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뭔가 그런 날 있지 않나. 피곤해서 아침부터 우당탕탕인 날. 그럼에도 난 버스 정류장에서 피아노 학원전화 상담도 하고, 아주 무난하게 출근하는 중이었다. 가방을 버스에 놓고 내리기 전까지. 분명. 무난한 하루였다. 돌아와줘.. 오늘 집을 나설 때 평상시랑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아이패드 가방 따로, 손에 드는 가방 따로. 2개를 들었다는 것. 평상시에는 아주 큰 보부상 가방에 아이패드 가방을 넣어서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들어야 할 건 딱 한 개. 이상하게 오늘은 평상시랑 다른 선택을 했다. 하면서도 “음.. 괜찮을까? 혹시 두 개라서 하나는 잊어버리진 않겠지?” 마치 미래를 아는 사람처럼 머릿속에 불안한 마음이 스쳤다. 그걸 알면서. 왜 나는 불안한 선택 했을까. 5000A 버스에서 홀가분히 내린 후, 나는 손이 가볍다는 걸 느꼈다. 뭔가 이상해. 가볍단 말이야? 아..! 없다 없어. 가방! 아이패드가 훨씬 중요했기 때문에 내 손에는 덜렁덜렁 아이패드 가방 만이 남아있었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갈 버스 카드는 주머니에 있다. 갈색 가방 안에는 그래. 샤넬 지갑이 들어있지. 그 안에 모든 체크 카드, 신용카드, 신분증 그래그래. (그때부터 머리 아프기 시작) 요나샘이 사준 가방인데… 1년 전에도 똑같은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 그날도 정신머리가 집을 나간 날이었던 것 같다. 1년에 꼭 한번은 정신머리...
사순절 기간이란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탄소 금식 챌린지를 시작했다. 창조 세계 회복을 묵상하며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 뜻이라네. 잘 모르겠지만 오픈 채팅방에 입장했다. 이번 주 실천 과제는 ‘탄소 배출이 높은 육류대신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 콩으로 된 식단 실천해 보기’ 신기하게도 이번 장바구니에 두부를 넣어놨네. 그래서 저녁으로는 두부요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아침부터 단체 카톡에 음식 사진이 올라온다. 카톡-! “오늘 아침은 두부 쌈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점심은 아내가 싸준 버섯 들깨 볶음밥과 두부전입니다” “저는 마파두부와 야채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텐텐씨가 카톡을 보더니 “지금 두부 요리 대결하는 거야?” 한다. 나는 “어 그런가 봐. 내가 1등 하려고” 했다. 농담이 아니다. 진심으로 난 1등이 하고 싶다. 퇴근 후에 저녁으로 두부 덮밥이랑 두부 청국장찌개를 끓였다. 두부를 싫어하진 않지만, 너무 호들호들한 식감은 싫어한다. 대신 기름에 앞뒤로 바싹 구운 두부는 좋아한다. 그러면 훨씬 고소하고 식감도 좋달까. 청국장은 언제 먹어도 맛있고! 두부 덮밥에는 간장 마늘 소스를 끼얹었다. (마늘 한 스푼 크게, 간장 4스푼, 올리브오일 3스푼, 설탕 3스푼, 후추, 대파 가득, 물 반 컵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 살짝 졸면 완성) 텐텐씨는 두부 덮밥 소스가 참 맛있다네. 두부도 잘 구워졌고. 다원이가 옆에서 그랬다. “...
꿈에서 내가 운전을 하고 있다. “아.. 나 운전 못하는데..” 핸들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차선 밖으로 튀어나갔다가 들어갔다 개판 운전이다. 그러다 또랑에 내리박았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CBS 라디오를 튼다. 아침을 채우는 노래. 그것만으로도 아침은 꽤 로맨틱하다. “엄마! 일어날 때 노래를 들으니까. 낭만적이더라!” 웃는 다원이 얼굴을 떠올렸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로도 아이는 웃음을 선물해 준다. 작은 노력뿐인데, 빛나는 미소로 화답이라니. 자식은 나에게 참 좋은 손님 같다. 아이의 첫 개학날. 아침부터 날씨가 고약하다. 하늘은 어둡고 비가 내리는 건지 눈이 오는 건지. 괴상하다. 팔이 다친 다원이 걱정되었다. 아침에는 나와 함께 학교에 가니 괜찮지만, 하교 후가 걱정이었다. 불편한 팔로 가방에, 우산에, 하지만 별수 없지.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다원아. 급식 받는 것만 친구에게 부탁해 봐” 여러 번 일러두었다. 학교 끝난 아이와 전화 통화를 했다. “다원 급식 먹을 때 도움받았어?” “아니.. 그럴 수가 없었어. 도와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래서 한쪽 손으로 받다가 국이 쏟아져서 옷에 묻었네”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왜 홀로 했을까? 선생님한테도 분명 얘기하라고 했는데.. 다행히 급식 치우는 건 다원이 베스트 프렌드 수영이가 도와주었단다. 다른 반인데도 불구하고 ...
아! 내일이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날이다. 스타필드 안성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서동대로 3930-39 오늘은 친정 아빠 만나러 스타필드에 갔다. 새 학기니까 다원이 예쁜 옷도 사주신다고. 다원이가 원하던 예쁜 스커트도 입어보고 가디건도 걸쳐봤다. “새 학기에 예쁘게 입고 가고 싶어!” 하는 다원. 팔도 다 안 나앗는데, 원하는 것도 많은 다원 양. 제발 학교 가서 몸 조심. 팔 조심. 조심조심 행동하길 당부했다. 이리 입으니 참 단아하고 예쁘다. 아부지랑 나. 텐텐씨가 사진 찍어줬다. 근데 우리 참 닮았다. 어릴 적에는 아빠 닮아서 싫었지만 지금은 좋다. 난 예쁘진 않지만, 매력적인 얼굴이니까. 암만? 그치 아빠? 아이가 옷을 고르고, 입어보고 점원들과 사이즈를 공유한다. “음.. 이 정도면 225 신으셔야 될 것 같아요. 발가락 앞쪽이 살짝 닿거든요.” “150 사이즈 입으면 될 것 같아요!” 방학 동안 다원이가 많이 컸다. 옷 사이즈는 150. 신발은 225. 나는 고2가 되어서도 엄마 발 사이즈를 이기지 못했다. 키도, 몸무게도, 모든 게 엄마 미달이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엄마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크고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걸 끝내 이루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그때 기억을 잊을 수 없나 보다. 작은 내 손과 포개어진 엄마의 손. 마지막으로 커다란 손을 바라보며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말했다. 지금...
모두가 잠든 밤, 거실에 나가서 말씀을 읽었다. 어제는 기도가 필요했다. 내 마음의 심란함이 기도가 되어 나온다. 그렇게 기도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두 가정 안에 기도할 수 있는 우리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도 후 말씀도 보고, 새롭게 하소서도 보았다. 진선규 배우. 예전부터 눈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눈에 별이 가득 담긴 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제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모르던 순간순간 하나님이 다 이끄셨더라고요.” 친구가 자신을 전도한 것. 그래서 친구 덕분에 연극을 하게 된 것. 모든 순간을 되돌아보니 다 하나님이 계셨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우리에게는 잊혔던, 혹은 지나쳤던 하나님의 은혜가 다 숨겨져있는 것 같다. 나도 눈을 감고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린다. 나의 첫 기억은 뭘까? 그때 느닷없이 한 기억이 떠올랐다. 학교를 마친 후,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하나님에 대해서” 아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이해되지 않는 성경 속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어른의 말을 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미는 없고 그냥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 그대로 대답만 했다. “어때. 그러니 이게 기적이지?” “네 기적이에요” 나는 기적이 뭔지 모른다. 그냥 말씀하시니까 따라 했다. 아주머니가 또 “3일 후에 다시 부활하셨어. 정말 기적이지?” “네 기적이에요” 아무 감정 없이 따라 하...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컬러 스키니진이 유행이었다. 나는 그중 시퍼런 파랑 스키니진을 골랐다. 아래는 파란색 스키니진. 위는 파란색 아디다스 저지. 위아래로 퍼렇게 입고, 영어 마을을 쏘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놀러 가기 전, 아빠 앞에서 패션쇼를 했다. 내가 위아래를 파란색으로 입고 나오니 아버지가 그런다. “너무 날티난다” (엄마가 사라는 대로 샀을 뿐인데..)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스키니진은 엄마 바지라고 불린단다. 찾아보니 맘 카페에 이런 글이 보인다. “스키니 진, 지금 입으면 촌스러워 보일까요? 버릴까 봐요” 소녀시대가 입었던 스키니진은 이제 촌스러운 바지가 돼버렸다. 지지지지 - 노래에 맞춰 춤추던 언니들. 이제 평균 나이 36살. 빨강 파랑 스키니진은 다시 찾아보니 왜 이렇게 촌스러운지. 다행이다. 영어마을에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있다면 다 불태워버렸을 거야. 나는 청바지를 참 좋아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건 요즘 엄마 바지라고 불리는 핏. 엉덩이 선이랑 허벅지 선이 드러나는 청바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 다른 스타일을 사봤지만, 영.. 어울리지 않아서 손이 안 간다. LEVIS :: 724 하이 라이즈 스트레이트 진 4년 정도 된 청바지 제일 자주 입는다. 대신 요새 뱃살이 찌는 바람에 밥을 많이 먹으면 힘들다. 24 size인데, 이제는 한 사이즈 크게 사야 될 것 같다. (가끔 추잡하게 후크 풀고 밥 먹음) ...
버스를 타고 한참 움직였을 때 알았다. 교통카드를 두고 왔다는걸! 지갑 속까지 야무지게 뒤져도 없었다. 현금도, 신용 카도도. 다행히 체크 카드는 있었다. 염치없지만 기사님께 말했다. “기사님.. 제가 교통카드를 놓고 왔는데, 현금이 없습니다. 다음에 요금을 두 번 낼 테니, 오늘만 그냥 타도될까요?” 기사님이 “뭐! 어쩔 수 없죠” 하신다. 예전부터 빼빼마른 여기사님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 기사들 사이에 유일한 여자분. 기사님 눈빛이 강하다. 운전대를 잡으려면 저정도 포스는 되어야겠지. 며칠 전에는 나에게 큰소리로 “손잡이 잡으셨어요!?!” 물으셨다. 이어폰 너머로 작게 들려오던 목소리. “네!” 하고 대답을 했다. 사실 속마음에서는 짜증이 났었던 것 같다. 손잡이를 잡았는데 왜 그러실까 하고. 버스에 앉아서 머리를 굴린다. 중간에 내려서 현금을 빼야 되는데.. 어디서 내려야 할까. 그때 빼빼 마른 기사님이 말을 거셨다.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하려고요!” “체크카드에서 현금을 빼야 될 것 같아요.” 돌아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버스에서 내리면 좌석버스로 환승해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지 고민 중이었다. 기사님은 “00역에서 내리면 되겠네! 거기 atm 기계 있을 테니”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다. 다다음 정류장은 00역. 그때 기사님이 “저기 atm 기계 있다!” 하셨다. “어!! 그럼 저 여기서 내릴게요...
학교 선생님들이 엄청 독특했다. 십년이 흘러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들의 말투, 행동, 표정, 얼굴!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모여서 선생님 성대모사를 한다. 누가 더 잘 따라 하는지, 누가 더 똑같이 따라 하는지 그게 어찌나 웃긴지 우리는 모두 배를 잡고 깔깔깔 거리며 웃었다. 인기 있는 선생님은 캐릭터가 정확하다. 미친 마녀 선생님. 노처녀 국어 선생님, 결벽증 윤리 선생님까지. 특징이 눈에 확 보여서 캐릭터가 겹치는 경우가 없었다. 반대로 너무 평범한 선생님들은 인기가 없다. 수업을 해도 딱히 재밌지도 웃기지도 않은 선생님.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착한 선생님 보다 무섭고 독특한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역시 착한 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걸까? 25살 아동미술 처음 했을때 학교 선생님은 이야기도 재밌게 해야 한다. 여고시절 짧은 머리의 국어 선생님이 이야기보따리 늘어놓곤 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짬짬이 들려주셨는데, 아이들은 그 시간마다 숨죽여서 선생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적에는 “선생님 얘기니까, 당연히 들어주는거 아냐?” 했지만 어찌 당연한 게 있을까. 재미없는 선생님이 얘기를 하면 아이들은 하품을 쩍- 쩍- 했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선생님이란 직업은 인기를 끄는 스타와 비슷한 것 같다. 퍼포먼스 미술은 체력전.. 예전에 나이가 많은 원장님과 일한적이 있다. 귀여운 아이들은 원장님과 친하게 지냈다. ...
울창한 숲속 가운데 귀여운 요정이 서있다. 커다란 날개를 가진 초록 요정. 숲속 여기저기를 살피며 무엇을 찾고 있을까? “음.. 냄새가 중요하단 말이야. 따뜻하고 포근한 냄새!” 요정은 여러 꽃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았다.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향을 찾아 헤맨다. 이 꽃, 저 꽃 수십번을 찾아 헤매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았다. “포근하고 따끈한 냄새! 바로 이 꽃이야. 우리 엄마로 정했어.” 아름다운 요정 이야기는 다원이가 우리를 찾아온 이야기다. 어릴 적에는 종종 엄마 꽃과 아빠 나비를 숲속에서 만났다고 했다. 이제 4학년이 된 다원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약간 아쉽) 대신 내 마음속에 간직해 온 이야기를 마음으로 그려본다.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모습일까? 아이가 부모를 선택했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눈에 들어온 영상 귀여운 짱구, 짱아가 아빠랑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천... m.blog.naver.com 다원 양은 오른손 부상으로 왼쪽 손으로 그렸다. 왼손치고 너무 잘 그리는 것 같다. 주말에 처분하고 싶은 우리 웨딩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에 쳐보니, 얼굴만 스프레이로 가리고 버린다고 하더라. 우리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촌스러운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그린 멋진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나를 그리고, 다원은 다원이를 그린다. 역시 텐텐도 본인을 그렸다. 마지...
어제 다원이랑 동네 정형외과를 갔다. 아프다고 했던 부위를 엑스레이로 찍고, 결과를 듣는다. “아유. 그때 다쳤던 부분이랑은 또 다른 곳이네. 어깨 바로 아래 금이 갔어” 엑스레이에서 금이 간 곳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 여기구나. 아이 뼈가 얇디얇아서 왜 금이 갔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다원이는 태권도에서 두번이나 금이 갔다. 아마 그때도 급하게 뛰어서 순위를 매기는, 게임을 했을때였다. 더 이상은 안돼. 이번 기회로 태권도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다원도 “내가 생각해도 그만 둬야될 것 같아” 한다. 아이는 어떤 게임을 하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욕심과 내 몸이 일치하면 좋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을때 사고가 난다. 모든 아차! 하는 순간. 태권도 관장님이 보내주신 씨씨티비 영상을 텐텐씨가 꺼내어 보여주었다. 사실 이 영상이 카톡으로 오자마자. 아! 또 다쳤구나 싶었다. 아이는 출발점에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것부터 “아.. 과한데..” 싶었다. 그리고 매트 앞에서 점프를 했다. 봉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떨어질때 자기 팔에 온 체중이 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일어나지를 못한다. 나는 그 영상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너무 아찔해서, 볼때마다 내 팔이 저려오는 것 같다. 3월 말까지 아이는 팔걸이를 하고 뼈가 잘 붙을 때까지 조심해야된다. 이상하게 이번 부위는 깁스를 할 수 없는 곳이라 더욱더 조심해야 ...
주말에 다원이가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에 가면 항상 키를 잰다. 2025년 2월의 키는 150.9cm. 매년 새 학기에도 신체발달상황 및 시력 검사를 한다. 아이의 3학년, 2학년, 1학년. 모아놓은 결과지를 살펴봤다. 매년 10cm 씩. 쑥쑥 잘 자라고 있다. 요새 우리 집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다원아. 큰일 났다. 4학년 150cm, 5학년 160cm, 6학년 170cm. 곧 2미터 되는 거 아니야?” 한다. 다원아 웃으며 “무슨 소리야. 내가 거인도 아니고!” 하네. 나는 쑥쑥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나의 과거를 떠올린다. 어딜 가나 작았던 나. 엄마는 작고 왜소한 나를 보며 항상 미안해하셨다. 어릴 적에 작게 태어난 것도. 내 키가 작은 것도. 엄마는 미안해하셨다. 사실 내가 그렇게 타고난 것뿐인데.. 다원이를 보며 나는 항상 이 말이 나온다. “엄마는 딱히 해주는 게 없는데, 다원이가 쑥쑥 잘 자라줘서 참 고마워!” 그이는 “왜 해준 게 왜 없어. 당신이 다 해줬지” 하네. 마른 장작처럼 길게 뻗은 다원. 앙상한 다리를 보며 “편식이 심해서 살이 안 찌나?” 걱정하는 나다. 키만 길쭉하게 커서, 혹시 비염이 생기는 걸까? 입이 까다로워서 야채는 멀리하고, 좋아하는 것만 먹는 탓일까.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것을 살피며, 뭐가 부족했는지 자꾸 따지게 된다. 다원은 내가 예민해질 때마다 “엄마! 별거 아니야!” 내 눈을 바라보며 그다지...
계단을 하나하나 발로 눌러 밟았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바로 앞 벤치 앞에 우두 커니 서있다. 긴장되는 순간도 잠시 그 사람이 휘리릭 나에게 다가왔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텐텐! "주변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에서 나타났지?" "당신 그때 어디 있었어?" "나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지. 보자마자 당신인 줄 알았어" "멀리서 보고 마음에 들었어?" "당신 청바지랑 위에는 줄무늬 티셔츠 입었잖아. 생각보다 엄청 날티 나네. 했어"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는 죽어도 안 함) 다원이가 많이 컸다 오랜만에 블로그 과거 여행을 떠났다. 옛 글을 하나하나 보고, 댓글들도 살펴본다. 소식이 뜸한 이웃 블로그도 들어가 본다. “잘 지내시려나..” 멀리 하늘나라 여행 가신 이웃님도 떠올린다. “그곳에서 잘 지내시겠지?” 블로그는 1-2년 열심히 하다가 사라지는 이웃들이 많다. 그나마 10년 이상 해온 사람은 관성처럼 이곳에 오래 머문다. 난 블로그로 텐텐씨와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 뜻깊은 이곳을 떠날 수 없네. 10년 전과 똑같이 오늘도 블로그에 글을 쓴다. 조금 달라진 점은 아이에게 글을 보여준다는 것. 아이와 관련된 글을 쓰면 다원을 부른다. “다원아. 이거 읽어봐. 우리 이야기야” 글을 읽은 다원은 깔깔 웃기도 하고, 또 이런 얘기도 한다. “엄마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잖아. 조금 꾸며썼네?” 깔깔깔! 같은 말이어도 약간 양념을 친 것을 꼬...
꿈에서 웬 갓난 아기가 내 품에 안겼다. "음.. 내 아기는 아닌데.." 아기 엄마는 곁에 없다. 가냘픈 아기를 보다 내 품으로 데려왔다. 아기가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옆에 있던 텐텐도 아기 볼을 메 만지며 웃었다. 얌전히 있던 아기가 갑자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젖을 찾는 것 같다. 그리고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고들었다. 내 젖을 빨아댄다. "이것 봐. 배가 고픈가 봐" 신기함도 잠시 난 속으로 젖이 안 나올 텐데.. 하며 배고픈 아이가 걱정됐다. 빈 젖이라도 빠는 게 나으려나? 그때 젖꼭지에서 뽀얀 우유가 흘러나왔다. 흐르는 수준이 아니라 웬 물 폭탄이 터지 듯. 아이가 당황했는지 입을 꾹 닫는다. 모유는 분수대 물처럼 허공을 쏘아대고 있다. 코믹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가루지기 영화 아시는 분 있나요. 그 말도 안되는 오줌줄기..) 참 별별 꿈을 다 꾼다. 가족사진에 한 명 더 있으면 좋을까? 최근 들어 둘째에 고민이 많다. 다원이는 벌써 11살. 어쩌다 보니 둘째를 낳지 못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내 나이 서른세살, 93년생이 서른세살 맞는지요. 헷갈린다. (다시 찾아보니 나 서른 두살이라네?) 시기라는 것이 참 웃기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시간이 많아. 아직은 아니야. 지금도 아니야. 그렇게 시기를 놓치나 보다. 요새는 남은 1-2년 시기를 놓치면 낳을 수 없겠구나. 깨닫고 있다. 나는 초경을 남들보다 ...
어릴 적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나의 기억 속, 집은 일곱개. 아마 기억 안 나는 것까지 합하면 족히 10개는 될 것이다. 햇볕이 잘 드는 집, 조금 추운 집, 어두운 집. 계속 이사를 다니며 나는 집에 대해 고민했었다. 집이란 무엇일까. 내가 누워있는 이곳이 나의 집일까? 나는 엄마가 아픈 이후로 내 집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맴돌았다. 나의 영혼이 몸밖을 떠돌며 집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렇게 오랜 여행 끝에 나는 이제야 진짜 영혼의 집을 찾았다. 간혹 똑같은 꿈을 꾼다.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을 나 홀로 걷는다. 빨간색 벽돌 빌라가 모두 똑같이 일렬로 서있다. 나는 어떤 집이 내 집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이 집이 저 집 같고, 저 집이 이 집 같다. 내 눈에는 여전히 똑같다. 나는 오래도록 집을 찾지 못하고 골목길을 헤맸다. 내 집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새로 이사를 가면 학교에서 집 가는 길을 외워야 했다. 똑같이 생긴 빌라들 가운데 우리 집 찾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나는 매번 골목길을 헤맸다. 아마도 엄마는 모르지 않았을까? 어릴 적 느꼈던 막막함이 여전히 꿈에 찾아온다. 이제 집 찾을 필요도 없는데.. "성부장이랑 창고장이 자꾸 그러네. 일요일 3시쯤에 같이 족구하자고" "그래? 그럼 하지 그래!" "싫어. 난 당신이랑 저녁같이 먹고, 집에서 있고 싶어" "아유. 그럼 부인이랑 놀...
어릴 적에 목욕탕을 좋아했다. 목욕탕에서 엄마가 사주는 바나나우유도 좋았고, 뜨끈한 탕에서 온몸을 녹이는 것도 좋았다. 설날 이후로 목욕탕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다원은 "엄마. 이제부터 우리 한 달에 4번 목욕탕 가면 안 돼?" 한다. 아이는 역시 목욕탕을 좋아한다. 숲속숯가마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부대로874번길 15 설날에 작은 형님이랑 숯가마에 갔다. 숯가마는 생전 처음. 아찔한 뜨거운 맛이었다! 토굴 속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다. "우리 피난민들 같아" 다들 설날 동안 쌓인 피로를 풀러 왔나. 그날 너무 사람이 많았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 찜질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텐텐은 다음에는 안 간단다. 그래도 숯가마에서 파는 참숯 삼겹살은 정말 맛있었다. 다들 삼겹살 드시러 가세요. 하하 어른들이 뜨거운 참숯 앞에서 무릎을 지지고 있다. 나는 조금만 가까이 가도 얼굴이 뜨거워 눈이 저절로 감겼다. 앞에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그렇게 뜨거워?" 하신다. "네 엄청 뜨거운대요" 할머니가 웃으며 "그 정도야?" 한다. 역시 세월의 힘은 뜨거움도 이기는 것일까.. 아직은 미지근한 나이 서른두 살. 다원이는 숯가마에 다녀와서 잔뜩 실망했다. "이게 뭐야. 목욕탕도 별로고.." 내가 가봤던 목욕탕 중 최악의 목욕탕으로 뽑았다. 아마 숯가마가 메인이라서 그런 것 같다. 다원이를 생각해서 그날 주말에는 다른 목욕탕...
남편 회사에서 상품권이 또 나왔다. 그걸로 장을 보는데, 토스트를 간식으로 싸주면 좋을 것 같았다. 양배추 계란 토스트 소요시간 :: 10분 제일 먼저 계란물을 만들고, 양배추를 송송 썰어 넣었다. 텐텐씨는 굳이 양배추를 안 넣어도 된단다. 그래도 몸에 건강한 게 좋지 않나? 남편 말 무시하고 요리사 마음대로 넣는다. 토스트 7개를 싸야 해서 계란은 8알 풀었다. 다원이가 계란을 탁- 깨고 넣고, 깨고 넣고. 소금 간은 약간 후추 톡톡! "엄마 왜 계란 껍데기가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 "너 쌀밥 먹을 때 돌 씹히면 기분 어때?" "안 좋아" "그거랑 똑같아. 계란 먹는데 계란 껍데기가 씹혀봐. 와그작!" 토스트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앞뒤로 구워냈다. 하나의 프라이팬에 구워도 그만이지만 이상하게 계란 부친 곳에 빵을 구우면 "계란 냄새"가 날 것 같다. 따로 구워야 훨씬 맛있지 않을까? (나만의 고집) 그릴 판이 무늬가 있어서 토스트가 예쁘게 구워진다. 별거 아닌 디테일인데 내 눈에 예뻐서 참 마음에 들었다. 앞뒤로 노릇하게 구운 빵을 하나 올리고, 위에 양배추 계란을 올렸다. 여기에 설탕 한 스푼 떠서 뿌려준다. 남편 회사 동료들이 설탕 넣는 걸 못 봐서 다행이다. 내 요리 과정을 보면 "저는 안 먹겠습니다" 외치지 않을까. 설탕을 사랑하는 여자. 눈을 질끈 감고 한 스푼 듬뿍! 뭐든 모르고 먹어야 맛있는 거다. 계란 위에는 스팸을...
올해 설날 연휴가 길어서 참 좋다. 어디 여행을 가지는 않지만 가족과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 행복하다. 월요일에는 안성에 다녀왔다. 매년 똑같은 패턴이다. 아부지가 계시는 안성에 날을 잡아서 간다. 아빠는 "연휴가 이리 긴데, 뭐 아무 때나 보면 되지? 설날 당일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 한다. 그래서 명절이 껴있는 주말이나 전날 만나는 경우가 많다. 아빠에게 드릴 김 세트랑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 속, 텐텐 씨 회사에서 나온 선물들도 시어머니랑 반반 나눠서 포장했다. 어릴 때는 빈손으로 가도 "그게 뭐 어때? 아빠 만나러 가는데?" 했다. 근데 결혼을 하고 나니, 딸은 괜찮지만 빈손으로 가는 사위가 면목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부모에게 무언가 한다 해도, 막상 보면 부모가 주는 것이 훨씬 많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이가 먹으며 더 잘해야겠다고 느낀다. 매번 부족한 딸이지만. 내 옷 입은 다원 다원이는 내 패딩을 입었다. 이제 내 옷이 맞는 4학년 언니가 되었다. 빨리빨리 쑥쑥 커줘서 고마운 다원이다. 올해는 신발도 옷도 함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안성 집 입구에 들어서면 마음이 포근하다. 센과 치히로의 나오는 깊은 숲속 길을 지나면 할아버지 집이 나온다. 할아버지 집 위에는 아주 큰 참나무가 하나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도독- 톡! 톡! 하고 도토리 열매가 천장을 두들긴다. "올해도 왔어요. 할아버지! 얼른...
며칠 전 그이가 "우리 회사 사람들은 카톡 프로필을 모두 가족사진으로 해놨더라" 한다. 텐텐씨는 카톡 프로필이 매번 기본 사진이다. 그이에게 왜 프로필에 우리 사진을 넣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면 남들이 다 보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참 이상한 남자다. 그이의 유별난 성격은 어릴 적 행동들을 들어봐도 익히 알 수 있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텐텐. 그의 집이 궁금했던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그의 뒤를 졸졸 따라왔단다. "우리 너희 집 가도 돼? 그래도 되지?" 그렇게 집 앞 대문까지 다 와서 텐텐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문을 열고 나온 텐텐의 엄마. "어머~ 친구랑 같이 왔네?" 인사를 하는데, 그이는 문을 쾅 닫고, 혼자 집으로 들어갔단다. 어머님은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얘가 그때부터 참 매몰찼어. 친구들이 대문에 있는데 어떻게 그냥 들어가?" 아마 텐텐은 그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과 가족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가 아니어서였겠지. 10년을 살아보니 그이가 왜 그랬을지 나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방금 다시 텐텐에게 물었다. "그 친구들 안 친한 친구였어?" "아니. 친했어. 근데 그날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 두 친구가 자기들 마음대로 집에 가자고 따라왔던 거야. 그래서 문 닫아 버렸어" 한다. 그이는 친구를 집에 초대해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밖으로 내놓지 ...
아니 이럴 수가! 이번 달 식비를 다 썼다. 내 사전에 이런 일이 없는데, 현금이 바닥나고 말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재료로 집밥을 해먹고 있다. "이제 남은 재료로 할 수 있는 건.. 오므라이스, 미역국, 카레, 잔치국수, 김칫국,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 무침, 김구이" 막상 머리를 굴려보면 할 수 있는 요리가 꽤 많다. "텐텐씨! 우리 너무 대단하지 않아? 지금 일주일째 돈 안 쓰고 집밥만 먹고 있다니까?" 그이가 나를 보며 웃는다. 웃음 안에는 표현하지 않은 미안함이 들어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치볶음밥 만드는 텐텐 어제 다원이랑 학교 앞 문방구에 갔다. 문방구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영수증 이벤트를 하는데 다원이가 2등에 당첨된 것이다. 2등 상품은 만원 쿠폰! 그걸 포인트로 적립하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단다. 다원은 400원짜리 불량식품을 사 먹고, 2등에 당첨됐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엄마! 이거 당첨되는 게 쉬운 게 아니야. 내 친구들 모두 소리 질렀어!" 방학 동안은 학교 앞 문방구에 갈 일이 없으니, 오늘 가서 모두 간식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집에 간식거리도 다 떨어졌겠다.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 아닌가! 불량식품을 하나 들고 다원이를 불렀다. "다원. 엄마 이거 사줄 수 있어?""응 그래. 엄마! 우리 빼빼로도 사자! 그리고 나 콜팝도 먹어보고 싶었어. 저게 삼천원 이거든. 비싸서 ...
식구들이 좋아해서 종종 함박 스테이크를 만든다. 비싼 소고기 다짐육대신 돼지고기만 넣어서 만들어도 맛있다. 남편 회사 간식, 수제 햄버거 레시피 | 맛있는 수제 햄버거 레시피 며칠 전 수제 햄버거를 만들었어요. 남편 회사에서는 서로 간식을 사 와서 나... m.blog.naver.com 수제 햄버거 속이랑 양념은 똑같다. 대신 비싼 소고기를 썼다는 것만 다를 뿐 (제일 중요한 건가?) 텐텐씨직장동료들이 지금까지 먹은 간식 중 ‘수제 햄버거’ 가 가장 맛있다고 했단다. 칭찬을 들었으니 답례로 한 번 더 간식을 보내야겠다. 이번에는 한식으로! 텐텐씨는 함박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밖에서 먹은 어떤 것보다 내가 한 게 제일 맛있다는 그.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를 잘하는 게 나의 장점이자 흠이다. 솜씨가 좋아서 부엌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 참 좋으면서 억울하다 (?) 사과를 깎을 때 친정엄마가 생각난다. 어릴 적에 사과 예쁘게 깎는 법을 엄마가 알려주었다. 사과 껍질을 얇게 도려내, 토끼 귀를 만든다. “어때 혜리야? 이렇게 자르니까 예쁘지?” 방긋 웃으며 묻는 엄마가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나도 따라 활짝 웃으며 “엄마는 어떻게 이런 걸 알아?” 했다. 우리 엄마는 요리까지 예쁘게하는게 자랑스러웠다. 살면서 엄마가 알려준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재주 좋은 나를 만들었다. 나는 엄마만치 다원이에게 좋은 요리 선생님은 아닌 것 같다.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