지 글만 썼는데, 1만 자에 가까운 분량을 거의 새로 써내다시피 했다. 그보다 많은 분량을 몇 번이...
본 글은 프리미엄 콘텐츠 나나B책편지에서 연재되는 글의 일부입니다. 책 설명에 충실하였으나, 연재글을 구독하시면 작성자의 더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복수의 여신』은 1973년에 설립된 영국 ‘비라고 출판사’의 50주년을 기념해서 기획된 작품이에요. ‘비라고 virago’는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말참견 잘하고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는 드센 여자’를 뜻하는 멸칭으로 주로 쓰였지요. 책 속에는 이처럼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던 멸칭들을 테마로 열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이 쓴 이야기를 모았어요. 애트우드는 이 책에서 ‘사이렌siren’이라는 멸칭을 다뤘어요. 노래를 불러서 뱃사람들을 유혹해 죽였다는 신화 속의 그 여자 맞아요. 아름답지만 위험한, 유혹적인 여자라는 의미로 사이렌이라는 말은 ‘요부’, ‘경보음’ 등으로 쓰이고 있죠. 「뜨개질하는 요물들」에서 사이렌은 회의를 뜨개질 모임원들에게 질서를 지켜달라고 요구해요. 이 모임은 “여성으로 상정되는 이들”을 위한 곳으로, 모든 여성들이 “무시당하고 공포의 대상이 된” 경험이 있어요. 일명 “경계의 존재들”이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거나, 어느 곳에든 편입되기를 스스로 거부한. 흔히들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신화 속에서 모종의 이유로 “샘물, 나무, 새, 해바라기, 거미”등으로 변해버린 여자들을 떠올리면 쉬울 거예요. 아라크네와 하피, 메두사, 베...
더 많이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해보지 않은 일들에 도전하여 자신의 미숙함을 줄여나가고 싶다. 변명을 삼가고 겸손하자. 타인의 슬픔과 울분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말을 줄이고, 행동하자. 별별 말을 다 떠들어야 하는 처지의 업을 살고 있다고 해도. 조용히, 씩씩하게. 자신의 나태함과 나약함을 밀고 나가며, 더 나은 방향으로 기어이 발을 뻗을 것. 용기라는 땅을 디딜 것. 2025년 1월 1일 모닝페이지 일부 새해가 밝았다. 어제는 일찍 잠들고 싶었는데 기어이 12시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잤다.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기가 조금 힘들어졌지만, 친구들과 가장 먼저 새해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를 꽤 먹게 된 후로 자정이 막 지나는 타이밍에 열심히 인사한 적이 없다. 보통 그 시간에 잠들어있기도 했지만, 인사에 담긴 진심이 시간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컸다. 그러니 이런 일을 어쩌다 하고 나면, 꽤 특별한 일에 동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교성도 붙임성도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친구가 기대한 방향에 먼저 가서 서 있는 사람이 된 것도 같아 자못 뿌듯하다. 자신을 대견하고 기특하게 여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올해는 자신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기로 했다.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제일의 팬임을 기억하며. 물론 잘되지 않을 터였다. 그런 방식으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