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온다
45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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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1980년 5월의 이야기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파울 첼란과 쁘리모 레비가 함께 쓴 것 같은 문장들은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추천사 광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5월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슬픔이 자리한 시간이었다. 비록 그 슬픔이 나와 내 가족이 직접 겪은 일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지라도.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 모두 1980년의 5월을 광주에서 보내진 않으셨다. 당시 광주로 통근을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곳을 매일 지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내가 5월 광주의 이야기를 마주한 곳은 주로 학교였다. 집으로 날아드는 총알을 막기 위해 두꺼운 솜이불로 창문을 가린 채 생활했다는 이야기, 하굣길에 실종되어 끝내 ...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