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진전
422023.06.18
인플루언서 
하루
1,042공연전시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27
21
[어제 본 전시] 안웅철 사진전, <Are You Going With Me?>, 피쿠스갤러리

길 가다가 우연히 들어간 갤러리에서 공간과 작품이 딱 맞춤한 전시를 만났다. 초록색 커피 한 잔의 환대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 감각적인 컵은 전시장에 놓인 빨간색 의자, 안웅철 작가의 절제된 흑백 사진과 그럴 수 없이 어울렸다.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발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생도처유상수! 안웅철 사진전 Are You Going With Me? 2023.06.07 - 07.16 피쿠스 갤러리 + 여주미술관 안웅철 사진전, <Are You Going With Me?> 전시 전경, 피쿠스갤러리, 2023 귀로 듣는 음악과 눈으로 보는 사진은 분명 감각적으로 다른 포인트에 있는 예술이지만 많은 부분이 닮아 있기도 한데 그 다른 두 장르를 하나로 잇는 사진가가 있다면 어쩌면 사진가 안웅철을 첫 번째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안웅철은 오랫동안 음악가들을 촬영해왔고 음악가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 자신도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는 작업을 해왔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는 그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했으며 사진가 자신도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사진가가 세계적인 음반사인 ECM 레코드와의 작업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일이다. ECM 레코드는 클래식과 재즈라는 장르에서 음악 못지않게 아름다운 커버로 이슈가 되는 음반사이기 때문이다. 1969년 설립된 이래로 우리에게 키스 자렛, 펫 메서니 등에서 혁신...

2023.06.18
31
[어제 본 전시] 한금선 사진전,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사진은 언어가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을 직관적으로 캡처하나, 한편 그 해석을 위해서는 결국 말에 기대게 된다. 즉 한정된 사고 내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보듬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금선 작가의 전시를 보면서 사진과 글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박혜진 문학 평론가가 쓴 이번 전시 서문은 보완적이라기 보다 일종의 공동 작업처럼 보인다. 경계를 허무는 이런 시도 좋다.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 한금선 사진전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2023.05.03 - 05.30 스페이스 22 목은 언어를 잃어버렸다 침묵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소극적 증언조차 힘들다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detail)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 한금선,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스페이스 22, 2023(detail) 하늘과 빛과 집과 사진 (…) 한금선의 사진들은 침묵하는 입처럼 결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봉쇄된 수도원이나 봉쇄된 성처럼 굳게 닫힌 문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은 굳건하게 침묵하는 형상이다. 그러나 이내 나는 이 사진들의 말 없음이 부재의 침묵이 아니라 초월의 침묵이라...

2023.05.05
61
[어제 본 전시] 강홍구 개인전, <무인도와 유인도 - 신안바다 Ⅱ>, 사비나미술관

어떤 대상을 오래 지켜본다는 것은 그(그것)을 어쩔 수 없이 애정 한다는 뜻이다. 강홍구 작가가 자신의 고향 섬을 떠났다가 되돌아갔던 17년의 기록은 곧 예술 연애편지이다. 작년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시작된 신안 바다 이야기는 올해 3월부터 4월 사비나미술관 기획전으로 이어지는데 전시장 3개 층을 가득 채울 만큼 방대하다. 무엇보다 강홍구 작가님의 신안 여정에 부분이나마 한 다리 걸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렇게 사심 가득한 소감이 아닌 제대로 된 작품 해석을 원한다면 이번 주 토요일 아티스트 토크에서 강홍구 작가를 직접 만나보시길 권한다. (아래 예약 링크 참고하세요) 만재도 3 036, 피그먼트 프린트 200x140cm, 2020 강홍구 <무인도와 유인도 - 신안바다 Ⅱ> 2023.3.7 - 4.23 사비나미술관 ★유료 전시입니다. 압해 1 001 Abhae 1 001 피그먼트 프린트, 53x300cm, 2019 어의도 3 014 Eouido 3014 피그먼트 프린트, 112x100cm, 2013 임자도 1 009 Imjado 1 009 피그먼트 프린트, 40x50cm, 2017 (중앙) 병풍도 3 004 Byeongpungdo 3 004 피그먼트 프린트, 100x220cm, 2017 증도 1 009 Jeungdo 1 009 피그먼트 프린트, 40x70cm, 2017 강홍구 <무인도와 유인도- 신안바다 2> 2층 전시 전경, 사비나...

2023.04.11
35
[어제 본 전시] 김용훈 사진전 <빛이 어둠에 비치되>, 스페이스 22

빛이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고의 흔적들. 전시 이틀째인데 벌써 빨간 스티커가 꽤 많이 붙어 있다. 마치 그림인양 교묘한 사진의 질감을 온전히 느끼려면 직접 보아야 한다. 사진은 검프린트가 아닌 피그먼트 프린트이다. 그러나부디, 110x135, pigment print, 2022(detail) 김용훈 사진전 <빛이 어둠에 비치고> 2023.4.5 - 4.28 스페이스22 그러니부디, 51x61cm, pigment print, 2022 그러나부디, 110x135, pigment print, 2022 <사계>, <고색창연>, <시간의 온도>, <그러니 부디> 연작들로 구성된 전시<<빛이 어둠에 비치되>>는 각기 다양하게 구현된 작업 이미지 결과물일 수 있지만 줄곧 지속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인 시간에 대한 감정'과 더불어 모든 작업에 등장하는 '빛'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전시제목으로 인용한 영화 미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요한복음 1장 5절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에 되새겨진 여운을 표현하기 위해 평범한 일상 속 소재들을 나의 감성이 투영된 빛과 색감 그리고 구성 (Composition)으로 개념을 시각화하여 단순성의 미학적 긴장감과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움직임, 마음의 빛을 일으키는 작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용훈 작가 노트 시간의 온도, 135×110cm. pigment print, 2021 시간의 ...

2023.04.07
22
[어제 본 전시] 정윤순 사진전 <Me, Sailing>, 스페이스22

사고 난 도로, 홍수, 거대한 크레파스, 어두운 터널, 초고층 빌딩의 벽면, 가슴까지 차오른 강물 그리고 그 속의 거추장스러운 양복 차림의 한 남자는 정윤순 작가이다. 화면 가득 퍼져있는 불안한 기운이 마냥 절망스럽지 않은 것은 주인공의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의연한 자세 때문이다. 그의 공들인 사진을 찬찬히 바라보노라면 그 위에 오버랩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인생의 의미란 살아남는 것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정윤순, Car Accident 1/12, digital pigment print, 2023 <Me, Sailing> 정윤순 Yunsoon Jeong 2023.03.03~03.30 스페이스 22 정윤순은 죽음의 경계에 이르는 교통사고의 체험과 경험이 <Self-Portrait>의 연속된 작업으로 이어져서 그가 겪은 상처와 흔적들이 기록이 아닌 그의 내면을 극복하기 위한 몸짓이나 삶을 향한 뜨거운 열망의 보고서이다. 그의 절망과 고통스러운 경험은 작업 과정의 중심에 있으며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육체의 고통과 정신의 외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자 퍼포먼스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나의 작품은 살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은유한 것이다" 라고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캐스팅해서 무대 위에서 극복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_전시 해설 인용 Yunsoon Jeong,...

2023.03.29
21
[어제 본 전시] John Miller 존 밀러 <Imaginary Interventions 상상의 개입>, VSF 갤러리

잘 그린 그림은 사진 같다고 하고, 정교한 사진은 또 그림 같다고 한다. 회화는 사진의 감쪽같은 재현력을 부러워하고, 사진은 화가의 유일무이한 붓 터치를 질투한다. 존 밀러의 상상력은 진짜 예술이 그 어느 쪽도 아닌 틈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제 갈 길을 찾는 태도가 딱 내 취향이다. 그래서 내가 강홍구 작가님도 좋아하는 것일까? 작지만 존재감 있는 한남동 갤러리 VSF에서 전시는 다음주 주말까지. John Miller Melancholic Memory, 2022 Inkjet print and acrylic on canvas 29 7/8 x 38 3/4 In (78 x 101 cm) JMOO6 John Miller 존 밀러 <Imaginary Interventions 상상의 개입> 2023.1.7-2.25 VSF gallery John Miller Melancholic Memory, 2022(detail) Inkjet print and acrylic on canvas 29 7/8 x 38 3/4 In (78 x 101 cm) JMOO6 존 밀러(b.1954, 미국)의 <상상의 개입>은 베틀린 도심 전역에서 촬영한 특정한 장소들의 포토몽타주 모음이다. 작가가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촬영한 '사회적으로 생산된 장소'로 제시하는 공공장소의 아카이브인 <미들 오브 더 데이 Middle of th...

2023.02.12
91
[어제 본 전시]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Kiki Smith- Free Fall>, 서울시립미술관

일단 시작하면 쉽게 관둘 수 없고, 끝날 때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누군가 무엇인가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 같으나 결국은 일분일초의 순간이 다 내 의지였음을 알게 된다. 작은 시작 앞에서 또 명심한다. 올해엔 잘해보자. 미련이 남지 않도록...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Kiki Smith - Free Fall 2022.12.15 - 2023.03.12 서울시립미술관 <메두사), 2004 청동, 다이아몬드 조각, 172.7 × 50.8 × 30.5 cm 대구미술관 소장 작가 및 페이스 갤러리 제공 1994년에 제작된 작품 제목이기도 한 '자유낙하'는 스미스의 작품에 내재한 분출과 생동의 에너지를 의미하며, 여성 중심 서사를 넘어 범문화적인 초월 서사를 구사하는 작가의 지난 40여 년간의 방대한 작품 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으로 기능한다. 키키 스미스가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한 1980년대 미국은 에이즈, 임신중절 등을 둘러싼 이슈를 필두로 신체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는 시기였다. 이 당시 스미스는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까지 차례로 겪으면서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배경은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물리면서 스미스가 신체의 안과 밖을 집요하게 오가며 탐구하는 계기를 이룬다. 분절되고 파편화된 인체 표현과 더불어 생리혈, 땀, 눈물, 정액, 소변 등 신체 분비물과 배설물까지 가감 없이 다루...

2023.01.09
27
[어제 본 전시] <ICONS 아이콘-존재의 권리에 대한 사진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 KF갤러리

"이 세상에 남아돌거나 소외되어도 괜찮은 존재는 하나도 없다"_레오나르도 보프 신부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어떤 권리에 대한 재고.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The Mother 엄마 티나 Emma Svensson 엠마 스벤손 1100 X 1650 mm, 2016 ICONS 아이콘-존재의 권리에 대한 사진전 An Exhibition about the Right to exist 페르 요한손, 엠마 스벤손, KF갤러리 ICONS <아이콘-존재의 권리에 대한 사진전> An Exhibition about the Right to exist 2022.12.19-2023.2.9 KF갤러리 주최 : 한국국제교류재단 The Korea Foundation 주한스웨덴대사관 Embassy of Sweden in Seoul 포토그라피스카 사진박물관 Fotografiska 글라다후디크 극단 Glada Hudik Theater 페르 요한손(연출)/엠마 스벤손(사진)/헬레나 안데르손, 린다 산드베리(의상및 헤어 메이크업 디자인) The Winner Tuva-Lisa(승자 투바 리사) Emma Svensson 엠마 스벤손 1100 X 1650 mm, 2016 왕위상속자 임마누엘 Emma Svensson 엠마 스벤손 1100 X 1650 mm, 2016 여왕 로타 Emma Svensson 엠마 스벤손 1100 X 1650 mm, 2016 유명 인물, 즉 한 시대를 풍...

2022.12.24
33
[어제 본 전시] 이상윤 사진전, <성경 이야기_기호의 종말, 처음 이야기>, 스페이스 중학

완성도 높은 이미지로 관람자를 몰입케 했던 전시. 오브제의 구성방식, 용지와 액자의 선택, 전시 설치 등 모든 면에서 깐깐한 정교함이 느껴진다. 예술가라면 형식과 내용 어느 것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상윤, 엔틱 성경 시리즈 #1, 2021, Digital Inkjet Print(무광 디아섹) 60x60cm, Ed. 1/5 이상윤 초대전 <성경이야기_기호의 종말, 처음 이야기> 2022.11.9-11.30 스페이스 중학 엔틱 성경 시리즈 #2 2021, Digital Inkjet Print(무광 디아섹) 60x60cm, Ed. 1/5 '기호의 종말 첫 이야기 [성경을 그리다」 '는 기호로서의 성경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한 시도이다. 모든 미디어의 본질은 기록성을 바탕으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에 따라 그런 기록성은 변화•왜곡되기 마련이다. 나는 성경책을 통해 인간이 자신들의 욕망을 어떻게 다스렸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첫 번째 작업은, 시간의 역사를 켜켜이 간직한 오래된 성경책을 통해, 그것을 만들면서 또 사용하면서 드러난 신앙의 흔적을 기록하려 한 것이다. 두 번째 작업은, 필사본 성경을 통해 인간의 간절한 바람과 나약함에 대한 극복, 절대자를 향한 정성과 지향을 찾아보려 하였다. 세 번째는 물 시리즈다. 물은 우리의 그릇된 욕망을 품기도 하지만 뱉어 내기도 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이 작업을...

2022.11.22
36
[어제 본 전시] 두산갤러리 기획전 <물거품, 휘파람>_김지영, 박세진, 박주연, 성낙희, 오가영, 이승애, 조효리, 두산갤러리

올해 두산아트스쿨 미술 강좌가 달콤폭신한 케이크로 삶의 기쁨을 그린 미국 화가 웨인 티보(Wayne Thiebaud)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강의를 주최하는 두산아트센터는 나의 미술 사랑에 든든한 후원자이다. 두산연강재단 아트 교육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매년 미술 전문가의 수준높은 예술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모든 프로그램들은 워낙 인기가 높아 순식간에 마감되므로 동작이 빨라야 한다. <컬렉터가 사랑한 세기의 작품들> 두 번째 순서였던 이번 강의는 크리스티 정윤아 스페셜리스트가 꼽은 핫한 작가 싸이 톰블리, 폰타나, 에드 루샤, 자코메티 등 총 5명의 주요 작품 세계를 다루었다. 수업 내용은 작품 감상에 초점을 맞춰 미술 초심자가 듣기에도 부담없어 좋았다. 자코메티의 대표 작품인 <L'Homme au doigt>(1947) 경매가가 1,500여억원을 호가했다지? 현업에 있는 전문가가 들려주는 미술 시장 얘기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미술을 사랑하는데 필요한 것은 학문적인 지식보다 즐기는 마음이라니 안심이지 뭔가! 두산아트센터 1층, 한동안 비어있던 갤러리에 새 전시가 시작되었다. 조용하고 쾌적한 전시실 하얀 바탕에 놓인 그림과 영상들은 전시 제목 <물거품, 휘파람>처럼 뭔가 명상의 기운을 풍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 시선을 맞추고 오래 응시하도록 기획했다고 한다. 몸에 밴 관성을 거스...

2022.11.18
30
[어제 본 전시] 원성원 개인전, <모두의 빙점>, 뮤지엄한미 삼청(MoPS)

나는 얼음인가? 아니면 물인가? 원성원 개인전,뮤지엄한미 삼청별관 원성원 개인전 <<모두의 빙점>> 2022.11.18-2023.1.29 뮤지엄한미 삼청(MoPS) 가끔 우월한 언덕 앞에 서게 된다. 바람에 흔들릴 것 하나 없이 깨끗하고 차가운 이성의 언덕. 어떠한 여지도 없을 것 같은 이 얼음 앞에 서면 나는 소심해진다. 앞으로 다가가야 하나, 되돌아가야 하나. 조금 위치를 바꾸어 바람을 찾아본다. 미세한 바람에 움직이는 풀과 바람 없이도 방향을 타는 은발의 흔들림이 보인다. 보이지 않던 원래 있었던 풀들이 낮은 곳으로 내려와 연약한 모습을 보여 준다. 우월감을 낮추고 조금 친절해 지기로 한 걸까. 이제 가볍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 얼음은 부드러워져 있다. 원성원, <모두의 빙점> 작가 노트 우월한 언덕 Lofty Hill C-print, 221×177cm, 2022 우월한 언덕 Lofty Hill (detail) 우월한 언덕 Lofty Hill (detail) 바람을 타는 본심 Tree Heart Riding the Wind C-print, 221×135cm, 2022 바람을 타는 본심 Tree Heart Riding the Wind (detail) 바람을 타는 본심 Tree Heart Riding the Wind (detail) 원래 있었던 풀 The Original Grass C-print, 221×177cm, 2022 전시...

2022.11.21
44
[어제 본 전시]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스페이스 22

내게 최광호 선생님은 진달래꽃 소년이다. 처음 작가님을 뵈었을 때 평창 다수리에 만발했던 분홍색 봄을 선물로 주셨다. 이후에도 몇몇 귀한 만남에 진달래 꽃가지를 들고 나타나셨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최광호의 삶은 변함없이 꽃과 자연, 그리고 몸 자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뜨겁고 격렬하고 야생적이고 충동적이고 원초적 생명력을 강하게 내뿜는 인간"(스승 육명심) 최광호의 예술 세계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선생님. 전시 축하드립니다. 평창 다수리 축제에서 최광호 작가와 팬들, 2015년 최광호 작가가 최영귀 작가 전시 축하로 선물한 진달래꽃, 2020년 전시 오프닝에서 최광호 작가, 2022년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스페이스22, 2022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스페이스22, 2022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2022.11.02 - 11.29 SPACE 22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스페이스22, 2022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스페이스22, 2022 최광호 사진전 <감광세계>, 스페이스22, 2022 최광호, Self-photogram-Body 몸 중심 사진 최광호의 사진은 필연적으로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내가 나의 몸이다"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몸과 영혼을 이원론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의식도 몸의 한 모습임을 의미한다. 가족사진에서 최광호가 삶을 마감하는 가족의 몸의 '표피'에 천착한 것도 ...

2022.11.07
47
[어제 본 전시] 스위스 한옥과 Spaceless 전시, 주한 스위스 대사관

청명하고 햇살 좋은 가을날 특별한 전시가 열리는 스위스 대사관을 찾았다. 내가 알던 동네인데 길은 그 길이 아니었다. 2019년 새로 지은 대사관 건물은 독립문역 근처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해 있다. 길은 이곳에서 딜쿠샤, 홍난파 가옥, 돈의문 박물관 마을과 서울역사박물관으로 통한다. 눈부시게 흰빛을 받고 있는 콘크리트 외벽은 나무 문양 결을 지니고, 건물에서 뻗어 나온 처마는 한옥의 기와를 연상시킨다. 군데군데 드리운 쇠줄 끝에 고드렛 돌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비정형의 도랑이 작은 물길로 뻗어있다. 외양에서 짐작되는 바 같이 주한 스위스 대사관 새 건물의 또 다른 이름은 '스위스 한옥'이다. 건축이란 몸의 확장된 해석 또는 열망의 발현이 아닐까.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는 한국과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 출신의 젊은 사진작가 8명이 각자의 예술적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와 공간의 변화를 담고 있다. 윤태준 Taejun Yun, Ascent, 2022 <Spaceless>, 주한 스위스 대사관, 2022 <spaceless> 참여 작가; 플로리안 아모저, 알렉산드라 도텔, 정영호, 정지현, 김도영, 마고 스파크, 유네스 클로슈, 윤태준 2022년 10월 22일 - 11월 6일 주한 스위스 대사관 김도영 Doyoung Kim, 80g, 2022 플로리안 아모저 Florian Amoser, Aporetic Spectacle, 2...

2022.11.06
38
[어제 본 전시] 이지혜 사진전, <거울 속에 앵무새 A Parrot in the Mirror>, KP 갤러리

생각해보면 죽음이 무서운 건 아니다. 언젠가 닥칠 망각의 시간이 걱정될 뿐이다. 기억이 끝날 지점을 상상한다. 그 경계선을 이지혜 작가의 사진에서 본다. 약간 안심이 된다. 두려움을 드러내 버리면 이렇게 명랑해질 수도 있겠다. 더구나 "우리는 점 위의 점 위의 점 이다." 라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천문학자)의 선언 앞에서는 삶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 <거울 속에 앵무새 A Parrot in the Mirror>, 이지혜 사진전, KP Gallery, 2022 이지혜 개인전 <거울 속에 앵무새 A Parrot in the Mirror> 2022.09.14-09.24 KP 갤러리 <거울 속에 앵무새 A Parrot in the Mirror>, 이지혜 사진전, KP Gallery, 2022 A Parrot in the Mirror 거울 속에 앵무새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는 일상의 신체적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착한 어린아이와 같았다. 아버지는 관심과 사랑으로 당신을 돌볼 기회를 자식들에게 선물로 주셨고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기억이 엉켜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계시다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의 기억과 알츠하이머로 인해 굴절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 존엄에 대한 물음들을 갖게 하였다. 흐려지는 기억들 속에서 자...

2022.09.20
47
[어제 본 전시] 다큐멘터리 사진전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by MYOP_ 고은사진미술관 x KT&G 상상마당 해외교류전

'보이는 건 뭐든지 다 찍어 버릴테다.'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때였다. 돌고 돌아서 이제는 알게 되었다. 사진은 어떤 시선의 증거물이라는 사실을. 결국 삶은 현실과 인식 그 사이에서 벌어진다. ⭐️ 고은사진미술관과 KT&G 상상마당이 함께하는 해외교류전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The Map Is Not The Territory> 스테판 라구트(Stephane Lagoutte), 에드 알콕(Ed Alcock), 줄리앙 페브렐(Julien Pebrel), 알랭 켈레(Alain Keler), 피에르 이브르(Pierre Hybre), 기욤 비네(Guillaume binet) 2022.7.9 - 8.23 KT&G 상상마당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The Map is not the territory."는 알프레드 코르집스키(Alfred Korzbyxki)가 1930년대 초에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처음 쓴 표현이다. 프랑스 사진가 집단 MYOP*의 구성원들은 이 차이를 기본 모티프로 삼고 있다. 사진가들은 작업 내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피로한 눈과 잘못된 기억을 초월해 있는 실제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의 차이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기욤 비네 Guillaume binet는 가족과 함께 미국의 위대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쫓는 문학 여행을 떠난다. 피에르 이브르 Pierre Hybre는 번잡한 현대 생활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연...

2022.08.12
63
[어제 본 전시] 컬러 픽쳐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나의 첫 컬러 사진은 아마 초등학교(나는 국민학교 세대이다.) 졸업사진일 거다. 학교 운동장에서 찍은 기념사진에 몸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고 엄마와 내 머리 정수리 부분이 뭉툭 잘려있다. 아버지는 사진을 참 못 찍으셨다. 알록달록한 꽃다발, 엄마의 낙타색 코트, 내 빨간색 새 옷... 서투른 프레임과 상관없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긴 색들이 그날의 기억을 살아움직이게 했다. 이렇듯 사진에서 컬러가 주는 효과는 더 생생한 실재 감각일 것이다. 한편 마일드 알드리지의 컬러는 너무 리얼해서 비현실적이다. 사진의 강렬한 색깔이 망막 안쪽까지 깊숙하게 파고든다.그의 작업 저변에는 패션 사진작가로서의 화려한 경력이 깔려 있다. 대표작 House Works을 비롯해 다양한 시리즈는 정교하게 의도된 보색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눈이 멀 것 같은 색 대비 속에 형태미는 극대화된다. 셔터를 누르는 손에 따라 세상은 이렇게 달라 보일 수도 있다. 마일드 알드리지, 3-D, 2010, Chromogenic print 컬러 픽쳐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 Miles Aldridge Colour Pictures 2000-2022 2022년 5월 4일 - 8월 28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 이벤트 마일드 알드리지 Section 1. 드라마 Drama #1980년대영화풍 #스크린프린트 #실크스크린 #컬러사진 #C프린트 #영화처럼 마일...

2022.07.22
31
[어제 본 전시] 캐서린 오피 Catherine Opie 사진전, <To Your Shore From My Shore And Back Again>, 리만 머핀 서울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입당한 원칙이 있다. 그건 사진에는 뺄셈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카메라 렌즈는 우리 눈처럼 보이는 것들로부터 보고자 하는 대상을 저절로 걸러주지 않는다. 캐서린 오피의 대표 작업인 소수자 초상 연작은 배경을 단순화하고, 정보를 지움으로써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한다. 작가의 또 다른 연작 바다 풍경은 어떤 충고를 떠올리게 한다. 1장의 사진은 실수이고 100장의 같은 사진은 스타일이 된다는 말이다. 사진은 표현 매체일 뿐이고, 작가의 정제된 의도만이 작품이 된다. Catherine Opie, Pig Pen, 1993, Chromogenic print, 106.68x81.28x5.08cm, ed. 7/8 with 2AP Catherine Opie <<To Your Shore From My Shore And Back Again>> 나의 해안에서 당신의 해안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2022. 6.30- 8.20 리만머핀 서울 *캐서린 오피(b.1961) 미국 사진작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미술학부 교수 학과장. 1990년대 미국 내 다양한 공동체와 풍경, 인물 초상, 미국 하위문화를 주제로 한 사진 작업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Catherine Opie, Skeeter, 1993, Chromogenic print, 106.68x81.28x5.08cm, ed. 7/8 with 2AP ...

2022.07.15
35
[어제 본 전시] 노순택, <검은 깃털>, 학고재갤러리

그의 발표를 기다린 것 같다. 노순택 만큼 현실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통해 미학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검은 깃털>은 이전 작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묶어낸 작업이다. 고양이, 새, 파리, 지네, DMZ 철책과 마른 덤불, 군인과 연설 중인 정치가 등 공통 분모가 없을 듯한 대상들이 검은 실루엣으로 질문을 던진다. 농담 없는 사진, 역광 사진은 진부할까. <검은 깃털 #CGK1001>, 2016,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08x162cm,108x72cm,ed. 1/9_키갈리 노순택, 검은 깃털 NOH SUNTAG, Shades of Furs 2022.06.22 - 07.17 학고재 갤러리 <검은 깃털 #CGK1001>, 2016(디테일) <검은 깃털 #CIJ1001>, 2018,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54x81cm, ed. 1/9_남풍리 <검은 깃털 #CIJ1001>, 2018,(detail) <검은 깃털 #DAJ2201>, 2020,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81x54cmx2,ed. 1/9_남풍리 <검은 깃털 #CJF5001>, 2019,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81x54cmx3, ed. 1/9_화천 15사단GP (오른쪽)<검은 깃털 #CIF1601>, 2018,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62x108cm, ed. 1/9_바르샤바 (왼쪽)<검은 깃털 #CHL0401...

2022.07.03
31
[어제 본 전시] 임재천 사진전, <50+1, 2021 서울특별시>, 스페이스22

<50+1> 프로젝트는 임재천 작가가 대한민국 6개 도와 3개 시를 400명의 후원자와 함께 8차례에 걸쳐 사진으로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매 프로젝트 마다 작가는 50인의 후원금을 받아 테마 작업을 수행한다. 전시 <50+1, 2021 서울특별시>는 2015년 제주도 전시를 처음으로 강원도, 부산광역시, 전라도 이후 5번째 순서에 해당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4월부터 1년 간 임재천 작가가 발견하고 기록한 50점의 서울특별시의 풍경과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전시 방식 또한 특별한데, 전시된 작품은 작가가 고른 150장의 A 컷 중에서 50명의 후원자가 각각 소장하고 싶은 사진을 한 장씩 선택한 것들이다. 전시가 끝나면 해당 사진은 1/9 에디션으로 후원자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예술가와 후원자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점에서 축하할 만한 전시이다. 회현동 1가, 2021. 11 임재천 사진전 <50+1, 2021 서울특별시> 2022.6.16-6.29 스페이스22 회현동. 2021.4 영등포구 당산동, 2021. 6 임재천, <50+1, 2021 서울특별시> 전시 전경, 스페이스22, 2022 중구 봉래동2가 서울역 광장, 2021. 6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장, 2022. 1 도봉구 도봉동 무수골 2021. 9 용산구 한남동, 2022. 3 종로구 장사동, 2021. 7 서대문구 봉원동 봉원사, 2021. 4 종로구...

2022.06.28
49
[어제 본 전시] 강홍구 개인전, <신안 바다 - 뻘, 모래, 바람>, 원앤제이 갤러리

코로나가 오기 전 6년쯤 일년에 두 번씩 강홍구 선생님과 신안 섬여행을 갔다. 선생님은 작업하시고, 구경꾼은 랄랄라 따라다녔다. 숙제 없는 방학처럼 그냥 신나고 행복했다. 예술이라는 백일몽은 잠들지 않아도 볼 수 있으며, 혼자만 꾸지 않고 여럿이 공유할 수 있다고 했던가. (책장을 번지다, 예술을 읽다' 심보선, 이상길) 홍도, 증도, 임자도, 가거도, 만재도, 추포도, 압해도... 갤러리 벽에 걸린 섬 사이를 거닐면서 그때 곁에서 꾼 꿈을 떠올린다. 선생님의 섬 작업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년의 시간이 곰삭아서 강홍구의 신안이 탄생했다. 사진이되 사진이 아니고, 드로잉인 듯 회화가 아닌 선생님의 작품은 늘 그렇듯이 그 앞에 서야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 <신안바다 - 뻘, 모래, 바람>에 이어질 2부 신안 사람들과 3부 동영상에 대한 기대로 사뭇 설렌다. 강홍구, <신안 바다-뻘, 모래, 바람>, 원앤제이 갤러리, 2022 <<신안 바다-뻘, 모래, 바람>> 강홍구 Honggoo Kang 2022.6.16 - 7. 24 원앤제이 갤러리 <신안 전도>, 2022. 천 위에 아크릴, 260x280cm. 신안군 전도. 지도 정확성은 높지 않음 신안 바다: Deja vu via Jamais vu 72곳의 유인도, 무인도 953곳 모두 합쳐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전라남도 신안군은 2개의 읍과...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