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542024.01.25
인플루언서 
하루
1,042공연전시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38
85
[어제 본 전시] 구본창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Koo Bohnchang's Voyages),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구본창 사진가의 일생을 망라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회고전은 작가 자신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사진에 관심 있는 관람객에게 큰 선물이다. 구본창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 Koo Bongchang's Voyages> 2023.12.14- 2024.03.10 서울시립미술관 무제, ca.1971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x8.5cm 호기심의 방 전시는 구본창의 수집품을 진열한 호기심의 방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근대 초기 유럽의 지배층과 학자들이 자신의 저택에 온갖 진귀한 사물들을 수집하여 진열했던 실내 공간을 의미하는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y)'에서 착안했다. "삶의 모든 것이 다 표지야(...) 천지만물은 그것이 창조되는 태초에는 온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잊힌 어떤 언어에 의해 만들어졌지. 난 사물들 속에서 바로 이 우주의 언어를 찾는 중이야"_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구본창에게 사물은 그가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여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표지였다. 전시 해설 발췌 구본창 수집품(Koo Bohnchang Collection) 구본창 수집품(Koo Bohnchang Collection) 구본창 수집품(Koo Bohnchang Collection) <샤스루> 시리즈 Chasse-roue Series, 2003 - 2005 아카이벌 피그먼트 ...

2024.01.25
38
[어제 본 전시] 박미정 개인전,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Mourning>, 신사동 룩인사이드 갤러리

첫눈에는 잘 꾸민 꽃 사진인 줄 알았다. 작품 앞에 서니 비로소 작가의 애틋한 주인공들이 보인다. 친정엄마가 쓰시던 장아찌 누름돌, 수세미, 고장 난 수전, 구겨진 포장지, 선물용 보자기, 다 쓴 종이컵…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은 생화가 아니라 잡지에서 발견한 종이꽃이다. 쓸모를 다했으나 차마 치우지 못한 물건들은 오리고 붙이고 매다는 작가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마지막 생명을 얻었다. 이 바니타스 정물화는 쉽게 버리고 쉽게 잊어버리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겉모습에만 현혹되지 말라는…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개인전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Mourning> 2024.1.5 - 1.22(매주 화요일 휴무) 아티스트 토크 : 1. 20(토) 오후 2시 Look-in-Side Gallery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detail)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연작(detail) 박미정, <보내야 하는 사물들을 위한 정물>, 룩인사이드갤러리, 2024 박미정...

2024.01.19
39
[어제 본 전시] 성남훈 30년 수상작 컬렉션 <7 Seconds>, 스페이스 22

SPACE 22 ART MARKET 성남훈 30년 수상작 컬렉션 <7 Seconds> 2023.11.2-11.28 스페이스 22 작가 노트 촌놈이 카메라를 한 대 메고 세상을 떠돌며 많은 공부를 하였다. 가는 곳마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고통과 슬픔 그리고 죽음이 무릎을 꺾어도 다시 몸을 일으켜 삶을 꾸리는 사람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가 욕망하는 삶과는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었고, 모르는 체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더 강한 인력으로 끌어당겼다. ' 7초 남았어 / 나 여기 존재하는 한 / 기다릴 거야' 그 ’7초'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진을 찍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이 나를 하나의 사진가로 또 한 사람으로 만들어 온 시간이었다. 노정이 힘들어 멈추고 싶을 때마다 등을 두드리듯이 상이 주어졌다. 한자리에 모아 7초를 반추한다. 먼 옛 시절의 노래가 그때인 양 귓전에 가득하다. 2023 가을 성남훈 유민의 땅 1991-2005 그의 무대는 세계의 분쟁지역과 가난과 소외의 땅이었다. 그의 사진은 지구촌 분쟁지역에서 혹은 기아에 허덕이는 땅에서 그리고 긴급하게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구호지역에서 마주치는 삶의 풍경이었다. 사진의 프레임은 그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보게 한다. 희망과 사랑의 모습이다. 성남훈, 연화 지정 시리즈 패 2007-2016 돌아갈 고향이 없...

2023.11.21
23
[어제 본 전시] 권도연 개인전, <반짝반짝> 페리지 갤러리

모든 전시가 그러하지만 특히 권도연의 <반짝반짝> 시리즈는 직접 작품 앞에 서야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 흑백의 풍경 속에 반짝이는 야생의 눈들을 발견하려면 촘촘한 시선으로 사진을 응시하여야 한다. 그 눈빛에서 배어나오는 이야기는 대상을 더 오래 직관하게 만든다. 14 행주대교, 고라니, 잉크젯 프린트, 2023 14 Haengju Bridge, Water deer, inkjet print, 2023 권도연 개인전 <반짝반짝> 2023.10.6-11.25 페리지 갤러리 14 행주대교, 고라니, 잉크젯 프린트, 2023(detail) 14 Haengju Bridge, Water deer, inkjet print, 2023 작가 노트 (…)새벽별이 뜨면 나는 이곳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아카시아가 많았다. 초여름에는 그 냄새로 공기가 청결해진다.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면 폐 가장자리가 가볍게 어는 듯했다. 행주대교 아래에서 그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강을 걷다 분이를 만났다. 분이는 이곳을 좋아했다. 한강을 향해 부채꼴로 펼쳐진 콘크리트 둑을 올라가면 벚나무가 있었고 그것에 조명을 비추듯 가로등이 서 있었다. 봄이 되면 가로등 곁의 벚나무가 가장 먼저 개화했다. 꽃이 질 무렵의 밤엔 떨어지는 꽃잎들이 은백색으로 빛났다. 분이의 집에서는 그 광경이 다 보였다. 분이는 낮 동안 이곳에 머물다가 해가 지면 올림픽대교를 건너 강서습지에서 먹이 활동을...

2023.11.14
15
[어제 본 전시] 신디 셔먼 CINDY SHERMAN, <ON STAGE - PART Ⅱ>, 컬렉션 소장품 전시,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 청담동 전시 루트 추천(압구정 로데오역) 쾨닉 서울 -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 장디자인아트 - 피쿠스갤러리 - 호리아트스페이스 - 송은 (단, 폭염 주의^^) CINDY SHERMAN 신디 셔먼 <ON STAGE - PART Ⅱ> 온 스테이지 파트 Ⅱ Selected Works from the Collection 컬렉션 소장품 전시 2023.6.30-9.17 ESPACE LOUIS VUITTON SEOUL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UNTITLED FILM STILLS 1977-1980 젤라틴 실버 프린트 / Gelatin silver print Untitled Film Still #27 (Crying Girl) (1979): 37.7 × 42.8 cm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컬렉션 / Courtesy of the Foundation Lovis Vuitton, Paris 신디 셔먼이 작품 속 구축하는 가상 인물은 그녀가 영감을 얻는 주요 원천 중 하나인 영화 미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작가는 남장 변복과 사회적 정체성 탐구, 자아 재정립 등을 통해 여성상과 남성상의 전형에 관한 의문을 던지며, 영화 이외에도 미술사와 판타지 소설, 트랜스젠더 문화, 그리고 자신만의 상상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규정된 수많은 여성성을 해체하기에 이른다. 작품 <남성>과 같이 최근 신디 셔먼의 신작은 인스타그램 필터를 활용한 셀피(selfie)...

2023.07.31
69
[어제 본 전시] 사진전 <황규태: 다양 다색 60년>,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2월 <사진에 반하다>(부산 고은사진미술관), 6월 <황규태와 친구들>(분당 아트스페이스 J)에 이어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황규태: 다양 다색 60년>까지 올해 황규태 작가님 빅 3 전시 도장 깨기 성공이다. 특히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 큐레이팅이 아주 멋지다. 작가님 픽셀 사진들은 색이 화려하고 감각적이라 넓고 쾌적한 전시 공간에 놓이니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최근 몸이 좀 불편하시다는데... 어서 건강 회복하시길요~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광장의 미술품들 성동훈, <무식한 소 - 돈키호테>, 1996,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야외 광장 아르망 페르난데스, <수백만 마일>, 1989,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야외 관장 김인배, <늑대가 와도 무섭지 않아>, 2020,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야외 광장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황규태: 다양 다색 60년> 2023.4.25-10.8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황규태, Pixel, 2018, pigment print, ed 1/7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 황규태 작가(b.1938)는 1960년대 데뷔한 이래 언제나 실험 사진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시도들, 예를 들어 필름 태우기, 차용과 합성, 아날로그 몽타주, 다중 노출 등을 시도해 문제적 작가로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후 1980년대부터 시작된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몽타주, 콜라주, 합성 등의 다양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

2023.07.30
21
[어제 본 전시] 안웅철 사진전, <Are You Going With Me?>, 피쿠스갤러리

길 가다가 우연히 들어간 갤러리에서 공간과 작품이 딱 맞춤한 전시를 만났다. 초록색 커피 한 잔의 환대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 감각적인 컵은 전시장에 놓인 빨간색 의자, 안웅철 작가의 절제된 흑백 사진과 그럴 수 없이 어울렸다.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발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생도처유상수! 안웅철 사진전 Are You Going With Me? 2023.06.07 - 07.16 피쿠스 갤러리 + 여주미술관 안웅철 사진전, <Are You Going With Me?> 전시 전경, 피쿠스갤러리, 2023 귀로 듣는 음악과 눈으로 보는 사진은 분명 감각적으로 다른 포인트에 있는 예술이지만 많은 부분이 닮아 있기도 한데 그 다른 두 장르를 하나로 잇는 사진가가 있다면 어쩌면 사진가 안웅철을 첫 번째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안웅철은 오랫동안 음악가들을 촬영해왔고 음악가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 자신도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는 작업을 해왔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는 그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했으며 사진가 자신도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사진가가 세계적인 음반사인 ECM 레코드와의 작업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일이다. ECM 레코드는 클래식과 재즈라는 장르에서 음악 못지않게 아름다운 커버로 이슈가 되는 음반사이기 때문이다. 1969년 설립된 이래로 우리에게 키스 자렛, 펫 메서니 등에서 혁신...

2023.06.18
36
[교토그라피 2023] 조아나 슈말리 Joana Choumali, <하루의 첫 번째 빛 Alba'hian>, Ryosokuin Zen Temple

다다미가 깔린 교토의 오래된 절에서 아프리카를 만났다. 그림 같기도 또는 태피스트리 같기도 한 사진을 매개로 드러나는 두 공간의 경계가 나란히 아름다웠다. 눈이 아슴아슴한 작품 앞에서 문득 김춘수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조아나 슈말리가 매일 새벽 여명에 만난 대지와 사람들이 시가 된 까닭은 작가가 그렇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 꽃들은 홀씨처럼 퍼져 관람자의 마음마저 말랑하게 만든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교토그라피 2023 주 전시, Joana Choumali, <Alba'hian> 료쇼쿠인 템플 전시 전경 교토그라피 2023 주 전시 조아나 슈말리 Joana Choumali <하루의 첫 번째 빛 Alba'hian> 2023.04.15 - 05.14 Ryosokuin Zen Temple Joana Choumali, <Alba'hian> 료쇼쿠인 템플 전시 전경, 2023 FACE EVERYTHING AND RISE(마주하고 일어서기) 'Alba‘hian(알바히안)'은 아그니어(코트디부아르의 아칸계 민족 언어)로 '하루의 첫 번째 빛' ‘새벽에 비치는 태양빛’을 의미한다. 매일 아침 Joana Choumali는 새벽에 일어나 산책한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대지와 건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슈말리의 하루는 시작된다. 아침의 빛이 물질세계의 모습을 서서히 밝히는 것처럼 작가...

2023.06.06
48
[교토그라피 2023] 마츠무라 가즈히코 Kazuhiko Matsumura, <마음의 끈 心の糸 Heartstrings>, Hachiku-an

오래된 집에 고인 시간과 사진 속 이미지들이 살아온 시간이 나란히 흐른다. 2022년 KG + SELECT 수상작인 마츠무라 가즈히코의 전시 역시 공간 큐레이팅이 탁월했다. 늙는다는 것, 병에 걸린다는 것, 특히 그 증상이 자기를 점점 잃어버리는 치매를 각오하기는 쉽지 않다. 마츠무라가 치매 환자와 가족을 찍은 사진과 인터뷰는 어떤 해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시 덕분에 대책없이 회피하던 주제에 대해 진지한 마음이 생겼다. 좋은 작품이 지닌 선한 영향력이다. 교토그라피 인포메이션 센터 전경 Kyotographie 2023 KG+ Select 2022 Winner Kazuhiko Matsumura 松村和彦, <Heartstrings 心の糸> 2023.4.15-5.14 Hachiku-an 교토그라피 2023가 열린 100년이 넘은 교토 전통 가옥 Hachiku-an 전경 Kazuhiko Matsumura, <Heartstrings> 전시 서문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인구의 28.9%가 노인이며, 2025년엔 노인의 1/5인 700만 명이 치매에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치매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치매의 증상이 어떠한 것들인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2017년 포토저널리스트 마츠무라 가즈히코는 치매 환자 및 가족, 친구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삶의 변화를 카메라로 포착하였다. 100년이...

2023.06.02
29
[교토그라피 2023] 주 전시 : 조아나 슈말리(Joana Choumali)_ 교토-아비장(Kyoto - Abidjan), 데마치 마스가타 쇼핑 아케이드

슈말리의 사진은 이번 교토그라피의 주제인 ‘경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시장 사람들을 찍은 사진 작업은 많다.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포토페어가 열릴 때마다 시장 통로가 전시장이 되고 천정에는 현수막처럼 대형 사진이 펄럭인다. 코트디부아르 슈말리의 작업도 큰 틀은 기존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이방의 장소 교토 데마치 마스가타 시장과 그의 고향인 아비장 시장 사람들을 이은 알록달록한 색실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우리 눈앞에 뚜렷하게 드러내어 한순간에 허물어 버린다. 청실홍실 같은 민담처럼 실이나 끈은 흔히 관계, 인연을 의미한다. 이렇게 <교토- 아비장>은 일상적인 오브제를 사용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확장한다. *료슈칸에서 전시된 그의 다른 작업인 <Alba’hian(새벽에 빛나는 태양의 빛)>은 포토페어 아트상품의 이미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Kyotographie 2023 주 전시 작가 : 조아나 슈말리(Joana Choumali), 제목 : 교토-아비장(Kyoto - Abidjan) 기획 : Maria Pia Bernardoni 전시 기간 : 2023.4.15-5.14 장소: 데마치 마스가타 쇼핑 아케이드 조아나 슈말리, <교토-아비장> 전시 전경, DELTA/ KYOTOGRAPIE Permanent Space @데마치 마스가타 쇼핑 아카이드 Demachi Masug...

2023.05.29
49
[교토그라피 2023] Paolo Woods& Arnaud Robert, <행복한 알약Happy Pills> 프로젝트

전시는 작업의 주제만큼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하다. 이번 교토그라피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도시 곳곳의 다양한 공간을 주제가 돋보이는 최적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약의 세상으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까? 전시 공간에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 중복된 입술 이미지와 아프리카 니제르 땅에 폐기되어 버려진 알약 껍질들이 가득하다. 감상자가 온몸으로 주제에 빠져들도록 하는 탁월한 큐레이팅이다. 사진작가와 저널리스트인 파올로 우즈와 아르노 로베르가 5년의 공을 들인 프로젝트 <Happy Pills>는 가히 다큐멘터리 작업의 정석이라 하고 싶다. 두 작가는 인간이 희망하는 드높은 관념의 상태를 약이란 물성으로 파보기로 작정한 것 같다. 이들의 작업은 첫째, 사회적, 통계적 조사 및 월드 와이드하고 꼼꼼한 취재가 수반되어 있다. 둘째, 두 작가가 탐색한 나라별로 약과 행복의 관계가 지역적인 차별점을 드러내 보여준다. 셋째, 전시의 각 섹션은 그 자체로 완결된 스토리이다. 예를 들어 존엄한 죽음의 권리를 주장하며 조력사를 선택한 프랑스 저널리스트 루이 베리어트를 촬영한 작업은 하나의 이야기만으로도 <Happy Pills>의 주제를 깊이 되새기게 한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 전시 덕분에 무릇 작가의 자세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배운다. 교토그라피 2023 Kyotog...

2023.05.27
42
[교토그라피 2023] Marble Poblet Exhibition <Where Oceans meet>, The Museum of Kyoto

사진으로 이런 작업도 되는구나! 교토그라피는 한마디로 어메이징했다. 예술로서 사진을 좋아하지만 그 위상이 좁은 방안에 갇혀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서면 이미지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사진이 잘게 조각나 있다. 파편화된 이미지가 색으로 재분류되어 이전의 형상과 전혀 다른 심상을 그린다. 맞은편 거울에 작품이 되비치도록 설치된 전시장은 감상자의 개입(walk- through)을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문다. 쿠바 작가 마벨 포블렛(b.1986)의 전시는 사진이라기 보다 다원예술에 가까와 보인다. So What? 사진에서 출발했다면 그건 사진 예술인 것이다. 이번 교토그라피에서 배운 사실이다. <Where Oceans Meet> Marble Poblet Exhibition 2023.4.15 - 5.14 Presented by Chanel Nexus Hall 교토문화박물관 'WHERE OCEANS MEET(바다가 만나는 곳)'은 생사의 노래, 바닷바람의 노래, 애증의 노래, 희비의 노래, 눈물과 탄식의 노래, 평온과 회오리바람의 노래입니다. 생각과 감정의 속삭임이 추리와 자기반성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말하고 외치는 것이 바로 "침묵"입니다. 바다가 만나는 곳은 존재의 무상함 동시에 영원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흐르는 물처럼 만지면서도 만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시간의 "덧없음“에 바치는 경의입...

2023.05.22
72
[어제 본 전시] 개방 수방고 <디지털 스토리: 이야기가 필요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한국 현대사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청주에 가시면 꼭!!! <디지털 스토리: 이야기가 필요해> 2022.11.22-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3층 개방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개방수장고를 통해 소장작품의 보관환경과 시설을 관람객과 공유한다. <디지털 스토리 : 이야기가 필요해>는 사진과 영상, 설치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기존 회화, 조각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방식을 통해 현대미술의 주요한 부문으로서의 특성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스토리 : 이야기가 필요해>는 영상, 설치 등 미디어를 활용하고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된 다양한 연출 방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세 개의 소주제로 나누었다. 즉, 관람객들은 디지털 소프트웨어로 제작된 영상, 음성, 사운드, 텍스트, 애니메이션, 사진 등을 통해 다양하게 작품들을 관람하고 그 속에 스며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전시 서문 인용 1부 이미지퍼즐 Image Puzzle 1부에서는 포토콜라주(photocollage), 동영상 콜라주, 오브제를 조합하여 만든 설치작품 등 퍼즐 형태의 다양한 이미지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승훈, 홍성도, 유정민 등의 작품들은 사진 매체를 이용한 공간과 평면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서로 연결하여 여러 시선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보여주거나, 장소와 시간을 달리하여 구성하며 다중시점으로 작품을 보여준다. 또한 실재하는 사물 또는 동물...

2023.05.08
31
[어제 본 전시] 한금선 사진전,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사진은 언어가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을 직관적으로 캡처하나, 한편 그 해석을 위해서는 결국 말에 기대게 된다. 즉 한정된 사고 내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보듬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금선 작가의 전시를 보면서 사진과 글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박혜진 문학 평론가가 쓴 이번 전시 서문은 보완적이라기 보다 일종의 공동 작업처럼 보인다. 경계를 허무는 이런 시도 좋다.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 한금선 사진전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2023.05.03 - 05.30 스페이스 22 목은 언어를 잃어버렸다 침묵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소극적 증언조차 힘들다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detail)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detail) 하늘과 빛과 집과 사진 (…) 한금선의 사진들은 침묵하는 입처럼 결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봉쇄된 수도원이나 봉쇄된 성처럼 굳게 닫힌 문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은 굳건하게 침묵하는 형상이다. 그러나 이내 나는 이 사진들의 말 없음이 부재의 침묵이 아니라 초월의 침묵이라...

2023.05.05
61
[어제 본 전시] 강홍구 개인전, <무인도와 유인도 - 신안바다 Ⅱ>, 사비나미술관

어떤 대상을 오래 지켜본다는 것은 그(그것)을 어쩔 수 없이 애정 한다는 뜻이다. 강홍구 작가가 자신의 고향 섬을 떠났다가 되돌아갔던 17년의 기록은 곧 예술 연애편지이다. 작년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시작된 신안 바다 이야기는 올해 3월부터 4월 사비나미술관 기획전으로 이어지는데 전시장 3개 층을 가득 채울 만큼 방대하다. 무엇보다 강홍구 작가님의 신안 여정에 부분이나마 한 다리 걸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렇게 사심 가득한 소감이 아닌 제대로 된 작품 해석을 원한다면 이번 주 토요일 아티스트 토크에서 강홍구 작가를 직접 만나보시길 권한다. (아래 예약 링크 참고하세요) 만재도 3 036, 피그먼트 프린트 200x140cm, 2020 강홍구 <무인도와 유인도 - 신안바다 Ⅱ> 2023.3.7 - 4.23 사비나미술관 ★유료 전시입니다. 압해 1 001 Abhae 1 001 피그먼트 프린트, 53x300cm, 2019 어의도 3 014 Eouido 3014 피그먼트 프린트, 112x100cm, 2013 임자도 1 009 Imjado 1 009 피그먼트 프린트, 40x50cm, 2017 (중앙) 병풍도 3 004 Byeongpungdo 3 004 피그먼트 프린트, 100x220cm, 2017 증도 1 009 Jeungdo 1 009 피그먼트 프린트, 40x70cm, 2017 강홍구 <무인도와 유인도- 신안바다 2> 2층 전시 전경, 사비나...

2023.04.11
35
[어제 본 전시] 김용훈 사진전 <빛이 어둠에 비치되>, 스페이스 22

빛이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고의 흔적들. 전시 이틀째인데 벌써 빨간 스티커가 꽤 많이 붙어 있다. 마치 그림인양 교묘한 사진의 질감을 온전히 느끼려면 직접 보아야 한다. 사진은 검프린트가 아닌 피그먼트 프린트이다. 그러나부디, 110x135, pigment print, 2022(detail) 김용훈 사진전 <빛이 어둠에 비치고> 2023.4.5 - 4.28 스페이스22 그러니부디, 51x61cm, pigment print, 2022 그러나부디, 110x135, pigment print, 2022 <사계>, <고색창연>, <시간의 온도>, <그러니 부디> 연작들로 구성된 전시<<빛이 어둠에 비치되>>는 각기 다양하게 구현된 작업 이미지 결과물일 수 있지만 줄곧 지속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인 시간에 대한 감정'과 더불어 모든 작업에 등장하는 '빛'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전시제목으로 인용한 영화 미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요한복음 1장 5절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에 되새겨진 여운을 표현하기 위해 평범한 일상 속 소재들을 나의 감성이 투영된 빛과 색감 그리고 구성 (Composition)으로 개념을 시각화하여 단순성의 미학적 긴장감과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움직임, 마음의 빛을 일으키는 작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용훈 작가 노트 시간의 온도, 135×110cm. pigment print, 2021 시간의 ...

2023.04.07
22
[어제 본 전시] 정윤순 사진전 <Me, Sailing>, 스페이스22

사고 난 도로, 홍수, 거대한 크레파스, 어두운 터널, 초고층 빌딩의 벽면, 가슴까지 차오른 강물 그리고 그 속의 거추장스러운 양복 차림의 한 남자는 정윤순 작가이다. 화면 가득 퍼져있는 불안한 기운이 마냥 절망스럽지 않은 것은 주인공의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의연한 자세 때문이다. 그의 공들인 사진을 찬찬히 바라보노라면 그 위에 오버랩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인생의 의미란 살아남는 것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정윤순, Car Accident 1/12, digital pigment print, 2023 <Me, Sailing> 정윤순 Yunsoon Jeong 2023.03.03~03.30 스페이스 22 정윤순은 죽음의 경계에 이르는 교통사고의 체험과 경험이 <Self-Portrait>의 연속된 작업으로 이어져서 그가 겪은 상처와 흔적들이 기록이 아닌 그의 내면을 극복하기 위한 몸짓이나 삶을 향한 뜨거운 열망의 보고서이다. 그의 절망과 고통스러운 경험은 작업 과정의 중심에 있으며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육체의 고통과 정신의 외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자 퍼포먼스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나의 작품은 살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은유한 것이다" 라고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캐스팅해서 무대 위에서 극복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_전시 해설 인용 Yunsoon Jeong,...

2023.03.29
64
[어제 본 전시]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전, Ralph Gibson, <The Black Trilogy>

배워도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랄프 깁슨의 사진은, 아니 그의 미적 감각은 그런 종류이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전, Ralph Gibson, <The Black Trilogy>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전 Ralph Gibson, <블랙 3부작 The Black Trilogy> 2022.10.1 - 2023. 3. 31 Deja-Vu(데자뷰)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

2023.03.12
60
[어제 본 전시]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 사진전, 김정일, 김재경, 임정의, 최봉림, 서울대학교미술관

“당신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최근 나를 당황시켰던 질문이다. 지난해 두산아트랩 선정 연극 ‘한남3구역’ 남선희 연출가의 새 프로젝트 ‘월간연극’ 창간식 행사에서였다. 새로울 것도 없는 물음을 앞에 두고 머릿속은 엉키고 결국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움직인다. 사라지고, 살아지는 것은 같은 선상에 있다.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 서울대학교미술관, 2023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사진전 김정일, 김재경, 임정의, 최봉림 2023. 01.13 - 03. 05 서울대학교미술관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 서울대학교미술관, 2023 최봉림의 카메라에 담긴 상도동에서 봉천동으로 이어지는 달동네 능선에서 이-푸 투안이 사막에서 가졌던 것과 같은 것을 느낍니다. 사람에게 정과 사랑의 대상이자 기쁨과 확실성의 원천이 되는 삶의 터전으로서 공간에 대한 장소애(場所愛), 곧 토포필리아(Topophilia) 말입니다. 임정의는 “나의 삶 이상으로 이웃의 삶을 바라보는 방법으로서의 사진”을 선언합니다. 그 이웃이 겪게 될 운명이 김정일 사진의 미학적 막을 형성합니다. 1982년, 40여 개의 개발지구가 발표되던 그해, 미증유의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었고 빈부의 격차가 통제불능으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장소를 ‘누추한 환경’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로 잘못 계층화하고, 기억에서 삭제하는...

2023.03.04
38
[어제 본 전시] 윤정미 사진전 <소유와 관계>, 룩인사이드 갤러리

신사동 가로수길에 사진 문화공간이 새로 생겼다. 젊은 사진작가 알렉스 심(Alex Sim)이 운영하는 ‘룩인사이드’ 갤러리카페이다. 공간이 꽤 넓은데 1층 포토북카페와 2층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첫 전시로 1,2층에서 윤정미 작가 초대전이 진행 중이다. 카페에서는 사진 책 판매와 함께 커피와 차, 알코올 음료도 판매한다. 쇼케이스에 있던 청자 맥주를 눈여겨 봐두었다. 이제 막 생긴 가로수길의 작은 섬에 봄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많이 찾아주시길~^^ 상유와 상유의 핑크색 물건들, 뉴저지, 미국, 라이트젯 프린트, 2006 윤정미 초대전 <소유와 관계> 2023.02.01 - 03.06(월) 관람시간 09시 - 21시 Look-in-Side(룩인사이드) 갤러리 1,2F @hello_lookinside 상유와 상유의 파란색 물건들, 뉴저지, 미국, 라이트젯 프린트, 2009 기숙사 방 안의 상유, 뉴욕, 미국, 라이트젯 프린트, 2015 (왼쪽) 석미와 씽싱과 후추와 시로, 양평, (오른쪽) 경과 두부와 콩, 응암동 Light jet Print, 35 × 52.5cm, 2015(each) - 반려동물 윤정미 사진전, ‘반려동물’ 시리즈 전시 전경, 룩인사이드 갤러리 2F 몽이와 산책을 나가면, 주인과 같이 산책 나온 개들이 그 주인과 참 많이 닮은 것을 보고 재미있게 생각되었다. ’반려동물' 시리즈는 주인과 반려동물들이 ...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