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키워드 65
2024.12.15참여 콘텐츠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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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소심' 11기】 2차 독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정리

11월에는 '소심' 분들과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를 읽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밤, ZOOM으로 모여 책 수다를 나눴습니다. 한 달 만에 영상으로 만나는데 너무 편하고, 반갑고, 재밌었어요. 꼭 책 모임이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만나서 수다 떨고 싶은 ^^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늘 부족해요^^; 책으로 만났지만 사는 이야기, 고민, 미래의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책에 대한 첫 느낌은 "스스로 절대 찾아 읽지 않을 책" 이었다고 해요.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책. 그런데 다 읽은 뒤에는 "재밌다" "흥미롭다"로 바뀌었다고요. 제가 모임을 하면서 책을 선정할 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혼자 읽을 땐 읽지 않을, 몰랐을 분야의 책을 접해보는 것. 그건 분명 또 다른 책을 읽게 하고, 관심을 넓히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면 이 책이 분류는 이렇게 나옵니다.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국내도서 >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미시사/생활사 국내도서 >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여성사 여성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이야기를 저는 좋아하는데요. 이 책은 되짚어 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현대 시대'의 여성들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놀라죠.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도?" "여전히?" 이런 생각...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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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독서 "마음" 35기】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품 읽기 결산, 《작별하지 않는다》, 《흰》_ 살아가요 /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빛과 실>

12월, 시작과 함께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기분이 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날들이기도 하고요. 저는 일상성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에요. 미래의 계획보다 지금 주어진 일을 차근하게 해내는 일이 저를 안심시켜요. 그런데 요즈음 그 일상성을 지키는 일을 흐트러뜨리는게 '국가'라서, '대통령'이라서 화가 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은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11월부터 12월 첫 주까지 마음 님들과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어느 인터넷 게시글에서 "대한민국은 윤석열과 한강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다"라는 문장을 봤습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지금 시대를 겪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 같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속에서 제주 4.3사건의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흰>>을 읽으면서는 삶이라는 가치, 연대한다는 것의 의미를 많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지금 딱,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어요. 모른 척, 아닌 척,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달까요. 함께 읽으신 '마음' 님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연대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도 계속하게 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제주4·3이란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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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필사 독서 '마음' 36기】 2024년 마무리도 독서로 함께 해요

필사 독서 '마음' 12월의 책, 같이 읽고 쓰고 나눠요! 참여폼은 하단에 있습니다. '마음 36기' 12월에 읽고, 쓰고, 나누는 책 2024년 마지막 필사 독서 '책'은 <<자기 앞의 생>>입니다. 연말이면 혹은 새해 즈음이면,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하는 자기계발서 읽고 싶어지잖아요. 그때뿐이더라도 뭔가 믿고 싶고, 의지를 다지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드니까요. 제가 가장 잘 안 읽는 분야가 자기계발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연말이면 뭔가 더 고심하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읽지, 하고요. <<자기 앞의 생>>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할 거예요. 그리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살아가는 일이 뭘까" 하고요. 읽으면서 슬플 수도 있어요. 지나간 한 해가 힘드셨다면 유독 더 그러실 수도요. 그럼에도 분명히 새해에는 다시 힘내고 싶어질 거예요. 읽고 남기면서 올 한 해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한 해도 힘차게 맞이하고요 ^^ 자기 앞의 생 저자 에밀 아자르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1.24. 자기 앞의 생(일러스트) 저자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5.10. ■ 신청 기간 : 2024.12.2(월)~12.12(목) 늦은 밤 ■ 모임 기간 : 2024.12.16(월)~2025.1.5(일), 3주 ■ 방법 : 필사 + 문장 수집 + 나의 한 문장과 나의 이야기 남기기 / 모임...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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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독서 '마음' 34기] 《몸 번역하기》 결산_포기하기 숨기 정화하기 초월하기

2024년 10월 필사 독서 모임 '마음' 에서 캐시 박 홍의 시집 <<몸 번역하기>>를 함께 읽고, 쓰고, 나눴어요. 시집에 대한 첫 인상은 대체로 "어랏! 이게 뭘까요?" 이거나 "음..어려운 것 같아요..." 였습니다. 몸 번역하기, 캐시 박 홍 고백하자면, '마음' 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다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음에 읽어야지&#x2... blog.naver.com 책 읽은 감상을 적으면서도 썼지만, 함께 읽어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마무리 문장까지 남겨주신 마음님들 감사해요!) (... 나는 말해왔다, 나는 열렬히 말해왔다, 나는 거짓을 말해왔다.) 나는 몸을 취했다. 몸을 낚아챘다, 왼쪽 모퉁이에 있는 것을; 그것은 움츠리고 있고, 춤추고 있다, 그건 움직이지 않는다. 혹은 긁어냈다 ...... 나는 비밀로 부쳤다, 흙 묻은 손으로 식사 전에 씻는 걸 잊어버렸기에, 눈가에 묻은 잠을 씻어내는걸, 내 다리 사이를 씻어내는걸, 내 피부에 내려앉은 재를 씻어내는 걸 잊어버렸기에, 그녀가 뒷마당에서 손뼉을 친다, 나는 수영장으로, 소복한 거품과 거품을 들어 올려주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청명한 대기와 노래하는 몸으로 폭발한다. - <몸 3> 부분, p180 '마음' 님들이 읽고 남긴 부분 😍 헤이즐 님 📌 p.171 몸을 행동과 연관 짓기 : 포기하기 숨기 정화하기 초월하기 하나씩 하나씩, 집...

2024.11.10
7
【독서 모임 '소심' 11기】 1차 독서 《양육 가설》 정리

10월 한 달 꼬박 소심 친구들과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 가설>>을 읽었어요. 분량도 많고, 담고 있는 내용도 가볍지 않아서 나눠서 읽는데도 쉽지 않더라고요. 일주일마다 소심 카페에 읽은 분량을 정리하고, 금요일 밤 ZOOM에서 모여 책 수다를 떨었습니다. 제가 몇 가지의 질문을 정리해서 드리고 그게 맞춰 진행하려고 했는데, 모여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질문보다 더 많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한 분은 파리 여행 중에 숙소에서 접속을 하셨고, 저는 카페에서, 또 다른 분은 집에서 줌에 접속했어요. 온라인 모임이라도 충분히 온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각자 살고 있는 곳도 읽는 환경도 다르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연대하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이번 책은 <양육>에 관한 내용이고, 우리 모두 육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양육가설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 출판 이김 발매 2022.03.30. 1. 양육은 환경과 같은 말이 아니다 39 2. 본성과 양육의 증거 57 3. 본성, 양육, 그리고 제3의 가능성 83 4. 구분된 세계 113 5.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148 6. 인간의 본성 174 7. 우리 대 그들 213 8. 아이들 무리에서 245 9. 문화의 전달 300 10. 성별이 결정한다 350 11. 학교와 아이들 384 12. 성장 420 13. 역기능 가정과 문...

2024.11.09
2021.03.27참여 콘텐츠 1
(2021_31) 아주 좋아요,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준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가끔 옆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순간처럼 잔잔하게 마음이 일렁이는 걸 느꼈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아무 말이 없군요.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섹스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잖아도 궁금했어요. 아니,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나야 성욕을 잃은 지도 한참일 텐데요. 밤을 견뎌내는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요. 같은 생각이에요. p9 소설은 줄곧 애디와 루이스의 대화로 이어진다. 나란히 누워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읽는다. 아니, 듣는다. 조용하게, 아무 소리도 없이 그들의 목소리만 듣고 싶다. 사별 이후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이들이 함께 보내는 밤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짐작하는, 마음대로 떠드는 시끄럽고 복잡한 밤...

2021.03.26
2024.11.23참여 콘텐츠 1
12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년 출간 제주4·3이란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p536> 소설을 읽기 위해서 『제주 4·3 사건』을 알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끝내 이 소설을 완독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제주 4·3 사건 평화재단' 홈페이지를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제일 처음 놀란 건, 이 사이트를 처음 알게 됐다는 것. 그동안 왜 한 번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다음 놀란 건, 이렇게 자세하게 정리해 두었다니.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건'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다. 무수히 많은 주민들이. 국가 권력에 대항할 수도 없던 사람들. 사건의 당사자도 있지만 그들의 수많은 가족들이 그 안에는 존재한다. 피해자는 너무 많지만 가해자는 찾을 수 없는 사건. 슬픔보다 분노를 일으...

2024.11.23
2024.12.12참여 콘텐츠 53
5
오직 쓰기 위하여, 천쉐

천쉐, <<오직 쓰기 위하여>>, 글항아리, 2024년 9월 출간 우리 아마 다 알 거다. '글쓰기의 비법' 같은 거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냥 잘 쓰는 사람은 계속 잘 쓰고, 쓰고 싶은 사람은 계속 쓴다는 거. 그래서 무수히 많은 글쓰기 책을 만나면, 처음 드는 생각은 이거다. "뭐, 다 아는 얘기일 거야." 아마 70% 이상은 맞지 않을까. 다 아는 얘기. 늘 실천이 필요한 거고. 결국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문제라는 것도. 이제 <오직 쓰기 위해서>를 앞에 두고 말해보자. 글쓰기의 13가지 비법,이라는 부제 속 큰 줄기는 그렇다, 반 이상은 이미 알고,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다르다. 경험하고, 좌절해 보고, 실의에 빠져도 보고, 성공의 과정도 거치면서 내면에 단단하게 쌓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원론적의 이야기가 겉에 드러나는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자꾸 집중하게 된다. 빠져든다.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서문부터 좋았다. 다섯 페이지 남짓 담겨 있는 글을 읽으면서 문장 문장 줄을 긋고 싶었다. 서문의 제목은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다. 작가는 어려운 가정 형편, 가장처럼 집안을 지켜야 했던 시절을 거치면서 글쓰기와 함께 생계를 위한 일을 놓지 않았다. 쓸 시간이 없다는 건 정말 핑계.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말이 왜 ...

2024.12.12
10
【글쓰기 모임 '여우글방 7기'】 결산_ 함께 쓰는 힘

2024년 가을, 글방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글을 쓰고 나눴어요. 실은, 늘 처음에 계획했던 일정보다 더 늘어납니다 ^^ 우리는 경쟁하는 게 아니고, 한 편이라도 모두 쓸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글방 친구들의 속도에 맞춰 일정을 조절해요. 줌으로 모여서 한편 에세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은 늘 즐겁고요. 이번 모임도 너무 좋았는데, 저는 뭐 하느라 캡처 한 장도 안 하고... 녹화도 안 하고.. ;;; 열심히 적고, 마음에 남긴 걸로 기록을 대신합니다. 비공개 카페 <여우글방>에 모여 함께 쓰고 있어요. 주제 글쓰기, 미션 글쓰기, 한편 에세이 쓰기는 매 기수마다 동일하게 하고 있고요. 그 외, 기수마다 조금씩 다른 것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7기에서는 출간 기획서 쓰기를 같이 해봤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기획이 나와서 놀랐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믿게 됐습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구나." 하고요. 몇 분의 기획서는 정말 잘 다듬어서 투고해 보세요~ 하고 권하고 싶었고요(실제로도 권했고요 ^^) 앞으로도 계속 쓰시기를 옆에서 독려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써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글감 찾는 일도, 이미지를 보고 글을 써보는 일도 결국 내 안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이고요. 7기 친구들의 글은 너무 좋아서 읽으면서 즐거웠어요.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펼쳐낸...

2024.11.20
6
(모집마감) 【글쓰기 모임 '여우글방' 8기】 2024년, 글 쓰며 마무리해요

2024년이 한 달 반 정도 남았어요. 이렇게 쓰고 또 금방 "엇! 이제 일주일 남았어요!" 하고 말하고 있겠지요 ^^;;; 시간이 너무 부지런히 흐르더라고요. 2024년 남은 한 달, 글 쓰며 보내는 건 어떨까요? 2024년, 잘 보내셨나요? 각자의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순간순간 해야할 것들을 충실히 하면서 보냈던 것 같고요. 어쩌면 그 때문에 최악은 아니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잘했다, 잘 버텼다, 칭찬해 주고 싶어요. "글을 쓰면서 도망친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새로운 백지로 만드는 일이다"라는 정지우 작가의 문장을 좋아해요. 글을 쓰다 보면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날 것 그대로의 타인도 보게 되지요. 올 한 해 마주했던 '나'를 백지 위에 옮겨 보며 어떨까요? '여우글방 8기' 모임은 12월 한 달 동안 진행됩니다. "안녕! 2024년"을 테마로 해요. (1주 차) 주제 글쓰기 : 글방 지기가 주제 제공, 일주일에 세 편 (2주 차) 미션 글쓰기 : 짧은 글쓰기를 주어진 미션을 하면서 씁니다. 매일(주 5일) (3주 차) 에세이 쓰기 : 제시되는 주제로 한 편 에세이를 씁니다. (4주 차) 피드백, 글수다 : 한 편 에세이로 줌으로 모여 글수다를 나눠요. * 글수다 이후 글방 지기의 개인별 피드백 자료를 드립니다....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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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 쓰기라는 오만한 세계, 파리 리뷰

이 책은 1953년 창간한 미국의 저명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에서 정수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살아 있는 작가 303명에게서 얻은 919개의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파리 리뷰〉의 편집진은 1호부터 224호까지 60여 년 동안 출판된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를 읽고 주제별로 편집했다. 여기에는 시, 소설, 논픽션, 번역, 회고록, 편집, 만화, 전기, 희곡 등 문자 예술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어디에서 제목을 떠올리는지, 어떻게 원고를 퇴고하고,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등 작가들의 작업 방식과 감성, 삶의 편린도 엿볼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옆에 두어도 좋을 책이다. 1부부터 4부까지 각각의 질문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답변을 모아 두었다. 각각의 주제 아래 세부 질문이 여러 개 있어서 큰 주제가 아니라 작은 주제에 관한 작가들에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 '책을 즐겨 읽으셨습니까? "왜 글을 쓰십니까?"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대화를 쓰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초보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여성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등등.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읽고 싶은 부분 어디라도 먼저 펼쳐 읽어도 좋...

2024.09.22
4
(모집) 【글쓰기 모임 '여우글방' 7기】 함께 쓰실래요?

◆ [여우글방 1기] 결산_어떤 이유로든 쓴다 ◆ [여우글방 2기] 결산_글이 써지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씁니다 ◆ [여우글방 3기] 결산_갈팡질팡하더라도 쓰는 게 좋아서 ◆ [여우글방 4기] 결산]_우린 한 발짝 더! ◆ 【여우글방 5기】 결산_우린 글쓰기를 좋아했네! 9월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나는데,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들이라니요. 더워서 짜증이 나다가 어느 순간, 어머.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 이러다 가을이 사라지는 거 아닐까. 문득 겁이 나는 거예요. 저는 항상성이 무척 중요한 사람인데요. 매일 일상이, 제게 주어진 날들이 일정하게 지속되기를 바라요. 그게 흔들리면 불안해지고요. 제게 글은 그런 것 같아요. 매일 살아가는 일처럼 매일 제 앞에 놓이는 것. 그게 쓰는 글이든, 읽는 글이든요. 9월의 끝자락에 시작됩니다. 매일 우리의 일상을 글로 채울 수 있기를 바라요. ▤ '여우글방 7기' 모임 기간 : 2024.9.30(월) ~ 2024.11.10(일) 6주 진행 ▤ 참여 신청 기간 : 2024.9.12(목) ~ 9.26(목) 2주간 / 선착순 마감 (최대 10명) ( 내용을 확인하신 후, 하단 네이버 폼 작성 및 참여비 입금) (1주~2주차) 워밍업 : 주제 글쓰기 & 미션 글쓰기 : 글감 제공, 자율 글쓰기 진행 (3주차) 에세이 쓰기 (3주~5주) : 피드백, 글수다, 짧은 글쓰기(개별 맞춤 주제 제공) (5주~6주차...

2024.09.12
2022.03.30참여 콘텐츠 1
11
(2022_45) '사랑'받고 있음을 믿는 것 - 리사 아이사토, 『삶의 모든 색』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장면, 이 문장 하나만으로 이 책은 (내게 ) 제 할 일을 다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굉장한 이야기(책) 이었다.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 여섯 개의 챕터로 나뉜 삶의 이야기를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담아냈다. 95컷, 총 200쪽에 달하는 그림은, 그림 자체로 멋졌다. 그림마다 길게는 두 문장 대부분은 한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난다. 그림과 문장은 하나로 연결되고, 이야기는 문장마다 깊이 마음에 와닿았다. 코로나 격리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일상을 사는 동안 자주 무너졌다. 엄마로 사는 삶에 대해 깊은 회의와 절망감이 수시로 찾아왔고,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최고난도의 육아와 가사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난 이제 안다. 알았다. 알게 되었다. '이건 사랑이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은, 노동은, 모두 '사랑'에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사랑'이며, 앞으로도 '사랑'일 거다. '사랑'이 아니라면 지금 이 모든 걸 설명할 방법이 없다. 희생이 아니라 사랑.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삼시 세끼 차려 방문 앞에 놓아 주는 일도, 자유를 잃은 것 같은 불안함도,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무기력함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내가 그랬듯, 아이가, 힘든 일을 경험하는 순간에, 절망에 빠지는 순간에, ...

2022.03.17
2021.11.15참여 콘텐츠 1
(2021_119) TIGER OR CAT -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2』

2022년 10대 트렌드 흐름 TIGER OR CAT 띠 동물을 활용해 영문 10글자로 트렌드 두운을 맞춰 정한 타이틀 키워드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 다. 2022년 트렌드 키워드를 'TIGER OR CAT'으로 정한 이유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소위 '위드 코로나' 내지 '포스트 코로나'가 시작되는 새로운 기점에서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인가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표현한다. 지난 2년에 걸친 COVID-19 바이러스의 창궐은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 했고,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불러왔다.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혁신이 절실하다. - <서문> 중에서, p12 워낙 트렌드와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읽을 때마다, '어머, 난 이런 단어 처음 보는데, 이런 소비 스타일 나는 없는데..' 같은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매년 호기심에 찾아 읽게 되는 책이다. 2021년에 읽을 땐 '파이어족'이나 '오하운' 같은 단어를 처음 알기도 했다. 2022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키워드들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이 트렌드를 예측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도 했다. 위에 발췌한 서문의 '혁신이 절실하다'라는 문장에서 '혁신'은 누구의, 무엇의 '혁신'을 의미하는가.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의지인가. 신자유주의 체제...

2021.11.15
2023.10.21참여 콘텐츠 1
8
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2024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소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트렌드 코리아>는 출간 소식을 들으면 힐끗거리게 되더라고요. 집중해서 정독하는 건 아니고, 큰 줄기에서 키워드를 읽고, 관심 있는 주제만 집중해서 읽는 편이에요. 2024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담겨 있는지 살짝 소개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2024 트렌트 코리아 키워드, DRAGON EYES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사회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 Not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남편 없던아빠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 You Choose, I'1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 Ei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돌봄경제 - <트렌트 코리아 2024> 발췌 최근에 읽은 <...

2023.10.21
2021.02.16참여 콘텐츠 1
(2020) 26.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인생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것, 엄마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것. 이 모든 게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 같지만 우리는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워서 어떤 사람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순간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의 고리를 끊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자기를 키워 준 부모의 세계를 깨고 나가야 한다. 그것은 자녀에게는 독립이고 부모에게는 상실이다. 나는 늘 너를 내 품 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깊은 슬픔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너의 결혼식 날 나는 혼자 커피를 마시며 엄마 독립식을 치렀다. 덕분에 나는 결혼식 때 눈물 흘리는 촌스러운 엄마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웃으며 너를 보낼 수 있었다. 딸아, 고맙다. 네가 먼저 용감하게 부모의 세계를 부숴 준 덕분에 나 역시 엄마 역할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 <못된 딸이 되라> 중에서, p19 나의 엄마가 결혼식을 앞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한편으로는, 딸의 결혼과 독립을 앞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엄마는 얼마나 될까. 많을 텐데,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이런 엄마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엄...

2020.02.17
2024.10.31참여 콘텐츠 1
16
트렌드 코리아 2025, #아보하 #무해력 #원포인트업 #기후감수성

2024년 코리아트렌드의 키워드는 "DRAGON EYES" '분초사회 / 호모 프롬프트 / 육각형인간 /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 도파밍 / 요즘남편 없던아빠 / 스핀오프 프로젝트 / 디토소비 / 리퀴드폴리탄 / 돌봄경제' 열 개의 키워드가 있었다. 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2024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소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 blog.naver.com 2025년 키워드로 넘어가기 전에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2024년 10대 트렌드 상품 먼저 확인해 봤다. 그러고 보니,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 꽤 있다. 육아지원제도같은 것들. 작년에 키워드를 읽을 때도 '돌봄경제'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났다. 올해 나도 아이들과 일본여행 다녀왔다. 다시 돌아보니, 내가 관심 가진 것들.... 알게 모르게 해온 것들이 트렌드와 관련이 있구나, 생각해 보게 되는 거다. 알고리즘처럼. 꼭 내게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꾸 눈에 띄고, 들려서 해보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무언가를 볼 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길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봐야겠다. "이게 요즘의 트렌드인가?" 2025년의 키워드 SNAKE SENSE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비교를 멈추고 '...

2024.10.31
2024.12.07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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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한강 소설

한강, <<흰>>, 문학동네, 2018년 출간 요란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폭설이 내렸던 며칠은 공포스러웠지만 지난 며칠에 비하여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었다. 2024년 겨울, 나는,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이는 학교 사회 시간에 계엄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한 아이가 '그건 독재하려고 그런 거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정확히 어떻게 말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는 웃으며 "선생님은 그냥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아." 하고 얼버무렸다.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배워야 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걸까. 한강 작가의 <<흰>>을 읽는 동안 겪은 폭설, 계엄령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 철도파업과 크고 작은 사고들로 생과 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했다. 어쩌면 소설은 그렇지 않았는데, 작가가 의도한 게 전혀 아닐지도 모르는데, 나는 자꾸 작가의 소설에서 하얗고 흰 것이, 더럽혀지는 이미지들을 떠올렸다. 삶과 죽음이 뭉텅이로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고 싶은가. 그럴 가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라고 떨면서 스스로에게 답했던 때가 있었다. (p105) 우리는 지금 이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보한 채 매일매일의 사건들을 예의 주시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요즘보다 더 명확하...

2024.12.07
2024.10.31참여 콘텐츠 2
16
트렌드 코리아 2025, #아보하 #무해력 #원포인트업 #기후감수성

2024년 코리아트렌드의 키워드는 "DRAGON EYES" '분초사회 / 호모 프롬프트 / 육각형인간 /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 도파밍 / 요즘남편 없던아빠 / 스핀오프 프로젝트 / 디토소비 / 리퀴드폴리탄 / 돌봄경제' 열 개의 키워드가 있었다. 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2024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소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 blog.naver.com 2025년 키워드로 넘어가기 전에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2024년 10대 트렌드 상품 먼저 확인해 봤다. 그러고 보니,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 꽤 있다. 육아지원제도같은 것들. 작년에 키워드를 읽을 때도 '돌봄경제'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났다. 올해 나도 아이들과 일본여행 다녀왔다. 다시 돌아보니, 내가 관심 가진 것들.... 알게 모르게 해온 것들이 트렌드와 관련이 있구나, 생각해 보게 되는 거다. 알고리즘처럼. 꼭 내게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꾸 눈에 띄고, 들려서 해보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무언가를 볼 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길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봐야겠다. "이게 요즘의 트렌드인가?" 2025년의 키워드 SNAKE SENSE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비교를 멈추고 '...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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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2024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소개

DRAGON EYES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곧 2024년이라니요. 트렌드 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트렌드 코리아>는 출간 소식을 들으면 힐끗거리게 되더라고요. 집중해서 정독하는 건 아니고, 큰 줄기에서 키워드를 읽고, 관심 있는 주제만 집중해서 읽는 편이에요. 2024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담겨 있는지 살짝 소개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2024 트렌트 코리아 키워드, DRAGON EYES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사회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 Not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남편 없던아빠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 You Choose, I'1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 Ei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돌봄경제 - <트렌트 코리아 2024> 발췌 최근에 읽은 <...

2023.10.21
2024.12.13참여 콘텐츠 46
10
[그림책 추천] 세상, 강경수

강경수, <<세상>>, 창비, 2024년 11월 출간 어수선 한 날을 보내면서도 모른척할 수 없는 요즘. 윤 대통령의 담화문을 듣고, 읽고 다시 <<세상>>이라는 '책' 속으로 들어오니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하게 된다. 불안이 증폭되는 세상을 살면서 매일 바란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롭고 안전하고 상식이 존재하기를.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된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 앞에 나타난 커다란 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내어주고, 보살펴 주는 손. 아이가 어릴 땐, 그 안에서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무럭무럭 자란 아이는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자신을 돌봐주었던 '손'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 손은 여전히 보드랍고, 안전하지만 아이는 궁금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나도 세상에 나가보고 싶어요" "그건 힘들 것 같구나, 세상은 너무 위험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단다." "무서운 곳인가요?" "무서운 곳이지."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고 알려주어야 하는 건 슬픈 일이다. 아이가 보고, 느끼고,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할 '세상'은 적어도 '무서운 곳'이면 안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공감이 된다. 나의 아이들을 완전무장 시키지 않은 채 내보내도 괜찮을 걸까. "세상은 정말 위험한 곳인가요?" "몇 번을 말했지만 그렇단다." "하지만 궁금해요." "그럴 ...

2024.12.13
11
백희나 신작 그림책, 해피버쓰데이

백희나, <<해피버쓰데이>>, 스토리보울, 2024년 12월 출간 2024국제아동도서전에서 선 공개 된 백희나 작가님의 신작 그림책 <<해피버쓰데이>>. 부산에서는 읽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읽었다. 개인적으로 (어른 독자의 눈으로) 내가 꼽는 백희나 작가님의 최애 작품이 될 것 같다. 주인공은 '제브리나'다. 제브리나는 요즘 기운이 없고, 마음이 무거워져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좋아하는 막내이모가 그런 제브라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물었다. "혹시 얼루룩덜루룩탈탈"에 걸린 것이나?" (아마, 이게 얼룩말들에게 일어나기 쉬운 그러나, 걸리면 쉽게 낫지 않는 감정의 병 같은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표현이 너무 재미있고.) 그런 제브리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생일 선물을 미리 보내준 막내이모. 그렇게 제브리나에게 도착한 신기한 옷장. 이 옷장은 하루에 한 벌씩 옷과, 소품이 새로 생겨난다. 이모가 주의를 준대로 입고 나서 세탁통에 넣으면 옷이 바로 사라지고, 다음 날이면 또 새로운 옷 한 벌이 걸려 있다. 예쁜 옷과 신발을 본 제브리나는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매일 새로운 옷을 입고 옷과 어울릴만한 장소에 갔다.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새로운 옷을 입고 뽐내고 싶은 마음에 커다란 케이크를 구워 사람들을 초대했지만, 생일날 아침 열어본 옷장에는 '옷이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고깔모자 하나가 들어 있...

2024.12.08
8
【그림책 추천】 그 녀석, 슬픔 / 안단테 글·소복이 그림

안단테 그림, 소복이 그림 / <<그 녀석, 슬픔>> / 우주나무 / 2024년 11월 출간 사랑하는 반려견 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이는 매일 졸졸 쫓아다니는 쫑이가 없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같이 놀아도 즐겁지가 않았다. 엄마는 이제 그만 훌훌 털어버리라고 했다. 엄마의 다독임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녀석, 슬픔이 내내 아이를 쫓아다녔다. 학교에서는, 엄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려고 노력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멍해졌고, 우울해졌다. 그때, 슬픔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무엇 때문에 나를 피하는 거야? 왜 나를 감추려고만 해." 그 녀석, 슬픔이 나를 달래듯이 말했다. "나를 애써 감추지 않아도 돼. 참지 않아도 돼. 네가 하고 싶은 말, 나한테 다 해도 돼. 그래야 네 마음의 상처가 곪지 않아." 슬픔의 말을 들은 아이는 그제야 눈물을 흘렸다. 안간힘을 다해 참았던 말들을 쏟아 냈다. 그렇게 한참을 그 녀석, 슬픔의 품에 안겨 울었다. 아이는 이제 알게 됐을까. 꾹꾹 눌러 참는다고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란걸. 미안한 마음이 가시는 게 아니란걸. 때로는 많이 슬퍼하고, 울고, 실컷 쏟아낸 뒤에야 보내지는 게 있다는걸. "내 품에 안겨 내 안에서 숨을 쉬고 나와 함께 울어. 네가 느끼는 대로 네가 하고 싶은 만큼." 그 녀석, 슬픔은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때로...

2024.11.20
16
【그림책 추천】 《줄리의 그림자》, 《작은 발견》

이번 주에 아이와 읽은 두 권의 그림책입니다. #줄리의그림자 #크리스티앙브뤼엘_글 #안보즐렉_그림 엄마는 줄리에게 "여자답게" 행동하기를 요구해요. "여자답게"는 정리를 잘하고, 조신하고, 고분고분하고, 예쁘게 옷을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매만지는... 보이는 모습입니다. 줄리는 엄마, 아빠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자신의 모습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친구(남자)는 반대의 고민을 해요. 사람들이 자신을 "남자가 아니라 여자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게 힘든 거지요. 어떻게 하는 게 남자다운 건지 몰라요.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스스로에게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은연중에 강요하면서 살았는지도요. 아이들은 고민해요. 자기답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할 때만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이지요. 사람들은 여자아이는 여자아이 같아야 하고, 남자아이는 남자아이 같아야 한다고 말해. 각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는 없는 것처럼. 정해진 유리병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오이피클처럼 말이지?" . . "오이피클"처럼이라는 문장이 확 와닿았어요. 제가 아이에게 바라는 건 오이피클처럼 정해진 병안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

2024.11.16
9
【그림책 추천】 《여자아이의 왕국》, 《100만 번 산 고양이》

큰 아이가 학교에서 매주 두 편의 독서록을 써가는 과제를 하는데요, 금요일 오후가 되면 메시지가 옵니다. "엄마, 엄마학교 도서관에서 책 좀 빌려다 줘." 하고요. 매주 아이와 읽을 책을 고르는 건 은근 재밌어요. 이번 주에 빌린 책은 그림책 두 권입니다. 주말에 같이 읽었어요. #여자아이의왕국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 #그림책 《여자아이의 왕국》은 초경을 시작한 여자아이의 마음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초경을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생각해 보니 아이는 그 전후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생리전 증후군도 심하고, 생리통도 심한 편이라 딸아이의 초경을 마주했을 때 기쁨과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에요. 너도... 그 험난한 길로 들어섰구나, 하는 마음에서요. 엄마들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섬세하게 아이의 마음을 담아낸 것 같아 좋았고,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제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게 되었구나, 축하해 줄 일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여자라면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일이니까,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여자아이가 살다 보면 변화를 느끼게 되는 날이 옵니다. 짧은 말 몇 마디가 들려옵니다. "공주야, 오늘 너는 여자가 된 거야." 엄마는 여자아이를 무언가 특별하게 안아 줍니다. 아빠도 여자아이를 다른 때와는 달리 바라봅니다. 근데, 이건 찰나의 순간이잖아요. 엄마, ...

2024.11.10
2021.03.04참여 콘텐츠 2
(2020년_234번째 독서) 158.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전범선

종종 묘한 감정에 빠진다.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특히 이렇게 멋진 젊은이 앞에서 속수무책 풍덩 빠져 허우적 될 때면 더욱 그렇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평생 나와는 연결고리 없이 살아갈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구나 알게 되어 기쁘다. 나의 젊음이, 앞으로 무모한 도전이나 단순한 열정만으로 살아가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게 될 나의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나의 아이가 살아가게 될 세상을 그려보는 일에, 나의 아이를 대할 나를 만들어 가는 일에 설렘을 갖게 했다. 세상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고,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공부를 잘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한 공부를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를 스스로 알아가는 삶을 살아가도록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 전범선, 이라는 사람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낯설기도 했지만 그래서 즐겁기도 했다. 그를 설명하는 문장은 이렇다. 91년 춘천 출생.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컬럼비아 로스쿨에 합격, 국제변호사가 되는 길을 가려고 했지만 로스쿨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방촌에 살며 낮에는 풀무질(책방)에서 글을 쓰고 밤에는 로큰롤(밴드 양반들)을 연주한다. 비거니즘과 동물해방운동을 한다. 나처럼 평범한...

2020.12.26
16
(2020) 36.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글·그림

비거니즘을 열어본다는 건 늘 그래왔던 익숙한 현상들을 전복하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비거니즘은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육식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비거니즘은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기 위한 가치관이 아닙니다. 저는 채식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게 도덕적인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진실 앞에서는 방관자로 있기 마련이니까요. 기아 문제, 소수자 문제, 환경 문제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삶을 오롯이 바치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노력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채식도 마찬가지예요. 여러 사회 문제 중 일부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입니다. 육식 뒤에 어떤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해서 그 진실이 여러분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진실을 마주하는데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 <머리말> 중에서, p6 '비거니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비건'이 아니다. 아니, '비건'이지 못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떤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건 아니고, 조금 더 알아보고 싶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아,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실은 식탁에 고기를 올리고 아이들 입에 넣어주면서 내 입으로 잘 ...

2020.03.04
1일 전참여 콘텐츠 52
2
비눗방울 퐁, 이유리

이유리 소설집, <<비눗방울 퐁>>, 민음사, 2024년 11월 출간 소설적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작가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소재와, 어딘가에 있음 직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발을 땅에 딛고 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현실인가, 환상인가, 아니지 지독하게 현실적이지 생각하게 하는 작가다. 재밌다, 유쾌하다, 통통 튄다, 같은 말로 표현하기 부족한 작가다. 내게 이유리 작가는 그렇다. 엄마, 친구, 애인, 누구에게나 있을 사람들이 등장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는데, 갑자기 엄마는 AI로 나타나고(크로노스), 연인은 비눗방울이 되겠다고 한다(비눗방울 퐁). 애인과 헤어진 누군가는 남은 사랑을 팔기로 마음먹는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어쩐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이 상상하게 하다가 종국에는 정말 그럴지도 믿고 싶게 한다. 누구나 이별을 하고, 누구나 남겨진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별'이라는 키워드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첫 소설 <크로노스>을 읽다 보면 이별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미련을, 사랑을 단박에 이해하고 싶어진다. 치매에 걸린 엄마는 요양원에 모셨지만, 엄마의 모습을 한 '크로노스'를 집에 데려다 놓는 자매. 당돌하게도 시간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을 따와 저들의 이름으로 삼은 이 회사가 만들어 낸 것은 인간을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 데려다 놓는 약물이었다. 이 약은...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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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한강 소설

한강, <<흰>>, 문학동네, 2018년 출간 요란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폭설이 내렸던 며칠은 공포스러웠지만 지난 며칠에 비하여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었다. 2024년 겨울, 나는,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이는 학교 사회 시간에 계엄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한 아이가 '그건 독재하려고 그런 거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정확히 어떻게 말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는 웃으며 "선생님은 그냥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아." 하고 얼버무렸다.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배워야 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걸까. 한강 작가의 <<흰>>을 읽는 동안 겪은 폭설, 계엄령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 철도파업과 크고 작은 사고들로 생과 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했다. 어쩌면 소설은 그렇지 않았는데, 작가가 의도한 게 전혀 아닐지도 모르는데, 나는 자꾸 작가의 소설에서 하얗고 흰 것이, 더럽혀지는 이미지들을 떠올렸다. 삶과 죽음이 뭉텅이로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고 싶은가. 그럴 가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라고 떨면서 스스로에게 답했던 때가 있었다. (p105) 우리는 지금 이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보한 채 매일매일의 사건들을 예의 주시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요즘보다 더 명확하...

2024.12.07
2
청소년 소설 《네가 되어 줄게》, 조남주

조남주, <<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2024년 6월 출간 2023년 중학교 1학년인 딸 윤슬과 1993년에 중학교 1학을 다닌 엄마 수일의 영혼 체인지. 사춘기 딸과 사춘기 딸을 둔 엄마가 일주일 동안 뒤바뀐 채 서로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다. 사춘기 딸은 엄마가 그냥 밉고, 그런 딸을 둔 엄마는 당최 딸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거 딱 알겠다. 지금 내가 딸과 딱 그런 상황이니까. 물론 아직까지는 딸이 나를 미워하는 것 까지는 아닌 것도 같지만.. 다행인 건가..) '도대체 왜?' 서로 가장 필요하고, 가장 힘들 때 그들은 바뀌었을까. 이 소설적 장치는 그 극적인 순간에 서로를 돌아보게 하면서 딸과 엄마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하고 공감해 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걸 거다. 읽으면서 생각한 건, '절대 나와 딸이 그 순간으로 서로 뒤바뀌는 일 같은 건 없으면 좋겠다'였다. 소설은 가족, 엄마와 딸이 뒤바뀐 시간 안에서 서로를 돌아보며 딸 윤슬은 '엄마는 그랬구나, 그때 엄마의 엄마(외할머니)는 그랬구나.' 이해하게 되는데, 1993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엄마와 함께 살지 못했던 시절이었으니까. 나의 딸이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외롭고, 울적했던 감정들을 느껴야 할 테니까. 소설을 소설로 읽으며 유쾌해했어야 하는데,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당신의 나를 자꾸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나의 딸로 살아간다면? 이...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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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이장욱 소설

이장욱 소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2024년 1월 출간 소설의 중심이 되는 공간은 '해변 모텔'이다. 해안선이 조금씩 잠식되어 가는 섬. 그곳에 자리 잡은 외롭게 느껴지는 해변 모텔. 이상하지, 읽을수록 진짜 '해변 모텔'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삶이 힘들어 잠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누군가가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될 것 같은 곳. 외롭기도 하지만, 조용히 스스로를 바라보게 해줄 곳. 나쁜 생각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오늘의 시간을 보내게 해줄 것만 같은 곳. 모수, 연, 천, 한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주고 싶었다. 아니, 다정하지 않더라도 그냥 소리 내어 한 번쯤 불러보고 싶었다. 도청 공무원이었다가 파면된 뒤 호텔을 운영하는 모수. 이혼 후 우연히 모수를 만나 조용히, 새로운 미래를 생각했던 연. 연극배우였으나 극중 인물에 몰입해 결국 자신이 지워져 버린다고 느끼는 천. 아나운서였으나 예상치 못했던 방송 사고로 방송국을 그만둔 천의 연인이었다가 떠나버린 한나. 모수가 죽은 뒤 해변 모텔을 운영하게 된 연과, 우연히 해변 모텔에 투숙하게 된 천의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들은 각자 모수와 한나를 추억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그들을 원망하기 보다 그저 받아들이고, 빈자리의 쓸쓸함마저 끌어안기를 택한 것처럼 보인다. 연이 모수...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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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소설, <행복한 가족>, 파브리치오 실레이

파브리치오 실레이, <<행복한 가족>>, arte, 2023년 11월 출간 몇 페이지만 읽다 자야지, 하고 펼쳤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래 잠들지 못했다. 책을 시작할 때, 첫 장에 적힌 <일러두기>가 눈에 띄었다. 책 발췌 [이 책에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 성차별, 가스라이팅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있으며, 학교 폭력, 동물 학대 장면을 일부 포함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행복한 가족>>은, 한 가족을 '행복'으로 몰아넣기 위해 '가족 내에서' 자행되어 온 폭력, 학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 사회적으로 볼 때 '정상가족' 범주에 들어갈 법한 네 명의 가족이 있다. 아빠는 밖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부양하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며 두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다. 딸은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아들은 '아들이라는 성별'로 특혜 받지만, 역시 '아들'이라는 이유로 '아빠 대신'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받는다. 아들은 몰랐다. 그저 엄마가 덤벙대는 사람이라서, 팔에, 얼굴에 멍이 드는 줄 알았다. 아빠는 아이들 앞에서 '엄마는 덤벙대는 사람이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걸' 강조한다. 아빠는 엄마를 돌보고 지키는 게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늘 강압과, 학대, 외...

2023.12.09
2021.02.16참여 콘텐츠 1
(2020) 67.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믿기 힘들겠지만(나 스스로 믿기 힘든), 최근 3,4개월 사이 몸무게가 8킬로그램이 늘었다. 하아- 야금야금 살이 찌고 있었는데 체감을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그리 둔할 수가 있지? 싶겠지만 사실이다. 살이 찌나, 싶긴 했지만 체감할 만큼 몸이 둔해지고 불편해진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체중계에 올라서고 나서야 헉, 했다. 그날 이후 계속 의시하고는 있지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기지를 않는다 슬프게도. 식욕이 평소보다 는 것도, 먹는 양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렇게 살이 불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분명 많이 먹었겠지. 양이 늘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다이어트를 해야지, 까지는 아니지만 매일 그런 생각은 했다. 이 책의 제목과 똑! 같은 말.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물론, 매일 실패하고 있다. 저자는 출근하기 싫은 날, 퇴근 후 배달 앱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날, 기어이 잠들기 전 무언가를 먹으며 다짐한. '기필코! 내일 밤은 굶고 자야지!' 마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다짐하는 것도 다르지 않은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너무 다정해서, 너무 친근해서 책 속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서른 살의 내게 발견된 만성질환은 추간판탈출증과 위염, 역류성식도염, 과민성대장염과 양극성장애까지 모두 다섯이다. 회사 생활 2년 차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증세가 악화돼 병원에서 약을...

2020.05.17
5일 전참여 콘텐츠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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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널 미워해, 서이레

서이레 산문, <<미안해 널 미워해>>, 마음산책, 2024년 11월 출간 어떤 사람은 나중에 알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년이'의 웹툰도 드라마도 보지 않았는데 이제야 궁금해진 것처럼. 에세이를 읽고 난 뒤에야 '정년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처럼.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할 때 봤다는 사주였다. 어디든 매달리고 싶었던 순간, 시크한 보살 님의 한 마디. "재능도 있고 잘 될 것 같은데. 자기 이름으로 책도 나올 것 같고. 상복도 있고. 나 같으면 할 거야. 계속해. 잘될 거야." (p197) 작가는 덕분에(?) 취직하지 않고 <<정년이>>도 무사히 론칭했다(p198)고 썼다. 이런 신기한 보살님 같으니.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맞지만, 그 말을 응원의 말로 받아들였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물론, 정말 재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비록 내가 보살은 아니지만) 위로의 말이 필요할 때, 아끼지 말아야겠구나. 뭐 그런 나만의 해석을 하게 됐달까. 작가의 이야기는,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좋은 자극과 힘이 될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된다는 '힘 있는 확언'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정년이'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는 '정년이' 탄생 비화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덧. 이 책을 읽고 <<삼체>>를 읽...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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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사랑을 연습한 시간》 신유진

《즐거운 어른》 이옥선, 《사랑을 연습한 시간》 신유진 두 권의 책을 주말에 읽었다. 두 권 모두 좋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각각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결국, 짧게 두 권을 모아 적는 건 길게 쓸수록 책에 대한 좋음보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꺼내놓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즐거운 어른》은 75세 작가의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랑을 연습한 시간》은 신유진 작가가 어릴 때부터 마주했던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두 권의 이야기를 통과하는 건 '엄마'다. 나는 '엄마' 이야기에 무척 약한 사람이고,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부러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곤 했다. 《즐거운 어른》이 '엄마'이자 '자신'으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의 이야기라면 《사랑을 연습한 시간》은 엄마로부터 받은 '사랑'과, 엄마의 책장을 보며 자란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나는, 애써 '나의 엄마' 이야기를 포함하지 않고 나의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기로 했다. 매일 책을 읽고, 공부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를 보고 자랄 나의 아이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아이들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즐겁게 살아갈 '나의 모습'을. 두 권의 책 다 추천하고 싶다.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여성'들에게. 아이를 다 키우고 불현듯 찾아온 '자유의...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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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쓰기 위하여, 천쉐

천쉐, <<오직 쓰기 위하여>>, 글항아리, 2024년 9월 출간 우리 아마 다 알 거다. '글쓰기의 비법' 같은 거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냥 잘 쓰는 사람은 계속 잘 쓰고, 쓰고 싶은 사람은 계속 쓴다는 거. 그래서 무수히 많은 글쓰기 책을 만나면, 처음 드는 생각은 이거다. "뭐, 다 아는 얘기일 거야." 아마 70% 이상은 맞지 않을까. 다 아는 얘기. 늘 실천이 필요한 거고. 결국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문제라는 것도. 이제 <오직 쓰기 위해서>를 앞에 두고 말해보자. 글쓰기의 13가지 비법,이라는 부제 속 큰 줄기는 그렇다, 반 이상은 이미 알고,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다르다. 경험하고, 좌절해 보고, 실의에 빠져도 보고, 성공의 과정도 거치면서 내면에 단단하게 쌓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원론적의 이야기가 겉에 드러나는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자꾸 집중하게 된다. 빠져든다.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서문부터 좋았다. 다섯 페이지 남짓 담겨 있는 글을 읽으면서 문장 문장 줄을 긋고 싶었다. 서문의 제목은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다. 작가는 어려운 가정 형편, 가장처럼 집안을 지켜야 했던 시절을 거치면서 글쓰기와 함께 생계를 위한 일을 놓지 않았다. 쓸 시간이 없다는 건 정말 핑계.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말이 왜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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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가장 별난 것, 메리 루플

메리 루플 / 가장 별난 것 / 카라칼 / 2024년 4월 출간 "계속해서 나아갈 힘을 주는 격려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는 일이 죽이기니까요.(p17)"라는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앞 문장과 뒤에 이어지는 문장까지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딱 이 한 문장만으로 압도되는 느낌이었달까. 작가는 저마다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릴 때 빨리 커서 죽이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 조바심치지만, 나이가 들자마자 실상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온전해 깨닫게 된다고.(p17) 작가가 말하는 '노력'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보이는 무언의 선의다. 우리가 서로를 죽이는 일을 할 때 무언의 선의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고. 얼마 전에 읽은 작가의 <<나의 사유 재산>>을 읽은 뒤에는 <폐경>에 관해 이렇게 쓸 수 있다니...라고 생각했다. <<가장 별난 것>>을 읽은 뒤에는 <섹스>에 관해 이렇게 쓸 수 있다니... 생각했다. 그 글이 담긴 <눈>이라는 산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나는 섹스를 하고 싶다.(p13)' 글에서 작가는 눈과, 섹스와, 새와, 묘비(무덤)을 등장시킨다. 그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러다 마지막에 가면 평온함이 남는다. 이 기이한 느낌이 뭘까,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그다음 글도, 그리고 그다음 글도 작가는 내내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했으...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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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덜 띄는, 이훤

이훤 에세이 <<눈에 덜 띄는>>, 마음산책, 2024년 11월 출간 기록적인 폭설이 첫눈으로 내리던 지난 며칠. 눈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때마침, 한강 작가의 <<흰>>과 이훤 시인의 <<눈에 덜 띄는>>을 같이 읽고 있었다. 대체로 <<흰>>은 아침에 읽는다. 읽으며 필사를 하는데 '눈'과 연관된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러다 옮겨 적은 문장은 이랬다.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 <<흰>> 중에서, p55 슬픈데 알 것도 같아서 한참 머물렀던 문장이었다. 눈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고 더럽게 하얀... 무언가라는 걸 갑자기 알게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나 이훤 시인의 <<눈에 덜 띄는>>을 읽으면서는, 이미 다 내린 눈이 포근하게 쌓인 도로 위, 지붕 위를 내려다봤다. 그런 것들은 위협적이지 않으니까 온 세상이 하얗고 고요하고 다정한 세상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인의 글이 그랬다. 어서 집에 가야지, 어서 집에 가자.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곳엔 온기가 있고, 안심이 있다. 천천히 읽다 보니 밤이 깊었고, 눈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눈에 띄지 않지만...

2024.12.02
2021.02.16참여 콘텐츠 1
(2019) 94.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로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적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이로든 차별에 가담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벽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 <사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중에서, p25 최근,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그간 내가 몰랐던 '나'가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인데, 게다가 좋은 쪽이 아니라 나에 대해 실망하게 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조금 울적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이건, 그동안 내가 '나는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야. 나는 적어도 그런 사람이야'라는 자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기저에 깔고 있다. 지난주, 몇 년 동안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매년 정규직 심사에서 탈락했던 직장 동료가 드디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공문이 돌았다. 공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마나 좋을까. 지금쯤 기분이 날아갈 것 같겠다. 정규직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리고 번뜩, '나 뭐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따라붙...

2019.08.19
2024.09.05참여 콘텐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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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추천] 삼킬 수 없는, 빅토리아 잉

빅토리아 잉, <<삼킬 수 없는>>, 작은코도마뱀, 2024년 8월 출간 사랑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는데, 그 방법이 잘못된 거지. 너희 엄마가 변해야만 네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아무도 완벽하지 않아. 엄마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너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아봐. - 본문 중에서 밸러리는 어려서부터 '여자는 날씬해야 사랑받는다'고 배웠다. 그게 엄마의 사랑법이었다. 엄마는 밸러리가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 간섭했고, 살이 찌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다. 밸러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음식을 먹은 뒤 화장실로 가서 모두 토해버린다는걸.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먹고, 돌아서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토해내야만 견딜 수 있었다. 날씬한 자신이 뚱뚱한 친구보다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자신이 더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여자아이들은 예뻐지려고 갖은 노력을 하니까, 내 방법이 특별히 더 힘든 건 아닐 거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밸러리는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 항상 착한 학생이잖아. 네, 전 항상 착하죠. 그런 밸러리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아빠의 죽음 이후였다. 아빠는 세상을 떠나며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밸러리는 아빠의 죽음 앞에 슬픔을...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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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휴먼 만화, <자매의 책장>, 류승희

류승희, 그래픽 노블, <<자매의 책장>>, 보리, 2023년 7월 출간 여전히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부턴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쉽게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도 빠르니 시간이 늘 아쉬운 내게는 차선의 선택인 셈이었다. <<자매의 책장>>을 읽고 서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걸 오래 잊고 살았구나. 그립다. 나 역시, 퇴근 후 서점에 들러 책을 보면서 위로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결혼하기 전이었으니 너무 오래됐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면 여유롭게 책을 볼 수가 없어서, 늘 사야 할 책만 급하게 구입해 나오곤 했으니 서점의 위로를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이야기는 자매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 3년이 지난봄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주와 미주는 아버지의 사망 이후 여전히 마음속에 무거운 돌멩이 하나씩을 안은 채 살아간다. '어떤 죽음은 거짓말처럼 갑자기 다가오고, 어떤 죽음은 확실하지만 느리게 다가온다(p101)'는 우주의 독백. 결혼해 따로 사는 동생 미주의 부재가 여전히 낯선 우주. 아픈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다수의 직장인이 그렇듯 하루하루 노동의 고됨을 경험하고, 미주는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고 바쁜 남편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육아를 하며 보낸다.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견디는 자매를 여전히 이어주는 건 '책'이었다. 위로가 되어 준 것도...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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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너무 유명해서, 제대로 읽지 않았어도 읽은 듯 느껴지는 책이 있는데 <<안네의 일기>>도 그중 한 권이다. 단편 단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읽은 듯도, 아닌 듯도 한. 그런데 잘 아는 것 같은 책이었다. 아리 폴만 각색, 데이비드 폴론스키의 그림으로 다시 탄생한 #그래픽노블 <<안네의 일기>>를 통해 제대로 '안네'를 만났다. 1942년 안네의 열세 살 생일에 선물 받은 일기장. 안네는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키티'에게 털어놓겠다고 생각하고, 위로받기를 원했다. 안네의 가족은 나치를 피해 네덜란드로 떠났다. 그곳에서 안네의 아버지는 회사를 차렸고, 한동안 그들은 자유롭고, 행복했다. 독일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나치의 네덜란드 침략, 안네의 가족은 사무실의 비밀 은신처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네는 바깥출입도 하지 못한 채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키티'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안네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은신처는 좁고, 답답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고, 그들은 서로 견디며 살아가야 했다. 안네는 그곳에서 가족 간의 갈등, 타인과의 관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터득하고, 깨쳐갔다. 나는 우울할 때 이렇게 하라고 조언해. "들판으로 나가서 자연과 햇살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 밖으로 나가서 네 안에 잠재된 행복을 다시 포착해....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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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지니아 울프 / 수사네 쿠렌달

1월, 《자기만의 방》을 읽은 이후에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그의 책 속에 등장한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버지니아가 말한 <자기만의 방>에 대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깊이 알고 싶어지고 그의 글을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은, 수사네 쿠렌달이 그리고 쓴 버지니아 울프의 그래픽 전기다. 한 사람의 생을 읽고 따라는 일은 쉽지 않다.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같이 들여다봐야 비로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일 거다. 긴 텍스트가 아니라 그림과 짧은 문장들로 만나니 아무래도 읽기 편했고, 조금 더 쉽게 버지니아에게 가닿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책의 시작에는 버지니아와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 배경, 그녀의 부모, 남편, 친구,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감언이설을 해서라도 얻어냈고,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반드시 얻어냈다. (p11) 나는 지금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어서 너무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 매일 저녁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때 배울 수 있는 것을 꼭 배우라고 당부하고 싶단다. (....) 대화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은 없어.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고,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볼 거야! <<자기만의 방>>의 이야기가 시작된...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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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_101) 어쩌면 오늘도 했을 거짓말, 미깡, 《거짓말들》

"아무래도 다른 책을 골라얄 것 같아요." "왜요?" "추천해 주신 책을 엄마가 보더니, 무슨 만화를 보냐고......" 글쓰기 일대일 코칭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 7월에 서평 쓰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추천한 리스트에 그래픽 노블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으로 선택했더니 엄마가 무슨 만화를 보냐고 했다며 서평 쓸 책을 다른 책으로 다시 고르겠다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만화라서 좋지 않을 리 없다고 구구절절 톡으로 답을 남겼지만, 결국 다른 책을 선택해 쓰겠다고 했다. "무슨 만화를..."라는 말을 하셨다는 어머님을 아마 설득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끝내 아쉬웠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애정 하는 분야가 바로 그 장르라서 이기도하고, 그림과 글이 주는 묵직한 여운을 끝내 나누지 못해서 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 <<거짓말들>>도 그 친구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데,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정말 굳이 소개가 필요 없는데, 읽으면 알 텐데. 아홉 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미깡 작가의 <<거짓말들>>은, 단편 단편 읽으면서도 좋았지만 다 읽고 난 뒤 묘하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누구나 한번쯤 아니 살면서 여러 번 하게 되는 거짓말. 거짓말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의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 선의의 마음으로 하게 되는 거짓말, 거짓말을 한 뒤 남는 죄책감, 거짓말을 ...

2022.08.07
2024.12.10참여 콘텐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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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읽기 좋은 시집 두 권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나희덕》 / 《생활체육과 시, 김소연》

기억이 났다. 내가 좋아했던 나희덕 시인의 시집. 대학 1학년 때 시론 수업과, 시 합평 수업을 들으며 매일매일 괴로워했던 시절에 시인의 시를 많이 읽었다. 읽는 게 괴로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다. 그냥 읽을 수 있다는 건. 늘 시를 분석하거나 시에 대한 의견을 내야 하는 일이 어려웠고, 다시 내가 시를 써야 한다는 게 괴로웠던 거지. 그럼에도 나희덕 시인의 시는 늘 위로였다.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는 '젊은 날의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첫 시집 『뿌리에게』부터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초기 시집 여섯 권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들이 담겨 있다. 그 시절 아끼던 시집은 <<어두워진다는 것>> (2001년, 창비) 이었다.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 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 . <어두워진다는 것> 부분 이번에 읽으면서 좋았던 시는 <저녁을 위하여>다. 좋았다는 표현보다 '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 구절, 구절 마음에 남지 않는 구절이 없었다. 이 시가 수록된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라는 시집을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야겠다. "엄마, 천천히 가요."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거린다 그 팔을 끌어당기면서 아침부터...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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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고선경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문학동네, 2023년 10월 출간 좋아하는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고선경 시인의 시를 읽었다. 작가님은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썼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시인이라니,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져서 퇴근길에 도서관에 갔다. 다행히 대출이 가능해서 빌렸는데, 펼쳤다가 도서관에서 읽고, 집에 와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시가 재밌어서 좋았다. 그래서 단번에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그게 끝은 아니라서 계속 다시 읽게 됐다. 재밌다는 건 독자인 나의 느낌이고, 어쩌면 시인은 너무 괴로워서 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외로워서. 아니면 고민이 많아서.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왜 재밌음을 재밌음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의미를 찾고 싶어지는 걸까, 재미없게. 그래서 나는 시인의 이런 시가 좋았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담배는 끊었으면 좋겠고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 먹고 싶지 가끔은 친구들에게 꽃이나 향수를 선물하고 싶어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거지 나를 구성하는 재료의 빛깔과 질감 누가 좀 만져줬으면 좋겠어 옷장 속에서 남몰래 축축해질 때도 누가 나를 꺼내 좀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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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발췌》 시 보다 2024_ 신이인의 시를 만나다

박지일, 송희지, 신이인, 양안다, 여세실, 임유영, 조시현, 차현준 / <<시 보다 2024>>, 문학과지성사, 2024년 11월 9월 출간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로, 2024년 올해 네번째를 맞이했다. 처음엔 박지일 시인의 시가 궁금해서 펼친 시집이었다. 시인의 시도 좋았지만, 이 시집에서 만난 시인 중 내가 발견한 시인은 신이인 시인이었다. 발견했다는 건 좀 표현이 그렇지만, 시인의 시가 마음에 콕 들어왔으니 내게는 몰랐던 시인의 발견인 셈이었다. 오은 시인은 추천의 말에서 "시인의 시는 '나'로 출발해서 '나'로 돌아온다. 언뜻 당연한 사실처럼 보이지만, 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읽을 때 적극적으로 짐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p85)고 했다. '나' 시작해서 '나'로 돌아온다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됐다. 내가 시인의 시에 눈이, 마음이 번쩍 뜨였던 게 그 때문이었을까. 개인적 감상이지만 시인의 시를 읽으며 뭔가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콕콕 잘 해낼 것 같은 그런 후련함. 4. 이따금 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 그들이 말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싶어서 종이에 나열하고 고민한다 못돼 처먹은 친구 못돼 처먹은 선생 못돼 처먹은 감수성 못돼 처먹은 과거의 사랑 못돼 처먹은 무 못돼 처먹은 해 못돼 처먹은 기생충 죽지 말고 살았으면 너희들의 왕국...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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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번역하기, 캐시 박 홍

캐시 박 홍, <<몸 번역하기>>, 마티, 2024년 8월 출간 고백하자면, '마음' 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다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음에 읽어야지' 하고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실은 좋다, 아니다를 먼저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만큼 내가 가진 이해의 능력에서 벗어났다 자꾸. 시(詩) 만큼 독자 마음대로 이해해도 되는 분야가 없다고, 평소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이 책 속에 실린 시들은 '그렇게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하는 의무이 자꾸 드는 거다. 뭔가 거대한 걸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마음대로 막 해석하고 받아들여도 되는가.. 하는 질문과 자주 마주해야 했다. 마지막에 정은귀 번역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 질문으로부터 끝내 자유로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 몸을 번역하는 것은 세상과 맞선 흔적을 다시 쓰는 일이다. 시집 '몸 번역하기'는 그 점에서 시의 언어로 기록된 고투, 상처의 흔적이다. - 정은귀, <거인에서 매친 년으로 이어 말하기> 중에서 '시의 언어로 기록된 고투, 상처의 흔적' 캐시 박 홍은 이민 2세대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는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자라는 동안 집에서는 한국어를, 밖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며 지내야 했던 작가에게 모국어는 무엇이었을까. 번역가는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살아가는 과정이 시인이게는...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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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 김기형

김기형 시집,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 문학동네, 2021년 8월 출간 문학동네 [우시사] 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시집은 안희연 시인이 2024년 8월 보낸 레터에 적혀 있던 시 <9월생>을 담고 있는 시집이다.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잊은 적도 있지만, 언제가 이 시집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퇴근길 도서관에 들러 시집을 빌려왔다. 시집 제목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는 시 (「천사들이 나타난 것일까」)의 구절이다. 앉을 자리가 없어요 우리 모두 서 있어요 서성이는 것도 괜찮아 해가 떨어져도 다시 기도를 해도 처음부터 읽게 되어도 여기에서 비를 기다려도 조금씩 묽어져도 불을 끄고 불을 켠다 - 「천사들이 나타난 것일까」 부분 서성이는 것도, 해가 떨어져도, 다시 기도를 해도, 처음부터 읽게 되어도, 여기에서 비를 기다려도, 조금씩 묽어져도 괜찮다는 구절을 오래 읽는다. 안희연 시인은 말했다. "당신이 노래를 시작하면, 나도 따라 허밍 할게요. 내가 당신의 배음(背音)이 되어줄게요.(우시사 발췌)" 우리가 모두 얼마쯤은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는, 그러니 그런 것쯤 괜찮다고 말해주는 시 같았다. 시집 속의 시들이 그랬다. 고요해 보는 이조차 그 안에는 그만 아는 아픔 같은 건 품고 있을 거라고. 조용히 통과해 가자고. 나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뒤의 세계를 알아요. 뒤를 붙 ...

2024.10.27
2일 전참여 콘텐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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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연말, 연초에 읽을 책들

며칠 전에 네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들로 2024년을 마무리할 것 같아요."라고 썼는데요. 잔뜩 늘어나 버렸습니다 ^^ 새해에 읽어야지 생각하고 도서관에 입수 신청한 책들을 너무 일찍 준비해 주셨어요. 연말과 연초에 주욱~ 이어서 읽게 될 것 같아요. 기대되는 책이 많아서 소개해 놓아요. 관심 가는 책 있으면 같이 읽어요 ^^ #어느누구에게도다정함을은폐하기로 #옥지구 / 한국시 #그리하여사람은사랑에이르다 #박나은 / 한국에세이 이 두 권의 책은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던 책인데요. 누군가에 소개받지 않고, 다른 텍스트에서 보지 않은 책을 저 스스로 발견하고 읽고 싶다! 찜해두는 책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보물찾기를 성공한 기분이랄까요.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는, 어린 시절 청력을 잃고 수어와 구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사용자 옥지구 시인의 첫 시집이라고 해요. 농인인 시인이 농사회에 무지하거나, 알지만 모른 척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청사회를 향해 보내는 메시들이 시로 담겨 있다는 소개를 읽었어요. 시의 언어로 표현될 메시지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기대되고요. <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는 먼저 표지에 시선이 갔어요. '춤, 명상, 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책 소개보다 작가의 소개를 읽고 궁금해진 책입니다. "... 삶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몸 암에 깃든 커다란 힘을 만났다. 그 힘이 나...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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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4년 12월에 읽는 책(3)

12월이 마무리되고 있어요. 올해의 책 결산도 슬슬 준비하고요. 올해는 이 네 권의 책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체호프의문장들 #오종우_옮김 / 외국에세이 마음산책 북클럽 도서입니다. 체호프가 남긴 희곡, 단편소설, 편지 등에서 선별한 문장들을 엮은 책이고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체호프가 들려주는 삶의 진리, 사랑, 자연과 사회,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읽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체호프의 문장들 저자 안톤 체호프 출판 마음산책 발매 2024.11.29. #외꺼풀 #데브JJ리 #이주혜_옮김 / 그래픽노블, 청소년소설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데브 JJ 리의 자전적 그래픽노블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껴온 청소년기 성장통을 그린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이주혜 소설가의 번역이고요. 외꺼풀 저자 데브 JJ 리 출판 창비 발매 2024.08.13. #물질적 삶 #마르그리트뒤라스 / 외국에세이 최근에 읽은 신유진 <<사랑을 연습한 시간>>에 이 책의 한 부분이 나옵니다. <집>이라는 글을 인용해서요. 그 글이 너무 좋아서 바로 찾아봤어요. 책의 원제는 <살림살이>라고 하더라고요. <물질적 삶>이라고 번역된 책 제목도 좋고, 원제도 좋고요. 물질적 삶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 출판 민음사 발매 2019.12.06. #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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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4년 12월에 읽는 책(2)

12월에 읽을 책을 차곡차곡 쌓고 있어요. 며칠 전 소개한 2024년 12월에 읽는 책(1)에 이은 책들 소개해요. #그러나꽃보다도적게산나여 #나희덕 / 한국시 '젊은 날의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초기 시집 여섯 권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 50편이 담겨 있다고 해요.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저자 나희덕 출판 수오서재 발매 2024.07.15. #생활체육과시 #김소연 / 한국시, 한국에세이 아침달 에세이 시리즈 '일상시화' 속 한 권이에요. 김소연 시인의 일상 속 테마와 시를 함께 이야기하는 글, 기대돼요. 생활체육과 시 저자 김소연 출판 아침달 발매 2024.11.11. #즐거운어른 #이옥선 / 한국에세이 이 분,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라고 해요.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에 적힌 문장이 "대단한 늦깎이 에세이스트, 그 화려한 탄생"인데요. 출간되자마자 10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씩씩한 할머니, 어쩌면 많은 여성들이 바라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 역시 그렇고요. 읽고 나면 어떤 마음가짐이 될지 궁금해져요. 같이 읽어요. 즐거운 어른 저자 이옥선 출판 이야기장수 발매 2024.08.26. #오직쓰기위하여 #찬쉐 / 인문학 타이완의 대표 소설가 찬쉐가 들려주는 창작의 길과 창작자에게 건네는 열 가지 조언입니다. 오랜 시간 글을 쓰며 살아온 이의 조언은 따끔해도 다정할 것 같아요. 오직 쓰기 위하여 저자 천쉐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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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4년 12월에 읽는 책(1)

#THE_MONEY_BOOK #더머니북 #토스 경제, 경영, 금융... 이 분야는 정말 모르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분야인데요, 이제부터 관심을 적극 가져보려고요 ㅎㅎ 쉬워 보이는(?) 책을 찾다가 발견했어요. 목차가 좀 가볍게 접근하기 좋을 것 같아서요. 가계부도 12월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조금 더 쓰고, 조금 읽고 같이 소개해 보겠습니다. THE MONEY BOOK(더 머니북) 저자 토스 출판 비바리퍼블리카 발매 2024.05.27. #시절한시 #이지운 / 에세이 저자는 고전 시 연구자입니다. '흔들리는 삶에 건네는 서른여덟 편의 한시 이야기'입니다. 연말에 읽기 좋을 것 같아요. 시절한시 저자 이지운 출판 유노라이프 발매 2024.11.21. #여행하는여성_나혜성과후미코 '일등칸을 탄 식민지 여성, 나혜석. 삼등칸을 탄 제국 여성, 하야시 후미코가 쓴 여행기입니다. 여행이란 남성만이 누리던 시절, 민족과 계급이 다른 두 ‘여성’의 기록,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저자 나혜석,하야시 후미코 출판 정은문고 발매 2023.02.21. #해녀할머니의하루 #해녀할머니의노래 #엄마의계획_I #엄마의계획_II #니카_차이코프스카야 지난주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다녀왔어요. (아동도서전 너무 좋았어요. 따로 이야기를 남겨 보겠습니다. ) 이번 도서전에서 제가 발견한 작가님입니다...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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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2024년 11월 책 결산

11월에는 스물일곱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림책, 시, 에세이, 소설, 인문, 사회과학 ...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책만 ^^;;) 읽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기분, 늘 그런 기분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95. 인문에세이 /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 조앤 디디온 / 돌베개 196. 인문학<책읽기, 글쓰기 / 서평 쓰기 저만 어려운가요? / 김민영, 류경희 / 엑스북스 197. 한국소설 /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 이주혜 / 위즈덤하우스 198. 그림책 / 그 녀석, 걱정 / 안단테 글, 소복이 그림 / 우주나무 199. 한국시 / 시 보다 2024 / 박지일 외 / 문학과 지성사 200. 한국에세이 / 고쳐 쓰는 마음 / 이윤주 / 읻다 201. 그림책 / 여자 아이의 왕국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창비 202. 그림책 / 100만 번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 비룡소 203. 한국에세이 / 등을 쓰다듬는 사람 / 김지연 / 1984Books 204. 불안 우울 강박 스스로 벗어나기 / 지윤채 / 호박 205. 교양인문학 /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기시미 이치로 / 위즈덤하우스 206. 계간지 / Littor_2024 10.11 / 릿터 편집부 / 민음사 207. 그림책 / 작은 발견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사계절 208. 그림책 / 줄리의 그림자 / 크리스티앙 브리엘 ...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