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
2021.08.23
인플루언서 
아들업고트래블러
2,088여행 작가
참여 콘텐츠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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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15. 호치민 야경 루프탑 바, 칠 스카이바

호치민 야경 루프탑 바, 칠 스카이바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15 짧은 쉼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호치민이라 이름한 도시 사이공의 거리를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짧았대도 오롯한 쉼의 힘일랑 참으로 큰 것이어서, 두 다리도 양쪽 어깨도 한결 가벼워진 채였다. 몸보다 더 가벼워진 것은 마음이었다. 낯선 도시에 던져진 채 낯선 언어와 사람과 장소들 사이를 헤매는 동안 더 격렬히 지쳤던 건 몸보다는 마음이었던 터이리라. 다행이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마주한 이 도시의 저녁 풍경은 참으로 풍성했고 낙낙했다. 이 밤거리를 홀로 걷는대도 그리 많이 움츠러들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이 밤의 첫 목적지는 칠 스카이바Chill Skybar였다. 벤탄 일대를 통틀어 가장 근사한 마천루 AB 타워의 꼭대기 26층에 자리한 루프탑 바. 화려하고 별스러운 호치민의 밤 풍경을 고스란히 펼쳐 보여준다는 매력적인 나이트 스폿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Chill Skybar - Dining Chill Skybar is a modern stylish and vibrant club and lounge bar that offers both an entertainment nightlife and a social gathering experience destination. chillsaigon.com 26층에 도착. 두 층으로 이루어진...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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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14. 호치민 쌀국수 맛집, 포 2000

호치민 쌀국수 맛집, 포 2000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14 벤탄 시장을 감싸 안은 소박한 길을 건너자 바로 다음 목적지 앞이었다. 포/퍼 2000Phở 2000이었다. 이는 오늘만 두 번째 맛보는 쌀국수이기도 했는데, 눈앞에 닥친 고민일랑 다른 것이 아니라 이미 퉁― 퉁― 울릴 정도로 꽉 차버린 내 배의 상태였다. 여행이 아니니까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알 수 없을 승부욕이 이는 것은 순수한 여행자의 마음인 겐지.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포 2000을 마주한 거리. 산뜻한 색깔들이 손짓하는 바로 그 간판 아래 줄줄이 늘어선 오토바이의 군집이 여행자의 마음을 놓이게 하고 있었다. 많고 많은 사이고니즈들 또한 여기 포 2000의 쌀국수를 사랑한다는 숨은 말이리라. 고프지도 않은 배에게 애써 주문을 걸며, 나 그 계단을 따라올라 소박한 쌀국숫집에 발을 들였다. 의외였다. 생각보다 깔끔한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조금의 의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지. 그 알 수 없는 감정의 시작점에 어떤 생각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 도시에 대한 불량한 편견 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닐지. 밥때가 아님에도, 한가득 북적거리는 국숫집의 구석데기에 자리를 잡아 앉고선 오래도록 오래도록 메뉴를 바라본다. 그 짧은 와중에도 얼마간의 소화 작용을 바라는 헛된 기대가 거기 깔려 있었나 보다. 사실 조금의 고민도 함께였다지. 당연스레 퍼 보 ...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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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13. 호치민 벤탄 시장을 탐하다

호치민 벤탄 시장을 탐하다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13 삶과 삶이 뒤엉켜 가뜩 북적거리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이내 벤탄 시장Ben Thanh Market 언저리에 닿았다. 짧은 거리였다. 그리고 매력적인 거리였다. 그 짧은 '거리距離'의 '거리street'를 잘게 쪼개듯 늘어선 상점들. 저마다 개성 어린 색채감들로 거리 위의 방랑자들을 유혹하는 연속된 그들을 따라 걷는 일일랑 작지 않은 즐거움이기도 했다. 하여, 나의 다음 목적지 벤탄 시장에 닿았다 하여도 온전히 기쁜 것은 아니었다. 아쉬움, 적잖은 아쉬움도 그와 함께였다. 벤탄. 호치민의 한가운데 그 서쪽 언저리. 이 넓은 지역을 모두어 벤탄이라 이름한다지.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우뚝 선 이곳, 사는 이와 방랑하는 이의 삶들이 맞부딪히는 바로 거기, 그 거대한 시장의 이름 또한 벤탄이었다. 취재라는 목적으로 여기를 밟은 것이지만, 나 순수한 여행자였어도 아마 여기 벤탄을 찾았으리라.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시장의 순수함, 그 순수함이 선사하는 오롯한 여행 기분만큼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여행의 찬란함이니까. 하나의 공간 아래 수십의 시장 골목, 그 곁을 따라 늘어선 수백의 상점들. 그네들의 입을 거리와 먹을 거리 또 마실 거리와 함께, 기억할 거리들을 사고 판다. 파는 이들이야 그렇지 않겠으나, 사는 이들 중 대부분은 아마 이 도시를 삶터 삼은 이들이 아니라 이 도시를 여행하...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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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12. 호치민에서 가장 핫한 편집숍 그리고 카페, 뤼진

호치민에서 가장 핫한 편집숍 그리고 카페, 뤼진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12 스콜은 그쳤으나 여전히 습하고 무거운 공기는 도시를 메우고 있었다. 걷는 것을 참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도 7월의 호치민을 걷는 일이 퍽 쉽지만은 않았다. 한 블록을 걸었을 뿐인데도 소금 땀이 줄줄 흘렀다. 허나, 걸어야지. 택시를 타도, 그랩을 불러도 되겠지만, 걸어야지. 그리하다면 더 깊고 진하게 이 도시의 거리와 골목들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나, 분명 그렇게 믿고 열두 해를 여행해 온 것이니까. 호치민 시티의 일상 풍경 사이를 걷기도 했다. 그것은 호치민의 풍경이자 또한 사이공Saigon의 풍경이기도 했다. 한 사람 정치인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이름 저편에, 오래도록 쌓이고 쌓인 사이고니즈들의 삶. 도시는 그런 것. 도시를 삶터 삼은 이들의 수많은 일상들이 촛농처럼 녹아들어 만들어지는 것. 레로이Lê Lợi 거리에 접어들었다. 나의 목적지 뤼진L'usine 또한 거기에 있었다. 거리의 동쪽 끝 뤼진을 필두로 깅코Ginkgo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온갖 디자인 숍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레로이의 이쪽 끝은 럭셔리한 쇼핑몰과, 또한 저쪽 끝은 벤탄의 시장과 맞닿아 있었는데, 그 맞닿은 장소의 성격에 따라 레로이의 숍들과 그 물건들의 스펙트럼이 그라데이션처럼 변해가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퍽 흥미로운 일이었다. 도시를 여행하는 즐거움일랑 그런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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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11. 호치민 맛집, 육즙 가득 마르셀 고메 버거

호치민 맛집, 육즙 가득 마르셀 고메 버거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11 우중의 거리를 뛰듯이 걸었다. 십오 초 정도. 다행히 몸도 맘도 젖지 않았다. 여행이더면, 이것이 여행이라면, 한낮의 스콜에 옷 조금 젖어도 추억의 한 조각이라며 웃을 수 있을 터인데. 몸도 맘도 바쁜 취재자에게 그러한 낭만은 사치일 뿐이었다. 젖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나는 다음 목적지에 무사히 닿아 있었다. 마르셀 고메 버거Marcel Gourmet Burger. 나의 다음 목적지는 이곳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어느 것을 위한 건지 알 수 없을 또 하나의 끼니였고 또한 취재였다. 이태원 어드메에서 마주할 법한 근사한 식당의 모습이었다. 호치민, 베트남에서 가장 '핫'하고 스타일리시하다는 이 도시. 분명 그러했다. 이 도시는 하루를 한 해처럼 변모하는 중이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오늘과는 다를 내일을 나 마주할 수 있으리라. 내가 사랑하는 어느 도시처럼 말야. 마르셀 고메 버거의 안쪽은 이런 모습. 크지 않은 공간 안에 대여섯 테이블이 놓였다. 귀여운 네온 엠블럼은 주방 위쪽 벽에서 빛나고 있다. 마치, '마르셀의 버거가 만들어지는 곳은 바로 여기야'라고 애써 일러주는 듯도 하다. 한쪽 벽은 싱그러운 풀들이 채우고 그 반대의 벽은 거울이 채운다. 좁은 공간 안에서 주인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지런히 말하고 있었다. 호치민에서 거의 유일하게,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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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10. 호치민 발 마사지 추천, 미우미우 스파

호치민 발 마사지 추천, 미우미우 스파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6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취재자의 시간. 한낮의 시간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나는 수많은 장소들을 밟은 뒤였다. 밟은 장소들의 수만큼, 걸은 걸음만큼, 찍어낸 사진만큼 이 여행자의 몸도 닳아 있었다. 하여 나는 이쯤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물론 그 또한 이 도시를 담는 취재의 일부겠지만, 잠시나마의 쉼으로 나 더욱 힘찬 걸음으로 이 도시를 누비게 되겠지. 잠깐의 쉼을 위해 내가 찾은 곳은 미우미우 스파Miu Miu Spa였다. 방금 밟은 호치민시 미술관과 챗 커피 로스터즈, 또 이제부터 밟아나갈 마르셀 고메 버거와 벤탄 시장과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나의 책의 도움을 받을 많은 여행자들도 나와 같이 여행하게 되겠지. 벤탄 언저리의 장소들을 밟다 보면 어느덧 몸 어느 한구석이 쿡쿡 쑤셔올 터이고, 무언가 산뜻한 쉼을 필요로 할 수도 있겠지. 그들도 나처럼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품은 채 미우미우 스파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미우미우 스파. 여기는 5호점. '다섯'이라는 숫자가 그 인기와 명성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수많은 사이고니즈들이, 또한 이 도시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여기 미우미우를 찾은 바로 그 때문이리라.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간 것이었다. 다행히도 오랜 기다림 없이 바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한다. 낮의 시...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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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9. 호치민시 미술관, 그리고 로컬 카페 챗 커피 로스터즈

호치민시 미술관, 그리고 로컬 카페 챗 커피 로스터즈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9 통일궁을 빠져나오고서도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이 퍽 맘에 들었던가 보다. 화려하면서도 고즈넉하고, 예스러우면서도 여전히 현대적인, 무엇보다 이 나라와 이 도시의 오랜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행에서 그토록 짙은 의미를 가진 건축물을 마주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니까. 다섯의 감각이 모두어 반짝거리게 되는, 그 오롯한 즐거움 때문에라도 나 한동안은 거기 머물고 섰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미 한참 전에 불러놓은 그랩 카가 아직 예까지 당도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했다.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그의 위치를 오래도록 보고 있자니, 같은 골목만 뱅그르르 돌며 정확히 찍어 둔 지점까지 닿지 못하고 있는 그였다. 그 때문에, 그 덕분에 나는 오래도록 통일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직한 위엄의 건축물을 한참이나 목도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내게 닿지 못하고, 나는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정확히 찍어 나의 행선지를 알린 뒤, 나는 잠시나마 긴장을 놓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터였다. 나의 가는 길 한 편으로 이 도시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사이공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Cathedral Basilica of Saigon. 그 기...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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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8. 호치민 가볼만한 곳, 통일궁 그 역사의 장소

호치민 가볼만한 곳, 통일궁 그 역사의 장소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8 이른 아침의 허기를 두둑이 채워준 쌀국숫집을 나와 이 도시의 거리를 걷는 중이었다. 햇살이 알알이 부서지는 아름드리나무 아래를 천천히 걷는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행복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남국은 남국이어서 내내 후텁지근하고 무거운 공기가 이 여행자의 걸음을 괴롭혔지만, 그럼에도 이 ‘걸음의 행위’가 주는 오롯한 기분 좋음을 가릴 수는 없었다. 소금 땀은 흘렀어도 걸음만큼은 경쾌했다. 호치민의, 퍽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씩씩하게. 더 밝게 더 경쾌하게. 둘 둘 셋 넷 튼튼하게. 아주 조금 더 기운차게. ⓒ 페퍼톤스, 공원여행 오늘의 목적지에 닿았다. 통일궁Reunification Palace이라고 불리며, 또한 독립궁Independence Palace이라고도 불리는 이 도시의 여행지에 닿은 것이었다. 구름 섞인 파아란 하늘과 더없이 푸른 잔디 광장 사이, 우직하고 정직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통일궁, 이 도시와 이 나라의 어제와 오늘을 오롯이 간직한 그 역사의 산증인과도 같은 곳이었다. 가까워지기. 저― 멀리서 바라만 보던 통일궁에 닿기 위해 그 거대한 잔디 광장을 휘돌아 걷는 중이었다. 정원의 한가운데에 놓인 분수대와 건축물 양쪽으로 도열한 붉은 깃발들 덕에 저 정직하고 우직한 덩어리는 더욱 강인한 인상을 내비...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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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7. 호치민 쌀국수 맛집, 포 24

호치민 쌀국수 맛집, 포 24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7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남국의 도시는 열기를 뿜어대며 제 '성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수많은 여행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첫 아침들. 걸으며 누비며 그 아침 공기를 가뜩 들이마시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나, 오늘은 그런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었다. 걷는다는 것은, 사치였다. 그랩Grab의 도시. 네 바퀴 달린 탈것보다 두 바퀴의 탈것이 훨씬 더 익숙한 도시, 호치민이었다. 조금 더 이 도시를 알게 된다면, 조금 더 이 도시를 믿을 수 있게 될 즈음이라면, 나 또한 저 초록빛 헬멧을 뒤집어쓰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모를 일이었다. 이를 대신하여,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호텔 앞에 자리한 비나선 택시를 타고 오늘의 첫 목적지를 향해 길을 나설 참이었다. 얼마의 돈을 내어주고 편안함과 시원함, 그리고 시간을 얻었다. 이 짧은 나흘의 여행 중인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바로 그것이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 내가 찾은 오늘의 첫 장소는 포/퍼 24Phở 24였다. 일찍 맞은 아침, 호텔 조식으로 배를 조금 채우기는 했지만 그건 그거였고, 이건 이거였다. 나는 여기서 오늘을 시작하고 또한 오늘의 취재를 시작할 터였다.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짙은 쌀국수 특유의 향내보다 더욱 반가운 것은 깨끗함, 그리고 서늘함이었다. 호치민을, 아니 베트남을 대표...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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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6. 호치민 호텔, 퓨전 스위트 사이공 조식

호치민 호텔, 퓨전 스위트 사이공 조식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6 하루가 흘렀다. 이 도시를 처음 밟은지는 고작 열 시간 남짓이 지났을 뿐이었다. 고작 몇 곳을 밟은 것뿐이었다. 허나 이 여행자의 마음속에는 이미, 이 도시가 성큼 들어서 있었다. 풋풋했던 첫사랑과 뜨거웠던 두 번째의 사랑이 지난 후 찾아온 세 번째 사랑이었다. 안개비에 젖어들듯이. 나도 몰래. 그러나 흠뻑. 호치민이 내 마음을 적시고 있는 거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도 없이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지. 오늘, 호치민에서의 또 다른 오늘. 너는 어떤 매력으로 또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까. 나, 한가을 갈대처럼 한껏 흔들릴 준비가 되었는데. 다디달던 남국의 도시에서의 첫 밤. 그리고 첫 아침이었다. 이른 준비와 이른 취재의 시작을 대신해 나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기로 했다. 작은 사치였다. 취재 여행이어도, 여유로움만은 잃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 다짐을 빌어 조금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 거였다. 나는 호텔의 로비로 걸음해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즐겨보기로 했다. 이 여행은 오롯한 여행이 아니므로, 나는 하루에도 네댓 끼니를 '해치울' 터였다. 그것은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으리라. 그럼에도 굳이 이 시간을 선택한 것은, 공짜 조식이 선사하는 주머니의 여유로움 때문이 아니리라. 여행의 첫 아침이 선사하는 바로 그 마음의 여유로움 ...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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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5. 호치민 맛집,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홈 파이니스트 사이공

호치민 맛집,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3군 맛집 홈 파이니스트 사이공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5 커피 한 잔. 그리고 다시 걷기. 걸음걸이는 조금 빨라져 있었다. 정처 없이 걷는다거나 하릴없이 헤매는, 그런 여행의 사치 따위는 부릴 여유가 없었다. 전쟁기념관을 나서기 전부터, 아니 애초에 여행을 떠나오기 전부터 나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홈 파이니스트 사이공Home Finest Saigon. 고급스러움과 정갈함으로 무장한 베트나미즈 퀴진으로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그런 곳이었다. 3군이었다. 홈 파이니스트는 이 도시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밟아나가는 1군의 벤탄 시장Ben Thanh Market이나 동커이Dong Khoi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해도, 나 걸어서 5분 만에 거기에 닿았으니까.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는 전쟁기념관으로부터 걸어서 5분. 그쯤이면 괜찮다 싶은 위치이니까. 나는 그곳을 내 취재 목록에 고이 넣어 둔 것이었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하여 호치민에서의 첫 만찬을 넉넉한 만족스러움으로 끝맺게 되기를. 홈 파이니스트 사이공. 그 앞에 닿았다. 자그마한 마당이 먼저 이 여행자를 맞는다. 예쁘고 소박한. 따뜻하고 싱그러운. 그런 마당이었다.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안쪽을 기웃거리니 이내 직원이 나와 인사를 건넨다. 당연한 그 물음, 예약 여부도 함께였다. 어쩌지, 난 안 했는데....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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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4. 호치민 가볼만한 곳, 전쟁기념관 그리고 하이랜드 커피

호치민 가볼만한 곳, 전쟁기념관 그리고 하이랜드 커피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4 호치민과의 첫 조우 그 밤을 맡아줄 호텔 퓨전 스위트 사이공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체크인과 내 방으로의 안내, 그 안에서의 짧은 쉼의 시간까지 모두 물 흐르듯 흘러갔다. 이제는 그 모든 여유로운 시간을 뒤로하고 호치민을 마주해야 할 시간. 이 날 것 같은 도시 속으로 '내쳐져야 할' 시간. 그리하여 이 도시의 속살을 목도하고 호치민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품은 짙은 매력을 찾아내어야 할, 그런 시간이 도래한 거였다. 나는, 약간의 다짐과도 같은, 주문과도 같은 마음가짐을 품은 채 나의 방을 나서는 중이었다. 쏴아― 하고 쏟아붓던 좀 전의 스콜은 멈춘 채였지만 여전히 이 도시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빗방울도 간혹 뚝뚝거렸다. 아니 꽤나 많은 수의 물방울들이 후두두둑― 하며 공기 중에 흩어졌다. 우산 하나 없는 나는 하릴없이 우중의 도시를 걷기 시작했다. 그것참, 매력적인 시작의 순간이야. 어깨는 한없이 움츠러든 채였다. 옷을 흠뻑 적시고도 남을 빗방울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도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 때문이기도 했다. 소매치기가 그렇게나 많다지. 사기꾼들도 허다하다지. 온전한 여행과 취재를 위하여 시작부터 그들을 조우해선 안될 터였지만, 그를 의식해 잔뜩 움츠러든 어깨는 외려 그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새가 아니었을지. 잔뜩 움츠러든 어깨와...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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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3. 호치민 추천 호텔, 퓨전 스위트 사이공

호치민 추천 호텔, 퓨전 스위트 사이공Fusion Suites Sai Gon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3 별안간 찾아든 스콜의 공습. 그것으로 이미 남국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별안간 찾아든 택시 기사의 습격. 그것으로 이미 이 매력 터지는 도시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찰나였다. 그 짧은 순간을 빌어 나는 '진짜' 여행자로서 이곳을 밟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정신 차려야지. 암,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호텔의 친절한 벨 보이는 이미 내 캐리어를 들어 옮기고 있었고, 나는 도어맨의 안내에 따라 리셉션 앞에 섰다. 이곳은 이번 여행 나의 밤들을 책임져 줄 호치민의 호텔, 퓨전 스위트 사이공. 많은 것들을 고심하고 따져가며 고르고 고른, 일련의 취재 여행 속 그 첫 숙소였다. 다행히도, 호텔스닷컴의 사진들을 통해 본 모습들이 내 눈앞에도 다름없이 펼쳐져 있었다. 따뜻하고 능숙한 응대에 따라 체크인 수속을 밟았다. 그들의 엷은 웃음이 있어서 잠깐 놀랬던 이 여행자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복잡할 것 하나 없지만, 막상 마주할 때마다 괜스레 설레고 떨리는 일련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니, 그제야 이 호텔의 맞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마침맞다 싶은 공간이었다. 편안한 색조의 나무널이 저쪽 벽과 이쪽 천장으로 이어지고 그 안에는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오토바이와 논, 라탄으로 된 소품...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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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2. 마이린 택시, 쏟아지는 스콜 앞에 장사 없더이다

마이린 택시, 쏟아지는 스콜 앞에 장사 없더이다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2 이 순간의 복잡한 심경이야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새로 마주한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관문, 공항을 나서자마자 나는 잠시 아찔함을 느꼈다. 어색하고 생경한 것은 사람들의 생김새와 쏟아지듯 눈에 담기는 문자의 다름뿐이 아니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바로 남국의 습한 공기를 마주하게 되는, 그 격한 공항 속 공간의 변화 또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거였다. 새로운 어느 나라를 또 새로운 어느 도시를 마주할 준비가, 아직은 된 것 같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체에서 내려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걷고 '쾅' 도장을 받는 것으로 어느 다른 세상으로의 입장을 '허락' 받고 초밥처럼 줄줄이 내뱉어지는 수많은 가방들 중 내 것을 찾아 다시 걷는 것. 이 일련의 과정을 다 마치고도 나에게는 많은 준비 시간이 주어졌었다. 이전의 숱한 여행에서라면……. 한데 이번엔 달랐다. 이곳 호치민Ho Chi Minh에서는 아니었다. 나는 등 떠밀리듯 호치민 속으로 내던져졌다. 아찔한 정신줄을 부여잡은 채 마주한 풍경은 이런 것이었다. 버스는 오른쪽. 택시는 왼쪽. 그뿐이었다. 비나선. 비나선 택시를 타야 해. 선착순으로 택시가 배정되는 그곳에서, 나는 내 택시가 비나선의 것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내 바람은 그저 바...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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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여행 #001. 베트남항공, 여행 나라의 국적기를 탄다는 것

베트남항공, 여행 나라의 국적기를 탄다는 것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1 나의 세 번째 책, 「무작정따라하기 호치민」 편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는 오늘이었다. 급작스런 제안. 급작스런 준비. 그리고 급작스런 떠남이 이어지는 오늘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또 하나의 여행에 대한 감사함과 감개무량함으로 마음 한켠이 쿵쿵거리고, 묘한 여행 기분 또한 가뜩 끓어오르다. 여느 때와 같이 인천 공항으로부터 나의 스물여섯 번째 여행은 시작이었다. 한데 하나가 달랐다. 홀로 이곳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 여행 글을 쓰기 위한 나의 여정을 응원하는 이들과 함께였다는, 그것이 달랐다. 해사한 낯빛으로 건네는 든든한 응원이 함께하는 취재 여행의 시작. 그 낙낙한 행복감을 끌어안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여름 성수기임에도 수속은 여느 때보다 빨랐다. 짧은 헤어짐도 그러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여유로운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탑승동으로 넘어가 스카이 허브 라운지의 구석진 자리에 몸을 던져둔 채 잠시 숨을 돌린다. 몸은 쉬러 왔는데 머리는 그러지를 못하다. 내 앞에 놓인 것은 두 밤 남짓의 짧은 여행이었다. 취재 리스트를 이리 욱여넣고 저리 구겨넣어봐도 도저히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여행에 관한한 온갖 긍정 에너지가 쏟아지는 나여도 여행의 탈을 쓴 이 취재의 시간 앞에 결코 웃음만이 나오지는 않았다. 두 대의 A350. 하나는 호치민Ho Chi ...

2018.08.05
베트남 취재여행 #000. 시작, 그 찬란한 설렘에 대하여

시작, 그 찬란한 설렘에 대하여 취재로의 베트남 여행 * Ep.000 참으로 알 수 없는 섭리다. 내가 무엇이길래 신께서는 나의 기도들을, 간절하지도 않은 나의 넋두리를 그렇게도 정확하게, 또 그렇게도 빠르게 응답해 주시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섭리다. 서른 즈음에 나는 한 꿈을 꾸었었다. 여행작가로의 삼십 대를 살게 해달라고. 서른다섯 즈음에는 또 그런 꿈을 꾸었지. 베트남엘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나는, 그러한 삼십 대를, 또한 그러한 서른다섯 즈음을 살고 있더라. 신께서는 나더러 그리 한번 살아보라 허락해 주셨다. 비루한 글과 사진이 어떻게 그들의 눈에 띄었을지, 그 책이 또 어찌 이토록 사랑받았을지, 나의 글과 책 속 스타일은 또 어찌 그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게 되었을지, 그리하여 하나로 시작해 벌써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앞두게 된 것인지……. 나로서는 결코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무릎을 꿇고 감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로지 한 가지 이유. 그뿐이리라. 이 모든 게 참으로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 그로 인함이라는 것. ― 스물여섯 번째 여행수첩 그 첫 번째 장 중에서 ― 호치민 Tượng Đài Phù Đổng Thiên Vương, Ngã sáu Phù Đổng, Phường Phạm Ngũ Lão, Quận 1, Hồ Chí Minh, 베트남 지도보기

201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