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필사 독서 모임 '마음' 에서 캐시 박 홍의 시집 <<몸 번역하기>>를 함께 읽고, 쓰고, 나눴어요. 시집에 대한 첫 인상은 대체로 "어랏! 이게 뭘까요?" 이거나 "음..어려운 것 같아요..." 였습니다. 몸 번역하기, 캐시 박 홍 고백하자면, '마음' 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다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음에 읽어야지... blog.naver.com 책 읽은 감상을 적으면서도 썼지만, 함께 읽어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마무리 문장까지 남겨주신 마음님들 감사해요!) (... 나는 말해왔다, 나는 열렬히 말해왔다, 나는 거짓을 말해왔다.) 나는 몸을 취했다. 몸을 낚아챘다, 왼쪽 모퉁이에 있는 것을; 그것은 움츠리고 있고, 춤추고 있다, 그건 움직이지 않는다. 혹은 긁어냈다 ...... 나는 비밀로 부쳤다, 흙 묻은 손으로 식사 전에 씻는 걸 잊어버렸기에, 눈가에 묻은 잠을 씻어내는걸, 내 다리 사이를 씻어내는걸, 내 피부에 내려앉은 재를 씻어내는 걸 잊어버렸기에, 그녀가 뒷마당에서 손뼉을 친다, 나는 수영장으로, 소복한 거품과 거품을 들어 올려주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청명한 대기와 노래하는 몸으로 폭발한다. - <몸 3> 부분, p180 '마음' 님들이 읽고 남긴 부분 😍 헤이즐 님 📌 p.171 몸을 행동과 연관 짓기 : 포기하기 숨기 정화하기 초월하기 하나씩 하나씩, 집...
10월 한 달 꼬박 소심 친구들과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 가설>>을 읽었어요. 분량도 많고, 담고 있는 내용도 가볍지 않아서 나눠서 읽는데도 쉽지 않더라고요. 일주일마다 소심 카페에 읽은 분량을 정리하고, 금요일 밤 ZOOM에서 모여 책 수다를 떨었습니다. 제가 몇 가지의 질문을 정리해서 드리고 그게 맞춰 진행하려고 했는데, 모여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질문보다 더 많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한 분은 파리 여행 중에 숙소에서 접속을 하셨고, 저는 카페에서, 또 다른 분은 집에서 줌에 접속했어요. 온라인 모임이라도 충분히 온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각자 살고 있는 곳도 읽는 환경도 다르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연대하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이번 책은 <양육>에 관한 내용이고, 우리 모두 육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양육가설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 출판 이김 발매 2022.03.30. 1. 양육은 환경과 같은 말이 아니다 39 2. 본성과 양육의 증거 57 3. 본성, 양육, 그리고 제3의 가능성 83 4. 구분된 세계 113 5.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148 6. 인간의 본성 174 7. 우리 대 그들 213 8. 아이들 무리에서 245 9. 문화의 전달 300 10. 성별이 결정한다 350 11. 학교와 아이들 384 12. 성장 420 13. 역기능 가정과 문...
캐시 박 홍, <<몸 번역하기>>, 마티, 2024년 8월 출간 고백하자면, '마음' 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다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음에 읽어야지' 하고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실은 좋다, 아니다를 먼저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만큼 내가 가진 이해의 능력에서 벗어났다 자꾸. 시(詩) 만큼 독자 마음대로 이해해도 되는 분야가 없다고, 평소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이 책 속에 실린 시들은 '그렇게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하는 의무이 자꾸 드는 거다. 뭔가 거대한 걸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마음대로 막 해석하고 받아들여도 되는가.. 하는 질문과 자주 마주해야 했다. 마지막에 정은귀 번역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 질문으로부터 끝내 자유로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 몸을 번역하는 것은 세상과 맞선 흔적을 다시 쓰는 일이다. 시집 '몸 번역하기'는 그 점에서 시의 언어로 기록된 고투, 상처의 흔적이다. - 정은귀, <거인에서 매친 년으로 이어 말하기> 중에서 '시의 언어로 기록된 고투, 상처의 흔적' 캐시 박 홍은 이민 2세대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는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자라는 동안 집에서는 한국어를, 밖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며 지내야 했던 작가에게 모국어는 무엇이었을까. 번역가는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살아가는 과정이 시인이게는...
필사 독서 '마음' 11월의 책, 같이 읽고 쓰고 나눠요! 참여폼은 하단에 있습니다. '마음 35기' 11월에 읽고, 쓰고, 나누는 책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작가의 책을 읽는 분들 혹은 읽으려고 생각하신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렇고요. 저는 2001년, 처음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접했어요. 처음 읽은 책은 <<검은 사슴>>입니다. 오래전 블로그에 적어두었던 일기도 다시 찾아보고요. 아주 오래전 처음 읽었던 한강 작가의 책은 <검은사슴>이었다. 그때 나는 대학 2학년이었다. 매일 소설론, 시론, ... blog.naver.com 오래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왔어요. 당연하게 읽는 작가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불쑥, 다시 문학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시다니. ^^ 모든 책을 읽을 순 없으니까 '마음'을 통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가가 '처음 나의 책을 접한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라고 이야긴 한 게 생각났어요. 시적 산문이라 칭해지는 <<흰>>도요. 둘 중 한 권만 고를 수 없어서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습니다. 4주 동안 2주에 한 권씩 읽으려고 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이고요. 작별하지 않는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1.09.09. 흰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4.25. 더 이상 소개라 필요 없는 작가가 되었지...
필사 독서 모임 '마음' 33기에서 읽은 9월의 책은,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입니다. '마음' 필사 독서에서는 완독 후 각자 읽으며 마음에 남은 한 부분(문장)을 남겨요. 《장편소설 추천》 키르케, 매들린 밀러 키르케 태양신 헬리오스와 오케아노스의 딸인 바다의 님페 페르세이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마법에 능한 ... blog.naver.com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만족스러운 삶을 찾길 바랄게. p114 제가 소설을 덮고 마지막으로 남긴 한 문장이었어요. 실패하고, 좌절하고, 매 순간 힘이 들더라도 마지막에 스스로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나의 아이들이 어디로 가고, 어디에 있더라도 각자의 만족스러운 삶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되어서요. '마음' 님들이 읽고 남긴 부분 😍 조은숙 님 📌 당신이 원한다면 내가 할게요. 그래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내가 같이 갈게요. p496 일생을 고독하고 외로웠을 키르케에게 최고의 말이 됐을 듯합니다. 영생을 포기하고 본인이 원하는대로 되지못할지도 모르지만 텔레마코스와 함께 나이들어가는 삶을 선택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 박상희 님 📌 그저 우리가 여기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파도 속에서 헤엄친다는 게, 흙을 밟고 걸으며 그 느낌을 감상한다는 게 그런 뜻이다. 살아 있다는 게 그런 뜻이다. p500 영생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을 자발적으로 택한 키르케는 유한한 삶의 아름다움에 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준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가끔 옆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순간처럼 잔잔하게 마음이 일렁이는 걸 느꼈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아무 말이 없군요.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섹스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잖아도 궁금했어요. 아니,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나야 성욕을 잃은 지도 한참일 텐데요. 밤을 견뎌내는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요. 같은 생각이에요. p9 소설은 줄곧 애디와 루이스의 대화로 이어진다. 나란히 누워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읽는다. 아니, 듣는다. 조용하게, 아무 소리도 없이 그들의 목소리만 듣고 싶다. 사별 이후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이들이 함께 보내는 밤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짐작하는, 마음대로 떠드는 시끄럽고 복잡한 밤...
2024년 가을, 글방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글을 쓰고 나눴어요. 실은, 늘 처음에 계획했던 일정보다 더 늘어납니다 ^^ 우리는 경쟁하는 게 아니고, 한 편이라도 모두 쓸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글방 친구들의 속도에 맞춰 일정을 조절해요. 줌으로 모여서 한편 에세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은 늘 즐겁고요. 이번 모임도 너무 좋았는데, 저는 뭐 하느라 캡처 한 장도 안 하고... 녹화도 안 하고.. ;;; 열심히 적고, 마음에 남긴 걸로 기록을 대신합니다. 비공개 카페 <여우글방>에 모여 함께 쓰고 있어요. 주제 글쓰기, 미션 글쓰기, 한편 에세이 쓰기는 매 기수마다 동일하게 하고 있고요. 그 외, 기수마다 조금씩 다른 것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7기에서는 출간 기획서 쓰기를 같이 해봤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기획이 나와서 놀랐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믿게 됐습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구나." 하고요. 몇 분의 기획서는 정말 잘 다듬어서 투고해 보세요~ 하고 권하고 싶었고요(실제로도 권했고요 ^^) 앞으로도 계속 쓰시기를 옆에서 독려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써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글감 찾는 일도, 이미지를 보고 글을 써보는 일도 결국 내 안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이고요. 7기 친구들의 글은 너무 좋아서 읽으면서 즐거웠어요.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펼쳐낸...
2024년이 한 달 반 정도 남았어요. 이렇게 쓰고 또 금방 "엇! 이제 일주일 남았어요!" 하고 말하고 있겠지요 ^^;;; 시간이 너무 부지런히 흐르더라고요. 2024년 남은 한 달, 글 쓰며 보내는 건 어떨까요? 2024년, 잘 보내셨나요? 각자의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순간순간 해야할 것들을 충실히 하면서 보냈던 것 같고요. 어쩌면 그 때문에 최악은 아니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잘했다, 잘 버텼다, 칭찬해 주고 싶어요. "글을 쓰면서 도망친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새로운 백지로 만드는 일이다"라는 정지우 작가의 문장을 좋아해요. 글을 쓰다 보면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날 것 그대로의 타인도 보게 되지요. 올 한 해 마주했던 '나'를 백지 위에 옮겨 보며 어떨까요? '여우글방 8기' 모임은 12월 한 달 동안 진행됩니다. "안녕! 2024년"을 테마로 해요. (1주 차) 주제 글쓰기 : 글방 지기가 주제 제공, 일주일에 세 편 (2주 차) 미션 글쓰기 : 짧은 글쓰기를 주어진 미션을 하면서 씁니다. 매일(주 5일) (3주 차) 에세이 쓰기 : 제시되는 주제로 한 편 에세이를 씁니다. (4주 차) 피드백, 글수다 : 한 편 에세이로 줌으로 모여 글수다를 나눠요. * 글수다 이후 글방 지기의 개인별 피드백 자료를 드립니다....
이 책은 1953년 창간한 미국의 저명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에서 정수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살아 있는 작가 303명에게서 얻은 919개의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파리 리뷰〉의 편집진은 1호부터 224호까지 60여 년 동안 출판된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를 읽고 주제별로 편집했다. 여기에는 시, 소설, 논픽션, 번역, 회고록, 편집, 만화, 전기, 희곡 등 문자 예술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어디에서 제목을 떠올리는지, 어떻게 원고를 퇴고하고,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등 작가들의 작업 방식과 감성, 삶의 편린도 엿볼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옆에 두어도 좋을 책이다. 1부부터 4부까지 각각의 질문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답변을 모아 두었다. 각각의 주제 아래 세부 질문이 여러 개 있어서 큰 주제가 아니라 작은 주제에 관한 작가들에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 '책을 즐겨 읽으셨습니까? "왜 글을 쓰십니까?"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대화를 쓰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초보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여성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등등.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읽고 싶은 부분 어디라도 먼저 펼쳐 읽어도 좋...
◆ [여우글방 1기] 결산_어떤 이유로든 쓴다 ◆ [여우글방 2기] 결산_글이 써지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씁니다 ◆ [여우글방 3기] 결산_갈팡질팡하더라도 쓰는 게 좋아서 ◆ [여우글방 4기] 결산]_우린 한 발짝 더! ◆ 【여우글방 5기】 결산_우린 글쓰기를 좋아했네! 9월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나는데,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들이라니요. 더워서 짜증이 나다가 어느 순간, 어머.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 이러다 가을이 사라지는 거 아닐까. 문득 겁이 나는 거예요. 저는 항상성이 무척 중요한 사람인데요. 매일 일상이, 제게 주어진 날들이 일정하게 지속되기를 바라요. 그게 흔들리면 불안해지고요. 제게 글은 그런 것 같아요. 매일 살아가는 일처럼 매일 제 앞에 놓이는 것. 그게 쓰는 글이든, 읽는 글이든요. 9월의 끝자락에 시작됩니다. 매일 우리의 일상을 글로 채울 수 있기를 바라요. ▤ '여우글방 7기' 모임 기간 : 2024.9.30(월) ~ 2024.11.10(일) 6주 진행 ▤ 참여 신청 기간 : 2024.9.12(목) ~ 9.26(목) 2주간 / 선착순 마감 (최대 10명) ( 내용을 확인하신 후, 하단 네이버 폼 작성 및 참여비 입금) (1주~2주차) 워밍업 : 주제 글쓰기 & 미션 글쓰기 : 글감 제공, 자율 글쓰기 진행 (3주차) 에세이 쓰기 (3주~5주) : 피드백, 글수다, 짧은 글쓰기(개별 맞춤 주제 제공) (5주~6주차...
◆ [여우글방 1기] 결산_어떤 이유로든 쓴다 ◆ [여우글방 2기] 결산_글이 써지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씁니다 ◆ [여우글방 3기] 결산_갈팡질팡하더라도 쓰는 게 좋아서 ◆ [여우글방 4기] 결산]_우린 한 발짝 더! ◆ 【여우글방 5기】 결산_우린 글쓰기를 좋아했네! 지난 모임 모집 글을 올릴 때 벌써 3월 중순이에요... 라고 썼는데요 5기를 마치고 나니 , 5월이 끝나갑니다. 이러다 정말 올해가 곧 끝날 것 같아요. 올해가 가기전에 글 써야지, 생각하셨다면... 지금, 써요 우리. 같이, 써요 우리. ▤ 모임 기간 : 2024.6.17(월)~7.19(일) 5주간 ▤ 참여 신청 기간 : 2024.5.23(목) ~ 6.10(월) 선착순 마감 (하단 네이버 폼 작성 및 참여비 입금) - 여성 글쓰기 모임 - 모집 인원 : 12명 *** 6기 모임은 피드백과 첨삭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1주 차~1주차 반) 워밍업 : 주제 글쓰기 & 미션 글쓰기 : 글감 제공, 자율 글쓰기 진행 (2주 차~ 5주 차) 에세이 쓰기, 피드백, 첨삭 (5주 차) : 퇴고, 마무리 모임 한 편 에세이 쓰기 매월 쓰신 에세이에 대해 정성스러운 첨삭을 드립니다. 함께 읽은 글방 친구들과 피드백도 나눠요.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의 5기 모임까지는 에세이 피드백을 1회 진행했어요. 모임을 하면서 듣는 의견 중에 피드백이 좋다...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장면, 이 문장 하나만으로 이 책은 (내게 ) 제 할 일을 다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굉장한 이야기(책) 이었다.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 여섯 개의 챕터로 나뉜 삶의 이야기를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담아냈다. 95컷, 총 200쪽에 달하는 그림은, 그림 자체로 멋졌다. 그림마다 길게는 두 문장 대부분은 한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난다. 그림과 문장은 하나로 연결되고, 이야기는 문장마다 깊이 마음에 와닿았다. 코로나 격리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일상을 사는 동안 자주 무너졌다. 엄마로 사는 삶에 대해 깊은 회의와 절망감이 수시로 찾아왔고,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최고난도의 육아와 가사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난 이제 안다. 알았다. 알게 되었다. '이건 사랑이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은, 노동은, 모두 '사랑'에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사랑'이며, 앞으로도 '사랑'일 거다. '사랑'이 아니라면 지금 이 모든 걸 설명할 방법이 없다. 희생이 아니라 사랑.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삼시 세끼 차려 방문 앞에 놓아 주는 일도, 자유를 잃은 것 같은 불안함도,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무기력함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내가 그랬듯, 아이가, 힘든 일을 경험하는 순간에, 절망에 빠지는 순간에, ...
2022년 10대 트렌드 흐름 TIGER OR CAT 띠 동물을 활용해 영문 10글자로 트렌드 두운을 맞춰 정한 타이틀 키워드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 다. 2022년 트렌드 키워드를 'TIGER OR CAT'으로 정한 이유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소위 '위드 코로나' 내지 '포스트 코로나'가 시작되는 새로운 기점에서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인가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표현한다. 지난 2년에 걸친 COVID-19 바이러스의 창궐은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 했고,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불러왔다.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혁신이 절실하다. - <서문> 중에서, p12 워낙 트렌드와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읽을 때마다, '어머, 난 이런 단어 처음 보는데, 이런 소비 스타일 나는 없는데..' 같은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매년 호기심에 찾아 읽게 되는 책이다. 2021년에 읽을 땐 '파이어족'이나 '오하운' 같은 단어를 처음 알기도 했다. 2022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키워드들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이 트렌드를 예측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도 했다. 위에 발췌한 서문의 '혁신이 절실하다'라는 문장에서 '혁신'은 누구의, 무엇의 '혁신'을 의미하는가.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의지인가. 신자유주의 체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트렌드 코리아>는 출간 소식을 들으면 힐끗거리게 되더라고요. 집중해서 정독하는 건 아니고, 큰 줄기에서 키워드를 읽고, 관심 있는 주제만 집중해서 읽는 편이에요. 2024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담겨 있는지 살짝 소개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2024 트렌트 코리아 키워드, DRAGON EYES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사회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 Not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남편 없던아빠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 You Choose, I'1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 Ei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돌봄경제 - <트렌트 코리아 2024> 발췌 최근에 읽은 <...
인생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것, 엄마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것. 이 모든 게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 같지만 우리는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워서 어떤 사람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순간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의 고리를 끊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자기를 키워 준 부모의 세계를 깨고 나가야 한다. 그것은 자녀에게는 독립이고 부모에게는 상실이다. 나는 늘 너를 내 품 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깊은 슬픔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너의 결혼식 날 나는 혼자 커피를 마시며 엄마 독립식을 치렀다. 덕분에 나는 결혼식 때 눈물 흘리는 촌스러운 엄마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웃으며 너를 보낼 수 있었다. 딸아, 고맙다. 네가 먼저 용감하게 부모의 세계를 부숴 준 덕분에 나 역시 엄마 역할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 <못된 딸이 되라> 중에서, p19 나의 엄마가 결혼식을 앞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한편으로는, 딸의 결혼과 독립을 앞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엄마는 얼마나 될까. 많을 텐데,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이런 엄마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엄...
2024년 코리아트렌드의 키워드는 "DRAGON EYES" '분초사회 / 호모 프롬프트 / 육각형인간 /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 도파밍 / 요즘남편 없던아빠 / 스핀오프 프로젝트 / 디토소비 / 리퀴드폴리탄 / 돌봄경제' 열 개의 키워드가 있었다. 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2024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소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 blog.naver.com 2025년 키워드로 넘어가기 전에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2024년 10대 트렌드 상품 먼저 확인해 봤다. 그러고 보니,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 꽤 있다. 육아지원제도같은 것들. 작년에 키워드를 읽을 때도 '돌봄경제'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났다. 올해 나도 아이들과 일본여행 다녀왔다. 다시 돌아보니, 내가 관심 가진 것들.... 알게 모르게 해온 것들이 트렌드와 관련이 있구나, 생각해 보게 되는 거다. 알고리즘처럼. 꼭 내게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꾸 눈에 띄고, 들려서 해보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무언가를 볼 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길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봐야겠다. "이게 요즘의 트렌드인가?" 2025년의 키워드 SNAKE SENSE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비교를 멈추고 '...
2024년 코리아트렌드의 키워드는 "DRAGON EYES" '분초사회 / 호모 프롬프트 / 육각형인간 /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 도파밍 / 요즘남편 없던아빠 / 스핀오프 프로젝트 / 디토소비 / 리퀴드폴리탄 / 돌봄경제' 열 개의 키워드가 있었다. 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2024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소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 blog.naver.com 2025년 키워드로 넘어가기 전에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2024년 10대 트렌드 상품 먼저 확인해 봤다. 그러고 보니,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 꽤 있다. 육아지원제도같은 것들. 작년에 키워드를 읽을 때도 '돌봄경제'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났다. 올해 나도 아이들과 일본여행 다녀왔다. 다시 돌아보니, 내가 관심 가진 것들.... 알게 모르게 해온 것들이 트렌드와 관련이 있구나, 생각해 보게 되는 거다. 알고리즘처럼. 꼭 내게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꾸 눈에 띄고, 들려서 해보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무언가를 볼 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길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봐야겠다. "이게 요즘의 트렌드인가?" 2025년의 키워드 SNAKE SENSE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비교를 멈추고 '...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트렌드 코리아>는 출간 소식을 들으면 힐끗거리게 되더라고요. 집중해서 정독하는 건 아니고, 큰 줄기에서 키워드를 읽고, 관심 있는 주제만 집중해서 읽는 편이에요. 2024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담겨 있는지 살짝 소개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2024 트렌트 코리아 키워드, DRAGON EYES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사회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 Not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남편 없던아빠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 You Choose, I'1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 Ei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돌봄경제 - <트렌트 코리아 2024> 발췌 최근에 읽은 <...
안단테 그림, 소복이 그림 / <<그 녀석, 슬픔>> / 우주나무 / 2024년 11월 출간 사랑하는 반려견 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이는 매일 졸졸 쫓아다니는 쫑이가 없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같이 놀아도 즐겁지가 않았다. 엄마는 이제 그만 훌훌 털어버리라고 했다. 엄마의 다독임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녀석, 슬픔이 내내 아이를 쫓아다녔다. 학교에서는, 엄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려고 노력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멍해졌고, 우울해졌다. 그때, 슬픔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무엇 때문에 나를 피하는 거야? 왜 나를 감추려고만 해." 그 녀석, 슬픔이 나를 달래듯이 말했다. "나를 애써 감추지 않아도 돼. 참지 않아도 돼. 네가 하고 싶은 말, 나한테 다 해도 돼. 그래야 네 마음의 상처가 곪지 않아." 슬픔의 말을 들은 아이는 그제야 눈물을 흘렸다. 안간힘을 다해 참았던 말들을 쏟아 냈다. 그렇게 한참을 그 녀석, 슬픔의 품에 안겨 울었다. 아이는 이제 알게 됐을까. 꾹꾹 눌러 참는다고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란걸. 미안한 마음이 가시는 게 아니란걸. 때로는 많이 슬퍼하고, 울고, 실컷 쏟아낸 뒤에야 보내지는 게 있다는걸. "내 품에 안겨 내 안에서 숨을 쉬고 나와 함께 울어. 네가 느끼는 대로 네가 하고 싶은 만큼." 그 녀석, 슬픔은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때로...
이번 주에 아이와 읽은 두 권의 그림책입니다. #줄리의그림자 #크리스티앙브뤼엘_글 #안보즐렉_그림 엄마는 줄리에게 "여자답게" 행동하기를 요구해요. "여자답게"는 정리를 잘하고, 조신하고, 고분고분하고, 예쁘게 옷을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매만지는... 보이는 모습입니다. 줄리는 엄마, 아빠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자신의 모습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친구(남자)는 반대의 고민을 해요. 사람들이 자신을 "남자가 아니라 여자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게 힘든 거지요. 어떻게 하는 게 남자다운 건지 몰라요.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스스로에게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은연중에 강요하면서 살았는지도요. 아이들은 고민해요. 자기답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할 때만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이지요. 사람들은 여자아이는 여자아이 같아야 하고, 남자아이는 남자아이 같아야 한다고 말해. 각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는 없는 것처럼. 정해진 유리병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오이피클처럼 말이지?" . . "오이피클"처럼이라는 문장이 확 와닿았어요. 제가 아이에게 바라는 건 오이피클처럼 정해진 병안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
큰 아이가 학교에서 매주 두 편의 독서록을 써가는 과제를 하는데요, 금요일 오후가 되면 메시지가 옵니다. "엄마, 엄마학교 도서관에서 책 좀 빌려다 줘." 하고요. 매주 아이와 읽을 책을 고르는 건 은근 재밌어요. 이번 주에 빌린 책은 그림책 두 권입니다. 주말에 같이 읽었어요. #여자아이의왕국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 #그림책 《여자아이의 왕국》은 초경을 시작한 여자아이의 마음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초경을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생각해 보니 아이는 그 전후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생리전 증후군도 심하고, 생리통도 심한 편이라 딸아이의 초경을 마주했을 때 기쁨과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에요. 너도... 그 험난한 길로 들어섰구나, 하는 마음에서요. 엄마들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섬세하게 아이의 마음을 담아낸 것 같아 좋았고,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제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게 되었구나, 축하해 줄 일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여자라면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일이니까,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여자아이가 살다 보면 변화를 느끼게 되는 날이 옵니다. 짧은 말 몇 마디가 들려옵니다. "공주야, 오늘 너는 여자가 된 거야." 엄마는 여자아이를 무언가 특별하게 안아 줍니다. 아빠도 여자아이를 다른 때와는 달리 바라봅니다. 근데, 이건 찰나의 순간이잖아요. 엄마, ...
처음에 그 녀석은 좁쌀만 했다. 툭 털어버리려고 했지만 잘 안됐고, 좁쌀 만했던 녀석이 점점 커졌다. 잡아서 버리려고 했지만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잘도 빠져나갔다. 나는 그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녀석이 다른 아이들 눈에도 보일까 봐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에게 놀림받는 건 싫었으니까. 신기하지. 다른 아이들 눈에는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저 내 기분만 점점 나빠졌다. 짜증이 났고 아이들에게 다정하지 못했다. "너 무슨 걱정 있어?" 한 친구가 물었다. 나는 너무 놀라 식판을 놓쳤다. 창피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심하게 앓았다. 꿈속에서 같은 반 아이들이 나를 놀리고 욕하고 따돌렸다. 숨이 막혔다. 잠에서 깨어나자 그 녀석은 거인처럼 변해있었다. "나는 네 걱정이잖아. 네가 날 불렀으면서...... 이제 어쩔래? 날 어쩔래?" 그 녀석은 짓궂게 노래까지 불렀다. 나는 그 녀석에게 제발 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말했다. "네가 보내줘야 가지. 나를 보낼 수 있는 것도 너야." " 나를 똑바로 봐. 그리고 잘 생각해 봐. 너한테 왜 내가 왔는지." . . (책 내용 일부 발췌 요약) 그림책이 주는 위로는 깊다. 진하다. 짧은 문장과, 그림 한 장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놀랍다. 그 녀석, 걱정은 내가 불러와 찾아온다. 그러므로 내가 다시 보내주어야 갈 수 있다. ...
정우철, <<화가가 사랑한 밤>>, 오후의서재, 2024년 9월 출간 밤은 우리의 몸을 재우지만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되죠. 혹시 붓 터치에도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물감을 두껍게 꾹꾹 눌러 바르며 사무치는 슬픔을, 부드러운 터치로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면 그곳에는 한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문득 그들이 표현한 밤의 역사가 궁금해집니다. 밤하늘이 이토록 다양한 색으로 우릴 덮어주고 있었다는걸, 밤의 그림을 되짚으며 알았습니다. 그만큼 풍부한 밤을 느끼기 위해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다섯 세기를 아우르는 101개의 밤을 담았습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밤은 어떤 역사를 담고 있나요? - 프롤로그 <추억을 그리고 위로를 전하는 밤의 역사> 중에서, p5 정우철 그림에 이야기를 입히는 도슨트. 작품 분석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과 예술을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시 해설가로 자리매김했다. ‘베르나르 뷔페’ 전, ‘툴루즈 로트레크’ 전, ‘호안 미로’ 전으로 이름을 알리고 이후 알폰스 무하,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앙드레 브라질리에 등의 전시 해설을 ...
종종 묘한 감정에 빠진다.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특히 이렇게 멋진 젊은이 앞에서 속수무책 풍덩 빠져 허우적 될 때면 더욱 그렇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평생 나와는 연결고리 없이 살아갈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구나 알게 되어 기쁘다. 나의 젊음이, 앞으로 무모한 도전이나 단순한 열정만으로 살아가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게 될 나의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나의 아이가 살아가게 될 세상을 그려보는 일에, 나의 아이를 대할 나를 만들어 가는 일에 설렘을 갖게 했다. 세상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고,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공부를 잘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한 공부를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를 스스로 알아가는 삶을 살아가도록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 전범선, 이라는 사람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낯설기도 했지만 그래서 즐겁기도 했다. 그를 설명하는 문장은 이렇다. 91년 춘천 출생.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컬럼비아 로스쿨에 합격, 국제변호사가 되는 길을 가려고 했지만 로스쿨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방촌에 살며 낮에는 풀무질(책방)에서 글을 쓰고 밤에는 로큰롤(밴드 양반들)을 연주한다. 비거니즘과 동물해방운동을 한다. 나처럼 평범한...
비거니즘을 열어본다는 건 늘 그래왔던 익숙한 현상들을 전복하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비거니즘은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육식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비거니즘은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기 위한 가치관이 아닙니다. 저는 채식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게 도덕적인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진실 앞에서는 방관자로 있기 마련이니까요. 기아 문제, 소수자 문제, 환경 문제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삶을 오롯이 바치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노력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채식도 마찬가지예요. 여러 사회 문제 중 일부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입니다. 육식 뒤에 어떤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해서 그 진실이 여러분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진실을 마주하는데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 <머리말> 중에서, p6 '비거니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비건'이 아니다. 아니, '비건'이지 못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떤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건 아니고, 조금 더 알아보고 싶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아,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실은 식탁에 고기를 올리고 아이들 입에 넣어주면서 내 입으로 잘 ...
정소연, <<앨리스와의 티타임>>, 래빗홀, 2024년 10월 출간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초기 노래 중에 <9와 4분의 3의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큰 아이가 덕질 중인 아이돌이라 귀가 따갑게 얘기를 듣는 중인데, 이 노래의 제목을 듣고 나서 "야, 무슨 노래 제목이 그러냐!"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다. 호크와트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매 새 학기마다 학부모들이 킹스 크로스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학생들을 배웅한다. 이것도 검색해 찾아낸 내용이다. 정소연 소설가의 <<앨리스와의 티타임>>을 읽으면서 세계와 세계 사이를 연결하는 '문'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과 저쪽을 오갈 수 있지만 눈에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특정인들에게만 보일 수도 있는) 그런 문.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누구나 들어갈 수 없는 그런 문. 묘한 느낌이 들어 계속 검색창에 생각나는 단어를 넣고 검색했다. 그러다 발견한 게 킹스 크로스역 9와 4분의 3 승강장이었다. 그러고 나니 연쇄반응처럼 투모로의바이투게더의 노래 제목이 떠올랐던 거다. 숨겨진 9와 4분의 3엔 함께여야 갈 수 있어 비비디 바비디 열차가 출발하네 비비디 바비디 우리의 매직 아일랜드 이 터널을 지나면 눈을 뜨고 나면 꿈속은 현실이 돼 내 영원이 돼줘 내 이름 불러줘 - <투모로...
키르케 태양신 헬리오스와 오케아노스의 딸인 바다의 님페 페르세이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마법에 능한 님페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메데이아와 함께 마녀의 대명사로 간주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 백과) 네이버 지식 백과에 요약된 키르케에 관한 설명이다. 키르케는 아버지에게 벌을 받아 지중해 외딴 섬인 ‘아이아이에’로 보내진다. 마법을 부려 사람들을 사자나 늑대로 변신시키는 존재로, 영웅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고, 1년 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로 그려진다. 매들린 밀러가 새롭게 창조한 '키르케'는 마법을 부리는 무시무시한 마녀 키르케가 아니라, 프로메테우스, 다이달로스, 오디세우스... 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들린 밀러는 "‘내’가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남성 세계의 방식과 달리한다."라고 했는데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신화는 내게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영역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럼에도 '키르케'를 읽으면서 그다음, 그다음의 신화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흥미롭지만, 그들이 얽혀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은 마음이었달까.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잘 몰랐던 메데이아 이야기, 오디세우스 이야기는 꼭 다시 찾아 읽어보려고 한다. 신이 인간을 바라보는 모습, 인간이 신을 대하고 바라보는 모습...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두 권의 소설. #전남친최애음식매장위원회 #가와시로사키 일본 소설이 주는 소소하지만, 뭔가 마음을 말랑하게 하는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러브호텔에서 이별을 통보받은 모모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꼭 러브호텔에서 차야 했냐, 이 나쁜 놈아!'로 시작되는 첫 문장부터 유쾌하다. 실연의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슬프거나 어둡지 않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짧은 드라마도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모모코가 실연 뒤 러브호텔을 나와 무작정 한 음식점에 들어가 술이 취해 잠이 들고, 깨어난 뒤 식당 메뉴인 '카레'를 먹고 전 남자친구와 만들어 먹었던 카레를 떠올린다. 구구절절한 모모코의 연애와 실연 이야기를 들은 식당 사장의 아이디어로 '전 남친 최애 음식 매장 위원회'가 결성된다. 여덟 개의 에피소드가 한 편처럼 이어진다. 소설마다 잊히지 않는 음식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애인과의 이야기도 있고, 할머니와의 추억도 있고, 너무 애쓰다 지쳐버린 이의 이야기도 있고.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한 편씩 끊어 읽어도 좋고, 쭉 연달아 읽어도 좋은 이야기. 소설이 끝날 때마다 등장했던 음식 레시피가 적혀있다. 주말, 뭐 읽을 거 없나? 하시는 분들께 추천! 전남친 최애음식 매장위원회 저자 가와시로 사키 출판 놀 발매 2024.08...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2024년 8월 출간 (...) '하지만 삶은 이야기와 다를 테지. 언제고 성큼 다가와 우리의 뺨을 때릴 준비가 돼 있을 테지. 종이는 찢어지고 연필을 빼앗기는 일도 허다하겠지.' 누군가 집을 떠나 변해서 돌아오는 이야기, 지우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알았다. 하지만 그 결말을 잘 믿지는 않았다. 누군가 빛나는 재능으로 고향을 떠는 이야기,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몰입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면서도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 여기지는 않았다. 지우는 그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다는 이야기, 그래도 괜찮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 p232-233 거짓말이라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지만 어쩐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거짓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이야기' 주변을 맴돌았다. 삶은 이야기와 다를 테지. 마지막에 가서 지우의 말은 내게는 어떤 정답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고등학생 시절에는...
<<사랑과 결함>>. 소설집.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계간지 등에 발표한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음. 2021년 현대문학에 단편 <<도블>>이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함 실물 책을 봤을 때는 색감이 '와! 예쁘다' 싶지는 않았는데, 사진을 찍어 옮겨두고 나니 너무 예쁜데... 책은 도서관 신청해서 빌렸는데, 며칠 전 다른 책을 구매하니 <<사랑과 결함>>의 코멘터리 북(?) , New Face Book가 같이 왔다. 소설을 다 읽은 뒤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작가의 이야기를 소설을 읽기 전에 들으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내 생각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끼어든다. 나에게 문학 읽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독자 오독의 자유,에 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느끼고, 말하고 싶은 걸 방해받고 싶지 않다. <<사랑과 결함>> 속 열 편의 소설은, 내가 이십 대를 지나 막 30대로 향하고 있다면 푹 빠져서 읽었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읽어도 좋았던 건, 어느 한 시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때를 막 지나고 있다면 얼마나 다정하고 위로가 될까 싶었다. 소설이 담고 있는 정서가. 발췌 : New Face Book 어떻게 사랑만 가득한 존재가 있을 수 있겠어요. 들여다보면 다들 못된 짓도 많이 하고 나쁜 말도 많이 하잖아요.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누군가와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또 누군가를 미워하고, 결국 그렇게 돌아가는 삶...
믿기 힘들겠지만(나 스스로 믿기 힘든), 최근 3,4개월 사이 몸무게가 8킬로그램이 늘었다. 하아- 야금야금 살이 찌고 있었는데 체감을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그리 둔할 수가 있지? 싶겠지만 사실이다. 살이 찌나, 싶긴 했지만 체감할 만큼 몸이 둔해지고 불편해진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체중계에 올라서고 나서야 헉, 했다. 그날 이후 계속 의시하고는 있지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기지를 않는다 슬프게도. 식욕이 평소보다 는 것도, 먹는 양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렇게 살이 불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분명 많이 먹었겠지. 양이 늘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다이어트를 해야지, 까지는 아니지만 매일 그런 생각은 했다. 이 책의 제목과 똑! 같은 말.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물론, 매일 실패하고 있다. 저자는 출근하기 싫은 날, 퇴근 후 배달 앱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날, 기어이 잠들기 전 무언가를 먹으며 다짐한. '기필코! 내일 밤은 굶고 자야지!' 마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다짐하는 것도 다르지 않은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너무 다정해서, 너무 친근해서 책 속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서른 살의 내게 발견된 만성질환은 추간판탈출증과 위염, 역류성식도염, 과민성대장염과 양극성장애까지 모두 다섯이다. 회사 생활 2년 차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증세가 악화돼 병원에서 약을...
이만수 ⅹ 감명진, <<내가 널 살아 볼게>>, 고유명사, 2023년 1월 출간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2012년에 만난 남자와 여자는 오랜 기간 함께 살고 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되지는 않았다. 책 중간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 책이 2023년에 출간되었으니 어쩌면 지금쯤 그들은 부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들이 여전히 알콩달콩 함께, 동거인으로 살고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그러겠지. "너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면서 왜 남들한텐 동거만 하래?" 그럼 나는, 새초롬하게 대답할테다 '해봤으니까. 결혼도 해보고, 아이도 낳아 키워 봤으니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게 결혼이라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을 택할 거니까. 근데 이상하지. 같이 사는 건 똑같은데 왜 '동거'하면 달달한 로맨스가 떠오르고 '결혼'이라고 하면 뭔가 지지고 볶고, 복작한 이미지만 둥둥 떠다닐까. 결혼은, 하루하루 로맨스를 잃어가는 일이다. 그건 맞는 거 같다. <<내가 널 살아 볼게>>를 읽으면서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 어떤 로맨스를 자꾸 상상하게 돼서. 이런 장면들, 머리를 감고 나온 여자의 머리를 말려주거나, 사진 찍기가 너무 싫어도 여자를 위해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거나, 어린아이 같은 남자를 하나하나 다 챙겨줘도 밉...
선우은실,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읻다, 2024년 10월 출간 문학비평가의 생활비평에세이.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 누군가 웃고 있다면, 그는 보통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다. 충분히 크게 화내도 되는데 대신 돌려 말하고 있거나 웃으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황에서 위계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은 사람 또한 그 웃는 사람이다. ...... 웃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웃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부적절한 웃음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건 내게 끔찍한 웃음에 대한 경고가 된다. -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중에서, p21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멋있나. 나는 대체로 피하는 사람이다. 어쩐지 예상이 되는 자리가 있으니까. 그곳에 가면 싫어도 웃어야 할 것 같고, 불쾌한 농담에서 화내지 못하고 미소를 지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자리는 애초에 가지 않는다. 당당하게 그 자리에서 웃지 않은 이야기에 웃지 않고, 불편한 농담에 맞받아치는 사람이고 싶은 건 오랜 바람이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내내. 그리고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도 안다. 적어도 한국 사회의 직장문화에서. 선우은실 에세이 읽기의 즐거움은 글 도처에 깔려 있다. 어린 시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불편한 순간들, 혹은 즐거움들이 담겨있고 성인이 되어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 비...
김지연 에세이, <<등을 쓰다듬는 사람>>, 1984Books, 2024년 7월 출간 "사랑"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각자가 기억하는 사랑의 첫, 모습을 떠올리는데서. 혹은 '사랑'하면 길게 잔상이 남는 어떤 이미지들을 떠올리는데서부터. 그런 책이었다. 그런 글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담아낼 수 없는 글.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표정을 살피는 것처럼, 그림의 얼굴을 살피고, 만든 이의 시선이 응시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며 그림의 등을 어루만지는(p12) 이가 지어낸 글에 어찌 사랑이 담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포근해서, 기분 좋아지는 글을 읽었다. 읽고 난 뒤에는 얼마간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그냥 그렇게 나도, 타인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살면 좋겠다 싶었다. 어릴 땐 무지 견고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무 무겁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중력을 견뎌본 적 없는 천진한 가벼움 말고, 충분한 마음의 근력을 가진 사람의 우아한 가벼움. 그래서 예전보다 미술과 글쓰기를 더 미지근하게 좋아한다. 태워버릴 것처럼 내리쬐는 여름의 햇살은 내 삶도 말라붙게 만든다. 그보다는 따스한 봄빛 아래에서 촉촉하고 통통한 마음을 오래오래 돌보고 싶다. - <커다란 원과 미지근한 마음> 중에서, p59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 것은 말이나 활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이윤주 산문, <<고쳐 쓰는 마음>>, 읻다, 2024년 8월 출간 * 다시 맞은 봄. 고궁에 가서 새순과 꽃봉오리들을 보았다. 움직여야 할 때를 절로 알아차리는 생명들은 매년 신기하고 감격스럽다. 움직여야 할 때를 위해 멈춰 있던 때가 그들에게 있었겠지. 나의 마흔도 사라져 버린 게 아니라 그다음을 위해 잠시 멈췄던 걸까. 겨우내 모든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맨몸을 드러낸 채 서 있던 나무들처럼.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돌아온 계절만큼 늙어 있긴 하지만. 직장도 없고 갈 데도 가진 것도 없지만. 사람은 원래 생의 절반쯤에서 길을 잃곤 한다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더라도. 중요한 건, 늦었음에도 그냥 하는 마음. <마흔, 멈춤> 중에서 p21 * 어른답게 산다는 건 나 자신이 세상의 일부임을 잊지 않는 것. 세상 어디에 불시착해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 던져져도, 동서남북에 따라 자신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것. 얼마든지 세상과 인생과 다시 관계 맺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동쪽 팔에 상처 난 기억으로 서쪽 팔을 핥아주는 일에 불과하다. 어른답게 살고자 하는 나는 더 이상 돌아버릴 것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돌고 있는 지구를 떠올려본다. <너의 동쪽 뺨> 중에서, p83 * 당신은 괜찮다. 괜찮을 뿐 아니라 하염없이 듣고 싶어 한다. 듣기는 일방적일 수 없다. 나도 당신...
메리 루플, <<나의 사유 재산>>, 카라칼, 2021년 2월 출간 박연준 시인이 산문집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메리 루플에 관해 쓴 글이 있다. 메리 루플은 별난 작가다. 어떻게 별난지 묻는다면 '너무 뾰족해 주머니에 구멍을 낼 수밖에 없는 별처럼' 별나다고 하겠다. 별처럼 별나다니! 그녀를 표현하는 비유로 알맞은 것 같아서 혼자서는 흡족하다. (...) 한 존재의 뭉툭한 마음 귀퉁이를 뚫어주는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메리 루플은 그런 일을 한다. 이게 그녀의 일이다. _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p184 이런 소개는 너무 궁금하게 하지 않나. 나는 잘 모르는 작가지만, 그때부터 머릿속에 계속 '메리 루플'을 담고 다녔다.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 빌려오면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뿌듯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와우. 이 감탄사에는 많은 의미가 남겨있는데, 좋다, 어머나, 이렇게, 이런 문장을, 뭐.. 그런 잡다한 좋음에 관한 많은 의미들이. 작가가 표현한 슬픔의 표현들, 폐경에 관한 글. 그랬다. 폐경에 관한 글을 읽으며 마치 내게 당장 당도한 것처럼 격렬한 감정을 느꼈던 거다. 작가가 슬픔을 색으로 표현한 글들. 색은 또렷하지 않은데 작가가 말할 때 어머, 그러네 싶어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 한동안 멍해진다. 이걸 표현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그런데 그 걸 박연준 시인은 '별처럼 별나다'고 시인처럼...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로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적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이로든 차별에 가담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벽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 <사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중에서, p25 최근,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그간 내가 몰랐던 '나'가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인데, 게다가 좋은 쪽이 아니라 나에 대해 실망하게 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조금 울적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이건, 그동안 내가 '나는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야. 나는 적어도 그런 사람이야'라는 자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기저에 깔고 있다. 지난주, 몇 년 동안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매년 정규직 심사에서 탈락했던 직장 동료가 드디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공문이 돌았다. 공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마나 좋을까. 지금쯤 기분이 날아갈 것 같겠다. 정규직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리고 번뜩, '나 뭐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따라붙...
빅토리아 잉, <<삼킬 수 없는>>, 작은코도마뱀, 2024년 8월 출간 사랑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는데, 그 방법이 잘못된 거지. 너희 엄마가 변해야만 네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아무도 완벽하지 않아. 엄마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너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아봐. - 본문 중에서 밸러리는 어려서부터 '여자는 날씬해야 사랑받는다'고 배웠다. 그게 엄마의 사랑법이었다. 엄마는 밸러리가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 간섭했고, 살이 찌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다. 밸러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음식을 먹은 뒤 화장실로 가서 모두 토해버린다는걸.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먹고, 돌아서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토해내야만 견딜 수 있었다. 날씬한 자신이 뚱뚱한 친구보다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자신이 더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여자아이들은 예뻐지려고 갖은 노력을 하니까, 내 방법이 특별히 더 힘든 건 아닐 거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밸러리는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 항상 착한 학생이잖아. 네, 전 항상 착하죠. 그런 밸러리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아빠의 죽음 이후였다. 아빠는 세상을 떠나며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밸러리는 아빠의 죽음 앞에 슬픔을...
류승희, 그래픽 노블, <<자매의 책장>>, 보리, 2023년 7월 출간 여전히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부턴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쉽게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도 빠르니 시간이 늘 아쉬운 내게는 차선의 선택인 셈이었다. <<자매의 책장>>을 읽고 서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걸 오래 잊고 살았구나. 그립다. 나 역시, 퇴근 후 서점에 들러 책을 보면서 위로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결혼하기 전이었으니 너무 오래됐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면 여유롭게 책을 볼 수가 없어서, 늘 사야 할 책만 급하게 구입해 나오곤 했으니 서점의 위로를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이야기는 자매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 3년이 지난봄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주와 미주는 아버지의 사망 이후 여전히 마음속에 무거운 돌멩이 하나씩을 안은 채 살아간다. '어떤 죽음은 거짓말처럼 갑자기 다가오고, 어떤 죽음은 확실하지만 느리게 다가온다(p101)'는 우주의 독백. 결혼해 따로 사는 동생 미주의 부재가 여전히 낯선 우주. 아픈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다수의 직장인이 그렇듯 하루하루 노동의 고됨을 경험하고, 미주는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고 바쁜 남편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육아를 하며 보낸다.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견디는 자매를 여전히 이어주는 건 '책'이었다. 위로가 되어 준 것도...
너무 유명해서, 제대로 읽지 않았어도 읽은 듯 느껴지는 책이 있는데 <<안네의 일기>>도 그중 한 권이다. 단편 단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읽은 듯도, 아닌 듯도 한. 그런데 잘 아는 것 같은 책이었다. 아리 폴만 각색, 데이비드 폴론스키의 그림으로 다시 탄생한 #그래픽노블 <<안네의 일기>>를 통해 제대로 '안네'를 만났다. 1942년 안네의 열세 살 생일에 선물 받은 일기장. 안네는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키티'에게 털어놓겠다고 생각하고, 위로받기를 원했다. 안네의 가족은 나치를 피해 네덜란드로 떠났다. 그곳에서 안네의 아버지는 회사를 차렸고, 한동안 그들은 자유롭고, 행복했다. 독일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나치의 네덜란드 침략, 안네의 가족은 사무실의 비밀 은신처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네는 바깥출입도 하지 못한 채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키티'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안네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은신처는 좁고, 답답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고, 그들은 서로 견디며 살아가야 했다. 안네는 그곳에서 가족 간의 갈등, 타인과의 관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터득하고, 깨쳐갔다. 나는 우울할 때 이렇게 하라고 조언해. "들판으로 나가서 자연과 햇살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 밖으로 나가서 네 안에 잠재된 행복을 다시 포착해....
1월, 《자기만의 방》을 읽은 이후에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그의 책 속에 등장한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버지니아가 말한 <자기만의 방>에 대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깊이 알고 싶어지고 그의 글을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은, 수사네 쿠렌달이 그리고 쓴 버지니아 울프의 그래픽 전기다. 한 사람의 생을 읽고 따라는 일은 쉽지 않다.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같이 들여다봐야 비로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일 거다. 긴 텍스트가 아니라 그림과 짧은 문장들로 만나니 아무래도 읽기 편했고, 조금 더 쉽게 버지니아에게 가닿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책의 시작에는 버지니아와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 배경, 그녀의 부모, 남편, 친구,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감언이설을 해서라도 얻어냈고,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반드시 얻어냈다. (p11) 나는 지금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어서 너무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 매일 저녁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때 배울 수 있는 것을 꼭 배우라고 당부하고 싶단다. (....) 대화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은 없어.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고,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볼 거야! <<자기만의 방>>의 이야기가 시작된...
"아무래도 다른 책을 골라얄 것 같아요." "왜요?" "추천해 주신 책을 엄마가 보더니, 무슨 만화를 보냐고......" 글쓰기 일대일 코칭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 7월에 서평 쓰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추천한 리스트에 그래픽 노블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으로 선택했더니 엄마가 무슨 만화를 보냐고 했다며 서평 쓸 책을 다른 책으로 다시 고르겠다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만화라서 좋지 않을 리 없다고 구구절절 톡으로 답을 남겼지만, 결국 다른 책을 선택해 쓰겠다고 했다. "무슨 만화를..."라는 말을 하셨다는 어머님을 아마 설득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끝내 아쉬웠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애정 하는 분야가 바로 그 장르라서 이기도하고, 그림과 글이 주는 묵직한 여운을 끝내 나누지 못해서 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 <<거짓말들>>도 그 친구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데,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정말 굳이 소개가 필요 없는데, 읽으면 알 텐데. 아홉 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미깡 작가의 <<거짓말들>>은, 단편 단편 읽으면서도 좋았지만 다 읽고 난 뒤 묘하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누구나 한번쯤 아니 살면서 여러 번 하게 되는 거짓말. 거짓말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의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 선의의 마음으로 하게 되는 거짓말, 거짓말을 한 뒤 남는 죄책감, 거짓말을 ...
고선경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문학동네, 2023년 10월 출간 좋아하는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고선경 시인의 시를 읽었다. 작가님은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썼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시인이라니,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져서 퇴근길에 도서관에 갔다. 다행히 대출이 가능해서 빌렸는데, 펼쳤다가 도서관에서 읽고, 집에 와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시가 재밌어서 좋았다. 그래서 단번에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그게 끝은 아니라서 계속 다시 읽게 됐다. 재밌다는 건 독자인 나의 느낌이고, 어쩌면 시인은 너무 괴로워서 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외로워서. 아니면 고민이 많아서.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왜 재밌음을 재밌음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의미를 찾고 싶어지는 걸까, 재미없게. 그래서 나는 시인의 이런 시가 좋았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담배는 끊었으면 좋겠고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 먹고 싶지 가끔은 친구들에게 꽃이나 향수를 선물하고 싶어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거지 나를 구성하는 재료의 빛깔과 질감 누가 좀 만져줬으면 좋겠어 옷장 속에서 남몰래 축축해질 때도 누가 나를 꺼내 좀 ...
박지일, 송희지, 신이인, 양안다, 여세실, 임유영, 조시현, 차현준 / <<시 보다 2024>>, 문학과지성사, 2024년 11월 9월 출간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로, 2024년 올해 네번째를 맞이했다. 처음엔 박지일 시인의 시가 궁금해서 펼친 시집이었다. 시인의 시도 좋았지만, 이 시집에서 만난 시인 중 내가 발견한 시인은 신이인 시인이었다. 발견했다는 건 좀 표현이 그렇지만, 시인의 시가 마음에 콕 들어왔으니 내게는 몰랐던 시인의 발견인 셈이었다. 오은 시인은 추천의 말에서 "시인의 시는 '나'로 출발해서 '나'로 돌아온다. 언뜻 당연한 사실처럼 보이지만, 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읽을 때 적극적으로 짐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p85)고 했다. '나' 시작해서 '나'로 돌아온다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됐다. 내가 시인의 시에 눈이, 마음이 번쩍 뜨였던 게 그 때문이었을까. 개인적 감상이지만 시인의 시를 읽으며 뭔가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콕콕 잘 해낼 것 같은 그런 후련함. 4. 이따금 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 그들이 말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싶어서 종이에 나열하고 고민한다 못돼 처먹은 친구 못돼 처먹은 선생 못돼 처먹은 감수성 못돼 처먹은 과거의 사랑 못돼 처먹은 무 못돼 처먹은 해 못돼 처먹은 기생충 죽지 말고 살았으면 너희들의 왕국...
캐시 박 홍, <<몸 번역하기>>, 마티, 2024년 8월 출간 고백하자면, '마음' 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다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음에 읽어야지' 하고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실은 좋다, 아니다를 먼저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만큼 내가 가진 이해의 능력에서 벗어났다 자꾸. 시(詩) 만큼 독자 마음대로 이해해도 되는 분야가 없다고, 평소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이 책 속에 실린 시들은 '그렇게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하는 의무이 자꾸 드는 거다. 뭔가 거대한 걸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마음대로 막 해석하고 받아들여도 되는가.. 하는 질문과 자주 마주해야 했다. 마지막에 정은귀 번역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 질문으로부터 끝내 자유로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 몸을 번역하는 것은 세상과 맞선 흔적을 다시 쓰는 일이다. 시집 '몸 번역하기'는 그 점에서 시의 언어로 기록된 고투, 상처의 흔적이다. - 정은귀, <거인에서 매친 년으로 이어 말하기> 중에서 '시의 언어로 기록된 고투, 상처의 흔적' 캐시 박 홍은 이민 2세대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는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자라는 동안 집에서는 한국어를, 밖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며 지내야 했던 작가에게 모국어는 무엇이었을까. 번역가는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살아가는 과정이 시인이게는...
김기형 시집,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 문학동네, 2021년 8월 출간 문학동네 [우시사] 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시집은 안희연 시인이 2024년 8월 보낸 레터에 적혀 있던 시 <9월생>을 담고 있는 시집이다.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잊은 적도 있지만, 언제가 이 시집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퇴근길 도서관에 들러 시집을 빌려왔다. 시집 제목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는 시 (「천사들이 나타난 것일까」)의 구절이다. 앉을 자리가 없어요 우리 모두 서 있어요 서성이는 것도 괜찮아 해가 떨어져도 다시 기도를 해도 처음부터 읽게 되어도 여기에서 비를 기다려도 조금씩 묽어져도 불을 끄고 불을 켠다 - 「천사들이 나타난 것일까」 부분 서성이는 것도, 해가 떨어져도, 다시 기도를 해도, 처음부터 읽게 되어도, 여기에서 비를 기다려도, 조금씩 묽어져도 괜찮다는 구절을 오래 읽는다. 안희연 시인은 말했다. "당신이 노래를 시작하면, 나도 따라 허밍 할게요. 내가 당신의 배음(背音)이 되어줄게요.(우시사 발췌)" 우리가 모두 얼마쯤은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는, 그러니 그런 것쯤 괜찮다고 말해주는 시 같았다. 시집 속의 시들이 그랬다. 고요해 보는 이조차 그 안에는 그만 아는 아픔 같은 건 품고 있을 거라고. 조용히 통과해 가자고. 나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뒤의 세계를 알아요. 뒤를 붙 ...
니시 가즈토모는 30,40대부터 이미 시에 동화된 운명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어가든 그 운명을 거스르기보다는 운명에 몸을 맡기고 시를 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순수해야 하고 참된 것을 향한 끝없는 정열이 필요합니다. 현실 생활에서 실제로 그리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시 가즈토모는 그러한 난관을 묵묵히 헤쳐나간 시인입니다. 알라딘의 마술 램프를 찾아서 말입니다.(서문, 오쓰보 레미코) 답답하다. 어느 책에서 어느 시인(혹은 소설가)이 옛 시집을 읽는 걸 즐긴다고 하며 <<우리 등 뒤의 천사>>를 언급했던 걸 읽고 호기심이 생겨 이 시집을 읽어야지 생각했다. 제목을 잊지 않으려고 바로 메모해 두었는데 정작 그 말을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난다. 어느 책에서 이야기했는지도.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싶다가도, 이 시집이 너무 좋아서 시집을 언급한 그의 글을 다시 읽고 싶어진 거다. 시집에 대해 뭐라고 했었는지 다시 너무 궁금해져서. 블로그, 다이어리를 싹싹 뒤져가며 어디 메모를 남겨두지 않았을까 찾았는데 여전히 못 찾고 있다. 아.. 답답해. 그런 답답한 마음과 상관없이 <<우리 등 뒤의 천사>>는 읽게 되어 다행이라고, 알게 되어 좋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마치 산문처럼 읽히기도 하고, 시인의 아포리즘처럼 읽히기도 하는 시구들이 여기저기서 마음을 찔러댔다. 덕분에 나도 한동안, 오래전 시인들이 남긴 시들을 찾아...
슬펐다, 감동이었다, 울컥했다, 같은 뻔한 단어로 말고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줄거리를 나열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고, 책을 읽고 느낀 순도 100퍼센트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이렇게 적는다. "꼭, 읽어보세요.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혼자 읽어도 좋아요. 읽는 동안 머릿속으로 장면 장면이 그려졌어요. 만화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좋겠다 생각하면서요. 책 속엔 노든과 치쿠와 윔보가 나와요.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나가 있죠. 아무도 노든의 처음은 모르지만 노든의 마지막은 누구나 알아요. 노든은 용감했고, 다정했고, 멋졌어요. 치쿠와 윔보는 환상의 짝꿍이었어요. 함께 하지 못해도 그들은 함께 있는 것과 같아요. 그들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나'는 정말 행복한 녀석이지요. 녀석이 진짜 멋지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인간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쁘고, 가끔 착해요. 아니 어떤 인간은 자주 나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선함을 발휘하기도 해요. 우리는 서로를 끝내 지켜줄 수 없을까요. 서로 다정하게 보듬으며 살 수는 없을까요. 긴긴밤을 함께 한 사이라니 얼마나 멋진지요. 그들에겐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요. 믿음이 있지요. 함께 하지 못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흐려지지 않아요.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사는 일이 그리 힘들지 만은 않을 거예요. 노든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길에 훌쩍이지 않을 수 ...
#그녀석슬픔 #안단테_글 #소복이_그림 그림책입니다. <그 녀석, 걱정>을 읽고 좋아서 이어 읽는 시리즈입니다. 그 녀석, 슬픔 저자 안단테 출판 우주나무 발매 2024.11.01. #쓰는생각사는핑계 #이소호_에세이 이소호 시인의 에세이 좋아해요. 좋은데 싫고, 싫은데 좋고.. 실은 그런 감정들이 공존합니다. 제겐 묘한 작가입니다. 그래도 시인의 글은 꼭 추천하고 싶고요. 쓰는 생각 사는 핑계 저자 이소호 출판 민음사 발매 2024.10.30. #조금망한사랑 #김지연 / 소설 김지연 소설가의 <반려빚>이라는 단편을 좋아해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면, '잘 썼다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은 소설이었어요. 그 이후 계속 찾아 읽게 되는 작가입니다. 조금 망한 사랑 저자 김지연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4.10.21. #무지의즐거움 #우치다다쓰루 '지적 흥분을 부르는 천진한 어른의 공부 이야기'라는 부제에 끌렸습니다. 요즘 공부가 재밌어요. 이 책은 유유의 편집자와 박동섭 번역자가 일본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 선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생은 그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실렸습니다. 질문은 짧고 답은 길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천천히 읽어보려고 해요. 무지의 즐거움 저자 우치다 타츠루 출판 유유 발매 2024.11.04. #사랑과통제와맥주한잔의자유 #김도미 제목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제목보다 내용은 더 좋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는 책입니...
#해리포터와마법사의돌 #미나리마에디션 #JK롤링 제가 드디어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정소연 작가의 <<앨리스와의 티타임>>이라는 소설집을 읽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에 시리즈 순서를 물어보니 마법사와 돌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 구입한 책이 미나리마 스튜디오와 협업한 책이라서인지 책이 진짜 예뻐요. 책에 삽입된 삽화도요. 3D 입체입니다. 너무 기대됩니다. 헤어 나오지 못하며 어쩌죠 ㅎ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미나리마 에디션) 저자 조앤 K. 롤링 출판 문학수첩 발매 2020.10.20. #한강 #디에센셜_한강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어요. 11월엔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완독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궁금해져서 구입한 <디 에센셜 한강>입니다. 소설 <희랍어 시간?,<회복하는 인간>,<파란 돌>과 다섯 편의 시, 일곱 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어요. 생각해 보니 한강 작가의 산문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꼭 한 편이 아니라 작가의 여러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디 에센셜: 한강(무선 보급판)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06.01. #사랑은무한대이외다 #김명순 #박소란_엮음 / 에세이 독서모임 '소심'에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를 읽고 있는데요, 같이 읽을 텍스트로 선택한 책입니다....
11월의 시작과 함께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미리 신청한 책이 정말 딱 맞춰 도착했어요. 어쩐지 11월의 시작, 느낌이 좋습니다. ^^ #고쳐쓰는마음 #이윤주 / 에세이 '《고쳐 쓰는 마음》은 우울증 치료를 계기로 삶의 벼랑에서 겨우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 한 생활인의 조용한 기록이자, 안전한 회복기, 그리고 우울과 함께 살며 읽고 쓰고 본 것들에 대한 ‘마음 일기’다.(출판사 책 소개 발췌)' 이 한 문장이면 책에 대한 소개가 될 것 같아요. 책 표지에 적힌 '이 책을 읽고 나면 진짜로 살고 싶어진다' 이 문장도 참 좋았고요. 고쳐 쓰는 마음 저자 이윤주 출판 읻다(ITTA) 발매 2024.08.28. #어떤비밀 #최진영 / 에세이 최진영 소설가의 에세이입니다. 24절기에 맞춤한 편지와 산문을 담았다고 해요. 계간지에 실렸던 작가의 일기를 읽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가득 실린 작가의 편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어떤 비밀 저자 최진영 출판 난다 발매 2024.10.25. #죽을때까지나를다스린다는것 # 기시미이치로 / 인문학 #불안우울강박스스로벗어나기 #지윤채 이 두 권의 책은 10월, 마음이 힘들 때 찾아보게 된 책들입니다.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지만, 어떤 일들은, 어떤 마음들은 계속 반복되기도 하니까 천천히 읽어보려고요.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최근 <<미움 받을 용기>>를 읽을 때만 해도 내가 읽어온 ...
드디어, 10월이 지나갔습니다. 10월은 너무 힘들다고 징징거리면서 보냈거든요. 저는 늘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어요. 책은,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 다르게 생각할 힘을 준다고요.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해결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게 해준다고요. 그런 마음으로 10월은 책을 읽은 것 같아요. 머리가 복잡할수록, 뭔가 잡생각이 많을수록요. 그러다 보니 10월엔 스물다섯 권의 책을 읽었어요. 읽은 책 대부분 리뷰를 적었고요. 책 속에서 만난 문장들이 이번 달의 저를 붙들어 주었던 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168. 외국소설 / 키르케 / 매들린 밀러 / 이봄 169. 청소년에세이>시 / 오늘 아침 기쁨이 나를 깨웠어 / 레나 라우바움 / dodo 170. 한국에세이 /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 진은영 / 마음산책 171. 인문학 /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 진은영, 김경희 / 엑스북스 172. 외국시 / 우리 등 뒤의 천사 / 니시 가즈모토 / 황금알 173. 그김책 / 여전히 나는 / 다비드 칼리 / 오후의 소묘 174. 외국에세이 / 몸과 이야기하다, 언어와 춤추다 / 이시다 센 / 1984Books 175. 한국에세이 / 두 여자의 인생편집 기술 / 김은령, 마녀체력 / 책밥상 176. 한국에세이, 독서 에세이 / 고요한 읽기 / 이승우 / 문학동네 177. 그림책 / 인생은 지금 / 다비드 칼리 / 오후의 ...
메리 루플, <<나의 사유 재산>>, 카라칼, 2021년 2월 출간 박연준 시인이 산문집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메리 루플에 관해 쓴 글이 있다. 메리 루플은 별난 작가다. 어떻게 별난지 묻는다면 '너무 뾰족해 주머니에 구멍을 낼 수밖에 없는 별처럼' 별나다고 하겠다. 별처럼 별나다니! 그녀를 표현하는 비유로 알맞은 것 같아서 혼자서는 흡족하다. (...) 한 존재의 뭉툭한 마음 귀퉁이를 뚫어주는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메리 루플은 그런 일을 한다. 이게 그녀의 일이다. _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p184 이런 소개는 너무 궁금하게 하지 않나. 나는 잘 모르는 작가지만, 그때부터 머릿속에 계속 '메리 루플'을 담고 다녔다.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 빌려오면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뿌듯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와우. 이 감탄사에는 많은 의미가 남겨있는데, 좋다, 어머나, 이렇게, 이런 문장을, 뭐.. 그런 잡다한 좋음에 관한 많은 의미들이. 작가가 표현한 슬픔의 표현들, 폐경에 관한 글. 그랬다. 폐경에 관한 글을 읽으며 마치 내게 당장 당도한 것처럼 격렬한 감정을 느꼈던 거다. 작가가 슬픔을 색으로 표현한 글들. 색은 또렷하지 않은데 작가가 말할 때 어머, 그러네 싶어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 한동안 멍해진다. 이걸 표현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그런데 그 걸 박연준 시인은 '별처럼 별나다'고 시인처럼...
의도한 건 아닌데, 도서관에 늘 대출 중이어서 예약해 두었다가 받아온 게 어제. 퇴근 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읽다 보니 어린이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의도한 것처럼 좋아서 괜히 기쁘다. 로켓 배송으로 도착한 두 딸의 어린이날 선물을 개봉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고, 오늘은 문제집 안 풀어도 좋다고 말해주고, 나는 카페를 왔다. 하하. 어린이날이니까 어디를 가자고 조르지 않은 건 아이들이 의젓해서가 아니라 내일부터 3박 4일 동안 계획된 여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혼자 카페로 나온 엄마는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갖지 않을 것이다 음음). 중학생이 될 때까진 어린이라고 말하는 열 살 첫째와 아직 어린이날이 뭔지 모르는 네 살 둘째. 어린이들은 별 감흥이 없는데 어른들은 자꾸 마음을 쓴다(쓰게 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어린이를 위한 일들은 어린이의 뜻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의 뜻이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고. 어쩌면 나는, 내 배 아파 낳은 두 아이의 세계만 간신히 이해하며 사는데(때론 그마저 이해하지 못하는데), 작가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깊게 아이들을 이해하며 살겠구나 싶어졌다. 내가 보는 세계는 두 아이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