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키워드 182
2022.11.12참여 콘텐츠 1
6
구의 증명, 최진영 : 평생 최진영을 읽겠다고 다짐하게 된 책

구의 증명│최진영 소설│은행나무 구의 증명은 내가 두 번째로 읽은 최진영의 작품이자, 평생 그이의 글을 읽겠다고 다짐하게 된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안에 있는 많은 문장을 나의 일기처럼, 사느라고 느껴야 했던 분함과 막막함과 사랑을 내 나이만큼 삭이다가 겨우 토해 낸 나의 속마음처럼 가여워하고 때론 진저리도 치면서 내 삶에 꾹꾹 새겨두었다. 죽은 연인을 먹는다는 설정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건 그저 하나의 은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읽던 그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건 틀렸고, 이건 은유 같은 게 아니야 라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도 마찬가지의 결론이 난다. 이건 은유 같은 게 아니다. 구가 “부모가 물려준 세계”에 산 채로 잡아먹히는 모습과 담이 죽은 구의 몸을 먹는 장면이 묘하게 겹쳐지는 듯하지만 둘의 얼굴은 정확히 반대를 향해 있다. 담이 구를 먹는 이유는 구가 살아야 했던 세계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당신들이 어떤 비극을 낳았는지를. 구의 부모에게 한정된 말이 아니다. 그를 위해 담은 최후의 인류가 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간이란 생명체가 우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아주 오래 살아남”겠다고. “천 년 후 사람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리라 믿고 싶다”는 말은 내뱉자마자 부정하게 되니까. 미래에 대한 기대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마다 살얼음 같은 질문이 발밑으로 퍼진다. “무엇이 구를 죽였는가.” “나는 사람...

2021.01.19
2024.12.03참여 콘텐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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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텀 불렛저널 12월 컬렉션 셋업 양식 근데 11월 다이어리 기록을 곁들인

어느 사이 12월이 왔다. 한 해가 다 어디로 갔는지 괜스레 허탈한 기분이 든다. 두툼해진 다이어리만이 시간의 흔적처럼 남아있다. 불렛저널을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 차. 밀리는 날이 생기는 건 여전하지만 허비한 페이지는 별로 없다. 형식이 있는 다이어리에서 형식이 없는 다이어리로 넘어오며 가장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한 권의 노트를 제법 잘 채워가고 있다는 만족감. 오늘은 163페이지를 쓸 차례다. 이 정도의 성취감으로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한다. 불렛저널을 쓰면 좋은 점. 12월 불렛저널 셋업 12월 메인 페이지와 인덱스 역시나 별거 없는 메인이다. 형광펜으로 큼직하게 12월만 쓰니까 뭔가 아쉬워서 펜으로 테두리를 그리고 버릇처럼 마스킹테이프를 붙인다. 그 아래쪽에는 목차처럼 한 달의 하이라이트를 적는데, 이번엔 그 영역에 메모지를 오려서 붙여보았다. 이 메모지는 스티커를 사고 덤으로 받은 것인데 이제 겨우 세 장이 남았다. 여기저기 부지런히 쓰다 보면 결국 다 쓰게 되어있다. 늘 이런 마음으로 떡메와 스티커를 열심히 소진한다. 쟁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므로. 다이소에서 산 인덱스 스티커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월별 구분이 필요해서 인덱스 스티커를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인덱스 스티커를 써본 적도 거의 없어서 잘 쓸지도 의문이었는데, 마침 다이소에서 인덱스가 포함된...

2024.12.03
불렛저널 12월 셋업💫 남은 한달도 열심히😌 #불렛저널 #다이어리 #로이텀불렛저널 #하이라이트챌린지

2024.12.02클립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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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렛저널 초심자의 다이어리 꾸미기 모음

꼬질꼬질해진 나의 첫 불렛저널 : 로이텀 그리드 블랙 불렛저널을 시작한 지도 오늘로 딱 3개월이 되었다. 그간 불렛저널에 익숙해졌냐 하면 절반쯤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최초의 컬렉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하는 창의력 없고, 게으른 기록가이지만 그럼에도 위클리 다이어리 그리기를 3분 안에 끊을 정도로 익숙해지긴 했으니, 발전이 있기는 있는 셈이다. 어느 사이 다이어리는 절반을 넘어섰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부풀어 온 로이텀은 나의 은밀한 기쁨이 되었다. 기록하지 않을 때에도 버릇처럼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린다. 우글우글해진 종이가 주는 뿌듯함을 아는 사람들은 나의 기쁨을 이해할 것이다. 손때 묻은 종이 만지고 혼자 실실 웃기. 다소 변태 같아 보인다는 흠이 있긴 하지만, 나는 진실로 즐겁다. 다이어리 자랑을 하는 김에 다꾸한 페이지들을 모아봤다. 최대한 간결하게 기록하기를 실천하고 있으므로 여백이 늘 생긴다. 특히 데일리 페이지가 그러한데, 그때마다 조금씩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학창 시절 내내 미술 과목 낙제점을 받았던 학생이지만, 그림 못 그리고 패션 센스가 꽝이어도 다꾸는 다를 수 있었다. 이 기록이 나처럼 꾸미기는 젬병이라는 말고 달았던 사람들에게 희망에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의 꾸미기 비법은 [좋아하는 스티커 쓰기] [내가 보기에 편안한 구도로 붙이기] 밖에 없다. 좋아하는 스티커는 최대한 빨리 쓰려는 편이고, 노트가...

2024.11.15
12
9월 불렛저널 보며 자극받기

꽉 채워진 노트를 보면 자극을 받는다. 요즘 불렛저널 기록이 전만큼 성실하지 않기에 지난달 기록을 보며 반성하고, 새롭게 의지를 다져보기로 했다. 이전에 쓰던 호보니치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가 먼슬리 기록이다. 호보니치에는 먼슬리 한 칸마다 기록을 남겼는데, 불렛저널을 쓰고부터는 꼭 필요한 이벤트만 기록하고 있다. 비우는 날짜가 많음에도 한 달을 다 쓰고 나면 가득 찬 듯 보인다. 역시 스티커 효과 👍🏻 불렛저널을 쓰기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한줄일기. 30일을 다 채우고 보니까 역시 뿌듯하다. 솔직히 한 줄 일기를 자주 보진 않는다. 큰맘 먹고 봐야 전부 읽어본다. 일간 회고에서 비슷한 내용을 쓰기 때문에 수시로 읽기에는 중복된 내용이 많아서 재미가 없다. 좀 더 묵혀두었다가 보는 편이 좋을 듯. 무드 트래커가 오히려 더 재미있다. 예상대로 기복이 심한 편이긴 한데 좋은 상태에서 유지되는 기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신기했다. 한줄일기 컬렉션과 달리 문장 수집은 제때 채우지 못한 날이 많았다. 하루 동안 가장 와닿았던 한 문장을 적기로 한 건데, 아직 습관화가 안 되어서 그런지 오늘 뭐 쓰지? 하며 넘기기 일쑤였다. 독서시간이 줄어드니까 확실히 문장 줍는 일도 줄어든다. 독서 시간부터 늘려야겠다는 결론. 9월의 잠자기는 들쑥날쑥했다. 취침 시간은 두 가지로 기록한다. 내가 수동(atracker 앱으로) 기록한 것과 애플...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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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주차 다이어리 기록들 [불렛저널, 호보니치, 독서노트]

토마토로 시작했던 9월. 그래도 어찌저지 잘 헤쳐 나와서 9월의 절반을 왔다. 로이텀 불렛저널 위클리 페이지 훌륭한 나의 위클리 독서량 늘어난 게 한눈에 보이고 일별 회고, 주간 회고 모두 꼼꼼하게 했다. 일별 메인 과제들이(날짜 바로 아래 세 칸)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아쉽긴 한데 주간 목표를 거의 달성했기에 크게 아쉽진 않았다. 문제는 2주 차… 조약돌 마테를 굴러다니라고 사 온 건 아닐 텐데 굴러다닌 시간마다 조약돌 마테 붙였더니 조약돌 마테 다이어리가 됨(=나는 돌이었다) 아직 회고 전이라 1주 차에 비해 휑하다 로이텀 불렛저널 데일리 페이지 Previous image Next image 토마토에서 벼락치기에서 브릿G 반응 넘 좋아 로 이어지는 2주였던가. 데일리 페이지는 역시 이런저런 꾸미기가 마음에 든다. 꾸밀 때도 즐겁고, 나중에 볼 때도 그 부분부터 눈에 들어온다. 글자를 읽지 않아도 어떤 큰 사건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불렛저널에 독서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노트 한 권으로 어디까지 기록할 수 있나 확인해 보는 첫 실험. 병렬 독서가라 책 전체를 기록하진 못하고 깊이 연구하며 읽은 책 기록만 조금씩 남겨보고 있다. 요즘 깊게 읽는 책은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1장을 20-30분 정도 읽고 40분 동안 필사하고 내용 정리&감상 기록한다. 불렛저널에 독서기록을 하니까 필사할 문장도 5개 이내로 고르게 되고, ...

2024.09.15
2021.01.26참여 콘텐츠 1
최은영 단편소설 「쇼코의 미소」를 읽고 : 눈에 보이는 가까움 뒤에 우주만큼 먼 거리감에 대해

쇼코의 미소│최은영 소설집│문학동네│한정판 양장 리커버 요즘은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가까움 뒤에 우주만큼 먼 거리감 같은 것들에 대해. 가족이든 가족 같은 사이이든 그 사이에서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내가 상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며 그만큼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일 텐데, 신기하게도 근래 읽은 책들이 모두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도 그중 하나다. 「쇼코의 미소」는 주인공 ‘소유’가 ‘쇼코’를 만나 일상적으로 눈을 마주치면서도 보지 못했던 관계의 그 무언가를 비로소 보게 된다는 이야기다. 쇼코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는 동시에 부러움이나 미움 같은 감정도 함께 느끼는 소유의 태도가 인상 깊었는데, 정도가 좀 지나친 구석이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그게 타인을 대하는 보통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인상 때문인지 나는 이 이야기에서 ‘좋으나 싫으나 타인은 어쨌든 필요하다’는 메시지까지 읽었다. 타인의 눈에 비춰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므로. 쇼코의 눈에 비춰보지 않았다면 소유는 자신을 향했던 할아버지의 다정한 시선을 절반 밖에 알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소유와 쇼코의 관계는 이례적이면서도 흔하다.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의 문화 교류’라는 이색적인 계기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준비하는 그 일련의 과정...

2021.01.26
2022.11.10참여 콘텐츠 1
6
도둑맞은 가난, 박완서 단편소설 : 기어이 나를 죽인 것

아침식사를 하는 연인이 찌개 속의 멸치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 멸치 눈깔이 징그럽다며 대가리를 좀 따고 넣는 게 어떠냐고 투덜거리는 남자 앞에서 여자는 여봐란듯이 멸치의 대가리를 입에 넣고 자근자근 씹는다. “파리똥만한 눈깔 따위에 다 신경을 쓰는(383쪽)” 남자의 태도는 여자를 아니꼽게도, 불안하게도 만드는 일이지만 결국 그들은 낄낄거리며 식사를 마친다. 그러면서 여자는 둘이서 같이 사는 게 좋지 않냐고 묻는다. 여자는 답이 듣고 싶다. 같이 살자는 말은 제가 먼저 했어도 좋아하는 말은 그에게 먼저 듣고 싶다. 산동네 사글셋방에서 연탄 한 장을 아끼며 사는 가난한 삶이지만 그들에게 슬픔 같은 막막한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멸치의 허연 눈깔이 추한 주검의 눈동자와 겹쳐지기 전까진 그러하다. 박완서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수록, 문학동네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은 화자인 ‘나’가 상훈이라는 남자와 함께 사는 동안 일어난 일을 그린 소설이다. 가난한 형편에도 꿈과 미래를 향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던 한 여성이 그 모든 걸 놓아버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화자는 오 원짜리 풀빵을 사 먹으러 갔다가 상훈을 만난다. 서로 비슷한 처지일 거라는 전제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 처음부터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지만, 화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두 사람의 간극은 화자가 상훈의 면면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방식...

2022.11.10
2023.08.21참여 콘텐츠 1
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차 독서 모임 준비 중

작년 9월 25일. 신길동 진을림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듣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혼자서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던 책이었던지라 다들 반색하고 읽었었다. 하지만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문제 같은 것이 계속 남아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불만족에서 기인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다들 흔쾌히 동의했다. 기왕 다시 읽는 거 제대로 읽어보자 싶어서 각자 한 명씩 캐릭터를 맡기로 했다. 캐릭터는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 자신이 언급하지 않았던,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별 관심이 없던 인물만 고른 듯이 뽑았다. 물론 토마시는 예외였다. 그는 관심의 꽃이었다. 누가 과연 그 작자가 되어 이 책을 이해할 것인가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토마시에게 궁금한 게(도대체가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똥손이 그 타이밍에 기똥차게 재주를 발휘해서 그를 골라냈다. 2차 모임에서 준비할 것이 아주, 아-아주 많을 거라는 계시였다. 오늘부터 참존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2023.08.21
2023.05.26참여 콘텐츠 3
5월 독서모임 현장스케치 #꽃섶 #독서모임 #나는소망한다내게금지된것을 #하이라이트챌린지 #독서기록 #독후활동 #일상기록 #친구 #데이트 #브이로그

2023.05.26클립으로 제작
오후의 책 읽기 : 독서모임 도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책읽기 #하이라이트챌린지 #일상기록 #나는소망한다내게금지된것을 #소설추천 #책추천 #독서 #독서기록 #양귀자 #한국소설

2023.05.16클립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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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섶 5월 독서모임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장편소설

5월은 독서모임이 두 번 있는 달이었다. 번외 모임 3일 뒤에 정규 모임이 있었다. 3일 만에 다시 보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호들갑스럽게 서로를 반가워하는 우리가 신기하고 좋았다. 쨍한 파란 옷이 우리의 기분을 더욱 고취시켰던 건지도 몰랐다. 모임 도서가 선정되면 뭘 입고 갈지부터 고민하는 우리는 표지룩에 진심을 다했다. 이번처럼 단일한 원색일 경우 우리의 진심은 강렬하게 티가 났다. 표지가 색이 여러 개일 때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때와는 또 다른 열정이 발현되었다. 비 소식이 무색하게 맑던 날이었다. 쨍한 햇빛 아래 쨍한 파랑의 인간들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걸 휴대폰 카메라로 담으며 나는 연신 큭큭거렸다. 이토록 무구한 광기라니. 마냥 좋았다. 5월 독서모임 도서는 양귀자 작가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었다. 달님이 선정한 책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모순』을 읽고 달님이 얼마나 좋아했던지를 익히 들었던데다 영업까지 당한 터라 이 책의 등장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읽게 될 책을 앞당겨서 마주한 기분이라고 할까. 귀동냥으로 배운 작가의 이력 중 가장 도발적이어서 마음에 박혔던 제목의 책을 드디어 읽게 된다는 데 개인적인 흥분이 일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제목만큼 강렬하고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이었다.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강민주라는 ...

2023.05.26
2023.01.23참여 콘텐츠 1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장편소설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장편소설 페니는 단골 카페의 2층 창가 자리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꿈만 같은 ‘꿈 백화점’의 서류 심사를 통과했으니 면접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도시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달러구트 가문’의 사람과 일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라, 몸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고 느낄 만큼.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장면은 페니의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 때문에 달라진다. 그는 침실용 가운을 입고 수면 양말을 신었다. 그만이 아니라 가게에는 잠옷 차림의 손님이 꽤 있다. 100벌이 넘는 수면용 가운을 짊어진 녹틸루카가 털이 북슬북슬한 앞발을 내밀며 등장할 때가 정점이다. 잠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세계의 문이 어느 사이에 열렸던지,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가 활짝 펼쳐져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먹어본 적도 없는 ‘진정 시럽이 두 스푼 들어간 커피’가 당긴다고 입맛을 다시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제목 그대로 꿈과 꿈을 파는 백화점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발달해온 어느 도시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를 흥미로운 상상으로 그렸다. 숙면용 사탕이라거나 심신 안정용 쿠키,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향수 등. 듣기만 해도 혹할 만한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이 소설이 독자에게 어...

2023.01.23
2024.08.23참여 콘텐츠 1
5
그럼에도 인간을 : 저주토끼, 정보라 SF 호러 소설집 추천

인간은 생명을 창조하지만 배설물을 창조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어느 날 변기에서 튀어나온 ‘머리’가 “어머니”하고 부른다. 충격적인 도입부로 시작하는 「머리」는 한 여성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 뒤 그 아이가 한창때의 자신만큼 자라게 될 때까지 ‘머리’와의 불쾌한 동거 생활을 그린다. 아이와 머리가 자라는 동안 모체인 ‘그녀’는 늙는다. 젊음이 그립고 애틋해 보일 시기에 접어든 여성의 쓸쓸함과 헛헛함이 고조될 때 창조물과 대체되는 결말은 모체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걸 보여준다. 엄마의 자리는 없고 아이(혹은 머리)의 존재만 남아있다는 듯이. 이러한 모체의 존재감은 「몸하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생리가 멈추지 않아서 피임약을 오래 복용했다가 임신을 하게 된 김영란은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아이 아빠가 돼줄 사람부터 찾으”라는 말을 듣는다. 아빠가 있어야지 태아가 제대로 발육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를 위해 가족들은 맞선을 주선하고 아이의 아빠를 찾는 신문 광고를 낸다. 불가능한 임신 과정과 태아 발육에 직접 관계된 산모를 차치하고 주변인도 사회도 오로지 아이의 아빠만은 요구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산모에게 묻는다. 임신이 혼자만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일이라면 모체의 고유한 영역의 일일 텐데도 불구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바는 한결같다.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

2024.08.23
2023.01.18참여 콘텐츠 1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감성 미스터리 장편소설

절망과 체념 속에서 의욕 없이 살고 있던 사쿠라 신지. 어느 날 현관문을 여니 반의 인기인인 하나무리 유키가 서 있고, 여태 말 한번 섞어본 적이 없던 그녀는 신지에게 말한다. “그럼 널 사신으로 채용할게(11쪽).” 행복이야 말로 “인류의 희망”이라느니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데, 아무래도 수상한 종교에 빠진 것 같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감성 미스터리 장편소설, 아르테 시급 300엔에 불공정한 조건은 다 갖춘 듯한, 심지어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야 한다는 슈퍼 판타지한 일을 앞에 두고 사쿠라 신지는 놀랍게도 고민한다. 아버지가 체포된 후로 아르바이트 면접마다 족족 떨어져온데다 목돈까지 필요한 그에게 일단 1200엔이란 무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첫 근무지가 전 여친인 아사쓰키의 집이라는 둥 신지는 물론이고 독자도 당황시키는 일이 연이어지지만, 사자들을 한 명씩 떠나보낼 때마다 신지의 태도도 달라진다. 체념이 일상이던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독자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설정은 어찌 보면 진부하다. 하지만 생의 의미를 아는 일은 그런 상황을 억지로 만들면서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일이겠다. 짧고 단순해서 읽기 쉬웠다. 단어나 구절 등이 여러 차례 반복될 때가 있었는데, 그건 좀 별로였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후루...

2023.01.18
2023.10.10참여 콘텐츠 12
8
건강한 정신을 위한 매일 채근담 필사 3주차

요즘 내 정신 건강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도구 중 하나는 채근담이다. 필사는 평소에도 즐겨 하던 터라 특별할 게 없었지만, 채근담을 베껴 쓰는 일은 달랐다. 낯선 한자를 그리는(쓴다고 할 수 없다) 일은 인내심을 끌어모으기 전에 분노부터 유발했다. 도중에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이 일을 해야겠다는 데 어떤 의문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자 하나를 다섯 번, 여섯 번씩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 글자를 어떻게든 쓰고 다음 글자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그게 내게 꽤 도움이 되었다. 장마다 내 생각을 짧게 적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었는데, 뭐라도 채워 놓으면 나중에 확인했을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며 놀라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조금씩 알게 되는 기분이어서 좋았다. 그 기분이 스트레스를 이겼다. 정신이 소란해질 것 같으면 채근담과 필사 노트부터 찾게 되었다. 그 일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나는 이 책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거창하게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이다. 복잡한 생각과 시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채근담 필사를 추천한다. 영어 필사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엉망인 기분일 때 외국어로 된 노래를 많이 듣기도 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문제들도 그냥 다 못 알아들어도 되는 소리가 되는 것 같다. 29장. 지나치게 ...

2023.10.10
15
매일 채근담 필사 3, 4주차

15장. 의협심과 순수한 마음을 가져라 2023. 09. 18 의협심과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친구를 사귀는 일도 나를 나답게 지켜가는 일도 더 잘해낼 수 있을 듯하다. 16장.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 힘든 것은 앞서 행한다 2023. 09. 19 덕망도 선업도 나라는 인간의 분수 안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17장. 한걸음 물러서 자기를 이롭게 하라 2023. 09. 20 물러서는 사람은 언제나 물러서기만 한다는 불편한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기억나는 양보와 너그러움이 별로 없다. 슬픈 일이다. 18장. 자만하면 무너지고 돌이키면 살아난다 2023. 09. 21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잘못은 뉘우칠 줄 알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라고 여겨지는데도 실상에선 그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다. 처음 들어본 말처럼 새겨둘 일이다. 19장. 공은 함께 나누고 허물은 떠맡아라 2023. 09. 22 아무하고도 나누고 싶지 않고 어느 것 하나도 떠맡고 싶지 않다. 요즘 나는 여유가 없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점점 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20장. 다 쓰지 않고 남겨두는 마음 2023. 09. 23 ‘사람 그릇’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소인배로 가는 길 반대편에 그 말을 두고 걸어가며… 21장. 부모 형제간에 마음의 교감을 나누라 2023. 09. 24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실망이 많아서 헤아리...

2023.10.02
9
매일 채근담 필사 2주차

8장. 아무리 바빠도 느긋해라 2023. 09. 11 느긋하고 한가로운 멋을 잊지 말자.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고르고 서두르지 말도록. 9장. 홀로 앉아 마음을 다독여라 2023. 09. 12 채근담을 필사하는 시간이 꽤 도움이 된다. 글씨를 일부러 더 천천히 쓰고 있다. 10장. 뜻대로 되지 않아도 다시 도전하라 2023. 09. 13 마음이란 역시 어렵다. 알 듯하다가도 도통 모를 것이 된다. 좀처럼 다독여지지 않는다. 불안정한 하루… 11장. 의지는 담박함에서 나온다 2023. 09. 14 인간성은 화려한 치장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고 담박한 생활 속에서 건강한 의지를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부귀영화를 쫓겠다고 비굴하고 야비해지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12장. 눈앞에 마당을 넓게 펼쳐 놓아라 2023. 09. 15 나보다 앞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경이로웠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언제나의 목표였다. 13장. 한 걸음 멈추고 양보하라 2023. 09. 16 작지만 확실한 배려와 친절들이 유독 다가오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에 인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계속 나를 돌보고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 14장. 세속적 생각과 물욕에서 벗어나라 2023. 09. 17 자신의 인간성을 바른길로 자꾸 떠밀며 인감 됨을 스스로 게을...

2023.09.19
9
매일 채근담 필사 1주차 (한 주의 생각과 다짐 들)

1장. 만고에 처량하지 말고 한때에 적막함을 택하라 💬 2023. 09. 04 물질 너머의 물질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자. 위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이완용 같은 자기 되지 않기 위함이다. 양심과 도덕과 진실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사람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2장 투박하고 우직하라 💬 2023. 09. 05 능수능란한 처세술이 삶의 내공이나 연륜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어떤 일 앞에서는 초연하고 능숙한 어른이기를 바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처세술이 언제나 나를 좋은 평판으로 이끌었던 건 아니다. 아는 만큼만 말하고, 모르는 건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내가 새삼 안심이 된다. 세상사에 때묻지 않은 나의 고유함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3장. 마음은 밝게 알리고 재능은 깊이 감춰라 💬 2023. 09. 06 누구나 알아도 되는 생각을 품고 싶다. 공자처럼 “파란 하늘과 밝은 태양 같”이 되기는 어렵다고 해도 음험하지 않아, 정정당당하게 내 생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4장. 권세를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이 않아야 깨끗하다. 💬 2023. 09. 07 혼탁한 사람들은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데 놀랍도록 발전하는 듯하다. 5장. 귀에 거슬리는 말과 마음을 거스르는 말 💬 2023. 09. 08 귀가 따갑고 속 끓는 일이 생길 때 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

2023.09.11
2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책을 찾다가 철학책 입문, 채근담 필사 시작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책이 있는 반면 때가 되어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책도 있는 것 같다. 요 근래 나는 마음도 정신도 위태로웠다. 그러면서도 그런 내색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마주해있었다. 말 한마디의 힘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말마디마다 신중을 기했다. 억지로라도 텐션을 끌어올렸다. 밝고 명랑하게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었으니 머리 굴리지 않고 했다. 일단 했다. 내가 하니 모두가 따라 했다. 다정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울타리처럼 우리들을 에워쌌다. 다행이라고 여기며, 이 상태를 오래 이어갈 방법을 찾았다. 우리가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우리의 울타리도 강해질 것이고, 우리 안으로 들어오려는 병마도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나는 더 강해지기로 했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좋은 감정들을 잡아먹지 않는 명료한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기로 했다. 노력해서 웃고 있는 나를 쉬게 할 공간도 필요했다. 사람이 언제까지 웃기만 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나 같이 웃지 않는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을 더욱 그랬다. 늘 그래왔듯이 책에서 답을 구하려고 했다. 처음엔 시집을 읽으려 했었다. 내가 가진 책들은 물론 도서관에 있는 시집까지 전부 다 읽어버리자고. 잘되지 않았다. 소설도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철학책을 주문한 건 순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철학 일반 ...

2023.09.05
2022.01.14참여 콘텐츠 1
2
그 환자, 재스퍼 드윗 : ‘그 환자’가 가져온 혼란

희한한 소설이었다. 어떤 소설이냐고 물으면 아무래도 “할리우드 스타일의 호러 사이코드라마”라고 대답하게 될 것 같지만, 전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장르소설 마니아들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심오한 생각에 빠져있는 걸 즐기는 독자라면 취향일 수도 있겠다.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심리 투어!”라는 홍보 문구를 보면 애초에 이쪽을 노렸던 책인가?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저격을 제대로 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환자│재스퍼 드윗│시월이일│크레마 그랑데 ■ 혼란 제1구역 : 인물들이 이상하게 거슬려 명망 있는 의대를 졸업해 혹독한 레지던트 수련까지 마친 유망한 의사 파커는 변변치 않은 지방 출신들이나 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재정도 열악한 어느 주립 정신병원에 면접을 보기로 한다. 그의 영특하고 성실한, 미모도 빼어난 데다 금수저에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아무튼 듣기만 해도 엄청 대단해 보이는 약혼녀와 가까이 머물고 싶어서다. 여기까지 내용은 화자인 파커 본인의 입에서 나온 문장들이다. 잘난 건 알겠는데 너무 조목조목 제 입으로 짚어주니 다소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내용을 구태여 다 옮겨 쓴 이유는 이 오만함이 작중의 주요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현 병원장인 로즈는 “나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였”다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전 병원장인 토머스는 “냉소적이고 ...

2021.11.01
2024.12.04참여 콘텐츠 6
[책편지#54] 검은 사슴, 한강 장편소설

제가 요즘 읽는 책은 『검은 사슴』입니다. 1995년에 발표된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에는 다소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이라고 할 수 있고, 눈치 보지 말고 말하자면 하나같이 다 별종들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별종으로 보이는 의선이 어느 날 사라지는데요. 의선의 개인 정보들이 모두 가짜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실종자의 행방이 더욱 묘연해집니다. 의선을 찾기 위해 인영과 명윤이 기차를 타고 황곡시로 떠나는 과정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알몸으로 대학로를 질주하는 소동을 벌인” 의선만큼 세상의 상식에서 부유하는 인물은 아니어도(아직까진 그렇게 보입니다) 인영과 명윤도 저마다의 존재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인영은 사진(잡지사 기자입니다)을 찍고, 명윤은 글을 씁니다. 사 년 전 글쓰기를 그만두고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된 명윤의 옆자리에서, 인영은 자신이 사진을 찍어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뷰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창조적인 쾌감으로 살던 그 시절의 기쁨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지난 7년 간 똑같아 보이는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닷가를 헤매고 다니면서 뭘 찾고 있었는지. 그 시간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왜 단 한 번도 이거다! 하는 사진은 찍지 못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밀려왔다가 밀려나가고 있었으며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거대한 움직임을 계속할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마치 접신...

2024.12.04
2
노벨문학상 한강 소설 뭐부터 읽을까? [작품 리스트]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열기가 오늘까지도 뜨겁다.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들도 보였지만, 대체로 이 놀람과 흥분감의 의미를 헤아리며 순간을 충실하게 즐기려는 분위기였다. 어쩌다가 관련 검색어에 노출되어 작가님의 수상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많은 이웃님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서로 다 같은 마음이구나 싶고, 같은 마음속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념하는 것 같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대형 서점 서버가 마비되었다는 소식도 들었고, 주문 폭주로 작가의 책이 완판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독서 생활 중에 이와 같은 축제 분위기가 또 있었을까 싶다. 진귀한 장면을 여럿 보게 되어 신기했고, 대한민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뜻깊은 일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구나 실감이 나서 또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책장에서 한강의 책들을 대거 꺼내왔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등단작을 읽기로 했다. 나중에 뉴스 기사를 읽고 나서 안 사실인데, 작가님은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을 처음 접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작품으로 가장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꼽았다고 한다. 안나 카린 팜 노벨문학상 위원은 『소년이 온다』를 가장 먼저 추천했다고. 참고하여 책을 고르면 되겠다. 아래는 내가 두고 보려고 만든 작가님의 작품 리스트이다( pc버전에 최적화되어있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블로그에 기록해...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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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이라니!

제목을 보고도 한동안 믿지 못했다. 누군가 2024년 노벨문학상에 한강이 되기를 열렬히 바라는 마음에 짤까지 만들었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진짜였다니! 너무 놀라서 모임 카톡방에 가서 아무 말이나 올려봤다. 누군가와 이 이야기를 나누어야 실감이 날 것 같았다. 소름 돋은 게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나는 등줄기에 난 땀이 식지를 않는다고 말하며 멋져! 굉장해! 최고야! 를 쉼 없이 연발하고 나서야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사는 동안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 타는 걸 볼 수 있다니. 게다가 그 작가가 스무 살 넘어 시작한 나의 뒤처진 독서 생활을 앞에서 끌어주던 작가 중 한 명이었다니. 소년이 온다 다섯 번 읽은 내가 정말 뿌듯하고, 작별 리뷰 써서 십만 원 상금 받던 시절도 떠오르고. 희랍어 시간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세 번 읽던 경험은 이해하고 싶은 건 책이건 사람이건 꾸준히 시도하는 인간으로 나를 자라게 해주었으며, 재독을 사랑하는 취향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이런 놀람. 흥분. 짜릿함. 사는 동안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애를 써서 진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흥분한 채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좀 더 오래 누리라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도, 그의 책을 읽어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만드는 사람. 작가. 너무 귀하다. 이 기분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거야. 2024 노벨...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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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섶 1월 독서모임 : 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43 추천]

1월 독서모임 : 고도를 기다리며 2024년 첫 독서모임 도서는 『고도를 기다리며』였다. 모임원 D가 선정한 책인데 ‘익히 들어봤지만 정작 읽어본 적은 없는 책’을 함께 읽어봤으면 해서 선정했다고 했다. 나 역시도 제목만 물리게 들어봤지 정확한 내용은 몰라서 기대가 됐다. 모임에서 읽는 첫 희곡이기도 해서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나누게 될지도 궁금했다. 모임은 홍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주말이었는데도 운 좋게 한적한 장소를 발견하여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5개월 만에 재개되는 모임이라 다들 들뜬 듯 보였다. 불과 몇 주 전에 만나서 같이 놀았는데도 그때와는 다른 느슨한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다. “서명도 하고, 책 사진도 찍고, 표지룩도 찍어야 해.” 전날 단톡방에서 B가 복기해주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그걸 까먹었겠어요? 속으로 웃었지만, 새삼 점검해 볼 만큼, 점검하며 빠뜨리는 일 없이 제대로 하고 싶은 만큼 다시 시작되는 모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취향에 맞는 음료를 주문한 뒤 본격적인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이다. 사뮈엘 베케트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로 1969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20세기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한 정보만으로도 관심을 갖기엔 충분했다. 다만 작품명만큼 난해...

2024.01.24
[꽃섶] 1월 독서모임📚#고도를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독서모임 #독후활동 #하이라이트챌린지

2024.01.23클립으로 제작
2023.04.13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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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진짜였다, 카카오페이지 로판 웹툰 추천 리뷰 [줄거리/감상평]

사실은 내가 진짜였다, 유운 그림, 삼월 원작 로맨스 판타지, 카카오 페이지, 토 연재(~95화까지 읽은 후 작성) 다시 주어진 삶 속에서 나를 위한 삶 살기 아버지와 딸의 길고 긴 화해의 여정 파르비스가의 차기 가주이자 신탁에 따른 제국의 유일한 정령사로 태어난 키이라는 오로지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만을 갈구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아버지 루드비히는 가족보다 가문의 의무를 생각하는 자였고, 단 한 번도 딸을 안아준 적이 없었다. 자신이 진짜 딸이라며 코제트가 나타났을 때도 그에게는 누가 자신의 친딸이냐가 중요할 뿐 키이라가 느꼈을 감정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단 하나뿐이라던 정령사의 힘이 코제트에게 발현되고, 키이라는 가짜 딸로 낙인찍혀 제국을 기만한 죄로 처형당한다. 사형을 당하기 직전 날에야 키이라는 자신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채로 코제트가 나타나기 두 달 전의 삶으로 돌아온다. 다시 살 기회를 얻게 된 키이라는 이번만큼은 자신을 위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가능성 없는 애정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사람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쏟겠다고. 친구 하나가 없던 파르비스의 장녀는 그렇게 조금씩 달라져간다. 아버지를 외면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키이라의 세계는 넓어진다. 《사실은 내가 진짜였다》는 아버지의 애정을 얻기 위해 일평생을 고군분투했던 딸의 설움과 외로움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며 포문을 여...

2023.04.12
2023.10.02참여 콘텐츠 4
15
매일 채근담 필사 3, 4주차

15장. 의협심과 순수한 마음을 가져라 2023. 09. 18 의협심과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친구를 사귀는 일도 나를 나답게 지켜가는 일도 더 잘해낼 수 있을 듯하다. 16장.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 힘든 것은 앞서 행한다 2023. 09. 19 덕망도 선업도 나라는 인간의 분수 안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17장. 한걸음 물러서 자기를 이롭게 하라 2023. 09. 20 물러서는 사람은 언제나 물러서기만 한다는 불편한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기억나는 양보와 너그러움이 별로 없다. 슬픈 일이다. 18장. 자만하면 무너지고 돌이키면 살아난다 2023. 09. 21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잘못은 뉘우칠 줄 알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라고 여겨지는데도 실상에선 그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다. 처음 들어본 말처럼 새겨둘 일이다. 19장. 공은 함께 나누고 허물은 떠맡아라 2023. 09. 22 아무하고도 나누고 싶지 않고 어느 것 하나도 떠맡고 싶지 않다. 요즘 나는 여유가 없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점점 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20장. 다 쓰지 않고 남겨두는 마음 2023. 09. 23 ‘사람 그릇’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소인배로 가는 길 반대편에 그 말을 두고 걸어가며… 21장. 부모 형제간에 마음의 교감을 나누라 2023. 09. 24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실망이 많아서 헤아리...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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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채근담 필사 2주차

8장. 아무리 바빠도 느긋해라 2023. 09. 11 느긋하고 한가로운 멋을 잊지 말자.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고르고 서두르지 말도록. 9장. 홀로 앉아 마음을 다독여라 2023. 09. 12 채근담을 필사하는 시간이 꽤 도움이 된다. 글씨를 일부러 더 천천히 쓰고 있다. 10장. 뜻대로 되지 않아도 다시 도전하라 2023. 09. 13 마음이란 역시 어렵다. 알 듯하다가도 도통 모를 것이 된다. 좀처럼 다독여지지 않는다. 불안정한 하루… 11장. 의지는 담박함에서 나온다 2023. 09. 14 인간성은 화려한 치장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고 담박한 생활 속에서 건강한 의지를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부귀영화를 쫓겠다고 비굴하고 야비해지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12장. 눈앞에 마당을 넓게 펼쳐 놓아라 2023. 09. 15 나보다 앞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경이로웠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언제나의 목표였다. 13장. 한 걸음 멈추고 양보하라 2023. 09. 16 작지만 확실한 배려와 친절들이 유독 다가오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에 인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계속 나를 돌보고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 14장. 세속적 생각과 물욕에서 벗어나라 2023. 09. 17 자신의 인간성을 바른길로 자꾸 떠밀며 인감 됨을 스스로 게을...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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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채근담 필사 1주차 (한 주의 생각과 다짐 들)

1장. 만고에 처량하지 말고 한때에 적막함을 택하라 💬 2023. 09. 04 물질 너머의 물질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자. 위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이완용 같은 자기 되지 않기 위함이다. 양심과 도덕과 진실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사람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2장 투박하고 우직하라 💬 2023. 09. 05 능수능란한 처세술이 삶의 내공이나 연륜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어떤 일 앞에서는 초연하고 능숙한 어른이기를 바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처세술이 언제나 나를 좋은 평판으로 이끌었던 건 아니다. 아는 만큼만 말하고, 모르는 건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내가 새삼 안심이 된다. 세상사에 때묻지 않은 나의 고유함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3장. 마음은 밝게 알리고 재능은 깊이 감춰라 💬 2023. 09. 06 누구나 알아도 되는 생각을 품고 싶다. 공자처럼 “파란 하늘과 밝은 태양 같”이 되기는 어렵다고 해도 음험하지 않아, 정정당당하게 내 생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4장. 권세를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이 않아야 깨끗하다. 💬 2023. 09. 07 혼탁한 사람들은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데 놀랍도록 발전하는 듯하다. 5장. 귀에 거슬리는 말과 마음을 거스르는 말 💬 2023. 09. 08 귀가 따갑고 속 끓는 일이 생길 때 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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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책을 찾다가 철학책 입문, 채근담 필사 시작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책이 있는 반면 때가 되어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책도 있는 것 같다. 요 근래 나는 마음도 정신도 위태로웠다. 그러면서도 그런 내색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마주해있었다. 말 한마디의 힘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말마디마다 신중을 기했다. 억지로라도 텐션을 끌어올렸다. 밝고 명랑하게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었으니 머리 굴리지 않고 했다. 일단 했다. 내가 하니 모두가 따라 했다. 다정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울타리처럼 우리들을 에워쌌다. 다행이라고 여기며, 이 상태를 오래 이어갈 방법을 찾았다. 우리가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우리의 울타리도 강해질 것이고, 우리 안으로 들어오려는 병마도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나는 더 강해지기로 했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좋은 감정들을 잡아먹지 않는 명료한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기로 했다. 노력해서 웃고 있는 나를 쉬게 할 공간도 필요했다. 사람이 언제까지 웃기만 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나 같이 웃지 않는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을 더욱 그랬다. 늘 그래왔듯이 책에서 답을 구하려고 했다. 처음엔 시집을 읽으려 했었다. 내가 가진 책들은 물론 도서관에 있는 시집까지 전부 다 읽어버리자고. 잘되지 않았다. 소설도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철학책을 주문한 건 순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철학 일반 ...

2023.09.05
2일 전참여 콘텐츠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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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쓰는 독서노트와 기록법 공유

요즘 쓰고 있는 독서노트들 12월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 독서에 다시 재미를 붙이고 있다. 집중력도 꽤 회복했고, 거의 고질병이 되어가던 책태기도 스멀스멀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모임 책이 재미있는데다 재독인 덕도 있지만, 독서노트의 존재감이 무엇보다 크다. 요즘 독서노트 쓰는 게 너무 재미있다. 늘 해오던 방식을 새로운 노트에 조금씩 변형하며 작성했을 뿐인데 새 놀이를 발견한 것처럼 신이 나고 즐겁다. 독서할 땐 만능노트 Previous image Next image 매일 같이 쓰고 있는 만능 노트 나는 손으로 쓰지 않으면 읽지 못하는 독서가였다. 책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이 고쳤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정보는 한 번씩 더 짚어줘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주인공의 이름을 바로 잊어버리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발전한 상태다. 그래도 완전히 고치지는 못해서 주요 사건이나 명칭 등을 되새겨줘야 한다. 독서를 할 때 노트와 펜, 플래그를 책과 세트로 챙기는 이유다. 이때 사용하는 노트의 목적은 단순한 메모여서 좋은 노트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굴러다니거나 안 쓰는 노트 중에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고르면 되겠다. 나는 주로 a5 사이즈 정도의 넉넉한 크기의 노트를 쓰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없고, 글씨를 쓸 때 노트 끝에 손날이 걸리는 게 싫다. 그 정도의 불편...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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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주차 다이어리 기록들 [불렛저널, 호보니치, 독서노트]

토마토로 시작했던 9월. 그래도 어찌저지 잘 헤쳐 나와서 9월의 절반을 왔다. 로이텀 불렛저널 위클리 페이지 훌륭한 나의 위클리 독서량 늘어난 게 한눈에 보이고 일별 회고, 주간 회고 모두 꼼꼼하게 했다. 일별 메인 과제들이(날짜 바로 아래 세 칸)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아쉽긴 한데 주간 목표를 거의 달성했기에 크게 아쉽진 않았다. 문제는 2주 차… 조약돌 마테를 굴러다니라고 사 온 건 아닐 텐데 굴러다닌 시간마다 조약돌 마테 붙였더니 조약돌 마테 다이어리가 됨(=나는 돌이었다) 아직 회고 전이라 1주 차에 비해 휑하다 로이텀 불렛저널 데일리 페이지 Previous image Next image 토마토에서 벼락치기에서 브릿G 반응 넘 좋아 로 이어지는 2주였던가. 데일리 페이지는 역시 이런저런 꾸미기가 마음에 든다. 꾸밀 때도 즐겁고, 나중에 볼 때도 그 부분부터 눈에 들어온다. 글자를 읽지 않아도 어떤 큰 사건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불렛저널에 독서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노트 한 권으로 어디까지 기록할 수 있나 확인해 보는 첫 실험. 병렬 독서가라 책 전체를 기록하진 못하고 깊이 연구하며 읽은 책 기록만 조금씩 남겨보고 있다. 요즘 깊게 읽는 책은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1장을 20-30분 정도 읽고 40분 동안 필사하고 내용 정리&감상 기록한다. 불렛저널에 독서기록을 하니까 필사할 문장도 5개 이내로 고르게 되고, ...

20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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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다이어리 [호보니치/독서필사노트]

PHOTO DUMP 7월의 기록들 호보니치 커즌 먼슬리 다이어리 호보니치 커즌 다이어리 먼슬리 페이지 조금씩 채워지던 하루들이 어느 사이 꽉 찼다 크게 보면 더 귀엽고 예쁜 하루하루. 호보니치 커즌 위클리 호보니치 커즌 다이어리 위클리 페이지 7월에 가장 소홀했던 기록 거의 텅텅 비었다. 그 사이 바뀐 게 있다면 기상 시간을 타임라인에 표시하기. 일주일을 다 쓰면 저절로 그래프가 되어서 좋다. 취침시간은 두 가지로 나눠서 기록하는데 Atracker앱으로 자기 전, 기상 직후 수동으로 기록한 것과 애플워치 자동 기록. 어느 쪽도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어서 두 가지를 비교하여 수면 상태를 파악한다. 자기 계발 시간과 업무 시간도 기록하는데 각 3시간 6시간이 목표. 스톱워치로 집중 시간을 기록하므로 실제로는 더 오래 걸렸다고 봐야 한다. 8월은 더 열심히 채워보자! 호보니치 커즌 데일리 하루하루 열심히 채웠던 데일리페이지 단권화를 시도하고 있다. 열심히 분권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단권화도 돌아오게 된다. 미루는 노트들이 늘어나서 그런가? 한 페이지에 하루치의 기록을 모두 넣어보려고 했다. 일정관리도 회고도 같은 페이지에서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형식을 조금씩 바꾸게 됐다. 1. (일어나자마자) 날짜 옆 날씨 표시, 바로 아랫줄에 현 기분 상태나 각오 쓰기 2. 1의 오른편에 투두리스트 작성 아침(중요과제)/점심(업무)/저녁(자기계발) ...

2024.08.04
야외에서 독서노트 감상하기📓 채워가는 즐거움이 있다☺️ #독서노트 #독서기록 #몰스킨 #다이어리 #다꾸 #하이라이트챌린지 #독후활동 #요즘취미

2024.07.24클립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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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 필사노트 : 컴포지션 만년필 노트로 마음 챙기기

컴포지션 스튜디오에서 노트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새로 출시되는 투두리스트 메모지와 정성 어린 손편지까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들어있어서 받는 기쁨이 더욱 컸다. 편하게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후기를 남겨달라고 하셨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노트가 마음에 들어서 요즘 여기저기 소개하고 다니는 중이다. 단단한 외관으로 기록물 보관이 안전하고, 만년필에 적합하며 매력적인 디자인의 표지까지. 오래 소장할 목적으로 기록할 노트를 찾는다면 컴포지션 노트를 고려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컴포지션 노트 첫 개시하던 날 ↓↓] https://m.blog.naver.com/nanab9/clip/4857324 나의 새 필사노트는 컴퍼지션 만년필 노트☺️📓👍 #컴포지션 #컴포지션노트 #만년필노트 #만년필노트추천 #다이어리추천 #필사노트 #요즘취미 #하이라이트챌린지 #상품리뷰 #제품리뷰 : 클립 m.blog.naver.com 노트를 방으로 들이기 전에는 반드시 그 목적을 정한다. 목적 없이 구매하다가는 끝도 없이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컴포지션 노트를 받겠다고 결정할 때에도 이 노트를 어떻게 쓸지 용도를 먼저 결정해야 했다. 다이어리를 12개씩 사들이고 필사노트만 대여섯 권이 되는 인간에게 뭐가 더 남았을리 없지만, 계속 고민하던 끝에 ‘마음챙김’이라는 목적을 겨우 도출해냈다. 내 생각을 깨우고 마음가짐을 새로 다질 수 있는 글들을 읽고 기록을 ...

2024.06.26
2023.09.19참여 콘텐츠 1
독서 시간의 소중함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읽다가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한 적은 별로 없었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업무에 치여가며 사는 사람도 아니기에.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몇 가지 일들을 제외하면 시간은 충분한 편이었고, 심지어 그 몇 가지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서 독서 시간을 포함한 하루 루틴을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지 못할 경우라면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여러 일이 밀려들었거나(대체로 외부 활동이다) 글자를 읽을 만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서다. 후자가 정말 치명적인 경우라고 생각해왔는데, 가만 보면 전자한큼 곤란한 상황도 없었다. 외부적인 일이라면 내가 노력한다 한들 조정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아버지의 병원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온 후로 가족 모두 정신이 없었다. 일상이 멈췄고, 병원을 중심으로 한 하루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울고 기도하고 불안해하다 마음을 다지고 일어서기의 반복이었다. 병원에 가는 건 늘 두려웠는데, 병원에 가지 않는 시간이 초조해서 더 괴로웠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병원이 시키는 일을 하나씩 해치우고 나면, 영원히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은 탈력감과 함께 바뀌어 버린 날짜가 비로소 실감 나는 식이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는 게 무엇인지 절감하던 나날을 견딘 끝에 우리가 싸워야 할 병의 정체가 드러났다. 형체를 알고 나니 두려움이 덜...

2023.09.19
2023.11.15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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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연애소설 추천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장편소설, 난다 “2만 광년이란 엄청난 거리를, 망설임 없이 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125쪽) 한아와 경민은 11년째 연애 중이다. 여행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한아와는 달리 경민은 매번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 이번엔 엄청난 별똥별을 보겠다고 캐나다로 향했다. 그런데 그날 예상치 못한 소형 운석이 떨어지고 관측하던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난다. 다행히도 경민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한아는 그에게 위화감을 느낀다. 111번 국가정보원에 전화를 걸어 신고할 정도의 위기감이다. 한아는 3개월 동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겨우 털어놓는다. 남자친구가 이상해요. 입에서 초록색 빛이 나와요. 정세랑의 장편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은 인간과 외계인의 사랑 이야기다. 2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 살고 있던 어느 생명체가 오로지 한 인간을 만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엄청난 빚을 만들며 날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40%는 광물로 이루어진 외계인 경민이 나타날 때까지 한아는 그저 남들보다 환경을 더 생각하는, 그래서 직업도 버려질 뻔한 옷을 수선하는 의상 디자이너인 보통의 사람처럼 보였다. 자매처럼 가까운 친구가 곁에 있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는 좋을 때보다 권태로울 때가 많고, 설렘보단 체념이 익숙한 관계를 유지하는. 남다른 방향으로 인생을 걸어가는 ...

2023.11.15
2023.03.22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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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라고 불러다오 1권, 안테 로맨스 장편소설 추천

악마라도 불러다오, 안테 로맨스 장편소설, D&Cbooks, 네이버 웹소설, 2015년 출간작, 총 7권 7대 죄악의 악마들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오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식탐, 욕정으로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주린 배를 채우며. 이들의 집합소가 성형외과라는 설정은 어쩌다가 나온 걸까. 죄악의 감정들이 저절로 모여들며, 피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곳은 악마들에게 완벽한 본거지 같다. 인간의 미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걸 넘어서 기준 그 자체가 되는 외모 또한 모든 인간들이 아름답고자 찾는 곳의 선봉이 될 만하다. “어서 오세요, 스페셜 성형외과입니다.(28쪽)” 악마 의사들의 인사는 그래서 더 매혹적이고 의미심장하다.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매혹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악마들의 유혹적인 멘트는 느끼한 말투가 되어버리고 만다. 대사를 한마디씩 끊어가며 감정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이런 과한 상황에서는 느끼함도 증폭된다. 느끼함으로 받아들이느냐 설렘으로 받아들이냐의 기준은 받아들이는 쪽의 취향 따라 갈리는 부분이라 좋다 아니다를 논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웠다. 악마이기에 가능한 거라고 타협해야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책을 자주 멈추게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2015년 출간작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는데도 지금이라...

2023.03.22
2023.01.25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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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영화 원작 소설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노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굴던 습성이 그대로 자란 탓도 있겠지만, 결국 내가 도착할 미래는 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이 따라줘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특별한 불행을 겪지 않는다면 나는 노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상상하는 일이 지금의 나를 행동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나는 매일 도서관을 다니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인데 그러려면 우선 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도서관을 오갈만한 체력을 유지해야 하며 시력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시작되어 저마다의 성취감으로 나를 채워주고 있지만 결국 향하는 곳은 같은 지점이다. 나는 그곳에 서 있는 나에 대해서 오래 생각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문장을 길게 엮어서 그 속에서 두어 번 살아보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이미 노인이 되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때도 있다. 켄트 하루프 소설 『밤에 우리 영혼은』은 내가 가장 주의 깊게 들여다보곤 했으나 그다지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던 감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바로 외로움이다. 나는 내가 외로움을 타지 않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노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장담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노년의 외로움은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고 생각한...

2023.01.25
2021.12.22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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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구 에도강 강변에서 얼굴이 훼손되고 지문이 모두 지워진 변사체가 발견된다. 목에는 교살 흔적이 있고 외상은 없다. 곁에는 타이어가 모두 펑크 난 새 자전거가 뒹굴고 있고,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20리터짜리 양철통 안에서 변사체의 것으로 추정되는 의류가 불에 타다 만 채 발견되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은 도가와 신지. 전 부인인 하나오카 야스코의 거취를 캐고 다녔다는 증언이 확보된다.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옮김, 재인 『용의자 X의 헌신』은 처음부터 범인과 살해 과정을 모두 밝히며 시작하는 소설이다. ‘누가, 왜, 어떻게 죽였을지’를 추적해가는 형사(혹은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의 입장에서 읽게 되는 여느 미스터리 소설과 달리 범인의 입장과 생각에 중점을 두어 ‘그가, 왜,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를 쫓아가며 읽게 된다. 이런 소설의 위험한 점은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해의 영역을 허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 표지의 앞뒤로 강조되어 있는 유난스러운 사랑의 구절은 그래서 더 우려스럽게 다가왔었다. 살인자에게 낭만적인 서사를 주거나 변명거리를 만들어주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려했던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었고, 어떤 면에서는 “백 퍼센트의 사랑, 백 퍼센트의 헌신”, “사랑에 인생 전부를 건 한 남자의 거대한 헌신의 이야기” 같은 문장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