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을 재밌게 감상하면 만족감도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위키드>는 이미 호평 받는 뮤지컬이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지난 <캣츠> 같은 끔찍한 괴작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이거든요. 원작 뮤지컬의 1막만 영화화됐지만(2막의 영화화인 2부는 내년 개봉 예정) 1부만으로도 충분한 완결성을 보이기에 <오즈의 마법사>만 아는 사람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위키드>의 1막은 엘파바 트롭이 서쪽의 사악한 마녀로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변화한 부분도 있지만 뮤지컬 스코어를 최대한 살리고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케일과 화면 구성으로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클라이막스인 Defying Gravity에서 추락과 상승을 같이 담아낸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보통이라면 원어를 보겠지만 한글 자막에 오류가 있다길래 이번에는 더빙으로 먼저 감상했는데요. <위키드> 뮤지컬에 참여했던 배우들의 열연 덕에 스크린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원어로도 봐야겠습니다. 위키드 감독 존 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개봉 2024.11.20.
스포일러 있음. 깔끔하게 끝난 작품의 후속작이 나오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전작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가느냐입니다. 특정 부분만 공유하고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글래디에이터 II>는 전작과 아주 긴밀하게 연계될 뿐만 아니라 거의 동일한 플롯으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굳이 후속작을 만들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글래디에이터 II>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는 전작에도 등장한 루실라의 아들이자 막시무스의 의지를 이어받는 인물입니다. 막시무스는 죽었기에 직접적인 등장은 없지만 영화 내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문제는 막시무스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루시우스가 옅어진다는 것이죠. 전개상 중요할 것만 같던 루시우스와 아카시우스의 복잡한 인연은 마크리누스의 권력상승을 위한 발판으로 슴슴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눈요기는 확실한 영화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규모 액션을 보면 아직 노장이 죽지 않았음을 실감합니다. 또한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검투사들의 주인이자 야심가인 마크리누스는 전작의 프록시모와 대비되는 인물로서 전작과 동일한 플롯으로 지루할 수 있는 본작에 활력을 더해줍니다. 약점이 존재하지만 강점도 확실한 리들리 스콧다운 영화였습니다. 글래디에이터 Ⅱ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폴 메스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조셉 퀸, 프레드 헤킨저 개봉 2024.11.13.
스포일러 있음. 퇴폐업종사자인 애니는 러시아 재벌 2세 이반을 만나 신데렐라 삶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일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부모의 반대와 이반의 실종, 결혼 무효화 재판으로 이어지며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사운드가 비지 않는 난장판 속에서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지만 그럴수록 마지막의 침묵과 울음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션 베이커 감독의 작품이 모두 대중적이라 할 수 없지만 거부감이 들만한 퇴폐적 요소를 가지고 휘몰아치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점은 참 재밌다 싶습니다. 아노라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미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카렌 카라굴리안, 바체 토브마시얀 개봉 2024.11.06.
클리셰를 부수는 것조차 클리셰가 된 지금, 이제는 클리셰 부수기조차 어떻게 해야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연구해야 합니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수능을 코앞에 뒀지만 평균 8등급을 유지하는 여고생들이 마지막 끈이라도 잡아보고자 수능 만점을 이뤄준다는 귀신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능이 모든 것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는 학생들에겐 목숨을 거는 숨바꼭질 정도는 한번 도전해볼만한 모험이라는 거겠죠. 영화 속 말을 빌리면 이 영화는 그런 설정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단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모든 클리셰를 깨부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감성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영화적 장치들을 대놓고 언급하고 벽을 뛰어넘기도 합니다. 싸구려 특수효과는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고요. 물론 이조차 뻔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맹랑하게 헛웃음이 튀어나오는 순간들을 밀고나가며 개성을 확실히 합니다. 의도적인 B급 감성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테지만 이런 취향인 저는 대만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김도연 배우. 정말 여고괴담 시리즈의 캐릭터라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였네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감독 김민하 출연 김도연, 손주연, 강신희, 정하담, 하서율, 이은희 개봉 2024.11.06.
영화계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란 독특한 소재로 승부 보는 창의력의 시험대 같습니다. <레드 원> 역시 현대적 국가와 기업 형태로 재해석한 산타 마을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줍니다. 제목의 '레드 원'은 산타 클로스의 호출부호고 드웨인 존슨의 배역인 칼 드리프트는 산타 클로스 산하 ELF 조직의 사령관으로, 이 영화에서 산타 마을이 대략 어떤 느낌으로 굴러가는지 엿볼 수 있죠. 그렇지만 소재에 비해서 팍 하고 뇌리에 박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산타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 이 독특한 소재는 그저 배우들이 모험을 떠나기 위한 발판 정도로 끝이 납니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맡은 배역이 크게 인상에 남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지만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산타의 선물 배달 장면은 꽤나 재밌습니다. 산타 클로스하면 푸짐한 이미지가 크지만 이런 다부진 산타 클로스도 꽤나 매력적이네요. 레드 원 감독 제이크 캐스단 출연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크리스토퍼 히뷰, 키에넌 시프카, 보니 헌트 개봉 2024.11.06.
조커를 해체하고 아서 플렉을 조명하다. 2019년 <조커>와 2024년 <조커: 폴리 아 되>가 다루는 조커는 이전 배트맨 영화에서 나온 조커들과 사뭇 다르다. 다른 영화에서의 조커들이 광기에 물든 살인마였다면 아서 플렉은 사회의 그늘 속에서 터져나온 분노이자 미디어와 사회현상이 만들어낸 괴물이다. 스포일러 있음. <조커: 폴리 아 되>는 <조커>의 연장선상에서 영화 내외적으로 발생한 조커 지지 현상을 탐구한다. 지난 영화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던 아서 플렉은 고담의 어둠을 꼬집고 기득권에게 총알을 날린 혁명가로 우뚝 섰다. 본작에서 아서 플렉은 지난 행위들로 미국 전역에 사회현상을 일으킨 존재가 되어 재판까지 생중계될 정도로 온갖 관심을 받고 본인도 이를 즐긴다. 그러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건 재미없고 나약한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 아닌 하얀 분칠과 빨간 입술의 조커였다. 그런 부분에서 <조커: 폴리 아 되>는 할리 퀸을 상당히 영리하게 활용한다. 본작의 할리 퀸젤은 아서 플렉을 사람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게 아닌 조커의 이단아 이미지만을 사랑한다. 결국 '조커의 연인' 할리 퀸은 아서 플렉의 고백을 듣고 곁을 떠나버린다. 아서 플렉은 폭동주동자 또는 혁명가 조커로 미디어에서 이용당하고 인셀의 상징으로 쓰인다. 그러나 고담은 바뀌지 않았고 아서 플렉은 수감시설 내에서 권력의 폭력에 무방비하게 당한다. 기껏 용기를 내서 스스로...
트랜스포머가 지구로 넘어오기 전, 사이버트론 전쟁이 일어나기 전,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기원을 그린 애니메이션. One이란 넘버링에, 크레딧에 마이클 베이의 이름이 올랐지만 마이클 베이 실사 시리즈 및 리부트 시리즈와는 별개의 작품이다. 스포일러 있음. 트랜스포머 세계관의 고유명사와 인물들이 우르르 쏟아지지만 간결한 플롯 덕에 몰입하는 데 있어 큰 무리는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난잡한 설명으로 가득한 실사 영화보다도 낫다. 한 예로 쿠인테슨에 대해서 본작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트랜스포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적으로 간단히 묘사한다. 실사 시리즈만큼의 비주얼 쇼크가 있는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감동했는데, 그 어느 시리즈보다도 사람 사는 냄새 넘치는 사이버트론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마음에 들었다. 더빙으로도 한번 봐야겠다. 트랜스포머 ONE 감독 조시 쿨리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스칼릿 조핸슨, 키건 마이클 키, 스티브 부세미, 로렌스 피시번, 존 햄 개봉 2024.09.25.
레이디 레이븐의 콘서트를 방문한 쿠퍼와 라일리 부녀. 하지만 일반 공연장과 달리 경비가 삼엄하다. 이는 도살자라 불리우는 연쇄살인마가 공연장을 방문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FBI가 설치한 함정. 도살자 쿠퍼는 라일리를 데리고 경찰과 FBI의 눈을 피해 탈출해야 하는데... 스포일러 있음. 잔잔한 장면들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나이트 샤말란만의 연출법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의문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떡밥 정리도 깔끔히 하는 것도 완전한 나이트 샤말란 스타일. 반면 클리셰를 전부 따르며 이야기를 정석으로 뚫고 가는 게 의외라면 의외였다. 조쉬 하트넷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쿠퍼 연기는 가히 인상적이다. 침착하고 차분하며 감정을 연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인 빌런을 만들어낸다. 재밌는 건 쿠퍼의 상대가 경찰이 아닌 살레카 샤말란이 연기한 레이디 레이븐이라는 것. 감독이 딸의 영화 데뷔를 도와주기 위함이었는지 몰라도 이렇게나 큰 비중과 역할일 줄은 몰랐다. 트랩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조쉬 하트넷, 아리엘 도노휴, 살레카 샤말란, 헤일리 밀즈, 알리슨 필 개봉 2024.09.18.
댄서로의 삶을 꿈꾸는 추필선과 장미나는 춤을 추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출신 김세현과 손잡고 거제상고 축구부의 응원단을 조직한다. 추필선에게 축구부 응원단이란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춤을 추기 위한 밑밥에 불과했지만 밀레니엄 걸즈 친구들과 함께하는 치어리딩은 어느새 그녀의 삶이 되어간다. 스포일러 있음. <빅토리>는 크게 스포츠와 치어리딩을 결합한 청춘 드라마의 클리셰와 틀을 따르지만 스포츠물 특유의 감동이 큰 편은 아니다. 거제상고의 축구신화는 밀레니엄 걸즈의 결성 비화처럼 그녀들이 춤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빌리 엘리어트>처럼 아버지 세대의 파업이 극을 함께 이끈다. 아버지와 딸 각 세대의 삶은 분리되지 않았음을 작중에서 계속 짚고 넘어가며 이는 갈등이 되기도 하고 화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밀레니엄 걸즈의 웃음과 우정을 비추며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감동과 재미를 모두 챙기려다보니 일부 늘어지는 구간이 있지만 최후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칼군무 응원에서 오는 감동은 즐겁다. 빅토리 감독 박범수 출연 혜리, 박세완, 이정하, 조아람,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개봉 2024.08.14.
만족스럽다. 의외였던 건 공포나 고어적인 면은 적었다는 점. 어쩌면 전작들이 했던 것에서 더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힘들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전작들의 요소들을 차용해 하나로 아우르는 데 집중한다. 이런 부분에서 스타워즈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떠오르는 것도 이상할 게 아니다. 스포일러 있음.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전작들의 요소를 적극 차용하고 잘 조합했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4편의 카세트 퓨처리즘은 물론이요, 프리퀄 시리즈의 미래지향적인 부분을 잘 섞었다. 오리지널 감성이 아주 강한 식민지 잭슨의 별은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오리지널과 프리퀄 시리즈의 미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르네상스 우주 정거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게임 같은 일직선 서사가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는데 연출자의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일부러 인조인간들을 게임 가이드나 NPC마냥 활용하는 게 인상적. 아예 게임 느낌을 숨기지 않아서 단점처럼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국내는 8월 14일 개봉이지만 CGV 프리미어 상영 덕에 미리 4DX로 감상. 약간의 스포일러 있음. <트위스터스>는 1996년 영화 <트위스터>의 후속이지만 전작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전작 요소들도 초반에 나온 도로시 말고는 없다시피한 수준이다. 시리즈물로 보면 뭔가 약하다고 생각되지만 그 덕에 진입장벽이랄게 없고 서사도 매우 단순하기에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토네이도 사냥이 메인인 작품인 만큼 토네이도가 여러번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씬은 야밤에 마을을 강타하는 씬이었다. 8, 90년대 엠블린 스튜디오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해당 씬은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앗아가는 토네이도의 공포와 숨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잘 보여줬다. 토네이도 비중이 높은 편이라 좌석을 쉐낏쉐낏 흔들어주는데 여기서 오는 재미가 아주 크다. 프리미어 상영이야 4DX 밖에 없어 4DX로 감상할 수 밖에 없었으나 만약 정식 개봉 후 관람을 할 예정이라면 4DX를 추천한다.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강한 작품이었다면 4DX를 추천하지 않겠으나 본작의 드라마는 정말 필요에 의한 수준이기 때문에 토네이도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4DX를 추천한다. 트위스터스 감독 정이삭 출연 글렌 파월, 데이지 에드가 존스, 안소니 라모스 개봉 2024.08.14.
더러운 돈 하나 때문에 펼쳐지는 진흙탕 싸움. 선인이라곤 하나도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추잡하게 여기는 인간군상이 묘한 비웃음을 자아낸다. 액션으로 점철된 오락영화가 아니고 인물 간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호흡이 긴 영화다 보니 심심하게 다가오기도 하나 작품의 꿉꿉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미장센과 두 번의 절제된 액션은 인상을 남긴다. 리볼버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김준한, 김종수, 정만식 개봉 2024.08.07.
민감한 젠더 논쟁을 잘 꼬집지는 못했지만 현재 한국상업영화계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 갈등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조정석 배우의 여장남자 한정미는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진짜 한정미로서 감초 역할을 똑똑히 한 한선화 배우가 정말 예상치 못한 와일드 카드였다. 파일럿 감독 김한결 출연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개봉 2024.07.31.
스포일러 많음.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묘했던 영화. 데드풀의 메타 개그가 심화되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도 평이 갈리는 듯한데, <로건> 파묘 및 시체 개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불호 후기만큼 불편하지도 않았고 폭스 마블 캐릭터들이 우르르 죽어나갈 때도 데드풀다운 개그였다고 생각했다. 다만 수많은 폭스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류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데 그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폭스 마블 영화들이 제대로 된 끝맺음이 없이 끝난 걸 자학하는 와중에 은근히 디즈니의 MCU를 올려쳐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멀티버스 부진에 대한 MCU 자학개그도 많지만 데드풀이 어벤져스를 그렇게나 욀 필요가 있었는지는... 휴 잭맨의 울버린은 대만족. <로건> 이후로 은퇴할 줄 알았던 휴 잭맨 울버린의 완벽한 복귀였다. 기존 폭스 엑스맨 울버린이라던가 코믹스 요소들을 비튼 개그들도 인상적이었다. 다프네 킨의 로라를 재등장시킴으로서 <로건>의 여운을 이어간 점도 좋았던 점 중 하나.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MCU 영화지만 데드풀이 MCU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폭스 엑스맨 유니버스를 지켜낸다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폭스 마블 영화들도 한 번 씩 짚고 넘어가는데, 그중에는 팬들에게 외면 받은 영화도 있겠지만 2000년대 초 마블을 이끌었던 영화들을 흑역사로만 취급하지 않았다는게 ...
스포일러 있음. 예전에도 비슷한 소리를 한 거 같은데 추리를 벗어나 액션과 어드벤처에 집중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오히려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대도와 명탐정, 악당들의 보물찾기라는 소재는 직전 극장판들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은 편이지만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실제 명소들을 활용해 실감나는 오락을 펼친다. 그나저나 핫토리 헤이지가 중심인 이야기인데 엔딩 크레딧 후영상의 반전이 너무 쎄서 괴도 키드가 메인이 되버린 이 느낌, 홍보물에서도 3군이 되버린 이 느낌... 힘내라 서쪽의 명탐정!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감독 나가오카 치카 출연 미등록 개봉 2024.07.17.
솔직히 기대작 아니었다. 예고편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김용화 사단의 그 감성에 극장을 갈까말까 고민했다. 그저 SF 요소가 섞인 재난물이란 점만이 관심을 끌었다. 사실 예고편만 보고 괴물처럼 변이된 실험견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군견이더라. 뭐 그건 문제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서 모든 걸 설명한다. 영화 내내 침묵 밖에 없다. 웃기라고 던진 드립에도 조용, 울라고 던진 신파에도 조용. 사실 이 영화 자체가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뜻하던 게 아니었을까? 00년대 드라마에서도 안볼법한 대사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만든 편의적 전개와 설정은 이제 이쪽의 정체성이니 뭐라하기도 입아프다. 주지훈이 맡은 렉카 캐릭터가 나왔을 때 상영관을 탈출했어야 했는데.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감독 김태곤 출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 하도권 개봉 2024.07.12.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경마를 기반으로 실존 경주마들을 모에화하고 육성하는 게임과 그 미디어믹스. 모티브는 경마지만 출연 말들이 사람의 형태를 띈 '우마무스메'기 때문에 분위기는 육상 스포츠물에 가깝다. 정글 포켓의 성공신화를 그리는 극장판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는 그런 분위기가 한층 더 강화된다. 아그네스 타키온과의 라이벌 구도, 슬럼프, 그리고 이를 이겨내 마침내 진정한 승리를 거둬내는 정글 포켓의 이야기는 스포츠물의 왕도며 영화로서도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다. 이것이 실존 경주마의 실제 경기들을 기반으로 했다는게 놀라울 따름. 여기에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연출들이 더해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마뾰이! 우마뾰이! 이미지 준비중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감독 야마모토 켄 출연 미등록 개봉 2024.07.11.
아니 이 골때리는 맛은? 역시나 A24답다고 해야할까나. A24는 이제 영화사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 있으니 주의. 첫 눈에 반한 루와 잭키는 스테로이드와 함께 하는 근육근육 로맨스를 시작한다. 약물이 함께하는 사랑이라니 뭔가 이상해도 두 사람의 사연을 보면 그저 행복했으면 싶다. 그러나 사랑에 의한 몇 번의 선택은 두 사람을 혼돈으로 밀어넣고 예상치 못한 전개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중간중간 떡밥을 던져줬지만 클라이막스에서 완전 거인화가 나왔을 때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정도 광기가 있어야 A24 영화를 하는구나...!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감독 로즈 글래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티 오브라이언, 에드 해리스, 데이브 프랭코, 안나 바리쉬니코프, 지나 말론 개봉 2024.07.10.
흘러가는 나날을 웃으며 맞이하기. 과묵한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은 아주 잔잔하다. 때론 소소한 재미도, 상상도 못한 일들도 벌어지지만 그의 인생을 180도로 뒤바꿀 사건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에는 7080 올드팝 카세트테이프가 함께 한다. 자동차에서 올드팝이 울려퍼지면 언제나 똑같던 도쿄의 풍경도 하나의 뮤직 비디오가 된다. 매일 매일이 완벽한 나날이다. 퍼펙트 데이즈 감독 빔 벤더스 출연 야쿠쇼 코지 개봉 2024.07.03.
시사회로 개봉일보다 일찍 보고왔지만 이제야 후기를 남긴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땐 뭐 이딴 F급 감성 영화가 다 있나 싶어서 넘기려고 했으나 <터커 & 데일 VS 이블>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하여 급궁금해져 시사회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말 대만족. 최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싫어 한국 영화를 잘 안보게 됐는데 <핸섬 가이즈>는 미치도록 웃고 왔다. 아무래도 원작이 미국 공포 슬래셔 영화 클리셰를 깨부수는 작품이다보니 한국화+대중성을 위해 원작의 큰 틀과 몇몇 요소를 제외하곤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이 변화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도 적용되는데 원작은 고어로 웃긴다면(...) 한국판은 고어는 빼고 상황 자체를 더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원작만큼의 자극은 없어도 한국의 상황에 맞춰 이래저래 변화를 시도하고 그걸로 사람들이 도륙나는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내니 성공적인 리메이크 아닐까! 한 번 더 봐야겠다. 핸섬가이즈 감독 남동협 출연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 이규형, 우현, 장동주, 강기둥, 빈찬욱, 정화 개봉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