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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망원동 | 김민섭 에세이 | 애정과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 서사

    병행 독서를 하면서도 부담 없이 고르기 좋은 <아무튼> 시리즈. 이번에는 저자도 친숙하고 제목도 익숙한 김민섭 작가님의 《아무튼, 망원동》이다. 한때 옆 동네였고 요즘도 늘 지나다니는 친근한 동네가 작가님의 고향이었다고. 애정과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 서사 아무튼, 망원동 김민섭 에세이, 제철소 펴냄 "성미산 서쪽 자락에서 자란 어느 83년생의 공간 서사"라고 명명된 이야기. 지금의 망원동은 핫플레이스가 됐지만 작가님이 기억하는 동네는 침수가 잦았던, 분식집과 PC방과 친근한 안경점과 평범한 시장이 있었던 소박한 지역이었다고. 나에게도 망원동은 친근한 동네다. 4년 정도 연남동에 살던 때, 리치몬드 제과점 쪽으로 가다 보면 성산동과 망원동, 서교동으로 갈라지는 사거리가 나왔다. 그때는 홍대 쪽에서 많이 놀았지만 이제는 휘황찬란하지 않은 망원동 쪽에 애정이 간다. 그러면서도 영화 <추격자>의 구멍가게가 망원동인 줄은 몰랐다. 그러나 동네 토박이라면 단박에 알아보고 얼굴이 달아올랐겠지. 그렇기도 했다고 고백하면서 망원동이라는 동네를 처음 들었다는 나홍진 감독의 말이 더 민망했을 것 같다. 거처를 옮기고 망리단길이 뜨면서 동네가 몰라보게 변해서 아쉽다는 작가님이다. 한편 당시에 중심가였던 신촌이 구도심이 되어 썰렁해져 버린 것도 가슴 아픈 일이라는 데 공감한다. 나도 마트며 백화점까지 모두 신촌 오거리로 다니던 때가 있었으니까. 사람이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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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권을 이기는 작은 가게 성공 법칙 | 생활맥주 대표 임상진

    작은 책방 같은 소규모 점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동네에 새 가게가 문을 열면 호기심이 넘쳐서 상호가 뭔지, 진행 상황은 어떤지 촉각을 세우고 확인한다. 오픈을 했다면 축하와 격려의 의미로 일단 가주는 게 인지상정. 얼마 못 가 한산해 보이면 사서 걱정을 하는 편이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창업 상권을 이기는 작은 가게 성공 법칙 생활맥주 대표 임상진, 필름 펴냄 《상권을 이기는 작은 가게 성공 법칙》은 외식 창업가를 위한 지침서지만 창업에 대한 기본을 다룬다. 이 책을 고른 건 나중 언젠가 작은 책방을 꾸리고 싶은 촛불 같은 마음이 있어서다. 주변 가게들의 흥망성쇠를 보며 안타깝거나 의아했던 부분들도 해소가 되었고 회사 사업계획을 할 때 참고할 만한 내용도 더러 있었다. 이 책은 창업과 브랜딩을 수익적 성공이 아닌 안정적인 정착을 목표로 기술하고 있다. '상권을 이긴다'는 의미는 꼭 뜨는 위치, 핫한 아이템이 아니어도 좋다는 말이다. 비싼 권리금을 내고 들어가거나 트렌드에 편승하느라 높은 가맹비를 지불하고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회사에서 관계가 지긋지긋해지고 실적 압박에 우울해질 때면 내 사업, 창업에 대한 갈망이 불타오른다. "치킨집은 다 잘 된다더라", "카페나 차려야지" 같은 말을 쉽게 하는데, 창업은 결코 쉽게 덤벼서는 안 된다. 20년 차 외식 사업 경력의 임상진 저자도 내내 섣부름을 경계하라고 당부한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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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골목 여행 | 레트로 감성 빈티지 카페거리, 나카자키초

    골목길 여행은 평소에 산책을 할 때도, 낯선 여행지에 가서도 이어진다. 골목길을 애정하는 사람을 사로잡아버린 오사카의 숨은 보석 나카자키초. 구석구석 멋이 그득해서 사진도 한가득이다. 오사카 골목 여행 나카자키초 레트로 감성 빈티지 카페거리 스냅사진 찍기 좋은 조용한 카페 거리라고 해서 갈까 말까 망설였던 여행 코스였는데 막상 가 보니 시간상 더 머물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은 장소다. 렌터카를 주차하고 지나는 길에 발견한 나카자키초 역 출입구부터가 빈티지의 시작이었다. 어딜 봐서 여기가 지하철 입구입니까?! 그저 낡은 빌딩에 허름한 다방 입구 같은데. 대로변에서 살짝 방향을 틀자마자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서민 골목이어서 폭격을 피할 수 있었기에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게 되었다는 사연이 있는 거리다. 옛 가옥을 그대로 살린 개성 넘치는 카페들 사이로 민가가 뒤섞여 있어서 더욱 아기자기하다. 주거를 방해하면 안 되니 관광객이 더러 있어도 매우 조용한 편이다. 담쟁이덩굴이 가게 외관의 2/3를 뒤덮은 살롱 드 아만토를 보고 숨이 멎었다. 여행 후에 찾아보니 토토로가 연상되는 카페로 이름난 곳이라고 하는데 카페 밖 테이블에서 풍성한 넝쿨을 머리에 이고 조그만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재미났다. 맞은편에는 동물 체험 카페 Anifa가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가다가 부엉이랑 사막여우,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어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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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상자 | 한강의 어른을 위한 동화 | 일렁이는 눈으로 쓰는 서평

    한강 작가님의 《내 이름은 태양꽃》을 읽은 뒤 어른을 위한 동화가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도서관마다 명당자리에 전시를 해두어서 자꾸만 마주치는 걸 어쩌나, 읽어야지. 일렁이는 눈으로 쓰는 서평 눈물상자 한강 동화, 문학동네 펴냄 눈물상자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08.05.22. 줄거리 이 이야기는 눈물 많은 아이와 눈물을 모으는 아저씨의 아름다운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아이는 막 돋아난 새싹을 봐도, 어스름 그림자가 드리울 때도 운다. 물기 어린 바람이 스치거나 이웃 할머니의 주름진 손길이 뺨에 닿을 때에도. 걱정 아니면 놀림만 받던 아이를 찾아온 이가 있었다. 한 아저씨와 푸른 새가 순수한 눈물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아저씨가 원하는 걸 바로 줄 수 없었던 아이는 그들을 따라나선다. 우는 아이가 없는 자신의 집이 화목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긴 여정 끝에 당도한 곳은 어느 할아버지 댁이었다. 슬퍼도 울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아저씨가 모은 눈물을 삼키고 울음을 쏟아낸다. 짓눌린 슬픔을 씻어낸 뒤 훌훌 떠나려는 할아버지의 피리 소리를 듣자 아이도 저절로 눈물을 떨구고, 새는 노래하고 춤춘다. 아저씨는 아이가 흘린 눈물을 소중하게 받는다. 순수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아이에게 아저씨는 모든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눈물이야말로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아이도 눈물을 참는 마음에 대해 배운 뒤 둘은 각자의 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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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사회학자 | 의식과 노력이 필요한 평등 사회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은 건 내게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이 책은 '결정장애'라는 문제 단어로 시작한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인권을 가르쳐 온 김지혜 저자가 자신을 풍자하느라 무심코 뱉은 저 단어가 사고를 쳤다. 하필 그곳이 혐오 표현 토론회였고 참석자의 지적을 받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나 또한 종종 사용했던 단어여서 화들짝 놀라 다시는 쓰지 않았다. 듣고 보니 '잘 하지 못하는'이라는 의미를 담아 '장애'라고 표현한, 명백한 차별 용어였다. 의식과 노력이 필요한 평등 사회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사회학자, 창비 펴냄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김지혜 출판 창비 발매 2019.07.17. 나도 모르게 가담한 차별 이 책은 차별에 반대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가담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선량'과 '차별주의자'라는 모순되는 조합이 탁월하다. 겁이 나서 공부하고 책을 쓰게 됐다는 작가님 덕분에 특권을 가진 상태가 자연스러워서 불평등과 차별에 둔감했다는 걸 깨우쳤다. 차별은 집단 간으로, 구조적으로, 복합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집단의 조직적 차별은 개인에게 양심의 가책이나 도덕적 책임 없이 차별을 당연시하게 만든다. 차별 권력을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이 책 안에 있다. ‘원하는 방식으로 호명되고 있는지’와 ‘농담에 누가 웃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의 '임계장'이란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할 때 저자가 불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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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 동네 책방 | 구선아 에세이 | 서울 구석구석 작은 서점 여행기

    책과 공간을 좋아해서 독립서점, 동네 서점, 대형 서점, 북카페까지 책이 많은 공간들을 찾아다닌다. 책방 연희도 호기심에 찾아갔다가 아늑함을 느끼고 왔다. 휘휘 둘러보다가 한 권을 골랐는데 마침 책방 연희 운영자님께서 쓴 책이었다. 서울 구석구석 작은 서점 여행기 퇴근 후, 동네 책방 구선아 에세이, 리얼북스 펴냄 《퇴근 후, 동네 책방》이라는 소박한 이름의 작은 책에는 서울 곳곳의 다양한 책방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겉표지를 벗기면 안쪽에 보물 지도처럼 책방 지도가 펼쳐진다. 이어질 책방 투어에 요긴한 깜찍하고도 유용한 선물이다. 지도를 보니 책방 연희 근처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가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발걸음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취미가 같은 사람이자, 취미를 업으로 삼은 후에도 계속 좋아하는 작가님에 대한 인간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책을 쓰며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일이라, 동경하던 삶이라 부럽기도 했다. 한편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다수라는 통계도 지겹게 들었고 책방 운영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도 조금은 안다. 그래서인지 늘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총 열아홉 곳의 서점이 소개된 《퇴근 후, 동네 책방》에는 다녀온 곳이 두 곳, 찜해 둔 곳이 하나, 나머지는 알지 못했던 곳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 책을 지도 삼아 천천히 둘러봐야겠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도서관이나 ebook이 활성화되니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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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여행 | 고양이 집사와 덕후를 위한 소품샵 U-ARTS

    오사카 여행 대망의 장소로 숙소였던 난바 부근에 있는 U-ARTS라는 고양이 소품샵을 찜해두었다. 먼저 가면 여행비를 탕진할 지 몰라서 후반 일정에 넣은 나를 칭찬하고 원망한다! 오사카 난바 여행 가볼만한곳 U-ARTS 고양이 소품샵 & 기념품샵 매일 10:00 ~ 18:00 이전 오사카 여행에서도 고양이 소품샵에서 지갑을 몽땅 털린 적이 있었더랬다. 지금 그곳은 없어진 것 같고 대세로 떠오르는 소품샵이 U-ART다. 난바역과 도톤보리에서 아주 가까워서 접근성도 좋으니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은 곳이다. 오픈런으로 방문하기 위해 체크아웃도 일찍 하고 하늘색 문을 통과해 첫 손님으로 입장한 우리. 운영자님께서도 집사이신지 주인님들 사진을 간판보다 크게 인쇄해서 붙여 두셨다. 모빌이며 액자, 잡지, 카드 등 고양이 아닌 것이 없어서 집사인 우리들은 우르르 흩어져서 구경하다가 이것 좀 보라며 서로를 부르기에 바빴다. 모으고 있는 데꼴 캐릭터 발견! 일본색이 묻어나는 테마는 좋은데 딱 이거다 싶은 피규어가 없어서 고르질 못했다. 국내에서도 보고 게이분샤 이치조치 점에서도 봤던 귀요미 뱃지들은 종류가 더 많아서 추가로 살 수밖에 없었고! 가장 하찮은 캐릭터가 제일 맘에 들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 버린 장바구니! 노란색과 하늘색 중에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하늘색으로 선택했다. 장바구니 치고는 2600엔이 좀 비싼 것 같기도 했지만 매일 휴대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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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라앉는 마음 | 홍기훈 장편소설 | 절망을 위로하는 묵직한 이야기

    생소한 작가와 출판사,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 소설이 데뷔작이며 고향인 군산에서 글을 쓴다는 홍기훈 작가. 그리고 포항 지역에서 <책방수북>이라는 서점과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도서출판 득수도 함께 궁금해졌다. 절망을 위로하는 묵직한 이야기 가라앉는 마음 홍기훈 장편소설, 도서출판 득수 펴냄 가라앉는 마음 저자 홍기훈 출판 득수 발매 2024.12.05. 당신이 읽게 될 무언가는 소설이 아니다. 대신 내가 언론인 자격으로 어떤 사건을 조사하다 겪은 일을 담았다. 실감 나는 도입부에 빠져들어서 자신을 소개하는 이가 작가이며 1인칭 시점이라고 철저하게 믿어버렸는데, 화자는 특집 기사를 써야 했던 시애틀의 주간지 기자였다. 그러니까 소설 속 화자 마야 카슨 기자는 소설이 아닌, 지극히 현실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마야 기자가 생각지도 않던 기사를 떠맡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사람들을 만났듯이, 내 취향으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뜻밖의 주제를 다루는 책이었다. 《가라앉는 마음》이라는 제목이 서정적이라고 느꼈는데, 러시아군의 핵잠수함 침몰 사건이라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카슨 기자가 찾아간 곳은 러시아의 북서쪽 극지방 무르만스크다. 군사 분야에 지식도 관심도 없이 러시아어만 좀 아는 상태로, 20년 전 사건에 대해 동료가 잡아놓은 인터뷰 약속을 소화해야 하는 그녀. 독자인 나도 비슷한 입장이 되어 그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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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가 품은 세계 | 황선엽 국어학자 | 유익하고 흥미로운 어원 탐구

    어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책 제목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엔 유행하는 신조어에 비하 의미가 담긴 경우도 많아서 잘 알고 써야 한다. 시기적절하게 단어가 품은 역사적 이야기를 들으며, 어휘력과 품격까지 높일 수 있는 책을 만났으니 소개해 본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어원의 유래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글, 빛의서가 펴냄 단어가 품은 세계 저자 황선엽 출판 빛의서가 발매 2024.11.22. 국어국문학자인 황선엽 저자는 옛 문헌에서만 보던 상추의 방언 '부루'를 정선에서 실제로 듣고 말의 변천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어도 사람처럼 성장하고 노쇠하며 사라지기도 한다. 몇천 년 전 흔적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변화 양상이 다양한데, 때로는 잘못된 인식이나 보석 같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단어를 아는 과정은 삶을 아는 과정이다. 케첩과 키오스크는 영어가 아니었다? 케첩이 중국어에서 유래했다는 건 충격이었다. 중국에 물고기나 조개를 발효시켜 만든 해즙이라는 소스가 있었다. 이 해즙이 말레이에 전파되며 kecap이 되었고 주재료가 물고기에서 버섯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하인즈에서 토마토를 활용하면서 케첩이 토마토소스를 지칭하게 된 것이었다. 키오스크도 사연이 깊은데, 원래는 정원에 지은 개방형 작은 궁궐이라는 의미의 페르시아어다. 이 건물 양식이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되며 전면 개방 간이 판매대가 되었고 '가판대'라는 의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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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가볼만한곳 | 세계 10대 아름다운 서점 | 케이분샤 이치조치점

    일본의 서점이라고 하면 츠타야가 가장 유명하겠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곳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영국 잡지 가디언에서 세계 10대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선정한, 교토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 케이분샤 이치조치점이었다. 교토 가볼만한곳 케이분샤 이치조치점 세계 10대 아름다운 서점 교토 여행을 앞두고 가볼만한 곳을 찾다가 임경선 작가의 여행 에세이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으며 알게 된 곳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오래 일했던 점원이 독립해 차린 더 작은 동네 서점 '마치야'를 다녀왔지만 그가 일했다던 이곳의 가치를 먼저 알아야 마치야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커다란 통창에 책을 읽으며 걷는 알록달록 일러스트 캐릭터들이 마치 바깥 도로를 걷고 있는 듯한 착시 효과가 재미났는데 유서 깊은 독립서점이자 영국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 10대 서점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다거나 특별함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공간의 역사 때문인지 아니면 은은한 색감의 조명이나 가구의 톤 덕분인지 낯선 언어로 된 책만 가득한 이곳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어쩌면 곳곳에 가정에서 사용할법한 가구들이 놓여 있어서였을까? 찬장처럼 생긴 진열장이라든지 거울과 멋스러운 기둥이 달린 장식장에서 친근한 분위기가 번졌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 덕이었을까? 천장에 걸려 있는 마른 나뭇잎 리스나 줄줄이 엮은 솔방울이 투박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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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마이 블로그 리포트] 데이터로 찾아보는 내 블로그 마을

    매일의 뿌듯함이 게시글 수로 확인되어 기쁘고, 인기글에 어쉬운 마음. 늘 환대해주시는 다정한 이웃님들을 만나 지속할 수 있었어요. 감사와 애정을 전합니다! 2024 마이 블로그 리포트 블로그 마을로 초대합니다: 지금 내 블로그 마을을 확인해 보세요! event.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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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에세이 | 우리가 몰랐던 숨은 가치 발견하기

    여행을 떠나려면 뭐가 필요할까? 여유 시간과 자금과 설레는 마음 정도면 될 텐데, 알랭 드 보통은 설렘의 반대편에 서서 침착한 논리로 여행에도 과정별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가이드를 동반한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예로 들어주면서. 우리가 몰랐던 숨은 가치 발견하기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글, 청미래 펴냄 기대 이면의 것들 풍경화나 멋진 사진 한 장만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는 폭발한다. 그러나 그림이나 사진에는 담기지 않은 과정들이 있다. 쾌청한 카리브 해를 감상하려면 지루하게 줄을 서고 검역과 검증을 거쳐 한나절을 구겨져 있어야 한다. 무거운 짐을 끌며 신분 증명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하고. 환상적인 장소로 도망치더라도 연속성을 가진 자아는 현실의 우울과 불안까지 챙겨간다. 알랭 드 보통은 상상하던 장소에 가면 행복에 젖을 거라는 기대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자신의 경험과 소설 속 인물에 빗대어 설명한다. 시니컬한 시작에 낭만을 기대한 독자의 기대감은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새로운 장소의 이국 풍경 한편 비행기가 이륙할 때 급상승하는 건 우리를 짓누르던 억압에서 빠르게 벗어남을 상징한다. 일상의 의무 때문에 자꾸 멈칫거리던 사유는 여행지에서 풍경이 흘러가는 걸 볼 때면 자연스럽게 흐른다.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타당해 보인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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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잠 | 정희재 에세이 | 이토록 확실한 회복이자 행복

    《아무튼, 서재》에 이어 두 번째 아무튼 시리즈다. 지금은 더 늘었겠지만 책날개에 소개된 53권의 아무튼 시리즈 중 마지막 책이었다. 정희재 작가님의 수려한 문장이 좋아서 골랐지만 요즘 잠이 부족해서 저절로 손이 간 것일 수도 있다. 이토록 확실한 회복이자 행복 아무튼, 잠 정희재 에세이, 제철소 펴냄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의 우아함과는 다른 명랑한 문체가 돋보인다. 좋아하는 걸 말할 때는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커지는 것처럼, 생각만 해도 좋은 것에 대해 쓰는 <아무튼> 시리즈니까 쾌활한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잠, 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 《아무튼, 잠》의 부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잠잘 시간을 반납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게 절실한 것도 그리운 것도 잠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곧이라도 얻을 수 있으니, 잠은 정말이지 확실하고 쉬우면서도 공평한 행복이 아닐까? 어린이에게 자라는 말은 '그만 놀아라'라는 소리와 같아서 매번 잠들기 싫어하면서도 빨리도, 오래도 자기 마련이다. '수면의 황금기가 인생의 황금기'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곰곰 생각해 보니 자라면서 동심에서 멀어진 만큼 잠에서도 멀어져 버렸다. 꿈꾸지 않고 잠을 잔 기억이 없는 나도 모험 가득한 꿈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보다는 현실적인 꿈을 자주 꾸는 요즘이다. 잠과 동심의 상관관계가 아무래도 큰 것 같다. 책에서 정의한 '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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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로그아웃 | 내면으로 로그인하는 디지털 단식원 고독스테이

    블로그를 시작하고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여유 시간이 줄고 수면부족이 계속되던 중에 디지털 단식원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을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내게 꼭 필요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방문해 보았다. 디지털 단식원 고독스테이의 위치는 신촌역과 가까운 경의선숲길 끝자락으로 공원과 연결되어 있어서 최적의 장소 같았다. 입장 문을 열자 도심 속 템플스테이라는 소개처럼 은은한 향내와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온화한 표정의 김지영 대표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본격적인 입장에 앞서 세상과 로그아웃하고 디지털 디톡스 준비를 위해 전자기기를 새장 속에 가두어야 한다. 초연결 시대를 사는 우리는 스스로는 좀처럼 디지털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못한다. 접속할 수 있는 자유가 접속하지 않을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얽매이고 있는 것 같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오래전에 경고한 것처럼 홀로 사유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먼저 무엇이 부족했는지 진단하기 위해 고독 처방전을 작성해야 한다. 고독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몰입을 도와줄 도구 키트를 선택한다. 고독존 처방전을 작성한 뒤 커튼을 통과하면 치앙마이로 순간 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신발도 양말도 벗어두고 흙바닥을 밟으며 초록초록한 공간을 마주한 기분은 복잡한 세상에서 눈을 감자마자 상상 속 공간에 뚝 떨어진듯한 느낌이었다. 신비로운 음악 속에서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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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태양꽃 | 한강 작가의 어른을 위한 동화 | 절망적인 세상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도서관에서 한강 작가 저서 특별 전시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대출을 제한하고 관내에서만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두었다. 그중에서 눈에 띈 책은 《내 이름은 태양꽃》이라는 제목의, 문학동네에서 기획한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였다. 절망적인 세상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내 이름은 태양꽃 한강 작가의 어른을 위한 동화, 문학동네 펴냄 시대의 비극과 얽힌 이들의 절망과 아픔을 주로 써왔던 한강 작가님의 동화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어느 해바라기의 이야기였다. 따뜻한 문체와 투박한 그림이 어우러진 짧은 이야기에도 묵직한 진리가 담겨 있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어두운 그늘에서 태어난 싹 하나. 단단한 흙덩이를 비집고 나오느라 멍이 들고 어깻죽지가 얼얼한데, 기대했던 환한 세상이 아니었다. 불평하는 싹에게 담쟁이는 어두운 건 담장 때문이고 이것만 넘으면 환한 세상이 펼쳐진다고 알려준다. 난 너처럼 실망 같은 건 안 해. 힘차게 자라나기만 하면 여길 벗어날 수 있거든. 저 담장을 타고 넘어서 밝은 곳으로 갈 거야. 이런 말을 남기고 시원스럽게 자라서 사라져버린 담쟁이. 혼자 남은 싹은 태생적으로 빨리 자라지도 못하고 갈고리도 없는 식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양지바른 곳에서 곱게 피어난 꽃들과 달리 응달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통증 뒤에 희미한 꽃잎이 피어나고 꿀벌이 찾아들자, 식물은 자신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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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소설 | 실존적 저항과 희망의 책이라는 역설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소설 제목은 유치환의 시 <깃발> 속 구절인 '소리 없는 아우성'만큼이나 강렬한 역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알려졌다. 무엇이 그를 시끄럽게 하고 고독하게 만들었는지 주목하면서 얇은 책을 천천히 읽었다. 실존적 저항과 희망의 책이라는 역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소설, 문학동네 펴냄 오랫동안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해온 한탸는 뜻밖에 책을 흡입하며 절로 사유하는 사람이 되었다. 쏟아지는 폐지 속에서 고전과 예술서를 건져올리기 위해 이른 출근과 초과근무를 하는데도 업무가 늦다며 상사에게 욕을 먹는다. 그의 집 침대 위, 화장실까지 책으로 포화 상태다. 사랑하지만 폐기되는 책들을 모두 구할 수는 없기에 그는 맥주의 힘을 빌려 일한다. 존재는 결국 파괴될 수밖에 없으며, 하늘도 인간들도 인간적이지 않다는 잔인한 순리를 그는 일하며 배운다. 5년 후 압축기와 함께 은퇴할 날을 기다리면서, 매일 밤 사유로만 채워진 고독을 음미하면서. 하지만 세상은 그를 고독하게만 두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으로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왕실의 장서들이 쓰레기가 된다. 엄마가 죽고 여자친구는 끌려갔다. 히틀러를 찬양하는 책과 팸플릿을 열성으로 짓이기고서 그는 술과 고된 노동으로 멍해진다. 소극적으로 저항하고 몽상하던 그의 앞에 거대한 압축기와 컨베이어 벨트가 등장한다. 젊은 노동자들의 작업복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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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방, 가을, 기찻길과 하늘길, 기다림의 교토 오사카 여행

    어쩐지 그곳의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훌쩍 찾아간 정취의 도시 교토. 가장 먼저 기다려준 건 나보다 먼저 도착한 캐리어였다. 입국 수속이 늦어지는 바람에 입국장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귀여운 짐짝들. 정신없이 바빠서 자유여행인데도 준비를 대충 했더니 틈틈이 당황 모먼트가 펼쳐져서 흥미진진한 여행이 됐다. 렌터카 업체가 공항에 있는 게 아니고 픽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출발 전날 알게 되어 놀랐지만 한 정거장이라도 전철을 타볼 수 있어서 오히려 괜찮은 선택이었다. 간사이 공항에서 JR을 타고 린쿠타운 역까지 350엔을 내고 한 정거장 이동해서 두 번째로 우릴 기다리고 있던 작은 차에 올랐다. 미니미니한 차를 몰고 제한속도 80으로 느리지만 부지런히 달려서 아라시야마로 가는 길목, 10년 전처럼 여전히 자주 자동차 길이 가로막히고 기차를 배웅해 주는 신기하고 반가운 이곳. 아라시야마의 고요한 물줄기와 은은한 풍경들과 기모노를 차려입은 종종거리며 걷는 뒷모습을 보니 이곳이 천 년의 수도 교토라는 게 실감이 난다. 교토는 여전히 가을을 한껏 품고 있었다. 황금빛 억새 사이로 수줍은 단풍이 주변을 붉히고 늘 초록 장대가 즐비한 대나무숲 아라시야마 치쿠린도 다홍빛으로 살짝 물들었다. 뎅뎅 소리와 함께 감성을 한껏 흔들고 스쳐가는 기차와 소슬한 바람이 흩어지는 텅 빈 기찻길에서도 운치를 느껴본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동시에 이내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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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물방울 3,4,5 | 요리와 와인, 환상의 조합을 일컫는 마리아주

    와인 평론가 토미노 잇세가 혹평을 한 뒤 망해가는 레스토랑에 방문한 칸자키 시즈쿠. 혹평의 이유가 무엇인지 코스 요리와 와인을 맛본다. "굴에는 샤블리"라는 말이 있을만큼 유명한 와인이 굴의 비릿함을 키우는 걸 느낀다. 샤블리는 부르고뉴 지방 욘 지구에서 샤르도네 품종으로 생산되는 신 맛의 백포도주다. 요리와 와인, 환상의 조합을 일컫는 마리아주 신의 물방울 3, 4, 5 아기 타다시 글, 오키모토 슈 그림 시즈쿠는 요리와 와인의 조합을 '결혼'이라는 의미의 '마리아주'라는 용어로써 설명한다. 기본적으로는 맛과 향이 유사한 요리와 와인이 페어링이 좋다. 달디단 디저트에 달콤한 귀부 와인을 곁들이는 것처럼. "굴에는 샤블리"라는 말이 진짜 맞는지 되는대로 먹어보는 우리의 주인공들. 이론쪽으로 강한 미야비와 감각에서 우세한 시즈쿠는 환상의 파트너가 된다. 결국 값비싼 샤블리보다 빈약한 맛의 저렴한 와인이 굴과 잘 어울린다는 걸 밝혀낸다. 특급 포도밭에서 생산된 고가의 샤블리는 과실맛이 풍부하다. 반면 저렴한 샤블리는 드라이하면서 미네랄 맛이 도드라진다. 알고보니 저렴한 밭은 굴 껍데기 같은 석회질이 섞인 토양이었다. 굴과 저렴한 샤블리 와인은 환상의 마리아주였으며, 테루아르가 요리와의 조화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과정은 토미네 잇세의 재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의 와인을 요리에 따라 개봉 후 바로 서빙하고, 다음 요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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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숀 비텔 | 헌책방 주인의 진상 손님 관찰기

    제목에 밴 시니컬함에 웃음과 매력이 동시에 터져버렸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라니! 저무는 햇빛에 점점 누래질 빽빽한 책들, 높은 책장 위 고양이가 그려진 표지까지 완벽하게 취향을 사로잡은 책이다. 헌책방 주인의 진상 손님 관찰기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숀 비텔 글, 책세상 펴냄 다 읽고 보니 뒤표지에 또 윤성근 작가님이 등장했다! 당장 저자가 운영하는 '더 북숍'에서 직원 연수를 받고 싶다고. 같은 헌책방 주인으로서 얼마나 공감이 되셨을까? 동시에 윤성근 작가님의 헌책방 이용자로서 나 또한 진상이었던 건 아닌지 뜨끔해진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헌책방을 운영하는 숀 비텔. 책방 운영이 점점 어려워진다는데 헌책방이야 말해 뭐할까. 손님을 관찰할 여유가 많을 정도로 한산했던 걸까? 최근 들어 벌써 세 번째 그런 이야기를 접해왔다. 이 책은 그가 20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며 손님 아닌 '손놈'들에게 시달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귀한 서점'이라는 말에서 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고 '누추하신 분'이라는 워딩에도 짐작 가는 바가 많다. 내가 알기로 적어도 손놈에게까지 관대한 서점 주인은 없다. 싸잡아 범주화하고는 재정적 운명을 쥔 이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며 사과하면서도 뭐 그냥 받아들이라는 배짱이 마음에 든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지독하고 무례한 손놈들까지도 그리워졌다며, 시니컬하기만 했던 자신이 인간적인 교류를 원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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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촌 가볼만한곳 | 세월이 느껴지는 이색 갤러리 통의동 보안여관

    서촌에서 또 하나의 보물 같은 장소을 찾았다. 장소명만 들었다면 가볼 생각을 못했을 텐데 이웃 SUNMI님을 통해서 알게된 보안여관이다. 서촌 가볼만한곳 통의동 보안여관 세월이 느껴지는 이색 갤러리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33 통의동 보안여관은 1936년에 지은 목조 건물로 2004년까지 여관으로 운영되었다. 이곳에서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만들어져 한국근대문학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생활문화유적이다. 낡아서 뼈대만 남은 상태이지만 갤러리로 재탄생하여 예술사적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방문 당시에는 최은경 작가님의 개인전 무료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최은경 개인전 모퉁이로 미끄러지는 풍경(들) 옹이, 무릎, 주름 통의동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1 허물어져가는 건물 벽에 걸려 있는 풍경 그림들, 대비되는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전시명과 전시 공간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조명도 없이 자연광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그림들. 어두워지면 어떤 느낌일까? 무서워서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만 같다. 바닥이 깨져서 보일러 파이프가 드러난 모습. 울퉁불퉁하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벽과 천장이 이어지는 부분도 겨우 골조만 남아 있어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집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공포 체험이었다. 못이 툭 불거져 있고 벌어진 얇은 합판 틈으로 아래층이 내려다보이는 무시무시한 계단을 무너질까 봐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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