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포세이돈 4-9 Sakaimachi, Otaru, Hokkaido 11:00 ~ 21:00 오타루 포세이돈 본점 4-9 Sakaimachi, Otaru, Hokkaido 047-0027 일본 아쿠아리움 탐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타루 여행의 닻을 올렸다. 고향의 서정이 담뿍 흐르는 풍경을 벗하며 귀여운 수달도 보고 물개 식구들의 재롱도 즐겼다. 잘 놀고 갑니다. 모두들 기체후 일향만강하세요. 솜이불 같은 회빛 장막이 드리웠다 걷히기를 반복한다. 슬그머니 한기가 들이치는 거리에는 여유로운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런 부산함을 헤치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오늘의 점심을 책임질 오타루 맛집이 나와 친구들을 기다린다. 바로 여기, 이름부터가 남다른 포세이돈 등장이오. 아침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구글 지도에는 오후 6시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그것보다는 사장님이 직접 내건 간판이 조금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바다에서 나는 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다만, 해산물'만' 취급하기 때문에 땅과 하늘의 사정에만 관심이 있는 분들은 심사숙고가 필요할 테다. 제아무리 가성비가 좋고 맛이 좋다고 한들 내 입맛에 안 맞으면 아무 의미 없으니 말이다. 밥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이르지만 빈자리는 많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이 집의 유명세는 충분히 설명이 될 테다. 구글 지도 후기를 살펴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 사가 여행기] 아침을 깨우기 버거운 계절이 머지않았다. 싸늘하게 식은 침대 위의 공기는 내쉴 때마다 몸뚱아리를 움츠려들게 한다. 폭신하고 무거운 면포 같은 이불 속에서 뒤척이기를 10분여, 열차 시간이 생각보다 빠듯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침내 침대를 벗어났다. 이른 아침의 서늘함을 벗하며 부지런히 걸음을 딛는다. 오늘의 여정은 사가 역으로부터 시작될 테다. 가깝지만 먼 길을 떠나는 날이다. 사가 여행의 이튿날이 밝았다. 출근과 등교 행렬이 뒤엉켜 부산하기 그지없는 플랫폼을 잠시 망연한다. 마주한 풍경의 일부가 될 생각을 하니 잠시 정신이 아득하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드가자. 한적한 시골 동네의 유유자적을 꽤 오래도록 스쳤다. 다가오는 풍경이 멀어지는 것들과 조우하는 순간을 한참이나 마주하지만, 폐곡선 위 찰나의 집합인 듯 동일한 감상의 연속이다. 살짝 지루함이 느껴질 즈음이 되자 환승역에 닿았고, 다시금 식상함이 몰려올 즈음 고대하던 목적지가 등장했다.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 여기는 사가 역에서 5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근교 여행지, 다케오 온센 역이다. 자전거로 유람하기 좋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으므로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전기자전거를 대여한다. 오후 7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튼튼하고 가벼운 전기자전거가 단돈 천 엔. 자전거를 대여하면 물품 보관함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카페 히타키노 정원 373 Ozu, Ehime 구글 지도 'OZU+' 검색, 맞은편 10:30 ~17:00 혹은 17:30 ~ 18:30 (????) 월, 화 휴일 / 토, 일 중 하루 랜덤 휴일 (?????) * 영업일, 휴일이 매우매우매우매우 불규칙함 정확한 영업일과 휴무일은 아래의 인스타그램 참조 ヒタキの庭|焼き菓子と雑貨のカフェ(@hitaki_ozu)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030명, 팔로잉 593명, 게시물 292개 - ヒタキの庭|焼き菓子と雑貨のカフェ(@hitaki_ozu)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焼き菓子と雑貨のカフェ ヒタキの庭 373 Ozu, Ehime 795-0012 일본 어느새 오즈 여행도 막바지를 향해 간다. 어딘지 모르게 구룡포 일본인 가옥을 닮은 반센소의 면면은 이역만리 타향, 한국의 향기가 닿은 흔적조차 없는 곳에서 고향의 서정을 느끼게 했다. 꽤 신기한 구경거리도 있었고 관리소 직원분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소소한 배움도 있었다. 잘 놀고 갑니다. 하루 중 가장 볕이 따가운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공교롭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볼일이 끝난 반센소에 마냥 죽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의 걸음은 다시금 가류산장 앞의 조그마한 상점가에 닿았다. 동네를 유람하면서 카페를 발견한 유일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행선지는...
[일본 사가 여행기]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구름 한 점 없는, 실로 가을이다. 안온한 찰나를 벗하며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공항은 언제나처럼 부산스럽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민트네와 함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티웨이와 함께다. 뭐가 됐든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얕은 구름의 바다를 여유롭게 항해한다.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일본 큐슈 중부의 조그마한 조그마한 소도시, 인구 20만의 사가다. 내려다본 동네의 면면이 워낙에 소박했던 탓이다. 조그마한 버스 터미널을 연상케하는 공항이 나를 맞이할 거라 짐작했지만, 매우 시건방진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마냥 틀린 짐작이 아니었다. 여정의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수수료 없이 돈을 뽑을 방법이 없다. 공항에 세븐일레븐이 없는 탓이다. 당황스럽다. 여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집에서 챙겨온 짤짤이가 나를 구원하리라. 이상하게 이 녀석들을 데려오고 싶더라니. 나의 다정함이 스스로를 구하리니,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 가을 기색이 완연한 길섶의 풍경을 벗하며 도시로 향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짧은 여정의 종착이자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마수걸이는 세븐일레븐에서 급하게 공수한 빵쪼가리와 함께다. 얼마나 배가 ...
오타루 아쿠아리움 3 Chome-303 Shukutsu, Otaru 09:00 ~ 16:00 성인 1,800엔, 어린이 700엔 오타루 아쿠아리움 3 Chome-303 Shukutsu, Otaru, Hokkaido 047-0047 일본 삿포로의 부산함을 벗어나 40분 남짓을 달렸다. 너른 바다의 청량함을 마주하였고, 다시금 번잡함을 더한 풍경을 지나 도시의 북쪽 끝자락에 닿았다. 새날의 여정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요코소, 오타루 아쿠아리움. 오타루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까지는 아니고 경험하면 좋은 여행 명소, 오타루 아쿠아리움을 목전에 두었다. 운전대를 잡은 친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역만리 타향의 수족관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데 친구 덕분에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씁. 에반데. 아직 수족관 입구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기분이 팍 상해부렀다. 생각지도 않았던 주차비 영수증이 운전석 창문 너머로 날아들었다. 무려 600엔짜리 고지서가. 원래 이런 곳에서 주차는 공짜가 국룰 아니었던가. 이 나라는 룰이 조금 다른가. 어쨌거나 무사히 주차를 마쳤다. 예기치 못한 'S'의 등장이 살짝 거슬리는 팻말을 따라 여정의 초입으로 향한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연했다. 머지않아 떠나갈 초록이 잔뜩 드리운, 한적한 바닷마을의 망중한이 유난히 기꺼웠기 때문이다. 여...
우동 무기조 1-chome-482-5 Fukuokacho, Takamatsu 11:00 ~ 14:00 무기조 1-chome-482-5 Fukuokacho, Takamatsu, Kagawa 760-0066 일본 우동의 고장 다카마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활주로 한 편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사누키'부터가 심상찮다. 얼마나 많은 우동 집을 벗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테다. 진정 우동에 미친 동네, 여기는 카가와 현의 다카마쓰다. 익숙한 맛도 좋지만 새로운 자극 또한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두 번째 다카마쓰 여행의 마수걸이 끼니는 세토오하시 거리의 한복판, 비릿한 항구의 유유자적함을 벗한 다카마쓰 맛집, 무기조와 함께다. 변변하게 간판조차 없는 무심하고 허름한 초입이 걸음을 멎게 한다.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었음에도 여기가 맞나 의심스러워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범상찮은 구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업시간조차 엄청나게 짧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2시에 불이 꺼지니, 불과 3시간 남짓이다. 그나마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료가 떨어졌는데 장사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현지인들의 맛집 지도인 타베로그에 등재된 다카마쓰 우동 맛집은 대략 300개 남짓이다. 그중 평점이 높기로 여섯 번째다. 카가와 현 전역으로 전장을 넓혀도 무기조의 창 끝은 여전히 날카롭다. 모두 합쳐 700곳 중 열여덟 번째...
메가 돈키호테 다누키코지 본점 4 Chome-12-1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24시간 영업 메가 돈키호테 삿포로 다누키코지 본점 4 Chome-12-1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63 일본 과연 삿포로 제일의 번화가답다. 제아무리 불금이라지만 이 정도로 인파가 드글드글할 줄은 몰랐다. 수없이 많은 일본의 도시들을 돌아다녔지만 오사카에서나 마주한 분주함, 부산함이다. 안줏거리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던 중이었다. 알맞은 때에 조우한 실로 적절한 쇼핑의 전당, 심지어 '메가'라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다. 삿포로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퍼뜩 드가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초입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다. 지하 2층부터 4층까지, 무려 여섯 층에 걸쳐 빈틈 없이 들어찼다. 지하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1층에는 화장품과 의약품, 카운터가, 2층부터 4층까지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온갖 것들이 빼곡하다. 과연 메가라는 접두어를 가질 자격이 있는 돈키호테다. 당신의 짤짤이를 털어가겠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가챠가 빠지면 섭섭하다. 과연 도박의 나라. 장바구니를 채우기 위해 지하로 향한다. 술은 비싼 녀석으로 한 병을 이미 쟁여두었기 때문에 우리가 먹을 주...
삿포로 TV 타워 1 Chome Odorinishi, Chuo Ward, Sapporo 09:00 ~ 22:00, 성인 1,000엔 삿포로 TV 타워 1 Chome Odori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42 일본 요코소, 삿포로. 삿포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를 마주하고 계신 당신, 삿포로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참이군요. 오도리 공원의 끝자락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음이 멎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훨씬 더 강렬한 인공의 빛이 길섶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붉은 철골 구조물 가운데에 홀로 빛나는 시계의 존재감은 유난했다. 삿포로 여행을 설계하면서 배제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겨울이 아니라면 굳이 걸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 아담하게 솟은 타워를 두고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조심스레 깨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나란히 망연하고 있는 모두가, 아마도 같은 생각을. 그리하여 걸음하게 되었다. 여기는 오도리 공원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하는 삿포로의 상징, 삿포로 TV 타워다. 매표소는 3층, 건강한 성인 남자 예닐곱도 버거운 조그마한 엘리베이터가 우리를 여정의 시작으로 이끈다. 무서운 사실 하나. 전망대에는 화장실이 없다. 재입장은 불가.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표를 사기 전에 모든 볼일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 아니, 필수...
반센소 317 Yunoki, Ozu, Ehime 구글 지도 '반센소' 검색 09:00 ~ 17:00 성인 550엔, '25년 3월 31일까지 쿠폰 소지 시 270엔 반센소 (구 마쓰이가 저택) 317 Yunoki, Ozu, Ehime 795-0011 일본 세상 이렇게나 아름다운 찰나가 있다니. 가류산장에서의 시간은 이번 여행의 완성을 위해 찍는 가장 완벽한 점이었다. 발 닿는 족족, 시선이 향하는 족족 감동의 연속이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쉬운 마음은 다음을 기약하며 곱게 접어 나빌래라. 우거진 수풀 사이로 닦인 비탈길을 따라 다음 여정을 위한 걸음을 힘차게 딛는다. 길목마다 팻말이 가득해서 길을 찾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5분 남짓을 걸었을까, 시골 동네의 수수함이 짙게 묻은 풍경 너머에 마침내 다음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다. .....? 왜 때문에..? 볕이 너무 강해서 신음하던 와중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오는 판국인데 예상치 못한 등산까지 하게 생겼다. 부디 이놈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바랐지만 무심한 하늘은 나의 애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구글 지도의 좌표는 그 어떤 의심이나 오해의 여지없이 언덕 위 홀로 솟은 이 녀석을 반센소라 이르고 있다. 워낙에 경사가 가팔라서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짧...
오도리 공원 Sapporo, Chuo Ward, Odorinishi, 1〜12丁目 오도리 공원 일본 〒060-0042 Hokkaido, Sapporo, Chuo Ward, Odorinishi, 1〜12丁目 흙흙 오늘의 저녁은 맛있었다. 고향 친구 놈들과 함께한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가장 여행 경험이 많다는 이유, 아마도 핑계로 나는 일정을 수립하고 그 우매하고 게으른 중생들을 인도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나는 로손에서 파는 200엔짜리 타마고 샌드위치로도 즐겁고, 마츠야에서 소고기 덮밥만 깨작거려도 기분 좋게 배를 두들길 수 있는 인간이다. 깊은 어스름이 밀려드는 거리에는 얇은 바람막이로 가릴 수 없는 한기가 자욱하고, 밥시간은 이미 까득히 늦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편의점에 들러 아무거나 물고 나왔으면 싶은 밤이었다. 하지만 초딩이라는 영광된 칭호를 갓 획득한 애기들처럼 땍땍거리는, 이 짐 덩어리 같은 인간들을 보고 있으려니 웬만한 걸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걸음하게 된, 타베로그를 꽤 오랜 시간 뒤적거린 끝에 발견한 시내 한복판의 어느 라멘집. FTA가 보편화된 시대의 지구촌처럼 젓가락들이 서로의 그릇을 분별 없이 넘나든다. 슬그머니 안도의 한숨이 비강을 울린다. 망하지는 않았구나. 뜨끈한 국물로 몸을 덥히고 나왔더니 조금 전의 으슬함은 온데간데없다. 슬그머니 번지는 미소를 저마다 마주하며 '지금 정도면 마...
八丁目ノ梟 8 Chome-7-4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11:00 ~ 23:00, 쉬는 시간 15:30 ~ 17:30 Hatchome no fukuro 8 Chome-7-4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63 일본 일본 삿포로 여행의 첫 번째 밤이 밝았다. 거리에는 주홍빛 어스름이 드리웠고 길섶에 만발한 인공의 불빛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의 갈 길을 바삐 재촉한다. 설국이 머지않았음을 암시하는 을씨년스러움이 거리를 흥청거린다. 나름 껴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 없이 한기가 스민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밤이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랏샤이마세. 오도리 공원의 한복판 어드메에서 남쪽으로 3분 남짓을 걸었다. 노면전차가 다니는 니시핫초메 역에서 멀지 않다. 이번 삿포로 여행의 첫 끼니를 책임질 녀석은 동네 사람들의 오랜 사랑방, 쫄깃하고 구수한 라멘을 즐길 수 있는 '핫쵸메 노 후쿠로'다. 타베로그를 부지런히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집이다. 3.51의 평점, 900개 가까운 삿포로 시내의 라멘집 중 180위에 해당하는 성적, 결코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뛰어난 것은 아닌 약간의 애매함. 어쩌다가 발견하게 됐는지 경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이 집의 정체다. 친구 놈들과 함께하는 첫 번째 해외여행의 첫 끼니를 책임질...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말끔하게 처음 마주할 적으로 돌아온 숙소를 가만히 망연한다. 찰나보다 짧았던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더는 회상할 것이 남지 않아 문득 정신을 챙기고 보니 눈앞에 놓인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이별이다. 활짝 열린 하늘에는 실낯 같은 구름이 잡을 엄두도 나지 않는 높이에서 유유자적한다. 이 길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여정의 마지막이라,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힘겹기만 하다. 길섶에 스치는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셔터 위에 얹은 손가락이 쉴 틈이 없다. 다카마쓰 역에 있는 스타벅스까지 걸음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촉박하고, 그렇다고 공복으로 있으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발이 떨린다. 대안을 고민하던 와중에 횡단보도 건너에 우두커니 선 편의점 간판, 오늘은 너로 정했다. 메론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메론을 닮은 것도 아닌데 왜 메론빵일까. 봉지를 뜯을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고민인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딱히 중요하진 않다. 이러나저러나 세븐일레븐의 메론빵은 언제나 옳으니깐 말이다. 지난번에는 가와라마치 역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오늘은 다카마쓰칫코 역의 몫이다. 일본 전역을 통틀어 가장 한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지난 7월에 걸음했을 때에는 가와라마치 역에서도 절반 넘게 버스를 채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두 번째 정류장인 다카마쓰칫...
공항에서 시내를 가 봅시다 우리 비행기, 곧 신치토세 공항에 착륙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마음 급하실 테니 곧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를 나가 봅시다. 1. 쾌속 에어포트(열차) 삿포로 여행의 가장 든든하고 편리한 벗이다. 신치토세 공항 국내선 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JR 쾌속 에어포트를 이용해서 삿포로 시내까지 향할 수 있다. 목적지는 JR 삿포로 역 주말 기준 삿포로행 운행 시간표는 위와 같다. 꽤나 운행 편수가 많기 때문에 열차 하나 놓쳤다고 망연자실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소요 시간은 37분이며 요금은 자유석 1,150엔, 좌석 지정 시 1,990엔이다. 자유석이라고 못 앉는 거 아니므로 웬만하면 자유석을 추천드린다. 삿포로 역에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경우에도 요금과 소요 시간은 동일하다. 시간표는 별도로 첨부를 하지 않을 테다. 지하철만큼이나 운행 편수가 많기 때문이다. 숙소가 JR 삿포로 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열차를 선택하시면 된다. 요금도 더 저렴하고 걸리는 시간은 반이다. 정시성까지 확보되니 안전하고 편리하기까지 하다. 2. 리무진버스 행선지가 JR 삿포로 역이 아닌 분들, 예를 들면 오도리 코엔, 스스키노, 나카지마 코엔, 마루야마 등을 목적지로 하는 분들에게는 공항버스를 추천드린다.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리지만 환승의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
니지노마쓰바라 Kagami, Karatsu, Saga 니지노마쓰바라 Kagami, Karatsu, Saga 847-0022 일본 흙흙 오늘의 빙수는 맛있었다. 추억 속에 머물던 예의 그 밝은 미소로 나를 반겨준 키코안의 사장님, 그리고 빙수는 언제나처럼 옳았다. 잘 묵은 나무 기둥의 편안한 흙냄새를 벗하며 기분 좋게 망중한을 읊었다. 잘 먹고 갑니다 사장님. 또 올게요. 마수걸이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본격적인 유람에 박차를 가한다. 회빛으로 낮게 내려앉은 장막은 걷힐 생각을 않고, 오늘도 지난번처럼 푸른 하늘은 요원한 듯 보이지만 아랑곳 않고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길바닥이 바삭하게 마른 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당장 전날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던 가라쓰다. 타이밍 이즈 나우. 우산을 챙겨오기는 했지만 절대 꺼내고 싶지 않다.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니지노마쓰바라 유람을 오늘 중에 반드시 마쳐야 한다면, 옳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지도상으로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여정의 시작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다시 길을 나서고 5분 남짓 만에 고대하던 풍경의 초입에 닿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매번 먼발치에서만 인사를 드리다가 처음으로 찾아뵙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17세기 무렵 이 동네를 다스리던 번주의 뜻으로 방풍림을 조성한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도 빠듯한 민초들의 눈에는 어찌 보였을...
2024년 8월, 일본 기타큐슈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의 기세가 심상찮다. 바람까지 거칠게 몰아치는 터라 언제 날아오를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다. 어수선한 시간이 한동안 이어졌다. 간신히 날아올라 현해탄을 건넌다. 다행히 바다 건너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다.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 40분 남짓을 달렸다. 그렇게 동네의 가장 번화한 풍경을 마주한다. 아 덥다. 적당히를 모르는 더위 덕분에 입맛을 잃었다. 그럴 때에는 자극적인 요리가 제격이다. 너라면 할 수 있다. 간바레 가스토! 단돈 600엔으로 누리는 한 끼 꽤 성공적이다. 어른아이 입맛에 딱 맞는 군더더기 없이 건강하지 않은 맛 정확히 내가 원하던 자극이다. 배를 채우고 나니 눈초리가 초점을 찾았다. 고개를 들어 앞을 마주하니 고쿠라 성의 한가로운 자태가 소담하게 솟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은 아니므로 굳이 천수각까지 걸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수걸이 기타큐슈 여행이니만큼 명함을 건넨다는 느낌으로 걸음해 본다. 딱히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별 볼일 없다. 조금 더 높아진 시선에 머무르는 기타큐슈의 일상을 마주했다는 것에 의의를. 잘 익은 구름이 피어난 하늘 아래의 풍경을 벗하며 다시금 여정을 잇는다. 그리하여 마주한 것은 백종원 아재의 스푸파 덕분에 유명세를 갖게 된 탄가시장. 하지만 기대하던 만남은 ...
삿포로에서 렌트카를 이용해 봅시다 신치토세 공항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설국의 도시, 여기는 삿포로입니다. 마음이 급하실 테니 뜸 들이지 않습니다. 삿포로를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렌트카 가이드,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스카이스캐너, 아고다, 부킹닷컴, 트립닷컴 등 웬만한 글로벌 숙박 및 항공권 예약 사이트라면 렌트카 역시 예약 서비스를 지원한다. 나는 부킹닷컴에서 예약했으며 차종은 혼다 피트, 인수 및 반납 장소는 신치토세 공항, 이용 기간은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총 4일이었다. 비용은 렌트 요금 235,000원에 108,000원의 보험 상품을 포함해서 총 343,000원. 렌트카 업체에서 최소한의 보험을 지원하지만 별도로 보험을 드는 걸 추천한다. 자기 부담금 비율도 확 다를 뿐 아니라 보장 총액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행 방향과 신호 체계가 완전히 다른 일본이라서 유의미할 정도로 높은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불안하게 도박하는 것보다 보험 들고 마음 편하게 운전하도록 하자. 일본에서 렌트카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제네바 협약에 근거한 국제운전면허증이 별도로 필요하다. 발급은 관할 경찰서 통합민원실에서 가능하다. 일본 국제운전면허증 만들러 왔다고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실 테다. 6개월 이내에 찍은 여권 사진이 필요하며 수수료는 8,500원, 발급 시간은 5분 남짓이다. 렌트카 창구는 신치토세 공항 국제선의 1층에 자리...
중화요리 삼국지 2 Chome-2-8 Takezakicho, Shimonoseki 구글 지도에 'Yumekabo sakamoto' 검색, 바로 옆에 위치 11:30 ~ 14:00, 17:30 ~ 21:30 월요일 휴무 中華ダイニング食彩 三国志 2 Chome-2-8 Takezakicho, Shimonoseki, Yamaguchi 750-0025 일본 늦은 오후의 볕이 아련하게 작별을 고한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시모노세키는 눈 감고도 유람할 수 있을 것처럼 변한 것이 없다.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모지코항에서 배를 타고 건너왔다. 재밌는 게 있을까 싶어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생각보다 할 만한 게 없는 시모노세키다. 하지만 괜찮다. 여기에는 나의 오랜 벗, 꿈에서도 잊지 않은 진정한 맛집이 있으니깐 말이다. 그대로 박제해다가 5년 전으로 옮겨다 놓아도 알아채기 어려울 것 같다.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것만 같다. 역시나 변한 것 없는 거리의 풍경을 벗하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이 길의 끝에 그토록 고대하던 추억의 맛집이 기다린다. 그대를 만나기 3초 전. 코시국을 지나는 동안 좋아하던 많은 것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의 재회다. 감정의 파도가 요란하게 너울진다. 다녀왔습니다. 잘 지내셨죠?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미리 점찍어 둔 복어 요리집이 문을 닫아서 수배한 ...
키코안 1 Chome-9-21 Higashikaratsu, Karatsu, Saga 11:00 ~ 17:00, 수요일 오후 13시부터 시작, 화요일 휴무 키코안 1 Chome-9-21 Higashikaratsu, Karatsu, Saga 847-0017 일본 5년 만에 뵙습니다만 한결같으시네요. 어쩜 이리 변한 게 하나도 없으신지요. 기나긴 코시국의 그늘을 벗어나자마자 오랜 추억과 재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강산이 반절은 변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기에 대체로 낯설고 생경한 만남의 연속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결같은 것들이 있다. 이 도시가 그랬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애틋한 가라쓰다. 날만 조금 더 깨끗했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한 번 더 걸음해야 할 핑계가 생겼으니 오히려 좋아. 가라쓰 성에서 읊은 망중한을 뒤로하고 다시금 걸음을 딛는다. 대한 해협으로 향하는 강줄기의 끝자락을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다리를 지난다. 이 너머에 나의 주린 배를 조금이나마 채워 줄 쉬어갈 언덕이 기다린다. 변한 게 하나도 없으시네요. 얼굴도 여전히 좋아 보입니다. 잘 지내셨죠? 1973년부터 역사가 시작되었으니 5년쯤은 찰나라고 여겨도 무방할 테다. 그간 변한 것이 있다면 이곳에 자리한 세월을 세는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것 정도일까. 기분 좋게 인사를 건넨다. 가라쓰 여행에 찍는 소박한 쉼표 하나, 사랑스러운 카페...
가류산장 411-2 Ozu, Ehime 구글 지도 '가류산장' 검색 09:00 ~ 16:30, 성인 550엔 가류산장 411-2 Ozu, Ehime 795-0012 일본 흙흙 오늘의 점심은 맛있었다. 희멀거한 맹물에 우동 면발을 담아주더니 곁들일 거라고는 간장 종지 하나가 전부였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지만 이미 던져진 주사위, 제발 1이 나오는 것만은 면하자는 심정으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는데 그야말로 대반전. 두 분이 가셔서 하나 정도는 시킬 만합니다. 오즈시 맛집 시라이시 우동의 '히야시 우동', 당신도 도전하세요! 지옥과 천국이 한 끗 차이라는 걸 느꼈다. 살아 돌아온 나는 지금 아주 기분이 좋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이 길의 끝에 나의 다음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요코소, 가류산장 돌 위에 새긴 표지 덕분에 길을 잃을 일은 없다. 수수하지만 정성 어린 그림과 글씨. 덕분에 자칫 지루할 뻔한 걸음에 산뜻한 미소가 함께한다. 낡고 허름한 목조 주택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아담한 언덕을 오른다. 마침내 고지가 눈앞이다. 길섶에 머무르는 수수한 풍경에 이따금 시선이 멎는다. 특별하게 여길 것은 딱히 없지만 서사가 주는 매력이 있다. 이런 게 바로 소도시 여행의 재미. 소담하게 만개한 황화코스모스를 따라 언덕의 끝자락을 오른다. 조그마한 팻말이 나타났다. 정말로 고지가 머지않은 듯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날씨 요정 같은 건 없었다. 오늘만 아니면 되는데, 하필 오늘이다. 마음을 고쳐먹는 게 즐거운 여행을 위해 조금 더 이로울 테다. 적어도 가방 속에 넣어 둔 우산을 꺼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다카마쓰 여행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드가자. 이 열차는 가와라마치로 향합니다. 오늘의 여정은 항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내륙으로 향하는 전차에 몸을 싣는다. 이유가 있다. 시간에 쫓기면서까지, 추적이는 빗줄기를 헤치면서까지 남쪽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가. 다카마쓰 여행의 시작이자 끝, 아마도 모든 것이다. 지난 다카마쓰 여행에서 경험한 우동의 정수를 나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동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우동을 향한 오랜 적개심을 내려놓게 된 계기이며, '이건 참 맛있는 음식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리쓰린 공원에서 북쪽으로 10분 남짓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다카마쓰 우동 맛집, 여기는 마츠시타 제면소다. 차가운 부카케 우동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뒤에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주문 순서를 가지고 딴지를 거는 바람에 사장님과의 소통이 꼬이고 말았다. 그리하여 받아들게 된 것은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카케우동 한 그릇. 정확하게 의도한 것의 대척점에 있는 우동이다. 국물이 많은 것도, 따뜻한 것도 원치 않았다. 심지어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