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캐나다,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 밴쿠버를 만나야 할 새로운 시간 ] 자파독Japadog, 결코 가볍지 않은 밴쿠버 길거리 맛집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밴쿠버Vancouver를 만나야 할 새로운 시간이었다. 며칠 전, 우리 여행이 시작되었던 바로 이 도시를 우리 이제 다시 마주하려 하고 있었다. 오늘은 7월의 첫날. 햇살은 해사했고, 바람은 가뜩 곰살스러웠다. 이 매력 넘치는 도시를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어서, 나와 우리는 가뜩 부풀어 오른 여행 기분을 오롯이 느끼며 마침 밴쿠버의 거리를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캐나다 데이Canada Day! 이 나라가 시작된 날. 하여 도시의 모든 거리거리는 오롯한 축제 분위기로 가뜩 들썩거리고 있었다. 저쪽 대로에서는 화려한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이쪽 골목에서는 소소한 재잘거림들이 새어 나와 단 하루뿐인 축제의 날을 이야기한다. 그래 오늘은 캐나다 데이. 나 또한 오늘을 위해, 오늘 이 도시에 있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애써 왔던가. 그래 그 축제적 분위기가 범람하는 이 도시의 거리를 걷는 일일랑 이 여행자에게도 더없이 특별한 것이기도 했다. 밴쿠버를 걷던 우리는 좁은 골목에 숨은 작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 이름 자파독. '재팬'의 'Japa'와 '핫도그'의 'dog'를 모두어 만들어낸 이름일 터였다. 2005...
열여섯, 캐나다,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 이 도시의 마지막 밤은 여기에 ] 밴쿠버 다운타운 추천 호텔, 카마나 플라자Carmana Plaza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이 도시의 마지막 밤은 여기에 머물기로 했다. 이 멋진 나라로의 여행, 그 첫 밤을 보내었던 이 도시 밴쿠버Vancouver. 나와 우리는 로키 저편 너머로 날아가 그 산맥의 등뼈를 따라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누비고, 다시 스무 시간 남짓 기차 여행의 끝에 다시 이 도시와 조우한 것이었다. 재회의 묵직한 온기를 이야기하는 듯 파아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의 우주 속을 우리 걸었고, 이내 오늘 밤을 맡기기로 한 다운타운의 어느 고층 건물 앞에 닿았다. 우리는 여기서 하룻밤을 보낼 거였다. 호주나 캐나다의 번화한 도시에서라면 으레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층의 아파트먼트. 그 앞에 익숙한 듯 생소한 이름이 쓰인 깃발들이 내걸렸다. 카마나 플라자. 온전히 생소한 어느 도시의 거리를 걷는 중 딱 기대했던 곳에서 딱 기대했던 이름을 마주할 때라면 으레 찾아드는 묘한 쾌감과 안도감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우리를 여행의 시간으로 내모는, 바로 그 감정이었다. 그 말로 다할 수 없는 기분을 오롯이 만끽하며 카마나 플라자의 정갈한 입구를 따라 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가다. 군더더기 없이 소박한 로비와 프런트 데스크. 언제든 마주하게 되는 ...
열여섯, 캐나다, 스물네 번째 이야기 [ 숭고한 산을 넘어 바다로 ] 더 캐나디안The Canadian, 밴쿠버에 닿다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숭고한 산을 넘어 바다로 향하는 길고 긴 여정은 여전히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어느 호젓한 한낮의 때에 재스퍼를 출발한 대륙 횡단열차 더 캐나디안은 여전히 느린 걸음으로 그러나 쉼 없이, 드넓은 대륙을 박차고 나가는 중이었다. 낮은 어느덧 밤이 되었고, 밤은 새벽이 되었다. 얕은 잠에서 깨어 보면, 그 새벽 어드메에선 점점이 자리한 외딴 역에서 잠시 잠깐 쉼의 시간을 갖는 것 같다가도, 열차는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로키의 산자락을 휘감은 강이 흘러가는 대로, 바다로 바다로 내달렸다. 한참을 흘러 또다시 옅은 잠에서 깨어 보니 새벽은 어느덧 이른 아침이 되어 있었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 안에서 오롯이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는, 그 특별한 경험을 한 번 더 해낸 것이다. 옛 여행의 순간들이 마치 옛 영화처럼 빠르게 기억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파리에서 밀라노로 향하던, 로마에서 베른으로 향하던, 뮌헨에서 프라하로 향하던 밤의 추억들이었다. 트론하임에서 보되로, 북극권을 향해 내달렸던 다른 여행의 어느 순간도 뒤따라 흘렀다. 강을 따라 우직히 달리는 길. 낮을 향해 조금 더 손을 내민 늦은 아침의 시간이었다. 이 즈음이면 이 여정의 종착지...
열여섯, 캐나다, 스물세 번째 이야기 [ 스물두 시간 기차 여행 ] 재스퍼 - 밴쿠버, 더 캐나디안The Canadian 대륙 횡단열차 탑승기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스물두 시간 기차 여행의 시발점, 재스퍼 역Jasper Station은 두 시간 가까이 침잠해 있는 중이었다. 토론토를 출발해 위니펙과 에드먼튼을 지나 여기 재스퍼까지. 길고 긴 여정을 지나는 동안 어떤 많은 일들이 있었던지, 열차는 제 시각을 한참이나 지나도록 여기 재스퍼에 닿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 밴쿠버Vancoucer에서의 두어 시간을 빼앗긴 거였다. 허나 이를 대신하여 여기 재스퍼에서의 두어 시간을 선물로 받았으니, 장엄한 산을 눈앞에 둔 어느 노천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한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 기다림, 그리고 또 기다림. 그러다 일순간 짧은 소란이 인다. 이 자그마한 시골역 전체가 들썩거리는 느낌이었다. 그 거리를 가늠할 수도 없을 저― 먼 곳으로부터 위대한 행렬이 달려오고 있었다. 디젤기관차 특유의 우렁찬 엔진 소리가 먼저 여기에 와닿은 것이었다. Hello. The Canadian! 사흘 밤 사흘 낮을 꼬박 달려야 하는 길고 긴 여정. 토론토로부터 밴쿠버에 이르는 4,466킬로 미터의 장대한 여정. 그 이름도 감동적인 대륙 횡단열차 '더 캐나...
열여섯, 캐나다, 스물두 번째 이야기 [ 재스퍼를 걸어보는 시간 ] 재스퍼 맛집 A&W와 팀 홀튼Tim Hortons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재스퍼Jasper를 걸어보는 시간이었다. 이제 로키의 산하를 떠나 바다를 맞댄 도시를 다시 마주해야 할 그 즈음이기도 했다. 낮과 밤을 오롯이 넘어 오래도록 달려야 할 대륙 횡단 열차는 아직 이 도시에 닿지 않았고, 그 열차가 여기 도착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만큼이 우리에게 허락된 거였다. 시간의 짧음이 선사하는 여행자의 간절함이야 딱히 가릴 길이 없어서, 그 영험한 호수를 떠남에 있어서도 조급한 마음만 한가득이었다. 하여 차창 밖 뒤편으로 흘러가는 찬란한 풍경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만 한가득이었다. 재스퍼에 도착한 우리. 렌터카를 반납할 시간이었다. 캘거리Calgary를 출발해 밴프Banff를 지나 지난밤 여기 재스퍼에 닿은 것이었다. 로키를 종단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의 기나긴 여정을 함께 달려 준 것 또한 바로 이 렌터카였다. 포드 이스케이프를 예약했는데, 현대 투싼이라니. 그런 마음으로 실망도 했었던가. 허나 거의 새 차나 다름없었던 우리의 하얀 투싼은 쾌적하고 안전하게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고마운 존재였다. 정말이지, 많이 고마웠다. 걷는 것도 걷는 것이었지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더 먼저였다. 우...
열여섯, 캐나다, 스물한 번째 이야기 [ 나의 마지막 호수 ] 말린 호Maligne Lake와 스피릿 아일랜드Spirit Island로의 여정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나의 마지막 호수, 그를 마주하기 위해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댔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들을 싣고, 우리는 다시 남쪽으로 바지런히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하늘은 웃지 않았다. 로키를 종단하는 내내, 몇몇의 호수를 마주하고 드넓은 대지를 뒤덮은 차가운 빙하 위를 누비는 내내, 웃지 않은 하늘이 어찌 야속하지 않을까. 허나 이제는 그 무표정에도 담담할 수 있었다. 괜찮다기보다는 익숙해진 것이리라. 그 익숙함이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다마는, 그래도 내내 침잠한 여행 기분을 끌어안은 채로 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나았다. 한참을 달려 우리가 마주한 곳은 바로 여기 말린 호수였다. 또한 여기는 우리 여정의 마지막 호수이기도 했다. 우리 그 호수를 막 맞닥뜨렸을 즈음엔 잿빛 구름, 잿빛 물, 잿빛 공기가 거기 오롯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제법 큰 울림으로 마음을 매만지고 있었다. 호젓함, 그 즈음일까.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말린이 뿜어내는 그 묘한 평온함을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던 거였다. 말린 호수를 건너 비밀한 섬을 밟는 여정. 그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많고 많은 호...
열여섯, 캐나다, 스무 번째 이야기 [ 밤 깊은 재스퍼의 시간 ] 캐나다 재스퍼 추천 호텔, 소리지 인 앤 컨퍼런스 센터 재스퍼Sawridge Inn and Conference Centre Jasper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밤 깊은 재스퍼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아침이 찾아들었다. 새카만 밤에 도착해 낮의 모습을 마주하지 못했던 작고 작은 마을 재스퍼Jasper를 이제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기차를 타야 하니까. 밴쿠버로 돌아가는 기차 여행을 시작해야 할 테니까. 여기 재스퍼에서의 시간은 짧고 짧겠지만, 그 짧음이 결코 아쉬움으로 남지는 않길. '짧고 굵게'라는 시쳇말처럼 이 도시를 가뜩 만끽할 수 있길. 재스퍼에서의 짧은 밤. 그 밤을 맡아준 호텔은 바로 여기, 소리지 인 재스퍼였다. 대도시들과 멀리 떨어져 로키 안에 숨기운 도시이기에 웬만한 롯지Lodge들의 숙박료도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곳. 하여 우리는 많고 많은 체크리스트 중에서 위치라는 조건을 포기하기로 했다. 소리지 인 재스퍼는 그 시가지의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곳. 파리한 길을 따라 야트막한 건물들이 이어지다가, 뚝― 하고 도시의 풍경이 끊어져 버리는 바로 그곳에 소리지 인 재스퍼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렌터카를 타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리니,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맨들거리는 니스 칠...
열여섯, 캐나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 밤을 건너 재스퍼로 ] 재스퍼Jasper,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마지막 목적지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밤을 건너 재스퍼로 향하는 멀고 먼 길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모레인의 영롱한 빛깔을 보여주던 타워 오브 바벨 아래, 그 야트막한 언덕을 총총거리며 내려오니 오늘의 낮은 이미 저― 먼 곳으로 달음박질하는 중이었다. 붙잡을 수 없는 그를 보내고 나니 아련함이 가뜩 밀려들었다. 조금의 불안도 함께였다. 세 시간에 달하는 여정을 앞에 두고 있어서가 아니다.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야 해서도 아니다. 그 불안은, 오롯한 '처음'이 선사하는 것. 이미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한 로키의 산중, 그를 세로지르는 이 차선의 좁은 도로를 따라 달려야 하니까. 오직 두 전조등에 의지하여, 처음 마주하는 그 길을 끝까지 달려야 하니까. 출발. 마음속에 기도 비슷한 것을 애써 동여맨 채 우리는 출발했다. 하늘은 여전히 빛을 머금었으나, 깊고 깊은 산중에 묻힌 거리는 그저 까만 어둠 속에 침잠해 있을 뿐이었으니. 그 기도 비슷한 것도 쉬이 끊일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자그마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그저 북쪽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이미 두 번이나 마주했던 몇몇의 호수를 지나고, 각오와도 같은 마음을 품고 차를 돌려야 했던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열여섯, 캐나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 [ 되돌아가는 여행의 종착지 ] 오, 모레인.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여!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되돌아가는 여행의 종착지에 가닿았다. 모레인 호수. 드디어 그 아름다운 호숫가에 다다른 것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길이었다. 143킬로미터를 되짚어 우리는 이곳에 닿았고, 또한 143킬로미터를 다시 한 번 거슬러 예의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 닿은 뒤 얼마간을 더 달려 재스퍼Jasper에 도착하여야 했다. 오늘, 오늘 밤에는. 이미 해는 한참을 뉘엿거려 장엄한 산들이 둘러싼 이 호숫가에는 어둠이 차차 내리 깔리는 중이었다. 그 어두움에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마음은 한껏 조급해지기도 했다. 허나 일단은 이곳에 안전히 닿은 것이 고마웠고, 얼마간 엷어진 구름의 두께가 감사했다. 우중의 모레인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여정은 가치가 있을 터였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는 우리는 더 가까이 모레인 호수 곁으로 걸음 했다. 음... 응...? 내가 바랐던 풍경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호수를 뒤덮은 통나무들의 군집보다 나를 더 당황케 한 것은 다름 아닌 저 물빛이었다. 아무리 날이 궂어도, 이건 너무 가혹한 풍경이잖아. 설렘으로 점철되어 가뜩 부풀어 올랐던 여행자의 마음이 차디찬 냉가슴이 되어 처참히 무너져내리는 중이었다. 그때였...
열여섯, 캐나다, 열일곱 번째 이야기 [ 되돌아가는 길 ]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 보우 호수Bow Lake와의 짧은 조우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가 되짚어야 하는 길은 143킬로미터의 결코 짧지 않은 길. 굳게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조금은 힘들겠지만, 한순간 우리의 선택이 그르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남쪽으로 다시 달리다 보면 그 여정의 끝에서 쪽빛의 어느 영롱하고 신비로운 호수를 마주하게 되겠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느 호수를. 먼 길을 되짚어야 하는 우리를 바래다준 것은 잿빛 구름과 뚝뚝거리는 빗방울뿐. 한없이 두터워진 구름 지붕이 꽤나 무거워 보였다. 여행자의 마음도 같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파란 하늘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조금은 웃어 주지. 엷게나마 다독여 주지. 가뜩 의기소침해진 우리였지만, 오직 저 길의 끝에 살포시 얼굴을 내민 오롯한 하늘빛 한 줌을 고대하며 달리는 중이었다. 그래 널 마주할 수 있겠지. 그 맑은 빛깔을 볼 수 있겠지. 남쪽을 향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달리면서 우리는 몇몇 호수들과의 짧은 만남을 가질 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호수들 중 몇몇의 이름은 알지 못하는,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장엄한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기억되고 있는 몇몇 호수들. 그와의 짧은 만남도, ...
열여섯, 캐나다, 열여섯 번째 이야기 [ 계획은 변경되어야 했다 ]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 그리고 글래시어 스카이워크Glacier Skywalk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계획은 변경되어야 했다. 이미 늦게 맞은 아침이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도, 우중의 길을 달려야 해서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탓할 일 또한 아니었다. 그저 늦게 맞은 아침 때문인 거였다. 그래 계획은 변경되어야 했다. 원래대로였다면, 밴프를 출발해 존스턴 캐니언을 걷고 재스퍼를 향해 북으로 달리며 모레인과 루이스 호수를, 또 보우와 페이토 호수를 차례로 눈에 담아야 했으리라. 또 서스캐처원의 강을 건너 컬럼비아 빙하를 밟고 또 북으로 달려 재스퍼의 초입에서 애서배스카 폭포를 마주했어야 하리라. 하나 오늘은 이미 늦은 아침을 맞은 터였다. 지금 이 시간 즈음이라면 적어도 루이스 호수 근처 어드메에서 점심 식사를 했어야 했는데, 이제 겨우 존스턴 캐니언을 돌아 나왔을 뿐. 우리는 일단 몇몇 호수를 지나쳐 북으로 달리기로 했다. 지금 이 선택으로 인해 우리 수백 킬로미터를 되짚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약 일백육십 킬로미터. 한참을 달려 우리는 컬럼비아 빙하Columbia Icefield 앞에 다다랐다. 존스턴 캐니언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 ...
열여섯, 캐나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 [ 로키의 골짜기를 걷는다는 것 ] 캐나디안 로키, 밴프, 그리고 존스턴 캐니언Johnston Canyon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로키의 골짜기를 걷는다는 것. 경이로운 산들이 나란히 솟은 그 사이, 에메랄드빛 계곡물이 굽이치는 그 곁에서, 키다리 가문비나무 사이로 뻗어나가는 오솔길을 것는다는 것. 이 또한 나의 캐나디안 로키 여행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존스턴 캐니언Johnston Canyon. 우리의 기착지 밴프를 떠나 캐나다의 첫 번째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그 협곡을 마주할 터였다. 이제 곧 나란히 솟은 산과 굽이치는 계곡과 죽죽 뻗은 가문비나무를 벗 삼아 우리는 그 협곡을 걷게 되겠지. 하룻밤의 보금자리였던 밴프 인을 떠나는 아침. 밴프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우리는 어제 막 도착했는데. 잠시 산에 오르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미 밴프는 암중이었다. 짧은 밤이 지난 후. 우리는 조식 또한 거른 채 캐나디안 로키의 첫 도시 밴프를 하릴없이 떠나려 하고 있었다. 빗방울 한 줌 흩뿌리며 울상에 빠진 하늘 아래, 제1번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를 달려 우리는 존스턴 캐니언의 입구에 다다랐다. 비 냄새, 울울한 숲 냄새, 또 흙 내음과 나무 내음. 그 싱그러움의 전달자들이 폐부 깊이 훅...
열여섯, 캐나다, 열네 번째 이야기 [ 캐나디안 로키의 첫 밤 ] 밴프의 밤, 그리고 밴프 인Banff Inn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캐나디안 로키Canadian Rocky의 첫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우두커니 솟은 산과 산 사이, 그 자그마한 도시에는 조금 더 빠르게 어둠이 덮이고, 까맣게 침잠한 하늘 아래 도시에는 성탄절 가문비나무의 알알이 박힌 조명처럼 불빛들이 살아나고 있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또한 따뜻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더 케그The KEG에서의 식사는 참으로 여유로운 것이었다. '만찬'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그런. 그렇기에 그 만찬 뒤 우리가 마주한 것은 밴프의 이른 저녁이 아닌 새카만 밤이었다. 이미 까만 커튼이 드리워진 밴프를 마주하는 헛헛함. 하나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저녁 어스름의 도시를 여유로이 밟을 수는 없었지만, 그를 대신하여 나의 여행 동반자들과 함께 여유로운 만찬을 선물로 받았으니. 여행이란 늘 그렇듯, 서로 다른 기회비용들의 다툼 그 연속이니까. 우리는 다시 밴프 인Banff Inn으로 돌아왔다. 밴프에서의 짧은 하룻밤을 보낼 곳이었다. 수백 개의 상자방들이 켜켜이 쌓인 번듯한 호텔 하나 없지만, 여기 밴프에는 이렇듯, 세모의 군집들이 저마다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따뜻하고 소박한 숙소들이 거리를 따라 즐비하다. 매뉴얼에...
열여섯, 캐나다, 열세 번째 이야기 [ 캐나디안 스테이크와의 조우 ] 밴프 스테이크 맛집, 더 케그 스테이크하우스 & 바The KEG Steakhouse & Bar 2015 | alberta & british columbia | CANADA 캐나디안 스테이크와의 조우를 위해 우리는 보우 폭포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 밴프의 하늘은 그 빛깔을 잃은 채였다. 파아란 하늘, 그리고 곰살맞은 햇살 또한 모두 떠나버린 채다. 서편의 어느 산 너머로 이미 넘어간 오늘의 햇살, 그 따뜻함을 더는 볼 수 없어 여행자의 감상 또한 차분히 내려앉는 시간이었다. 밴프로 돌아온 우리는 밴프 인Banff Inn을 먼저 찾아 나섰다. 오늘 단 하룻밤, 이곳 밴프에서의 밤을 여기 밴프 인에서 보낼 터였다. 밴프의 여느 숙소들이 그러하듯 '뾰족뾰족' 박공지붕이 반가이 인사하는 곳. 그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에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주는 차가운 생경함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소박한 방에 짐만 던져놓은 채, 우리는 조금 더 걸었다. 우리의 잠자리 밴프 인으로부터 백 걸음, 또는 이백 걸음 정도. 우리의 목적지 더 케그 스테이크하우스 & 바The KEG Steakhouse & Bar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곳 또한 '뾰족뾰족' 박공들이 군집을 이룬 곳, 또 다른 누군가들의 잠자리가 자리한 곳이었다. 예약을 했었던가, 아니었던가. 조금의 기다림을 뒤로하고 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