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증명
40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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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최진영 : 평생 최진영을 읽겠다고 다짐하게 된 책

구의 증명│최진영 소설│은행나무 구의 증명은 내가 두 번째로 읽은 최진영의 작품이자, 평생 그이의 글을 읽겠다고 다짐하게 된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안에 있는 많은 문장을 나의 일기처럼, 사느라고 느껴야 했던 분함과 막막함과 사랑을 내 나이만큼 삭이다가 겨우 토해 낸 나의 속마음처럼 가여워하고 때론 진저리도 치면서 내 삶에 꾹꾹 새겨두었다. 죽은 연인을 먹는다는 설정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건 그저 하나의 은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읽던 그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건 틀렸고, 이건 은유 같은 게 아니야 라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도 마찬가지의 결론이 난다. 이건 은유 같은 게 아니다. 구가 “부모가 물려준 세계”에 산 채로 잡아먹히는 모습과 담이 죽은 구의 몸을 먹는 장면이 묘하게 겹쳐지는 듯하지만 둘의 얼굴은 정확히 반대를 향해 있다. 담이 구를 먹는 이유는 구가 살아야 했던 세계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당신들이 어떤 비극을 낳았는지를. 구의 부모에게 한정된 말이 아니다. 그를 위해 담은 최후의 인류가 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간이란 생명체가 우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아주 오래 살아남”겠다고. “천 년 후 사람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리라 믿고 싶다”는 말은 내뱉자마자 부정하게 되니까. 미래에 대한 기대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마다 살얼음 같은 질문이 발밑으로 퍼진다. “무엇이 구를 죽였는가.” “나는 사람...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