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기좋은책
53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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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건강한 정신을 위한 매일 채근담 필사 3주차

요즘 내 정신 건강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도구 중 하나는 채근담이다. 필사는 평소에도 즐겨 하던 터라 특별할 게 없었지만, 채근담을 베껴 쓰는 일은 달랐다. 낯선 한자를 그리는(쓴다고 할 수 없다) 일은 인내심을 끌어모으기 전에 분노부터 유발했다. 도중에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이 일을 해야겠다는 데 어떤 의문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자 하나를 다섯 번, 여섯 번씩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 글자를 어떻게든 쓰고 다음 글자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그게 내게 꽤 도움이 되었다. 장마다 내 생각을 짧게 적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었는데, 뭐라도 채워 놓으면 나중에 확인했을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며 놀라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조금씩 알게 되는 기분이어서 좋았다. 그 기분이 스트레스를 이겼다. 정신이 소란해질 것 같으면 채근담과 필사 노트부터 찾게 되었다. 그 일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나는 이 책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거창하게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이다. 복잡한 생각과 시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채근담 필사를 추천한다. 영어 필사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엉망인 기분일 때 외국어로 된 노래를 많이 듣기도 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문제들도 그냥 다 못 알아들어도 되는 소리가 되는 것 같다. 29장. 지나치게 ...

2023.10.10
15
매일 채근담 필사 3, 4주차

15장. 의협심과 순수한 마음을 가져라 2023. 09. 18 의협심과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친구를 사귀는 일도 나를 나답게 지켜가는 일도 더 잘해낼 수 있을 듯하다. 16장.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 힘든 것은 앞서 행한다 2023. 09. 19 덕망도 선업도 나라는 인간의 분수 안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17장. 한걸음 물러서 자기를 이롭게 하라 2023. 09. 20 물러서는 사람은 언제나 물러서기만 한다는 불편한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기억나는 양보와 너그러움이 별로 없다. 슬픈 일이다. 18장. 자만하면 무너지고 돌이키면 살아난다 2023. 09. 21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잘못은 뉘우칠 줄 알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라고 여겨지는데도 실상에선 그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다. 처음 들어본 말처럼 새겨둘 일이다. 19장. 공은 함께 나누고 허물은 떠맡아라 2023. 09. 22 아무하고도 나누고 싶지 않고 어느 것 하나도 떠맡고 싶지 않다. 요즘 나는 여유가 없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점점 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20장. 다 쓰지 않고 남겨두는 마음 2023. 09. 23 ‘사람 그릇’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소인배로 가는 길 반대편에 그 말을 두고 걸어가며… 21장. 부모 형제간에 마음의 교감을 나누라 2023. 09. 24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실망이 많아서 헤아리...

2023.10.02
9
매일 채근담 필사 2주차

8장. 아무리 바빠도 느긋해라 2023. 09. 11 느긋하고 한가로운 멋을 잊지 말자.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고르고 서두르지 말도록. 9장. 홀로 앉아 마음을 다독여라 2023. 09. 12 채근담을 필사하는 시간이 꽤 도움이 된다. 글씨를 일부러 더 천천히 쓰고 있다. 10장. 뜻대로 되지 않아도 다시 도전하라 2023. 09. 13 마음이란 역시 어렵다. 알 듯하다가도 도통 모를 것이 된다. 좀처럼 다독여지지 않는다. 불안정한 하루… 11장. 의지는 담박함에서 나온다 2023. 09. 14 인간성은 화려한 치장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고 담박한 생활 속에서 건강한 의지를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부귀영화를 쫓겠다고 비굴하고 야비해지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12장. 눈앞에 마당을 넓게 펼쳐 놓아라 2023. 09. 15 나보다 앞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경이로웠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언제나의 목표였다. 13장. 한 걸음 멈추고 양보하라 2023. 09. 16 작지만 확실한 배려와 친절들이 유독 다가오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에 인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계속 나를 돌보고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 14장. 세속적 생각과 물욕에서 벗어나라 2023. 09. 17 자신의 인간성을 바른길로 자꾸 떠밀며 인감 됨을 스스로 게을...

2023.09.19
9
매일 채근담 필사 1주차 (한 주의 생각과 다짐 들)

1장. 만고에 처량하지 말고 한때에 적막함을 택하라 💬 2023. 09. 04 물질 너머의 물질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자. 위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이완용 같은 자기 되지 않기 위함이다. 양심과 도덕과 진실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사람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2장 투박하고 우직하라 💬 2023. 09. 05 능수능란한 처세술이 삶의 내공이나 연륜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어떤 일 앞에서는 초연하고 능숙한 어른이기를 바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처세술이 언제나 나를 좋은 평판으로 이끌었던 건 아니다. 아는 만큼만 말하고, 모르는 건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내가 새삼 안심이 된다. 세상사에 때묻지 않은 나의 고유함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3장. 마음은 밝게 알리고 재능은 깊이 감춰라 💬 2023. 09. 06 누구나 알아도 되는 생각을 품고 싶다. 공자처럼 “파란 하늘과 밝은 태양 같”이 되기는 어렵다고 해도 음험하지 않아, 정정당당하게 내 생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4장. 권세를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이 않아야 깨끗하다. 💬 2023. 09. 07 혼탁한 사람들은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데 놀랍도록 발전하는 듯하다. 5장. 귀에 거슬리는 말과 마음을 거스르는 말 💬 2023. 09. 08 귀가 따갑고 속 끓는 일이 생길 때 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

2023.09.11
2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책을 찾다가 철학책 입문, 채근담 필사 시작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책이 있는 반면 때가 되어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책도 있는 것 같다. 요 근래 나는 마음도 정신도 위태로웠다. 그러면서도 그런 내색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마주해있었다. 말 한마디의 힘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말마디마다 신중을 기했다. 억지로라도 텐션을 끌어올렸다. 밝고 명랑하게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었으니 머리 굴리지 않고 했다. 일단 했다. 내가 하니 모두가 따라 했다. 다정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울타리처럼 우리들을 에워쌌다. 다행이라고 여기며, 이 상태를 오래 이어갈 방법을 찾았다. 우리가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우리의 울타리도 강해질 것이고, 우리 안으로 들어오려는 병마도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나는 더 강해지기로 했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좋은 감정들을 잡아먹지 않는 명료한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기로 했다. 노력해서 웃고 있는 나를 쉬게 할 공간도 필요했다. 사람이 언제까지 웃기만 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나 같이 웃지 않는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을 더욱 그랬다. 늘 그래왔듯이 책에서 답을 구하려고 했다. 처음엔 시집을 읽으려 했었다. 내가 가진 책들은 물론 도서관에 있는 시집까지 전부 다 읽어버리자고. 잘되지 않았다. 소설도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철학책을 주문한 건 순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철학 일반 ...

2023.09.05
[문장수집] 북극성 같은 지향점 :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정성을 다해 사랑하거나 사람을 도와주었더니 어이없이 배신당한 경험도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쌓아가고, 그래도 계속 도와주고, 그래도 계속 선을 행하라는 그 정언명령, 내가 가진 최선, 최고의 것을 세상에 내주라는 말. 타인의 작은 실수, 타인의 배반에 크게 흔들리고 다쳐서 자신이 나빠지는 쪽을 택하는 보통의 우리에게 이 ‘그래도’의 가르침은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한결같이 크고 높은 북극성과도 같은 지향점입니다. 정은귀 산문,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21쪽 💬 선을 넘지 말라는 말에서 선을 꽤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한 사람이 어떤 선을 지정하고, 지키려 하는지가 곧 그의 인간 됨을 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울함과 평온함이 잘 구분되지 않는 성향을 가진데다 비관적 사고와 인간 불신이 디폴트로 작용하는 내가 이상주의자나 초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로 보일 때가 있는 것도 내 안의 선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하게 작용하는 두 개의 선이 나를 강제한다. 하나, 선은 악보다 강하다. 둘, 하는 대로 돌려받게 되어있다. 내 세계에서 악마는 천사를 이기지 못한다. 내가 얼마나 못 돼 처먹게 난리를 피우든 선량한 사람 앞에 나는 바로 굴복한다. (절대 선과 위장한 선이 가져오는 폭력성에 대해서는 여기선 일단 제외한다.) 착한 사람을 모욕하는 악의 소리...

2023.08.21
[문장수집] 소몰이하듯 끌고 가는 삶에 찾아온 위로, 나의 해방일지 대본집

그래도, 소몰이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가보자. 왜 살아야 하는지,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단정하게, 가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박해영, 나의 해방일지 2 사는 게 언제나 어려운 건 아니지만 매번 즐겁지도 않았다.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매 순간 그들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모순 속에서 나의 좋아함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상태의 문제가 됐다. 변덕이 심한 사람에게 기분 상태만큼 불확실한 게 있을까. 확신하지 못하니 입 밖으로 내기가 어려워졌다. 좋아함은 나날이 애매모호해져갔다. ‘구씨’나 ‘염미정’처럼 “껍데기가 없”이 투명하거나,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를 제거한 인물도 못 되는지라 좋아함이 아닐 때에도 좋아함을 말해서 좋아함의 경계가 더욱 흐려졌다. 그런데 그건 정말 잘못된 걸까. 좋아하지 않음을 포함한 좋아함이 사실은 진짜 좋아함이 아닐까. 100프로 완전한 좋아함을 나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장면 장면이 모두 각별하게 읽혔다. 상대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되는 미정의 좋아함이 얼마나 부러운지. “그냥 추앙만 하면 되”는 그 감정을 얼마나 살아보고 싶은지. 온전한 좋아함을 부정하기로 했을 때 비로소 찾게 되는 “좋기만 한 사람”. 찾아 나서고 싶은 내 사람이 보였다. 당신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돼서...

2023.08.05
2
[문장수집] 명징한 의식으로, 나의 최후를 지켜볼 수 있을 때까지 :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하지만 제밀라의 하늘에서 느리게 비행하는 커다란 새들을 바라보며 정작 내가 요구하고 얻어내는 것은 바로 이 일정량의 삶의 무게이다. 그 수동적인 열정에 전력을 다하기. 나머지는 더는 내 소관이 아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내 안에 청춘이 넘쳐난다. 알베르 카뮈 「제밀라의 바람」 중 오늘 저녁, 제밀라는 진실을 만한다. 그 진실이 얼마나 슬프고 완고하게 아름다운지! 나도 이 세계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명징한 의식을 끝까지 간직하여, 넘쳐나는 내 모든 질투와 공포와 함께 나의 최후를 지켜보고 싶다. 알베르 카뮈 「제밀라의 바람」 중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을 읽고 있다. 카뮈의 작품들을 읽어보긴 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거의 초면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곧바로 잠이 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대한 적 없던 불면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몇몇 문장들이 잠을 단숨에 밀어낼 만큼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문이 열릴락 말락 하는 걸 느낀다. 아마도 카뮈의 문일 것이다. 이제껏 몰랐던 세계를 향해 열리는. 그의 문장은 진정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삶을 열망하게 만든다. 그런 채로 잠이 들면 꿈마저 몸을 사린다. 내가 너무 뜨거워져서 이 여름의 태양이 된 것만 같다. 졸음과 각성 사이에서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카뮈를 읽어왔는지를 어렴풋하게...

2023.07.26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완독기록 #허연 #시집추천 #독서기록 #완독인증 #하이라이트챌린지

2023.06.06클립으로 제작
영어필사하며 하루 마무리하기 #영어필사 #영어필사100일의기적 #필사노트 #취미 #저녁루틴 #하이라이트챌린지 #필사하기좋은책 #좋은글

2023.06.05클립으로 제작
8
5월 독서 결산 : 이달의 도서 추천 (필사하기도 좋은 책들)

별점은 나의 흥미지수 5월은 소설책 세 권과 에세이 두 권, 시집 한 권을 읽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다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엉망인 내 집중력이 따라가질 못해서 총 여섯 권으로 한 달을 마무리했다. 독서모임 도서가 두 권이었고, 모임에서 돌려 읽는 책이 한 권이었다. 모임원과 함께 필사한 책이 또 한 권이었다. 여러모로 독서모임에 빚을 지고 있는 신세다. 꽃섶이 아니었다면 전혀 읽지 못했을 것이다. 엉망이 된 집중력은 나아지는 듯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에 한 가지 정도는 오래 붙들고 앉아있을 수 있었고, 점점 더 그 시간이 늘어나서 안도하고 있다. 그 시간에는 대부분 소설을 구상하거나 썼다. 6월에는 자기 전 100분 독서까지 거르지 않고 해내고 싶다. 쓰고, 읽고 사실 그 두 가지만 수행해도 나는 하루에 별 불만이 없다. 모쪼록 6월은 상태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5월 추천책 5월 추천책은 세 권이다. 전부 재독한 책들이고, 내가 너무 애정하는 책들이기도 하다. 『날씨와 얼굴』, 이슬아 칼럼집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과 마음들 당면한 문제에 대해 언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기후 위기와 동물권, 비건, 장애인권 등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문제들 앞에서 특히 그러하다. 내 나름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어도 아는 것이 많지 않고, 안다고 해도 확신을 가질 정도는 아니어서 결국 말을 삼키게 된다. 그럴 때는 이미 말한...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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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스스로 어른되는 힘 : 호미 통필사를 끝내며

박완서 산문집, 『호미』, 열림원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박완서, 『호미』, 작가의 말 어제부로 『호미』 통필사를 끝냈다. 매일 저녁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을 옮겨 적는 일은 내 안에 양식을 채워 넣는 일과 같았다. 자연을 들여다보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그리운 사람들과의 일화, 성장기, 식민지 시대와 6.25 전쟁을 겪으며 있었던 일까지. 선생의 생애를 관통한 사건들을 내 노트에 베껴 쓰며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이해하고, 지혜를 얻고자 노력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깊이 마음속에 새겨둔 문장은 상상력에 관한 것이다. 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 존중, 친절, 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 그리하여 좋은 상상력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한다. 박완서 산문, 「운수 안 좋은 날」 중 이 산문에서 선생은 너무도 창피해서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지하철에서 만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아이의 엄마에게 별안간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일이다. 선생님은 당대 “삼사십대의 본데없음과 상상력 결핍”을 실감하며, 부모 세대의 가르침이 부족한 거라고 덩달아 죄책감을 느끼지만 나는 그게 전...

202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