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한 주를 보냈다. 쉼 없이 이어지는 업무 요청을 해결하느라 거의 매일이 탈진 상태였다. 방문이 열리거나 휴대폰 알림창이 뜰 때마다 "또 뭔데?"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신경이 예민해졌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침대에 모로 엎어져서 기절한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 그러고 있으면 가족들도 쉽게 건드리지 않았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어떻게 하루하루가 더 고단하고 짜증나는 일의 연속일 수 있냐며, 세상 모두를 미워했다. 안 좋은 감정은 반드시 몸에 상처를 남겨서, 열이 오르다가도 오한이 들고 입 안이 터지고 머리가 아팠다. 먹는 것도 시원찮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과자 한 봉지를 루틴처럼 해치우더니, 어젯밤에는 기어이 비빔국수를 말아서 먹었다. 저녁을 먹은 지 두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저녁밥을 남기긴 했지만 부실하게 먹은 건 아니어서 가족들도 의아해했다. 오히려 나는 마음이 놓였다. 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원하는 것이 있다니. 그것을 얻기 위해 곧장 움직이다니. 이제 살았다, 하는 마음이 들었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국수는 역시 5분 컷이었고, 군고구마 하나와 딸기까지 먹은 뒤 식사를 마쳤다. 자기 전에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는 건 좋지 않았지만, 야식이 거의 전무한 생활 속에서 어쩌다 한 번 정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다 한 번으로 무기력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는 정리에 관심이 많다. 비단 방이나 책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상이나 서랍 등 사용 공간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심한 편이다. 다소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그곳엔 나만 아는 규칙에 따라 꼭 필요한 물건들이 반드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따금 통으로 뒤엎으며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새로 장만한 물건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정도로도 관리는 충분하다. 유일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라면 먼지가 눈에 보일 만큼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뿐. 그보다는 오히려 기록물에 대해서 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다이어리나 휴대폰 메모 앱, 데스크톱 컴퓨터의 폴더나 노션, 스크리브너 등 글자를 써서 저장할 수 있는 도구들에 한하여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메모하고 글 쓰는 일을 거의 밥 먹듯이 자연스럽게 하며 살다 보니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문서가 생긴다. 작성 도구마다 저장 경로와 방식이 모두 달라서 그걸 기억하는 데만 해도 뇌 용량이 소모된다. 저장 방식을 기억하느라 경로를 잊을 일이 왕왕 생긴다. "그걸 어디에 써뒀더라? 분명 써놓긴 했는데…", 하는 일이 잦아지자 여지없이 싫증이 났다. 나는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다. 싫은 기분이 쌓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기록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정리가 필요하다 알고리즘도 이런 나의 불쾌감을 알았는지 각종 메모 활용법에 대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세컨드 브레인"이란 개념을 알...
이유도 모른 채 끌리는 작가가 있었다. 이 사람의 글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계시처럼. 페르난두 페소아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그가 여러 개의 이름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그 이름이 75개나 된다는 말에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낯선 땅에서 살던 사람이라는 것이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거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그가 신경 쓰였고, "언젠가는"으로 시작되는 리스트 아래 그의 이름을 카프카와 디킨슨과 더불어 꼬박꼬박 썼다. 내가 자꾸 새 이름을 만들려고 한 것도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열 개가 넘는 이름으로 글을 써왔고, 각각의 이름을 장르로 여겼다. 내가 그의 글을 읽기 전부터 그는 나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내가 언젠가는 읽어야 할 그의 책 제목이 『불안의 책』인 것도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불안에 대해서라면 나도 아는 게 제법 있었고, 활자로나마 그와 주고받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다. 불안할 때는 불안의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슬플 때 슬픈 노래를 찾아 듣는 것처럼. 불안하고 슬픈 사람들이 쓰는 고유한 언어가 있었다. 그것은 때로 산 사람들이 발음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기도 하다. 요즘은 이런 문장들을 곱씹으며 살고 있다. 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 들판, 한줌...
인생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최고를 골라내라니 이 얼마나 무모한 요구인가. 별점 매기기가 싫어서 시작한 흥미도와 추천지수, 플래그 개수, 필사양이나 방식, 리뷰 작성 여부 등 복잡한 심사 기준을 그 많은 책에다 일일이 대입할 것을 생각하니 현기증이 나다 못해 토할 것 같았다. 이는 내가 타인의 입맛에 맞는 답을 내기 위해 스스로를 쥐어짜는 과정이었다. 나는 그런 질문을 한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인생책'의 개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간 내가 접해온 타인들의 인생책 목록을 바탕으로 그에 가까운 답을 내려고 고심했다. 그리고 매번 내 대답이 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다. 데이터를 종합하여 질문에 가장 근접한(답이라고 여기는) 책을 골라낼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인생 책이라고 나 스스로 나서서 말할 정도는 못 됐다. 책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내가 여전히 질문자가 원하는 기준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생책이란 인생을 통째로 흔들거나, 방향을 틀게 만들었던 책을 말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나의 인생책이 무엇이냐" 물으면 답은 고민도 없이 술술술 흘러나왔다. 전혜린 에세이. 기형도 시. 인간실격. 이상 날개& 권태. 소년이 온다. 구의 증명. 계속해보겠습니다. 서른. 이 책(작품)들의 공통점은 읽던 당시의 나를 뼛속까지 뒤흔들어 놓았으며, 책을 읽...
생각노트란 것을 만들었다. 오늘 내가 한 생각 중 쓸모 있던 것을 기록하는 노트다. 여기서 쓸모란 "좀 더 깊이 파고들만한"을 뜻한다. 사유의 대상. 글이나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씨앗. 인터넷에서 보았던 이미지를 보고 무턱대고 만든 것이라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 이미지는 어떤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었는데,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서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필요하다면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생각들을 뒤적거리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이 생각으로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지?" "이 생각을 말하려면 어떤 근거가 더 필요하지?" 생각의 연장, 나라는 세계의 확장. 나는 이런 과정을 너무도 좋아한다. 지나치게 좋아하기에, 괜찮아 보이는 방법을 발견하면 일단 따라 해본다. 사용 중인 노트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다. 노트 개수가 관리를 못할 정도로 늘어나면, 그것을 획기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또 인터넷으로 나선다. 효과가 좋아 보이는 노션 템플릿을 다 다운로드해서 사용해 보다가 노션 사용법을 터득했다. 요즘 새로 써보고 있는 옵시디언이라는 프로그램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터였다. 실행이 곧 배움이었다. 노트의 개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나만의 기록법이 계속 생겨났다. 나는 궁금해서 떠돌았는데, 사람들이 나에게 배우러 왔다. 방법을 찾는 과정도 정보가 되는 것 같았...
오늘은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눈이 떠졌다. 알람이 울리기까지 애매하게 남은 시간이어서 다시 잠들지는 못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뜻밖에도 여유로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30분을 더 가지게 되었다는 마음에 우쭐해졌다. 바보 같은 생각이야, 자신을 질책했지만 그런다고 한번 우쭐해진 마음이 꼬리를 내리지는 않았다. 텀블러의 물을 컵에 따르는 손동작이 귀부인처럼 우아했다. 그러고 있는 자신을 보며 속으로는 키득키득 웃었다. 연신 우스운 꼴을 하는데도 한없이 여유롭기만 한 이 기분은 무언지. 회사를 다닐 때는 30분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이른 아침, 목적지가 서울이라면 한 시간을 일찍 가 있기도 했다. 출근길은 5분 10분 차이로도 도착 시간이 30-40분씩 길어졌다. 객관적인 오차 범위는 내 안에서 뻥튀기되곤 했다. 오차에 변수까지 더해지면 나는 말도 안 되는 시각에 집을 나서야 했다. 시간 계산이 제대로 된 거야? 정류장으로 향하면서도 몇 번이나 검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차가 너무 큰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버스가 보이면 무턱대고 뛰었다. 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야 한시름 놓았다. 시간 계산이 뭐 어쨌다고?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날에는 꼭 차가 밀리지 않았다. 20분 일찍 하차해서는 텅 비어버린 시간의 냄새를 흠뻑 들이마셨다. 출근 시각까지 한 시간 반이나 남아있었다....
엄마가 간식이라고 갖다 준 당근을 먹고 힘을 냈던 한 주 [카카오페이지] 나 혼자만 레벨업 쉽지 않은 일주일이었다. 숨만 쉬어도 배터리가 닳는 기분. 주섬주섬 담아서 연료로 쓴 마음. 따숩. +) 남겨주신 댓글 다 확인해요. 제때 답글을 못 다는데 더 많이 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카카오페이지] 이계막차 지안이의 마음으로. 아부지 모시고 병원 다녀온 날 엄마가 저녁 식사로 만들어준 김밥. 부모님 폰 요금제 바꾸느라 정신이 없어서 김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었다. 세상이 날로 어려워져 간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부모 세대들은 오죽할지. 이번엔 어떤 펜을 비워볼까. 이번 주도 참 잘 걸었어요. 옵시디언 배우기 재미있었다. 이제 실습과 반복이 남았습니다..! 삼시 세끼 김밥 먹을 수 있는 사람🙋♀️ 벼락 주간이라 열심히 읽어야 했다. 기력이 없어서 자꾸 침대에 누웠다. 누울 때마다 웹툰이나 웹소를 봤다. 이번 주는 나 혼자만 레벨업을 열심히 달렸다. 지구는 계속 망할 위기에 처하고 인류 최약병기로 불리던 성진우가 열심히 싸우러 나간다. [카카오페이지] 나 혼자만 레벨업 성진우도 성진우지만 그림자 병사들에 감겨서 계속 보게 되는 웹툰임. 해골에 이어 개미 영업이라니. 나의 취향이 이상하게 전달될까 걱정된다. 장발/ 집착광공은 사람이기라도 하지… 아, 저는 흑발/적안을 좋아해요. 아니 그냥… 사람도 좋아한다고요. [카카오페이...
오늘은 모닝페이지에 쓴 글을 옮겨본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싶다. 전문은 아니다.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다. 정리 없이 일요일을 보낸 터라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회고와 계획인 필수인 것도 아닌데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얼렁뚱땅 넘어온 사람이 된 것 같다. 불렛저널 위클리도 그리지 못했다. 갈 길이 멀다는 소리가 자꾸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분주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본래 오늘은 푹 쉬기로 했는데, 할 일이 쌓여 있어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능한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체력을 비축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지난주 내내 제대로 쉬었다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보낸 터라,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상태가 아슬아슬하다. 한 주를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계획을 잘 짜야겠다. 무리하지 않기가 이번 주의 목표다. 이번 주는 주로 집에서 보내려고 한다. 책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쓸 것이다. 독파 챌린지를 세 개나 시작해서 그에 집중하는 주간이기도 하다. 소설을 많이 읽고 싶다. 공부보다는 놀이하듯 독서하고 싶다. 지난주는 치열하게 배우기만 했다. 배우는 일은 좋지만, 배우기만 해서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숨 고르기를 잘 해야 한다. 잊지 말고, 실천하자. 나는 문장을 모으는 사람이다. 자신이 쓴 글도 남이 쓴 글도 마음에 들면 수집해둔다. 언제든 다시 꺼내보며 좋았던 기분을 떠올린다.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
어제 아침에 올린 서로이웃 관리 글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겪는 허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다들 비슷한 듯하다. 결국 진정성의 문제이다. 블로그의 운영자는 사람이고, 사람은 감정을 가진다. 사업가에 대해선 별생각이 없지만, 오로지 팔 궁리만 하며 명함과 전단지로 온몸을 두르고 내게 걸어오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의도는 친절함의 가면과 좋은 외투를 입고 있어도 속내가 빤히 보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을 틀에 짠 것처럼 반복해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했는데, 2페이지 3페이지를 넘어서까지 똑같은 글만 나왔다. 생김새는 달라도 내용은 모두 같았다. 내가 필요한 정보를 말하기 직전에 글을 마무리한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그들은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피상적인 정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만 공들여 설명하며 실질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 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지 궁금했다. 다수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이미 쓰인 글들을 대여섯 개 띄워놓고 짜깁기를 했을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게시물들이었다. 사실 내가 이런 얘기를 진지하게 떠들 필요는 없었다. 그럴 의도도 없었다. 다만 이른 아침은 어두운 새벽만큼 솔직해지기 ...
어제 오후 블로그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며칠 전 올렸던 상지사 노트 리뷰 클립이 메인에 오른 모양이었다. 클립은 경로를 추적하기가 어렵다. 클립 메인화면을 눌렀을 때 중간쯤에 버젓이 떠 있는 자신의 영상을 발견하는 어제 같은 일은 꽤 운이 좋은 경우이다. 대체로 블로그나 모바일 메인으로 유입되었다는 정보만 주고, 그 위치가 어디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 아래로 뉴스 홈이나 연예, 스포츠 판 등 생각지도 못한 유입처가 동동 떠 있어, 어딘지는 몰라도 오만 곳에서 사람들이 보고 오는 모양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게 다다. 그럼에도 이는 마냥 반가운 소식이다. 일시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조회수를 폭발시킨다. 핫토픽 노출과는 반응이 다르다. 핫토픽은 길면 3-4일에 걸쳐 많은 방문자가 유입된다. 클립 메인 노출은 서너 시간 만에 크게 치고 빠지는 느낌이 강하다. 어느 쪽이든 블로그에는 반가운 소식이므로 꾸준히 참여해 주는 게 좋다. 특히 클립은 여전히 네이버가 밀어주고 있는 사업이므로 귀찮아도 이런저런 영상을 올려보는 게 좋다. 맛집 리뷰가 포화상태라곤 하지만 메인 노출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장소 스티커를 붙인 후기 영상을 네이버는 여전히 좋아한다. 일시적으로라도 조회수가 크게 오르면 블로그에도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 공감 하트 세례와 더불어 서로이웃 신청도 그중 하나이다. 자신의 글이 상위 노출되었거나 좋은 위치를 차지...
내 노션에는 "from.."이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있다. 타인에게 들은 말이나 댓글을 수집하는 공간이다. 오래전 망한 웹소설 작가 생활을 하던 때부터 나에겐 은밀한 취미가 있었다. 나를 응원해 주는 댓글을 캡처해서 수시로 열어보는 일이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두고 모니터 옆에 세워둔 채 글을 쓴 적도 있다. 글이 막힐 때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갈 때마다 수시로 꺼내서 읽곤 했다. 댓글은 무서워서 확인하지 않는 주의였는데, 당시 내 소설을 읽던 독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고 자비로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댓글창을 기웃거리게 됐다. 그들의 댓글은 이미 포기한 소설도 멱살을 잡아 마감까지 끌고 가게 하는 특별한 힘이 되어주었다. 캡처한 글을 오래 보관하지는 못했다. 어쩐지 기분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여러 번 고민한 뒤에 노션에 저장한다. 그전에 이미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노필터(주간일기)에 올려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from.." 페이지가 존재하는 것은 내가 이곳에 감동받은 말뿐 아니라 질문도 수집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페이지는 질문 수집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운영하고 있는 SNS는 물론이고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질문하는 내용을 날짜/내용/관련 키워드/질문자/나의 답변 의 형식으로 간단하게 기록해왔다. 결과는 꽤 흥미로웠...
상지사 조선의 노트에 필사한 해리포터 원서 매일 아침 몰스킨에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느낀 생각 중 하나는 "아깝다!"였다.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무 말들을 토해내듯 받아 적기에 이 제품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막말로 낭비였다. 노트를 고를 당시는 모닝페이지에 대한 열의가 극에 달하던 때라 가장 아끼던 노트를 선택했었다. 무려 네 번째 모닝페이지를 시작하는 건데 응당 이 정도는 투자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네 권째 모닝페이지를 다 써갈 무렵에는 생각이 바뀌어 있었다. 고가의 노트로 실천 의지를 피력하지 않아도 나는 이 일을 응당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모닝페이지는 내 일과가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문제는 실용성이었다. 나는 이 일을 오래오래 할 것이기에 장비 교체에 부담이 없어야 했다. 몰스킨도 로이텀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트였지만, 모닝페이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얼마 전에 다 쓴 나의 네 번째 모닝페이지 노트. 친구에게 선물 받은 몰스킨 라지 사이즈를 사용했다. 마침 스레드에서 새로 사귄 친구가 "조선의 노트"를 써보라는 제안을 해주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어서 관심이 생겼다. 만년필에 입문하면서 시중에 파는 종이란 종이는 거의 다 구매해서 써본 터라 내가 모르는 종이가 있다는 데 순수한 반가움을 느꼈다. 게다가 친구는 딥펜용으로 추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만년필도 너...
블로그에 글을 쓰겠다고 글쓰기 창을 켜면서도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매일 아침 내가 겪는 일이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매일 아침 일기를 써왔는지 스스로도 경이로울 정도다. "오늘은 정말 망했는데?" 하고 심각하게 액정 화면을 노려본다. 그러다가 불쑥 아무 문장이나 꾸역꾸역 써본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타이머를 켠다. 애플워치로도 조작할 수 있는 Atracker 앱은 거의 체내에 장착된 기기처럼 작동한다. 어떤 작업을 하기 전에 앱의 시작 버튼을 누르는 행동이 평생 지속해온 버릇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솔직히 나는 이것 때문에 타임라인 다이어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앱 내에 자동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매주 위클리 타임라인을 그려가며 불렛저널을 쓰는 것은 순전한 자기만족이자 일종의 놀이이다. 새로운 위클리 형식을 찾지 못하고 미루기만 하는 게으름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무튼, 시간이 측정되고 있기에 무엇이든 쓰게 된다. 아침 일기 말미에 이 글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늘 기록한다. 글쓰기가 달리기 시합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작은 숫자를 기록하고 싶다. 글의 질이나 양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낭비한 시간이 많았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때문에 일단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 문장 저 문장을 써봤다가 지웠다가 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자신을 아침형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괴롭고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람의 첫 음만 듣고도 눈을 번쩍 뜨는 사람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몸을 일으키지 못해서 등교하지 못한 날이 여러 번이었다.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도록 생겨먹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잠을 못 자면 죽는다는 말을 신조처럼 입에 달고 살던 때였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밥은 굶을 수 있어도 잠을 미룰 수는 없었다. 불면이 일상인 터라 날이 밝아올 즘에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어렵게 잠든 기회를 놓치고 싶어서 한 번 잠이 들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잤다. 그렇게 자야 8시간에서 10시간이었다. 2박 3일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만 자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대체로 우울 주기가 겹칠 때였다. 잠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것처럼 굴었다. 지금도 그런 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밥보다는 잠. 선호하는 바가 늘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야행성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밤에 별의별 일을 다 하면서도 그랬다. 밤새 채팅을 하고 놀다가 뜬눈으로 등교한 적이 있었다. 미드와 영화에 꽂혀서 밤낮없이 며칠을 보내기도 했었다. 술을 마시러 나가면 2차 3차가 기본이어서 첫 차가 돌아다닐 무렵에야 비틀비틀 집으로 향했다. 피씨방에서 날을 새운 적이 수두룩했다. mt를 가면 아침까지 술을 마시다가 해장라면까지 끓...
과일은 귀하다. 언제부터인지 마트에서 파는 과일이 사치품처럼 느껴졌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과일도 많이 먹어줘야 하는데 도저히 손이 가질 않아… 이건 못 사, 못 사는 거야 하고 돌아설 때가 태반이다. 그러니까 과일 하나를 통째로 혼자서 먹을 수 있는 건 너무나도 귀한 일. 달고 맛있었다. 새벽에 일어났더니 배가 고파서 만든 토스트. 눈이 번쩍 뜨이는 초 자극적인 맛이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왼)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 (가운데, 우) 백사자 가문의 파랑새 마님 요즘 나의 기분은 동물 친구들이 달래줌. 심지어 뱀도 귀여워 보이는 효과 (특 : 지렁이송충이뱀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체질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100원짜리 유료 응원을 날린다. 신기하고 이상함. (여러분 감사합니다♡ 수요일을 피해서 울리는 수요알리미들 운 좋게 발견한 텅 빈 버섯을 보고 황급히 확성기를 울리니 친구들이 순서대로 착착착 입장했다. 이렇게나 열심히 피크민을 하고 있다니. 부지런히 걷고 건강합시다! 위클리 다이어리 사고 싶어 병이 돋길래 작년에 제대로 못 쓴 호보니치 윅스를 꺼내왔다. 이러면 할 말이 없지… 꿍얼꿍얼거리며 날짜 고치고 대공사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써보겠다고 중간중간 계속 채웠던 터라 지우고 가려야 할 것도 짱 많음… 하지만 쓰기로 결심한 이상 고쳐야 할 것이다. 날짜 지난 로이텀 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