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추천
6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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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이웃집 구틈틈 씨의 매일, 구틈틈

구틈틈, <<이웃집 구틈틈 씨의 매일>>, 청림Life, 2024년 11월 마음이 막, 몽글몽글해져요. 아이 냄새를 맡으면서 품에 꼭 안고 있을 때 뭉클해지는 순간 있잖아요. <<이웃집 구틈틈 씨의 매일>>을 읽는데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막 간질간질하고, 아기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아기의 작은 손을 꽉 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구틈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전업 작가를 할 수 있겠어"라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마음으로 필명을 '구틈틈'이라고 지었다. 건축 사무소에서 7년간 일했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건축 현장을 다닐 정도로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다. 두 아이를 키우며 취미로 시작한 그림에 점점 빠져들었고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눈 뜨는 게 출근과 다름없는 엄마의 일상과 그 속에서 포착한 반짝이는 순간들을 담아낸 인스타툰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사랑받고 있다. 오늘도 틈틈이 그리고 쓰고 키우며 행복을 발견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teumteum_koo <작가 소개 발췌> 육아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엄마'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상 이야기다. 너무 힘든데, 이상하게 또 행복한 것도 같고 행복한데, 우울한 엄마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와중에 아이들은 왜 이렇게 이쁜지. 그림으로 담아냈는데 이 아이들 팔닥팔닥 책 밖으로 뛰어나...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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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내가 널 살아 볼게, 이만수 ⅹ 감명진

이만수 ⅹ 감명진, <<내가 널 살아 볼게>>, 고유명사, 2023년 1월 출간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2012년에 만난 남자와 여자는 오랜 기간 함께 살고 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되지는 않았다. 책 중간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 책이 2023년에 출간되었으니 어쩌면 지금쯤 그들은 부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들이 여전히 알콩달콩 함께, 동거인으로 살고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그러겠지. "너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면서 왜 남들한텐 동거만 하래?" 그럼 나는, 새초롬하게 대답할테다 '해봤으니까. 결혼도 해보고, 아이도 낳아 키워 봤으니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게 결혼이라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을 택할 거니까. 근데 이상하지. 같이 사는 건 똑같은데 왜 '동거'하면 달달한 로맨스가 떠오르고 '결혼'이라고 하면 뭔가 지지고 볶고, 복작한 이미지만 둥둥 떠다닐까. 결혼은, 하루하루 로맨스를 잃어가는 일이다. 그건 맞는 거 같다. <<내가 널 살아 볼게>>를 읽으면서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 어떤 로맨스를 자꾸 상상하게 돼서. 이런 장면들, 머리를 감고 나온 여자의 머리를 말려주거나, 사진 찍기가 너무 싫어도 여자를 위해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거나, 어린아이 같은 남자를 하나하나 다 챙겨줘도 밉...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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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선우은실

선우은실,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읻다, 2024년 10월 출간 문학비평가의 생활비평에세이.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 누군가 웃고 있다면, 그는 보통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다. 충분히 크게 화내도 되는데 대신 돌려 말하고 있거나 웃으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황에서 위계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은 사람 또한 그 웃는 사람이다. ...... 웃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웃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부적절한 웃음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건 내게 끔찍한 웃음에 대한 경고가 된다. -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중에서, p21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멋있나. 나는 대체로 피하는 사람이다. 어쩐지 예상이 되는 자리가 있으니까. 그곳에 가면 싫어도 웃어야 할 것 같고, 불쾌한 농담에서 화내지 못하고 미소를 지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자리는 애초에 가지 않는다. 당당하게 그 자리에서 웃지 않은 이야기에 웃지 않고, 불편한 농담에 맞받아치는 사람이고 싶은 건 오랜 바람이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내내. 그리고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도 안다. 적어도 한국 사회의 직장문화에서. 선우은실 에세이 읽기의 즐거움은 글 도처에 깔려 있다. 어린 시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불편한 순간들, 혹은 즐거움들이 담겨있고 성인이 되어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 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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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등을 쓰다듬는 사람, 김지연

김지연 에세이, <<등을 쓰다듬는 사람>>, 1984Books, 2024년 7월 출간 "사랑"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각자가 기억하는 사랑의 첫, 모습을 떠올리는데서. 혹은 '사랑'하면 길게 잔상이 남는 어떤 이미지들을 떠올리는데서부터. 그런 책이었다. 그런 글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담아낼 수 없는 글.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표정을 살피는 것처럼, 그림의 얼굴을 살피고, 만든 이의 시선이 응시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며 그림의 등을 어루만지는(p12) 이가 지어낸 글에 어찌 사랑이 담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포근해서, 기분 좋아지는 글을 읽었다. 읽고 난 뒤에는 얼마간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그냥 그렇게 나도, 타인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살면 좋겠다 싶었다. 어릴 땐 무지 견고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무 무겁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중력을 견뎌본 적 없는 천진한 가벼움 말고, 충분한 마음의 근력을 가진 사람의 우아한 가벼움. 그래서 예전보다 미술과 글쓰기를 더 미지근하게 좋아한다. 태워버릴 것처럼 내리쬐는 여름의 햇살은 내 삶도 말라붙게 만든다. 그보다는 따스한 봄빛 아래에서 촉촉하고 통통한 마음을 오래오래 돌보고 싶다. - <커다란 원과 미지근한 마음> 중에서, p59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 것은 말이나 활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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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고쳐 쓰는 마음, 이윤주 (문장 발췌)

이윤주 산문, <<고쳐 쓰는 마음>>, 읻다, 2024년 8월 출간 * 다시 맞은 봄. 고궁에 가서 새순과 꽃봉오리들을 보았다. 움직여야 할 때를 절로 알아차리는 생명들은 매년 신기하고 감격스럽다. 움직여야 할 때를 위해 멈춰 있던 때가 그들에게 있었겠지. 나의 마흔도 사라져 버린 게 아니라 그다음을 위해 잠시 멈췄던 걸까. 겨우내 모든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맨몸을 드러낸 채 서 있던 나무들처럼.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돌아온 계절만큼 늙어 있긴 하지만. 직장도 없고 갈 데도 가진 것도 없지만. 사람은 원래 생의 절반쯤에서 길을 잃곤 한다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더라도. 중요한 건, 늦었음에도 그냥 하는 마음. <마흔, 멈춤> 중에서 p21 * 어른답게 산다는 건 나 자신이 세상의 일부임을 잊지 않는 것. 세상 어디에 불시착해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 던져져도, 동서남북에 따라 자신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것. 얼마든지 세상과 인생과 다시 관계 맺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동쪽 팔에 상처 난 기억으로 서쪽 팔을 핥아주는 일에 불과하다. 어른답게 살고자 하는 나는 더 이상 돌아버릴 것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돌고 있는 지구를 떠올려본다. <너의 동쪽 뺨> 중에서, p83 * 당신은 괜찮다. 괜찮을 뿐 아니라 하염없이 듣고 싶어 한다. 듣기는 일방적일 수 없다. 나도 당신...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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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나의 사유 재산, 메리 루플

메리 루플, <<나의 사유 재산>>, 카라칼, 2021년 2월 출간 박연준 시인이 산문집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메리 루플에 관해 쓴 글이 있다. 메리 루플은 별난 작가다. 어떻게 별난지 묻는다면 '너무 뾰족해 주머니에 구멍을 낼 수밖에 없는 별처럼' 별나다고 하겠다. 별처럼 별나다니! 그녀를 표현하는 비유로 알맞은 것 같아서 혼자서는 흡족하다. (...) 한 존재의 뭉툭한 마음 귀퉁이를 뚫어주는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메리 루플은 그런 일을 한다. 이게 그녀의 일이다. _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p184 이런 소개는 너무 궁금하게 하지 않나. 나는 잘 모르는 작가지만, 그때부터 머릿속에 계속 '메리 루플'을 담고 다녔다.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 빌려오면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뿌듯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와우. 이 감탄사에는 많은 의미가 남겨있는데, 좋다, 어머나, 이렇게, 이런 문장을, 뭐.. 그런 잡다한 좋음에 관한 많은 의미들이. 작가가 표현한 슬픔의 표현들, 폐경에 관한 글. 그랬다. 폐경에 관한 글을 읽으며 마치 내게 당장 당도한 것처럼 격렬한 감정을 느꼈던 거다. 작가가 슬픔을 색으로 표현한 글들. 색은 또렷하지 않은데 작가가 말할 때 어머, 그러네 싶어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 한동안 멍해진다. 이걸 표현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그런데 그 걸 박연준 시인은 '별처럼 별나다'고 시인처럼...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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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화가가 사랑한 밤, 정우철

정우철, <<화가가 사랑한 밤>>, 오후의서재, 2024년 9월 출간 밤은 우리의 몸을 재우지만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되죠. 혹시 붓 터치에도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물감을 두껍게 꾹꾹 눌러 바르며 사무치는 슬픔을, 부드러운 터치로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면 그곳에는 한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문득 그들이 표현한 밤의 역사가 궁금해집니다. 밤하늘이 이토록 다양한 색으로 우릴 덮어주고 있었다는걸, 밤의 그림을 되짚으며 알았습니다. 그만큼 풍부한 밤을 느끼기 위해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다섯 세기를 아우르는 101개의 밤을 담았습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밤은 어떤 역사를 담고 있나요? - 프롤로그 <추억을 그리고 위로를 전하는 밤의 역사> 중에서, p5 정우철 그림에 이야기를 입히는 도슨트. 작품 분석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과 예술을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시 해설가로 자리매김했다. ‘베르나르 뷔페’ 전, ‘툴루즈 로트레크’ 전, ‘호안 미로’ 전으로 이름을 알리고 이후 알폰스 무하,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앙드레 브라질리에 등의 전시 해설을 ...

2024.10.25
《문장 발췌》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이브 엔슬러

이브 엔슬러,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푸른숲, 2024년 4월 출간 이브 엔슬러 (Eve Ensler) 토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작가, 사회운동가다. 대표작으로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여성 200명을 인터뷰해 금기의 대상이었던 여성 성기를 둘러싼 고민과 남성 폭력의 기억을 담아낸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있다. 이 작품은 1997년 오비상Obie Award을 받았으며 희곡집 《버자이너 모놀로그》로도 출간되었다. 이외에도 7개월간의 자궁암 투병을 토대로 한 회고록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 《아버지의 사과 편지》 등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사회운동가로서 ‘브이데이V-Day’와 ‘원 빌리언 라이징 레볼루션One Billion Rising Revolution’을 조직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을 막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인권운동가 크리스틴 슐러 데쉬베Christine Schuler Deschyrver,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드니 무퀘게Denis Mukwege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에 여성 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치유 및 지원 센터 ‘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를 세웠다. 〈뉴스위크〉 선정 ‘세상을 바꾼 150명의 여성’, 〈가디언〉 선정 ‘10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이름을 올렸다. 현...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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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김민철 외 지음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지음 / <<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21세기 북스, 2024년 10월 출간 며칠 전, 이 책을 소개한 포스팅에 댓글이 달렸다. "저는 이 책 때문에 생리대를 샀잖아요.." 이게 무슨 말이지? 검색창에 바로 검색을 해봤다.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한글날 기념 행사 - 머니투데이 유한킴벌리가 한글날 기념 행사를 한다. 김민철과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등 여성 작가 5인과 에세이집 '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를 발간했고, 한글날인 오는 9일부터 사흘간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브랜드인 좋은느낌의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행사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에세이집을 증정한다. 또 자사 플랫폼 달다방에서 오는 16일까지 순우리말과 ... news.mt.co.kr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한글날 기념행사로 에세이집을 출간했다는 기사를 찾았다. 그제야 이웃 님이 남기신 댓글이 이해가 됐다. 그랬구나. 너무 좋은 이벤트다. 순우리말 브랜드는 좋은느낌은 2024년 한글날을 맞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소중하게 지켜가는 좋은느낌을 한글로 지어내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 좋은느낌을 써온 여성들이 한 글자 한 글자 한글로 빼곡히 쓰여진 좋은느낌의 결정체인 '책'을 통해 이제는 좋은느낌을 읽으며 다정하고 편안한 기억을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순우리말로 이루어진 좋은느낌이 한글날을 기념하는 방식. "좋...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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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심리학 책 추천】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변지영

변지영,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오아시스, 2024년 7월 출간 "항상 당신을 가로막는 건 언제나 생각'이었다!" 그랬다. 생각은 길고, 길어지면 생각에서 공상으로, 상상으로, 망상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그렇다. 걱정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일수록 좋은 생각으로 끝날 때보다 나쁜 생각으로 마무리되어, 마음에 쿵, 돌덩이를 하나 얹은 채 끝나게 된다. 아니, 끝나지 않는다. 돌탑을 쌓듯 계속 그 위로 쌓인다. 책 처방전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는 지금 내게 딱 알맞은 처방이었다. 그놈의 생각! 생각! 하면서 몇 주를 보냈으니까. 포스트잇을 얼마나 붙이면서 읽었던지. 일독을 하고, 포스트잇 붙인 페이지만 다시 읽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이 책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단어는 '자기 주제'다. 우리가 반복해서 겪는 어려움과 문제들은 나 자신의 감정 습관, 생각 패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통해 증폭될 때가 많습니다. 내 특유의 경향성 그리고 그 경향성과 관련된 '자기 주제'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경험하는 사건들에도 영향을 끼치지요. 이를테면 자기 주제가 '소외되거나 혼자 남겨지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인 경우에는 늘 타인에게 맞추고 순응하다 보니 상대방이 함부로 대해도 꾹 참거나 웃음으로 넘기면서 갈등을 회피하는 일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 자기 주제가 '무시...

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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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몸과 이야기하다, 언어와 춤추다 / 이시다 센

여기 스물두 개의 동사가 있다. 만지다 / 건너다 / 돌아보다 / 낫다 / 고르다 / 달리다 / 이야기하다 / 기다리다 / 노래하다 / 잊다 / 울다 / 떨어지다 / 쓰다 / 입다 / 돌아가다 / 밀다 / 가시다 / 뛰어오르다 / 자다 / 그만두다 / 듣다 / 춤추다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쓰는 단어이기도 하고, 매일 우리가 하는 행동이기도 한 스물두 개의 동사가 글 안에서 굴러다니다. 마치 입안에 단어를 넣고 굴리듯. 뭔가 질감이 느껴지는 문장들을 만났다. 거칠기도 하고, 매끄럽기도 하고, 폭신하기도 한 느낌인데 그래서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흑백 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모든 재료가 입안에서 다 느껴져요."라고 했던 음식평처럼. 다 느껴지는 게 싫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좋았다. 생생하게 감정이 느껴졌다. 실은 그래서 아팠다. 무심히 넘기고 싶은 감정이 있으니까. 아닌 척, 괜찮은 척하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그냥, 좀 그래도 되지 않아요?' 생각할 때마다 글이 붙잡아 말을 걸었다. '아니, 그러지 마. 제대로 응시해 봐. 그리고 피하지 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말을 너무 많이 하고 했던 말도 기억해 두려고 애쓰다 보니, 오히려 모두 흐릿해진다. 잊어버리는 건, 앞으로 벌어질 일이 밝고 즐거워서일지 모른다. 맞아, 그렇다. 겨우 이르러 눈을 떴다. 너무 깊이 생각하면 좋지 않다. 그렇게 이불솜에는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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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읽기, 이승우

'나'를 읽게 하지 않는 책을 도대체 왜 읽는 말입니까? 서문에 적힌 문장이다. 책을 통해 '나'를 읽을 때, 나는 '나'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같이 읽는(p7) 다는 말이 좋았다. 작가는 그러므로 읽기가 중요하고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한다(p7)'고 덧붙여 썼다. 그러려면 집중해야 한다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고. "집중하는 읽기를 고요한 읽기라고 바꿔 써도 되지 않을까요?" (p8)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엇엔가 깊이 몰두해 있는 상태를 고요한..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경험에 의하면, 집중해서 읽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니 고요한 읽기란 역시 쉽지 않다. 책을 읽으려고 하면 뭔가 자꾸 주변이 산만해지고, 안 찾던 사람들이 나를 찾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은 왜 그리 떠오르는지. 그러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설렁설렁 넘기게 되기도 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기 위해서는 고요하게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요즘 많이 느끼는 중이라, 많이 공감이 됐다. 자기를 중심으로 어떤 사건(일)을 재구성해서 생각하는 게 '나'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요즘 몇 가지 일들로 마음고생을 좀 했다. 나는 나를, 타인을 생각하는 일에 고요와 반대로 조금 소란스럽게 대응했던 것도 같고. 여전히 조금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조금 차분해졌...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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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인생편집 기술, 김은령·마녀체력

어느새 언니, 선배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마냥 귀여움 받는 막내에서 이제는 어디서도 '막내 티' 따위 낼 수 없는, 어리광 부리기보다 어리광 부리는 동생을, 후배를 다독여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 20년쯤 차차 흘렀을 텐데 체감상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같다) 꾸준한 여자, 능력 있는 여자. 나는 꾸준히 여자 쪽에 조금 더 기운다. 능력보다 꾸준함으로 여기에 있다. 20년 넘게 한 직장을 다닌다는 건, 꾸준하다는 거니까. 능력과 별개로 꾸준히, 성실하게 무언가 했다는 거. 책 속에서 '꾸준한 여자'로 표현되는 김은령, 능력 있는 여자로 표현되는 마녀체력. 두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꾸준한 것도 능력인지 몰라. 어쩌면 능력도 꾸준함이 있어야 되는 건지도 몰라. 그러니까, 능력 없음에 자꾸 방점 찍지 말고, 꾸준히 살자. (근데 또 현실을 생각하면, 꾸준하게 해서 뭐? 능력이 깨뿔도 없으면 어째... 같은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흠.. ) Work, Woman, Life 세 가지 영역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온 선배와 후배가 묻고 답한다. 김은령 (후배) "책은 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은 것 중 골라 읽는 것" 이라는 신념으로 끊임없이 책을 사들이고 있다. 운 좋게 책과 잡지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디자인하우스의 라이...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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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내가 다 기억할 수 없는, 죽고만 싶었던 숱한 순간에 나를 살린 누군가의 문장들이 있었을 것이다. 고통의 순간도 회복의 과정도 전부 잊었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나는 위대한 책들을 읽고서 혁명을 일으키지도 못했고 인류를 구원하지도 못했다. 어쩌면 나처럼 평범한 대부분의 독자에게 독서란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저 삶을 연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고백했던 헤르베르트를 봐도 그렇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한 뼘이라도 더 훌륭해지는 건 아니라고 장담했지만 그는 쉼 없이 읽었다. 그리스 로마 고전, 과학적 사실주의, 우주비행, 벌의 삶에 관한 책들, 카츠 같은 시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플라톤, 데카르트, 스피노자, 니체 같은 철학자들의 책, 우파니샤드 같은 종교서 등등 가리지 않고 읽었다. 그의 고백처럼 책 속에서 연명했던 것이다. - p8 진은영 시인의 산문을 읽었다. '다시 본다,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일보> 지면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엮은 책이다. 스물여덟 편의 글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독서 모임을 하면서, 글방 친구들에게 혹은 블로그에서 익명의 이웃들에게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건 내 경험에 의한 이야기였다. 누군가 책을 읽고 돈을 많이 벌었다는데, 이름을 알렸다는데, 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읽는...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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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오늘 아침, 기쁨이 나를 깨웠어 / 레나 라우바움

언제부턴가 의식적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소소한 행복, 일상이 행복... 왜인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행복'하지 않으면 어때, 어떻게 매일 행복을 찾아. 뭐 이런 마음이었나. 그 단어를 대체해 찾은 게 '기쁨'이었다. 어쩐지 '기쁘다'라고 말하면 그냥 딱 그 순간, 을 지칭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의 표지에는 "그 무엇이든, 행복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적혀 있었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했지만, 실은 그건 여전히 잘 모르겠다. '확실한 행복'이 뭔지. 대신 '기쁨'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살포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림이 예뻐서. 짧은 문장에 담긴 긍정적인 의미들이 좋아서. 딱, 그렇게 아침에 눈 떴을 때 '오늘은 기쁜 순간들을 만날 거야.' 생각하고 싶게. 나는 여전히 믿는다. 매일 행복할 수 없듯이, 매일 슬프지만은 않다고. 슬픔이 지나가면 기쁨이 반드시 온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슬픔 뒤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은 조금 숨을 쉬게는 해준다고. 그런 날도 있다는 거. 나는 그게 가장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날도 있으니, 저런 날도 있을 거라고 그냥 별날 아니라고 생각해버리면 아주 작은 기쁨들에도 웃음이 나기도 한다는 거. 그냥 그런 거. 오늘 아침, 기쁨이 나를 깨웠어 저자 레나 라우바움 출판 dodo 발매 2...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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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 쓰기라는 오만한 세계, 파리 리뷰

이 책은 1953년 창간한 미국의 저명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에서 정수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살아 있는 작가 303명에게서 얻은 919개의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파리 리뷰〉의 편집진은 1호부터 224호까지 60여 년 동안 출판된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를 읽고 주제별로 편집했다. 여기에는 시, 소설, 논픽션, 번역, 회고록, 편집, 만화, 전기, 희곡 등 문자 예술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어디에서 제목을 떠올리는지, 어떻게 원고를 퇴고하고,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등 작가들의 작업 방식과 감성, 삶의 편린도 엿볼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옆에 두어도 좋을 책이다. 1부부터 4부까지 각각의 질문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답변을 모아 두었다. 각각의 주제 아래 세부 질문이 여러 개 있어서 큰 주제가 아니라 작은 주제에 관한 작가들에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 '책을 즐겨 읽으셨습니까? "왜 글을 쓰십니까?"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대화를 쓰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초보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여성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등등.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읽고 싶은 부분 어디라도 먼저 펼쳐 읽어도 좋...

202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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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회문제 추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 김진주

김진주 지음,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얼룩소, 2024년 2월 출간 진주는 본명이 아니다. 2022년 6월, 사건이 발행하고 몇 주 뒤 마비되었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온 순간 그녀는 '진주'라는 이름을 지었다. 진주는 6월의 탄생석이었다. 그때 그녀는 '다시 태어났다'라고 생각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라고 검색창에 적으면 수없이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무엇이 진실을 가장 잘 담고 있는지, 무엇이 피해자의 입장을 가장 잘 전달했는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기사가. 고백하자면, 당시 나는 이 사건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못했다. 대체로 많은 문제들 앞에 그랬다. 관심을 가질수록 답답해지고, 무서워지고, 힘들어져서. 화를 내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묻어두는 식이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버스킹을 좋아하는 낙천적인 이십 대 여성. 그렇게 평범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날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 책에서 뉴스에선 다 담을 수 없었던 피해자로서의 이야기를 낱낱이 적었다. 어느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범죄를 피할 수 있는 방법 따윈 없다. 우린 모두 예비 피해자다. 대신 책을 읽고 나면 범죄 피해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것처럼 이 책을 예방주사처럼 여기며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지인들에게도 추천해 주셨으면 좋겠...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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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우리의 여름에게, 최지은

최지은 에세이, <<우리의 여름에게>>, 창비, 2024년 6월 출간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데 아직도 여름 같다. 덥다고, 어쩌면 추석이 다가왔는데도 이렇게 덥냐고, 에어컨을 켜며 중얼거렸다. 마치 변명하듯. 언제까지 여름일 거냐고, 이러다 가을은 못 만나고 겨울이겠다고 불평했던 지난 며칠이 최지은 시인의 <<우리의 여름에게>>라는 책을 읽으며 사라졌다. 아니, 조금만 더 이 여름이어도 좋겠다 싶었다. 반짝이는 어느 여름, 어느 시절, 어느 사랑, 어느 사람들. 여름이어서 아름다울 모든 것들에 조금 더 마음을 주고 싶어서. 거기에 '나'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실은, 책 속의 글들은 꼭 여름이 아니었어도 좋았을 거다. 따뜻한 봄에 읽었으면 다정했을 거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 읽었으면 위로받았을 거다. 몸이 꽁꽁 얼 만큼 추운 겨울에 읽었다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언 손을 녹여주고 싶었을 거다. 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매 순간 기뻤을 거다. 나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었던 사람들, 나를 미워했거나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상처 준 사람들, 볼수록 아프기만 한 사람들, 너무 사랑해서 나를 다 내어주어도 좋을 것 같은 사람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한 사람 한 사람 흐릿한 기억으로나마 떠올리면서 그들로 인해 지금 '나'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건 그저 사랑이었음을, 믿음이었음을 확신하게 해 주었다. 시인의...

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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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와 연결, 김고은 인터뷰집

김고은 인터뷰집, <<불화와 연결>>, 북드라망, 2024년 7월 출간 책이 아니라면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일 수도 있지만, 옆에 보이더라도 대체로 나의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나의 하루가 더 심난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장애인의 일을 '특별히' 안타까워해 주는 사람들의 분노는 장애인이 제기하는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일반의 문제라는 걸 가려버린다. - 고병권, <<철학자와 하녀>> 중에서 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 역시 장애인의 문제를 접할 때, 사회적 맥락에서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당사자에 대한 안쓰러움이 늘 앞섰던 것 같으니까. 그래서 그 뒤의 사회 일반의 문제가 마치 나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김고은이 인터뷰한 다섯 명의 청년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전히 내가 모르는 문제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구나 알게 됐다. 책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었을 그들을, 그들이 알려준 사회의 이면들을 다시 알게 되었으니 내게는 '나와 상관있는' 일 몇 가지가 생긴 셈이다. 진우는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혜화역으로 출근한다. 지하철 역사 내부에는 7시 30분부터 수차례 방송이 나온다. '특정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건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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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좋아서, 더초록 홍진영

더초록 홍진영, <초록이 좋아서>, 앵글북스, 2024년 9월 출간 '정원이라는 아주 사적인 우주'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이 한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꼭 정원이 아니더라도, 그게 책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뜨개질이든, 뭐든 어디든 상관없이 각자 아주 사적인 '우주' 하나쯤 품고 산다면, 그 안에 살 수 있다면 좋겠구나. 나의 사적인 우주는 뭘까. 소중히 가꾸고, 그 안에서 평온을 얻고, 꿈을 꾸고, 위로를 받고, 때로는 숨기도 하는 그런 우주. 내 보호막 같은 것. 책, 혹은 글. 지금은 아마도 그것. 매일 조금씩 그 우주에 색을 입히고, 넓혀가면서 살고 싶다. 이건 희망 사항. “천국은 멀지만 초록은 가까우니까” 책 수록 사진 더초록 홍진영 영상과 사진을 통해 하루하루의 정원 생활을 기록하고 가드닝 팁을 나누는 마당 가드너. 주택을 지으면서 얼렁뚱땅 생긴 정원을 채우려다 가드닝의 매력에 사로잡혀 7년째 식물 시중을 들고 있다. 유튜브 채널명인 ‘더초록’은 ‘The Green’을 뜻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초록’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세상이 더 초록해지기를, 더 많은 사람이 한껏 초록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화려한 꽃도, 풍요로운 열매도 좋지만 결국 정원의 기본은 푸르른 식물 그 자체라는 게 나름의 철학. 그런 의미로 사철 푸른 나무를 수없이 심었음에도 “그래서 초록은 어디 있나요? 꽃밖에 안 보이는데…….”라는...

202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