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22 " 다시 마주하는 여행의 끄트머리 " 나의 가족이 모두어 함께 떠났던, 우리의 첫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이전과는 다르고 달랐던 여행. 하여 그 끝의 헛헛함이 물밀듯 밀려들기도 했다지. 그것은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그로부터 다섯 해가 지난 이제까지도 마음을 훑어대는 그 공허함이 아스라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함께 떠났던 여행이란 그런 것이리라. 나 홀로 마음먹는다 하여 쉬이 떠날 수는 없는 그런 여행. 그렇기에 더없이 소중한 그런 여행. 그 여행이 좋아서, 그 함께함이 좋아서, 우리 여행의 어느 즈음에 오 년 뒤의 싱가포르를 꿈꾸기도 했었지. 바쁘디 바쁜 삶 속에 그 싱그러운 꿈이야 모두 흐려진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것은 나의 아버지 그 예순한 번째 생신을 축하하며 떠났던 여행이었다. 빼곡히 채워낸 우리들의 여행. 여독이 짙게 남은 것이야 우리 모두에게 매한가지일 텐데, 아들과 딸의 편안함을 위해 당신의 쉼을 포기하고라도 그 모두를 안전한 집 앞까지 바래다 준 후에야 비로소 당신의 집으로 향하는, 그런 아버지의 생신을 기념한 여행이었다. 가장 느린 이를 위해 속도를 늦추고, 가장 어린 이를 위해 온도를 맞추고, 가장 힘든 이를 위해 모두가 마음을 쏟던 그런 여행이었다. 수많은 여행을 떠났음에도, 수많은 여행 끝을 마주했었음에도, 이 여행...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21 " 타이페이, 우리의 첫 가족 여행을 마치는 이야기 " 끝. 모든 것이 끝났다. 나의 아버지, 그의 예순 번째 생일을 맞아 떠나온 우리 가족의 첫 여행. 그 모든 것이 끝났다. 가뜩 북적거리는 시먼딩Ximending의 거리거리를 훑듯 걸으며, 우리는 이 여행의 끝이 조금이나마 더디 오도록 하는 중이었다. 그렇대도. 끝은 올 터인데. 나 혼자의 여행이더면, 그 끝이 이토록 아쉬울까. 함께라는 이름의 여행이기에, 그 끝이 이토록 아쉬운 거겠지. 나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언제 또 날아오를 수 있을까. 쉬 짐작할 수도, 쉬 기대할 수도 없으니까. 그래 이토록 아쉽고 헛헛한 거겠지. 우리의 호텔 파크 시티 루저우 타이페이로 돌아와, 맡겨 두었던 캐리어들을 질질 끌고 나서는 길. 나흘 내내 웃지 않던 하늘은, 어찌 이제서야 활짝 웃는 겐지. 이토록 푸른 하늘빛을, 나의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거늘. 공항으로 가는 길. 여행을 끝내러 가는 길. 우리가 몸을 실은 밴 안에는 다소 무거운 침묵만이 그득였다. 원래대로라면, 나 그 여행 끝의 기분을 오롯이 마주할 터인데. 오늘만큼은 애써 각각의 여행 기분들을 북돋우는 중이었다. 여긴 어땠고 저긴 어땠어. 이건 저랬고 그건 이랬어. 그런. 가벼운. 말들로.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멀지 않았다. 반갑지 않았...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20 " 타이페이 시먼딩 맛집, 가족과 함께 신콩 차 레스토랑 " 로얄 발리의 발 마사지로 쉼의 시간을 보낸 우리. 우리는 이 여행 최후의 만찬을 위해 시먼딩을 배회하고 있었다. 아직, 마지막 점심 식사 장소를 마음에 점 찍지 못했기 때문. 하여 여행의 가이드를 자처했던 이 여행자의 발걸음은 한없이 바빠지고 있었다. 걸음보다 더 바빠진 것은 아마도 마음이었겠지만, 애써 이를 숨기고 시선을 바지런히 움직여 괜찮은 식당을 찾는 중이었다. 신콩 차 레스토랑Xin Kong Cha Restaurant. 신항차찬청新港茶餐廳. 그곳이 눈에 든 것도 그 즈음이었다. 찬텡. 홍콩식 로컬 레스토랑. 하여 광둥식 중식을 주메뉴로 하는 식당이었다. 新港茶餐廳 新港茶餐廳, 타이베이 시. 좋아하는 사람 8.1천명. 2012年,喜歡港式飲茶的創辦人,在台灣吃遍不道地的港式飲茶之後,決定自己開一間夢想中完美的茶餐廳。在這間餐廳裡,只提供新鮮與道地的港式料理,因為他說:「要吃,就吃最好的!」 facebook.com 홀로 바삐 2층으로 올라가 일곱의 식사 자리를 확인한 뒤, OK 사인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의 가족들을 불러 올렸다. 휴. 이제야 마음이 좀 노인다. 일곱이 함께 나눌 음식으론 아마, 다양한 메뉴가 연이어 나오는 런치 코스를 선택했던 것 같다. 로컬들이 주로 찾는 곳이어서 겨우 받아든 영...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9 " 타이페이 발 마사지, 시먼딩 로얄 발리 " 아빠의 환갑을 맞아 떠나온 우리 가족의 첫 여행. 이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공항으로 향할 테고, 여행은 끝이 나겠지. 끝을 맞은 우리, 그 모두를 위해 마사지로 여독을 풀기로 하다. 우리가 향한 곳은 시먼딩Ximending. '타이페이의 명동'이라 하는 곳이었다.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다는 마사지숍을 거기서 마주할 수 있겠지. 내가 선택한 곳은 여기 로얄 발리Royal Bali였다. 시먼딩의 번화가로부터 머잖은 곳.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곳. 그래 여행 전부터 점 찍어두었던 여러 곳 중 하나였다. 이렇듯, 조금 비싸더라도 깨끗하면 좋겠지.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니까, 후기도 확인해야지. 예약 없이 찾았음에도 다행히, 바로 우리 다섯 명의 발 마사지가 가능하다 해주었다. 뜨끈한 족욕으로 시작된 마사지. 유유히 물 흐르는 실내 조경 공간 옆으로 개별 족욕탕이 놓였다. 노천을 흐르는 베이터우의 온천수를 떠올리게 하는 걸까. 그 심심치 않은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족욕을 즐기며 그 노곤함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엄마 아빠도 노곤노곤. 욕심 많은 아들이 짠 빽빽한 일정. 소화하느라 고생했어요. 누나 부부도 노곤노곤. 다행히 큰 아이가 잠든 덕에 작은 아이...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8 " 타이페이 가볼만한 곳, 평화로운 초록의 2.28 평화 기념공원 " 다시 시작하는 오늘 이 아침이 소중했다. 언제나처럼, 여느 여행처럼, 여행은 짧았고, 오늘은 그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 가족의 첫 여행. 밤이 찾아들면 이 소중한 여행은 끝이 날 테지. 허나 우리는, 예순의 할아버지부터 한 살배기 꼬마까지, 이 여행을 추억하겠지. 그 따뜻했던 나흘의 시간을 고이 기억하겠지. 다시 MRT를 이용해 우리의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나도 저기, 우리 가족도 모두 저기. 이 프레임 안에 담겼다. 셔터를 눌러 우리를 담은 것은 나의 아버지였구나. 나도 모르는 새 우리를, 그의 가족을 담고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이 여행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그였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도 쉼 없이 걸어준 그였다. 구슬땀을 내내 흘리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도 않던 내 아버지, 바로 그였다. 우리가 가닿은 곳은 바로 여기. 푸름이 넘쳐흐르던 2.28 평화 기념공원2.28 Peace Memorial Park. 그 푸름이, 넘쳐흐르던 그 푸름이 오롯이, 평화를 이야기하던 곳. 허나 누가 알까. 누군가 설명 한 둘 덧붙이지 않는다면, 그 평화의 켜 아래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아픔이 녹아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저, 그리고 거저, 그 평화로움을 마음 가득 담아 감사할 ...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7 " 타이페이 추천 호텔, 파크시티 호텔 루저우 타이페이 조식 " 3박 4일의 짧은 여행은 참으로 바삐 흘렀다. 제아무리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해도 오고야 말 마지막 아침도 이미 우리 앞에 닿아 있었다. 아쉬워도 어쩔까. 여행이란 그런 것.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 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의 연속. 여행이란 그런 것. 짧은 여행 속 세 개의 밤. 우리는 두 곳의 숙소에 우리의 밤을 맡겼었다. 양명산의 온천 리조트 티엔라이에서 하룻밤. 그리고 여기 타이페이의 파크시티 루저우에서 두 밤. 고심 끝에 고르고 고른 숙소들이었기에 그네들이 선사하는 밤들은 꽤나 만족스러웠고, 그 만족스러운 밤 덕분에 여행을 함께 한 아이도 어른도 무사히, 무탈히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겠지.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도록 조식까지 포함해 두었는데, 티엔라이에서도 파크시티에서도 퍽 만족스러운 아침 한 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중층에 걸린 작은 옥상정원을 마주한 파크시티 호텔 루저우의 조식당. 우리 가족의 짧은 여행은 내내 우중이었으나, 싱그러운 초록을 볼 수 있어서 적잖은 마음의 위로를 받은 듯도 했다. 이곳에서는 모두어 두 밤을 보냈으니 두 번의 아침이 있었는데, 한 번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해야만 했다. 동시에 투숙객들이 몰려와 식당...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6 " 타이페이 쇼핑리스트, 까르푸 심야 쇼핑 " 저녁 만찬을 즐기고, 타이페이 101광 룽샨쓰를 돌아보고, 야시장의 흥겨움까지 오롯이 즐긴 우리. 자정에 즈음해서야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허나, 여기서 여행을 멈추기엔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이쯤에서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기엔 오늘이 너무 짧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어린아이들. 그들만을 남겨둔 채 우리는 다시 타이페이의 거리 속으로 흘러들었다. 걸어서는 십분 남짓. 우리는 뒷골목에 숨은 대형 수퍼마켓 까르푸Carrefour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까맣게 침잠한 밤. 까맣게 내려앉은 도시. 우리는 그 사이를 걸어 까르푸 앞에 도착했다. 목적은 쇼핑? 아니, 아마도 여행에 더 가까웠을 테지. 많고 많은 대만 쇼핑리스트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 취향대로 까르푸를 쇼핑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 그때만 해도 우리에겐 대용량 요구르트가 없었으니까. 알로에 과육이 풍성히 들어찬 것일랑 더더욱. 그리고 차의 나라, 차의 도시 타이완과 타이페이를 빼닮은 차와 커피. 그리고 그들 중 하나는, 머잖아 이어진 나의 세 번째 취재 여행의 시작을 함께해주기도 했었지. 이렇게 담아온, 우리만의 쇼핑리스트. 퍼펙트 휩 클렌징 폼. 로레알 멘즈 클렌징 폼. 카르피스 사와. 예의 요구르트와 패키징이 사랑스런 차. 누구나 사 ...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5 " 타이페이 여행, 룽샨쓰/용산사는 밤이 좋아 " 두 대의 택시를 나눠 타고 우리는 서쪽을 향해 달렸다. 한참 깊어진 밤. 택시는 타이페이의 생경한 풍경 속을 꽤 오래도록 달렸다. 잘 오고 있을까. 아빠와 누나네가 함께 탄 택시도 나와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탄 택시처럼 잘 오고 있겠지. 우리는 룽샨쓰/용산사에 다다랐다. 밤이 깊어 더욱 북적거리는 작은 공원 건너 수년 전 그날이나 오늘이나 여전히 금빛 룽샨쓰는 빛나고 있었다. 그래. 여기 룽샨쓰는 밤에 와야지. 낮의 풍경 또한 모자람이 없겠지만 이 밤의 찬란한 풍경에 어찌 비할 수 있을까. 삼백 년에 달하는 시간. 그 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이토록 오롯이 빛나고 있었겠지. 기둥 하나하나. 대들보와 금빛 포작 하나하나. 각각의 우물천장들과 놓인 가구들 하나하나까지. 그 어느 하나도 쉬이 반듯이 놓인 것이 없네. 수천수만 번의 칼질과 끌질로 수놓은 작품들이 놓였네. 향로에도 또한 불꽃들의 향연. 어떤 것들은 고작 몇 분 전부터, 또 어떤 것들은 이른 아침부터 불빛을 내고 향을 피워 올렸겠지. 뭇사람들의 아련한 마음을 담고선 말야. 연기처럼 하늘로 피어오르길. 간절히 소망한 그 마음속 기도를 담은 채로 말야. 이 풍경을 기억해. 지난날 그 꼬마 숙녀와의 짧은 조우를 기억해. 그래 룽샨쓰는 밤이 ...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4 " 타이페이 맛집, 깔끔한 중식당, 키키 레스토랑Kiki Restaurant " 이제야 빗방울이 잦아든 타이페이의 밤거리에는 습한 공기가 낮게 깔려 있었다. 타이페이 101로부터 에스라이트 성품 서점까지 고작 몇백 미터를 걷는 일도 쉽지 않았다. 3대가 함께인 우리 여행의 속도 또한 가뜩 느린 채였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함께 하는 여행이란 속도를 맞추어 걷는 것. 그 함께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우리의 첫 가족 여행을 통해 알아가는 중이었으니까. 이 밤,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 키키 레스토랑Kiki Restaurant이었다. 이미 로컬들에게는 물론, 대만을 자주 찾는 우리 여행자들에게도 입소문이 자자한 곳. 1991년 첫 문을 연 쓰촨 레스토랑이다. 매운맛을 내는 쓰촨 레스토랑인데 그 이름은 '키키'라니……. 그네들의 냥이 사랑이란, 참. 깔끔하고 모던한 홀. 그 안에 빼곡히 자리 잡은 테이블마다 빈틈 없이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마치 그 유명세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리도 긴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아 앉아 소중한 만찬을 시작하다. 오늘도 역시 타이완 맥주로 시작. 살짝 싱거운 듯 깔끔해서 중국요리와 참 잘도 어울리는 듯. 두둥! 드디어 첫 메뉴가 떡하니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이 아름다운 자태를 보라. 마치 푸딩처럼 부드러운 연두부...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3 " 타이페이 마오콩 곤돌라, 그리고 샤오무 티 하우스 " 여전히 타이페이는 우중이었다. 내내 그럴 생각인가 보다. 말갛게 웃는 얼굴을, 오늘의 하늘 또한 보여주지 않으려나 보다. 그래도 여행은 이어가야지. 여행의 팔 할은 날씨. 저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지라도, 나머지 이 할만큼의 설렘을 업고 여행은 이어가야 하니까. 우리는 타이페이 MRT Wenhu 선의 남쪽 마지막 역인 동물원 역에 다다랐다. 꼬마 아이들과 함께인 여행이어서 그쪽 또한 좋은 목적지가 될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마오콩 곤돌라Maokong Gondola를 타고 산 위에 오르기로 했다. 그리고 타이페이 101이 보이는 어느 테라스에 앉아 이 도시의 밤을 함께 기념하는 것으로 이 여행의 마지막 밤을 채우기로 했다. 헬로 키티가 인사하는 곤돌라 캐빈, 안녕. 발아래가 훤히 보이는 크리스탈 캐빈을 미리 예약해두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쉼 없이 펼쳐지는 마오콩의 풍경에 이내 여행 기분도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아찔한 흔들림. 퍽도 못 찍은 사진이,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을 담고 있었다. 잿빛 하늘. 낮게 내리 깔린 층운. 쉬― 쉬― 부는 바람과 흠뻑 젖은 암녹색 숲. 산정山頂에도 빗방울은 뚝뚝거렸다. 구름 속에 잠긴 듯, 공기 또한 가뜩 침잠한 채였다. 기분 좋은 햇살을 머금...
[ 대만 가족여행 2014 * Taiwan Family Trip 2014 ] Vol.012 " 타이페이 맛의 거리 융캉제, 까오지, 스무시 하우스 " 중정 기념당을 나선 우리는 조금 더 동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여전히 타이페이는 우중이었고, 그 우중을 뚫고 우리의 걸음도 이어지고 있었다. 걸음은 가뜩 느려지고 있었지만, 그 걸음이 느리대도 여행이 느린 것은 결코 아니니까. 우리는 서로의 속도에 저마다의 보폭을 맞추며 그 우중 걸음을 걷는 것이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융캉제, 타이페이 맛의 거리였다. 수 년 전, 어떤 여행에서처럼 까오지Kao Chi에 다다르다. 高記. 왜일까. 그 이름으로부터도 충분히 느껴지는 유서 깊음. 그래서 몇 해 전의 여행에서도 이곳을 선택했었고, 이번의 여행에서도 딘타이펑을 대신하여 여기, 까오지를 선택한 것이었다. 사실 그 어디가 더욱 유서 깊은지 그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일 테지만……. 나란히. 또르르. 차 한 잔으로 우중 여행의 서늘함을 따스히 데우기. 커다란 원탁에 일곱 대가족이 둘러앉아서는 메뉴판과 씨름 중. 혼자 하는 여행과는 전혀 다른, 행복한 고민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그 많고 많은 메뉴들 중 겨우 한두 개를 고르기 위해 심사숙고해야만 하는, 그 혼자 하는 여행의 고독한 고민 따위는 여기 없었다. 자, 그럼 식사 시작. 우리네에게 익숙함으로는 첫째인 대만의 맛, 샤오롱바오/소롱포를 시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