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널 최신 피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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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손이 | 정진호 그림책 | 숙종을 따라 저승까지 찾아간 고양이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를 보다가 마지막에 인용된 김시민의 시 <금묘가>를 보고 눈물이 어렸다. 반려인이 죽자 스무 날을 먹지도 않고 울다가 죽어 나란히 묻힌 금손이와 숙종의 인연을 노래한 찬가다. <금묘가>는 조선 후기 문신이던 김시민이 쓴 《동포집》이라는 시문집에 실려 있다. 숙종을 따라 저승까지 찾아간 고양이 금손이 정진호 그림책, 웅진주니어 펴냄 금손이 저자 정진호 출판 웅진주니어 발매 2023.12.09. 《성은이 냥극하옵니다》에는 일부만 인용되어 있어서 전문이 궁금했다. 찾아보니 정진호 작가님의 <금손이>라는 그림책에 실려 있었는데, 표지부터 애틋하기 그지없었다. 정진호 작가님도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한 묘집사다. 책장을 넘기니 작고 귀여운 금손이가 조선 시대 배경 곳곳을 누빈다. 배를 타거나 빨랫줄 위를 걷거나, 해태 상 위에 해태 대신 자리하고는 그루밍을 한다거나 심지어 양반의 갓 위에도 엄연하게 자리한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궁궐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와지붕 위의 수호신 잡상 사이에도 어엿하게 들어앉았다. 실제로 조선의 궁궐에는 고양이가 활개를 치고 다녔고, 그 덕분인지 야생 동물이 접근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 사는 공간에는 역시 고양이가 있어야 자연스럽다고나 할까. 실제 금손이는 노란 털을 가져서 《성은이 냥극하옵니다》에서도 '꿀묘'라는 별명으로 불렀는데 이 책에서는 은은한 핑크빛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련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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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 백승화 소설 | 고양이탐정 변상벽의 우다다다 활약극

    이건 뭐 제목부터 표지까지 대놓고 집사를 포획하는 책이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라니 고냥님들에게 바칠 인사로도 너무나 적절하지 않은가! 점례님과 그럼 이야기하기님의 소개로 기대감에 부풀었던 이 책을 <책보냥> 서점에서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이란? 골골송이 절로 나왔다. 고양이탐정 변상벽의 우다다다 활약극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백승화 소설, 안전가옥 펴냄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저자 백승화 출판 안전가옥 발매 2023.11.30. 발랄함이 묻어나는 제목처럼 내용도 깨발랄하다. 왕으로서 세운 업적보다 애묘가로 더 알려진 숙종의 고양이 실종에 두둑한 포상이 걸렸다. 부패한 포교 변상벽이 정직을 당한 위기를 만회하고자 고양이를 찾아 왕에게 바치고 벼슬을 얻기까지의 좌충우돌 서사다. 이 모든 과정이 표지에 그려져 있다. 독사에게 물릴 뻔한 세자를 구해준 새끼 고양이를 어여삐 여긴 숙종은 '금손'이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담당 나인까지 지정하여 궁에서 살게 한다. 궁궐을 휘젓는 말썽쟁이가 숙종 앞에서만은 개냥이가 되고 곤룡포가 털투성이가 되었다니. 피바람을 거듭 일으킨 괴팍한 왕마저도 고양이 앞에선 순한 집사가 되다니. 한편 변상벽의 엉뚱허당, 허세폴폴 매력도 만만치 않다. 서자로 태어난 설움에 그는 상인들을 삥뜯고(표준어다!) 노름꾼의 뒤를 봐주는 등 부러 비뚤어진다. 만취한 채 고양이 납치범들과 얽히고, 오줌 범벅에 장을 맞아 볼기가 부풀고 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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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꾼들의 모국어 | 권여선 에세이 | 애주가 작가의 맛깔나는 안주 예찬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처럼 호기심의 침을 흘리도록 만드는 책 제목이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와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가 그랬고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도 제목에 이끌려 결국 읽게 됐다. 권여선 작가의 《술꾼들의 모국어》도 순전히 제목이 궁금해서 집어 들었다. 애주가 작가의 맛깔나는 안주 예찬 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에세이, 한겨레출판 펴냄 술꾼들의 모국어 저자 권여선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24.09.15. 짧은 입맛을 키워준 건 8할이 소주라며 애주가임을 밝힌 권여선 작가님.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내게 모든 음식은 안주다"라고 자부하신다. 못 먹던 음식도 안주로 나오면 거리낌 없이 먹게 된다는데 소주 맛을 모르는 데다 입 짧기로 소문난 나로서는 의문투성이다. 어릴 때부터 지독한 편식쟁이에 까탈스럽고 예민한 미각을 갖고 있었다는 그녀. 대학 선배들과 소주를 먹는데 못 먹는 순대 대신 소금만 찍어 먹었단다. 만취하여 다음날 친구에게 순대를 게걸스럽게 흡입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안주는 무엇이든 정신력으로 먹게 되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이 경험은 어쩌면 축복이다. 나도 여태껏 순대나 내장류, 생물류 등 친구들이 없어서 못 먹는 것들을 모두 먹지 못해 친구들의 걱정과 안타까움을 산다. 20년 친구가 새삼 "유랑이는 외식 때 뭐 먹어?"라고 진지하게 물어볼 정도니. 이렇게 다른 작가님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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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서적 전문 한옥책방 책보냥 | 낮잠 자는 고양이와 소품 한가득

    서울의 여러 동네 책방 중에서도 보물처럼 아끼고 아껴 두었던 곳. 고양이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방이자 잡화점인 <책보냥>에 드디어 입성을 했다. 감격해서 두근두근 쿵닥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골목길로 들어섰다. 고양이 서적 전문 동네책방 & 잡화점 책보냥 낮잠자는 고양이와 소품 한가득 낡은 한옥 감성을 좋아하는 일관된 취향에 찾아다니는 곳들이 다 이렇다. 성북동에 위치한 이번 한옥은 야트막한 언덕 위의 집이고, 타일로 장식한 벽이 독특했다. 생소한 듯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굳게 닫힌 나무문에는 깜찍한 글씨체의 명패와 "고양이가 있어요. 초인종을 눌러주세요"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고릿적 버튼식 유선 차임벨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꾸욱 누르니 희미한 띵동에 이어 드르륵 저벅저벅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문턱을 넘으니 기역 자 모양의 건물과 작은 마당이 반긴다. 고양이 그림과 사진들 소품들, 피규어, 장난감 낚싯대까지 온통 집사의 집이라는 표식이다. 스크래쳐 부잣집이기도 한데, 마당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하는 냥이들이 그려진다. 신발을 벗고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기다리는 또 다른 놀라움. 캣 유니버스에 뚝 떨어진 것처럼 사방이 고양이로 가득 차 있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어느 방향부터 훑어야 할지 어벙벙해진 나. 정신을 차려야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구! 일단 갖고 있는 캣타로카드와 또 다른 타로를 보고 반가웠다. 수많은 책들, 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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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실버센류 모음집 |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이분들처럼 유쾌하게 나이들 수 있을까? 노인들의 일상을 풍자적을 담은 일본 정형시 센류 모음집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있다. 후속편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가 도서관에 입고되었기에 호로록 읽어 보았다.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실버센류 모음집, 포레스트북스 펴냄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저자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포푸라샤 편집부 출판 포레스트북스 발매 2025.01.08. 제목부터 직관적이고, 표지 그림에는 젊은 시절에 무심하게 새치를 뽑는 여인의 눈썹이 재미나다. 그 한 올이 아쉬워질 날이 오는 거구나... 표지의 사과 그림은 "한입 가득히 베어 물고 싶지만 전부 다 틀니"라는 시에서 나온 것일 테다. 싱싱함을 표현하기 위해 사과에만 홀로그램을 입힌 센스가 돋보인다. 어르신들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개최한 <실버 센류> 공모전에 인기가 대단했단다. 응모된 23만 편 중 88편이 이 책에 실려있다. 어르신들뿐 아니라 최연소 응모자가 11세, 최고령 응모자는 108세였다고 한다. 이런 관심과 경험이 전 연령층에서 일어나며 노년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을 것 같다. 세대가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우리나라에서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늘 실패 없는 할아버지 전매특허 자기 비하 유머 이 시가 이 시집을 대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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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 성 베드로 축일 | 《장미의 이름》에 영감을 준 작가와 작품

    난해한 책을 보다가 머리를 식힐 겸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펼쳤다. 그의 온화함과 영민함이 그립기도 했고 권선징악이라기보다는 순리라고 해야 할까? 유치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전개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속 시원한 이야기여서 편안하게 믿고 본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장미의 이름》에 영감을 준 작가와 작품 성 베드로 축일 엘리스 피터스 글, 북하우스 펴냄 성 베드로 축일 저자 엘리스 피터스 출판 북하우스 발매 2024.08.05. 4권 《성 베드로 축일》은 캐드펠 수사가 속해 있는 수도원의 큰 행사명이다.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수도원은 두 성인을 모신다. 그중 베드로 축일은 헤롯왕에 의해 감옥에 갇힌 베드로를 천사가 탈옥시켜 준 날을 기리는 행사다. 행사 기간동안 삼일장이 열리고 인근에서 많은 상인이 참여하는데, 수입은 시가 아니라 모두 수도원에서 취하게 되어 있다. 상인 길드는 수도원장에게 수익금의 1%를 나눠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쪽같은 수도원장에게 거절당하고 불만이 쌓인 상태로 축제가 시작되었다. 삼일장은 성황을 이루었으나 갈등이 빚어지며 각각 두 건의 살인과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희생된 자는 부유한 상인으로 그의 조카는 아리땁고 지혜로워서 여러 청년들의 구애를 받는다. 젊고 준수한 남녀의 로맨스는 매번 등장하는 요소인데도 인물 묘사, 감정 서술이 충실하여 생기로움에 취하게 된다. 지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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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마르셀 프루스트 | 20세기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소설

    20세기 최고의 걸작 소설이라 불리지만 가독성이 좋지 않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지적 허영을 부리려고 전권을 구비해 놓았다. 문단 구분도 소제목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져서 안 그래도 난해한데, 민음사에서 해마다 한 권 꼴로 출간했기 때문에 흐름이 이어질리 없었다. 20세기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글 민음사, 열화당 펴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스완네 집 쪽으로 1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출판 민음사 발매 2012.09.05.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출판 열화당 발매 2021.11.10. 집요할 정도로 정밀하게 인간 내면과 시대상을 담아낸 기념비적인 작품. 현대 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20세기 최고, 최대의 소설.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 이런 찬사는 전부, 읽으면 너무 좋지만 읽기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아무튼 올해부터 다시 읽기로 큰 마음을 먹은 차에 도서관에서 열화당에서 그래픽노블로 출간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발견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만 빌려와 소설과 같이 읽기로 했는데, 해설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소설은 인물과 배경에 대한 언급 없이 잠에서 깬 인물의 어렴풋한 상념이 10쪽이나 이어진다. 주인공 이름은 무려 5권에서야 등장한다. 짐작컨대 마르셀은 10대 초중반의 소년으로 '사물의 부동성'과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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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 유리 준 소설 | 관계와도 미련과도 잘 이별하는 법

    요래 귀여운 냥이들과 옥닥복닥 지내면서도 종종 허전해지는 이유는 서둘러 떠나간 고양이 율무 때문이다. 펫로스증후군에 몇 년을 배우던 기타 수업도 그만두고, 회사에서도 문득문득 북받쳐서 화장실로 뛰어가 울던 시간들.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여력도 없었던 나 같은 이들을 위로하는 책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을 만났다. 관계와도 미련과도 잘 이별하는 법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소설, 필름 펴냄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저자 유리 준 출판 필름(Feelm) 발매 2025.02.12. 요즘 흔한 힐링 라이트노벨 분위기의 제목과 표지여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걸 감지하고는 겁이 났다. 무조건적인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던 나의 고양이를 아무리 쓰다듬어도 굳어만 가던 감촉이 되살아나면 견딜 수 없어지니까. 기적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마냥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경기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당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니는 '미노리'는 하고 싶은 말을 잘 하지 못해 후회하는 타입이다. 그녀가 우연히 호의를 베푼 소년 '소라'는 미노리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 소라가 소개한 '카에데안'이라는 카페는 '편안한 단풍나무 가옥'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반려동물과 집사가 이별 직전에 인간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미노리와 점장 '야히로'는 그들이 회포를 풀고 미련 없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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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고양이들 | 뮈리엘 바르베리 에세이 | 평화와 예술의 진정한 수호자들

    작은 책방에서 오렌지빛 체크 책등에 그림도 제목도 깜찍한 책을 찾아냈다. 애정하는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쓴 뮈리엘 바르베리의 《작가의 고양이들》이라는 에세이다. 펼치지 않아도 그저 사랑스럽지만, 열린 문틈으로 빼꼼빼꼼 얼굴을 내민 네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다. 평화와 예술의 진정한 수호자들 작가의 고양이들 뮈리엘 바르베리 에세이, 뮤진트리 펴냄 작가의 고양이들 저자 뮈리엘 바르베리 출판 뮤진트리 발매 2022.12.14. 분명히 말하겠는데 우리가 없었으면 우리 작가는 지금의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토록 강경한 어조로 말하는 화자는 작가의 집에 사는 막내 고양이다. 고양이들은 작가 집사를 좋아하고, 객관적으로도 좋은 사람이 틀림없다고 자부한다. 작가의 남편인 뮤지션도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다. 그래놓고는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하는 사연은 뭘까? 고양이는 먼저 가족들부터 소개한다. 오차, 미즈, 페트뤼스, 키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냥 남매들이다. 일본에서 살다 왔고 《고슴도치의 우아함》에도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인물이 등장하듯 작가의 일본 사랑이 고양이들의 이름에도 반영돼있다. 예술가 부부의 사랑과 배려로 저마다 취향을 누리고 묘생을 즐기는 고양이들. 놀랍게도 키린은 "사료가 주는 평화는 우리를 매수하려는 눈속임"이라고 주장한다! 왜냐?! 고양이들이야말로 작가를 키워낸 문학 자문 위원이기 때문이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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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의 공간 나눔 | 컬쳐뱅크 책방연희 광화문 | 손민규 작가 북토크

    경의선 철길을 산책하다 홀리듯 책방연희에 들렀고 광화문 지점도 있다는 걸 알고 궁금하던 차였다. 얼마 후 책 고르는 책 서평단이 되었고 손민규 작가님의 북토크가 마침 책방연희 광화문에서 열린다기에 주저 없이 신청을 했다. 하나은행 컬쳐뱅크 x 책방연희 광화문 책 고르는 책 손민규 작가 북토크 연남동처럼 아담한 공간을 생각했는데 간판에는 대기업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Culture Bank라니 뭘까? 궁금해서 사후 조사에 들어갔다가 하나은행의 흥미로운 사회공헌, 지역상생 문화를 발견했다. 일단 입구에서 반기는 입간판과 역시나 반듯하고 귀여운 손글씨다. 시간이 좀 남아서 책방을 어슬렁 구경하며 소장하고 있는 북토크 도서 대신 구입할 책도 골라 보기로 했다. 작가님께서 미리 와 계신 걸 알고 차분할 수 없는 마음을 붙들고. 간판도 모자라 책방 한쪽 벽에 내려진 셔터와 하나은행 글자가 생소했다. 심지어 은행 VIP Club도 있는 이곳, 도대체 뭐지? 검색해 보니 오후 네 시면 문을 닫는 은행이니 어차피 놀릴 공간이라면 지역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뜻에서 기획한 문화 공간이었다. 은행의 영업점을 라운지나 매장과 결합하여 지역 주민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뜻깊은 기획이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컬쳐뱅크는 전국 5~7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중이다. 광화문점은 북바이북에 이어 책방연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깔끔한 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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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 진은영 에세이 | 절망에 굴복하지 않기 위한 독서

    평화주의자이자 갈등 회피주의자는 폭력적이고 어지러운 세계가 버겁다. 살아남기도 사랑하기도 힘든 세상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치유가 간절할 때마다 진은영 시인의 책 제목인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떠올렸다. 이렇게 문학은 나와 세계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접속사로 이어주었다. 절망에 굴복하지 않기 위한 독서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에세이, 마음산책 펴냄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저자 진은영 출판 마음산책 발매 2024.09.15. 나는 시작詩作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 책은 결연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책 제목과 이어지는듯한 저 문장은 러시아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성으로 시 쓰는 걸 반대해 외가 성씨를 빌리고, 남편이 시집을 불태웠지만 쓰기를 멈추지 않은 여인. "시작"이 시를 짓는 일과 새로운 행위를 한다는 중의적인 의미여서 의미심장하다. 이 책은 우리가 처한 딜레마의 실마리를 고전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제목만으로 내게 위안을 준 진은영 시인도 여러 고전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위대한 책을 읽고도 혁명가나 구원자가 되지는 못했으나, 포기하지 않을 안간힘의 원천이기에 읽는다고 했다. 나로서는 직접 만나기 어렵고 두려운 문인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버지니아 울프, 한나 아렌트, 하이데거, 실비아 플라스, 시몬 베유, 자크 랑시에르, 니체와 릴케까지. 그나마 친숙한 쉼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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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쉬러 숲으로 | 장세이 에세이 | 나무를 공부하며 얻은 위로와 지혜

    맹렬한 추위를 떨치는 긴긴 겨울날, 초록빛 싱그러움과 온화한 날씨가 그리워져 책을 펼쳤다. 표지만 봐도 상쾌해지는 《숨 쉬러 숲으로》라는 제목의 책. 생태 책방 운영자에서 숲 해설가로 거듭난 장세이 작가님의 에세이다. 나무를 공부하며 얻은 위로와 지혜 숨 쉬러 숲으로 장세이 에세이, 문학수첩 펴냄 숨쉬러 숲으로 저자 장세이 출판 문학수첩 발매 2021.10.15. 스스로를 배우고 깨치는 데 더딘 '늦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작가님. 남들과 다른 방향과 속도로 살다 뒤늦은 각성에 질주하느라 숨쉬기도 버거웠던 경험을 고백한다. 숲에 가서야 제대로 호흡할 수 있었고, 귀한 숨을 거저 나눠주는 나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는 그녀다. 이 책에서는 계절과 인생의 굴곡에 따라 분류한 스물네 종의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삶이란 곧 숨"이라는 진실, 나무처럼 그저 오롯이 서는 "온전한 삶"에 대한 깨달음... 느긋하게 숲을 거닐다가 건네받은 지혜와 위로를 독자들에게도 기꺼이 나눠준다. 팬데믹으로 책방을 접고 백수가 되었을 때, 퇴직금도 없는 자영업자는 그저 정처 없이 산길 숲길을 걷기만 했다고. 그러다 나무를 공부하고 싶어 숲 해설가 교육을 받기로 했단다. 동기들끼리 돋보기를 들이대고 나무에 매달려 관찰하고 토론하는 광경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그저 숲을 알려고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이미 온몸에 엽록체가 생겨난 듯 푸르러졌다. 1인 가구에 일도 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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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윌리엄 해즐릿 | 시니컬한 마력과 위트의 매력이 넘치는 에세이

    윌리엄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를 읽고 독설에 반했다. 서평을 올렸더니 무려 책을 만드신 편집자님께서 보셨고, "정성이 담긴" 글을 기쁘게 읽으셨다는 메일을 주셨다. 이만해도 벅차게 좋았는데 출고일만 기다리던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여 감동했다. 시니컬한 마력과 위트의 매력이 넘치는 비평집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 아티초크 펴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저자 윌리엄 해즐릿 출판 아티초크 발매 2025.02.07.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 감상 전작에서 해즐릿은 인간의 감정을 다루며 매콤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신간에서는 예술가의 특성, 삶과 성공, 독재자와 부역자, 사형 제도까지 다양하게 살핀다. 모르는 인물들이 다수 언급되어 초반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해즐릿만의 촌철살인이 살아난다. 익살스러운 삽화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인용한 비유, 당대 문화를 두루 살피는 방식은 여전했다. 전작과 신작의 분량이 200쪽으로 같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래서 신작의 폰트가 컸던 걸까? 표지 그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므로 뒤에 다뤄보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에서는 미술가들의 삶과 태도를 말한다. 대체로 그들은 장수하지 못하고 생전에 성취를 이루지 못하거나, 성취에 대한 격려가 없어서 굶주리지 않으면 술에 의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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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물방울 6 | 와인이 어렵지만 매력적인 이유

    잊을만하면 보게 되는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6편은 제1사도 맞히기 대결에 들어간다. 시즈쿠는 아버지가 대결을 통해 '와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을 짐작한다.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도달한 산 정상에 어서 올라오라고 말하고 계신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한다. 와인이 어렵지만 매력적인 이유 신의 물방울 아기 타다시 글, 오키모토 슈 그림 신의 물방울 6 저자 Tadashi Agi 출판 학산문화사 발매 2012.07.30. 칸자키 시즈쿠와 토미네 잇세는 같은 답을 말할 경우 와인을 해석한 표현으로 승부를 보자고 결정한다. 답만 맞추는 건 아버지가 원한 바가 아니었을 테니까. 대결에서 질 경우 잇세는 전 대결에서 이겨서 받은 저택을 시즈쿠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잇세가 먼저 와인을 음미하며 숲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알몸의 연인을 떠올린다. 정말 와인을 마시며 그런 장면이 떠오른단 말인가?? 게다가 시즈쿠는 한 장면에서 머물지 않고 상상 속을 산책하며 맛을 즐긴다. 소믈리에가 되려면 상상력도 표현력도 작가 못지않게 풍부해야 하나보다. 두 번째 대결인 <제1사도>에서 같은 브랜드지만 다른 빈티지를 선택한 두 사람.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한 루미에의 '레 자무레즈'였다. 잇세가 선택한 그레이트 빈티지(생산연도) 1999에 비해 시즈쿠는 너무도 평범한 빈티지 2001을 골랐다. 가격이 곧 매력 아닌가요? 유명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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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젠 캠벨 에세이 | 서점에 웃음과 한숨을 안기는 엉뚱 손님들

    숀 비텔의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재미나게 읽었더니, 이웃 읽고 쓰는 제이드님께서 이 책을 알려주셨다. 영국 서점 직원에 에피소드 부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작가님들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아진다. (게다가 이름도 비슷해!) 서점에 웃음과 한숨을 안기는 엉뚱 손님들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에세이, 현암사 펴냄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저자 젠 캠벨 출판 현암사 발매 2018.05.28. 숀 비텔의 책이 '진상 손님'들을 겪은 이야기를 구구절절 토로한다면 젠 캠벨의 《그런 책은 없는데요..》에서는 서점 직원과 손님의 짤막한 대화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실소가 터지거나 어이가 없거나, 너무한다 싶은 손님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제목이 "그런 책은 없는데요..."가 된 사연을 보자. 표지 그림처럼 '제인 에어'가 쓴 책을 찾는 손님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히틀러를 영화배우이자 유대인으로 확신하는 손님, 《1986》을 찾는 손님도 있다. 《1984》가 아닌지 묻자, 자기 생년이라 확실히 기억한다며 우기기까지. 1960년대에 출간된 녹색 책을 찾아달라는 사람은 애교라고 할 수 있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책을 모두 읽지 않는 건 근무태만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에겐 뭐라 대꾸해야 할까? 처음 듣는 이름의 작가가 쓴 책을 찾아 달라는 손님은 알고 보니 동명이인이 쓴 책을 자기가 썼다고 자랑하려는 수작이었다. 팝업북으로 된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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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소설 | 경험을 통해 진리에 다다르는 진정한 순례길

    《싯다르타》를 재독할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서평단 의뢰를 받고 기뻤다. 황량한 언덕 위에 나무 한 그루, 희미한 길을 따라 붉은 해를 향하는 순례자의 뒷모습이 고독하면서도 결연해 보인다. 리프레시에서 펴낸 이 책은 세밀한 삽화와 적절한 편집으로 텍스트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친근하게 다가와 더 널리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을 통해 진리에 다다르는 진정한 순례길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소설, 리프레시 펴냄 싯다르타 저자 헤르만헤세 출판 리프레시 발매 2025.01.31. 《싯다르타》는 경험을 통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좋은 환경에서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현자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완벽한 품행으로 욕심 없이 소명을 다하는 그를 모두가 사랑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기쁨을 알지 못했다. 종교가 왜 존재하는지, 진리란 무엇인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수행을 할수록 갈증을 느낀 그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고행자인 사마나가 되어 순례와 명상, 단식을 통해 자아를 버리는 연습을 한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 고타마의 가르침에 모두가 탄복할 때 싯다르타의 내면에서는 더 큰 의문이 샘솟는다. 배움이란 가능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만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싯다르타는 속세로 향했고, 처음으로 만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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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서재 | 김윤관 에세이 | 책과 책장을 애정하는 목수 이야기

    전에 읽고 좋았던 기억으로 《아무튼, 서재》를 다시 펼쳤다. '그저 작은 소용이 닿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라는 직업이 마음에 든다는 김윤관 작가님. 소박한 표현도 인상적이다. 공방을 운영하며 연장 옆에 늘 책을 가까이 둔다는 그의 글에 자꾸만 마음이 기운다. 목차도 정갈하고 다정하다. 목수의 서재를 시작으로 책장, 책상, 의자, 책을 사유한 뒤 머물지 않고 다른 서재로 사유를 확장한다. 청춘의 서재로 쓰린 과거를 돌아보는 솔직함과 여성의 서재를 바라보는 열린 시각에 놀랐다. 독서 분야의 박식함이 돋보였고 공공과 선비의 서재에 관해서도 새겨들을 말이 많았다. 책과 책장을 애정하는 목수 이야기 아무튼, 서재 김윤관 에세이, 제철소 펴냄 아무튼, 서재 저자 김윤관 출판 제철소 발매 2017.09.25. 김윤관 저자는 서재에 앉아 완벽한 서재를 꿈꾼다. 생업에 밀려 자신을 위한 가구를 만들지 못하고 시제품 가구를 들였기 때문이다. 은퇴 전 마지막 작업으로 자신의 책상과 책장 그리고 관을 짤 계획에 흐뭇해하는 그다. 숙련된 기술과 다져진 취향대로 여유롭게 작업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전문가답게 구상도 이미 마쳤다. 상상 속 서재에는 3천 권이 딱 들어갈 책장과 2m 40cm의 넓은 책상에 임스 라운지 체어와 같은 이지 체어가 놓여 있다. 맥주와 위스키를 채운 냉장고, 옥수동 산동네 풍경 그림까지 완벽한데, 여기에 텔레비전도 꼭 있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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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촌 한옥 와인바 | 혼조와인과 퓨전요리 파이어로버스와인클럽

    구경거리가 퐁퐁 샘솟는 서촌 골목길. 미술관과 작은 책방과 카페, 골목길과 소품샵까지 돌아봤으니 이번엔 와인바를 즐겨 보기로 했다. 서촌은 건물들은 아기자기해서 맘에 드는데 이 골목에서도 유독 눈에 띄게 나지막하고 오래돼 보이는 한옥 건물이 멋스럽다. 서촌 한옥 와인바 혼조와인과 퓨전 요리의 분위기 맛집 파이어로버스와인클럽 간판 글자는 알아볼 수 없게 불타오르고 있으므로 유리문에 깨알같이 쓰여있는 이름을 보고 맞구나 싶어 조심스레 드르륵 문을 열었다. (아하, 이제 보니 왼쪽에도 불 그림이 있었네?) 들어가자마자 레트로한 난로와 그 위에 수줍게 놓인 길쭉이 고구마 두 개가 반겨준다. 한쪽에는 야트막한 다락방이 있고 그 아래 낮은 천장의 주방이 아기자기해서 보기에는 감성 있고 좋은데 키가 크신 주인장님의 허리 건강이 걱정되고... 한쪽은 주인장님의 작업 공간인 것 같고 다른 쪽이 메인 홀인데 양쪽 다 분위기가 은은하다. 한옥 서까래 지붕에 마룻바닥이면 끝인데 각기 모양이 다른 오렌지빛 조명까지 더해져서 최적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빛이 스미는 늦은 오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몹시도 궁금해진다. 이번엔 주방 위쪽 다락방 구경하기! 3단 턱이 있는 독특한 구조가 보기에는 재미있는데 화장실 한 번 다녀오기 쉽지 않을 듯. 문턱이 높아 전통 수납장을 계단으로 활용한 것도, 천장이 낮아서인지 좌우에 거울과 큰 액자를 비치한 센스도 돋보인다.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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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보고서 | 카우프만 &그레고어 | 어수선한 천재들의 창의성 활용법

    《천재 보고서》라는 제목을 듣고 천재들만이 가진 탁월함에 대한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창의성에 관한 책이었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특히 천재들에게서 확연히 드러나는 창의성.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창의성을 천재성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어수선한 천재들의 창의성 활용법 천재 보고서 스콧 배리 카우프만, 캐롤린 그레고어 글 필름 펴냄 천재 보고서 저자 스콧 배리 카우프만,캐롤린 그레고어 출판 필름(Feelm) 발매 2025.01.22. 창의력 연구자인 스콧 배리 카우프만은 래퍼 바바의 성격 검사 결과가 모순투성이라는 걸 발견했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린 작업 과정도 어수선했다. 우리는 또 작가들이 문학작품을 계획적으로 창작한 게 아니라 시작했더니 이야기가 작가를 끌고 가더라는 집필 후기를 종종 듣는다. 같은 맥락으로 요즘 빠져있는 작가 윌리엄 해즐릿의 말이 인용되어 있어 반가웠다. "불멸의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혹은 왜 창작했는지 모른 채 그 일을 해냈다. 가장 위대한 힘이 보이지 않게 작동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에게서 보이는 어수선함과 성격적 모순은 무엇을 말해줄까? 이는 창작 과정, 즉 창의적인 과정이 복잡하고 대립적이며 긴장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걸 시사한다. 창의성은 단순히 전문성이나 지식이 아니라 개방성, 무질서, 비관습성 그리고 혼란 속에서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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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에게 | 한지원 그림책 | 다름을 이해하고 협동하며 나아가기

    'Dear 그림책'이라는 시리즈명과 《왼손에게》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새하얀 표지에 가느다란 라인으로 그려진 두 손. 그리고 양손에 쥐어진 파란색 스테들러 연필. 왼손의 연필 그림은 매끈한데 오른손이 쥔 연필은 삐뚤빼뚤하고 색칠도 삐져 나가고 엉망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협동하며 나아가기 왼손에게 한지원 그림책, 사계절 펴냄 왼손에게 저자 한지원 출판 사계절 발매 2022.09.08. 하얀 바탕에 한 줄의 문장만 덩그러니 있는 면지에서부터 긴장감이 느껴진다.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한 장을 더 넘기니 "더 이상은 못 참아"라며 주먹을 불끈 쥔 손 그림이 등장한다. 오른손은 왼손에게 무슨 일을 따지려는 걸까? 오른손은 억울한 일을 하나하나 손꼽는다.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까지 모두 도맡아서 했다는 거다. 왼손이 하는 일은 반짝이는 물건들을 차지하는 일이랑 핸드크림을 바를 때 손등을 슬쩍 내밀기만 할 뿐이어서 얄밉다는 이야기다. 불만이 커지던 어느 날, 일이 벌어졌다.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를 때였다. 오른손은 왼손톱에 정성스럽게 발라 줬는데, 예쁘게 치장한 왼손은 바들바들 떨면서 오른손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어쩌나. 오른손의 손 모양만 봐도 울화가 느껴진다. 왼손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됐던 건데. 지적을 받으니 할 말이 많다. 먼저 다 해버리니까 할 일이 없었던 것이라는 왼손과 제대로 못하니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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