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느새 5일이나 지났어요. 매년 새해가 되면 지나간 시간에 안녕을, 새로 찾아온 시간에 반가운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몇 년과는 다르게 고요히 보낸 한 주였어요. 당분간은 소란스럽지 않게 일상을 지키며 지내고 싶어요. 2023년 안녕, 2024년 안녕! 2022년 안녕, 2023년 안녕! 2021년 안녕, 2022년 안녕! 2020년 안녕, 2021년 안녕! 2019년 안녕, 2020년 안녕! 2018년 안녕, 2019년 안녕! 새해의 시작에, 그 해 저만의 다짐을 적어둡니다. 2018년 문장은 : "제멋대로 섹시하게 그리고-행복하게" 2019년 문장은 : '단순하게 · 간소하게 · 검소하게' 살면서 내면은 풍요로워지는 것 2020년 문장은 : '내일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을 할 것' 2021년 문장은 : '실패를 즐길 것' . . 2022년부터는 문장이 아니라 '원 워드'를 정했어요. 존 고든의 <<원 워드>>라는 책 속의 문장이 크게 와닿았거든요. "삶을 변화 시키는 비결은 사람들의 강점과 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함에서 비롯된다. (...) '정말 한 단어만으로 가능할까?'라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정확히 한 단어면 충분하다. 어떤 구절이나 문구도 아니고 목록도 아니다. 그냥 한 단어일 뿐이다. (...)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이 큰 힘을 발휘한다. 단어 하나...
2024년을 마무리할 책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했어요. <<자기 앞의 생>>을 선택한 건 좋았던 것 같아요. 12월, 우리 모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잖아요.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는 분도 계셨을 텐데 아마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셨을지도 몰라요. 저는 실은 그게 가장 화가 났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야 할 기쁨을, 일상을 미안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속상하고 화가 나는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요. 그때 만난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그래도 위로가 되어 주었어요. 결국 우리는 '사랑해야 하는구나.' '사랑은 남겨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슬픔이 아주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었어요. 함께 읽어주신, 함께 이 시간을 건너주신 '마음' 님들 모두 감사해요.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모모. 로자 아줌마.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사랑'이 뭔지 '가족'... blog.naver.com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p202 여러 문장 중에 마지막에 남긴 한 문장이었다.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어쩌면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닐까. 무슨 일어나는지 모르는 채, 앞에 닥친 일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것. 의식하지 않아야 견딜 수 있는 일들도 ...
변윤제의 시집을 읽는 동안 좋았다. 근데 왜 좋았지? 뭐라고 소개하지? 생각하다 멈칫했다. 좋은 걸 좋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그래도 꼭 먼저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 「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 슬픔이 꼭 훌륭해야 할 필요 없다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자고 단정해지지 않아도 되고 적당히 우스워지며 실패를 사로잡는 게 나을지도. 그래도 매일이 선물이라고 말하는. 한 살 더 먹고, 힘든 일을 반복될지라도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이라고 말하는 귀여운 능청스러움이 좋았다.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저자 변윤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3.11.29. 정수리에 잎 그림자 몰아치는 날 슬픔이 꼭 훌륭해야 할 필요 없잖아요 버려야 될 빗들 화병에 꽂아놓고 새로운 방식의 꽃다발을 만들어요 털 가닥이 쏟아지는 구름 무너지는 겨울 장마의 한편을 헝클어뜨릴 계획이니까요 단정해지는 건 싫어요 당신의 말에 따라 두 갈래로 갈라졌던 길 예측할 수 있는 모든 가르마에 대해 차라리 밀어버리자고요 적당히 우스워지며 실패를 사로잡는 법 나무빗의 손잡이를 잡을 때 아직도 난 빗을 숲이라 믿는 사람 화장대에 놓인 숲을 머릿속에 들이미는 사람 딱딱하고 무심한 덩어리, 빗질을 따라 흩어지는 벌레들 이 빗을 망치 삼아 휘두른다면? 당신의 뒤통수, 연약한 구멍의 어딘가를 후려친다면? 코피를 질질 흘리며 저물녘 하...
오십까지 4년 남았다. 올해 나는 마흔여섯 살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이런 생각을 매년 한다. 아마 내년에도, 후년에도 하겠지. 그러다 어느 날 그럴 거다. "어머. 나 오십이야. 이제 오십 대라고." 그러고보니 같이 사는 남자는 올해 오십이 되었다. 2024년이 끝나는 날 밤 그에게 물었다. "오십이 되는 기분은 좀 달라?" 무미건조하게 그는 대답했다. "아니, 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말이 어쩐지 위안이 됐다. 그는 늘 너무 바르게,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라 오십도, 갱년기도 자기 맘대로 감정 컨트롤이 되는 건가, 무서운 사람이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기에. 나의 오십은, 여전히 모르겠다. 어떤 오십을 맞이하게 될지. 차근차근 지금의 나를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두렵기도 하다. 오십은, 정말 '나'를 책임져야 하는 나이 같아서. 온전히. 핑계도 대지 못하고. 김은경·남지연 에세이 <<너에게 우주를 지어줄게>>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자는 마음으로 펼쳤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을 땐 그래 뭐 별거 있어. 오늘 웃고, 오늘 맛있는 거 먹고, 오늘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 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두 사람 역시 30대, 40대를 바쁘게 치열하게 쉽지 않게 보냈다고 했다. 김은경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p99)'고 썼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공부도, 결혼(준비)도, 육아도 다시...
2025년 1월에 만나는 책들입니다. 실은 2025년의 시작이 막, 희망차거나 의욕이 뿜뿜하는 건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뉴스를 보면 매일 힘들고요. 그래도, 하루하루가 정직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또 그 안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더라고요. 1월엔 가볍게 읽으려고 합니다. 곧 시작하는 영어 공부와, 필사 독서 모임 '마음'의 책도 미리 준비하고요. #일의감각 #조수용 / 자기계발, 에세이 매거진 《B》의 발행인 조수용의 에세이입니다. '일의 감각'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공감, 감각, 본질, 브랜드, 나로서 살아가는 나. 다섯 가지 단어로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요. 새해 '일하는 마음'을 다지기 위해 읽어봅니다. 일의 감각 저자 조수용 출판 REFERENCE BY B 발매 2024.11.10. #제18회김유정문학상수상작품집 #바우키스의말 #배수아_외 / 소설 배수아 작가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요. 단독 저서는 아니고 김유정문학상 수상 작품집입니다. 문지혁, 박지영, 예소연, 이서수, 전춘화 작가의 작품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신화 속 인물 '바우키스'에서 뻗어나가는 나무와 같은 이야기,라는 소개를 읽었어요. 올해 읽는 첫 소설이 될 것 같아요. 바우키스의 말 저자 배수아,문지혁,박지영,예소연,이서수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4.10.10. #저는내년에도사랑스러울예정입니다 #변윤제 / 시 제목...
2024년에는 24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책 중 174편의 리뷰를 썼습니다. (책 기록은 노션으로 하고 있어요. 정리하면서 보니까 계산도 알아서 척척해주니 무척 편하네요 ^^) 책으로 211명의 작가를 만났고, 131개의 출판사를 알게 되었어요. 가장 즐겨 찾았던 출판사는 문학동네와 마음산책, 창비이고요. 올해 가장 좋아했던 출판사는 '마티'였어요. 새롭게 알게 된 '1984Books'의 책도 좋았어요. 2024년에도 에세이, 소설, 사회과학, 인문학, 그림책을 많이 읽었어요. <목요일 그녀의 독서 리스트, 노션 정리 - 클릭하면 노션으로 연결됩니다> ◆ 2019년의 책 결산 ◆ 2020년의 책 결산 ◆ 2021년의 책 결산 ◆ 2022년의 책 결산 ◆ 2023년의 책 결산 지난 5년의 독서기록을 다시 되돌아봅니다. 여전히 책은 제게 하루하루 잘 지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스스로를 믿게 하고, 도망치기 보다 부딪쳐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 사건, 넓은 세계는 매일 저를 꿈꾸게 해요. 매일 기대하는 삶을 산다는 건, 멋지잖아요. 2025년에도 꾸준히 읽으려고 합니다. 또 어떤 책이, 어떤 작가들과의 만남이 저를 성장시켜줄지 기대됩니다. 많이 소개하고, 나누고 싶어요. 같이 읽고 싶고요. 2024년 마음대로 뽑아보는 올해의 책은 너무 고민이 됩니다. 우선 읽은 책 정리해 두고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곧...
2024년 12월에는 24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열여섯 편의 리뷰를 썼고요. 쉽지 않은 한 달이 드디어 끝났어요. 12월과 함께 2024년도 마무리되었습니다. 2024년 책 결산을 하기 전에 12월에 읽은 책 먼저 간단하게 정리해 둡니다. 222. 외국에세이 / 가장 별난 것 / 메리 루플 / 카라칼 223. 한국소설 / 조금 망한 사랑 / 김지연 / 문학동네 224. 한국소설 / 흰 / 한강 / 문학동네 225. 한국시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 수오서재 226. 그림책 / 해피버쓰데이 / 백희나 / 스토리보울 227. 한국에세이 / 술 없는 밤 / 서한나 외 / 글항아리 228. 그림책 / 해녀리나 : 해녀 할머니의 하루 / 니카 차이코프스 카야 229. 그림책 / 해녀리나 : 해녀 할머니의 노래 / 니카 차이코프스 카야 230. 그림책 / 세상 / 강경수 / 창비 231. 한국에세이, 한국시 / 생활체육과 시 / 김소연 / 아침달 232. 인문학<책읽기, 글쓰기 / 오직 쓰기 위하여 / 찬쉐 / 글항아리 233. 한국에세이 / 즐거운 어른 / 이옥선 / 이야기장수 234. 한국에세이 / 사랑을 연습한 시간 / 신유진 / 오후의 소묘 235. 한국에세이 / 미안해 널 미워해 / 서이레 / 마음산책 236. 한국소설 / 비눗방울 퐁 / 이유리 / 민음사 237. 외국에세이 / 물질적 삶 / 마르그리트 뒤라스 /...
* 오, 자신의 운명을 똑바로 대담하게 바라보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깨닫고 즐겁고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새롭고 빛나는 삶이 빨리 와주었으면! 그래, 그러한 인생은 언젠가 꼭 올 거야! - 「약혼녀」 p39 * 진지하게 인생을 대하셔야 합니다. 예순 살이나 돼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거나 젊은 시절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것은, 죄송하지만, 경박한 태도입니다. - 「갈매기」 p50 *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시 살 수만 있다면, 각성하고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어떨까.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지금의 삶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자신을 위해 인생의 환경을 다르게 꾸밀 테죠. 아 집처럼 꽃도 많고 빛도 잘 드는 집을 지을 겁니다...... - 「세자매」, p58 *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없으며, 우리가 내딛는 아주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현재와 미래의 삶에 중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견뎌온 일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 「나의삶」 p62 * 메드베젠코 : 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나요? 마샤 : 내 인생의 상복이에요. 불행하니까. 메드베젠코 : 불행하다고요? (생각에 잠겨) 이해할 수 없군요... 당신은 건강하고, 당신의 아버지는 부자는 아니어도 여유가 있잖아요. 당신에 비하면 나는 정말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한달에 받는 봉급이라야 기껏 23루블인데, 거기서 퇴직적립금까지...
모모. 로자 아줌마.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사랑'이 뭔지 '가족'이 뭔지 의문이 들 때마다 두 사람의 이름을 곱게 꺼내 불러보고 싶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실패'한 혹은 '버려진' 이들로 보일지도 모를 두 사람 모모와 로자 아줌마. 그들이 보여준 사랑은 '아무리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관계라 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할 진짜 마지막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피를 나누고, 살을 나눠 갖는 '가족'일지라도 하지 못할 한 사람의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었다. 파리 빈민가, 아빠가 누군지도 엄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지는 지도, 자신의 진짜 나이가 몇 살이고 생일이 언제인지도 알지 못하는 소년 모모. 돌봐 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거둬 보살펴 주는 로자 아줌마. 그들에게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로자 아줌마는 늙었고, 모모는 너무 어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서로 곁에 있어주는 것이었다. 흉한 모습을 보여도, 못난 모습을 보여도, 징글징글해도 떠나지 않고 지켜주는 것. 그게 그들에게는 사랑이었고, '가족'을 지키는 일이었다. 많은 문장이 마음에 남는 책이었다. 여러 버전 중에 일러스트가 있는 책을 읽었는데, 그림이 글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뭉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
뉴스를 보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 나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유가족들의 슬픔 앞에 내 눈물은 별것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 앞에 내 눈물은 끝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한 사람의 마음마음이 모이고, 눈물이 모이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너무 많은, 너무 소중한 생명이 떠났다. 이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일상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고, 2024년은 끝나고 2025년은 오겠지. 모든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089590] 참사와 관련해 7일간 국가애도기간이 정해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오늘부터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들은 애도 리본을 달게 된다. 최 대행은 "국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 수반의 대행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며 "통합지원센터를 현장에 설치·운영해...
* 생각해 보니 언제부턴가 연말이 다가오면 몸이 아팠다. 어디가 크게 아픈 건 아니었지만 식도염이 심해진다던가, 손목이 아프다던가. 크고 작은 증상들이 나타났다. 작년엔 가슴이 아팠고.. 올해는 오른쪽 목부터 시작된 통증이 어깨로 옆구리로 팔로 타고 내려왔다. 방학과 함께 단축근무가 시작돼 요 며칠 한의원으로 퇴근을 하고 있다. 일 년 사느라 애썼다고, 책 한 권 끝내면 책거리하듯 '한해거리'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연말엔 좀 쉬기도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일피일 연말 결산을 미루고 있다. 올해 읽은 책 결산도 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일들도 정리하고 싶은데 마음만 가득이다. 연말이지만, 벌써부터 내년을 준비하는 기분이라 그런 것도 같고. 2025년 큰 아이는 중학교에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건 두 아이 모두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졸업과 입학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그에 맞춰 조금씩 자라는 느낌이다. 초등학생 엄마에서 중학생 엄마로, 유치원 아이 엄마에서 다시 초등학생 엄마로. 엄마의 일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 신랑은 거의 매일 모임이다. 연말, 우리 둘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난 좀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 고요히 혼자의 정리가 필요한 사람인데 신랑은 자전거 모임, 스키 모임, 동창회까지 거의 매일 밤 외출 중이다. 그건 그 시간 동안 나는 오롯이 아이들과 함...
묘했다. 읽는 동안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따끔따끔 거렸다. 따끔따끔인지 간질간질인지 실은 잘 모르겠다. 아니면 오돌토돌 뭔가 돋아나는 느낌이었는지도. 웅크리고 있던 커다랗고 묵직한 물체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잘만큼 잤어. 숨을만큼 숨었어. 이제 슬슬 일어나 볼까. 하는 것처럼. 죽음만을 생각하며 산 지 1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고장 난 뇌의 회로 때문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 만을 고민하며 살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나는 겁이 많았다. 뛰어내릴 수도, 손목을 그을 수도 없었다. 죽기만을 바라며 사는 삶. 아무런 존재가치도 남아있지 않은 삶을 종결할 용기조차 없는 자신에 지친 나는 누워만 있었다. 그렇게 누워만 지내던 어느 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죽어지지 않으니 살아야겠어.' 누워만 있어도 배는 고파왔고 나는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엄마가 차려주는 세 끼의 밥을 꼬박꼬박 먹었다. 나는 절대로 죽지 못할 테고 이대로라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옥 같은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었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죽든가 아니면 제대로 다시 살아보든가. 나에게 남은 옵션은 두 가지뿐이었다. - <100일의 마법> 중에서, p95 두 가지 옵션 중에서 '제대로 다시 살아보든가'를 선택한 작가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100일 동안 108배를 했다고 한다. 그 사이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
2024년 4월에 문학 부분 이달의 블로그가 되었어요. 연말이 되니 이렇게 선물🎁 을 보내주네요. 이달의 블로그에게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제가 더 감사하죠 ^^ 2024년 블로그를 빛내주신 이달의 블로그....라는 첫 문장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블로그는 제게 일기장이고,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처음엔 저만의 기록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이웃이 생기고, 모임도 꾸리게 되면서 이제는 매일 들어오지 않으면 이상한, 제겐 좀 특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 안네 다이어리와 달력, 볼펜, 친환경 비누, 키링이 들어있었어요. 주황색이 쨍하니 너무 예쁩니다. 키링도 너무 예뻐요. 럭키 키링은 스마트폰에 태그하면 운세를 볼 수 있대요. 네잎클로버 모양도 초록초록한 색감도 너무 예쁩니다. 아직 해보진 않았는데 운세 한 번 보고 잘 맞는지도 봐야겠어요 ^^ 2019년과 2020년에도 이달의 블로그로 선정돼서 연말에 선물을 받았어요. 매년 색이 달라지나 봐요. 찾아보니 2019년에는 파란색, 2020년에는 초록색이었더라고요. 2018년부터 꾸준히 블로그 기록을 해온 것 같습니다. 6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저는 많이 달라졌어요. 기록은 힘이 세다는걸, 몸소 경험했던 시간이기도 하고요. 내년에도 이곳은 '목요일 그녀'의 다락방이 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찾아주신 이웃님들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김수현 에세이, <<속 깊은 무관심>>, 낮은산, 2024년 6월 출간 '가족'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요즘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는 <<자기 앞의 생>> 속 모모와 로자 아줌마와 관계를 마주하며 '가족'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 보는 중이고. 이혼 가정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아빠와 함께 살며 엄마를 자주 만났고, '이혼 가정'이라는 것만 빼면 엄마 아빠가 두 분다 존재하는 나름 그럭저럭 '가족의 모습을 갖춘' 채 살아왔다. 그래서 때로는 진절머리 나기도 했지만, 그게 또 나를 지켜주었을 거란 것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도 점점 '더' 가족의 모습이 뭔지 모르겠다. <<속 깊은 무관심>>은 아빠의 죽음 이후 떠나버린 엄마 대신 할머니와 고모들, 고모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한 사람의 이야기다. 엄마를 따라갔을 거라고 믿었던 동생이 입양을 갔다는 걸 알게 된 '언니'의 이야기기도 하다. 불우의 세계가 온통 회색빛으로 채워져 있지만은 않다는 것, 어떤 부재와 부족이 삶을 통째로 남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슬픈 시간을 한 발짝 건너면 웃을 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사방의 모든 문이 닫힌 것처럼 막막한 순간에도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다. 무엇보다 내겐 부모-자식으로 구성된 가족보다 더 넓고 유연한 가족이 있었다.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라는 이름을 단 가족 덕분에 부모 없는 내가 주저 없이 '엄마'...
필사 독서 '마음' 37기 2025년 첫 책, 같이 읽고 쓰고 나눠요! '마음 37기' 1월에 읽고, 쓰고, 나누는 책 “마음 37기” 2025년 첫 책은, <<오염된 정의>>(김희원) 입니다. 사회과학(학국사회비평/칼럼)분야입니다. 최근 정치적 이슈를 경험하면서 너무 무지했구나, 생각했어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핵심인지 명확하게 스스로에도 설명이 안되는 거예요. 너무 어렵지 않게 현 사회의 이슈를 알아보고, 비판도 해보는 시간이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가 중요했어요.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다루는 텍스트라면 금세 지칠 것 같고, 아, 어려워 정치는 알아서들 하라지. 해버릴 것 같았거든요. 먼저 살펴보고 선택한 책입니다.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어요. 정치 성향이 모두 다른 것처럼, 누군가 하는 비판이 "왜?"라는 물음을 남길 수도 있고요.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게 중요할 것 같았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도 우리에겐 필요하니까요. 책 살펴보시고, 저와 비슷한 마음(생각)이 드신다면 같이 시작해 보아요 ^^ 오염된 정의 모두의 정의와 진실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남은 건 ‘오직 우리만이 정의이고 대의’가 된 이 불우한 사회를 샅샅이 파헤치는 책이다. 30여 년간 뉴스룸을 지켰던 김희원은 뼈아프게 고백하고, 대담하게 비판한다. aladin.kr 작가 소개 추천의 글 오염된 정의 저자 김희원...
마르그리트 뒤라스, <<물질적 삶>>, 민음사, 2019년 12월 출간 버지니아 울프 외에 여성 작가들의 글에서 많이 인용되는 또 한 명의 작가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아닐까. <상처없는 계절>(신유진), <쓰는 마음>(박연준), <끝내주는 인생>(이슬아),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권혁란), <사랑을 연습한 시간>(신유진)... 최근에 내가 읽은 책 속에서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문장을 만났다. 그때마다 그 문장이 수록된 작품을 찾아 읽었다. 신유진 작가의 <상처없는 계절>과 <사랑을 연습한 시간>에는 <물질적 삶> 속 각기 다른 문장이 담겨 있다. * "쓰게 될 것은 어둠 속에 이미 있다"는 뒤라스의 말을 생각하면, 버지니아 울프가 들불을 들고 어두운 방을 걸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찾던 것은 어둠 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일 것이다.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있는 검은 덩어리, 그것은 발현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며, 해석과 해독을 요구한다. 메모와 스케치, 냉철한 시선으로 벗겨내기, 집요하게 파헤치기, 이 모든 노력을 통해 그 검은 덩어리를 분명하고 선명한 언어로 탄생시켜야 한다. <상처 없는 계절, 신유진> <물질적 삶>의 원제는 <살림살이>라고 한다. 작가는 여성으로, 딸로, 작가로, 한 사람으로 살면서 겪었던 '일상'의 경험들을 풍성한 언어로 다듬어 글 속에 담아 놓았다. 책 속에 수록된 <집>...
2024년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25년 계획 세우시는 분들 계실 텐데요. 혹시 영어 공부 계획을 세우고 계시다면, 같이 해요 ^^ 2024년 하반기에 120일 영어 공부를 했어요. 매일 습관처럼 영어 책을 펴고, 필사를 하고 단어를 외우고 하는 과정들을 통해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게 된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럴리가요. ^^;; 그럼에도 매일 조금씩 공부를 하면서 영어가 매일 책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졌어요. 영어 텍스트를 보는 일이 겁나지 않고요. 엄마의 내공으로 영어를 다시 시작합니다, 홍현주(120일간의 하루 한 페이지 영어) "하반기 영어 공부같이해요~" 한 뒤에 어느새.. 그 하반기도 마무리가 되었지 뭐예요. 120간의 ... blog.naver.com 2025년 새해 영어 공부 책 - 기간 : 2025.1.13 ~ 2025.4.30 (주말 및 설 연 휴 제외 72일) 새해 첫 영어 공부로 선택한 책은 <<하루 한 장 인생이 바뀌는 영어 필사>>입니다. 책 제목은 <<하루 한 장 인생이 바뀌는 영어 필사>>이지만, 이 책 한 권 완주한다고 정말 인생이 바뀌기야 하겠어요. (정말 그럴 수도 있을까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한 단계 성장해 있기는 할 것 같아요. 이 책은, 제가 이것저것 책을 찾아보고, 직접 살펴보고 구입한 책입니다. 좋은 문장 필사도 하고, 영작도 해보고, 소리 내어 읽어도 볼 수 있어...
이유리 소설집, <<비눗방울 퐁>>, 민음사, 2024년 11월 출간 소설적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작가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소재와, 어딘가에 있음 직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발을 땅에 딛고 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현실인가, 환상인가, 아니지 지독하게 현실적이지 생각하게 하는 작가다. 재밌다, 유쾌하다, 통통 튄다, 같은 말로 표현하기 부족한 작가다. 내게 이유리 작가는 그렇다. 엄마, 친구, 애인, 누구에게나 있을 사람들이 등장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는데, 갑자기 엄마는 AI로 나타나고(크로노스), 연인은 비눗방울이 되겠다고 한다(비눗방울 퐁). 애인과 헤어진 누군가는 남은 사랑을 팔기로 마음먹는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어쩐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이 상상하게 하다가 종국에는 정말 그럴지도 믿고 싶게 한다. 누구나 이별을 하고, 누구나 남겨진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별'이라는 키워드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첫 소설 <크로노스>을 읽다 보면 이별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미련을, 사랑을 단박에 이해하고 싶어진다. 치매에 걸린 엄마는 요양원에 모셨지만, 엄마의 모습을 한 '크로노스'를 집에 데려다 놓는 자매. 당돌하게도 시간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을 따와 저들의 이름으로 삼은 이 회사가 만들어 낸 것은 인간을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 데려다 놓는 약물이었다. 이 약은...
며칠 전에 네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들로 2024년을 마무리할 것 같아요."라고 썼는데요. 잔뜩 늘어나 버렸습니다 ^^ 새해에 읽어야지 생각하고 도서관에 입수 신청한 책들을 너무 일찍 준비해 주셨어요. 연말과 연초에 주욱~ 이어서 읽게 될 것 같아요. 기대되는 책이 많아서 소개해 놓아요. 관심 가는 책 있으면 같이 읽어요 ^^ #어느누구에게도다정함을은폐하기로 #옥지구 / 한국시 #그리하여사람은사랑에이르다 #박나은 / 한국에세이 이 두 권의 책은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던 책인데요. 누군가에 소개받지 않고, 다른 텍스트에서 보지 않은 책을 저 스스로 발견하고 읽고 싶다! 찜해두는 책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보물찾기를 성공한 기분이랄까요.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는, 어린 시절 청력을 잃고 수어와 구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사용자 옥지구 시인의 첫 시집이라고 해요. 농인인 시인이 농사회에 무지하거나, 알지만 모른 척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청사회를 향해 보내는 메시들이 시로 담겨 있다는 소개를 읽었어요. 시의 언어로 표현될 메시지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기대되고요. <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는 먼저 표지에 시선이 갔어요. '춤, 명상, 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책 소개보다 작가의 소개를 읽고 궁금해진 책입니다. "... 삶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몸 암에 깃든 커다란 힘을 만났다. 그 힘이 나...
"하반기 영어 공부같이해요~" 한 뒤에 어느새.. 그 하반기도 마무리가 되었지 뭐예요. 120간의 하루 한 페이지 영어 공부가 드디어 오늘(12.20) 마무리되었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꼬박 120일, 4달 동안 매일 영어 공부를 했어요. 짝짝짝! 매일 20분~30분 남짓의 그 시간이 의미 있었어요. 매일 공부를 했다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 함께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을 것도 같고요 ^^ #엄마의내공으로영어를다시시작합니다 #홍현주 선택했던 책은, 우선 텍스트가 많이 어렵지 않았어요. 부담스러울 만큼 길지 않아서 좋았고요. 영어 텍스트도 읽고, 에세이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로그인 출판사에서 원문 리딩 파일을 받을 수 있어서 다운로드해서 출퇴근하면서 들었어요. 출처 : 책 소개 페이지(알라딘) 텍스트 중에서 매일 가장 좋았던 한 문장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아래 소개해요. 다시 보니 또 괜히 뿌듯하고요 ^^ Day1. My Children's smiles make my heart race. Day2. I love my baby, so I'll keep trying to be a good mom. Day3. I love every second of being your mom. Day4. It's tough but I will stand strong because I am a mom.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