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많은 영화 팬들, 그리고 뮤지컬 팬들이 오랜 시간 기다린 작품. <위키드(Wicked)>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모두들 어릴적 보고, 듣고, 읽고 자란 『오즈의 마법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도로시’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를 말입니다. 이번에 영화화 된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그레드리 맥과이어’의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위키드>는, 총 6권으로 구성된 『위키드』 중 1권과 2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서쪽의 마녀’의 진실을, ‘오즈의 마법사’의 정체를 ‘그레드리 맥과이어’의 상상력으로 재창조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이야기의 소설이 뮤지컬로 제작되었습니다. <라이언킹> 다음으로 흥행한 뮤지컬 <위키드>는 ‘위니 홀즈맨’의 각본에 최고의 음악감독 ‘스티븐 슈왈츠’의 넘버링이 더해진 작품입니다. 여기에 <스위니 토드> ‘유진 리’의 무대디자인, ‘수잔 힐퍼티’의 아름다운 의상을 더해 관객들로 하여금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위키드(Wicked)>는 뮤지컬 <위키드> 중 ‘도로시’의 등장 전인, 1막의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가장 먼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아리아나 그란데’가 연기한 ‘착한 마녀’의 비주얼이었습니다. 방울을 타...
스포주의 어두컴컴한 집안. 어딘가에서 여자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그 소리는 굳게 닫친 문 틈사이로 새어나오고 있다. 그 바깥에는 엄마와 남자아이가 겁에 질린 채, 서로를 꼭 껴안고 있다. 새간 기도소리가 섞여 들린다. 소미야, 아빠야! 여자아이의 아빠가 무언가에 홀린 듯,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한다. 엄마가 뛰어와 말린다. 하지만 아빠의 완강함을 이겨내지 못한다. 아침내 문은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아빠와 엄마. 그들의 눈에는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아이와 그녀를 옆에서 쓰다듬어 주는 수녀가 보인다. 이제야 끝났습니다. 벽에 기대어 숨을 돌리고 있는 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여자아이는 구마의식을 치루고 있었다. 악마를 퇴치한 신부와 가족들의 기쁨도 잠시. 갑자기 아이가 발작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심정지를 알리는 기계음이 들린다. 소미야, 정신 차려! ‘현문섭’감독의 <사흘>은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오컬트와는 사뭇 다르다.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5)>에서부터 시작되어, ‘장재현’감독의 <검은 사제들(The Priests, 2015)>까지. 우리들의 시선은 늘 사제들의 시선을 따랐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영화들은 악마의 퇴마를 위한 과정부터 구마의식까지만을 보여주었다. 1995년 일본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한창 바쁜 시간인 출근시간에 맞춰, 도쿄의 지하철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스포주의 ‘막시무스’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던 <글래디에이터(Gladiator)>가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좋은 기회를 얻어 <글래디에이터2(GladiatorⅡ)>를 개봉보다 조금 일찍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감상한 <글래디에이터2>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콜로세움에서의 마지막 싸움 이후, 16년이 지난 시점. 로마는 잔혹한 쌍둥이 황제, 게타, 카라칼라 두 황제가 함께 통치하고 있습니다. 두 황제의 폭정으로 ‘막시무스’가 지켜낸 로마가 몰락 직전의 상황입니다. 로마를 구하기 위해서는 ‘막시무스’와 같은 영웅이 필요합니다. <글래디에이터2>는 <글래디에이터>와 마찬가지로 영웅플롯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막시무스’는 장군으로 이름을 떨치다, 계략에 의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검투사라는 이름의 영웅이 되어 로마를 구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노’라는 캐릭터가 나라, 사랑하는 아내를 잃으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검투사로 유명해지고, 로마를 구해냅니다. 이처럼 두 작품은 완벽하게 일치한 플롯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플롯 중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 즉 전투에서 영화의 재미가 폭발합니다. 그래서 <글래디에이터2>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리들리 스콧’감독 영화의 집합체입니다. <300>,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 <나폴레옹(Napoleon, 2023)> 등 그가 ...
결말포함 스포주의 사랑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왔기에, 각자 생각하고, 만들고, 행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언제 봐도 새롭고, 언제 해도 늘 낯설다. 이것이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하는 영화를 보는 이유다. ‘김태양’감독의 <미망(Mimang)>은 ‘미망’이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뜻 중 未忘(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음), 彌望(멀리 넓게 바라봄), 迷妄(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을 통한 옴니버스형식으로 남녀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미망>에서의 남녀가 보여주는 사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이것은 마치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2024)>와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Our Sunhi, 2013)>를 연상시킨다. 남녀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이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스트 라이브즈>가 윤회라는 큰 굴레를 통해 인연 반복을 보여주는 것과 <미망>의 광화문이라는 공간에서의 인연의 반복을 하는 것 때문에, <미망>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의 향수를 느낀다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미망>의 세 파트로 ‘김태양’감독이 어떻게 사랑을 표현했는지 말해볼까 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12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명확히 나타낸다. 하지만 <미망>은 우리가 유추만 할 뿐,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첫 파트에서 그들의 직업을 통해 미성...
2024년이 유난히 덥게 느껴졌던 여름을 매듭짓고, 시원한 가을이 된 것도 잠시. 곧바로 겨울로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는 따뜻한 행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1월 1일부터 11월 30일 한 달간 세이브더칠드런 주관의 <아동권리영화제>가 열립니다. <아동권리영화제>는 2015년 “아이와 어른은 함께 성장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우리들의 사각지대.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0년간 아이를 주제로 한 수많은 단편영화들이 <아동권리영화제>를 지나갔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세이브더칠드런에서 400여명의 펀딩을 통해, 단편영화 <이세계소년>을 제작하였습니다. 연출은 우리에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잘 알려진 ‘김성호’감독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은 <킬러들의 쇼핑몰>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금해나’, 그리고 <무빙>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인 ‘김진영’배우가 맡았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지난 10월 18일 제 10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에 초대받았습니다. 그 곳에서 개봉일보다 조금 일찍 <이세계소년>을 만나 보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미리 만나 본 <이세계소년>에 대한 소감을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세계소년>은 발달장애 소년 ‘지우’의 실종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관객은 이를 수사하는 ‘전형사’의 시선으로, ‘지우’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수사관 ‘전형사’...
시퀀스 한 조각 스포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아마존 상공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 그 안에는 ‘진봉’이 타고 있다. 그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브라질 옆에 있는 작은 나라. ‘볼레도르’ 이다. 날씨가 좋네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좋던 날씨는 어디가고. 먹구름이 짙어진다. 이때, 번개를 정면으로 맞은 헬리콥터의 꼬리에서 불길이 인다. 같이 타고 있던 한 승객이 낙하산을 등에 매고 뛰어 내릴 준비를 한다. 하나뿐인 낙하산을 빼앗기 위해 사람들이 몸싸움을 벌인다. 이 충격으로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자, ‘진봉’이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는 간신히 매달린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양궁이 바닥을 미끄러지며 그를 덮친다. ‘진봉’은 그 충격으로 헬리콥터 바깥으로 날아간다. 간신히 눈을 뜬 ‘진봉’의 눈앞에는 활을 든 원주민들이 보인다. <극한직업(Extreme Job, 2019)> 이후, ‘류승룡’, ‘진선규’배우가 약 6년 만에 다시 뭉쳤습니다. 통닭집에서 잠복하던 ‘마약팀’이, 이번에는 ‘볼레도르’의 양궁팀으로 만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단연 제목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 처음 <아마존 활명수>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부채표 활명수가 떠올랐을 겁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대놓고 까스활명수의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뻔뻔한 화법은 영화의 내러티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가상’의 ‘볼...
결말포함 스포주의 <아시아 필름 어워즈>를 비롯하여 수많은 아시아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화제작 <연소일기(Time Still Turns the Pages)>를 좋은 기회를 얻어, 개봉일보다 빨리 만나 보았습니다. 오늘은 가슴 시린 이야기, <연소일기>를 본 소감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소일기>는 평소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고민을 보여줍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소외계층이란 장애를 가진, 혹은 가족이 없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합니다만, 독특하게도 <연소일기>는 상류층의 아이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인 ‘요우제’의 시선과 함께 어른인 ‘장선생’의 시선을 교차하여 보여줍니다. ‘요우제’의 시선에서는 문제를, ‘장선생’의 시선에서는 해결을 보여줌으로써,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장선생’의 시선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장선생’이 교사로 재직 중인 학교에서 유서가 발견됩니다. 누군가 죽을지도 모르는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선생들, 어른들의 태도가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이 이야기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못하도록 숨기려는 무리, 유서를 쓴 아이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리로 말입니다. 다른 시선 <연소일기>에서 주인공, 10살 ‘요우제’의 하루는 학업, 외국어공부, 피아노 등으로 너무나 바쁩니다. 하지만 아이는 불평불만 없이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성실히 살아가고 있습...
결말포함 스포주의 최근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 영화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얼마 전에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은 SF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오늘 소개할 <오후 네 시(4PM)>도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 『오후 네 시』를 영화화하였다. 그녀는 철학적으로 인간을 탐닉하는 작가이다. 이번 <오후 네 시>또한 그녀의 특징을 잘 살려, 인간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 글은 소설 『오후 네 시』가 아닌 영화 <오후 네 시>만을 다룬다. <오후 네 시>는 철학과 교수 ‘정인’의 은퇴식으로 시작한다. 그는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내 ‘현숙’과 함께, 오래 전부터 꿈꿔 온 전원생활을 위해 시골로 향한다. 그의 미래를 책임질 집은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호숫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쌍둥이처럼 똑 닮은 옆집에는 유일한 이웃인 의사 ‘육남’이 살고 있다. ‘정인’은 이사를 마치고, ‘육남’의 집에 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지만 만나지 못한다. 그는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다음에 자신의 집에 방문해 달라는 짧은 인사말을 쪽지에 써 남긴다. 이 쪽지를 본 ‘육남’이 다음날부터 오후 4시가 되면 방문을 한다. 매일같이. 이때부터 지옥 같은 ‘정인’, ‘현숙’의 삶이 시작된다. ‘정인’은 이름과 같이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친절과 배려...
결말포함 스포주의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은 제목 그대로의 보통,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포스터에 배우 ‘장동건’이 있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잘생김의 고유명사인 ‘장동건’이 ‘보통’이라는 범주에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에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 작품은 숨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재단되어 있기에, 농담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았다. 변호사인 장남과 의사인 차남. 즉 우리가 생각하는 상류층, 성공한 사람들에게 닥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안에서 각자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에게 일어나는 심리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보통의 가족>의 구조를 살펴보면, 모든 것을 양분화 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는 사건은 보복운전에서 시작된 시비가 살인으로까지 번진 사건이다. 영화는 이 사건부터 아버지는 죽음으로, 딸은 생존으로 양분화 시키며 시작한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형 ‘재완’에게, 피해자는 동생 ‘재규’에게 배당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모든 것을 양분화하기 좋게 짝수로 설계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눌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가족이다. ‘재완’, ‘재규’가족 사진을 보면 어머니를 포함하여, 7명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복운전 가족은 엄마, 아빠, 딸로 3명이다. 이들은 모두 나눠지지 않는 ‘소수’ㅡ이 때문에 자꾸 ‘연경’이 4...
스포주의 2020년 우리나라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한 사건이 있었다. 어린 여학생들을 유인하여, 인터넷 공간에서 성 착취 영상 제작 및 유포한 사건이다.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은 ‘N번방 사건’이다. 탤레그램에서 박사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범인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사용해 파렴치한 범행을 벌였다. 다행히 기자단 ‘불꽃’이 사건을 파고들어, 공론화에 성공하였고, 끈질긴 수사 끝에 박사, 갓갓 등의 머리에 해당하는 범인들을 붙잡았다. 이 사건의 무서운 점은 이름이 알려진 범인들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 만 명에 달하는 성 착취영상 수요자들이 존재한다. 결국 이 사건은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레드 룸스(Red Rooms)>의 소재는 ‘N번방 사건’과 유사하다. 13세에서 16세까지의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벌인 다크웹 속 사이버 성범죄자 ‘슈발리에’가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영화의 시작은 재판장에서 시작한다. 첫 시퀀스는 롱 테이크로 진행되는데, 카메라의 위치를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방청석에 앉아 판사 말을 듣게 된다. 이때, 판사의 대사가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이다. 그는 지금부터 진행되는 재판에서 평결은 전적으로 배심원에게 달렸다, 말한다. 그리고 카메라가 이동하여, 배심원의 시점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를 배심원으로써 ‘로즈몽의 악마 사건’을 인지시키게 만든다. 이 상태로 검사의 사건개요부터 변...
스포주의 우리 대부분은 고용되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으며 살아가는 노동자다. 그렇기에 <미생(Misaeng, 2014)>에서 ‘장그래’에 더욱 몰입하였고, <송곳(Awl, 2015)>에서 푸르미 일동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였다. 우리의 시선은 노(勞)와 사(使)를 관찰할 때, 노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이를 아는 창작자들은 노와 사의 갈등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사측은 악역에 가깝게, 노는 선역에 가깝게 묘사하여 시청자들이 더욱 쉽게 몰입하게끔 설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인사팀이 노와 사, 혹은 선과 악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인사팀 스스로 노와 사 어디에 속해 있다고 생각할지 설문조사를 한 데이터가 있다. 이 데이터는 노와 사 50대 5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해야 할 일(Work to Do, 2024)>은 노와 사 중간의 지점 교집합에 위치하고 있는 인사팀에 대한 영화이다. 한양중공업이라는 선박회사는 자금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직원 100여명을 내보내야하는 암울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해고대상자를 노(勞)측 스스로 정해야하는 잔인한 장면까지 존재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완전히 노측에게 몰입하게끔 만든다. 초반 <해야 할 일>은 노와 사의 양측의 입장 중, 노측의 입장에 무게를 주었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는 ...
스포주의 인류사에 있어 이주(Migration)는 오랜 기간 존재해 온 현상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사건은 뉴욕 엘리스 섬에 있는 이민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많은 인종이 뒤섞여 심사를 받던 이 사건이 우리의 머릿속에 가장 각인되어 있는 이주일 것이다. 그보다도 훨씬 이전의 12세기의 칭기즈칸이 벌인 유럽으로의 정벌 또한 대규모 이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 존재해 온 이주이외에도 성경의 출애굽기에 존재하는 모세의 뒤를 따라 가나안을 향해 이동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동도 대규모 이주로 볼 수 있다. 기록되기 이전의 사건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짧게는 유럽까지 길게는 남아메리카까지 이주한 것이 있다. 이처럼 우리 인류는 한 장소에 정착하지 않고, 태초부터 새로운 장소를 향해 이동하는 동물이다. <와일드 로봇(The Wild Robot)>의 로즈는 발달한 문명사회에서 자연이 보존되어 있는 원시사회로의 불시착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녀 ㅡ혹은 그ㅡ 는 언어조차 다른 새로운 장소에서 낯선 동물 ㅡ인종ㅡ 과 화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가 처음 한 일은 언어의 학습이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배척받는 존재와 그룹을 형성하여, 생존해 나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에서 ‘스티븐 연’이 연기한 한국인 이민자 ‘대니’의 삶을 살펴보면 더욱 와 닿는다. 낯선 나라에서...
시퀀스 한 조각 스포주의 봉고차 한 대가 한산한 골목길을 오른다. 차가 도착한 곳은 허름한 건물 뒤편이다. 그 안에서 내린 것은 해진 차의 외관과 달리, 화려한 차림새를 한 중년의 여성들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이동한다. 오늘 쟤, 끗발이 장난이 아니다! 이곳은 바로 불법 도박판이다. 한창 판돈이 오가는 한 테이블. 중년의 여성들 틈에 낯익은 한 여성이 보인다. 그녀는 광수대의 홍일점 ‘미스봉’이다. 현재 잠입수사를 벌이고 있는 그녀 가슴에 붙어있는 카메라를 통해 ‘서도철’형사를 비롯한 광수대 형사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때, 한 남성이 ‘미스봉’에게 다가온다. “내 본적 없어요?”라는 사내의 물음에 그녀는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그가 물은 것은 질문이 아니었고, ‘미스봉’을 알아본 그의 경고였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지고, 순식간에 도박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밖에서 지켜보던 광수대가 허겁지겁 건물로 향한다. 혼비백산이 된 도박꾼들은 탈출구로 향한다. 그들을 쫓던 ‘서도철’형사가 옆 건물로 도망치는 보스를 발견하곤 곧바로 몸을 던진다. 그는 간신히 건물 난간에 매달린다. 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멋지게 ‘조태오’를 잡았던 ‘서도철’형사가 9년 만에 돌아 왔습니다. <베테랑(Veteran, 2015)>을 통해 멋진 수사활극을 선보인 ‘류승완’감독의 속편을 많은 팬들이 원했습니다. <베테랑2(I, THE EXECUTIO...
스포주의 최근 개봉한 <이매지너리(Imaginary)>에 이어 ‘블룸하우스(Blumhouse Productions)’가 또다시 사고를 쳤습니다. 공포영화의 명가인 ‘블룸하우스’는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2009)>를 시작으로, <인시디어스(Insidious, 2010)>, <해피 데스데이(Happy Death Day, 2017)>, <겟 아웃(Get Out, 2017)> 등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대박 작품들을 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뒤를 잇는 작품 <스픽 노 이블(Speak No Evil)>을 감상한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23 아이덴티티(Split, 2017)>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맥어보이’가, 다시금 살벌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빌리 밀리건’사건을 모티브 한 <23 아이덴티티>에서,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배역에 따라 24개의 인물을 한꺼번에 연기했는데, 순간 순간 변화하는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멋진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패디’역을 통해 악의 집합체이자, 악을 형상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 공간을 장악하는 호흡, 그리고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까지. 너무나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습니...
스포주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는 오랫동안 화두로 여겨졌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서양고전철학부터 동양철학, 종교 모두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철학가, 예술가, 종교인들이 달려들어 정의를 내리려했지만, 플라톤이 말한 사랑, 예수가 말한 사랑, 장자가 말한 사랑으로 나뉠 뿐 한 단어로 국한되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은 ‘말’로 시작한다. 그들의 말을 들여다보면, 누군가가 인간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이어 누군가는 인간은 기생충이라 말한다. 인류학적 시선으로 인간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사랑을 하는 것은 인간뿐이기에,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인간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오프닝시퀀스가 지나며, 사랑의 본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이 탐구의 순서는 기원전 고전철학에서부터 근대철학까지의 순서를 따른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사랑을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으로 나누는 것이다. 먼저 고전철학 플라톤의 사랑으로 시작한다. ‘소피아’와 ‘자비에’는 10년 동안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하지 않고, 동거라는 선택지를 선택했다. 그들은 서로를 어떠한 형식으로도 구속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신적으로만 사랑하며, 서로의 영혼만을 어루만지는 관계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소피아’와 ‘실뱅’과의 첫 만남이다. 그녀는 ‘자비에’를 남편이 아닌, 파트너라 소개한다. 결혼한 사이도 아닐뿐더러, ...
시퀀스 한 조각 스포주의 용기가 있다면 들어와 보세요. 마을을 가로질러 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는 하얀 집 한 채가 우뚝 솟아있다. 그곳에 도착하니, 한 여성이 의자에 앉아있다. 그녀는 지금 티비쇼 ‘리디아 디츠의 유령의 집’을 촬영 중이다. 30년 전 ‘메잇랜드’부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 ‘리디아’는 지금, 영매로서 스타가 되었다. 그녀는 지금 공개 방송에서 노부부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오랜시간 유령의 괴롭힘으로 힘들다는 노부부. 원인을 찾기 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 방문한다. 집에 살고 있는 유령의 존재를 파해치려는 그때! 30년 전 사라진 ‘그’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이 울린다. 무수히 많이 찍혀있는 어머니의 문자들. ‘리디아’는 서둘러 어머니에게 향한다.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비틀쥬스(BeetleJuice, 1988)>의 속편이 3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사랑스러운 유령들, 독창적인 세계관, 그리고 아름다운 미술까지. 당시 파격적이었던 작품 <비틀쥬스>를 추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비틀쥬스>의 팬인 제가 <비틀쥬스 비틀쥬스(Beetlejuice Beetlejuice)>를 관람한 소감을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온전히 팬들만을 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상영 시작과 함께 시작되는 ‘팀 버튼’의 팬서비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퀀스 한 조각 스포주의 미안한데, 게임 못 끝낼 거 같아. 알 수 없는 건물 안. 복도처럼 긴 길의 양쪽에는 닫혀 있는 문들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끝에 다다르니, 아이가 간신이 드나들 수 있어 보이는 작은 문이 있다. 그 문이 열린다. 그 안에서 온 몸에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듯 내달린다. 그녀가 향한 곳에는 사람의 이를 다물고 있는 펜치가 책상 위에 있다. 네 친구는 돌아오지 않아! 그녀를 쫓아온, 거미의 형상을 한 기괴한 생물. 이 순간 그녀가 바라 본 것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유난히도 더웠던 8월의 끝을 이 영화가 장식합니다.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Kick-Ass 2)>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제프 와드로’가 공포영화로 돌아왔습니다. ‘푸바오’의 인기로 ‘곰은 귀엽다.’라 많이들 생각하는데, 오늘 말씀드릴 <이매지너리(IMAGINARY)>에서의 ‘천시’라는 곰은 사람을 찢습니다. 저는 좋은 기회를 얻어, 개봉보다 일찍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매지너리>를 관람한 소감에 대해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이매지너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상상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귀여운 캐릭터가 연상되는 이 소재를, ‘제프 와드로’감독은 너무나 괴기스럽고, 너무나 공포스런 존재로 해석했습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명확했습...
스포주의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공포스팟이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장소로는 <곤지암(GONJIAM: Haunted Asylum, 2018)>을 통해 많이 알려진 곤지암정신병원, 충일여고, 영덕횟집, 황금목장, 안경공장 등이 있다. 이번에 개봉한 <늘봄가든(Spring Garden)>의 배경장소인 늘봄가든 또한 유명 흉가 중 하나이다. 도로변에 있는 폐 식당인 이 곳의 괴담은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는 종업원 귀신이 있다. 손님이 여자종업원에게 주문을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손님은 주인을 불러 왜 이렇게 음식이 늦게 나오냐, 따졌다. 급기야 여자종업원을 데려오라고 까지 했는데, 당시 늘봄가든에는 여자종업원이 없었다고 한다. 늘봄가든은 주인이 계속 바뀌었고, 결국 폐점하기에 이른다. 주인 없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건물이 모두 그렇듯, 빠르게 흉측하게 변해갔다. 이 폐건물은 괴담과 함께, 공포매니아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포체험을 하고, 인증을 남기는 대한민국 3대 흉가로까지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이 있는 늘봄가든을 배경으로 공포영화 <늘봄가든>이 제작되었다. ‘늘봄가든’이라는 제목을 사용하는 것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다. 주인 있는 건물인 늘봄가든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그리고 주변 지역에서도 반대목소리가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부...
스포주의 공휴일 오후 극장으로 나섰다.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평일 오후와 다를 것이 없는 거리였다. 휴가기간이라 모두 피서를 떠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삭막함이 느껴졌다. 거리에 음악이 사라진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시끄런 음악소리로 거리를 메우던 거리와 사뭇 다른 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거리의 풍경이 바뀐 것이 음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로 발 딛을 곳이 없던 거리바닥은 바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적막한 거리로 변했다. 사람들의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적막은 현재 우리나라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빅토리(Victory)>는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여고생들의 눈부신 청춘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지친 이들을 찾아가, 치어리딩으로 치유해 준다. 지금 우리나라에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그럼과 동시에 예술적 역할에 충실한, 멋진 영화라 말하고 싶다. 나는 음악, 문학, 그리고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이렇게 생각한다. 우선 예술작품의 목적은 감상자의 감동에 있다. 이때 감동의 표현은 웃음이 될 수도, 눈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으로써 발생한 감정의 표출로 인해 감상자는 치유가 되는데, 이것이 카타르시스이다. 카타르시스를 단순 ‘눈물’로 규정하면 안 된다. 감정의 변화로 감상자가 해소를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카타르시스이다. 감동은 모두가 다르게 느끼며, 그것에 대한 표현 또...
스포주의 ‘에이리언’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Alien: Romulus)>는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이후 7년만의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의 연출은 '리들리 스콧'감독이 아닌, <에이리언>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페데 알바레즈’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그는 전작 <맨 인 더 다크(Don't Breathe)>라는 제목처럼, 숨도 못 쉴 만큼 폭발적인 연출력을 가졌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공포를 보여줄지 매우 기대되었습니다. 그의 데뷔작 <맨 인 더 다크>는 <에이리언>의 플롯을 따라갑니다. 탈출 할 수 없는 우주선에서 ‘에이리언’의 추격을 피해 생존하는 이야기인 <에이리언>과 밀실에서 맹인 남성의 추격을 피해 생존하는 <맨 인 더 다크>.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그가 <에이리언>시리즈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리들리 스콧’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이번 작품에서 <에이리언>시리즈의 오마주로써 표현했습니다. <에이리언1>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습니다. 은연중 대사로 “7명의 승무원 중 한명만이 살아남았다.”라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리플리’가 탑승했던 우주선. <에이리언1>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주선 탑승장면에서는 <에이리언1>에서 ‘애쉬’ 역을 맡았던 ‘이안 홈’이 등장합니다. 고인이 된 그를 기린 이 ‘룩’이라는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