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무기조 1-chome-482-5 Fukuokacho, Takamatsu 11:00 ~ 14:00 무기조 1-chome-482-5 Fukuokacho, Takamatsu, Kagawa 760-0066 일본 우동의 고장 다카마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활주로 한 편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사누키'부터가 심상찮다. 얼마나 많은 우동 집을 벗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테다. 진정 우동에 미친 동네, 여기는 카가와 현의 다카마쓰다. 익숙한 맛도 좋지만 새로운 자극 또한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두 번째 다카마쓰 여행의 마수걸이 끼니는 세토오하시 거리의 한복판, 비릿한 항구의 유유자적함을 벗한 다카마쓰 맛집, 무기조와 함께다. 변변하게 간판조차 없는 무심하고 허름한 초입이 걸음을 멎게 한다.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었음에도 여기가 맞나 의심스러워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범상찮은 구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업시간조차 엄청나게 짧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2시에 불이 꺼지니, 불과 3시간 남짓이다. 그나마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료가 떨어졌는데 장사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현지인들의 맛집 지도인 타베로그에 등재된 다카마쓰 우동 맛집은 대략 300개 남짓이다. 그중 평점이 높기로 여섯 번째다. 카가와 현 전역으로 전장을 넓혀도 무기조의 창 끝은 여전히 날카롭다. 모두 합쳐 700곳 중 열여덟 번째...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말끔하게 처음 마주할 적으로 돌아온 숙소를 가만히 망연한다. 찰나보다 짧았던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더는 회상할 것이 남지 않아 문득 정신을 챙기고 보니 눈앞에 놓인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이별이다. 활짝 열린 하늘에는 실낯 같은 구름이 잡을 엄두도 나지 않는 높이에서 유유자적한다. 이 길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여정의 마지막이라,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힘겹기만 하다. 길섶에 스치는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셔터 위에 얹은 손가락이 쉴 틈이 없다. 다카마쓰 역에 있는 스타벅스까지 걸음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촉박하고, 그렇다고 공복으로 있으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발이 떨린다. 대안을 고민하던 와중에 횡단보도 건너에 우두커니 선 편의점 간판, 오늘은 너로 정했다. 메론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메론을 닮은 것도 아닌데 왜 메론빵일까. 봉지를 뜯을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고민인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딱히 중요하진 않다. 이러나저러나 세븐일레븐의 메론빵은 언제나 옳으니깐 말이다. 지난번에는 가와라마치 역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오늘은 다카마쓰칫코 역의 몫이다. 일본 전역을 통틀어 가장 한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지난 7월에 걸음했을 때에는 가와라마치 역에서도 절반 넘게 버스를 채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두 번째 정류장인 다카마쓰칫...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날씨 요정 같은 건 없었다. 오늘만 아니면 되는데, 하필 오늘이다. 마음을 고쳐먹는 게 즐거운 여행을 위해 조금 더 이로울 테다. 적어도 가방 속에 넣어 둔 우산을 꺼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다카마쓰 여행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드가자. 이 열차는 가와라마치로 향합니다. 오늘의 여정은 항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내륙으로 향하는 전차에 몸을 싣는다. 이유가 있다. 시간에 쫓기면서까지, 추적이는 빗줄기를 헤치면서까지 남쪽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가. 다카마쓰 여행의 시작이자 끝, 아마도 모든 것이다. 지난 다카마쓰 여행에서 경험한 우동의 정수를 나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동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우동을 향한 오랜 적개심을 내려놓게 된 계기이며, '이건 참 맛있는 음식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리쓰린 공원에서 북쪽으로 10분 남짓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다카마쓰 우동 맛집, 여기는 마츠시타 제면소다. 차가운 부카케 우동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뒤에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주문 순서를 가지고 딴지를 거는 바람에 사장님과의 소통이 꼬이고 말았다. 그리하여 받아들게 된 것은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카케우동 한 그릇. 정확하게 의도한 것의 대척점에 있는 우동이다. 국물이 많은 것도, 따뜻한 것도 원치 않았다. 심지어 맛...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고향 친구들과의 삿포로 여행이 마무리된 것은 지난밤이었다. 인천 땅을 밟은 지 10시간이 가까웠지만 나는 아직도 공항을 벗어나지 못했다. 떠날 시간이 머지않았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과 민트의 발랄함이 데면데면한 듯 어울린다. 고향 친구들과 함께했던 삿포로는 에어부산과 함께였는데 오늘은 에어서울의 신세를 진다. 이 녀석의 행선지는 인구 40만의, 시코쿠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가가와 현의 다카마쓰다. 나는 오늘 지난 7월의 다카마쓰 여행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마저 해결하러 갈 참이다. 이따금 솜사탕처럼 잘 익은 구름이 시선 아래를 아늑하게 스치고, 네모 동그란 창을 채우고 있는 색깔은 대체로 흐린 하늘과 거리가 먼 것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 일기예보 때문이다. 지난 며칠간 다카마쓰의 날씨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제멋대로였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전해온 소식이 맑음이기는 했지만 언제 마음이 변해 시원찮은 표정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변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출처 모를 불안함이 엄습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 아니 나의 나약함이다. 이랏샤이마세. 걱정 ㄴㄴ해.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빛나는 다카마쓰 공항의 상징 '사누키', 천만다행으로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걸음도 가볍다. 새로운 여행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만나서 반갑습...
2024년 7월, 일본 다카마쓰 무려 5년 만의 일본 여행 그 첫 번째 행선지는 다카마쓰다. 기다림이 길었으니 지체할 틈이 없다. 우리 비행기, 곧 이륙하겠습니다. 파도가 부서지듯 포말이 무성한 구름 장막 위로 90분 남짓을 날아 닿았다. 활주로 한 편에 큼지막하게 박힌 세 글자 사 누 키 아마도 '사누키 우동'의 그 사누키일 테다. 여정의 초입부터 심상치 않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동의 고장이라더니, 서럽기만 하면 다행일 듯하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낮의 땡볕이 절로 한숨을 부른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어서 와, 한여름 일본은 처음이지? 황당하리만치 맹렬한 볕을 뚫고 걸음이 향한 곳은 항구였다. 세토내해 곳곳을 오가는 연락선의 유유자적함을 마주하고 싶었다. 볕이 조금만 착했어도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다카마쓰의 여름은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 그렇지만 매력 있다. 제아무리 더워 봐야 베트남만 하랴. 꾸준한 베트남 출장으로 단련된 나에게 이 정도의 더위는 힘들다. 뭐여 이게 대체.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서 피신처를 찾았다. 시코쿠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이름하야 다카마쓰 심볼 타워 29층에 공짜 전망대가 있는 인심 좋은 쉬어갈 물가다. 다카마쓰 여행의 시작을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널찍한 시가지의 면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덕분이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고 온몸에 묻은 짠내를 털어냈다. 늦은 오후의 볕이 땅거미를 몰고...
잔지바르를 원하는 당신을 위한 종합 가이드 그야말로 현세에 강림한 지상 낙원, 지구상에 단 한 곳의 여행지만 남겨두고 싶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인도양의 보석. 고작 일주일 남짓의 시간밖에 함께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 넘어 이역만리에서 경험한 모든 시간 중에서 가장 찬연하고 인상적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잔뜩 갖다 붙여도 충분치 않을 것 같다. 나에게 잔지바르는 입에 침이 마르다 못해 혓바닥이 쩍쩍 갈라질 때까지 칭찬을 해도 모자란, 그 정도로 완벽한 낙원이다. 그런 잔지바르를 나만 즐길 수는 없다. 부지런히 사진을 모으고 지난 기억을 주워 담았다. 모두가 함께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끄적이는 가이드, 잔지바르에 대해서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알려드리겠습니다. 목차 가는 법 유명 여행지 즐길 거리 - 능귀 해변 즐길 거리 - 음넴바섬 스노클링 즐길 거리 - 향신료 투어 즐길 거리 - 스톤타운 골목 투어 즐길 거리 - 스톤타운 감옥섬 거북이 투어 먹을거리 - 능귀 사소한 팁 가는 법 머나먼 동네 아프리카의 중남부에 자리하고 있는 탄자니아다. 당연히 긴 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는 길이 고되지는 않다. 오늘도 열일하는 에티오피아 항공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환승 한 번이면 닿을 수 있는 잔지바르다. 환승을 위해 들르게 되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이 살짝 아수라장이긴 하지만 탄자니아 국내선에 비하면 레드 카펫...
[2019년 12월에 떠나본 탄자니아 여행기] '19.12.05 ~ '19.12.18, 탄자니아 허허벌판처럼 휑한 해변에서 조그마한 통통배에 오르고 닻을 올렸다. 요란한 엔진 소음을 친구 삼아 10분 남짓을 달리고 또 달렸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바다는 평화롭지만 열 명이나 실을 수 있으려나 싶은 가냘픈 나룻배가 감당하기에는 살포시 버거운 감이 있다. 이따금 절벽으로 꺼지듯 곤두박질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심장이 살포시 내려앉는 듯한, 바이킹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입꼬리가 자꾸만 일그러진다. 그나마 예고라도 하고 찾아오면 마음에 준비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으니 적잖이 곤혹스럽다.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녀석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새가 없다. 그저 즐거운 뱃놀이가 될 줄 알았건만 이건 마치 매를 맞는 듯한 기분이다. 적어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조금 살 만하다 싶더니 목적지에 닿은 조각배가 닻을 내린다. 이제 겨우 불안한 요동에 익숙해졌는데 뭍에 닿은 것이다. 그간의 노력은 바다에 씻겨 내려가는 한 줌의 모래처럼 부질없는 것이 되었다. 언제 적응한 적이 있긴 하냐는 듯이, 분명 돌아가는 배 위에서도 사시나무 떨 듯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건 돌아가는 배 위의 내가 감당할 일이고 지금의 나는 눈앞에 놓인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무사히 땅에 발을 딛고 몸뚱아리...
[2019년 12월에 떠나본 탄자니아 여행기] '19.12.05 ~ '19.12.18, 탄자니아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대망의 마지막 날 아침..은 아니고 전날 아침이다. 아직 하루가 남았으니 너무 슬퍼할 일은 아니지만 흐르는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그저 설레는 마음 안고 아디스아바바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 여정도 내일이면 끝이다. 꿈보다도 달달했던 2주가 어느 틈에 등 뒤에서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다. 입에 넣은 솜사탕처럼, 그렇게 아스라이 사라져 간다. 비행기 시간이 꽤나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날이나 다름없다. 이번 여정의 시작과 함께 근무하는 중학교가 방학에 접어든 우리의 호스트는 이 여정이 끝나도 한동안 계속 즐거울 테다. 하지만 한국에서 날아온 큰 형과 나는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여느 때처럼 파란 하늘과 함께 발걸음도 경쾌하게 하루를 시작하지만, 물에 젖은 신문지처럼 몸뚱아리가 자꾸만 처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여행 내도록 틈날 때마다 기념할 만한 것들을 사 모았다. 하지만 쟁이고 또 쟁여도 모자란 것이 선물이다. 아마 내일은 집에 가기 바쁠 것이므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늘, 아마도 지금이 유일하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근방에서 가장 번듯한 선물 가게에 들르는 것이었다. 탄자니아 전역을 통틀어 손에 꼽게 번화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답게 엄청나게 많은 ...
[2019년 12월에 떠나본 탄자니아 여행기] '19.12.05 ~ '19.12.18, 탄자니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영영 곁에 머무를 것만 같았던 탄자니아에서의 일상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간다. 오늘과 내일, 딱 이틀이 남았다. 그러고 나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가는 쾌속선과, 에티오피아를 향해, 그리고 인천을 향해 박차 오르는 비차의 육중한 추력에 몸을 맡기는 일뿐이다. 대추야자로 만들었다더니 과연, 정신없이 달큰한 간식을 입에 물고 있으면서도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별의 순간이 이따금 머릿속을 스친다. 그럴 때마다 눈꼬리는 성난 바다 위 파도처럼 사정없이 요동친다. 원 없이 즐긴 덕분에 섭섭하지만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아무 기대 없이 품에 안은 꿀단지가 생각보다 너무 달다. 그야말로 꿈보다 조금 더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는데 떠나보내야 한다니, 그저 섭섭하고 또 섭섭하다. 물론 눈앞에 놓인 것들이 여전히 즐거운 것 일색이라서 지금도 구름 속을 걷는 듯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웃음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가슴팍 한 켠이 자꾸만 근질거린다. 조만간 떠나는구나. 이렇게 가면 언제나 다시 오려나. 사는 동안 또 만날 수 있겠지. 정말이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하릴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저 망연할 ...
[2019년 12월에 떠나본 탄자니아 여행기] '19.12.05 ~ '19.12.18, 탄자니아 현 시간부로 전 병력 조식 집합하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 해가 오늘도 힘차게 떠올랐다. 나와 큰형은 눈이 떠지기 무섭게 식당이 있는 로비로 걸음을 옮긴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해 무의식이 잔뜩 지배하는 와중이지만 아침밥을 향한 본능과 열망은 막지 못했다. 전날 밤 야시장에서 워낙에 푸짐하게 먹고 마시고 즐긴 탓에 살짝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에게 시간은 금보다 소중하다. 딱 한 명, 이 동네에 살고 있는 탓에 아쉬울 것 없는 우리의 호스트는 예외인 듯하지만 말이다. 그는 아침 댓바람부터 화장실에 쳐박혀 나올 생각을 않고 있다. 인당 3만 원도 하지 않는 상당히 저렴한 숙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상당했다. 지은 지 500년이 다 되어가는 귀족의 공간을 1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내 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 사실부터가 굉장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해군 대에 지어진 건물이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이니, 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은 제대로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게다가 꽤나 차린 것 많은 밥상까지 아침마다 받을 수 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여기만 이런가 싶었다. 경험 많고 아는 것 많은 우리의 호스트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호사를 누리게 ...
[2017년 연말에 떠난 나가노 여행] 나가노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이자 여행의 셋째 날이 밝았다. 오늘을 맞이하는 감회는 조금 남다르다. 여행지로 크게 각광받는 동네가 아니라서 그런지 나가노의 숙소는 대체로 저렴하고 넓고 깨끗하다. 여기밖에 안 가봤지만 일단 치선 그랜드 나가노는 그랬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다행히 이 시국의 포화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평점은 여전히 좋고 가격도 여전히 저렴하다. 나가노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으니 접근성도 아주 좋다. 혹시나 나가노로 출장이나 여행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이 숙소는 별 네 개 반 드립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다섯 개짜리 숙소를 위해 반 개 비웠습니다만 다섯 개 줘도 무방한 숙소입니다. 드디어 간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영화관에서 딱 세 번 봤다. 2006년 왕의 남자 이후 영화관에서 두 번 이상 본 영화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딱 10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너의 이름은 오늘은 그 영화 속 배경이 된 호수를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는 날이다. 비장한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한 방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번거롭게 환승을 해야 한다. 지도에서는 별로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를 실어 나르던 기차는 '마쓰모토'라는 영 생소한 동네에 멈춰 섰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신경질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미 내린 몸이다. 마침 배도 ...
우동 무기조 1-chome-482-5 Fukuokacho, Takamatsu 11:00 ~ 14:00 무기조 1-chome-482-5 Fukuokacho, Takamatsu, Kagawa 760-0066 일본 우동의 고장 다카마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활주로 한 편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사누키'부터가 심상찮다. 얼마나 많은 우동 집을 벗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테다. 진정 우동에 미친 동네, 여기는 카가와 현의 다카마쓰다. 익숙한 맛도 좋지만 새로운 자극 또한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두 번째 다카마쓰 여행의 마수걸이 끼니는 세토오하시 거리의 한복판, 비릿한 항구의 유유자적함을 벗한 다카마쓰 맛집, 무기조와 함께다. 변변하게 간판조차 없는 무심하고 허름한 초입이 걸음을 멎게 한다.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었음에도 여기가 맞나 의심스러워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범상찮은 구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업시간조차 엄청나게 짧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2시에 불이 꺼지니, 불과 3시간 남짓이다. 그나마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료가 떨어졌는데 장사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현지인들의 맛집 지도인 타베로그에 등재된 다카마쓰 우동 맛집은 대략 300개 남짓이다. 그중 평점이 높기로 여섯 번째다. 카가와 현 전역으로 전장을 넓혀도 무기조의 창 끝은 여전히 날카롭다. 모두 합쳐 700곳 중 열여덟 번째...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말끔하게 처음 마주할 적으로 돌아온 숙소를 가만히 망연한다. 찰나보다 짧았던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더는 회상할 것이 남지 않아 문득 정신을 챙기고 보니 눈앞에 놓인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이별이다. 활짝 열린 하늘에는 실낯 같은 구름이 잡을 엄두도 나지 않는 높이에서 유유자적한다. 이 길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여정의 마지막이라,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힘겹기만 하다. 길섶에 스치는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셔터 위에 얹은 손가락이 쉴 틈이 없다. 다카마쓰 역에 있는 스타벅스까지 걸음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촉박하고, 그렇다고 공복으로 있으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발이 떨린다. 대안을 고민하던 와중에 횡단보도 건너에 우두커니 선 편의점 간판, 오늘은 너로 정했다. 메론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메론을 닮은 것도 아닌데 왜 메론빵일까. 봉지를 뜯을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고민인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딱히 중요하진 않다. 이러나저러나 세븐일레븐의 메론빵은 언제나 옳으니깐 말이다. 지난번에는 가와라마치 역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오늘은 다카마쓰칫코 역의 몫이다. 일본 전역을 통틀어 가장 한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지난 7월에 걸음했을 때에는 가와라마치 역에서도 절반 넘게 버스를 채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두 번째 정류장인 다카마쓰칫...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날씨 요정 같은 건 없었다. 오늘만 아니면 되는데, 하필 오늘이다. 마음을 고쳐먹는 게 즐거운 여행을 위해 조금 더 이로울 테다. 적어도 가방 속에 넣어 둔 우산을 꺼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다카마쓰 여행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드가자. 이 열차는 가와라마치로 향합니다. 오늘의 여정은 항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내륙으로 향하는 전차에 몸을 싣는다. 이유가 있다. 시간에 쫓기면서까지, 추적이는 빗줄기를 헤치면서까지 남쪽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가. 다카마쓰 여행의 시작이자 끝, 아마도 모든 것이다. 지난 다카마쓰 여행에서 경험한 우동의 정수를 나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동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우동을 향한 오랜 적개심을 내려놓게 된 계기이며, '이건 참 맛있는 음식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리쓰린 공원에서 북쪽으로 10분 남짓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다카마쓰 우동 맛집, 여기는 마츠시타 제면소다. 차가운 부카케 우동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뒤에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주문 순서를 가지고 딴지를 거는 바람에 사장님과의 소통이 꼬이고 말았다. 그리하여 받아들게 된 것은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카케우동 한 그릇. 정확하게 의도한 것의 대척점에 있는 우동이다. 국물이 많은 것도, 따뜻한 것도 원치 않았다. 심지어 맛...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고향 친구들과의 삿포로 여행이 마무리된 것은 지난밤이었다. 인천 땅을 밟은 지 10시간이 가까웠지만 나는 아직도 공항을 벗어나지 못했다. 떠날 시간이 머지않았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과 민트의 발랄함이 데면데면한 듯 어울린다. 고향 친구들과 함께했던 삿포로는 에어부산과 함께였는데 오늘은 에어서울의 신세를 진다. 이 녀석의 행선지는 인구 40만의, 시코쿠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가가와 현의 다카마쓰다. 나는 오늘 지난 7월의 다카마쓰 여행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마저 해결하러 갈 참이다. 이따금 솜사탕처럼 잘 익은 구름이 시선 아래를 아늑하게 스치고, 네모 동그란 창을 채우고 있는 색깔은 대체로 흐린 하늘과 거리가 먼 것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 일기예보 때문이다. 지난 며칠간 다카마쓰의 날씨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제멋대로였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전해온 소식이 맑음이기는 했지만 언제 마음이 변해 시원찮은 표정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변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출처 모를 불안함이 엄습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 아니 나의 나약함이다. 이랏샤이마세. 걱정 ㄴㄴ해.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빛나는 다카마쓰 공항의 상징 '사누키', 천만다행으로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걸음도 가볍다. 새로운 여행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만나서 반갑습...
2024년 7월, 일본 다카마쓰 무려 5년 만의 일본 여행 그 첫 번째 행선지는 다카마쓰다. 기다림이 길었으니 지체할 틈이 없다. 우리 비행기, 곧 이륙하겠습니다. 파도가 부서지듯 포말이 무성한 구름 장막 위로 90분 남짓을 날아 닿았다. 활주로 한 편에 큼지막하게 박힌 세 글자 사 누 키 아마도 '사누키 우동'의 그 사누키일 테다. 여정의 초입부터 심상치 않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동의 고장이라더니, 서럽기만 하면 다행일 듯하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낮의 땡볕이 절로 한숨을 부른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어서 와, 한여름 일본은 처음이지? 황당하리만치 맹렬한 볕을 뚫고 걸음이 향한 곳은 항구였다. 세토내해 곳곳을 오가는 연락선의 유유자적함을 마주하고 싶었다. 볕이 조금만 착했어도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다카마쓰의 여름은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 그렇지만 매력 있다. 제아무리 더워 봐야 베트남만 하랴. 꾸준한 베트남 출장으로 단련된 나에게 이 정도의 더위는 힘들다. 뭐여 이게 대체.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서 피신처를 찾았다. 시코쿠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이름하야 다카마쓰 심볼 타워 29층에 공짜 전망대가 있는 인심 좋은 쉬어갈 물가다. 다카마쓰 여행의 시작을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널찍한 시가지의 면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덕분이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고 온몸에 묻은 짠내를 털어냈다. 늦은 오후의 볕이 땅거미를 몰고...
[베트남 긴급비자 발급 정보가 정말 급한 분들을 위해 미리 붙이는 덧] 베트남 e비자 견본 유효 기간 6개월 미만의 여권을 소지하고 계시다면 베트남 입국을 위해서 비자가 필요하다. 얼마나 긴급한 건이든 관계 없이 비자 발급은 가능하다. 다만 비용이 문제다. 오전 중에 신청하면 오후 8시 전후로 수령 가능한 당일 발급 비자는 25만 원 정도 한다. 1시간 만에도 비자 발급은 가능하다. 5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 문제라서 그렇지.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 중 하나로 압축된다. 1. 50만 원을 내고서라도 비자를 발급 받아서 비행기를 탈지 2. 수수료를 내고 항공권 일정을 변경한 뒤 25만 원짜리 당일 발급 비자를 받을지 3. 비행기표를 새로 사고 5만 원 남짓으로 받을 수 있는 비자를 일주일 정도 느긋하게 기다릴지 일과 시간 중, 그러니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거라면 '베트남 긴급비자'라고 검색해서 아무 업체나 연락하면 된다. 혹 새벽이나 밤에 이런 일을 당한 거라면 꽤나 피곤해지는데, '베트남 긴급비자 새벽발급' 혹은 '베트남 긴급비자 24시간'이라고 검색하면 드물지만 몇 군데 업체를 찾을 수 있다. 모조리 연락해 보자. 필요한 서류는 네 가지다. 여권 사본(핸드폰으로 찍은 것 가능) 내 증명사진(깨끗한 벽을 배경으로 찍은 핸드폰 셀카 가능) 여행 숙박 정보(예약 정보) 항공권 정보 주의해야할 것은 항공권...
서울 도서관 주소 :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특별시청 서울 시청역 도보 3분 09:00 ~ 21:00, 주말에는 18시까지, 월요일 휴무 서울도서관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특별시청 출근길로 모두가 부산하다. 어느 화요일의 이른 아침, 미처 데워지지 않은 공기를 뚫고 서울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서울 사람은 아니지만 시청으로 존재하던 시절의 풍경을 기억한다. 아마도 초등학교 수학여행이었다. 버스를 타고 시청 앞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광장이 생기기 전이었다. 서울 시청을 지나고 있으니 바깥을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마주한 풍경에는 잘 가꾼 화단과 넓게 깔린 도로가 있었다. 역시 서울 풍경은 다르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분수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슬며시 지나친 풍경이라서 정확하지는 않다. 모두 다 지난 추억이 되었다. 도로는 사라지고 광장이 되었다. 새로 지은 청사에게 역할을 물려준 시청 청사는 도서관이 되었다. 아예 무심했다. 건물이 남았으니 기념관 같은 거 만들었겠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이곳의 정체를 알게 된 건 불과 몇 주 전의 일이었다. 화장실을 찾아 동동거린 발걸음이 여기에 닿기 전까지는 그 커다란 문짝이 그저 망부석처럼 느껴졌다. 개관한 지 10년 된 서울의 공립 도서관이다. 동네마다 볼 수 있는 바로 그 도서관 말이다. 40만 권 남짓의 장서를 보관한 서고가 있고, 공부하거...
Moments in serpentine pavilions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 '24.07.19 ~ 09.25 10:00 ~ 18:00,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9 아어 덥다. 덥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다. 볕 한 줌 닿지 않는 지하 세계마저도 후끈하게 달아오르니, 땀으로 시원하게 적신 몸뚱아리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도망치듯이 걸음이 닿았다. 이 너머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온 김에 얼마 전에 시작한 전시도 구경하고 가야겠다. 시청역 지하 통로를 이용해서 닿을 수 있는 서울 여행 명소, 여기는 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이다. 직사각의 천정이 높은 공터에 나무로 얽은 구조물이 늘어서 있다. 꽤나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미 달아오른 볕을 피해 걸음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중이다.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모먼츠 인 서펜타인 파빌리온, 2000 - 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24년의 기록'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는 해마다 건축전이 열린다. 작품 공모를 통하여 오직 하나의 수상작만을 선정하는데, 선정된 건축가의 작품은 실물로 제작하여 갤러리 앞마당에 전시되는 영예를 누린다. 그런 건축전의 지난 역사를 톺아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에서 열리는 중이다. 9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아침 10시부터 오...
미래를 짓는, 서울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 도시건축전시관 '24.04.19 ~ 06.23 10:00 ~ 18:00,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9 맑은 하늘 아래에 작열하는 태양과 한껏 드리운 녹음, 가만히 있어도 슬그머니 땀방울이 맺히는 어느 평온한 주말. 여름이었다. 분명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만 있으려고 했다. 근래 기상청은 틀리는 법이 잘 없었으므로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은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말았다. 창문 너머로 그득히 들이치는 볕을 헤아리며 한참을 고민했다. 물론 결말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고민을 시작한 순간부터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걸음하게 된 이곳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꽤 오래도록 데면데면했으니 새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드가자. 역시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미래를 짓는, 서울'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리는 중이다. 서울 한옥, 목조건축, 지속 가능한 건축재료를 화두로 던진 것을 보니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나 보다. 이쯤에서 잠시 안내의 말씀 있겠습니다. 서울 도시건축전시관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엽니다. 월요일은 쉬는 날이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주차장은 없으므로 근처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대중교통...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장소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열린송현 녹지광장 10월 29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9 서울특별시청시민청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열린송현 녹지광장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 48-9 살짝 흐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털어낼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여자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따르면 그 동네에는 이미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중이란다. 덕분에 한가한 일요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는 같이 등산을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짝 고민스럽다. 운동화 끈까지 동여 맨 상태에서 전화를 받은 탓이다. 방금 주머니에 집어넣은 현관 열쇠를 다시 꺼내기도 애매하다 새벽 댓바람부터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 같아서 영 내키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지 싶어 잠시 고민하던 찰나에 무언가 머릿속을 스친다. 그렇게 나는 시청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여기는 서울시청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건축전시관이고, 나는 지금부터 도시건축비엔날레를 즐길 참이다. 서울건축문화제도 함께 열리는 중인가 보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더 많은 볼거리는 언제나 반길 만한 일이니 말이다. 2017년 DDP에서 열린 1회 행사를 시작으로 격년 주기로 열리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였다. 1회 비엔날레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연한데 벌써 네 번...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주소 :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 10:00 ~ 18:00, 월요일 휴무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9 서울공예박물관을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중. 올 때마다 무심코 지나치던 공간 하나가 눈에 밟힌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울 홀 오브 어바니즘 앤드 아키텍쳐. 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이다. 입에 잘 안 달라붙는 이름이다. 몇 번을 읽어 봐도 잘 안 익는다. 아마도 '도시건축'이라는 말이 생소한 탓이다. 아침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여섯 시에 문을 닫는다.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전시관은 주차장을 한 면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끌고 오겠다면 근처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차비는 한 시간에 5, 6천 원 수준으로 대동소이하다. 벽면에 길게 자리한 모니터가 오늘은 무슨 전시를 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하나가 아니다. 그렇지만 모니터 화면은 요지부동이다. 아마도 전시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녀석인 듯하다. 무료지만 사용자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시관이다. 입장권을 나눠준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슈퍼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의 도시계획 조감도이다. 풍성하게 조성한 숲 사이를 지나가는 다양한 선과 면의 조합이 서울역의 풍경을 새롭게 한다. 셜록현준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서 이따...
'23.07.14 ~ '23.07.19, 베트남 드가자 이 비행기는 베트남으로 떠납니다.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베트남이 가까웠다는 증거다. 퍼뜩 드가자 여기는 베트남 북부의 항구 도시 하이퐁 참으로 간만의 출장이다. 언제나처럼 정신없이 덥다. 정말 덥다. 이열치열 같은 건 택도 없다. 잘못하면 쪄죽는다. 그래도 안 먹으면 섭섭하다. 하이퐁 공항은 이 동네 제일의 쌀국수 맛집이다. 곧바로 하노이로. 계획대로라면 하루의 휴식 시간이 있었지만 나의 뻘짓 덕분에 비행기를 하루 늦게 탔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 어쩔 수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감회에 젖어들고 싶었는데 그런 거 없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한결같은 것도 재능이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습니다. 웰컴 투 하노이 짐을 풀자마자 짐을 챙겼다. 그리고 바로 기찻길 마을로 달렸다. 가방 사진 찍어야 한다. 나는 여행 가방 장사꾼이니깐. 얼마 전에 만든 새 가방 사진을 찍을 시간이다. 말 그대로 기찻길 옆 오막살이 지방자치하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 이분은 아마도 동네 이장님.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호객꾼이기도 하다. 이 정도로 기찻길 옆 오막살이인 줄은 몰랐는데. 정신줄 놓으면 그길로 황천길이다.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마을 바깥에 있는 호객꾼과 딜을 해야 한다. 사실 딜은 필요 없다. 그냥 울타리 밖에서 까-페↑ 까-페↑ 외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
깟깟마을 주소 : Cổng 1, Khu Du Lịch, Cát Cát, Sa Pa, Lào Cai Cat Cat Village Cat Cat Village, San Sả Hồ, 사빠 라오까이 베트남 4년도 훨씬 지난 옛날인 2019년의 1월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풍경 앞에서 잠시 망연한다. 이곳 역시 이 시국 때문에 꽤나 오랜 시간 쉬어간 탓인 듯하다. 지난 사파 여행으로부터 강산이 반절 바뀔 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사실 '많지 않다'라는 말도 수사적인 표현일 뿐, 간만에 만난 동네 치고는 너무나 변한 없는 첫인상을 두고 나는 잠시 당황하기까지 했다. 지금부터는 꽤나 먼 길 걸음하게 될 것이다. 지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가능한 몸뚱아리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가파르게 솟구치고 꼬라박는 깟깟마을의 계곡길을 유람하는 일은 결국 나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오게 만들 것이다. 이 주스는 그 가련한 운명을 앞에 둔 나에게 바치는 최후의 만찬이다. 나는 망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에서 망고 잘하는 집을 못 가 본 탓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왜 돈 주고 사 먹나 싶은 녀석인데 비행기를 타고 두어 시간만 남쪽으로 날아오면 완전히 다른 과일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함께했다. 4년 전, 사파의 아침을 열었던 바로 그 집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망고 주스다.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는...
[판시판 케이블카 운영 정보만 찾는 분들을 위한 간단 요약] 운행 구간 총 세 구간으로 나뉜다. 입구 - 케이블카 탑승장 사이를 왕복하는 파니쿨라(MUONG HOA ROUND TRIP) 케이블카 탑승장 - 판시판 정상 사이를 왕복하는 케이블카(CABLE CAR ROUND TRIP) 판시판 정상 - 정상 전망대 사이를 왕복하는 파니쿨라 (FANSIPAN WAY UP, WAY DOWN, ROUND TRIP) 운영 시간 구간마다 평일, 주말 운영 시간이 다르다. 평일 : 07:45 ~ 18:30, 주말 : 06:30 ~ 19:30 평일 : 08:00 ~ 18:00, 주말 : 07:00 ~ 18:00 평일 : 08:30 ~ 17:30, 주말 : 07:30 ~ 18:30 탑승 요금 케이블카의 경우 비수기(평일과 일요일), 성수기(토요일과 공휴일) 요금이 다르다. 150,000동 비수기 800,000동, 성수기 850,000동 상행선 150,000동, 하행선 120,000동, 왕복 270,000동 판시판 정상과 전망대 사이를 왕복하는 파니쿨라의 경우 상행선만 탑승하는 경우가 많다.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내려올 때는 많이들 걷는다고 하니 재량껏 취향껏 선택하자. 판시판 파니쿨라 주소 : 1 Ngõ Cầu Mây, TT. Sa Pa, Sa Pa, Lào Cai 사파 노트르담 성당 바로 옆 Sun Plaza Sapa 1 Ngõ Cầu Mây, TT. ...
구리 동구릉 주소 : 경기 구리시 동구릉로 197 대중교통편이 상당히 애매. 환승시간 잘 맞춰야 함. 06:00 ~ 18:00 기준 계절 별 상이 월요일 휴무 동구릉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로 197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는 길이 참으로 멀고 험했다. 지도로 봤을 때는 서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는데 피노키오처럼 코가 계속 자랐나. 세계유산 조선왕릉 구리 동구릉 살짝 늦은 오후의 볕, 벌써부터 이별을 고하는 기색이 보인다. 해가 짧아졌다는 것을 부쩍 체감하는 요즘이다. 관람객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복작거린다. 저도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같이 즐깁시다. 입장료는 천 원으로 대부분 조선왕릉의 국룰을 따르고 있다. 관람 시간 역시 왕릉의 국룰인 '계절 별로 상이'룰을 따르는 중이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아침 여섯 시에 문을 연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왕릉은 귀하다. 서울 정릉과 선정릉, 경기도 고양 서오릉, 김포 장릉에다가 여기까지 총 다섯 군데밖에 없다. 혹시 집 근처에 이 중 하나가 있다면 로또 당첨. 하루 정도는 부지런을 떨어서 조용한 아침의 조선을 마주해 보자. 왕릉 탐방에 맛 들려서 열심히 도장 깨기 하는 중이다. 이번이 네 번째니깐 열네 번만 더 가면 된다. 없으면 섭섭하다. 섭섭이 아니라 문제 있는 것이다. 어디에나 있는 역사문화관이 동구릉에서도 나를 반긴다. 눈에 안 들어오는 설명...
딜쿠샤 주소 : 서울 종로구 사직로2길 17 딜쿠샤 독립문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10:00 ~ 18:00(입장 마감 17:30) 월요일 휴무 딜쿠샤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딜쿠샤 인왕산 자락길이 시작되는 언덕배기를 헤매다가 힘들게 발견했다.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 괄호 열고 딜쿠샤. 뭐 한다고 쓸데없는 오기를 부렸나 모르겠다. 지도 앱 한 번만 열면 간단하게 찾아올 것을 돼도 안 하게 헤매 버렸다. 드디어 당도했다. 조선의 끝자락을 살다 간 어느 외국인 부부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 '기쁜 마음'이 자라는 여기는 서울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다. 코시국 탓에 상당히 오랜 기간 번거로운 사전 예약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만 오면 딜쿠샤를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휴관일은 신정과 매주 월요일이다. 해설사님과 함께하는 관람도 가능하다. 다만 전시해설은 미리 예약이 필요하다. 서울시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종로구 - 전시/관람 - 딜쿠샤 전시 해설 사전예약의 순서로 들어가면 된다. 평일에는 하루 4회(10:00, 13:30, 15:00, 16:30) 진행되며 주말에는 10시와 15시에만 해설이 있으니 참고하자. 본격적으로 탐방을 시작하기에 앞서 건물의 외관부터 둘러보았다. 붉은 벽돌을 가지런하게 쌓은 딜쿠샤의 면면은 오랜 세월이 흘...
지극히 개인적인 홍콩 맛집 리스트 지금까지 다녀온 홍콩이 열 번쯤 된다. 2013년에 마수걸이했으니 올해로 10년 차, 나름 경력직. 여자친구는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여기는 진짜 전문가. 그래서 아는 게 많다.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다. 가족 여행으로 무려 4년 반 만에 홍콩을 다시 찾았다. 간만에 즐긴 홍콩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실패하지 않을 맛집들만 모아 봤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만족스러울 테다. 직접 발로 뛰고 입으로 일하며 수집한 홍콩 맛집 리스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상하이 라오라오(Shanghai lao lao) 절대로 망할래야 망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찾은 홍콩의 모든 맛집을 통틀어도 손에 꼽는다. 여기보다 안전하고 무난하며, 뭐든 맛있는 집은 많지 않다. 홍콩 내에 꽤나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과 아무 관련 없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의외로 홍콩 토박이다. 실제 상해에 있는 상하이 라오라오를 본 딴 거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많이 다르다. 한국인은 잘 모르는 진짜배기 현지인 맛집이고, 나와 여자친구가 정말로 사랑하는 홍콩 맛집이다. 상하이 라오라오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마파두부가 유명한 집이다. 그리고 탄탄면이 말도 안 되게 맛있는 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탄탄면을 통틀어서 단연 군계일학이다. 딘타이펑이니 크리스탈 제이드니 로컬 맛집이니 하...
청흥키 홍콩 Central, Lyndhurst Terrace, 48地下 Cheung Hing Kee Shanghai Pan-Fried Buns 홍콩 Central, Lyndhurst Terrace, 48地下 이른 아침부터 홍콩 앞바다를 가르는 우리의 통통이 1호. 다음 내리실 곳은 센트럴, 센트럴입니다. 굉장히 간만에 찾은 홍콩이다. 무려 4년 반 만. 하지만 뜻밖에도 동네의 풍경은, 변한 듯하면서도 기억 속 많은 것이 그대로다. 센트럴의 명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길섶의 풍경도 지난 여행과 달라진 것이 없다. 홍콩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네온사인의 울긋불긋함이 잦아든 것 같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뜨내기의 눈에는 여전히 기억 속의 홍콩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동네 사람들의 눈에는 실제로도 많은 것이 변했을 텐데 말이다. 이 집도 기억하던 자리에,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상해생전포'라는 조금 생소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집이다. 미슐랭 별은 없지만 가이드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동네 명물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듯하지만 어쨌든 맛집. 센트럴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상해의 향기, 여기는 홍콩 딤섬 맛집 청흥키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열고 마지막 주문은 오후 8시 30분이다. 결제는 옥토...
셩완 딤섬스퀘어 홍콩 Sheung Wan, Jervois St, 78號太興中心二座低層地下 Dim Sum Square 홍콩 Sheung Wan, Jervois St, 78號太興中心二座低層地下 2층 트램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의 풍경은 사람 키높이에서 마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다. 한편으로는 덜컹거리는 소음이 만연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고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녀석이 가진 매력을 대체할 만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와 동생은 홍콩 여행이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과연 예상하던 대로였다. 조금 뒤에 청차우 섬으로 가는 배를 탈 건데, 항구까지 갈 때에도 또 트램을 이용하잔다. 간만에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아침을 시작한다. 4년 반 만의 홍콩 여행, 그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조만간 먼 길을 떠날 예정이므로 아침을 든든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간밤에 구글 지도와 오픈라이스를 한참 뒤적거렸다. 동생과 함께 장시간의 열띤 토론을 거쳤고, 그 끝에 딱 한 곳의 후보지만을 남겼다. 둘도 아니고 오직 하나. 요행을 바랐다기보다는 확신이 있었다. 여기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과 확신. 바로 지금이다. 그 굳건한 믿음에 대한 보상을 받을 시간이 되었다. 여기는 셩완역에서 도보로 5분 남짓 떨어진 오랜 역사와 전통의 홍콩 딤섬 맛집, 딤섬 스퀘어다. 이 집...
팀호완(Tim ho wan, Olympian city) Shop G72A-C, G/F, Olympian City 2, 18 Hoi Ting Rd, Tai Kok Tsui, 홍콩 가족들과 함께하는 홍콩 여행, 그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슬그머니 서광이 비치는 바깥 풍경을 망연하며 가만히 생각한다. 오늘 뭐 먹지. 하지만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보다 홍콩을 많이 경험한 놈이고, 이 동네에는 삼시 세끼 한 달을 즐겨도 모두 섭렵하지 못할 정도로 맛집이 많으니 말이다. 가족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 끝에 닿았다. 이곳의 정체는 올림피안 시티, 몽콕역에서 멀지 않은 신도심의 어드메다. 엄청나게 거대한 쇼핑몰이다. 그런 만큼 맛있는 집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우리의 둘째 날 아침을 책임지게 된 팀호완 역시 그중 하나다. 태자역 인근에 있는 본점이나 IFC 몰에 있는 분점에 비하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나 대기가 적다는 점이다. 어쨌든 팀호완이라서 기다림은 필수다. 하지만 다른 지점들에 비하면 파리 날리는 수준이다. 기다리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이곳의 존재가 너무나 감사하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여태 홍콩 팀호완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아마도 11시를 살짝 넘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대기가 있다. 길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IFC 몰이나 본점에 비하면 귀여운...
상하이 라오라오 침사추이점 Wharf T & T, Star House, Canton Rd, Tsim Sha Tsui, 홍콩 반갑습니다. 홍콩.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무려 4년 반 만에 찾은 홍콩이다. 2019년 봄, 범죄자 인도인 법으로 홍콩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직전에 찾았던 홍콩은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그리고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중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홍콩 여행을 하면 언제나 마음이 편하다. 여자친구가 홍콩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이다. 친구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당연히 말도 잘 통한다. 덕분에 나는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따라다니기만 해도 즐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다르다. 처음으로 가족들을 이끌고 찾은 홍콩이다. 물론 나 역시도 10번 가까이 홍콩을 경험한 나름 전문가다. 하지만 혼자서 뚝딱거리는 것과 누군가를 안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신경 써야 할 것들 투성이였다. 하다못해 교통카드 충전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 같은, 지극히 사소한 것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찰나만큼도 고민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첫 끼로 무얼 먹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 고민 않고 곧장 침사추이로 내달렸다. 그러고는 페리 터미널이 있는 거리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1881 헤리티지의 맞은편, 사사와 왓슨즈가 있는 건물의 지하에 있다. 여기는 나와 여자친구가...
서울풍물시장 주소 :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 4길 21 서울풍물시장 10:00 ~ 19:00 서울풍물시장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천호대로4길 21 서울풍물시장 청계천 박물관 탐방을 마치고 청계천을 따라 유유자적하던 중이었다. 목적이라고는 박물관 탐방이 전부였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던 중에 나의 시선을 이끄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서울 풍물 시장이라니. 아마도 황학동에 있는 벼룩시장 같은 걸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 고민할 새도 없이 발걸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익숙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방 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신설동 종합시장 어귀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매일 만날 수 있다. 가방을 만들고 파는 일을 하는 내게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다. 비슷한 풍경..을..? 비슷..? 사실 탄통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장갑차 궤도와 문짝은 어디서 구한 건지 짐작은커녕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게 정신이 아득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했는데 이 동네, 쉽지 않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온갖 만물이 펼쳐진 난장 속에서 일순간 시선이 멎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고 쪼그려 앉아 아련한 눈빛을 하고는 잠시 멍했다. 어릴 적 우리 집에 똑같은 녀석이 있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도 창고에 모셔두었던 약탕기를 만났다. 버렸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
문화비축기지 주소 :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 10분 10:00 ~ 18:00, 월요일 휴관 (이라고는 하는데 영업일에도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없다) 문화비축기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 간만에 하늘이 깨끗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숨 쉬는 것도 탐탁찮더니 오늘은 조금 살 것 같다. 요즘 들어서 이 동네를 자주 찾는다. 부지가 엄청나게 넓고 생각보다 볼 것도 많은 탓이다. 2주 만에 벌써 세 번째 방문이지만 아직도 발걸음 닿지 않은 곳이 남았다. 앞으로도 최소 두 번은 더 와야지 공략을 끝낼 수 있을 듯하다. 오늘 함께할 곳은 문화비축기지. 이름 그대로 문화를 비축하는 기지다. 석유비축기지였다. 박정희 때 만들어서 30년 동안 전략 비축유를 보관하는 창고로 썼다. 하지만 지근거리에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2000년에 폐쇄되었다. 이후 한동안 쓰임을 잃고 백수로 전전했지만 2017년 9월,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뒤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낡은 겉모습 때문에 오래된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젊은 친구다. 어째 헐렁한 느낌이다. 문화기지라는 이름 때문에 볼거리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반기는 건 공터 하나가 전부다. 살짝 당황스럽다. 나...어쩌고...저쩌고...서울오늘역사 뭐라는겨 시작부터 난해함의 연속이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헐렁한 첫인상과 다르게 공간 구성...
카페 히타키노 정원 373 Ozu, Ehime 구글 지도 'OZU+' 검색, 맞은편 10:30 ~17:00 혹은 17:30 ~ 18:30 (????) 월, 화 휴일 / 토, 일 중 하루 랜덤 휴일 (?????) * 영업일, 휴일이 매우매우매우매우 불규칙함 정확한 영업일과 휴무일은 아래의 인스타그램 참조 ヒタキの庭|焼き菓子と雑貨のカフェ(@hitaki_ozu)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030명, 팔로잉 593명, 게시물 292개 - ヒタキの庭|焼き菓子と雑貨のカフェ(@hitaki_ozu)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焼き菓子と雑貨のカフェ ヒタキの庭 373 Ozu, Ehime 795-0012 일본 어느새 오즈 여행도 막바지를 향해 간다. 어딘지 모르게 구룡포 일본인 가옥을 닮은 반센소의 면면은 이역만리 타향, 한국의 향기가 닿은 흔적조차 없는 곳에서 고향의 서정을 느끼게 했다. 꽤 신기한 구경거리도 있었고 관리소 직원분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소소한 배움도 있었다. 잘 놀고 갑니다. 하루 중 가장 볕이 따가운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공교롭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볼일이 끝난 반센소에 마냥 죽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의 걸음은 다시금 가류산장 앞의 조그마한 상점가에 닿았다. 동네를 유람하면서 카페를 발견한 유일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행선지는...
반센소 317 Yunoki, Ozu, Ehime 구글 지도 '반센소' 검색 09:00 ~ 17:00 성인 550엔, '25년 3월 31일까지 쿠폰 소지 시 270엔 반센소 (구 마쓰이가 저택) 317 Yunoki, Ozu, Ehime 795-0011 일본 세상 이렇게나 아름다운 찰나가 있다니. 가류산장에서의 시간은 이번 여행의 완성을 위해 찍는 가장 완벽한 점이었다. 발 닿는 족족, 시선이 향하는 족족 감동의 연속이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쉬운 마음은 다음을 기약하며 곱게 접어 나빌래라. 우거진 수풀 사이로 닦인 비탈길을 따라 다음 여정을 위한 걸음을 힘차게 딛는다. 길목마다 팻말이 가득해서 길을 찾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5분 남짓을 걸었을까, 시골 동네의 수수함이 짙게 묻은 풍경 너머에 마침내 다음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다. .....? 왜 때문에..? 볕이 너무 강해서 신음하던 와중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오는 판국인데 예상치 못한 등산까지 하게 생겼다. 부디 이놈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바랐지만 무심한 하늘은 나의 애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구글 지도의 좌표는 그 어떤 의심이나 오해의 여지없이 언덕 위 홀로 솟은 이 녀석을 반센소라 이르고 있다. 워낙에 경사가 가팔라서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짧...
가류산장 411-2 Ozu, Ehime 구글 지도 '가류산장' 검색 09:00 ~ 16:30, 성인 550엔 가류산장 411-2 Ozu, Ehime 795-0012 일본 흙흙 오늘의 점심은 맛있었다. 희멀거한 맹물에 우동 면발을 담아주더니 곁들일 거라고는 간장 종지 하나가 전부였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지만 이미 던져진 주사위, 제발 1이 나오는 것만은 면하자는 심정으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는데 그야말로 대반전. 두 분이 가셔서 하나 정도는 시킬 만합니다. 오즈시 맛집 시라이시 우동의 '히야시 우동', 당신도 도전하세요! 지옥과 천국이 한 끗 차이라는 걸 느꼈다. 살아 돌아온 나는 지금 아주 기분이 좋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이 길의 끝에 나의 다음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요코소, 가류산장 돌 위에 새긴 표지 덕분에 길을 잃을 일은 없다. 수수하지만 정성 어린 그림과 글씨. 덕분에 자칫 지루할 뻔한 걸음에 산뜻한 미소가 함께한다. 낡고 허름한 목조 주택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아담한 언덕을 오른다. 마침내 고지가 눈앞이다. 길섶에 머무르는 수수한 풍경에 이따금 시선이 멎는다. 특별하게 여길 것은 딱히 없지만 서사가 주는 매력이 있다. 이런 게 바로 소도시 여행의 재미. 소담하게 만개한 황화코스모스를 따라 언덕의 끝자락을 오른다. 조그마한 팻말이 나타났다. 정말로 고지가 머지않은 듯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시라이시 우동 880-12 Ozu, Ehime 구글 지도 '시라이시 우동' 검색 11:30 ~ 16:00, 일요일 휴무 시라이시 우동 880-12 Ozu, Ehime 795-0012 일본 오즈 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즈 여행의 닻을 올렸다. 그 짧은 시간 만에 더욱 맹렬해진 볕을 애써 흩으며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음을 향한다. 갑자기 너구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익숙한 걸음으로 태연자약하게 이웃집 문턱을 드나든다. 경계하는 기색 같은 것은 전혀 없고 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도 없다. 상습범이 분명하다. 과연 마법 세계, 평화로운 오즈의 일상이다. 우체국이 있는, 아마도 동네의 중심가라고 할 만한 거리에 걸음이 닿았다. 이 길의 어드메에 그토록 고대하는 오늘의 밥집이 있다. 퍼뜩 드가자. 밥시간이 한창이지만 한적하다. 드나드는 사람도 많지 않고 부산한 기색도 크지 않다. 동네에서 가장 맛집이라고 하는데도 그렇다. 딱 그만큼의 시골이라는 걸 방증하는 찰나다. 여튼 환영합니다. 시라이시 우동입니다. 오전 11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영업시간이 아주 짧다. 이 또한 동네에 인적이 드문 탓일 테다. 그나마도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으니 이 집의 우동은 생각보다 귀한 존재다. 좁고 깊다. 생각보다 널찍하고 아늑한 실내가 나를 반긴다. 동네 맛집이라 그런지 어르신들의 발길이 잦다. 다리가 불편한 분들이 많으신지 대체로 신발...
오즈성 903 Ozu, Ehime 09:00 ~ 17:00 성인 550엔, 25년 3월 31일까지 한국인 한정 270엔 오즈 성 903 Ozu, Ehime 795-0012 일본 나른한 물이 흐르고 게으른 능선이 낮게 떠가는 구름을 가만히 망연하는 동네, 피어나는 아지랑이의 일렁임마저도 느긋한 동네, 시간이 달리는 속도가 홀로 다른 건가 싶어서 가만히 초 시계를 꺼내들었던 동네. JR 마쓰야마 역에서 열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에히메 현의 오즈는 그런 곳이다. 인적도, 사람의 손길도 없이 낡아가는 풍경을 이따금 스친다. 인구 소멸의 흔적일지 몰라 잠시 스산하다가도, 잠시 머무르다 가는 철없는 뜨내기는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은 채 셔터로 손가락을 가져간다. 돌아나가는 강물 사이 홀로 깎아지른 절벽이 하나, 우거진 수풀 너머에 아담하게 솟은 천수각. 오늘의 목적지인 오즈 성을 벗하며 걷는다. 워낙에 조그마한 시골 동네라 그런지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고, 그런 덕분에 발 닿는 어디에서든 오즈 성을 마주할 수 있다. 20분 남짓을 걸었던 것 같다. 조금씩 정리된 풍경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내 오즈성의 초입을 알리는 팻말이 나를 반긴다. 이 길의 끝에 마침내 오즈 성이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정의 시작은 한자와 일본어 일색인 지도 한 장과 함께다. 슬쩍 훑어보니 어려운 한자는 많지 않다. 각 잡고 읽으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노을공원 주소 :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2 입장 시간 매월 상이, 월드컵공원 공식 홈페이지 참고 노을공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2 내가 탈 건 아니지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이정표로써 의미가 있다. 맹꽁이 전동차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하늘공원을 달리는 맹꽁이 열차에 비하면 언제나 외롭다. 하지만 그렇다고 태업하는 법은 절대 없다. 이 녀석을 만났다는 것은 꽤나 먼 길을 걸었다는 뜻이다. 어쨌든 간만에 마주하니 반가운 녀석이다.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지나쳐 간다. 작년에는 만난 적 없는 현수막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 관측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4월부터 11월까지라고 하니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는 예약만 하면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현수막을 상당히 개차반으로 만들었다. 사실상 아무 정보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정보가 하나도 없다. QR코드를 심어 놓긴 했지만 너무나 안일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만들 거면 모니터 같은 데에다가 배너나 띄우는 게 어떨까 싶다. 이 녀석 만드느라 쓰인 천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어쨌든 고군분투 끝에 정체를 알아냈다. 서울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에서 '노을별누리 가족별여행'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노을공원 ...
노을공원 주소 :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2 대중교통으로 아주 멀고 불편하다. 입장 시간 매월 다름 (...) 노을공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2 어느 비 오는 공휴일의 오후. 가을이었다. 노을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운동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지만 선수들의 넘치는 투지와 근성 덕분에 경기장은 홀라당 타 없어지기 직전이다. WK-리그. 8팀이 겁나게 치고받은 다음에 인천현대제철이 우승하는 리그. 여자 K리그 경기가 열리는 현장이었다. 오늘은 서울시청과 화천KSPO가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혹시 아는 선수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현 국가대표 수비수인 심서연 선수가 서울시청에서 뛰고 있다. 그런 줄 알았으면 기다렸다가 사인이라도 받는 건데. 포항 스틸러스의 오랜 팬이라서 축구 경기장을 찾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 축구 경기는 처음이었다. 박진감 넘치고 투지 충만한 빗속의 혈투는 감탄을 연발하기 충분했다. 노을공원만 아니었으면 경기장에 끝까지 남아 있었을 것이다. 어느 팀이든 팬이 됐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저는 가던 길 계속 가겠습니다. 노을공원에 가기 전에 문화비축기지를 잠시 들를 생각이었지만 어째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높이가 얼마 안 되기는 해도 산꼭대기를 따라 걷는 건 각본에 없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바람까지 몰아닥친다....
천마산 지하철 이용 시 천마산역, 평내호평역 가능 천마산역 이용 시 '천마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로 평내호평역 이용 시 '천마산계곡제1공영주차장입구'로 어디로 가든 빡세다 천마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로 105-37 천마산계곡제1공영주차장입구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 아따 날 좋다. 어느새 가을 날씨가 완연하다. 혹시 몰라서 외투도 챙겼다. 집에 올 때까지 짐만 되긴 했지만. 남양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수락산은 당연히 서울인 줄 알았다. 광릉숲도 당연히 서울인 줄 알았다. 서울 사람도, 경기도 사람도 아니라서 뭐든 상관없지만 이 동네 관광안내도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오늘은 천마산으로 떠나보겠습니다. 탐방 안내도가 조금 많이 낡았다. 구를 만큼 구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바꿔줘도 되지 않을까. 너무 많이 닳아서 알아보기도 힘든 지경이다. 한라산 갈 때도 아무것도 안 챙기는 마당에 비상식량이 웬 말인가. 맛있어서 들고 왔다. 등산하기 며칠 전에 우연하게 먹었다가 너무 맛있어서 몇 봉다리 사놨다. 칼로리 때문에 이유 없이 먹기는 힘들고, 등산할 때 열심히 들고 다니는 중이다. 천마산역에서 내렸기 때문에 나의 목적지는 천마산 관리사무소다. 천마산의 모든 등산로 중에서 가장 빡세다고 알려진 코스가 오늘의 가야 할 길이다. 반갑습니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오를 수 있게 잘 부탁드립니다. 네이버 지도는 천마산에 대해서 ...
홍릉숲(홍릉수목원, 홍릉시험림) 주소 :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57 자유 관람은 주말에만 가능 09:00 ~ 18:00, 계절마다 조금씩 상이 평일은 숲해설 시간에만 입장 가능 (예약 필요) 10:30, 13:30, 15:30 월요일 휴무 홍릉시험림(홍릉숲)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회기로 57 길거리가 붉게 물든 어느 주말의 오후, 가을이었다. 단풍을 맞이하기 가장 좋은 곳이 어딜까 고민하던 발걸음이 국립산림과학원에 닿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청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산림가치 선순환과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산림과학 연구 기관이다. 1922년 8월에 창설된 임업시험장을 모태로 하고 있으니 올해로 창설 100주년을 맞이했다.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숲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공식 명칭인 홍릉숲 말고도 이름이 다양하다. 홍릉시험림이라고도 하고 홍릉수목원이라고도 부른다. 처음에는 그걸 몰라서 살짝 헤맸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모두 홍릉숲을 이르는 말이었다. 여러분도 헷갈리지 말자. 어떻게 부르든 홍릉숲이다. 자유관람은 주말에만 가능하다. 평일에는 하루에 3번 진행하는 숲해설을 통해서만 탐방이 가능하다. 왜 그럴까 잠시 고민해 봤는데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평일에는 산림과학원 직원분들이 일을 해야 한다. 무료라서 별도의 매표는 필요 없다. 입구를 지나 한걸음 딛자마자 마주한...
신원시장 서울 관악구 신림동 1587-39 09:00 ~ 22:00, 주말에는 10시 시작 매달 2, 4번째 화요일 휴무 신원시장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1587-39 꿈과 희망의 인터넷 세상을 탐험하다가 '가성비 쩌는 시장 탕수육'이라는 이름의 글을 보았다. 4천 원인데 양도 많고 맛도 괜찮단다. 탕수육이라면 눈 까뒤집고 달려드는 나로서는 부러움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저런 집은 대체 어딜 가야 만날 수 있는 걸까. 우리 동네가 아닌 건 확실할 테니 딱히 기대는 없이, 커다란 호기심과 일말의 희망을 함께 품으며 댓글 창으로 시선을 향한다. 응? 집 앞이네? 개꿀. 탕수육 한 접시를 위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기는 신림역과 도림천을 벗한 우리 동네 재래시장, 그 이름도 찬란한 신원시장이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남짓 만에 도착했다. 우리마을 신원시장.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동네 재래시장이다. 비슷한 시장이 서울 안에만 해도 수백 개는 될 테니 일부러 걸음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초면이다. 이 동네에 살면서 한두 번 지나친 게 아닌데 여태 걸음한 적이 없다. 처음은 아니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침 9시부터 열린 장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막을 내린다. 엄청나게 긴 영업시간이다. 보통 재래시장은 해거름이 찾아오기 무섭게 파할 준비를 하는데 말이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시장이다....
문화역 284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 문화역서울284 11:00 ~ 19:00, 월요일 휴관 전시나 행사가 없을 시 휴관 문화역서울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 문화역서울284 어느 흐린 날의 오후, 파랗게 녹이 슨 청동 지붕 얹은 서울역은 오늘도 훌륭한 비둘기집이다. ...? 문화 공간 앞이라서 그런가 이것도 작품처럼 보인다. 의자에 묶은 캐리어. 의미 없는 짓을 형상화 한 작품일까. 간만에 구 서울역사에 발걸음했다. 전시를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런 구실이 없다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아무 때나 허락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을 때 구경해야 한다. 대리석으로 마감한 고급진 입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 키만 한 지름을 가진 거대한 시계가 화룡점정이다. 반갑습니다 문화역 서울 284 어딘지 모르게 마더 로씨야를 닮은 정면. 지금 그러면 살짝 곤란한데. 입장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건 눈이 시릴 만큼 휘황찬란한 정체불명의 네온사인. 투게더 플레이그라운드. 서로서로 놀이터. 순간 가로세로 놀이터인가 싶어서 흠칫했다. 짧은 시간 만에 2흠칫 적립. 단면인 줄 알았는데 양면 시계였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인데 처음으로 안 사실이다. 지금에서야 길바닥에 널리다 못해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지만 서울역이 세워질 당시에는 최신의 문물이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흐르는 세월 따라 유유자적 돌아가는 시침과 분침이 ...