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회사에서 상품권이 또 나왔다. 그걸로 장을 보는데, 토스트를 간식으로 싸주면 좋을 것 같았다. 양배추 계란 토스트 소요시간 :: 10분 제일 먼저 계란물을 만들고, 양배추를 송송 썰어 넣었다. 텐텐씨는 굳이 양배추를 안 넣어도 된단다. 그래도 몸에 건강한 게 좋지 않나? 남편 말 무시하고 요리사 마음대로 넣는다. 토스트 7개를 싸야 해서 계란은 8알 풀었다. 다원이가 계란을 탁- 깨고 넣고, 깨고 넣고. 소금 간은 약간 후추 톡톡! "엄마 왜 계란 껍데기가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 "너 쌀밥 먹을 때 돌 씹히면 기분 어때?" "안 좋아" "그거랑 똑같아. 계란 먹는데 계란 껍데기가 씹혀봐. 와그작!" 토스트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앞뒤로 구워냈다. 하나의 프라이팬에 구워도 그만이지만 이상하게 계란 부친 곳에 빵을 구우면 "계란 냄새"가 날 것 같다. 따로 구워야 훨씬 맛있지 않을까? (나만의 고집) 그릴 판이 무늬가 있어서 토스트가 예쁘게 구워진다. 별거 아닌 디테일인데 내 눈에 예뻐서 참 마음에 들었다. 앞뒤로 노릇하게 구운 빵을 하나 올리고, 위에 양배추 계란을 올렸다. 여기에 설탕 한 스푼 떠서 뿌려준다. 남편 회사 동료들이 설탕 넣는 걸 못 봐서 다행이다. 내 요리 과정을 보면 "저는 안 먹겠습니다" 외치지 않을까. 설탕을 사랑하는 여자. 눈을 질끈 감고 한 스푼 듬뿍! 뭐든 모르고 먹어야 맛있는 거다. 계란 위에는 스팸을...
올해 설날 연휴가 길어서 참 좋다. 어디 여행을 가지는 않지만 가족과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 행복하다. 월요일에는 안성에 다녀왔다. 매년 똑같은 패턴이다. 아부지가 계시는 안성에 날을 잡아서 간다. 아빠는 "연휴가 이리 긴데, 뭐 아무 때나 보면 되지? 설날 당일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 한다. 그래서 명절이 껴있는 주말이나 전날 만나는 경우가 많다. 아빠에게 드릴 김 세트랑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 속, 텐텐 씨 회사에서 나온 선물들도 시어머니랑 반반 나눠서 포장했다. 어릴 때는 빈손으로 가도 "그게 뭐 어때? 아빠 만나러 가는데?" 했다. 근데 결혼을 하고 나니, 딸은 괜찮지만 빈손으로 가는 사위가 면목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부모에게 무언가 한다 해도, 막상 보면 부모가 주는 것이 훨씬 많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이가 먹으며 더 잘해야겠다고 느낀다. 매번 부족한 딸이지만. 내 옷 입은 다원 다원이는 내 패딩을 입었다. 이제 내 옷이 맞는 4학년 언니가 되었다. 빨리빨리 쑥쑥 커줘서 고마운 다원이다. 올해는 신발도 옷도 함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안성 집 입구에 들어서면 마음이 포근하다. 센과 치히로의 나오는 깊은 숲속 길을 지나면 할아버지 집이 나온다. 할아버지 집 위에는 아주 큰 참나무가 하나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도독- 톡! 톡! 하고 도토리 열매가 천장을 두들긴다. "올해도 왔어요. 할아버지! 얼른...
며칠 전 그이가 "우리 회사 사람들은 카톡 프로필을 모두 가족사진으로 해놨더라" 한다. 텐텐씨는 카톡 프로필이 매번 기본 사진이다. 그이에게 왜 프로필에 우리 사진을 넣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면 남들이 다 보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참 이상한 남자다. 그이의 유별난 성격은 어릴 적 행동들을 들어봐도 익히 알 수 있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텐텐. 그의 집이 궁금했던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그의 뒤를 졸졸 따라왔단다. "우리 너희 집 가도 돼? 그래도 되지?" 그렇게 집 앞 대문까지 다 와서 텐텐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문을 열고 나온 텐텐의 엄마. "어머~ 친구랑 같이 왔네?" 인사를 하는데, 그이는 문을 쾅 닫고, 혼자 집으로 들어갔단다. 어머님은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얘가 그때부터 참 매몰찼어. 친구들이 대문에 있는데 어떻게 그냥 들어가?" 아마 텐텐은 그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과 가족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가 아니어서였겠지. 10년을 살아보니 그이가 왜 그랬을지 나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방금 다시 텐텐에게 물었다. "그 친구들 안 친한 친구였어?" "아니. 친했어. 근데 그날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 두 친구가 자기들 마음대로 집에 가자고 따라왔던 거야. 그래서 문 닫아 버렸어" 한다. 그이는 친구를 집에 초대해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밖으로 내놓지 ...
아니 이럴 수가! 이번 달 식비를 다 썼다. 내 사전에 이런 일이 없는데, 현금이 바닥나고 말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재료로 집밥을 해먹고 있다. "이제 남은 재료로 할 수 있는 건.. 오므라이스, 미역국, 카레, 잔치국수, 김칫국,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 무침, 김구이" 막상 머리를 굴려보면 할 수 있는 요리가 꽤 많다. "텐텐씨! 우리 너무 대단하지 않아? 지금 일주일째 돈 안 쓰고 집밥만 먹고 있다니까?" 그이가 나를 보며 웃는다. 웃음 안에는 표현하지 않은 미안함이 들어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치볶음밥 만드는 텐텐 어제 다원이랑 학교 앞 문방구에 갔다. 문방구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영수증 이벤트를 하는데 다원이가 2등에 당첨된 것이다. 2등 상품은 만원 쿠폰! 그걸 포인트로 적립하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단다. 다원은 400원짜리 불량식품을 사 먹고, 2등에 당첨됐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엄마! 이거 당첨되는 게 쉬운 게 아니야. 내 친구들 모두 소리 질렀어!" 방학 동안은 학교 앞 문방구에 갈 일이 없으니, 오늘 가서 모두 간식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집에 간식거리도 다 떨어졌겠다.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 아닌가! 불량식품을 하나 들고 다원이를 불렀다. "다원. 엄마 이거 사줄 수 있어?""응 그래. 엄마! 우리 빼빼로도 사자! 그리고 나 콜팝도 먹어보고 싶었어. 저게 삼천원 이거든. 비싸서 ...
식구들이 좋아해서 종종 함박 스테이크를 만든다. 비싼 소고기 다짐육대신 돼지고기만 넣어서 만들어도 맛있다. 남편 회사 간식, 수제 햄버거 레시피 | 맛있는 수제 햄버거 레시피 며칠 전 수제 햄버거를 만들었어요. 남편 회사에서는 서로 간식을 사 와서 나... m.blog.naver.com 수제 햄버거 속이랑 양념은 똑같다. 대신 비싼 소고기를 썼다는 것만 다를 뿐 (제일 중요한 건가?) 텐텐씨직장동료들이 지금까지 먹은 간식 중 ‘수제 햄버거’ 가 가장 맛있다고 했단다. 칭찬을 들었으니 답례로 한 번 더 간식을 보내야겠다. 이번에는 한식으로! 텐텐씨는 함박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밖에서 먹은 어떤 것보다 내가 한 게 제일 맛있다는 그.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를 잘하는 게 나의 장점이자 흠이다. 솜씨가 좋아서 부엌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 참 좋으면서 억울하다 (?) 사과를 깎을 때 친정엄마가 생각난다. 어릴 적에 사과 예쁘게 깎는 법을 엄마가 알려주었다. 사과 껍질을 얇게 도려내, 토끼 귀를 만든다. “어때 혜리야? 이렇게 자르니까 예쁘지?” 방긋 웃으며 묻는 엄마가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나도 따라 활짝 웃으며 “엄마는 어떻게 이런 걸 알아?” 했다. 우리 엄마는 요리까지 예쁘게하는게 자랑스러웠다. 살면서 엄마가 알려준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재주 좋은 나를 만들었다. 나는 엄마만치 다원이에게 좋은 요리 선생님은 아닌 것 같다. 엄마는...
다원이는 6-7살쯤 자기방에서 자기 시작했다. 아이와 잠자리를 분리하니 그제야 나는 체력이 제대로 돌아온 것 같다. 그전까지는 아이의 작은 뒤척임에도 잠에 깨서 아이를 살폈다. 기침 소리와 몸의 온도. 엄마는 신경 쓸 것이 참 많다. 이제 11살이 된 다원. 그런데도 아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와 함께 자는 날을 기다린다. "엄마! 오늘은 같이 자는 날이지?"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잔다. 그때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역시 아이는 함께 자는 걸 좋아하나?" 싶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엄마와 함께 잤다. 어릴 적에는 엄마, 아빠, 오빠 다 같이 자다가 조금 커서는 오빠는 자기 방을 찾아서 갔고, 난 6학년이 되어서도 밤이 되면 엄마 아빠 방을 찾아갔다. 나처럼 번거로운 딸을 키운 엄마 아빠에게 사과하고 싶다. 새벽에 일어나 엄마 아빠 가운데를 파고들었다. 둘의 사이를 내가 갈라 놓은 게 아닌가.. 어른이 되어서야 내가 피곤한 딸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다원이 그림 다원이가 며칠 전에 그랬다. "엄마. 나는 자기 전에 너무 외로워. 엄마 아빠는 안방에서 자기 전까지 하하 호호 웃으며 떠들잖아" 아이 말을 듣고 안쓰러운 마음과 귀여움도 밀려온다. 어떤 이들은 어차피 아이가 크면 따로 잘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함께 잘 수 있을 때 마음껏 자는 것도 괜찮다고. 나도 한편으로는 우리도 그럴까? 싶다가도 자식과 부부는 달라야...
어제는 교회 끝나고 신세계 백화점에 갔다. 텐텐씨가 회사에서 나온 신세계 상품권 30만원을 주었는데, 이걸로 뭘 사면 좋을지 고민이었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향수 냄새도 맡아보고, 이것저것 구경해 본다. 근데 아무리 구경해도 마음에 쏙 드는 게 없다. 텐텐씨는 향수 중에 샤넬이 최고인 거 같단다. 1개, 2개, 3개, 4개 향수 냄새를 코에 담으면 담을수록. 코가 찡- 한 게 머리까지 아프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음 난 향수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집에 남아있는 향수도 많고.." 그이가 "당신 이럴 줄 알았어!" 한다. 정말 오랜만에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백화점 구경을 했다. 신발, 옷, 화장품. 다원이는 "엄마.. 나 발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한다. 나도 똑같이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쇼핑광들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는다던데.. 난 조금만 구경해도 금세 지겨워진다. 게다가 백화점이랑 이마트에는 사람이 뭐 이렇게 많은지, 그게 내 피곤함을 배로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무인양품에는 마음에 드는 게 많았다. 역시 아줌마라 그런가? 옷을 사는 것에는 이제 흥미가 별로 없다. 평상시에는 있는 옷을 잘 돌려 입고, 계절 바뀔 때마다 기본 티셔츠는 추가로 구매한다. 옷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을 해야 될 것 같다. 그이도 예전과 달리 뭔가 가지고 싶은 게 별로 없다고 했다. 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난 ...
하루하루 바쁘다. 블로그에 글 쓰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아이 방학이 한몫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아이 밥을 준비한다. 나도 먹고 아이도 먹고 그렇게 치우고 나면 금세 출근 시간이 다가온다. 요새 학원에서는 아이들 그림책 글 작업에 신경 쓰고 있다. 아이들이 써놓은 글을 다듬고, 조금 더 글을 추가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어떤 얘기를 쓰고 싶어?" 아이들에게 물어도 그들은 잘 모른다. 나도 헤매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글과 그림을 오래 살피면 담겨있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그저 흐르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 어떠한 뜻도 느끼지 못한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찾고자 하면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아! 하고 깨닫게 된다. 책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림 그리는 건 재밌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가끔 의문이 든다. 첫 시작은 이렇게 멋모르고 하는 거도 괜찮지 않나. 그걸 다 알면 내가 이미 작가지! (뻔뻔)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난생처음 허리가 아팠다. "요가를 해야 하나?" 요가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다시 시작해야 될 것 같다. 귀여우면 다야? 저번달은 이상하게 생리가 뒤로 밀어졌다. 생리일이 매번 딱딱 맞는 편이라 "설마.. 임신인가.." 싶었다. 평생 그런 적이 없어서. 그이도 내 말을 듣고 설레발쳤다. "다원아 엄마.. 둘째 생겼나 봐.. !" 다원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
2024.1.13. 1년 전 오늘 착한 여자의 집밥 남편이 자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다녀올게!" 잠결에도 순간 포크가 떠올랐다. 도시락에 포크를 안 넣었어! "포..크..! 포크를 가지고 가야 해!!" 그이가 집에 돌아와서 나를 보고 웃는다. "오늘 아침에 당신이 무슨 얘기 하나 했어. 근데 포크 얘기였더라.. 하하하 너희 엄마가 참 착해 다원... 이기적 인간
겨울 방학이 되었다. 이번 방학부터는 새로운 학원을 보내볼까? 싶었다. 근데 아이는 여전히 기침을 콜록콜록 내뱉는다. 조금 나아질만하면 또 감기.. 기침소리만 들으면 한껏 예민해진다. “또 감기야!! 목도리 꼭 해야 해!” 학원이 뭐 그리 급할까. 우선 이번 방학은 따뜻한 집에서 휴식하고, 태권도만 다니기로. 새해 떡국. 올해도 똑같이 떡국을 먹었다. 어머님이 주신 가래떡을 송송 썰어서 넣었다. 기다란 가래떡을 송송 썰며 공부하는 다원이를 바라본다. “너는 나눗셈을 하거라, 나는 떡을 썰 테니..” 텐텐씨와 다원 모두 감기에 걸려서 고생했다. 아이는 언제나 기침을 하고, 그이는 누구에게 옮았는지 오한이 있어서 힘들어했다. 가족이 모두 아프니 몸보신이 필요하다. 오아시스에서 한우 잡뼈를 구매하고 팔팔 끓였다. 희고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또 끓인다. 그이가 “얼마나 끓였어?” 물었다. “글쎄.. 그냥 냅다 끓이는 거지. 국물 나올 때까지 계속” 그럼 알아서 시간이 요리를 해준다. 이날 너무 열심히 요리한 탓일까. 내 몸도 고단했는지 미운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간혹 그런 이상한 날이 있다. 별거 아닌 것에 오해를 하고, 가장 가까운 이에게 밉고 모진 말을 내뱉는. 참 이상하고 기분 나쁜 날. 그날이 그랬다. 미운 마음이 나를 집어삼켜서 나의 모난 행동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수 있지. 내가 매번 희생하고 있...
올해 발걸음이 이끌리는 대로 많이 움직였던 것 같다. 텐텐씨와 함께 한 그림책 수업. 수업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했지만 더운 여름날 그와 신촌을 누비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24년에는 교회를 떠돌았다. 갈릴리 교회, 지구촌 교회, 그리고 지금의 교회. 이곳에서 오래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11시 송구 영신 예배에 간다. 2024년 마지막 예배. 우리 가족은 글을 낭송하기로 했다. 감사의 기도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밥을 합니다. 아이는 저에게 “엄마. 오늘 밥이 뭐야?” 묻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도 저를 보고 “오늘 밥은 뭐야?” 물어봅니다. 제가 밥통도 아니고, 매번 얼굴만 보면 밥 얘기를 하는 탓에 속에서 뭐가 불끈하고 올라옵니다. 그렇게 저녁밥을 차려 먹으면 하루가 금세 지나갑니다. 이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저는 감사함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옛 기억을 떠올립니다. 오랜 시간 아프셨던 나의 엄마. 길고 길었던 투병 생활을 끝내고 고3이 되던 겨울방학에 마지막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두운 병원 계단에서 홀로 울부 짖었습니다. “왜 죄 없는 엄마를 데려가셨어요! 제가, 그렇게 기도했는데..” 대답 없는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의 곁을 떠났습니다. 근데 참으로 신기하지요. 부족한 저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혜리야 — 내가 너의 곁에 항상 있었다” 가시처럼 뾰...
올해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은 다양한 물건들로 구매했다. 누군가 보기에 “선물이 너무 많은 거 아냐? 과한데?” 할 수도 있겠다. 우리 집은 평소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척척 사주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학용품 위주만, 그리고 대형 마트에가서도 군것질거리를 양껏 사주지 않는다. 딱 한 개만. 그래서 ‘크리스마스’에는 갖고 싶었던 것들을 기억해서 사주는 편이다. 포장해놓은 선물 5개는 다원이 꺼. 두 개는 내 거랑 남편 거였다. 근데 선물이 하도 많아서 뭐가 뭐인지 까먹을 정도였네. 나중에 선물 상자를 보며 “이게 뭐였더라..” 했다. 심지어 선물 한 개는 존재를 완전히 까먹고 포장조차 안 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다음날 등교하는 아이 귀를 보고 문득 떠올랐다. “어..? 귀마개!” 귀마개는 얼마나 슬펐을까. 크리스마스 날 옷장에서 짱 박혀서 “하.. 씨 올해 크리스마스 졸라 외롭네” 했을거다. 열살이 된 다원이는 새로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10년간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올해 산타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똑같을 수는 없다. “너도 이제 산타가 되어보렴” 텐텐씨가 다원이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집 막내 산타는 다원이다. 막내 산타는 한 달에 한 번 받는 용돈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샀다.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그림도 그렸다. 다원이가 그린 산타는 다원이처럼 상냥하고 따뜻하다. 아빠 편지를 먼저 써서 내 편지는 살짝 대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